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 (5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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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 (56~60)

by mrsoojak 2021. 12. 30.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예수님

56. 올리브 밭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예수의 교훈

 

예수께서 베드로, 안드레아, 요한, 야고보, 필립보, 토마, 바르톨로메오, 유다 타대오, 시몬, 가리옷의 유다 그리고 목동 요셉과 같이 당신 집에서 나오셔서 나자렛 밖으로 나가시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근처에 있는 작은 올리브 밭으로 들어가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내 둘레로 오너라. 같이 있고 떨어져 있고 한 이 몇 달 동안, 나는 너희들을 검토하고 연구하였다. 그래서 너희들을 알게 되었고, 세상을 인간적인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이제는 너희들을 세상에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전에 너희들로 하여금 부드러움과 총명, 침착과 꾸준함, 너희들의 사명에 대한 의식과 지식을 가지고 세상과 과감하게 맞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하기 위하여 너희를 가르쳐야 한다. 해가 극성을 부려서 팔레스티나에서는 긴 여행을 할 수 없는 이때를 나는 너희들을 가르치고 너희들을 제자로 양성하는 데 쓰고자 한다. 음악가와 같이 나는 너희들 안에 어떤 불협화음이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래서 너희들이 세상에 전해야 하는 천상화음을 위하여 음(音)을 잡아주려고 하는 것이다. 이 아들도(그러시면서 요셉을 가리키신다) 붙잡아두는 것은 내 말을 동료들에게 전할 책임을 그에게 위임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있다는 것을 알릴 뿐 아니라, 내 가르침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을 알게 함으로써 나를 전하는 간단한 핵심이 그곳에 이루어지게 하려는 것이다.

우선 너희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너희들이 서로 사랑하고 함께 융합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어떤 사람들이냐? 사회적 계급도 각각이고 나이도 서로 다르며 출신 지방도 다른 사람들이다. 내가 교리와 지식 문제에 있어서 처녀지와 같은 사람들을 선택하는 길을 택한 것은 그래야 내 가르침을 가지고 그들 안에 더 쉽게 파고들겠기 때문이다. 게다가 너희들은 참 하느님을 도무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너희들은 그 사람들이 애초부터 하느님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하고, 또 내가 그들을 얼마나 큰 연민을 가지고 가르쳤는지를 기억하여 그들을 업신여기지 말고 연민을 가지고 가르치기를 바란다.

나는 너희들 마음속에 이런 이의(異議)가 생겨난다는 것을 느낀다. '비록 우리가 지적인 교양은 없지만 이교도들은 아닙니다' 하고. 물론 너희들이 이교도들은 아니다. 그러나 너희들뿐 아니라, 너희들 가운데 유식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을 대표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어떤 종교로 빗나갔는데, 그 종교는 너무나 많은 이유로 변질되어서 종교라는 이름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자기들이 율법의 아들들이라고 자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들 중 열에 여덟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의 참되고 거룩하고 영원한 율법을 보잘것없고 모호한 수많은 인간적인 믿음에 뒤섞어 놓은 우상 숭배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잘것없고 교양 없는 너희 어부들도, 상인이거나 상인의 아들인 너희들도, 공직자이거나 공직자의 아들인 너희들도, 부자이거나 부자의 아들인 너희들도 서로서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결함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모두 같은 가르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개인적인 또는 민족적인 결점으로 형제인 우리들은 이제부터 진리에 대한 지식과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노력으로 형제가 되어야 한다' 고.

여기에 형제들이 있다. 나는 너희들이 이 명칭으로 서로 부르고 또 실제로 서로 그런 사람으로 보기를 원한다. 너희들은 한 가정과 같다. 어떤 가정이 언제 번영하고 세상 사람들이 언제 그 가정을 우러러보느냐? 그 가정에서 화합과 일치를 발견할 때이다. 만일 한 아들이 다른 아들의 원수가 되고, 한 형제가 다른 형제를 해치면, 그 가정의 번영이 계속될 수 있겠느냐? 그럴 수 없다. 가장이 애써 일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세상에서 인정을 받게 되어도 소용없다. 그의 노력이 효과가 없는 것은 재력이 줄어들고, 어려운 일이 많아지고, 세상 사람들은 합쳐져서는 세상에 대하여 힘이 있던- 애정과 재산을 부스러뜨려 서로 대립하는 작고 치사스러운 이해관계의 무더기가 되게 하는 끊임없는 그 소송 사태를 비웃고, 그 가정의 원수들이 그것을 이용하여 점점 더 그 가정의 몰락에 박차를 가한다.

너희들 가운데에는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일치하여라. 서로 사랑하여라. 서로 사랑하여 서로 도와주어라. 사랑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하여 서로 사랑하여라. 관찰하여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까지도 우리에게 이 큰 힘을 가르쳐준다. 어떤 곳으로 통틀어 달려가는 이 개미떼를 보아라. 이놈들을 따라가 보자, 그러면 일정한 지점으로 향한 무익하지 않은 이놈들의 협력의 이유를 발견할 것이다‥‥보아라. 그 작은 자매들 중의 하나가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아주 작은 기관으로 야생 무의 이 넓은 잎 아래에서 큰 보물을 하나 발견하였다. 아마 올리브나무를 손질하러 왔던 농부의 손에서 떨어졌거나, 음식을 먹으려고 그늘에서 쉬었던 행인의 손에서 떨어졌거나, 또는 꽃핀 풀밭 위를 즐겁게 뛰어다니던 어떤 꼬마의 손에서 떨어졌을 빵부스러기 한 조각이다. 그 개미 혼자서 제 몸무게보다 천배나 더 무거운 이 보물을 어떻게 개미굴까지 끌고 갈 수 있었겠느냐? 그래서 이렇게 한 것이다. 그 개미는 자매 하나를 불러 가지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거 봐라, 빨리 뛰어가서 자매들에게 우리 부족 전체가 여러 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여기 있다고 말해라. 어떤 새가 이 보물을 발견해서 동료들을 불러와서 먹어치우기 전에 달려가라.' 그래서 그 작은 개미는 울퉁 불통한 땅을 자갈과 풀 사이로 개미집까지 가느라고 숨이 턱에 닿아서 달려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리들 오너라, 우리 중의 하나가 너희를 부른다. 그 자매는 모두를 위한 발견을 했다. 그렇지만 혼자서는 그걸 여기까지 옮길 수가 없다. 가자.' 그래서 모두들, 하루 종일 일을 해서 피곤하기 때문에 개미집의 굴 속에서 쉬고 있던 놈들도 달려왔고, 식량을 창고에 쌓고 있던 놈들도 달려왔다. 한 마리, 열 마리, 백 마리, 천 마리‥‥보아라‥‥이놈들은 다리로 잡고, 그들의 몸을 수레처럼 만들어 쳐들고, 그 작은 다리를 땅에 버티고 끌고 간다. 이놈은 넘어지고‥‥저놈은 빵조각이 튀어 오르면서 빵조각과 조약돌 사이에 끼워놓았기 때문에 하마터면 병신이 될 뻔했다. 이놈은 부족의 어린놈이라 아직 너무 작아서 지쳐서 일을 중단한다. 그러나 숨을 돌리고 나서는 다시 시작했다. 오! 이놈들이 얼마나 단합이 되었느냐! 보아라, 이제는 빵조각이 잘 끌어안 겨서 앞으로 나아간다. 천천히 나아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아가기는 한다. 따라가 보자. 작은 자매들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리고 나면 너희들의 피로가 보상을 받을 것이다. 개미들은 이제 기진맥진하였다. 그러나 굴하지 않는다.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다. 그러면 이제는! 이제는 큰 덩어리를 부스러기로 만드는 일을 한다. 얼마나 기막히게 일하는지 보아라! 어떤 놈들은 자르고, 어떤 놈들을 나른다‥‥자, 다 끝났다. 이제는 모든 것이 안전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쁘게 땅굴 속 틈으로 사라진다. 이놈들은 개미이다. 개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놈들은 단합하였기 때문에 힘이 센 것이다.

