1. 복음준비 ( 3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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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1. 복음준비 ( 31~36 )

by mrsoojak 2021. 12. 11.

성경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31. "절대로 기도의 보호를 버리지 말아라"

 

성모 마리아가 이렇게 말씀하신다.

"가엾은 내 딸아, 네가 매우 피로해있기 때문에 길게 말하지 않겠다. 다만 항상 기도를 제일 중요시하던 요셉과 나의 끊임엄는 습관에 너와 독자들의 주의를 끌뿐이다. 무미건조함, 서두름, 근심, 일 따위도 기도를 방해하지 못하는 것들이었고, 오히려 기도를 도왔다. 기도는 항상 우리 일의 여왕이었고, 우리의 위안이요 우리의 빛이요 우리의 바람이었다. 슬플 때에는 기도가 위안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에도 기도가 노래가 되곤하였다. 그러나 기도는 우리 영혼의 충실한 벗이었다. 기도는 우리를 땅에서, 귀양살이하는 곳에서 떼어놓아 주고, 우리를 천국의 높은 곳, 고향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었다.

내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어서 더없이 거룩하신 분께 예배하기 위하여는 내 가슴을 보기만 하면 되던 나뿐 아니라, 요셉도 기도할 때에는 하느님께 결합하여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우리의 기도가 하느님을 흠숭하고 그런 다음 그분의 포옹을 받음으로써 하느님 안에서 녹아버리는 우리 존재 전체의 참다운 예배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보아라. 영원한 분을 배고 있던 나도 성전에 경건하게 자주 가는 것이 면제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아무리 높은 성덕도 하느님 앞에서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낮추는 것을 면제하여 주지는 못한다. 하느님께서 당신 영광에 대한 끊임없는 환희의 노래로 그것을 우리에게 허락하시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약하고, 보잘 것 업고, 결점투성이 아니냐? 주님의 거룩하심에 구원을 빌어라.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하고 너희들의 불행을 구원해 주십사고 복되신 그 거룩하신 분을 불러라. 하느님께서 오셔서 당신의 거룩하심을 너희에게 옮아가게 하실 것이다. 너희가 거룩하고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공로가 많으냐? 역시 주님의 거룩하심에 구원을 빌어라. 그 무한한 거룩하심이 너희의 거룩함을 점점 더 자라게 하실 것이다. 인간의 약함보다 우월한 천사들도 그들의 "거룩하시다"를 노래하기를 잠시도 그치지 않는데, 우리 하느님의 거룩하심에 기원할 때마다 그들의 초자연적인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천사들을 본받아라.

절대로 기도의 보호를 버리지 말아라. 기도에 와서 부딪치면 사탄의 무기와 세상의 악의와 육체의 욕망과 정신의 오만이 무디어진다. 하늘을 열어 거기에서 은총과 축복이 비오듯 쏟아져 내려오게 하는 그 무기들을 절대로 버리지 말아라.

세상은 하느님의 벌을 끌어들이는 잘못을 깨끗이 씻기 위하여 기도의 목욕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므로,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태만을 보충하기 위하여 많이 기도해야 한다. 그들은 산 기도를 증가시켜 은총을 얻는 데 필요한 분량이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한다. 그들의 기도가 사랑과 희생에서 우러나올 때 살아 있는 기도가 될 것이다.

 

내 딸아, 그리고 너는 고통을 당해야 한다. 내 고통과 내 예수의 고통과 결합한 고통은 훌륭한 것이고 하느님 뜻에 맞으며 공로가 되기 때문이다. 네 동정하는 사랑이 내게는 대단히 소중하다. 그러나 내게 입맞춤을 주려느냐? 내 아들의 상처에 입맞추어라. 그 상처에 네 사랑의 향유를 발라라. 나는 내 정신으로 채찍과 가시의 아픔, 못과 십자가의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내 예수에게 주는 모든 애무도 느낀다. 그것은 그만큼의 입맞춤을 내게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오너라, 나는 하늘의 모후이다. 그러나 언제나 어머니이다‥‥."

나는 행복하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32. 즈가리야의 집에 도착

 

이곳은 산이 많은 고장이다. 높은 산들이 아니고 야산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산들은 벌써 우리네 도스카나와 옴브리아 지방의 아페닌 산맥의 산들에서와 같이 진짜 산 같은 꼭대기와 계곡들이 있다. 초목이 빽빽하고 훌륭하다. 신선한 물이 풍부하여 목장의 풀들을 푸르게 보존하고. 집들 둘레로 있는 포도나무들과 더불어 사과나무와 무화과나무가 가득 차 있는 과수원들을 풍요롭게 만든다. 포도송이들이 벌써 살갈퀴 씨만큼 굵고, 사과나무들의 싹이 터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초록빛으로 보이며, 무화과나무의 윗가지들에는 벌써 형태가 잡힌 열매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봄이다. 그리고 풀밭은 꼭 갖가지 빛깔의 폭신한 양탄자와 같다. 양떼들이 거기서 풀을 뜯거나 쉬거나 하는데, 에메랄드와 같은 풀밭에 흰 반점들이 찍혀 있는 것과 같다.

마리아는 나귀를 타고 상태가 꽤 좋은 길을 올라가는데, 그것이 주요한 통로임에 틀림없다. 모양이 한결 같은 그 지대가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마리아가 올라가는 것이다. 늘 나를 가르쳐 주시는 분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곳은 헤브론이다" 하고. 당신은 내게 몬따나 이야기를 하였지만, 나는 확실한 것을 알지 못하겠다. "헤브론"이 그 고장 전체를 가리키는 것인지, 취락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기에 대하여 내가 아는 것만을 말할 뿐이다.

마리아가 이제 읍내로 들어간다. 저녁 때이다. 여인들이 문에서 낯선 여자가 오는 것을 살펴보며 자기들끼리 말을 한다. 여자들은 낮선 여자를 계속 지켜보다가 그가 그 소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가장 훌륭한 집 중의 하나 앞에 머무르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안심한다. 집 앞에는 정원이 있고 그 다음에는 뒤와 주위로 손질이 잘 된 과수원이 있다. 그런 다음 산의 기복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넓은 풀밭이 있고, 그 끝에는 키가큰 나무숲이 있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소유지에는 가시덤불과 들장미나무로 된 울타리가 쳐져 있다. 나는 가시덤불과 들장미나무들에 무엇이 달려 있는지 구별하지 못하겠다. 그 덤불의 꽃과 잎들이 아주 비슷해서 가지 위에 열매가 맺히지 않는 동안은 틀리기가 쉽다. 집 앞쪽, 그러니까 마을을 향하고 있는 쪽에는 소유지에 낮은 흰 담이 둘러쳐져 있는데, 지금은 꽃은 없지만 벌써 꽃봉오리가 맺힌 진짜 장미나무 가지들이 뻗쳐 있다. 가운데 쇠창살 대문이 있는데 닫혀 있다. 이 읍내 유지나 꽤 부유한 사람의 집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과연 모든 것이 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분명히 유복은나타내고 있다. 질서가 잘 잡혀 있다.

마리아는 나귀에서 내려 쇠창살 대문으로 가까이 간다. 창살 사이로 들여다보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마리아는 자기가 거기 있다는 것을 나타낼 궁리를 한다. 다른 여자들보다 호기심이 더 많은 어떤 작은 여자가 마리아를 따라왔었는데, 방울 노릇을 하는 이상한 설비를 가리켜 준다. 그것은 어떤 축에 고정시킨 두 개의 금속 조각이다. 밧줄로 축을 움직이면 그 금속 조각이 서로 부딪쳐서 종이나 징소리 비슷한 소리를 낸다.

