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음준비 ( 1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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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1. 복음준비 ( 19~24 )

by mrsoojak 2021. 12. 8.

온 인류의 어머니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9. 요셉이 동정녀의 남편으로 지명된다.

 

방장과 양탄자와 상감세공(象嵌細工)을 한 가구들로 잘 장식된 호화로운 방이 보인다. 거기에 사제들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즈가리야와 20세에서 50세 전후의 각 연령층의 많은 남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성전에 딸린 방인 것 같다.

그들은 서로 조용히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에 활기가 넘친다. 그들은 걱정스러운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들은 무슨 축제 때문에 온 것처럼 모두가 새 옷이나 손질을 잘 한 명절 옷을 입고 있다. 많은 사람은 모자 노릇을 하는 터번을 벗었고 어떤 사람들은 아직 쓰고 있으며, 특히 나이 많은 사람은 쓰고 있는데, 젊은 사랍들은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 짙은 금발도 있고, 갈색도 있으며, 어떤 머리는 매우 검은데, 한 사람은 구릿빛 도는 붉은색 머리다. 대부분의 머리는 짧지만 긴 머리도 있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도 있다. 그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 살펴보는 것으로 보아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인 모양이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므로 그들은 친척들인 것 같다.

한 구석에 요셉이 보인다. 그는 한 건강한 노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요셉은 30세쯤 되어 보인다. 머리가 짧고 숱이 꽤 많고 턱수염과 콧수염과 마찬가지로 밤색을 띤 갈색을 한 미남자이다. 그 턱수염과 콧수염은 아름다운 턱을 덮어 가리고 뺨을 향하여 올라가는데, 뺨은 갈색 머리를 가진 다른 사람들처럼 올리브색이 돌지 않고 적갈색이다. 눈은 어두운 빛깔인데, 착하고 그윽하고 대단히 근엄하며, 조금 쓸쓸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가 지금처럼 웃을 때에는 그 눈들이 기쁨과 젊음을 나타낸다. 그의 옷 전체가 엷은 밤색인데, 수수하지만 매우 단정한 옷차림이다.

젊은 레위파 신관들 한 떼가 들어온다. 그들은 문과 벽 가까이에 있는 길고 좁은 탁자 사이에 늘어선다. 벽 한가운데에는 문이 있고, 그 문은 열린 채로 있다. 다만 휘장이 바닥에서 20센티미터 되는 데까지 드리워져 있어 출입구가 가려져 있다.

모두의 호기심이 날카로워지고, 한 손으로 휘장이 열려, 위에 꽃이 핀 나뭇가지 하나가 소중히 놓여 있는 마른 나뭇가지 한 단을 안은 레위파의 신관이 통과하자 호기심은 한층 더 날카로워진다. 꽃들은 약간의 분홍색이 섞였을까 말까 할 정도의 흰 꽃잎으로 된 가벼운 꽃송이로서, 그 분홍 빛깔은 중앙 쪽에서 가벼운 꽃잎 끝쪽으로 퍼져가면서 점점 더 엷어진다. 레위파 신관은 그 많은 마른 가지들 가운데에서 기적적으로 꽃이 핀 그 가지를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매우 조심하면서 나뭇가지 단을 탁자에 내려놓는다.

소리 하나가 방안에 터진다. 목들이 늘여지고 시선들이 더 잘 보기 위하여 더 주의 깊게 된다. 즈가리야 자신도 탁자에 더 가까이 있는 사제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요셉은 자기가 있는 구석에서 나뭇가지 단을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그리고 이야기 상대자가 무엇이라고 말하자 그는 "그럴 리가 없다."는 뜻의 몸짓을 하고는 웃는다.

휘장 뒤에서 나팔 소리가 들려온다. 아주 조용해지고, 모두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서, 휘장 고리를 죽 밀었기 때문에 이제는 환히 드러난 출입구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다른 나이 많은 사제들에 둘러싸여 대사제가 들어온다. 모두가 몸을 깊이 숙인다. 대사제는 탁자 곁으로 가서 선 채로 말한다.

"내 부름에 응하여 오신 다윗 가문의 남자 여러분, 들으시오. 주께서 말씀하셨으니, 주를 찬미합시다! 그분의 영광에서 빛줄기 하나가 봄의 햇살같이 내려와서 마른 가지에 생명을 주었습니다. 엔세니의 마지막 날인 지금 땅에 있는 아무 가지에도 꽃이 피지 않는데, 비록 유다의 높은 지대에 내린 눈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나 이 가지는 기적적으로 꽃이 피었습니다.- 이것이 시온과 베다니아 사이에 있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흰 빛깔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보호자라고는 오직 그분(하느님)밖에 모시지 못한 다윗 가문의 동정녀의 아버지와 보호자가 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성전과 그의 가문의 영광인 거룩한 아이, 그가 하느님의 말씀의 영원하신 분의 마음에 드는 남편의 이름을 그에게 알게 하실 만한 자격을 얻었습니다. 주께 매우 소중한 동정녀의 보호자가 되라고 그분께 선택받은 사람은 참으로 의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동정녀를 잃는 우리의 슬픔이 가라앉고, 우리는 그 아내가 되는 운명에 대하여 이제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지명하신 남자에게 우리는 하느님의 강복과 우리의 축복이 내리는 그 동정녀를 마음 놓고 맡깁니다. 남편의 이름은 갈릴래아의 나자렛에서 목수일을 하는 다윗 지파의 베들레헴 출신 야곱의 아들 요셉입니다. 요셉, 앞으로 나오시오, 대사제가 그대에게 명령하는 것이오."

대단히 웅성거린다. 머리들이 돌아가고, 손과 눈들이 실망과 만족을 나타내는 손짓 눈짓을 한다.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 자기들이 제비에 뽑히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 틀림없다.

요셉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거북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이제 탁자 앞에 와서 대사제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 그 앞에 서 있다.

"모두 와서 가지 위에 적혀 있는 이름을 보시오. 각기 자기 자신의 나뭇가지를 집어 속임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시오."

사람들은 복종한다. 그들이 대사제가 소중히 들고 있는 가지를 쳐다보고, 각자가 자기의 가지를 집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꺾고 어떤 사람들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모두가 요셉을 바라본다. 어떤 사람들은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고 어떤 사람들은 축하를 한다. 모임이 시작될 때에 요셉이 같이 이야기하던 작은 노인이 그에게 말한다. "요셉, 내가 자네에게 말했지, 가장 자신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시합에 이긴다"라고.

이제는 모두가 열을 지어 지나갔다.

대사제는 꽃핀 가지를 요셉에게 주고 나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한다." 그대도 알다시피,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주시는 아내는 부자가 아니오. 그러나 그 처녀에게는 모든 덕이 있소. 항상 그에게 더 알맞은 사람이 되시오. 이스라엘에 그처럼 아름답고 깨끗한 꽃은 없소. 이제는 모두들 나가시오. 요셉은 남으시오. 그리고 신부의 친척인 즈가리야, 당신은 신부를 데려오시오."

대사제와 요셉을 빼고는 모두 나간다. 문에 다시 휘장을 드리운다.

요셉은 위엄 있는 사제 곁에 겸손하게 서 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대사제가 요셉에게 말한다. "마리아가 그대에게 자기가 한 서원을 말하기로 되어 있소. 그의 수줍음을 도와주시오. 그렇게도 착한 마리아에게 착하게 구시오."

"제 온 힘을 기울여 그에게 봉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하여는 아무 희생도 짐스럽게 여겨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점은 안심하십시오."

마리아가 즈가리야와 파누엘의 딸 안나와 같이 들어온다.

"마리아야. 오너라" 하고 대사제가 말한다. 여기 하느님께서 네게 정해주신 네 남편이 있다. 나자렛의 요셉이다. 그러니까 너는 네 고장 읍내로 돌아가게 된다. 이제 나는 너희들을 남겨둔다.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강복하시고, 주께서 너희들을 보호하시고 강복하시며, 너희에게 당신의 얼굴을 보이시며 항상 너희를 불쌍히 여기시기를 바란다. 주께서 너희들에게로 얼굴을 돌리시고 너희에게 평화를 주시기 바란다."

즈가리야는 대사제를 모시고 나간다. 안나도 신랑과 서로 축복하고 나간다.

두 약혼자가 마주 서 있다. 마리아는 얼굴이 새빨개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요셉도 약간 얼굴을 붉히고 마리아를 살펴보며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궁리한다. 마침내 그 말을 찾아내서 얼굴이 환해진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마리아 잘 있었어요? 나는 마리아가 난 지 며칠밖에 안 되는 갓난아기적에 보았소‥‥나는 당신 아버지의 친구였고, 내게는 당신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던 내 아우 알패오의 작은 아들이 있어요. 알패오는 당신 어머니에게는 어린 친구였지요. 알패오는 지금 열여덟 살밖에 안됐고, 당신이 아직 나지 않았을 적에는 아주 어린아이여서 그를 다정스럽게 사랑하시던 당신 어머니의 슬픔을 위로해 드렸소. 당신은 아주 어릴 적에 여기 왔기 때문에 우리를 모르오. 그러나 나자렛에서는 모든 사람이 당신을 많이 사랑하고, 그 탄생이 아기를 못 가지는 여인을 다시 꽃피게 하신 주님의 기적이었던 요아킴의 어린 마리아의 말을 하고 있소‥‥ 그리고 나는 당신이 나던 날 저녁을 기억하고 있소‥‥ 다 익은 농작물을 살린 거센 비와 벼락이 치면서도 야생 히이르 한 그루조차 부러뜨리지 않았고, 사람들이 일찍이 본 것보다 더 크고 더 아름다운 무지개로 끝난 뇌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날 저녁을 기억하고 있소. 그리고 또‥‥ 누가 요아킴의 기쁨을 기억하지 않아요? 요아킴은 당신을 이웃 사람들에게 보이면서 흔들고 있었소‥‥ 당신이 하늘에서 온 꽃인 것처럼 당신을 감탄해서 보고 모든 사람에게 그의 감탄을 전해 주는 것이었소. 그렇게도 아름답고 그렇게도 착하고 지극히 우아하고 지혜로운 말을 하던 그의 마리아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을 떠난 행복한 늙은 아버지였소‥‥ 그분이 당신을 감탄하며 바라보고 당신보다 더 아름다운 여자가 없다고 말한 것은 옳은 말이었소! 그리고 또 당신 어머니는? 당신 어머니는 당신 집이 있는 구석을 노래로 채우곤 했소. 당신을 가졌을 때와 당신에게 젖을 먹일 때에는 봄날의 종달새와 같았소. 내가 당신의 요람을 만들었소. 당신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장미꽃을 새겨서 장식한 작은 요람이었소. 어쩌면 그 요람이 닫혀 있는 당신 집에 아직 있는지도 모르오. 마리아, 나는 나이가 많소. 당신이 났을 때 나는 목수일을 배우고 있었소. 벌써 일을 하고 있었지요‥‥ 내가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리라는 말을 누가 했겠소? 우리가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기 때문에 당신 부모가 걱정을 덜 하면서 돌아가셨을 것이오. 당신 아버지가 내 인생의 훌륭한 스승이었기 때문에 그분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면서 내가 그분의 장사를 지냈소."