이것을 묵상하여라. 물어볼 말이 없느냐?"

"한 가지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유다에는 이제 다시 가지 않습니까?"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묻는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

"선생님이요, 선생님은 요셉이 유다에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도록 준비시킨다고 말씀하셨지요! 유다에서 너무 고통을 많이 당하셔서 다시는 가지 않으시려는 것입니까?"

"유다에서 사람들이 선생님께 어떻게 했는데요?"하고 토마는 호기심을 가지고, 베드로는 격렬하게 동시에 묻는다. "아! 그러면 선생님이 유다에서 피로해 돌아오셨다고 제가 말한 것이 맞는 말이었군요. 이스라엘의 <완전한 사람들>이 선생님께 무슨 일을 저질렀습니까?"

"이 사람들아, 아무 일도 없었다. 여기서도 만나게 될 것 이상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이 세상을 전부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나는 어디에서나 원수들 가운데 섞여 있는 친구들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유다야, 잠자코 있으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그렇군요, 그러나‥‥ 선생님이 갈릴래아를 제 고향보다 더 낫게 여기시는 것을 볼 때에는 잠자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불공평하시다는 말씀입니다. 선생님은 거기에서도 존경을 받으셨습니다‥‥."

"유다야! 유다야‥‥ 오! 유다야. 네가 그렇게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분노와 샘에 사로잡힘으로 너 자신을 네가 비난하는구나. 나는 네 고향 유다에서 받은 행복만을 알리려고 최선을 다하였다. 그리고 유다 출신인 너희들을 사랑하게 하기 위하여 그 행복에 대해 기꺼이 거짓말하지 않고 말할 수가 있었다. 기어이 말하였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에게는 국경도 없고, 지방도, 적대관계도, 반목도, 차별도 없기 때문이다. 오 사람들아, 나는 너희들을 모두 사랑한다. 모두‥‥내가 첫 번째 기적들을 행하기를 원하고 나를 나타내기를 원한 것이 성전의 거룩한 땅에서였고, 모든 이스라엘 사람에게 소중한 성도(聖都)의 땅에서였는데, 어떻게 내가 갈릴래아를 더 낫게 여긴다고 네가 말할 수 있느냐? 너희 열 한 사람 중에서. 아니 내 사촌의 경우는 우정이 아니라 친척관계의 문제니까 열 사람 중에서 네 사람이 유다인인데, 어떻게 내가 편파적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거기에다 모두 유다 사람인 목자들을 보태면 내가 유다 사람 몇 명의 친구인지 너는 알겠구나. 다 알고 있는 내가 이스라엘의 한 아기에게 내 이름을 붙여주고, 한 이스라엘 의인의 마지막 숨을 거두어주도록 여행 일정을 꾸몄는데, 어떻게 너희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느냐? 내가 태어난 곳과 내 사명을 준비한 곳을 알리는 데 갈릴래아 사람 한 명에 대하여 유다 사람 두 명을 데려가기를 원하였는데, 어떻게 너희 유다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느냐? 너는 나보고 불공평하다고 비난하지만, 유다야, 너 자신을 살펴라, 그리고 불공평한 것은 네가 아닌지 생각해보아라."

예수께서 위엄 있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아무 말씀도 더 하지 않으셨더라도 말씀을 시작하실 때에 "유다야' 하고 부르신 세 가지 방식이 훌륭한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첫 번째 "유다야'는 존경을 환기시키시는 위엄 있는 하느님께서 부르신 것이고, 두 번째는 벌써 지극히 온정 넘치는 스승이 부른 것이고, 세 번째는 한 친구의 태도를 몹시 슬퍼하는 친구의 부탁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아직 성이 나 있고, 그의 야비한 감정의 표현으로 거칠어진 유다는 자존심이 상하여 고개를 숙였다.

베드로는 잠자코 있지 못한다. "이 젊은이, 적어도 용서나 청하게. 만약 내가 예수님의 입장애 있었더라면 말로 견책하지는 않았을 걸세! 이건 불공평하고는 딴판인 것이야! 이것은 버릇없는 짓이란 말이야, 이 훌륭한 양반아, 성전 사람들이 자네를 그렇게 교육했나? 그렇지 않으면 아마 자네가 교육할 수 없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뭔고하니, 만일 그 사람들이‥‥"

"베드로야, 그만두어라. 말해야 할 것은 내가 말하였다. 그리고 바로 내일 이 문제에 대하여 너희들을 가르치겠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유다에서 이 사람들에게 말한 것을 너희 모두에게 되풀이해서 말한다. 내 어머니에게는 당신의 아들이 유다 사람들에게서 불친절한 대우를 받았다는 말을 하지 말아라. 어머니는 내가 고생을 하였다는 것을 아시고 벌써 몹시 괴로워하셨다. 내 어머니를 존중해 드려라. 어머니는 그늘에서 조용히 쉬신다. 그분의 유일한 활동은 덕행이고, 나와 너희와 모든 사람을 위한 기도와 묵상이다. 세상의 흐린 빛과 사나운 분쟁은 조심성과 순결에 둘러싸인 내 어머니의 은거처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사랑인 그곳에 증오의 메아리조차도 들여보내지 말아라. 내 어머니를 존경하여라. 어머니는 유딧보다도 더 용맹하시다. 그리고 너희들도 그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추한 사람들의 감정이라는 찌꺼기를 때가 되기 전에 맛보시도록 강요하지는 말아라. 하느님이 무엇인지, 하느님의 율법이 무엇인지 불완전하게나마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들을 하느님의 지혜로운 자들로 생각하고, 그런 이유로 교만에 우상 승배를 합치는 우상숭배자들이라고 내가 처음에 말한 그 사람들의 감정이라는 찌꺼기 말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나자렛에 가는 길로 다시 들어서신다.