마리아는 밧줄을 잡아당긴다. 그러나 너무도 얌전하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 장치가 가볍게 울렸고, 그래서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자 온통 코와 턱밖에 없다시피 하고 그 사이에는 열 개와 맞먹는 혀를 가진 작은 노파인 그 여자가 밧줄에 매달려서 잡아당기고 잡아당기고 또 잡아당긴다. 죽은 사람이라도 깨울 만큼 요란한 소리가 난다.

"이렇게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들리게 할 수 있소? 엘리사벳은 늙었고 즈가리야도 늙었거든요. 게다가 즈가리야는 지금 벙어리에다 귀머거리라오. 하인들도 늙었어요, 아시우? 처음 오는거요? 즈가리야를 아우? 당신은‥‥."

다리를 저는 작은 노인이 나타나서 이 숱한 안내와 질문에서 구해준다. 손에는 호미를 들고 허리에는 작은 낫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원사이거나 농부인 모양이다. 그가 대문을 여니 마리아는 작은 노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그러나‥‥아이고!노파에게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들어간다. 호기심 많은 노파는 몹시 기대가 어긋났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마리아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자렛의 요아킴파과 안나의 딸 마리아입니다.당신의 주인들의 사촌이지요."

작은 노인은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 "사라! 사라! " 하고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노인은 쇠창살 대문을 다시 열고, 마리아가 귀찮게 구는 작은 노파를 따돌리느라고 빨리빨리 안으로 들어왔고, 정원사도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빨리 쇠창살 대문을 닫았었기 때문에 밖에 남아 있는 나귀를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나무를 끌고 들어오면서 말한다. "아아! 이 댁에는 큰행복과 큰 근심이 찾아왔읍니다! 하늘은 아기를 낳지 못하던 마님께 아들을 주셨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 찬미를 드려야 할 일이지요! 그러나 즈가리야님은 일곱 달 전에 예루살렘에서 벙어리가 되어 돌아오셨어요. 그분은 손짓으로나 글을 써서 의사를 전달합니다. 그 소식은 아마 들으셨지요? 마님은 이 기쁨과 이 마음의 고통을 당하면서 아씨를 몹시 갈망하셨습니다! 사라와 함께 아씨 이야기를 자주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귀여운 마리아가 아직 나하고 같이 있었으면! 마리아가 아직 성전에 있었으면! 즈가리야더러마리아를 데려다 달라고 청했을거야. 그렇지만 이제는 주님이 마리아를 나자렛의 요셉의 아내가 되기를원하셨어, 마리아만이 이 마음 고통 가운데에서 내게 위안을 줄 수 있고 나를 도와 하느님개 기도를 드리게 할 수 있었을 거야. 마리아는 정말 착해서 성전에서도 모든 사람이 마리아가 떠난 것을 슬퍼하고 있거든. 지난 번 축일에, 내게 아들을 주신 데 대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 즈가리야와 같이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갔을 때, 마리아의 선생님들이 성전은 마리아의 목소리가 이 벽을 울리지 않게 된 다음부터 영광의 케루빔 천사들을 잃은 것 같아요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 하고 말입니다. 사라! 사라! 제 아내는 가는 귀가 먹었지요. 그렇지만 이리 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테니 오세요."

사라 대신에, 집 한편 옆구리에 있는 층계 꼭대기에 반백이 넘는 머리에 주름이 많은 꽤 나이 많은 여인이 나타난다. 그 여인의 속눈썹과 눈썹이 아직 검은 것으로 보아 머리가 아주 검었을 것이며, 또 아주 짙은 갈색머리였을 것임은 그의 얼굴 빛깔로 분명히 알 수 있다. 그의 분명한 늙음과 이상한 대조를 이루며, 그의 임신은 헐렁한 옷을 입었는데도 잘 나타난다. 여인은 손짓을 하면서 내려다본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알아보았다. 엘리사벳은 놀라고도 기쁜 "오!" 소리를 지르며 팔을 하늘로 들어올리면서 할 수 있는대로 걸음을 재촉하여 마리아에게 마주 온다. 항상 거동이 조심성 있는 마리아도 사슴새끼와 같이 잰 걸음으로 뛰기 시작하여 엘리사벳과 동시에 층계 밑에 이른다. 마리아는 그를 보고 기뻐서 우는 사촌언니를 짜릿한 환희를 가지고 가슴에 안는다.

두 여자는 잠시 얼싸 안은 채로 있다가 엘리사벳이 고통과 기쁨이 섞여있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며 포옹에서 풀려난다. 그리고 자기의 부른 배에 손을 갖다 댄다. 엘리사벳은 번갈아 창백해졌다 붉어졌다 하면서 얼굴을 숙인다. 엘리사벳이 몸이 불편한 듯이 다리가 후들거리므로 마리아와 하인이 붙잡아 주려고 손을 내민다. 그러나 엘리사벳은 잠시 마음 속으로 정신을 가다듬은 것같이 있다가 얼굴을 드는데, 그 얼굴이 어떻게나 빛나는지 젊어진 것 같다. 엘리사벳은 마치 천사를 보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존경하는 태도로 마리아를 쳐다보다가 몸을 깊이 굽혀 인사를 하며 말한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십니다!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엘리사벳은 이렇게 말한다. 두 구절을 완전히 떼어서) 주님의 어머님이 당신의 종인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가?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을 껴안았을 때 주님의 성령께서 내 마음 저 깊은 속에서 지극히 높은 진리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될 수 없을 것같이 생각되는 것가지도 하느님께서는 하실 수 있다는 것을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당신의 믿음 덕택으로 당신은 이 때를 위하여 주님과 선지자들의 예언이 당신께 예언하신 것을 이룩하게 하실 것이니 복되십니다! 야곱의 후손들을 위하여 태중에 가지신 구원 때문에 복되십니다! 내 아들에게 거룩하심을 가져다 주셨으니 복되십니다. 내 아들이 내 태중에서 느끼는 기쁨 때문에 어린염소새끼처럼 뛰노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내 아들이 죄의 짐에서 풀려나고, 선구자가 되라고 부름을 받고, 당신 안에서 자라고 계시는 거룩하신 분에 의하여 구속전에 거룩하게 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웃고 있는 눈에서 미소를 머금은 입으로 진주같이 내려오는 눈물 두 방울을 떨어뜨리며, 이 다음에 당신의 예수님이 그렇게도 많이 하실 것과 같은 자세로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팔도 쳐들면서 외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그리고 우리에게 전하여진 것과 같이 노래를 계속한다. 마지막에 가서 "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하는 절에서는 손을 가슴에 십자자로 포개얹고 꿇어서 땅에까지 엎디어 하느님을 경배한다.

하인은 엘리사벳이 몸에 불편을느끼지 않게 되고 자기 생각을 마리아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공손히 자리를 떴었다. 그는 과수원에서 머리와 수염이 흰 위엄있는 노인과 같이 돌아오는데. 노인은 멀리서 크게 몸짓을 하며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로 마리아에게 인사를 한다.