마리아는 요셉이 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점점 더 안심이 되어 얼굴을 천천히 쳐든다. 요셉이 요람 이야기를 할 때에 마리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요셉이 자기 아버지에 대하여 말할 때에는 그에게 손을 내밀고 말한다. "요셉 씨, 고맙습니다." 수줍고 다정스러운 "고맙다"는 인사였다.

요셉은 그의 짧고 튼튼한 목수의 양손으로 재스민 향내가 나는 작은 손을 잡고 마리아를 안심시켜 마지않는 애정을 가지고 손을 쓰다듬는다. 요셉은 아마 다른 말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다시 입을 다문다. 그러자 요셉이 말을 잇는다. "알겠소? 집은 오솔길을 로마의 화물 운송차들을 위한 도로로 변형시키기 위해, 집정관이 내린 명령으로 헐린 부분을 빼고는 그대로 있소. 그렇지만 밭들에서 남아있는 것은-왜냐하면‥‥ 당신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당신 재산의 많은 부분이 희생되었기 때문이오, 아시겠소.-좀 소홀히 다루어져 있소. 3년째나 나무와 포도나무들이 정원사의 전지가위를 못 보았고 땅은 황폐하고 단단해졌소. 그러나 당신이 아주 어렸을 적에 있던 나무들은 아직 거기에 있소. 그래서 만일 당신이 허락하면 내가 즉시 돌보겠소."

"요셉 씨, 고마워요. 그렇지만 그것 아니라도 당신의 일이 있는데‥‥."

"나는 하루의 처음 시간과 마지막 시간에 당신 정원 일을 하겠소. 요사이는 해가 길어지오. 봄까지는 당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이 정돈되기를 원하오. 보시오, 이것은 집에 닿아 있는 편도나무 가지요. 나는 이 가지를 꺾기를 원했소‥‥ -큰 구멍이 난 울타리로 사방에 들어갈 수가 있소. 하지만 그것을 다시 튼튼하고 빽빽하게 만들어 놓겠소.-나는 내가 선택될 경우를 생각해서 이 가지를 꺾고자 했소. -그렇지만 나는 나자렛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지는 않았소. 내가 소집에 응한 것은 그 소집이 사제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지 결혼을 바라서가 아니었소. -그러니까 다시 나뭇가지 얘긴데, 당신이 당신 집 정원의 꽃을 가지는 것을 기뻐하리라고 생각하고 꺾은 것이오. 마리아, 옛소. 이 가지와 함께 내 마음을 당신에게 주오. 내 마음은 이제 까지 와는 주님만을 위해서 피었었는데, 이제는 내 아내인 당신을 위해서 피오."

마리아는 가지를 받는다. 마리아는 감격하여 요셉을 더 안심하고 기뻐하는 태도로 쳐다본다. 마리아는 요셉을 믿을 수 있다고 느끼고, 그다음 "나는 수도를 하는 사람이오" 하고,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는 얼굴이 환해지며 용기를 낸다. "요셉 씨, 저도 온전히 하느님께 속해 있어요. 대사제님이 당신에게 그 말을 하셨는지 모르겠군요."

"대사제님은 그저 당신이 착하고 순결하며, 당신이 한 어떤 서원을 내게 알려줄 것이라고 하면서 당신에게 착하게 굴라고만 말씀하셨소. 마리아, 말하시오. 당신의 요셉은 당신의 모든 소원에 당신이 행복하게 만들기를 원하오. 나는 당신을 육체적으로 사랑하지 않소. 나는 하느님께서 내게 주시는 거룩한 처녀인 당신을 내 정신에 따라 사랑하오! 나를 남편으로 생각하지 말고, 아버지와 오빠로 생각하시오. 당신을 아버지에게 맡기듯 내게 맡기고, 오빠를 신뢰하듯 나를 믿으시오."

"저는 아주 어려서 저를 주님께 바쳤어요. 이스라엘에서는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저는 메시아의 강림을 위해 제 동정을 사랑의 희생으로 요구하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이스라엘이 메시아를 기다린지가 정말 오래됐어요‥‥ 이를 위해서 어머니 되는 기쁨을 포기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닙니다‥‥"

요셉은 마리아의 깊은 마음속을 읽으려고 하는 듯이 마리아를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나서, 아직 꽃핀 나뭇가지를 손가락 사이에 들고 있는 작은 두 손을 잡고 말한다. "나도 내 희생을 당신의 희생에 합치겠소. 그리고 우리의 순결로 영원하신 분께 하도 많은 사랑을, 너무나도 많은 사랑을 보여드려 하느님께서 구세주를 온 세상에 더 일찍 보내주시고 우리에게 구세주의 빛이 세상을 비추는 것을 보도록 허락하시게 합시다. 마리아, 오시오. 주의 집 앞에 가서 우리가 천사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서로 사랑하겠다고 맹세합시다. 그런 다음 나는 나자렛으로 내려가서 당신의 모든 것을 준비하겠소. 당신이 더 좋다면. 당신 집에. 당신이 원한다면 다른 곳에 준비하겠소."

"제 집에요‥‥ 안쪽에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도 있어요?"

"지금도 있기는 하오. 그러나 이제는 당신의 것이 아니오‥‥ 그러나 당신이 하루의 제일 더운 시간에 피해 들어갈 수 있을 조용하고 서늘한 동굴을 하나 만들어 주겠소. 그 동굴을 전의 동굴만큼 크게 만들겠소. 그리고 당신과 동무할 사람을 누구를 원하는지 말하시오."

"아무도 없어요. 저는 무섭지 않아요. 늘 저를 보러 오는 알패오의 어머니가 낮에는 저와 좀 같이 있어 줄 것입니다. 밤에는 저 혼자 있는 것이 더 좋아요. 아무 불행도 제게 올 수 없어요."

"그리고 또, 이제는 내가 거기 있고‥‥ 언제 당신을 데리러 와야 하오?"

"요셉 씨가 원하는 때에요."

"그러면 집이 잘 정리되는 대로 오겠소. 나는 아무것도 흐트러뜨리지 않겠소. 나는 당신이 당신 집을 어머니가 남겨놓으신 그대로 다시 보기를 원하오. 그렇지만 집이 아주 해가 잘 들고 매우 깨끗해서 음산한 것이 없이 당신을 맞아들이게 하고 싶소. 마리아, 오시오. 지극히 높으신 분께 우리가 그분을 찬미한다고 말씀드립시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마음에는 마리아가 느끼는 안정감이 남아 있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20. 동정녀 마리아와 요셉의 결혼

 

그를 환대하는 친구들과 여선생들 가운데에 신부 옷차림을 한 마리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들 가운데에는 엘리사벳도 있다.

마리아는 귀한 비단으로 보이는 매우 보드랍고 고운, 눈이 부실만큼 하얀 옷으로만 단장하였다. 끌로 세공한 금과 은으로 된 허리띠. 허리띠는 온전히 작은 사슬로 연결된 큰 메달로 되어 있는데, 각 메달은 세월이 흘러서 갈색으로 변한 은 바탕에 금실로 뜬 레이스이다. 허리띠는 마리아의 가는 허리를 꽉 죈다. 그리고 아직 나이 어린 마리아에게는 아마 너무 길기 때문인지 마지막 메달 세 개가 앞으로 늘어져 있다. 허리띠는 짤막한 끌리는 옷자락이 달릴 대단히 넓은 옷의 주름들 사이로 내려온다. 그만큼 대단히 길다. 마리아의 작은 발에는 은으로 된 죔쇠가 달린 대단히 흰 샌들이 신겨져 있다.

목에는 허리띠의 모티브를 더 작게 재현하는 은으로 된 선세 공(線細工)이 달린 금으로 만든 장미꽃 모양이 되어 있는 가는 사슬로 옷이 고정되어 있는데, 그 사슬은 깃이 깊게 파인 곳의 커다란 틈들을 통하여 지나가며 주름들을 모아서 일종의 작은 가슴장식을 만들어 놓는다. 마리아와 목은 흰 옷 주름 속에서 귀중한 사(紗)로 둘러싼 대 모양으로 우아하게 나타나서 한층 더 가늘고 희게 보인다. 감동으로 인하여 한층 더 창백하고 더 순결한 백합 같은 얼굴에 피어나는 백합 꽃대와 같다. 지극히 깨끗한 제물의 얼굴이다.

머리가 이제는 어깨에 덮여 있지 않다. 서로 땋은 머리로 우아하게 정리되어 온전히 선세공(線細工) 자수로 된 귀중한 갈색 은줄로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오며 적당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어머니의 베일이 이 땋은 머리 위에 얹혀 있어 대단히 흰 이마를 죄고 있는 귀중한 얇은 판 아래로 대단히 기분 좋은 주름을 이루며 내려온다. 베일이 안나의 허리까지만 내려왔었는데, 마리아는 어머니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둔부까지 내려가고도 더 내려간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손목에는 팔찌가 있다. 그러나 그 손목이 어찌나 가는지 어머니의 무거운 팔찌가 손등에까지 내려온다. 그리고 만일 마리아가 그것들을 흔들면 아마 땅에 떨어질 것이다.