 

57. 집 근처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시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엄청나게 큰 호두나무 그늘로 데려가셔서 또 가르치신다. 그 호두나무는 서 있는 자리에서 가지를 뻗어 마리아의 집 정원을 굽어 보고 정원 전체를 끼고 퍼졌다. 날씨는 어둡고 소나기가 곧 쏟아질 것 같다. 아마 그래서 예수께서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마리아는 집에서 정원으로 왔다 갔다 하시는데, 매번 머리를 들어 나무줄기 곁의 풀에 앉아 제자들에 둘러싸여 계신 아들 예수를 바라보고 미소를 보내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어제 무모한 말 한마디가 불러일으켰던 일이 오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가르침은 이러하다.

확고하게 생각하여라. 그러고 이것이 너희 행동방식이 되어야 한다. 즉 감추어진 것이 영원히 감추어진 채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기적적인 표로 당신의 아들들 중 한 사람의 업적을 알리도록 배려하시거나, 형제의 공로를 인정하는 의인들을 통하여 알리실 수도 있고, 또 사탄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사탄은 조심성 없는 사람의-그 이상의 심한 말은 하고 싶지 않다-입을 통하여 선인들은 애덕을 어기는 데까지 가지 않으려고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들추어내서, 사람들의 생각에 혼란을 일으키도록 진실을 왜곡한다. 이렇게 해서 감추어져 있는 일이 알려지는 때가 언제나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항상 명심하여라. 즉 이러한 사정을 생각하고 악의 비탈로 너희가 미끄러져 내려가지 않게 되어야 하며, 한편으로는 너희가 행하는 선행을 발표하라는 자극을 받지 말아야 한다. 착한 마음을 가지고, 참으로 착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되, 온전히 인간적인 착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는 때가 얼마나 많으냐! 그런데 그 행동이 오직 인간적인 행동일 뿐이고 완전히 순수하지가 않은 외향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행동을 한 사람은 그 행동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고, 그것이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을 노발대발하고 신경질을 내며 그 선행이 알려지도록 할 방법들을 연구한다.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선행을 하여라. 그리고 그것을 영원하신 주께 맡겨드려라. 오! 주께서는 만일 그렇게 하는 것이 너희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면 그것을 사람들에게도 알게 하실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만일 그것을 알게 하는 것이 교만한 자기만족이 다시 나타나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올바른 목적으로 시작한 너희 행동에서 모든 가치를 없애게 될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하느님께서 그것을 비밀로 해 두셨다가 이다음 하늘나라에서 천사와 성인이 모두 모인 앞에서 그것에 대한 영광을 너희에게 돌려주시기로 하신다.

어떤 행동을 보게 되는 사람은 절대로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 것이다. 사람의 행동이 어떤 때 기분 나쁘게 보이지만 칭찬할 만한 동기가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결코 비난하지 말아라. 예를 들어 어떤 아버지가 게으르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나가라' 하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이 냉혹과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회피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의 '나가라' 하는 말속에는 아들 편에서 보다도 오히려 아버지 편애서 나오는 쓴 눈물이 들어 있고, 또 '네 게으름을 뉘우친 후에는 돌아오너라' 하는 말과 그 말이 실증되기를 원하는 소원이 곁들여져 있다. 이것은 다른 아들들에 대한 공평이기도 하다. 이 행동은 방탕한 아들이 그 외 것 이외에 다른 아들들의 것까지도 방탕으로 써버리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만일 이 말이 하느님과 자기 자녀들에 대하여 과오를 범하고 있으면서 그의 이기주의로 인하여 자기를 하느님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아들의 정신에 대해서까지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에게서 오는 것이라면 나쁜 말이 될 것이다. 정신에 대하여는 권리를 가질 수가 없다. 정신은 하느님께 속하여 있는데, 하느님께서는 정신이 굴복하거나 말거나 그 자유를 강제하지 않으신다. 세상 사람들체 대하여 행위는 같다. 그러나 그 행위들이 서로 얼마나 다르냐! 하나는 정의의 영역에 속해 있는가 하면, 또 하나는 죄 되는 독단의 영역에 속해 있다. 그러므로 절대로 아무도 판단하지 말아라.

어제 베드로는 유다에게 '자네 어떤 선생에게서 배웠나?" 하고 말하였다. 이제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서나 자기 자신에게서 보는 것을 가지고 아무도 다른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선생은 그의 제자들에 대하여 한 가지 말밖에 쓰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열 사람은 의인이 되고 열 사람은 악인이 되느냐? 그것은 각자가 마음속에 가진 자기의 것을 선생의 말에 보태는데. 이것이 선 쪽으로 기울기도 하고 악 쪽으로 기울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선생이 주입시키려고 애쓰는 선이 어떤 제자의 마음을 지배하는 지나친 악 때문에 없어진다고 해서 어떻게 선생이 잘못 가르쳤다고 비난할 수 있겠느냐? 성공의 첫째 요인은 너희들에게 있다. 선생은 너희들의 자아(自我)를 다듬는다. 그러나 만일 너희가 개선할 가능성이 없으면 선생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나는 무엇이냐? 잘 들어 두어라. 너희는 나보다 더 지혜롭고 더 참을성 있고 더 완전한 선생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내 제자 중의 어떤 제자에 대하여도 사람들은 '아니 저 사람이 어떤 선생에게서 배웠나?' 하고 말할 것이다.

너희들은 판단할 때에 결코 개인적인 동기에 좌우되지 말아라. 어제 유다는 자기 지방에 대한 지나친 사랑으로 내가 그의 지방에 대해 불공평하게 보는 줄로 생각하였었다. 사람은 조국애나 어떤 사상에 대한 사랑 같은 저 헤아릴 수 없는 요소들의 영향을 받아서 방향을 잃은 물총새처럼 그의 목표에서 빗나가는 일이 자주 있다. 목적은 하느님이시다. 분명히 보려면 하느님을 통해서 보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나 어떤 다른 것을 하느님 위에 두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혹 어떤 사람이 실수를 하게 되면‥‥ 베드로야! 또 너희 모두들!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지 말아라. 너희들 중의 어떤 사람이 저질러서 너희들의 감정을 몹시 상하게 하는 잘못을 너희는 한 번도 그런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었다는 것이 확실하냐? 너희들이 그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 말이다. 또 너희가 그런 잘못을 저지른 일이 없다고 가정하고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 너희들은 하느님께 감사를 해야 한다. 그것뿐이다. 그리고 주의해야 한다. 너희가 이 날까지 피한 것에 내일 빠지는 일이 없도록 매우 그리고 계속적으로 주의해야 한다. 보아라. 오늘은 우박이 당장 쏟아질 것 같기 때문에 하늘이 어둡다. 그래서 우리는 하늘을 살펴보고 '집에서 멀리 나가지 말자'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죄로 인하여 하느님의 우정을 잃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은 우리가 이렇게 판단할 줄 알면서 영혼에 대한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는 왜 모른단 말이냐?