"즈가리야가 와요" 하고 엘리사벳이 기도에 몰두하고 있는 동정녀의 어깨에 손을 대면서 말한다. "내 남편은 말을 못해요. 그가 믿지 않은 것을 하느님께서 벌하신거지요. 그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가 왔으니, 나는 하느님의 용서를 바라고 있어요."

마리아는 일어나서 즈가리야에게 마주가서 땅에까지 머리를 숙여 절을 한다. 마리아는 즈가리야의 몸을 덮고 땅에까지 내려오는 흰 옷 끝에 입을 맞춘다. 그 옷은 매우 넓고 수를 놓은 넓은 장식줄로 허리에 매어져 있다.

즈가리야는 몸짓으로 환영의 뜻을 표하고 함께 엘리사벳 있는 데로 간다. 그들은 모두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는 넓은 방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마리아를 그 방에 앉히고 지금 막 짠-아직 거품이 일고 있는-우유 한 잔과 작은 빵과자 몇 개를 대접하게 한다.

엘리사벳은 손에 밀가루를 묻히고, 밀가루가 뿌려져서 실제보다 휠씬 더 희어진 머리를 한 하녀가 마침내 나타나자 명령을 내린다. 하녀는 아마 빵을 만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엘리사벳은 사무엘이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하인에게 그가 가리키는 방으로 마리아의 괘를 가져가라는 명령도 내린다. 모두가 손님에 대한 주부의 의무들이다.

마리아는 그동안 즈가라야가 하는 질문에 밀초를 입힌 판자에 몸이 좁은 단검으로 글을 써서 대답한다. 나는 그 대답들을 보고, 즈가리야가 요셉에 대하여 말하며 결혼생활이 어떠냐고 묻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그러나 나는 즈가리야가 마리아의 상태와 메시아의 어머니라는 그의 처지에 대하여 아무런 초자연적인 지식도 받지 못했다는 것도 알겠다. 엘리사벳이 남편에게 가까이 가서 청순한 애무를 하려는 듯이 어깨에 다정스럽게 손을 얹으며 "마리아도 아기를 가졌어요. 마리아의 행복을 기뻐하세요" 하고 말한다. 그러나 엘리사벳은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마리아를 바라보는데, 마리아도 엘리사벳을 쳐다보지만 거기 대하여 말을 더 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입을 다문다.

 

즐거운. 매우 기분좋은 환상이었습니다! 이 환상으로 유다의 자살을 보고 느꼈던 전율이 없어졌읍니다.

어제밤 잠이 들기 전에 나는 향유 바르는 돌 위에, 움직이지 않는 구속자의 시체 위에 몸을 굽힌 마리아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마리아는 시체 오른쪽에 무덤으로 쓰는 굴 입구 쪽으로 등을 돌리고 개셨습니다. 횃불 빛이 그분의 얼굴을 비추어 고통에 휩쓸리고 눈물로 범벅이 된 그분의 얼굴을 내게 보여 주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손을 잡고, 쓰다듬고, 뺨에 대고 따뜻하게 해 주며, 입을 맞추고, 손가락들을 하나씩‥‥펴고, 이제는 생명이 없는 그 손가락에 입맞추시곤 했습니다. 그런 다음 얼굴을 쓰다듬으시고, 몸을 숙여 벌어진 입과 반쯤 감긴 눈과 상처입은 이마에 입맞추셨습니다. 횃불의 불그레한 빛이 고문받은 그 온 육체의 상처를 한층 더 생생하게 보이게 하고, 그 육체가 당한 고문의 잔인성과 그분의 죽음의 현실성을 더 뚜렷이 나타나게 합니다.

내 정신이 맑은 동안은 이렇게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졸음에서 깨어나 기도를 하고 정말로 자려는 자세로 들어갔었습니다. 그 때에 이 위에 적은 환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움직이지 말고 보기만 하여라. 쓰는 것은 내일 하여라." 자는 동안에 모든 것을 꿈에서 다시 보았습니다. 여덟시 반에 잠이 깨서 어제 본 것과 꿈에 본 것을 모두 다시보았습니다. 나는 보면서 글을 썼읍니다. 그런 다음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그래서 이 뒤에 쓰는 것을 써야 하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이것들은 즈가리야의 집에 마리아가 머무를 때에 대한 따로따로 떨어진 작은 그림들입니다(1944년 4월 2일).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33. 마리아가 엘리사벳에게 이름을 알린다

 

아침인 것 같다. 마리아가 현관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엘리사벳은 왔다갔다 하며 집안일을 보살핀다. 엘리사벳이 거기 들어올 때면 으례 마리아의 금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하는데, 그 머리는 꽤 우중충한 벽 앞에서 정원 쪽으로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햇살을 받아 한층 더 황금색으로 보인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일감을 들여다보려고 몸을 숙이고-그것은 마리아가 나자렛에서 가지고 있던 수놓는 감이다-그 아름다움을 칭찬한다.

"길쌈할 아마도 또 있어요"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아기 입힐거?"

"아니요, 내가 생각하지 않던 때‥‥벌써 가지고 있던 것이에요‥‥." 마리아는 말을 마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적에"라는 뜻임을 알아듣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기를 위해서 써야 할거요. 아름답고, 고와요? 아기들은 대단히 섬세한 속옷이 필요해요. 알겠어요?"

"알아요."

"나는 시작했었는데‥‥늦게 시작했어요. 마귀의 속임수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하기는‥‥내가 하도 큰 기쁨을 느졌기 때문에 그것이 마귀에게서 오는 것일 수는 없었지요. 그런 다음 몹시 고통을 느꼈어요. 마리아, 나는 이런 상태가 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요. 나는 고통을 많이 겪었어요. 마리아는 괴롭지 않아요?‥‥"

"나는 그렇지 않아요. 이처럼 몸이 좋은 때가 없었어요."

"어! 그래요! 마리아는‥‥하느님께서 마리아를 당신 어머니로 택하셨으니 마리아에게 티가 없어요. 그러면 마리아는 하와의 고통을 당하지 않게 되어 있어요. 마리아가 가진 분은 거룩하신 분이시니까."

"나는 마음에 짐이 아니라 날개가 있는 것 같아요. 내 안에 모든 꽃과 봄에노래하는 모든 새와 단 꿀과 태양 전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아! 나는 행복해요!"

"복되셔라! 나도 마리아를 본 순간부터 짐스러움도 피로도 고통도 느끼지 않게 됐어요. 새로워지고 젊어지고 여인이라는 내 육체의 괴로움에서 해방된 것 같았어요. 내 아기가 마리아의 목소리를 듣고 기뻐 뛰놀고 나서 이제는 그의 기쁨 속에 편안히 자리잡고 있어요. 아기를 내 안에 가지기를 마치 산 요람에 가진 것 같고, 아기가 배불리 먹고 행복하게 자는 것을 보는 것 같고, 어미 날개 밑에서 안심하고 자는 어린 새같이 숨을 쉬는 것을 보는 것 같아요‥‥이제 나는 일을 시작할래요, 아기가 이제는 짐이 되지 않을거예요. 눈이 썩 잘 보이지는 않아요‥‥."

"놔두세요, 언니! 내가 생각하겠어요. 언니와 언니의 아기를 위해서 잣고 짜고 하는 일을요. 나는 날렵하고 눈이 잘 보이거든요."

"그렇지만 마리아는 마리아의 아기를 생각해야 할텐데‥‥"

"오! 시간이 넉넉해요!‥‥우선 언니와 언니 아기를 생각해요. 그런 다음 내 예수 생각을 할거예요."