동무들이 마리아를 이리저리 뜯어보며 감탄한다. 질문을 하고 감탄하는 소리를 지르는 것이 꼭 참새들이 명랑하게 지저귀는 것 같다.

"이거 네 어머니 거였니?"

"정말 오래된 거야?"

"사라야, 이거 얼마나 이쁘니, 이 허리띠 말이야!"

"그리고 이 베일은 어떻고, 수산나 야, 얼마나 고운지 봐라. 그리고 씨실에 짜 놓은 이 백합꽃들 하며!"

"마리아야, 팔찌 좀 보여줘! 이거네 어머니 것이었니?"

"어머니가 하시던 거야. 그렇지만 내 친할머니에게서 온 거야."

"아아! 이것 좀 봐. 종려나무와 올리브나무 잔가지들 사이에 뒤섞어서 솔로몬의 인장이 있고, 나뭇가지들 사이에는 백합꽃과 장미꽃들이 있어. 아니, 누가 이렇게도 완전하고 치밀걸 만들었니?"

"이건 다윗 가문의 것들이야" 하고 마리아가 설명한다. 긴 세월을 두고 여자 둘이 시집갈 때에 이 보석들을 지니는 거야. 그리고 상속으로 전해 내려오는 거야."

"맞아! 너는 상속을 받는 딸이지‥‥."

"이걸 전부 나자렛에서 너한테 가져온 거니?"

"아니야.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내 사촌 언니가 혼수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고 언니 집으로 가져갔어. 지금은 언니가 내게 가져온 거지."

"혼수가 어디 있니? 어디 있어? 친구들에게 보여주라."

마리아는 어찌할지를 모른다‥‥ 상냥하고 싶기는 하다. 그러나 무거운 큰 궤 세 개에 정돈되어 있는 그의 소지품 전부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싶기도 하다. 여선생들이 개입해서 마리아를 도와준다. "신랑이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지금은 무엇을 어질러 놓을 때가 아니다. 마리아를 그냥 놔두어라, 너희들 때문에 피곤하다. 그리고 가서 준비를 해라." 재잘거리는 처녀 떼가 약간 뿌루퉁해서 떠나간다. 마리아는 그에게 찬사와 축복의 말을 하는 여선생들과 같이 조용히 즐길 수 있다.

엘리사벳도 가까이 왔다. 마리아는 파누엘의 딸 안나가 "내 딸아" 하고 부르면서 정말 어머니다운 감정을 가지고 그에게 입맞춤해 주기 때문에 감격하여 운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말한다. "마리아야, 네 어머니가 여기 계시지 않지만 그래도 여기 계시다. 어머니의 정신이 네 정신 곁에서 기뻐서 어쩔 줄 모른 신다. 그리고 보아라, 네가 입고 있는 옷과 달고 있는 장신구들이 네게 네 어머니의 애무를 다시 준다. 너는 그 옷과 장신구에서 어머니의 입맞춤의 맛을 또다시 느낀다. 오래전 네가 성전에 온 바로 그날 네 어머니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그 애의 옷하고 신부의 혼수를 마련해 주었어. 그 애의 기쁨의 날에 내가 빠지지 않게 내가 아마포를 길쌈하고 그 애의 신부 옷을 만들어 주고 싶다' 하고. 그리고 알겠니? 네 어머니의 말년에 내가 네 어머니의 시중을 들고 있을 때, 네 어머니는 매일 저녁 네 첫 번 옷과 네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쓰다듬겠다고 했다. 네 어머니는 '나는 여기서 내 어린것의 재스민 향기를 맡는다, 그리고 그 애가 여기서 엄마의 입맞춤을 느끼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네 이마를 덮어가리는 이 베일에 얼마나 입맞춤을 많이 했는지! 실의 수보다 입맞춤의 수가 더 많다!‥‥ 그리고 엄마가 짠 속옷을 입을 때는 베틀보다도 네 어머니의 사랑이 더 그것들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이 목걸이들‥‥ 시련을 겪던 바로 그 시기에 네 아버지가 이것들을 구하셨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다윗 왕가의 왕녀가 지금 이 시간에 그래야 마땅한 것처럼 너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였다. 마리아야. 명랑해져라. 너는 고아가 아니야, 부모님이 너와 함께 계셔. 그리고 네게는 아버지도 되고 어머니도 되는 신랑이 있다. 그 사람은 그렇게도 완전하다‥‥."

"아아! 그래요! 그것은 사실이에요! 그이에 대해서는 내가 확실히 불평을 할 수가 없어요. 두 달도 안 되는 동안에 그이는 두 번이나 왔어요. 그리고 내 명령을 받으려고 비와 바람을 무릅쓰고 오는 것이 오늘로 세 번째예요‥‥ 생각 좀 해 보세요, 내 명령을 받으려고 와요! 불쌍한 여자인 나한테요, 그리고 그이보다 나이는 얼마나 어리고요! 그이는 내게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았어요. 천사가 내 소원을 그이에게 말해 주나 봐요. 그래서 내가 입을 열기 전에 그이가 내 소원 이야기를 해요. 지난번에 내게 이런 말을 했어요. '마리아, 나는 당신이 친정집에 그대로 있기를 더 원하는 것으로 생각하오. 당신은 상속을 받는 여자니까 원하면 그렇게 해도 되오. 내가 당신 집으로 가겠소. 그러나 다만 관례를 지키기 위해 내 동생 알패오의 집에서 1주일을 지내시오. 마리아가 벌써 당신을 무척 좋아하오. 그리고 혼인날 저녁 당신을 집으로 데려갈 행렬이 거기에서 떠날 거요.' 이거 친절한 마음씨 아니에요? 그이는 그의 집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말하게 하는 것은 조금도 상관하지 않아요‥‥ 내게는 그다지도 착한 그이 때문에 그이의 집이 언제나 마음에 들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물론‥‥ 내 집이 더 좋긴 하지요‥‥ 추억들 때문에요‥‥ 아아! 요셉, 그이는 정말 착해요!"

"네 서원에 대해서 뭐라고 했니? 그 말은 내게 아직 안 했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어요.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는 '내 희생을 당신의 희생에 합치겠소'라는 말까지 했어요."

"그 사람은 젊은 성인이다!" 하고 파누엘의 딱 안나가 말한다.

"젊은 성인"이 그 순간에 즈가리야와 함께 들어온다.

요셉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온통 황금색 옷을 입은 그는 동방의 어떤 군주와도 같아 보인다. 화려한 허리띠에는 주머니와 단도가 달려 있는데, 주머니는 금실로 수를 놓은 모로코가죽으로 만든 것이고, 단검도 금 줄무늬가 있는 모로코가죽으로 만든 칼집에 들어 있다. 머리에는 아직도 예를 들어 베두인 사람들 같은 어떤 아프리카 민족들이 쓰는 것과 같이 두건 노릇을 하는 보통 천으로 만든 모자인 터번을 썼는데, 작은 도금량(挑金孃) 꽃다발들이 달려 있는 가는 금테로 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그는 가장자리 술 장식이 달린 새 겉옷을 위엄을 갖추고 당당하게 입고 있다. 그의 눈은 기쁨으로 반짝인다. 그의 손에는 꽃이 피어 있는 도금량 꽃다발들이 들려 있다.

그는 인사를 한다. "내 아내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모든 이에게 평화." 그리고 사람들이 그에게 답례를 한 다음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당신 집 정원에서 나뭇가지를 가져온 날 당신이 기뻐하는 것을 보았소. 당신에게 그다지도 소중한 동굴 가까이에서 자라고 있는 도금한 꽃을 당신에게 가져올 생각을 했소. 당신 집 바로 옆에서 꽃이 피기 시작한 장미꽃을 가져오고 싶었소. 그렇지만 장미꽃은 오래가지 못해요. 게다가 여행이 여러 날 걸리니‥‥ 당신에게 가시밖에는 갖다 주지 못했을 거요. 그런데 사랑하는 당신에게 나는 오직 장미꽃만을 주고 싶고, 당신이 갈 길에 섬세하고 향기 나는 꽃들을 뿌려서 당신이 발을 디딜 때 더러운 것과 불유쾌한 것을 아무것도 만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싶소."

"아! 고마워요. 당신은 참 친절하셔요! 그 꽃을 어떻게 여기까지 그렇게 싱싱하게 가져올 수 있었어요?"

"안장에다 꽃병을 잡아매고, 그 안에 아직 봉오리로 있는 꽃가지들을 넣었었소. 길을 오는 동안에 피었소. 마리아, 옛소, 당신 이마가 순결의 상징이요 신부와 상징인 꽃 줄로 꾸며지기 바라오. 그렇지만 당신 마음의 순결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순결이지요."

엘리사벳과 여선생들이 마리아를 꽃 줄로 꾸민다. 그 여자들은 이마를 죄고 있는 값진 테에 도금한 흰 꽃 뭉치와 큰 궤 위에 있는 꽃병에서 따온 흰 작은 장미꽃들을 번갈아 꽂아서 꽃 줄을 만든다. 마리아는 어깨에 걸치려고 그의 넓은 흰 겉옷을 집으려고 한다. 그러나 신랑이 그의 행동을 앞질러서 은 핀 두 개로 겉옷을 마리아의 어깨에 고정시키는 일을 도와준다. 선생들은 옷 주름을 우아하고 사랑스럽게 정리한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동안, 요셉은 마리아와 같이 조금 옆으로 비키면서 말한다. "나는 요사이 당신의 서원을 생각했소. 내가 그것을 같이한다고 당신에게 말했지요. 그렇지만 그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정결의 유기서원*은 여러 번 갱신한다 해도 넉넉지 못하다고 점점 더 깨닫게 되오. 마리아, 나는 당신의 생각을 이해했소. 나는 아직 빛의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소. 그러나 내게는 하나의 속삭임이 오고. 그리고 이것이 나로 하여금 당신의 비밀을 적어도 대강은 읽게 하오. 마리아, 나는 가엾은 무식쟁이오. 나는 불쌍한 장인이요. 나는 글자를 모르고 보물도 가지지 못했소. 그러나 내 보물을 당신 발아래 갖다 놓소. 영원히. 하느님의 동정녀이고, 우리 조상이 말한 것과 같이 '내 아내인 누이, 닫힌 정원. 봉인한 샘물'인 당신 곁에 있을 자격을 얻기 위하여 내 절대적인 순결을 바치는 거요. 우리 조상은 아마 당신을 보고서 아가(雅歌)를 쓴 것 같소‥‥ 나는 가장 값진 열매들이 있고 거기에서 맑게 흐르는 샘물이 기분 좋고 세차게 솟아나는 향기로운 그 정원의 정원사가 되겠소. 지극히 아름다운 이여, 당신의 순진함으로 내 정신을 사로잡은 아내여, 당신은 새벽보다 더 아름답고 찬란한 태양이오. 왜냐하면 하느님과 당신의 여인으로서의 희생으로 구세주를 주기를 원하는 세상을 위하여 온전히 사랑인 당신, 당신의 마음이 찬란하게 빛나기 때문이오. 내 사랑하는 이, 오시오." 그러면서 마리아의 손을 품위 있게 잡고 문쪽으로 데리고 간다. 모든 사람이 그들을 따라가고, 밖에서는 모두 흰 옷을 입고 베일을 써서 명절 차림을 한 마리아의 동무들이 와서 합류한다.