보아라. 저기 내 어머니가 계시다. 너희들은 내 어머니 안에 악에 대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느냐? 그렇다면, 사랑이 어머니로 하여금 나를 따라오시도록 충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어머니는 내게 대한 사랑이 그것을 요구할 때에는 집을 떠나실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내게 그것을 부탁하셨다. 내 선생님이신 어머니가 내게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얘야, 네 제자들 가운데에 네 어미도 있게 해 다오. 나도 네 가르침을 배우고 싶다'라고. 이 가르침을 당신 태중에 차지하셨고, 또 그전에 장차 사람이 될 하느님 말씀의 어머니가 되실 분에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로 당신 정신에 그 가르침을 차지하고 계셨던 내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그렇지만‥‥내가 하느님과의 일치를 잃을 가능성이 없게, 또 그 고약한 냄새가 사방에 스며든다고 말한 그 세상이 내 마음을 타락시킬 가능성이 없이 네게로 갈 수 있는지는 내가 판단할 일이다. 하느님의 것이었고, 지금도 하느님의 것이고, 또 하느님의 것이기만을 원하는 내 마음을 말이다. 나 자신을 살펴보는데, 내가 아는 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그리고 여기에서 내 어머니는 그럴 생각은 없었지마는 당신 자신에게 가장 고귀한 찬사를 주셨다) 사실 나는 내가 성전의 꽃이었던 시절의 순박한 평화와 30년이 넘게 주부노룻을 하는 지금 내 안에 가지고 있는 평화 사이에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영의 일을 잘 알지 못하고 잘 판단하지 못하는 자격 없는 여종이다. 너는 말씀이고 지혜이고 빛이니, 네 가엾은 어미에게 빛이 되어 줄 수 있다. 주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존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너를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네 어미에게 말이다' 하고. 그래서 나는 감탄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씀드려야 했다. '어머니께 말씀드리지만, 어머니를 타락시킬 수 있는 것이 세상이 아니라, 세상이 오히려 어머니로 인하여 향기롭게 될 것입니다' 하고.

너희들이 보다시피, 내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인생의 위험을 볼 줄 아셨다. 당신에 대하여도, 당신에 대해서까지도 위험이 있다고 볼 줄 아셨다. 그런데 너희 남자들이 그 위험들을 못 본단 말이냐? 오! 정말이지 사탄이 망을 보고 있다고 너희들에게 말해야 하겠다.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들만이 승리를 거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느냐? 다른 사람들에게는 써진 대로 될 것이다."

"선생님, 어떻게 씌어 있습니까?"

"'그러나 카인은 달려들어 아벨을 죽였다. 그리고 야훼께서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아벨을 어찌하였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그러므로 너는 제 아우의 혈맥을 끊은 형의 손으로 흘린 사람의 피를 맛본 온 땅에서 저주를 받을 것이며, 사람의 피를 갈망하는 땅의 그 소름 끼치는 허기증은 끝나는 날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피로 독을 먹은 땅이 네게 대하여는 나이 들어 수태할 능력을 잃은 여인보다도 더 불모의 땅이 될 것이다. 너는 평화와 빵을 찾아 도망쳐 다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얻어 만나지 못할 것이다. 너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어떤 꽃에서도, 어떤 초목에서도, 어떤 물에서도, 어떤 음식에서도, 피를 보게 될 것이다. 하늘이 네게는 피로 보일 것이고, 바다도 피로 보일 것이며,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는 하느님의 목소리와 죄 없는 네 아우의 목소리와 마귀의 목소리, 이렇게 세 가지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그래서 그 목소리들을 듣지 않으려고 너는 네 목숨을 스스로 끊을 것이다>'"

"창세기에는 그렇게 쓰여 있지 않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지적한다.

"창세기에 그런 말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잘못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아벨들의 새로운 카인들을 위하여 이 말을 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들과 원수를 감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수와 하나가 될 사람들을 위하여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선생님, 저희들 가운데에는 그럴 사람이 없겠지요?"

"요한아, 성전의 장막이 찢어질 때 굉장한 진리가 온 시온 위에 빛날 것이다."

"주님, 어떤 진리입니까?"

"어둠의 자식들이 빛과 접촉을 하였지만 헛된 일이었다는 진리이다. 요한아, 이것을 잘 기억해 두어라."

"제가 어둠의 아들이 되겠습니까?"

"아니다, 너는 아니다. 그러나 이 죄를 세상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하여 이 말을 기억하여라."

"주님, 어떤 죄입니까? 카인의 죄입니까?"

"아니다. 그것은 사탄의 찬가의 첫 번째 화음이었다. 나는 완전한 죄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생각도 할 수 없는 죄, 그것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하느님의 사랑과 사탄의 정신을 통하여 바라보아야 하는 죄이다. 그것은 완전한 사랑과 완전한 증오만이, 무한한 선과 무한한 악만이 이러한 제물과 이러한 죄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희들 알아듣겠느냐? 사탄이 이 말을 듣고 그 죄를 완수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부르짖고 있는 것 같다. 구름이 갈라지며 번개질을 하고 우박이 쏟아지기 전에 가자."

그리고 그들은 뛰고, 뛰어오르고, 건너뛰고 하면서 마리아의 정원으로 내려온다. 그러는 동안 폭풍우가 세차게 몰아친다.

 

58. 나자렛의 정원에서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와 제자들을 가르치시다

 

예수께서 지난 저녁의 소나기로 아주 깨끗하게 씻긴 정원으로 나오신다. 그리고 작은 화초들 위에 몸을 구부리고 계신 어머니를 발견하신다. 예수께서는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 어머니께로 가신다. 그분들의 입맞춤은 얼마나 즐거운가! 예수께서는 어머니의 어깨를 왼팔로 끌어안으시고 끌어당기시어 이마의 머리가 나기 시작하는 부분에 입 맞추시고 나서 어머니가 뺨에 입 맞추시도록 몸을 굽히신다. 그러나 이 행위의 우아함을 완성하는 것은 입맞춤을 하시며 바라보시는 눈길이다. 예수의 밉맞춤은 완전히 사랑으로 뭉쳐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위엄 있고 보호자다운 무엇이 들어 있다. 그리고 마리아의 입맞춤은 온전히 사랑이면서 동시에 온전히 공경이다. 이 입맞춤에서는 예수께서 연세가 더 많으신 것 같고, 마리아는 아버지나 훨씬 나이 많은 오빠에게 아침인사의 입맞춤을 받는 나이 어린 소녀와 같으시다.