이 이름을 말할 때에 마리아의 표정과 목소리가 얼마나 다정스럽고, 마리아가 밝고 파란 하늘을 쳐다보는 동안 그의 눈에서 마치 진주 같은 기쁨의 눈물이 맺히는지를 말하기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다. "예수"라는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황홀경에 빠지는 것 같다.

엘리사벳이 말한다.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예요! 우리의 구세주, 하느님의 아들의 이름!"

"오! 언니! " 마리아는 몹시 침울해진다. 그리고 엘리사벳이 자기의 부른 배에 포개얹은 사촌언니의 손을 잡는다. "내가 왔을 때 주님의 성령이 가득 차서 세상이 모르는 것을 예언한 언니가 말 좀 해줘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내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 줘요. 예언자들‥‥아아! 구세주에 대해서 말하는 예언자들! 이사야‥‥언니 이사야를 기억하세요? '그는 고통의 사람이다. 그의 타박상으로 우리의 병이 나았다. 그는 우리의 죄악 때문에 꿰뚫리고 상처입는다‥‥주께서는 그를 고통 속에서 태워 없애기를 원하신다‥‥사형선고를 내린 뒤에 사람들은 그를 높이 올렸다‥‥." 어떻게 높이 올리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 내 아이를 어린 양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나는‥‥과월절의 어린 양, 모세의 어린 양을 생각하고, 모세가 십자가에 매달아 높이 올린 뱀과 비교해요. 언니! 언니!‥‥그들이 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할 것입니까?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내 아이가 무슨 고통을 당해야 하겠어요?" 마리아는 운다.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위로한다. "마리아, 울지 말아요. 아기는 마리아의 아들이지만, 하느님의 아들이기도 해요.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과, 아들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생각하실 거예요. 그리고 그에 대해서 무자비한 태도를 취할 사람이 많겠지만, 그를 사랑할 사람도 많을 거예요. 아주 많을 거예요 !‥‥오래고 오랜 세월을 두고 세상 사람들이 마리아의 아들을 쳐다보고 그와 함께 마리아도 찬미할 거예요. 구속이 솟아나는 샘인 마리아를. 마리아의 아들의 운명! 모든 피조물의 왕좌에 올려질 거요. 마리아, 그것을 생각해요. 왕이 될 거예요. 창조된 모든 것을 구속했겠기 때문에, 그러한 분으로서 만물의 왕이 될 거예요. 그리고 세상에서도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랑을 받을 거요. 내 아들이 마리아의 아들을 앞서 가고 사랑할거요. 천사가 내 남편에게 그 말을 했고, 내 남편은 그 말을 내게 써 보였어요‥‥아아! 내 남편이 벙어리가 된 것을 보니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아기가 나면 아버지도 그가 받은 벌에서 풀려나리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의 능력이 들어 있는 곳이고 세상의 기쁨의 원인인 마리아가 기도해줘요. 그 은혜를 얻기 위해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내 아이를 주님께 바쳐요. 사실 내 아이는 주님의 것이거든요. 주님께서 당신 여종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는 기쁨을 주시려고 빌려 주신 것이지요. 이것은 하느님께서 나를 위하여 하신 증언이에요. 나는 내 아들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부르기를 원해요. 내 아이는 혹 은총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 은혜를 주신 분이 하느님이 아니세요?"

"그리고 나는 하느님께서 언니에게 그 은총을 주시리라고 확신해요. 나도 언니와 같이‥‥기도하겠어요."

"저이가 벙어리가 된 것을 보기가 정말 괴로워요!‥‥" 엘리사벳이 운다. "이제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글로 쓸 때면 나와 내 남편 사이에 산과 바다가 가로놓여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도 많은 세월 동안 다정스러운 말을 해왔는데 지금은 저이의 입이 다물어져 있으니. 그리고 특히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을지 모를 지금 말이에요. 남편이 내게 대답하기 위해 몸짓을 하느라고 피로해 하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나는 말하는 것을 자제하기까지 해요. 나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마리아를 몹시 기다렸어요! 이곳 사람들이 보고 수다를 떨고 비판을 해요. 세상은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요. 그런데 걱정이나 기쁨이 있을 때에는 이해가 필요하지 비판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이제는 살아가기가 훨씬 나아진 것 같아요 마리아가 나하고 같이 있은 때부터 내 안에 기쁨을 느껴요. 내 시련이 지나가서 멀지 않아 내가 완전히 행복하게 되리라는 것을 느껴요. 그렇게 되겠지요? 나는 모든 것을 감수해요. 그러나 하느님께서 내 남편을 용서해 주셨으면! 저이가 전과 같이 기도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으면!"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그의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하여 양지바른 정원을 한바퀴 돌자고 권한다.

둘이는 손질이 잘 된 시렁 밑을 지나 그 구멍에 비둘기들이 둥지를 튼 시골 냄새가 나는 작은 탑까지 간다.

마리아는 웃으면서 낟알을 뿌려 준다. 비둘기들은 구구 소리를 내면서 그 주위에 온통 무지개 빛깔로 아롱진 원을 그리며 날아와 마리아에게로 달려든다. 머리, 어깨, 팔, 손 위에 내려앉아 볼그레한 부리를 내밀어 손바닥 오무린 데에서 낟알을 쪼아먹고, 동정녀의 분홍빛 입술과 햇빛에 반짝이는 이를 상냥하게 쫀다. 마리아는 주머니에서 황금빛 낟알을 꺼내고 침입해서 탑욕스럽게 경쟁하는 그 가운데에서 웃고 있다.

"비둘기들이 마리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겠구먼요" 하고 엘리사벳이 말한다. "마리아가 우리하고 같이 있은지가 며칠밖에 안됐는데, 늘 보살펴 준 나보다 마리아를 더 좋아하는군요."

산책은 과수원 안쪽 울타리로 막은 곳까지 계속된다. 그곳에는 새끼와 같이 있는 염소가 한 스무 마리 있다.

"목장에 다녀왔니?" 마리아는 한 어린 목동을 쓰다듬으면서 묻는다.

"예,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셨거든요. '오래지 않아 비가 오겠고, 또새끼를 낳을 짐승들이 있으니까 집으로 가라. 짐승들이 건초와 다 준비된 잠자리짚이 있도록 보살펴라'하고요. 아버지가 저기 오시네요." 그러면서 떨리는 염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수풀 저쪽을 가리킨다.

마리아가 황금색의 염소 새끼 한 마리를 어린아이처럼 쓰다듬어 주니, 염소 새끼는 그에게 몸을 비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과 함께 어린 목동이 주는 갓짠 염소젖을 마신다.

양떼는 곰처럼 털투성이의 목자와 같이 온다. 그래도 목자가 사뭇 구슬픈 소리를 내는 양을 어깨에 올려놓고 오는 것을 보면 착한 사람일 것이 틀림없다. 그는 양을 땅에 내려놓고 설명을 한다. "이놈이 곧 새끼를 낳을텐데 걷기를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어깨에 올려놓고 왔지요, 그리고 늦지 않게 도착하려고 아주 빨리 했습니다." 고통스럽게 다리를 저는 양은 어린아이가 양의 우리로 데려간다.