그들은 그들을 살펴보는 관중들 사이로 마당들과 회랑들을 지나, 성전은 아니지만 예배를 드리는 큰 방인 것 같은 곳까지 간다. 과연 거기에는 회당처럼 등불들과 양피지 두루마기들이 있다. 신랑 신부는 일종의 강단인 높은 책상 앞에까지 가서 기다린다. 다른 사람들은 뒤에 늘어선다. 다른 사제들과 구경꾼들은 끝쪽에 자리 잡는다.

대사제가 장엄하게 들어온다.

구경꾼들이 웅성거린다. "대사제가 주례하는 건가?"

"그럼, 신부는 왕족과 사제 가문 출신이거든, 다윗과 아아론의 꽃이란 말이야. 신부는 성전의 동정일세. 신랑은 다윗 지파 출신이고."

대사제는 신부의 오른손을 신랑의 손에 갖다 놓고 그들에게 장엄하게 축복한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이 그대들과 같이 계시기를 하느님께서 그대들을 결합시키시고 그대들에게 당신의 평화와 많은 자손과 장수와 아브라함의 품에서 복된 죽음을 주심으로써 그대들 안에 당신의 축복을 실현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고 나서 대사제는 들어올 때와 같이 장엄하게 물러간다.

약속을 서로 교환하였다. 마리아는 요셉의 아내가 되었다.

모두가 나와, 여전히 질서 정연하게 어떤 큰 방으로 가는데, 거기에서는 혼인 계약서가 작성된다. 혼인계약서에는 다윗 가문의 요아킴과 아론 가문의 안나의 상속녀인 마리아는 지참금으로 자기 남편에게 그의 집과 거기 딸린 재산, 그의 개인적인 혼수와 그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다른 재산들을 가져온다고 씌어 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신랑 신부는 마당으로 나온 다음 성전에 고용된 여자들의 구역 가까이에 있는 문을 향하여 간다. 잘 정돈된 육중한 짐마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마차는 포장을 씌웠고 마리아의 무거운 궤들은 벌써 거기에 실려 있다.

작별인사, 입맞춤과 눈물, 축복. 충고, 권고가 있은 다음 마리아는 엘리사벳과 같이 올라와서 마차 안에 자리 잡는다. 앞에는 요셉과 즈가리야가 있다. 그들은 화려한 겉옷을 벗고 모두 짙은 빛깔의 짧은 외투들을 입었다. 마차는 털빛이 짙은 큰 말의 무거운 속보(速步)로 떠난다. 성전의 담이 멀어져 가고, 그다음에는 도시의 성곽이 멀어져 가고, 이제는 봄의 아침 햇살로 아주 새로워지고 싱싱하고 꽃이 핀 들이 나타나고. 적어도 손바닥 길이 하나는 자라고 그 어린잎들로 인하여 에메랄드 빛깔로 보이는 밀포기들이 나타난다. 어린 밀 잎들은 복숭아꽃과 사과꽃. 크로바와 야생 박하 냄새가 나는 가벼운 바람에 물결친다.

마리아는 조용히, 그의 베일 속에서 조용히 울며 가끔 포장을 열고 멀어진 성전과 그가 떠난 도시를 바라다본다‥‥.

-환상은 이렇게 끝난다.

 

* 역주 : 정결의 유기서원(프랑스말로는 nagareat temporaire)은 하느님께 특별히 자기를 봉헌하기를 원하는 남자들이 하는 서원이었다. 이 풍습은 나자렛에만 있었다. 그래서 nagareat라는 명칭이 생겼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21. "요셉은 '도장 찍은 위에 도장'처럼, 낙원 입구에 있던 대천사처럼 배치되었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지서가 지혜를 찬양하면서 무엇이라고 말하느냐? '지혜 안 에는 과연 거룩하고 오직 하나이고 다양하고 예민한 지능의 정신이 들어 있다.' 지서는 계속해서 지혜의 특성들을 열거하고 이런 말로 끝을 맺는다.'‥‥지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미리 내다보고, 모든 정신을 이해하며, 영리하고 깨끗하고 예민하다. 지혜는 그 순결로 모든 것을 뚫고 들어가고, 하느님의 정신의 발로이다‥‥. 그러므로 지혜 안 에는 불순한 것이 아무것도 없고‥‥ 하느님의 인자의 모습이다. 유일하면서도 지혜의 단일성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변함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지혜는 거룩한 영혼들에게 자기를 전해 주고 하느님의 벗들과 예언자들을 도와야 한다.'

너는 요셉이 인간적인 교양으로가 아니라 초자연적인 교육으로 이렇게 티 없는 동정녀의 봉인된 책을 읽을 줄 알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큰 덕행밖에 보지 못하는 그곳에서 초인간적인 신비를 봄으로써 예언자들의 진리를 그의 '눈'으로 가볍게 스치는지를 보았다. 하느님의 덕에서 발산되고 전능의 확실한 발산인 그 지혜가 배어든 요셉은 평온하고 안전한 정신에 인도되어 마리아라는 그 은총의 신비의 바다로 향하여 가서 정신적인 교환으로 마리아와 서로 만나는데, 정신적인 교환에서는 입술보다는 오히려 두 정신이 하느님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영흔들의 거룩한 침묵 속에서 서로 말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은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사람들 밖에는 받지 못하는데, 그것은 이런 사람들이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고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은총이 가득한 이의 일치와 존재로 늘어나는 의인의 지혜는 그를 하느님의 가장 높은 비밀 속으로 뚫고 들어가도록 준비하여 그 비밀들을 보호하고 사람들이나 마귀의 함정에서 그것을 지킬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게 되는 기회이다. 지혜는 의인을 가지고 성인을 만들고, 성인을 가지고 하느님의 정배와 아들을 지키는 사람을 만든다.

이제는 그의 순결을 천사적인 영웅적 행위로까지 가져가는 순결한 사람인 그는 하느님의 봉인을 쳐들지 않고도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동정의 금강석에 쓰인 말을 읽을 수 있으며, 거기서 읽는 것을 그의 조심성 때문에 말을 하지 않지만, 모세가 돌판에 새겨진 것을 읽은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것이다. 그리고 속된 눈이 신비의 신선미를 없애지 못하게 하려고 봉인 위에 찍은 봉인으로, 낙원의 입구에 있던 불의 대천사로 거기에 자리 잡는다.

그 낙원에서는 영원하신 분이 '저녁의 산들바람 속을 산책하시며.' 당신의 사랑이요 꽃핀 백합의 숲이요 향기가 가득 실린 미풍이요 아침의 서늘한 산들바람이며, 아름다운 별이요 하느님 과 환희인 여인과 말씀하시면서 즐기신다. 새로운 하와가 거기 자기 앞에 있다. 그의 뼈의 뼈, 그의 살의 살로서가 아니라, 그의 생활의 동무로서 거기 있다. 하느님에게서 보호하라는 위임을 받았고, 그가 받은 그대로 순결하게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하는 하느님의 산 계약의 궤가 거기 있다.

책장이 더럽혀지지 않은 그 책에는 '하느님의 정배'라고 씌어 있었다‥‥. 그리고 시련의 의심이 그 고통을 그에게 불어 보냈을 때 그는 남자로서 그리고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추측되는 독성(瀆聖) 때문에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더 고통을 당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장차 올 시련이었다. 지금 은총의 때에는 그가 보고 하느님을 더 참되게 섬기기 시작한다. 시련을 겪고 하느님의 보조자가 되기 위하여 모든 성인의 경우에 그랬던 것처럼 시련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은 이다음 일일 것이다.

레위기에 무엇이라고 씌어 있느냐? '네 형 아아론에게 아무 때나 휘장 뒤에 있는 지성소, 계약의 궤 위에 덮인 속죄소 앞에 들어와서 내가 성전 위에 구름 속에 나타난 때에 죽지 않도록 하라고 일러라. 먼저 다음과 같은 일을 하지 않고는 들어오지 말라고 일러라. 속죄 물로 송아지를 바치고 희생제물로 양을 바치며, 아마포로 지은 속옷을 입고 아마포로 만든 팬츠로 알몸을 가려야 한다.'

그런데 사실 요셉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만큼만, 하느님의 성령이 그 위에 감돌고 계시는 계약의 궤를 가리는 휘장 너머로 하느님의 지성소로 들어가서, 자기를 바치고 세상의 죄와 이 죄의 속죄를 위한 희생제물인 어린양을 바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요셉은 세상 시초의 어느 날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승리를 거두었던 본능을, 그러나 이제는 아들과 어머니와 추정상(推定上)의 아버지 안에서 짓밟힐 본능들을 없애기 위하여 그의 서원으로 괴롭혀진 몸에 아마포로 된 옷을 입고 행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은총으로 돌아오고 하느님께 인간에 대한 권리가 돌려지게 하기 위해서이다. 요셉은 이것을 그의 평생 순결로 행한다.