"어머니의 화초들이 엊저녁의 우박과 밤에 분 바람으로 많이 상했습니까?"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아무 손해도 없었습니다. 선생님. 그렇지만 나뭇잎들은 좀 헝클어졌습니다"하고 마리아보다 먼저 베드로의 좀 쉰 목소리가 대답한다.

예수께서는 머리를 쳐들어 시몬 베드로를 보신다. 베드로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속옷바람으로 무화과나무 위쪽에 뒤틀린 가지들을 바로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벌써 일을 하느냐?"

"어이구! 저희 어부들은 물고기들처럼 잡니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저희를 가만두기만 하면 잡니다. 그것이 습관이랍니다. 오늘 아침 새벽에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고 저자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몬아, 어머님이 벌써 일어나셨다. 빨리 가자! 가서 네 투박한 손으로 어머님을 도와드려라' 하고요. 저는 바람이 몹시 분 지난밤에 어머님이 당신 꽃들을 걱정하셨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야! 저는 여자들을 알거든요! ‥‥ 제 아내는 폭풍우가 있을 때면 침대에 마치 그물에 든 고기들같이 몸을 뒤척입니다. 그의 화초를 생각하는 것입니다‥‥가엾게두! 어떤 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 남편이 호수에서 풍랑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는 이보다 덜 불안해하지. 틀림없어' 하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옳지 못합니다. 그 사람은 착한 아내이니까요. 제 아내는 어머니를‥‥ 이제 그만 입 다물 어라. 베드로야.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불평을 하는 것은 좋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을 조심성 없이 알리는 것도 좋지 않다. 아시겠습니까 선생님! 우둔한 제 머리에도 선생님의 말씀이 들어왔습니다."

예수께서는 웃으시며 대답하신다."네가 다 말해버렸으니 내가 할 일은 네 말을 인정하는 것뿐이고, 네 정원사로서의 지식을 감탄하는 일뿐이다."

"베드로는 끌러졌던 포도나무 햇가지들을 벌써 모두 다시 잡아맸단다" 하고 마리아가 말씀하신다. "베드로는 열매가 너무 많이 달린 배나무를 층층으로 자르고, 한쪽으로만 자란 석류나무 밑으로 밧줄을 돌려 동여맸단다."

"그렇고 말고요! 이 나무는 늙은 바리사이파 사람과 같습니다. 제멋대로 기울어지거든요. 그놈을 돛을 정리하듯 정리하고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옳은 것은 중용(中庸)에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 무게에 눌려 부러지지 않게 이리로 오너라. 이 돌대가리야' 하고요. 이제는 무화과나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기심으로 그러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의 입맛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싱싱한 무화과에다 따끈한 빵! 아! 안티파스 자신도 이런 맛있는 식사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심조심 다루어야 합니다. 무화과 나뭇가지는 첫사랑 고백을 하는 소녀의 마음처럼 부드럽거든요. 그리고 저는 무거운데 제일 맛있는 무화과들은 맨 꼭대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화과들은 이 아침 첫 햇살에 벌써 말랐습니다. 맛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 이 총각, 우두커니 서서나를 쳐다보지만 말고 잠을 깨고, 그 바구니를 주게!"

작업장에서 나오는 요한은 복종하여 자기도 큰 무화과나무에 기어올라간다.

두 어부가 나무에서 내려올 때에 열성당원 시몬과 요셉과 가리옷의 유다도 작업장에서 나왔다.

마리아는 신선한 빵을 가져오신다. 둥글고 작은 검은 빵이다. 베드로는 그의 고기 칼로 빵들을 가르고 무화과들도 위로해서 갈라 예수께 드린 다음 마리아께도 드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준다. 그들은 공기를 맑게 한 어제 비로 아름다워지고 맑은 아침해로 빛나는 시원한 정원에서 맛있게 식사를 한다. 베드로가 말한다."선생님, 오늘이 금요일이고‥‥ 내일이 안식일인데요‥‥."

"다 아는 사실 아닌가?" 하고 가리옷 사람이 지적한다.

"그렇지, 하지만 선생님께서 무슨 뜻인지 알고 계셔‥‥."

"안다. 오늘 저녁 네가 배를 매어 둔 호수로 가서 가파르나움으로 가자. 내일 그곳에서 말하겠다."

베드로는 몹시 기뻐한다.

토마, 안드레아, 야고보,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유다 타대오가 떼를 지어 들어온다. 분명히 다른 데 가서 잔 모양이다. 서로 인사를 나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여기 모여 있자. 그러면 새 제자가 또 한 사람 일 것이다. 어머니, 오세요."

예수를 둘러싸고 어떤 사람은 바위에, 어떤 사람은 걸상에 앉는다. 예수께서는 집에 기대어 놓여 있는 편편한 돌에 앉으셨다. 예수 곁에는 어머니가 앉아 계시고, 요한은 바로 가까이 땅바닥에 앉아 있는 것이 더 좋아서 예수의 발 앞에 앉아 있다. 예수께서는 늘 그러시는 것과 같이 조용히 그리고 위엄 있게 말씀하신다.

"사도직 교육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겠느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자 보아라. 겨울에는 땅이 죽은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서는 씨앗들이 활동하고 수액(樹液)은 습기에서 영양을 얻어 땅속의 잎들을-뿌리를 이렇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부풀게 해서, 꽃철이 되었을 때 땅 위에 꽃을 피우기 위하여 많은 저장을 해둔다. 너희들도 메마르고, 헐벗고 거친 겨울 땅과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너희들 위로 씨 뿌리는 사람이 지나가면서 씨를 뿌렸고, 너희 곁으로는 경작하는 사람이 지나가면서 이 땅과 같이 단단하고 울퉁울퉁한 땅에 심어진 너희들의 나무줄기 둘레로 땅을 깊이 파 해쳐서, 장차 맺을 열매들을 든든하게 하기 위하여 구름과 공기를 통하여 영양분을 뿌리에까지 내려갈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너희들은 하느님의 일에서 열매를 맺겠다는 착한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씨를 받고 삽질을 받아들였다.

나는 사도직 교육을 또 초목들을 때리고 넘어뜨려서 사람들이 무익한 폭력이라고 판단한 저 뇌우에 비교하겠다. 그 뇌우가 얼마나 좋은 일을 했나 보아라. 오늘은 공기가 맑고, 소나기가 먼지를 가라앉혔고 모든 것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태양은 어제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빛살이 맑아지고 시원해진 공기층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기 때문에 열을 나게 하는 저 뜨거운 기운은 없어졌다. 푸른 잎들과 초목들도 사람들과 같이 고통이 덜어졌다. 그것은 깨끗함과 맑음이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대조(對照)들까지도 더 정확한 지식과 더 분명한 명백에 이르는 데 소용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들은 악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대조라는 것은 여러 가지 종류의 구름이 일으키는 뇌우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그리고 그 구름들은 쓸데없는 언짢은 기분과 조그마한 질투들과 몽롱한 교만으로 모르는 사이에 마음에 쌓이지 않느냐? 그러다가 은총의 바람이 와서 그 언짢은 기분들을 깨끗하게 하여 다시 맑게 만들어 놓는다.