마리아는 바위에 앉아서 염소 새끼들과 어린 양들과 같이 놀며 그놈들의 볼그레한 부리에 토끼풀 꽃을 갖다 댄다. 흰 털 검은 털이 섞인 염소 새끼 한 마리가 마리아의 어깨에 다리를 얹고 머리 냄새를 맡는다. "그건 빵이 아니다" 하고 마리아가 웃으면서 말한다. "내일 빵껍질을 하나 갖다 주마. 이제는 조용히 있거라."

엘리사벳도 명랑해져서 웃기 시작한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34. 마리아가 그의 아이에 대하여 말한다

 

나는 포도알이 굵어져 가고 있는 시렁 밑에서 마리아가 빨리빨리 실을 잣는 것을 본다. 사과들이 나무에서 빨개지기 시작하고 꿀벌들이 벌써 익은 무화과나무 꽃 가까이에서 윙윙거리는 것을 보면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간 모양이다.

엘리사벳은 완전히 배가 불러서 둔중하게 걷는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다정스러운 주의를 가지고 쳐다본다. 마리아 자신도 너무 멀리 떨어진 자락을 주으려고 일어날때에는 옆구리가 둥글게 되는 것 같고 얼굴 표정이 변한다. 이제까지는 처녀였었는데, 지금은 한 여인이다.

여자들은 해가 기울기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와서 방안에 불을 켠다.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 마리아는 옷감을 짠다.

"아니 정말 피곤하지 않아요?" 하고엘리사벳이 베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아니예요, 안심 하세요."

"나는 이 더위 때문에 지쳐요. 지금까지는 괴롭지 않았는데, 이제는 몸무게가 내 늙은 허리에는 무거워요."

"용기를 내세요. 멀지 않아 아기를 낳을텐데요. 그 때는 언니가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나는 언제 엄마가 될지 몰라요. 내 아이! 내 예수! 어떻게 생겼을까요?"

"마리아처럼 아름다울거요, 마리아."

"오! 아니예요! 더 아름다울거예요! 그애는 하느님이고, 나는 그의 종인걸요. 그게 아니고 내 말은 금발일까 갈색머리일까 하는 거예요. 고요한 하늘 같은 눈일가, 그렇지 않으면 산의 사슴 같은 눈일까? 나는 내 아이가 케루빔 천사와 같이 아름답고, 금빛 머리에. 눈은 별들이 지평선 위에 하늘에 뜨기 시작할 때의 우리 갈릴래아 호수 빛깔을 하고, 입은 작고 석류가 익어서 벌어질 때 그 단면처럼 빨갛고, 뺨은 이 연한 빛깔 장미의 연분홍빛을 하고, 작은 두 손은 백합꽃 꽃받침 속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름다우며, 두 발은 오무린 손바닥을 채울 정도로 작고 꽃잎보다도 더 맵시있고 매끄럽고 부드러우리라고 마음 속에 그려봐요. 보세요, 나는 내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습을 땅이 내게 암시하는 모든 아름다움에서 따와요. 그리고 그애 목소리도 들려요. 그애가 울면-내 아기가 배가 고프거나 지쳐서 좀 울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엄마에게는 언제나 몹시 괴로울 것입니다. 아기가 우는 것을 보면 가슴이 메어지지 않을 수가 없을테니까요. 가슴이 메어지고 말고요-그 애의 우는 소리가 금방 태어나서 어미 젖을 찾고 자려고 어미의 따뜻한 털을 찾는 저 어린 양에게서 들려 오는 울음소리 같을 거예요. 그 애의 웃음소리는 내 아이에 열중한 내 마음에 하늘을 가득 채워줄 것이구요. 그애는 하느님이고, 또 사랑하는 여인으로서의 내 사랑은 내 동정 봉헌에 반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내 아이에게 열중할 수가 있어요. 그애의 웃음소리는 포근한 제 둥지 안에서 배불리 먹고 만족한 작은 비둘기의 기쁜 구구 소리 같을 거예요. 나는 그 애가 첫 발걸음 떼어놓는 것을 생각합니다‥‥꽃이 핀 풀밭에서 깡충깡충 뛰는 새 같을 거예요. 풀밭은 아기에게 고통을 줄 것은 아무것도 만나지 않게 하려고 온 사랑을 기울여 그의 볼그레한 작은 발을 버티어 주는 엄마의 마을일 것입니다. 내 아이를 나는 얼마나 사랑하겠는지 몰라요! 내 아들! 요셉도 그 애를 사랑할것입니다!"

"그렇지만 마리아는 그 말을 요셉에게 해야 될거요!"

마리아는 얼굴이 흐려지며 한숨을 쉰다. "그래도 내가 그이에게 그 말을 해야 할 거예요‥‥그 말을 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에게 알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말할까요? 요한의 할례에 참석하러 오게 할까요?‥‥"

"아니예요. 하느님의 아들의 양부라는 그의 행복한 처지를 그에게 알리는 일을 하느님께 맡겨 드렸어요. 하느님께서 그 일을 맡으실 거예요. 성령께서 그날 저녁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말하지 말고 그 일을 내게 맡겨라. 내가 네 결백을 증명해 주마' 하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하실 거예요. 하느님은 절대로 거짓말을 안하시니까요. 이것은 큰 시련입니다. 그렇지만 영원하신 분의 도움이 있으면 극복될 것입니다. 성령께서 알려 주신 언니를 빼고는. 주님의 종에 대한 그분의 호의를 아무도 제 입을 통해서 알아서는 안돼요."

"그 일로 인해서 큰 기쁨을 맛보았을 즈가리야에 대해서 나도 항상 침묵을 지켰어요. 내 남편은 마리아가 자연적으로 임신한 것으로 믿고 있어요."

"나도 알아요. 그리고 미리 조심해서 그렇게 되기를 원하기도 했어요. 하느님의 비밀들은 거룩해요. 주님의 천사가 즈가리야에게 내가 하느님에 의해서 임신했다는 것을 알려 주지 않았어요. 하느님께서는 내 안에 당신의 말씀이 강생하실 시기가 임박했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만일 그분이 원하셨으면 천사가 알릴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언니의 늦은 임신을 불가능한 것으로 거부하는 즈가리야에게 이 빛나는 기쁨을 숨기셨어요. 그래서 언니가 보다시피 언니는 내 안에 살아 있는 비밀을 알았는데‥‥즈가리야는 아무것도 알아치리지 못했어요.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즈가리야의 불신의 장막이 걷히지 않는 한 즈가리야는 초자연적 빛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 살 거예요."

엘리사벳은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문다.

즈가리야가 들어온다. 그는 두루마리들을 마리아에게 내민다. 저녁식사 전에 기도드리는 시간이다. 마리아가 즈가리야 대신 큰 소리로 기도를 드린다. 그런 다음 식탁에 자리들을 잡는다.

"마리아가 여길 떠나고 나면, 우리 대신 기도드려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우리는 한탄할 거예요" 하고 엘리사벳이 말을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말한다.

"그 때는 즈가리야가 기도를 할 거예요"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즈가리야는 머리를 저으면서 이렇게 쓴다. "나는 절대로 이제 다른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지 못할거야. 내가 하느님을 의심한 때부터 나는 자격을 잃고 말았어."

"즈가리야, 기도하시게 될 거예요. 하느님이 용서하세요."

노인은 눈물을 훔치며 한숨을 쉰다.

식사 후에 마리아는 다시 베틀로 간다. "그만 해요!" 하고 엘리사벳이 말한다. "마리아는 너무 몸을 피로하게 해요."