요셉이 골고타에는 있지 않았느냐? 너희들에게 그분이 공동 구속자들 중에 끼지 않은 것같이 보이느냐? 사실 너희들에게 말한다마는, 요셉은 공동 구속자들 중의 첫째였고, 이 때문에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에 위대한 사람이다. 희생과 인내와 꾸준함과 믿음으로 위대한 분이다. 메시아의 기적을 보지 않고 믿은 사람의 믿음보다 더 큰 믿음이 어떤 것이냐?

너희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 즉 순결, 충성, 완전한 사랑의 본보기인 내 추정상의 아버지에게 찬사를 드린다. 은총의 신비를 이행할 줄 알기 위하여 지혜의 가르침을 받아 봉인된 책을 놀라우리만큼 읽은 그분에게, 세상의 구원을 그의 모든 원수의 계략에서 보호하라고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그분에게 찬사를 보낸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22. 신랑 신부가 나자렛에 도착한다

 

포근한 2월의 가장 파란 하늘이 갈릴래아의 야산들 위에 펼쳐져 있다. 어린아이적 동정녀의 그 주기(週期)에서는 한 번도 본 일이 없는데, 이제부터는 그 모습이 마치 내가 그곳에서 난 것만큼이나 익숙해진 가파르지 않은 야산들이다.

아마 전날 밤에 온 오래되지 않은 비로 축축한 주요 도로는 먼지도 나지 않고 질지도 않다. 도로는 도시의 거리처럼 규칙적이고 깨끗하며 길 양쪽에 있는 꽃이 핀 산사나무 울타리 사이를 지나간다. 그것은 마치 쌉쌀한 향기와 나무 향기를 풍기는 눈이 덮인 지면 같은 것으로, 가시투성이이고 잎끝에는 이상한 열매가 엄청나게 많이 무질서하게 달려있는 두껍고 판판한 잎을 가진 선인장의 어마어마하게 큰 무더기들이 군데군데 널려있다. 선인장의 형상과 빛깔은 내게 언제나 폴립의 군생체와 해파리와 다른 심해의 동물들이 있는 깊은 바닷속을 연상시킨다.

울타리 너머에는 - 울타리들은 소유지들의 경계 노릇을 하며, 곡선과 각, 마름모꼴, 정사각형, 반원형, 도무지 있음 직하지 않은 예각이나 둔각을 가진 삼각형 따위로 이루어진 이상야릇한 기하학적 도면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밭들을 따라 이렇게 펼쳐놓아서, 그 위에 가지각색의 새들이 수백 마리씩 사랑을 하고 둥지를 짓고 하는 기쁨으로 날아다니고 삐악삐악 울기도 하고 노래도 하는 제멋대로인 리본과 같이 온통 흰 빛깔이 뿌려진 그림이다. - 울타리 너머에는 벌써 유다의 밀보다는 더 키가 큰 밀포기들이 있는 밭들과 "꽃이 만발한 풀밭들이 있고, 그 위로는 - 황혼으로 인하여 분홍빛, 엷은 라일락꽃 빛깔, 오랑캐꽃 빛깔, 빙카꽃 빛깔, 하늘빛을 띤 오팔색, 산호빛 오렌지색을 띤 하늘의 가벼운 구름에 어울리게 - 하얀, 분홍, 빨강과 그 중간색 모두를 포함한 빛깔의 꽃이 핀 과일나무들의 구름이 수백 개씩 늘어서 있다.

저녁의 가벼운 바람과 더불어 꽃이 핀 나무에서 첫 번째 꽃잎들이 훨훨 날아다니다가 떨어진다. 들판의 꽃들 위로 꽃가루를 찾아다니는 나비 떼 같다.

그리고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가는 사이에는 꽃장식 같은 포도넝쿨들이 있는데, 해가 더 세게 내리쬐는 꼭대기에 첫번째 작은 잎들이 천진난만하고 놀라고 팔딱거리며 돋아나는 것을 빼고는 아직 잎이 나지 않았다.

해는 빛으로 인하여 한층 더 밝아진 아주 고요한 파란 하늘에서 조용히 지고 있으며, 멀리는 헤르몬산과 멀러 떨어져 있는 산들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마차 한 대가 길을 가고 있다. 그것은 요셉과 마리아와 사촌들을 태운 마차이다. 여행이 끝나간다.

마리아는 그가 보면서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싶어 하고 알아보고 싶어 하기까지 하는 사람과 같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어떤 불명확한 기억이 되살아나서 이러저러한 물건, 어떤 특별한 지점에 멎게 되면 미소를 짓는다. 엘리사벳과 함께 즈가리야와 요셉도 이러저러한 산꼭대기, 이러저러한 집을 명확히 밝혀 말하면서 마아가 기억하는 것을 도와준다. 이제부터는 집들이 나타난다. 나자렛이 벌써 그 구릉 위에 펼쳐진 채 나타나기 때문이다.

왼쪽에 넘어가는 햇빛을 받아 도시는 분홍빛 도는 평면 지붕이 얹힌 넓고 낮은 작은 흰 집들을 보여 준다. 햇빛을 정면으로 바로 받는 어떤 집들은 불이 나서 환하게 비치는 것같이 보일 만큼 해로 인하여 붉게 되어 있다. 해는 배수구와 거의 난간이 없는 낮은 우물들을 반짝이게 하는데, 그 우물들에서는 집에서 쓸 물동이들과 채소밭에 줄 물뿌리개들이 올라온다.

어린이들과 여자들은 길가에 서서 마차 안을 흘낏 들여다보고, 잘 아는 요셉에게 인사한다. 그러나 그다음에는 다른 세 사람 앞에 겁을 집어먹고 어쩔 줄을 모르는 채로 있다.

그러나 진짜 읍내로 들어가자 이제는 어쩔 줄 모르는 것도 없고 두려움도 없어졌다. 각 연령층의 아주 많은 사람이 읍내 초입, 꽃과 잎이 우거진 나뭇가지로 된 시골풍의 홍예문 밑에 있다가, 옆에서 벗어난 마지막 시골집 모퉁이 뒤에서 마차가 나타나자마자 일제히 날카로운 고함을 지른다. 사람들은 나뭇가지와 꽃다발들을 흔든다. 그것은 신부에게 인사를 하는 나자렛의 여인들과 처녀들과 어린이들이다. 더 조심성 있는 남자들은 움직이고 요란스러운 사람 울타리 뒤에 있으면서 점잖게 인사한다.

해가 거북하지 않기 때문께 이제는 태어난 고장에 도착하기에 앞서 마차의 포장이 젖혀졌다. 이렇게 해서 마리아는 태어난 고장을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마리아는 꽃처럼 아름답게 나타난다. 천사와 같이 희고 금발인 마리아는 꽃을 던지고 키스를 보내는 어린이들과 이름을 부르는 자기 나이 또래의 처녀들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에게 축복하는 새색시들과 어머니들과 늙은 부인들에게 미소를 보낸다. 마리아는 남자들 앞에서는 절을 하고 특히 그중의 한 사람에게 절을 한다. 그 사람은 유태교 교사이거나 읍내의 유력인사인 것 같다.

마차는 큰 거리를 속보로 나아가는데 군중의 대부분이 뒤따라 온다. 그들에게 이렇게 사람들이 오는 것이 하나의 사건인 것이다.

"마리아, 저기 당신 집이 있소" 하고 요셉이 채찍으로 어떤 작은 집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그 집은 야산이 굽이치는 바로 밑에 있고, 집 뒤에는 아주 작은 올리브나무로 끝나는 아름답고 넓은 정원이 있다. 좀 더 멀리로는 으레 있는 산사나무와 선인장으로 된 울타리가 소유지의 경계를 표시한다. 전에 요아킴의 소유였던 밭들은 더 멀리 있다‥‥.

"네게 남은 것은 별것이 없다" 하고 즈가리야가 말한다. "네 아버지의 병환이 오래 끌어서 비용이 많이 들었다. 로마가 끼친 손해를 손질하는 비용도 역시 비싸게 먹혔다. 알겠니? 도로 때문에 주요한 부속건물 셋이 없어졌고 집도 줄어들었다. 비용도 많이 들이지 않고 집을 넓히느라고 동굴을 이루는 언덕 일부를 이용했다. 요아킴은 동굴에 식량을 저장했었고 안나는 베틀들을 갖다 두었었다. 너는 너 좋을 대로 하려무나."

"아아! 별것이 아닌 것은 상관없어요! 그것이면 언제나 넉넉해요. 저는 일을 할 거예요‥‥'

"안돼오. 마리아."

이것은 요셉의 말이다. "일은 내가 할 거요. 당신은 집안에서 옷가지나 챙기고 바느질이나 해요. 나는 젊고 힘이 세고, 또 당신 남편이오. 당신이 일하는 것으로 내 자존심을 해치지 마시오."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하겠어요."

"옳소, 이 문제는 내 뜻대로요. 나머지 모든 일에는 당신의 소원이 절대적이요. 그러나 이 문제에서만은 아니요."

그들은 도착하였다. 마차가 멎었다.

각기 마흔 살과 쉰 살쯤 된 두 여자와 두 남자가 많은 어린이들과 젊은이들과 같이 문 가까이에 있다.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마리아" 하고 제일 나이 많은 남자가 말하고, 한 여자가 마리아에게 다가와서 껴안고 입맞춤을 한다.

"내 형 알패오와 형수 마리아, 그리고 이분들의 아들들이요. 이분들은 당신에게 축하하고, 만일 당신이 원하면 이 분들의 집이 당신 집이라고 말하려고 온 거요." 하고 요셉이 말한다.

"그래요, 마리아. 혼자 살기가 괴로우면 와요. 시골은 봄에는 아름다워요. 그리고 우리 집은 꽃이 만발한 밭들 가운데 있어요. 거기서는 마리아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될 거예요" 하고 알패오의 마리아가 말한다.

"고맙습니다, 마리아. 기꺼이 가고 말고요. 가끔 가겠어요, 그리고 결혼식 때에는 틀림없이 갈 거고요. 그렇지만 나는 내 집을 보고 알아보기를 몹시 바래요. 내가 집을 떠날 때에는 아주 작았었고, 그래서 집 모습을 잊어버렸어요‥‥ 이제는 그 모습을 다시 찾아냈어요‥‥ 돌아가신 어머니와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를 다시 찾는 것 같고, 아버지, 어머니의 말의 메아리와 그분들의 마지막 숨의 향기를 다시 찾아내는 것 같아요. 나는 내 주위를 담이 둘러싸 안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고아가 아닌 것 같아요‥‥ 나를 이해해주세요. 마리아" 마리아의 목소리는 그의 감동을 나타내고 눈물이 속눈썹에 구슬처럼 맺힌다.