사도직 교육은 또한 오늘 아침 베드로가 내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하던 일과 비슷하다. 즉 경향과 필요에 따라서 다시 일으키고, 다시 붙잡아 매고, 버티어 주고, 풀어주고 하여 너희를 하느님을 섬기는 데 '강한 자'들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릇된 생각은 바로 잡아주어야 하고, 육체의 요구를 억제해야 하고, 약한 것을 붙들어주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성벽(性癖)들을 조절해야 하고 속박과 소심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너희들은 자유롭고 강해야 한다. 그들이 태어난 산꼭대기를 버리고 점점 더 높이 날아 올라갈 생각밖에 안 하는 독수리들같이.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나는 것이고, 정은 산꼭대기와 같은 것이다.

너희들 중의 한 사람은 오늘 슬프다. 그것은 그의 아버지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진리와 진리를 따르는 그의 아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죽음에 가까이 가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을 닫는 것보다도 더하게 진리에 대하여 적의를 품은 마음을 가지고. 그렇지만 불의의 사람이 자신을 하느님보다 더 높다고 주장하면서 어제 내가 말한 것과 같은 '나가시오' 하는 말을 그에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꼭 닫힌 그의 마음과 꽉 다물어진 그의 입술은 아직도 '너를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라' 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 너희들에게 말하는 나나 그의 아들도 그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듣겠다고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오너라, 그리고 너와 함께 선생님도 오시라고 해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우리 집에서 당신을 위한 하인을 선택하셔서 주님의 말씀과의 혈연관계보다 더 고상한 친척 관계를 만들어 주신 데 대해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 바란다'라고.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의 이익을 위하여, 또 그의 아들은 한층 더 복잡한 동기로 그에게서 적의를 덜 품을 말들을 듣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아들은 울지 말기 바란다. 그는 내가 그의 아버지에 대하여 원한도 업신여김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게는 연민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왔다 그리고 기다려야 소용없을 줄 알면서도 기다렸다. 그것은 그의 아들이 '아이고! 왜 오지 않았어?' 하고 내게 말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그 아들에게 마음이 원한을 품고 꼭 닫혀 있으면 모든 것이 무익하다는 것을 설득하려고 왔다. 나는 또 가정에 칼로 섬유다발을 갈라놓는 것 같은 분열이 있는 것을 괴로워하는 착한 사람을 위로해 주기 위하여 왔다‥‥그러나 이 아들과 이 착한 어머니는 내가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믿기 바란다. 나는 그의 믿음이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앙이 이 시간까지 머물러 있었던 점에 충실한 나이 먹은 믿는 이의 성실성을 존중한다. 그와 같은 사람이 이스라엘에 대단히 많이 있다‥‥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브라함의 자손들보다는 이교도들에게서 더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너희에게 말하는 것이다. 인류는 구세주에 대한 사상을 왜곡하여 구세주의 초자연적인 왕권을 인간적인 주권이라는 보잘것없는 사상으로 전락시켰다. 나는 히브리 지상주의의 단단한 껍질을 쪼개고 뚫고 들어가고 상처를 내서 그 안에까지 이르러 히브리 지상주의의 혼이 있는 그곳에 새로운 율법의 풍요함을 갖다 주어야 한다.

오! 시나이산에서 받은 율법이라는 생명을 구성하는 핵 주위에 돋아난 이스라엘은 정말이지 점점 더 섬유가 많아지고 단단해진 과육을 가지고, 바깥쪽으로는 아무것도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싹조차도 돋아나지 못하게 하는 껍질이 덮여 있는 괴물 같은 실과와 같이 되었다. 그러나 영원하신 분께서는 하나이시요, 3위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새로운 나무를 창조하실 때가 왔다고 판단하셨다. 나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히브리 지상주의가 그리스도교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구멍을 파고 뚫고 스며들어가 핵심에까지 들어가서 그것을 내 사랑으로 가열되어 깨어나고, 부풀어 오르고, 싹이 트고, 자라고 자라고 또 자라서 완전하고 영원하고 하느님에게서 온 종교인 그리스도교라는 강력한 나무가 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이지 히브리 지상주의는 백에 하나꼴로밖에는 뚫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받아들이고자 하지 않고, 그의 아들을 내게 주기도 원치 않는 저 이스라엘 사람을 하느님께 버림받은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그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바이다. 자기를 낳아준 살과 피에 물리침을 받는 것을 괴로워하는 살과 피 때문에 울지 말아라. 나는 이런 말도 하겠다. 영 때문에도 울지 말아라. 네 고통은 다른 무엇보다도 네 영과 그의 영을 위하여, 즉 네 아버지이면서 이해하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그 아버지의 영의 이익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 나는 또 이렇게 덧붙이겠다. 네 아버지에게 보다 하느님께 더 속해 있는 것을 꺼려하지 말아라. 너희 모두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들보다 더 높으시다. 나는 이 세상의 방식대로 혈육을 결합시키려고 오지 않고 영적으로 또한 천상적으로 결합시키려고 왔다. 그러므로 나는 살과 피인 것을 분리시켜, 이 세상에서부터 하늘 높은 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영들을 데려다가 하늘의 종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강자들'을 불러서 한층 더 강하게 만들려고 왔다. 그것은 온화한 사람들의 군대가 '강자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형제들에게는 온화하고 자기 자신의 자아와 혈연의 자아에 대하여는 강한 사람의 군대 말이다.

사촌, 울지 말아라. 분명히 말하지만, 네 고통은 너의 어떤 말뿐 아니라 나의 어떤 말보다도 네 아버지와 네 형제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대하여 더 많은 작용을 하고 있다. 편견이 가로막고 있는 곳에는 말이 뚫고 들어갈 수가 없다. 이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은총은 들어간다. 희생은 은총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다.