"언니, 때가 아주 가까왔어요. 나는 언니의 아기에게 다윗 가문의 왕의 앞장을 서 갈 사람에게 어올리는 옷가지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즈가리야는 이렇게 쓴다. "그 왕이 누구에게서 날건가? 그리고 어디에서?"

마리아가 대답한다. "예언자들이 말한 곳에서 영원하신 분이 택하실 사람에게서 날 것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신 우리 주님이 하시는 일은 모두 잘 하시는 일입니다."

즈가리야는 이렇게 쓴다. "그러니까 베들레헴에서 날거야 ! 유다에서. 여보, 우리 왕에게 경배하러 갑시다. 마리아도 요셉과 같이 베들레헴에 오도록 해."

그러니까 마리아는 베틀에 머리를 숙이며 "오겠어요" 하고 말한다.

- 이것으로 환상이 끝났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35. "하느님의 선물은 우리를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한다."

 

성모 마리아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웃에 대한 사랑의 첫번째 표시는 이웃에 대해서 나타난다. 이것이 네게는 말장난으로 생각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두 가지 대상을 가지고 있다. 하느님과 이웃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에는 우리 자신에 대하여 행해지는 사랑이 포함된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사랑하면, 이미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허용되는 일에서까지도 우선 이웃의 필요를 통과시킬 만큼 거룩해야 한다. 내 자녀들아, 안심하여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전능하신 인자의 방법으로 너그러운 영혼들을 위하여 부족한 것을 보충하신다. 이 확신 때문에 나는 내 사촌언니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언니를 도와주려고 헤브론에 왔다. 그런데 인간적인 도움을 주겠다는내 의도에, 하느님께서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초자연적인 도움의 선물을, 그것도 항상 그러시는 것과 같이 넘치도록 보태 주셨다.

나는 물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간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내 거동의 올바름을 거룩하게 하시어, 엘리사벳의 태중의 아기의 성화를 행하시고, 세례자를 미리 거룩하게 한 이 성화와 더불어 나이 많고 예사롭지 않은 나이에 임신한 한 하와의 딸의 육체적인 고통을 덜어 주신다.

대담한 믿음을 가지고 탁 믿고 하느님의 뜻에 자기를 맡긴 여인인 엘리사벳은 내 안에 들어 있는 신비를 이해할 자격을 얻었었다. 성령께서는 그의 태중에서 아기가 뛰노는 것으로 엘리사벳에게 말씀하셨다. 세례자는 정맥과 살의 베일을 통하여 말씀을 예고하는 사람으로서의 첫번째 연설을 한 것이다. 그 정맥과 살은 그를 그의 거룩한 어머니와 떼어놓음과 동시에 어머니와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럴 만한 자격도 있고 또 빛이 나타나심을 보는 엘리사벳에게 나는 주님의 어머니라는 내 신분을 말하기를 거절하지 않았다. 내편에서 그것을 거절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찬사를 그분께 거절하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내 안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에게도 그것을 말할 수가 없어서, 초목들과 꽃들과 별들과 해에,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와 참을성 있는 양들과 하늘에서 내려와 내게 입맞춤을 해 주는 황금색 빛과 졸졸거리는 시내에 털어놓던 찬사를 거절하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것은 우리가 기도를 혼자하는 것보다더 즐겁다. 나는 온 세상이 내 운명을알았으면 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나와 일치하여 우리 주님을 찬양하도록 하기 위해서.

조심성으로 인하여 나는 즈가리야에게 진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일을 침범하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하느님에게 정배이고 어머니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분의 종일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내게 대하여 큰 사랑을 가지셨다고 해서 감히 하느님 대신이 되고, 나를 그분 위에 올려놓는 결정을 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엘리사벳은 그의 성덕으로 이것을 깨닫고 침묵을 지킨다. 거룩한 사람은 항상 순종하고 겸손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선물은 우리를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야 한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많이 받으면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이 주어야 한다. 우리가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분이 우리 안에, 우리와 함께 더 계시고, 우리는 그분의 완전에 가까워지도록 더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개인적인 일은 뒤로 돌리고 엘리사벳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 없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위축되지는 않는다. 하느님께서는 시간의 주인이시다. 하느님께 바라면 물질적인 일에까지도 그분의 섭리를 이용한다. 이기주의는 아무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모든 것을 늦어지게 한다. 사랑은 아무것도 늦어지게 하지 않고 실현을 진척시킨다. 이것을 항상 잘 기억해 두어라.

엘리사벳의 집은 얼마나 평화스러우냐! 만일 내가 요셉의 생각과 세상을 구속해야 하는 내 아이의 생각, 그 생각, 그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행복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 십자가가 내 생활을 그늘지게 하고, 장례식의 방울소리와 같이 예언자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나는 마리아야 하고 나 자신을 불렀다. 하느님께서 내 마음에 부어 주시는 즐거움에는 언제나 고민이 섞였다. 이 고민은 내 아들이 죽을 때까지 점점 커가기만 하였다.

 

마리아(마리아 발또르따)야. 그러나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를 희생의 운명으로 부르시면, 오! 우리의 고통으로 약한 사람들을 튼흔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하늘나라를 얻게 하는 빵을 만들기 위하여 낟알이 맷돌에 갈리듯 갈리는 것이 즐겁다!

이제 이만하면 되었다. 너는 피로하고 행복하다. 내 축복을 받으며 쉬어라.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36. 세례자의 탄생

 

세상이 이 시간에 우리에게 보여 주는 불쾌한 일들 가운데 하늘에서 이 평화스러운 환상이 내려온다-그런데 나는 내 안에 살고 있는 모든 것에 정반대가 되는 인간의 악의와의 끊임없는 충돌에서 바람에 날아가는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는 존재인 나로서는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여전히 엘리사벳의 집이다. 아직 넘어가는 해가 비추고, 벌써 활 같은 초생달이 무한히 넓은 짙은 파란색 휘장에 찍어놓은 은빛 쉼표 모양같이 보이는 아름다운 여름 저녁이다.

장미나무들은 강한 향기를 풍기고, 꿀벌들은 마지막 나들이로 날아다니는데, 저녁의 고요하고 더운 공기 속에서 윙윙거리는 금빛 물방울 같다. 풀밭에서는 햇볕에 마르는 풀냄새가 오는데, 빵냄새, 오븐에서 나온 따끈한 빵냄새 같기도 하다. 그 냄새는 어쩌면 사방에 널어 말리다가 지금 사라가 걷어서 개키는 중에 있는 수많은 빨래에서 오는지도 모르겠다.

마리아는 사촌언니에게 팔을 잡게 하고 천천히 산책한다. 그들은 아주 천천히 반쯤 어두워진 시렁 밑을 을라갔다 내려왔다 한다.

마리아는 모든 것을 살핀다. 그래서 엘리사벳을 돌보면서도 사라가 어떤 울타리에서 걷은 긴 아마포를 다시 개키는데 골몰하는 것을 본다. "여기 앉아서 기다려요"하고 사촌언니에게 말하고는 늙은 하녀를 도우러 가서 아마포를 잡아당겨서 주름을 펴고 정성스럽게 개킨다. "아직 햇볕의 힘이 남아있어서, 따뜻해요"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리고 하녀를 기쁘게 하려고 이렇게 덧붙인다. "이 아마포는 사라가 빤 뒤로는 전에 없이 아름답게 됐어. 일을 그렇게 잘 하는 것은 사라밖엔 없어."