알패오의 마리아가 대답한다. "사랑하는 마리아 좋을 대로 해요. 나는 마리아가 나를 언니와 친구로 느끼고, 또 내가 훨씬 나이가 많으니까 어머니처럼 좀 느끼기를 원해요."

다른 여자도 앞으로 나아온다. "마리아야, 잘 있었니? 나는 네 어머니의 친구 사라다. 나는 네가 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기 알패오의 손주이고 네 어머니의 친한 친구인 알패오가 있다. 네가 좋다면 네 어머니에게 한 것처럼 네게도 하겠다. 알겠니? 내 집이 네 집과 제일 가깝고 네 밭이 지금은 우리 것이 되었다. 그렇지만 네 가 오고 싶으면 언제라도 와도 된다. 울타리에다 통로를 만들자, 그러면 각기 자기 집에 있으면서 함께 있는 것이 될 거다. 이이가 내 남편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제 부모님께 베풀어주신 모든 착한 일과 제게 베풀어주고자 하시는 모든 착한 일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무거운 궤들이 내려져서 집으로 옮겨졌다. 모두들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이다음에 예수의 생애에서 볼 것과 같은 나자렛의 작은 집을 알아보게 된다.

요셉은 마리아의 손을 잡고-으레 하는 몸짓이다-이렇게 들어간다. 문지방에서 그는 마리아에게 말한다."이제는 이 문지방에서 당신에게서 약속 한 가지를 받고 싶소. 어떤 일이 닥쳐오거나 무슨 일을 당하거나 요셉 말고 당신이 힘을 빌어야 할 다른 친구나 다른 도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하고 어떤 이유로든지 당신의 근심 속에 혼자 틀어박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요. 내가 온전히 당신 뜻대로 된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그리고 당신의 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내 기쁨일 것이고, 또 행복은 언제나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그 길을 당신에게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내 기쁨일 거요."

"요셉, 약속해요."

문과 창문들을 연다. 넘어가는 해가 이상한 듯이 들어온다.

마리아가 이제는 겉옷과 베일을 벗었다. 왜냐하면 도금량 꽃만 빼고는 아직 결혼식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꽃이 만발한 정원으로 나간다. 그는 둘러보고 웃으며, 여전히 요셉에게 손이 잡힌 채 정원을 한 바퀴 돈다. 잃었던 곳을 다시 차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요셉은 자기가 한 일을 마리아 에게 보여 준다.

"봐요. 여기에 빗물을 모아 물 구덩이를 하나 파 놓았소. 이 포도나무들이 늘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오. 이 올리브나무는 새로운 힘을 주려 제일 늙은 가지들을 잘랐소. 사과나무 두 그루가 죽었기 때문에 이 사과나무들을 심었고, 또 저기에는 무화과나무를 심었소. 이 나무들이 크면 너무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고 호기심 많은 눈들이 집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보호해줄 거요. 여기는 그전부터 있는 포도나무 시렁인데, 썩은 버팀목만 갈고 가위로 가지를 다듬기만 했소. 포도가 많이 열릴 것으로 생각하오. 그리고 여기 봐요" 하고 아주 자랑스러운 듯이 집 등 뒤에 서서 과수원의 경계가 되어있는 비탈로 마리아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여기에는 조그마한 동굴을 파고 버팀목으로 버티어 놓았소 이 나무들이 크면 이 동굴이 거의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큼 클 거요. 샘물은 없어졌소‥‥ 그렇지만 물줄기를 끌어을 생각이오. 내가 당신을 보러 올 때에 여름의 긴 저녁시간 동안 일을 하겠소‥‥."

"아니, 뭐라고?" 하고 알패오가 말한다.

"너희들 올여름에 결혼을 하는 것 아니냐?"

"아니, 마리아는 혼수에 꼭 한 가지 빠진 것, 즉 양털 홑이불을 짜기를 원해. 그것이 나는 기뻐. 마리아는 아주 어리니까 1년이나 혹은 그 이상도 기다리는 것이 상관없어. 그러는 동안 집에도 익숙해질 거고‥‥."

"아! 너는 항상 다른 사람들하고 조금 달랐는데 지금도 그렇구나. 마리아와 같은 꽃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을 누가 서두르지 않을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너는 여러 달을 기다린다니‥‥."

"오랫동안 기다린 기쁨은 더한층 강하게 느끼는 기쁨이야."

요셉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형은 어깨를 들썩하면서 묻는다.

"그럼 언제 결혼을 할 생각이냐?"

"마리아가 열여섯 살이 되면 장막절 후에. 신랑 신부들에게는 겨울 저녁시간이 즐거울 거야!‥‥"

그러면서 요셉은 마리아를 보면서 웃는다. 즐거움이 넘치는 비밀협정, 위로가 되는 형제적인 순결의 협정을 담은 미소이다. 그런 다음 다시 정원 돕는 일을 계속한다.

"여기는 작은 언덕에 있는 방이요. 당신이 좋다면, 내가 왔을 때 내 작업장을 만들겠소. 이 방은 집과 통하기는 하지만 집안에는 있지 않아요. 그래도 소음도 없고 어지러운 것도 없을 거요. 그렇지만 당신이 달리 원하면‥‥."

"아니에요, 요셉. 그렇게 하면 아주 좋겠어요."

사람들은 집안으로 들어가서 등불을 밝힌다.

"마리아가 피곤하니, 사촌들과 조용히 있게 놔둡시다." 하고 요셉이 말한다.

모두가 인사를 하고 떠난다. 요셉은 아직 몇 분 동안 남아서 즈가리야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당신 사촌이 엘리사벳을 얼마 동안 당신하고 같이 있게 한다는데, 기쁘오? 나는 기쁘오. 엘리사벳이 당신이 주부가 되는 것을‥‥ 도와줄 터이니까 말이오. 엘리사벳과 함께 당신 취미대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세간들을 정돈할 수 있을 거요. 그리고 나는 매일 저녁에 와서 당신을 돕겠소. 엘리사벳과 같이 양털과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할 수 있을 거요. 지출은 내가 처리하겠소. 무슨 일에나 내게 호소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기억해요. 잘 있어요, 마리아. 당신 집인 이 집에서 주인마님으로서의 첫날밤 잠을 자오. 그리고 하느님의 천사가 당신의 잠을 평화롭게 해 주기를 바라오. 주께서 항상 당신과 같이 계시기를."

"요셉, 잘 가세요. 그리고 당신 도하 느님의 천사의 날개 밑에 있기를 바라요. 요셉, 고마워요. 모든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한 제 사랑이 당신의 사랑과 일치할 것입니다."

요셉은 사촌들에게 인사하고 나간다.

-이와 동시에 환상이 끝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주기는 지나갔다. 그리고 그다지도 상냥하고 기분 좋은 네 예수는 요사이의 소란 밖으로 충격 없이 너를 데리고 갔다. 부드러운 모직으로 된 옷을 입고 폭신한 방석에 뉘어진 어린아이처럼, 너는 그 행복한 환상 속에 잠겨, 서로 사랑하는 대신에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의 잔인성, 공포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였다. 너는 이제 어떤 일들은 견디어 내지를 못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 '대변자'를 아끼기 때문에 네가 그런 일로 인해서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세상에서는 희생자들이 고통을 당한 모든 실망의 원인이 사라질 참이다. 마리아야, 너도 네 개인적인 감정을 왜곡하는 너무나 많은 이유로 인해서 무섭게 고통을 당하는 시간이 끝날 참이다. 너는 희생자이니, 고통은 계속 당할 것이다. 그러나 네 고통의 일부분은 그칠 것이다. 그런 다음 내가 막달라의 마리아에게 말할 것처럼 네게 이렇게 말할 날이 올 것이다. '쉬어라. 이제 네가 쉴 때가 되었다. 네 가시들을 내게 다오. 이제는 장미꽃의 때이다. 쉬면서 기다려라. 축복받은 딸아, 네게 강복한다' 하고.

나는 이 말을 네게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너는 가시에 뒤덮이고 묶여서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굴러들어 갈 때가 온 그 순간에는 그 약속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이 말을 나는 지금 나라는 사랑만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고통을 멎게 할 수 있을 때에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기쁨을 가지고 네게 되풀이해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을 나는 네게 한다마는 이제 희생의 때는 끝난다. 그리고 알고 있는 나는 이 말을 알지 못하는 세상을 위하여, 이탈리아를 위하여, 비아렛지오를 위하여, 그들의 희생을 위하여, 희생 제물들에게 마련해 둔 감사하다는 말을 네가 내게 가져다준 이 작은 고장을 위하여 네게 하는 것이다. -이 글의 뜻을 묵상하여라- 내가 동정녀이면서 아내인 체칠리아를 네게 보여주었을 때 나는 체칠리아에게 내 향기가 배어 있었고 그 향기 냄새로 남편과 남편의 형제와 하인들과 친척들과 친구들을 끌어당겼다고 말하였다. 너는 알지 못하고 하였다. 그러나 알고 있는 내가 미치광이가 된 이 세상에서의 체칠리아의 역할을 네게 말하는 것이다. 너는 나로, 내 말로 가득 차 있다. 네가 내 소원들을 사람들에게 전하였고, 그중에서 가장 착한 사람들은 이해하였고, 희생자인 네 뒤를 따라 많고 많은 사람이 나왔다. 그래서 네 조국과 네게 가장 소중한 곳들이 완전히 멸망하지 않은 것은 네 본보기와 네 활동에 따라 많은 희생제물이 바쳐졌기 때문이다. 축복받은 딸아, 고맙다. 그러나 아직 계속하여라. 나는 세상을 구원하고 세상을 구속할 필요를 대단히 느낀다. 너희들 희생제물이 구속의 값이다. 성인들을 가르쳤고 너를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지혜가 너를 점점 더 지식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로 들어 올린다. 너도 주의 집 옆에 조그마한 천막을 세워라. 지혜의 거처 안에 네 천막의 말뚝들도 박고, 절대로 거기서 나오지 말고 있어라. 너는 꽃이 핀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새와 같이 주의 보호 아래 쉴 것이고, 주께서는 너를 모든 정신적인 기후 불순에서 보호해 주실 것이며, 너는 하느님의 영광의 빛 속에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는 너를 위하여 평화와 진리의 말씀이 내려올 것이다. 평안히 가거라. 축복받은 딸아, 네게 강복한다."