정말 잘들 들어두어라. 내가 어떤 사람을 하느님께로 부를 때에는 이 부름에 응하는 순종보다 더 고결한 순종은 없다. 그리고 부름에 대한 우리의 충실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반항하겠는지 계산하느라고 머뭇거리지도 말고 응해야 한다. 아버지의 장례를 지내기 위해서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너희들은 이 영웅적인 행위에 대하여 보상을 받을 것이다. 보상은 너희들의 것일 뿐 아니라, 너희들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부르짖음과 더불어 이별하는 사람들, 너희들을 배은망덕하는 아들이라고 비난하고, 그들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너희들이 반역자인 것처럼 저주하기 때문에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하게 너희를 때리는 말을 하는 그 사람들의 것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반역자가 아니라‥‥ 성인들이다. 부름을 받은 사람들의 첫째 원수는 그들의 가족이다. 사랑과 사랑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고 초자연적으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초자연의 주인을 그 주인의 하인들보다 더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다. 부모를 하느님을 통하여 사랑할 것이지 하느님보다 더 사랑해서는 안된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그만두시고, 일어나셔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잘 참지 못하는 사촌 곁으로 가신다. 예수께서는 그를 쓰다듬으신다. "유다야‥‥ 나는 내 사명을 따르기 위해 내 어머니를 떠났다. 이것으로 네 행동의 성실성에 대한 주저를 일체 물리쳐야 한다. 만일 그것이 좋은 행위가 아니었더라면, 결국 나 하나밖에 없는 내 어머니에 대하여 그렇게 할 수가 있었겠느냐?"

유다는 예수의 손을 잡아서 자기 얼굴로 가져가며 머리로 동의한다는 표를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처럼, 알패오 아저씨가 나를 나자렛에서 가장 분별 있는 소년이라고 생각하시던 때와 같이 우리 둘이서만 가자. 노인에게 금 빛깔 나는 이 아름다운 포도송이들을 갖다 드리자. 내가 아저씨를 저버리고 아저씨께 적의를 품고 있는 줄로 믿지 않으시게 하자. 네 어머니도 야고보도 이것을 기뻐할 것이다. 나는 아저씨에게 내일 가파르나움에 갈 것인데 당신의 아들은 온전히 아저씨의 것이라고 말씀드리겠다. 노인들은 어린아이들 같단 말이다. 노인들은 샘이 많아. 노인들은 항상 사람들이 그들을 소홀히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을 이해해야 한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정원에 남겨두신 채 사라지신다. 제자들은 예수 때문에 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생긴 고통과 몰이해의 폭로로 말을 잃고 있다. 마리아는 예수를 문까지 배웅하셨는데, 이제는 괴로운 한숨을 지으시며 돌아오신다.

-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59. 코라진의 미녀를 고쳐주심. 가파르나움의 회당에서 전도하신다

 

예수께서는 유다 타대오만이 빠진 제자들과 동시에 베드로의 장모의 집에서 나오신다. 맨 먼저 어떤 사내아이가 예수를 보고 그것을 알린다. 그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예수께서 호숫가 베드로의 뱃전에 앉아계신데, 곧 그분이 돌아오심을 환영하는 도시민들에게 둘러싸이신다. 그들은 별별 질문을 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마치 그 모든 수다가 천상의 즐거운 가락 이기라도 한 듯이 미소를 지으시며 조용히 더할 수 없는 참을성을 가지고 대답하신다.

회당장도 온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그에게 인사하신다. 그들의 인사는 동방식으로 매우 장중하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백성들을 가르치실 것으로 믿어도 되겠습니까?"

"선생이 원하시고 백성이 원한다면, 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요 근래는 줄곧 그것을 바랐습니다. 이 사람들이 그 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백성은 새로운 환호로 그 말을 확인한다.

"그러면 저녁시간 중간에 선생 댁에 가겠습니다. 지금은 모두들 가시오. 나는 나를 보기를 원하는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마지못해 떠나가고, 그동안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같이 배를 타고 호수로 나아가신다. 다른 제자들은 뭍에 남아 있다.

배는 돛을 올리고 짧은 거리를 지난다. 그런 다음 두 어부는 별로 높지 않은 두 야산 사이에 있는 작은 만 안으로 배를 물고 간다. 그 야산들은 원래는 한 산이었던 것이 침식작용이나 지진으로 가운데가 파져서 아주 작은 헙만(峽灣)을 만든 것 같다. 이 헙만은 노르웨이의 피오르드(Piord)가 아니기 때문에 전나무에 둘러싸여 있지 않고, 어떻게 났는지 모르지만 가파른 비탈의 무너져 내린 바위들과 지면에 튀어나온 바위들 틈에 나서 가지가 서로 엉긴 올리브나무들만이 있다. 올리브나무 잎들은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뒤틀려서 서로 엉기어 있는데, 여기는 바람이 세게 불 것이 틀림없다. 올리브나무의 잎들은 일종의 지붕을 이루고 있는데, 그 밑에는 변덕스러운 작은 급류가 거품을 일으키고 있으며, 온통 폭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요란한 소리를 낸다. 1미터 내지 2미터 높이의 폭포로 거품이 하얗게 일고 있지만, 사실은 하천 중에서 난쟁이 같은 것이다.

안드레아는 배를 할 수 있는 대로 호숫가 가까이 대려고 물에 뛰어내려서 올리브나무 줄기에 붙잡아 매고, 그동안 베드로는 돛을 내려 졸라매고 예수께 다리를 놓아 드리느라고 널빤지 하나를 걸쳐 놓는다. 그러면서 베드로가 말한다.

"그렇지만 선생님도 샌들과 옷을 벗으시고 저희들처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놈의 미치광이가(그러면서 작은 급류를 가리킨다) 호수의 물을 빙빙 돌게 해서 이 물의 요동 때문에 다리가 안전하지 못합니다."

예수께서는 여러 말씀 없이 권하는 대로 하신다. 뭍에 내려서는 샌들을 다시 신고, 예수께서는 긴 옷도 다시 입으신다. 다른 두 사람은 짙은 색 속옷 바람으로 있다.

"그 여자가 어디 있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아마 목소리를 듣고 도망친 모양입니다. 그 얼굴과 몸을 하고서야‥‥."

"불러라."

베드로는 큰소리로 외친다. "나는 가파르나움의 선생님의 제자요, 그러고 선생님이 여기 계시오, 나오시오."

아무 인기척도 없다.

"그 여자가 경계하는 것입니다" 하고 안드레아가 설명한다. "하루는 '오시오, 여기 음식이 있소' 하고 말하면서 그 여자를 부른 사람이 있었는데, 그러고 나서는 돌을 던져 그 여자를 맞이했습니다. 저희들은 그 여자를 그때 처음 보았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 여자가 코라진의 미녀이던 시절은 기억에 없었으니까요."

"그래 너희들은 그때 어떻게 하였느냐?"

"빵과 물고기들을 던져주고, 또 그 여자가 벌거숭이로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몸을 닦으려고 가지고 있던 돛 찢어진 천조각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감염되지 않으려고 도망쳤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다시 왔느냐?"