사라는 향긋한 아마포를 안고 어깨가 으쓱해서 간다.

마리아는 다시 엘리사벳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한다. "몇 걸음만 더 걸어요. 그게 언니에게 이로울 거예요." 그러나 엘리사벳이 움직이기를 원치 않으므로 이렇게 말한다. "비둘기들이 모두 둥지에 들어갔는지, 그것들의 욕조가 깨끗한지 보러 가기만 해요.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옵시다."

비둘기들이 엘리사벳의 마음에 드는 새들인 모양이다. 두 여자가 시골풍의 작은 탑 앞에 갔을 때에는 벌써 비둘기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암컷들은 둥지 위에 있고, 수컷들은 그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두 여자를 보고는 인사를 하느라고 또 구구 소리를 낸다. 엘리사벳은 그것에 사뭇 감격한다. 그런데 그의 몸의 상태로 인한 약함이 엘리사벳을 지배하고 그에게 두려운 마음을 일으켜서 울음을 터뜨리게 한다. 엘리사벳은 사촌동생에게 몸을 의지한다.

"만일 내가 죽게 되면‥‥내 가엷은 비둘기들! 마리아는 떠날 것이고 마리아가 집에 그대로 있으면 내가 죽어도 상관없을 거요. 나는 여인이 맛볼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을 맛보았어요. 결코 맛보기를 단념하지 않았던 그 기쁨을. 그래서 죽는다 하더라도 주님께 원망을 하지 못하겠어요. 주님은 내게 호의를 많이 베푸셔서, 그 때문에 주님을 찬미해요. 그렇지만 즈가리야가 있고‥‥아기가 있을 거예요. 한 사람은 늙어서 아내가 없으면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같이 될 거예요. 또 한 사람은 가엾은 어린 것이 엄마가 없기 때문에 추워서 죽을 운명에 처해 있는 꽃과 같을 거예요. 어머니의 애무도 받지 못할 가엾은 아기?‥‥"

"아니 왜 그런 슬픈 생각을 하세요? 하느님께서 언니에게 어머니가 되는 기쁨을 주셨으니, 그 기쁨이 절정에 달해 있을 때 그것을 언니에게서 빼앗아 가지 않으실 거예요. 어린 요한은 엄마의 모든 입맞춤을 받을 것이고 즈가리야는 아주 고령에 이르기까지 충실한 아내의 모든 보살핌을 받을 것입니다. 언니네 부부는 같은 나무의 두 가지와 마찬가지예요. 가지 하나가 다른 가지를 외롭게 남겨두고 죽지는 않을 거예요."

"마리아는 착해서 나를 위로하는 거지요. 그러나 나는 아들을 낳기에는 너무 늙었어요. 그래서 아기를 낳을 시간이 된 지금 겁이 나요."

"아! 아니예요, 예수가 여기 있어요! 예수가 있는 곳에서 무서워해서는 안돼요. 내 아이가 갓생겨나서 싹 같았을 적에 언니의 고통을 가볍게 했다고 언니가 말했지요. 그러니까 아기가 점점 커져서 벌써 내 안에서 살아 있는 인간처럼 되어 있는 자금, -나는 아기의 작은 심장이 내 가슴 아주 가까이에서 뛰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그 작은 심장외 고동으로 인해서 둥지 속에 어린 새 한 마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돼요-지금도 언니가 일절 위험을 당하지 않게 할 거예요. 언니는 믿음을 가져야 해요."

"그래, 나는 믿음이 있어요. 그렇지만 만일 내가 죽게 되거든‥‥ 즈가리야를 이내 버려두지 말아요. 마리아가 집 생각을 하는 줄은 나도 알아요. 그렇지만 좀 더 남아서 슬픔의 처음 며칠 동안 내 남편을 도와줘요."

"나는 남아서 언니의 기쁨과 즈가리야의 기쁨을 누리겠어요. 그리고 언니가 튼튼해지고 명랑하게 되었을 때에나 떠나겠어요. 그렇지만, 언니 안심하세요. 모든 것이 순조로울 거예요. 언니 집에는 언니가 고통을 겪는 시간에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즈가리야는 가장 다정스러운 하녀가 시중들 것이구요. 언니의 꽃들과 비둘기들도 잘 돌보아져서, 꽃들도 비둘기들도 여주인이 기쁘게 돌아오는 것을 축하하려고 명랑하고 아름답게 되어 있는 것을 만나게 될 거예요. 이제는 돌아갑시다. 언니가 창백

해지네요‥‥."

"그래요, 고통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아마 시간이 됐나봐요. 마리아, 나를 위해 기도해 줘요."

"언니의 고통이 기쁨으로 활짝 피어날 때까지 내 기도로 언니를 돕겠어요."

두 여자는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엘리사벳은 그의 처소로 물러간다. 마리아는 능란하고 용의주도하게 명령을 내리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을 모두 준비하고 불안해 하는 즈가리야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오늘밤 잠을 자지 않고 새우며, 도와달라고 불러온 귀에 익지 않은 여인들의 목소리들이 들리는 이 집에서, 마리아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의 등대 모양으로 경계하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온 집안이 마리아를 중심으로 하고 움직인다. 그리고 마리아는 친절하게 미소지으면서 모든 것을 보살핀다. 이 일이나 저 일로 불려 가지 않을 때에는 기도하고, 기도에 전념한다. 마리아는 식사와 일을 위하여 항상 모이는 방에 있다. 그리고 마리아와 함께 즈가리야가 있는데 한숨을 쉬며 불안해서 이리저리 서성거린다. 그들은 벌써 기도를 드렸다. 그런 다음 마리아는 계속 기도를 드렸다. 노인이 피곤해서 식탁 가까이 의자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입을 다물고 있는 지금도 마리아는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즈가리야는 식탁에 십자로 포개얹은 팔에 머리를 대고잠이 든 것을 보고는 소리를 덜 내려고 샌들 끈을 끌러 벗고 맨발로 다닌다. 방안을 날아 돌아다니는 나비보다도 소리를 덜 낸다. 마리아가 즈가리야의 겉옷을 집어 어떻게나 조심스레 그를 덮어주었든지 그는 포근한 모직 속에서 계속 자고 있다. 모직물은 그에게 자주 열리는 문으로 이따금씩 들어오는 밤의 싸늘한 기운을 막아준다. 그런 다음 마리아는 돌아와서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아픈 사람의 부르짖음이 더 날카로워질 때에는 점점 더 마음을 더하여 무릎을 꿇고 팔을 뻗치고 기도한다.

사라가 들어와 마리아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한다. 마리아는 맨발로 정원에 나간다. "주인마님이 아씨를 원합니다" 하고 사라가 말한다.

"가겠어" 하고 마리아는 집을 끼고 가다가 층계를 올라간다‥‥. 별이 총총한 고요한 밤에 돌아다니는 흰 천사 같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방으로들어간다.

"오! 마리아! 마리아! 몹시 아파요! 더는 견디지 못하겠어요. 마리아! 어미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고통을 겪어야 해요!"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다정스럽게 어루만지고 입맞춰 준다.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의 배에 손을 얹게 해 줘요!"