 

바로 뒤에 동정녀 마리아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엄마(성모님)에게서 마리아 발또르따에게 축일을 위한 선물을 보낸다. 여러 가지 선물이다. 그리고 선물들 가운데 혹 가시가 있더라도 그만큼 사랑하신 일이 별로 없을 만큼 너를 사랑하신 주님을 원망하지 말아라. 내가 처음에 네게 이렇게 말했었지. '내게 대해서 써라. 어떤 수고에도 위로를 얻을 것이다' 하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너는 알게 되었다. 이 선물은 이 혼란한 시대를 위하여 너에게 마련한 것이다. 우리는 정신만을 돌보지 않고, 정신이 그 사명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정신을 지배하지 않고 오히려 정신에 유익한 하녀 노릇을 하는 물질에 대해서도 마음을 쓸 줄 안다. 네게는 참으로 아버지이시고, 인간적인 의미로도 다정스러운 아버지이시며, 네가 보면 무서워할 것을 네게 감추시기 위해 감미롭고 황홀하게 해 주시는 지극히 높으신 분께 감사하여라. 나를 점점 더 사랑해라. 나는 너를 내 어릴 적의 비밀 속으로 데리고 갔다. 이제 너는 엄마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 딸처럼, 희생의 운명으로는 자매처럼 나를 사랑해라. 그리고 아버지 하느님, 아들 하느님, 성령 하느님을 완전한 사랑으로 사랑해라.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강복이 내 손을 거치며 네게 대한 어머니로서의 내 사랑의 향기를 머금고 네게로 내려가 머물기를 바란다. 초자연적으로 행복하여라."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23. 성모영보 (聖母領報)

 

내가 보는 것은 다음과 같다. 아주 어린 처녀인 -보기에 기껏해야 열다섯 살이나 되었을- 마리아가 사각의 작은 방에 있다. 정말 처녀의 방이다.

두 벽 중에서 제일 긴 벽에 기대어 침대가 놓여 있다. 테두리가 없고 돗자리나 양탄자를 씌운 낮은 침대이다. 그것들을 탁자나 갈대밭 위에 펴 놓은 것 같다. 과연 그것들은 딱딱해서 우리네 침대가 그렇게 되는 것처럼 곡선을 이루지 않는다. 다른 벽에는 기름등잔과 양피지 두루마리들과 자수 같은 정성스럽게 개켜놓은 바느질감이 놓여 있는 선반이 있다. 정원 쪽으로 열려 있는 문에는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이 내려져 있고, 그 곁에 낮은 걸상에 동정녀 마리아가 앉아 있다.

마리아는 매우 희고 비단같이 보드라운 아마를 짓고 있다. 아마보다 약간 덜 밝은 빛깔인 그의 작은 손들은 가락을 재빨리 돌린다. 젊고 작은 얼굴은 몹시도 몹시도 아름다우며, 무슨 즐거운 생각을 품고 있는 것처럼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약간 숙여져 있다.

작은 집과 정원에는 깊은 고요가 흐른다. 마리아의 얼굴에도 그 주위에도 깊은 평화가 감돌고 있다. 평화와 질서, 모든 것이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외양과 가구가 매우 검소하여 수도자의 독방 같은 환경이 무엇인가 엄격함과 위풍당당함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깨끗함 때문이기도 하고 침대 위의 천들과 두루마리들과 등불과 등불 곁에 구리로 만든 작은 물병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물병 안에는 꽃핀 나뭇가지 한 다발이 꽂혀 있는데, 복숭아나무 가지인지 배나무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약간 분홍빛깔이 도는 꽃이 달린 과일나무 가지이다.

마리아는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다가 목소리를 조금 크게 낸다. 대단한 노래솜씨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벌써 작은방에서 떨리는 목소리이고 그의 영혼이 떨리는 것이 느껴지는 목소리이다.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틀림없이 히브리말이다. 그러나 마리아가 자주 "야훼"라는 말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성가인가 보다고, 아마 성시인가 보다고 이해한다. 아마 마리아는 성전의 성가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고, 실과 가락을 잡고 있는 손들을 가슴에 얹고, 머리를 쳐들어 뒤에 있는 벽에 기대는 것으로 보아 즐거운 추억임이 틀림없다. 그의 얼굴은 발랄한 안색으로 빛나고 무언지 모를 즐거운 생각에 잠긴 눈은 참는 눈물로 인하여 더 빛나게 되며 그 눈물 때문에 더 커 보인다. 그런데도 그의 눈은 웃고 있으며, 그것들이 쫓고 둘레에 있는 것에서 따로 떼어놓는 어떤 생각에 미소를 짓는다. 마리아의 얼굴은 매우 소박한 흰 옷 사이로 볼그레하게, 머리 둘레에 화관처럼 얹고 있는 땋은 머리에 둘러싸여서 나타난다. 한 송이 아름다운 꽃 같다.

노래가 기도로 변한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신 주님, 땅 위에 평화를 가져오게 당신의 종을 보내기를 지체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그리스도의 내림을 위하여 유리한 시간과 순결하고 아기를 낳는 동정녀를 일으키십시오. 아버지, 거룩하신 아버지, 당신의 종에게 이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저로 하여금 땅 위에서 당신의 빛과 당신의 정의를 보고 구속이 완성된 것을 본 후에 죽게 허락하여 주십시오. 거룩하신 아버지, 예언자들이 갈망하게 한 것을 보내십시오. 당신 여종에게 구속자를 보내 주십시오. 제 목숨이 끝나는 시간에, 당신께 바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당신의 그리스도에 의하여 당신의 처소의 문들이 이미 열렸을 것이기 때문에 저를 위하여 당신의 처소의 문이 열리게 해 주십시오. 오십시오, 주님의 성령이여, 오십시오. 당신을 기다리는 신자들에게로 오십시오. 평화의 왕이여, 오십시오!‥‥" 마리아는 이렇게 탈혼에 빠져 있다‥‥.

누가 뒤에서 바람을 일으키거나 젖히려고 흔드는 것처럼 커튼이 더 세게 움직인다. 그리고 순은과 결합한 진주빛같이 흰 빛이 나타나서 약간 노란 빛깔인 벽을 더 밝게 하고, 천들의 빛깔을 더 선명하게 하며 마리아의 쳐든 얼굴을 더 신비스럽게 한다. 빛 속에, 그리고 행하여지고 있는 신비에, 휘장이 젖혀지지도 않았는데-휘장이 이제는 흔들리지도 않는다. 휘장은 마치 내부를 외부와 분리시키는 벽인 것처럼 지주(支柱)에 닿은 채 완전히 뻣뻣 늘어져 있다.- 이 빛 속에 대천사가 엎드린다.

대천사는 반드시 사람의 모습을 띄고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인간적인 것을 초월한다. 저 매우 아름답고 번쩍거리는 얼굴은 어떤 살로 이루어졌는가? 동정녀의 오관에 감각되게 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그 얼굴을 어떤 물질로 구체화하셨는가? 오직 하느님만이 그 물질들을 가지고 계시고, 그것을 그다지도 완전하게 사용하실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것과 같은 얼굴이요 몸이요 눈이요 입이며 머리카락과 손들이지만, 우리의 것처럼 불투명한 물질은 아니다. 그것은 살과 눈과 머리카락과 입술의 빛깔을 띤 빛이고, 움직이고 미소 짓고 쳐다보고 말하는 빛이다.

"기뻐하여라. 은총을 가득히 받은 마리아, 기뻐하여라!" 목소리는 귀금속 위에 떨어지는 구슬과 같이 기분 좋은 화음이다.

마리아는 소스라치며 눈을 내리깐다. 그리고 자기에게서 1미터가량 떨어져서 가슴에 양손을 십자로 얹고 자기를 무한한 경의를 가지고 쳐다보며 무릎을 꿇고 있는 그 빛의 사람을 보고는 더 소스라친다.

마리아는 일어나서 벽에 바싹 기댄다.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붉어진다. 그의 얼굴은 놀람과 심한 불안을 나타낸다.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가슴을 꼭 껴안으며 긴소매로 손을 가린다. 마리아는 할 수 있는 대로 몸을 더 많이 감추려고 거의 몸을 구부린다. 우아한 정숙의 태도이다.

"아니, 두려워 맡아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너는 모든 여인 중에 가장 축복받은 여인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계속 두려워한다. 이 이상한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가?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인가, 아니면 속이는 자의 심부름꾼인가?

"마리아, 두려워 말아라" 하고 대천사는 되풀이한다. "나는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이다. 주께서 나를 네게로 보내셨다. 너는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으니 두려워 말아라. 이제 너는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것이니 이름을 '예수'라고 지어 주어라, 그 아이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고(또 실제로 그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릴 것이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오! 주의 사랑을 받고, 하느님의 축복받은 딸이며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가 되기로 예정될 거룩한 동정녀, 네가 어떤 아들을 낳을 것인지를 깨달아라."

"이 몸이 처녀이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이루어지겠습니까? 주 하느님께서 당신 종의 제물을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제가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동정녀로 있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까?"