마리아는 주름투성이고 부은 두손을 잡아 둥글게 된 자기 배에 갖다 대고 매끈매끈하고 가벼운 손으로 꼭 누른다. 그리고 둘이서만 있게 된 지금 조용히 말한다. "예수가 여기 있으면서 알아차리고 보고 있어요. 언니, 믿으세요. 예수가 지금 언니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거룩한 심장이 더 세게 뛰고 있어요. 내가 그 심장을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뛰는 맥박을 느껴요. 나는 아기가 그 심장의 고동으로 내게 말하는 것을 알아들어요. 아기는 지금 내게 이렇게 맡하고 있어요. '여인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세요. 조금만 더 고통을 겪으라고 하세요. 그러면 해가 뜰 때에는 줄기 위에서 벌어지려고 그 아침 햇살을 기다리는 수많은 장미 가운데에서 그의 집이 가장 아름다운 장미꽃을 가지게 될 것인데. 그것은 내 선구자 요한일 것입니다.'하고요."

엘리사벳은 얼굴도 마리아의 가슴에 얹고 조용히 운다.

고통이 가라앉고 뜸해지고 진정되는 것같이 생각되기 때문에 마리아는 얼마 동안 그대로 있다.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한다. 마리아는 서 있는데, 기름등잔의 약한 불빛이 비치는 가운데, 고통을 지켜보고 있는 천사와 같이 희고 아주 아름답다. 마리아는 기도를 드린다. 입술을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한다 해도 나는 그의 얼굴 표정을 보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엘리사벳의 고통이 다시 시작된다. 마리아는 다시 엘리사벳에게 입맞춘다. 그리고는 빨리 달빛 아래로 내려와서 노인이 아직 자고 있는지 보려고 달려 간다. 노인은 아직 자고 있는데 꿈을 꾸면서 신음한다. 마리아는 가엾다는 몸짓을 하고 다시 기도를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고, 노인이 잠이 깨서 자기가 왜 거기 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 듯이 놀란 시선을 던진다. 그러다가 기억이 나서 손짓을 하고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로 부르짖는다. 그런 다음 이렇게 글을 쓴다. "아기가아직 안났어?" 마리아는 안났다는 몸짓을 한다. 즈가리야는 이렇게 쓴다.

"얼마나 괴로울까! 가엾은 내 아내! 죽지 않고 이 고비를 넘길까?"

마리아는 노인의 손을 잡고 안심시킨다. "얼마 안있어 새벽이 되면 아기가 날 것입니다. 만사가 순조로을 거예요 언니는 강해요. 형부의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이 날은-오래지 않아 날이 밝을 터이니까요-얼마나 아름다운 날이 되겠어요! 형부의 일생에서 제일 아름다운 날일 거예요! 이것은 주님이 형부를 위해 마련해 두신 큰 은총들이고, 형부의 아이는 그것을 알리는 사람이에요."

즈가리야는 침울하게 머리를 흔들며 벙어리가 된 그의 입을 가리킨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도 많은데 할 수가 없다.

마리아는 알아듣고 이렇게 대답한다. "주님은 형부에게 완전한 기쁨을 주실 것입니다. 주님을 온전히 믿으시고, 무한히 바라시고, 온전히 사랑하세요. 지극히 높으신 분이 형부가 바라는 것 이상으로 형부의 청을 들어 주실 것입니다. 주님은 형부의 지난 날의 불신을 씻어 주시려고 이 온전한 믿음을 원하세요. 마음 속으로 저하고 같이 믿습니다' 하고 말씀하세요. 형부의 심장이 뛸 때마다 그렇게 말씀하세요. 하느님의 보고는 그분과 그분의 능하신 인자를 믿는 사람에게 열립니다."

빛이 벙싯 열린 문으로 들어오기 시자한다. 마리아가 문을 연다. 새벽빛이 축축한 땅 위에 퍼진다. 축축한 땅과 녹음에서 강한 냄새가 풍겨 온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서로 부르는 새들의 첫번째 지저귐이 들런다.

노인과 마리아는 문지방으로 간다. 그들은 자지 않고 밤을 새우고 나서 얼굴이 창백한데, 새벽의 빛으로 인하여 찬층 더 창백해 보인다. 마리아는 샌들을 다시 신고 층계 밑에 가서 귀를 기울인다. 여자가 한 사람 나타나면 손짓을 하고는 돌아온다. 아직 아무 소식도 없다.

마리아는 어떤 방으로 가서 뜨거운 우유를 가지고 와서 노인에게 마시라고 드린다. 비둘기들을 보러 간다. 거기서 돌아와서 그 방으로 사라진다. 아마 부엌인 것 같다. 마리아는 한바퀴 돌며 보살핀다. 마리아는 신기한 잠을 잔 것 같다. 그만큼 발랄하고 침착하다.

즈가리야는 안절부절하고, 이리저리 거닐고, 정원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한다. 마리아는 그를 동정하며 바라본다. 그리고는 다시 같은 방으로 들어가 그의 베틀 가까이 무릎을 꿇고 온 마음을 다하여 기도한다. 아픈 사람의 호소하는 부르짖음이 더욱 가슴을 찢는 듯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영원하신 분에게 기도드리기 위하여 방바닥에까지 몸을 굽힌다. 즈가리야가 방으로 돌아와서 마리아가 이렇게 엎디어 있는 것을 보고, 가엾게도 노인이 운다. 마리아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 노인의 손을 잡는다. 마리아는 비탄에 잠긴 이 노인의 어머니 같이, 노인을 위로해 준다.

그들은 아침 하늘을 장미빛으로 물들이는 햇빛을 받으며 이렇게 나란히 있다. 그리고 이런 자세로 기쁜 소식을 맞이한다. "났어요! 났어요! 사내아이가! 행복한 아버지! 장미꽃같이 싱싱하고, 태양같이 아름답고, 제 어머니처럼 강하고 기운차고 착한 사내아입니다. 주님의 성전에 바칠 수 있도록 당신에게 아들이 주어지는 주님의 축복을 받은 아버지인 당신에게는 기쁨이요, 이 집에 후손을 내려 주신 하느님께는 영광입니다! 당신과 당신에게서 난 아들에게 축복있기를' 아기의 후손이 세세대대로 영원히 당신의 가문을 이어가고 영원하신 주님의 계약을 항상보존하기를 바랍니다. "

마리아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주를 찬미한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은 축복하라고 아버지에게 데려온 아기를 받는다. 즈가리야는 엘리사벳을 보러가지 않는다. 그는 기를 쓰고 우는 아기를 받지만, 아내를 보러 가지는 않는다.

마리아가 아기를 다정스럽게 안고 엘리사벳에게로 간다. 아기는 마리아가 안자마자 갑자기 울음을 딱 그쳤다. 마리아를 따라오는 수다스러운 여자가 이 사실을 주목한다. 그리고 엘리사벳에게 이렇게 말한다. "마님. 이 분이 아기를 안자 아기가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어요. 보세요, 얼마나 편안히 자고 있는지. 아기가 좀 버둥거리고 힘이 셌어요? 그런데 지금은 보세요, 꼭 어린 비둘기 같아요."

마리아는 아기를 어머니 곁에 누이고, 그의 반백이 된 머리를 다시 정리해주며 쓰다듬는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에게 조용히 말한다. "장미꽃이 났어요. 그리고 언니는 살아 있구요. 즈가리야는 행복해요."

"말을 해요? "

"아직은요, 그렇지만 주님께 바라세요. 이제는 쉬세요. 내가 언니하고 같이 있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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