"아니다, 네가 어머니가 되는 것은 남자를 통해서가 아닐 것이다. 마리아야. 너는 영원한 동정녀, 하느님의 거룩한 동정녀이다. 성령께서 네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감싸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네게서 태어나실 그 아기는 거룩한 이라 불릴 것이고, 거룩한 이며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우리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아기를 낳지 못하던 엘리사벳이 늙은 나이에 아들을 가졌다. 그 아들은 네 아들의 예언자, 네 아들의 길을 닦는 사람이 될 것이다. 주께서 엘리사벳에게서 치욕을 벗겨 주셨으며, 그의 아들의 이름이 네 거룩한 아들의 이름에 합쳐질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기억은 네 이름에 합해져서 만백성 가운데 남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 마칠 때까지 만방이 너희들에게까지, 그리고 특히 너에게 내려온 주의 은총, 너를 통하여 만방에 내려올 주의 은총 때문에 세상이 끝날 때까지 너희들을 축복받은 여인들이라고 선언할 것이다.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가 여섯 달이 되었고 그가 지니고 있는 무게 때문에 그의 안에 기쁨이 올라오는데, 너 자신의 기쁨을 알게 되면 더 올라올 것이다. 은총을 가득히 받은 마리아, 하느님께서 못하실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내 주께 무엇이라고 말씀드려야 하겠느냐? 아무 생각으로도 마음이 어지러워지게 하지 말아라. 네가 주를 신뢰하면 주께서 네 이익을 돌보실 것이다. 세상과 하늘과 영원하신 분이 네 대답을 기다리신다!"

이번에는 마리아가 가슴에 양손을 십자형으로 포개 얹고 몸을 깊이 숙이면서 말한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몹시 기뻐한다. 천사는 분명히 그의 동의로 몸을 깊이 숙이고 있는 동정녀 위에 하느님의 성령이 내리시는 것을 보기 때문이겠지만- 경배를 한다. 그런 다음 거룩한 신비 위에 쳐진 휘장을 흔들지 않고 사라진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24. 첫째 하와의 불복종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하느님과 그분의 대리자들인 천사들을 빼고는 모든 것에 대한 지상의 권력을 주셨다고 쓰여 있지 않느냐? 하느님께서 남자의 동무가 되어 그의 기쁨과 모든 생물에 대한 그의 지배를 같이 하라고 여자를 만드셨다고 거기에 씌어 있지 않느냐? 아담과 하와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제외하고는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었다는 말이 창세기에 씌어 있지 않느냐? 왜? '그가 지배하는'이라는 이 말에는 무슨 뜻이 함축되어 있었느냐?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는 무엇이 있었느냐? 그 많은 쓸데없는 일들을 탐구하고 너희들의 영혼에 천상 진리를 물어볼 줄은 모르는 너희들이 이것을 스스로 자문해 본 적이 있느냐?

만일 너희 영흔이 살아 있다면, 너희에게 그것을 말해 줄 것이다. 은총 지위에 있으면 너희 수호천사의 손에. 있는 꽃과 같은 영혼일 것이며, 너희가 은총 지위에 있을 때에는 태양의 입맞춤을 받고 이슬로 싱싱하여지는 그 영혼, 천상의 빛으로 따뜻하게 하고 비추고 물 주고 아름답게 하는 성령의 힘으로 싱싱하게 되는 너희 영혼일 것이다. 만일 너희가 너희 영혼과 이야기를 나눌 줄 안다면, 너희 영혼을 영이신 하느님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너희 영혼이 너희에게 얼마나 많은 진리를 말해 주겠느냐! 만일 너희가 너희 영혼을 죽이기까지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한다면, 너희 영혼을 얼마나 큰 친구로 삼을 수 있겠느냐! 그렇게도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하고 너희 우정으로 인하여 서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너희들이 그 훌륭하고 숭고한 친구와 더불어 얼마나 많은 천상의 일을 서로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너희들의 그 우정들은 비열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런 일이 가끔 있기는 하다. - 그래도 헛되고 해로우며, 항상 현세적인 많은 말로만 의사를 발표할 기회를 주기만 하기 때문에 거의 언제나 무익한 것들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킬 것이고, 내 아버지가 그를 사랑하실 것이며 우리가 그에게 와서 그의 안에 거처를 마련할 것이다'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은총지위에 있는 영혼은 사랑을 차지하고, 사랑을 차지함으로써 하느님을 차지한다. 즉 그를 보존하시는 아버지, 그를 다스리시는 아들, 그를 비추시는 성령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앎과 지식과 지혜를 차지한다. 그러니 너희 영혼이 너희와 더불어 얼마나 숭고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여라. 이 숭고한 대화들이 감옥의 침묵, 수도자들의 독방의 침묵, 은신처의 침묵, 독실한 병약자들의 침묵을 채웠다. 이 숭고한 대화들이 순교를 기다리는 갇힌 이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수도원에 갇힌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아 진리를 탐구하게 하였고, 하느님을 미리 알기를 갈망하는 은수자들을 위로하였으며, 병약자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어 받아들이게 한다. 내 말을 알겠느냐? 그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어 그들의 십자가를 사랑하게 한다.

만일 너희가 너희 영혼에게 물어볼 줄도 알면, 너희 영혼은 '그가 지배하도록'이라는 이 말의 정확하고 세상처럼 넓은 참 뜻을 너희에게 말해 줄 것인데, 그것은 '사람이 모든 것을, 즉 그의 세 가지 상태를 모두, 하등 상태인 동물적인 상태, 중간 상태인 도덕적인 상태, 고등 상태인 정신적인 상태를 지배하도록, 또한 세 가지 상태 모두가 하느님을 차지한다는 유일한 목적으로 그의 마음을 기울게 하도록'이라는 뜻이다. 나의 모든 힘을 복종시켜 하느님을 차지할 자격을 얻는다는 그 유일한 목적의 종이 되게 하는 그 절대적인 지배로 하느님을 받을 자격이 있어서 그분을 차지하는 것 말이다. 너희 영혼에게 하느님께서 선과 악을 아는 것을 금하신 것은 선은 당신이 피조물들에게 거저 주셨기 때문이었고, 너희가 악을 알기를 원치 않으신 것은 그것이 입천장에는 달지만, 그 액과 함께 피 속으로 내려가면 죽이는 열을 가져다주고 심한 갈증을 일으켜 그 거짓의 액을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을 느끼게 하는 마일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이렇게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면 왜 하느님이 그것을 그곳에 놓아두셨느냐?'라고. 왜? 그것은 악이 가장 건강한 육체를 습격하는 어떤 병들과 같이 저절로 생겨난 힘이기 때문이다.

악마는 천사였고, 천사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사였다. 하느님보다는 못하지만 완전한 영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완전한 빛의 존재 안에 교오의 기운이 생겼는데, 그는 그것을 없애버리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것을 품어 응결시켰다. 이렇게 품는 데에서 악이 생겨났다. 악마는 사람이 있기 전에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천국을 더럽힌 악을 품었던 저주받은 자를 천국 밖으로 쫓아내셨다. 그러나 그는 악을 영원히 품어가는 자로 남았고, 천국을 더럽힐 수는 없게 되었으므로 땅을 더럽혔다.

그 상징적인 초목은 이 진리를 증명하는데 이용된다.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너희는 창조의 모든 법칙과 신비를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창조주라는 내 권리를 빼앗지 말아라. 인류를 전파하기 위하여는 너희들 안에서 돌아갈 내 사랑으로 충분할 것이고, 음란 없이 오직 사랑의 충동으로 인류의 새 아담들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준다. 나는 다만 인간 형성의 그 신비만을 나를 위해 남겨둔다.'

사탄은 사람에게서 이 순결한 지성을 빼앗고자 하여 그의 뱀과 같은 혓바닥으로 하와의 눈과 지체를 기분 좋게 하고 어루만져서, 악의가 아직 첫째 조상들을 중독시키지 않아서 그들이 알지 못했던 그런 반사작용과 자극을 일으켰다.

하와는 '보았다.' 그리고 보면서 해보고자 하였다. 그것이 육욕의 눈뜸이었다. 아아! 만일 하와가 하느님을 불렀더라면! 만일 하와가 하느님께 달려가서 '아버지 저는 병이 들었습니다. 뱀의 어루만짐이 제 안에 동요를 일으켰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라면, 하느님께서는 하와에게 뱀의 독을 잊게 하심으로써, 또한 어떤 병에 걸렸다가 그 병이 나아서 그 병에 대하여 본능적인 혐오를 간직하는 사람들과 같이 그에게 뱀에 대한 혐오를 넣어주시기까지 함으로써 새로운 결백을 주입하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와는 아버지께 가지 않고, 뱀에게로 갔다. 그 감각이 그에게는 달콤한 것이다. '그 나무의 열매가 맛이 있고 눈에 아름답게 보이고 보기에 맵시 있으므로 따서 먹었다.'

그리고 '하와는 알았다' 그다음엔 베어 물기와 더불어 악의가 하와의 마음속에 내려왔다. 하와는 짐승들의 풍속과 목소리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새로운 귀로 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미친 듯이 갈망하였다. 하와는 혼자서 죄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남자 동무와 더불어 그것을 마무리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 중한 죄의 선고가 여자를 짓누르는 것이다.

하와 때문에 사람이 하느님께 반역하게 되었고 음란과 죽음을 알게 되었다. 하와 때문에 사람은 그의 세 가지 세계를 지배할 줄 알지 못하게 되었다. 정신이 하느님께 불복종하는 것을 허락하였으므로 정신의 세계를, 열정이 자기를 지배하도록 허락하였으므로 도덕적인 행동의 세계를, 육체를 짐승들과 본능적인 법칙의 수준에까지 내려뜨렸으므로 육체의 세계를 지배할 줄을 모르게 되었다. '뱀이 저를 꾀었습니다' 하고 하와는 말하였고, '여자가 과일을 주기에 먹었습니다' 하고 아담은 말하였다. 그리하여 이제는 세 가지 정욕이 사람의 세 가지 세계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이 무자비한 괴물의 강한 압력을 약화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은총밖에 없다. 그리고 은총이 살아 있고, 대단히 활발히 활동하고 충실한 아들의 의지로 점점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유지되면, 은총이 괴물의 목을 조르기에 이르고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되기에 이른다. 내적인 폭군, 즉 육욕과 격정의 폭군이 없어진다. 외적인 폭군, 즉 세속과 세상의 권력자들도 없어진다. 박해도 없어지고, 죽음도 없어진다. '나는 이런 일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도 내 목숨에도 애착을 가지지 않고, 다만 하느님의 은총의 복음에 대한 증언을 하기 위하여 내 사명과 주 예수께 받은 직무를 수행하는 것만을 중시합니다'하고 사도 바오로가 말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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