"선생님은 떠나셨고, 저희들은 선생님을 점점 더 알게 하는 일밖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모든 병자, 모든 소경, 불구자, 벙어리를 생각하고‥‥저 여자도 생각했습니다. 저희들은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정말이지‥‥많은 사람이‥‥ 아! 그야 물론 저희들 탓으로 그랬겠지만, 저희들을 미친놈 취급을 하고 저희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와 반대로 저희들 말을 믿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 여자에게는 제가 말했습니다. 달밤에 배를 타고 저 혼자서 왔습니다. 저는 저 여자를 불러서 '올리브나무 돌 위에 빵과 물고기가 있소. 겁내지 말고 오시오' 하고 말하고는 떠났습니다. 저는 저 여자를 한 번도 본 일이 없으니, 아마 저 여자는 제가 사라지기를 기다린 모양입니다. 여섯 번째에야 저 여자가 호숫가, 바로 선생님이 계신 그곳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여자는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추악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선생님 생각을 했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저 여자는 '당신은 누구요? 왜 동정을 하는 거요?'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나를 불쌍히 여기시는 분의 제자이기 때문이오' 하고 말했습니다.

'그게 누구요?'

'갈릴래아의 예수님이오.'

'그래 그분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라고 가르친단 말이요?'

'모든 사람을 불쌍히 여기라고 가르치시지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누군지 아시오? '

'당신은 코라진의 미녀지요. 지금은 문둥병자이고.'

'그런데 내게 대해서도 연민이 있단 말이요? '

'선생님은 당신의 연민이 모든 사람에게로 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도 선생님과 같이 되기 위해 모든 사람을 불쌍히 여겨야 합니다.'

여기서 저 문둥병자는 본의 아니게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했습니다. 저 여자는 '그러면 그분도 큰 죄인이었겠구먼' 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 혀 때문에 저주받으시오'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니오, 그분은 메시아이시고,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제가 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저 여자가 그의 비탄으로 인해서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할 수 없는 거다' 하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때에 저 여자가 울기 시작하면서 말했습니다. '아이고! 그이가 거룩한 분이면 미녀를 동정할 수는 없어요. 문둥병자는 동정할 수 있겠지만‥‥. 미녀에 대해서는 동정을 못할 거예요. 나는 바랐었는데‥‥'

저는 물었습니다. '무엇을 바랐었습니까?'

'병이 나아서‥‥ 세상으로‥‥ 사람들 사이로 돌아가기를‥‥ 거지노릇을 하면서 죽어도‥‥ 나를 보면 소름 끼치는 야수들의 소굴에서 야수처럼 죽지 않고‥‥사람들 사는 곳에서‥‥ 죽기를 바랐어요.'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세상에 돌아오게 되면 성실한 사람이 되겠다고 내게 맹세하겠습니까?' 하고. 그랬더니 저 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겠어요. 하느님께서는 바로 내 죄 때문에 나를 벌하셨어요. 나는 깊이 뉘우칩니다. 내 영혼은 죄의 벌을 받고 있어요. 그러나 죄는 영원히 미워합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의 이름으로 저 여자에게 구원을 약속해도 될 것같이 생각되었습니다. 저 여자는 저보고 '또 오시오, 또 와요‥‥ 그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오. 내 눈이 그분을 뵙기 전에 내 영혼이 그분을 알게 해 주시오‥‥"

그래서 저는 와서 제가 아는 대로 선생님께 대해서 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안드레아의 첫 번째 개종자에게 구원을 갖다 주러 왔다."

(과연 줄곧 말한 사람은 안드레아였었다. 그동안 베드로는 이 돌에서 저 돌로 뛰어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문둥병자를 불렀다).

마침내 그 여자가 올리브나무 가지 사이로 그 소름 끼치는 얼굴을 나타냈다. 그 여자는 보더니 비명을 지른다.

"그래 내려와요"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돌로 치지 않겠어요! 저기 보이지요? 저분이 예수 선생님이십니다."

그 여자는 비탈을 미끄러져 내려왔다. 내가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그 여자가 어찌나 빨리 내려왔는지 베드로가 선생님 곁으로 돌아오기 전에 예수의 발 앞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주님,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내가 당신을 불쌍히 여길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습니까?"

"예, 주님은 거룩하신 분이고 저는 죄를 뉘우치니까요. 저는 죄 덩어리이고 주님은 자비 자체이십니다. 주님의 제자가 처음으로 제게 대해서 자비를 가졌었습니다. 제자분이 제게 빵과 믿음을 갖다 주었습니다. 주님, 저를 깨끗하게 해 주십시오. 그렇지만 육체보다 먼저 영혼을 깨끗하게 해 주십시오. 저는 삼중으로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일 주님이 제게 정화를 다만 하나만 주셔야 한다면, 저는 그것을 죄지은 제 영혼을 위해 청하는 것입니다. 제자분이 되풀이해서 말해주는 주님의 말씀을 듣기 전에는 '나아서 사람들 가운데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했었는데, 이제는 알았으니까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병이 나아야지'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용서를 주겠소. 이것만을, 그래도‥‥."

"여보시오, 나와서 이리 오시오. 가지에 걸려 있는 손수건을 집으시오"(그것은 예수께서 배에서 뭍으로 물로 걸어 나오신 후에 몸을 닦으신 손수건이다).

여자는 순종하여 나오는 발가벗은 몸이다. 마른 손수건을 걸치려고 누더기를 물속에 두고 나왔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그 여자를 바라본 베드로이다. 그동안 좀 더 조심성 있는 안드레아는 그 여자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형이 지르는 소리를 듣고 안드레아가 돌아보다가 그도 역시 소리를 지른다. 여자는 어떻게 예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그 여자는 그 외치는 소리를 듣고 그에게로 사람의 주의를 끄는 그 손들을 보다가 자기 몸을 본다‥‥그 여자는 그의 누더기와 함께 문둥병도 호수 속에 버렸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 여자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듯이 뛰어 달아나지 않고 호숫가에 털썩 주저앉으며 벌거벗은 것이 부끄러워 몸을 웅크린다. 어떻게나 감격하였는지 비명 소리보다도 더 가슴을 찢는 듯한 길고 끝없는 통곡을 하며 울기만 하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가까이 가셔서‥‥ 그 여자 곁에 이르러‥‥ 손수건을 그에게 던져 주시고,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시며 말씀하신다. "잘 가시오, 그리고 착하게 사시오. 당신은 진실한 뉘우침으로 은총을 받을 자격을 얻었소.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자라게 하시오. 그리고 깨끗하게 하는 규칙을 지키시오."

여자는 운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베드로가 배에서 널빤지를 치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머리를 들고 팔을 내밀며 외친다. "고맙습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축복받으신 주님, 오! 찬미받으십시오. 찬미받으셔요!‥‥"

예수께서는 배가 산모퉁이를 돌아가기 전에 여자에게 잘 있으라는 손짓을 하시고 사라지신다‥‥.

‥‥이제는 당신의 모든 제자와 같이 계신 예수께서 광장과 회당으로 들어가는 길을 지나 가파르나움의 회당으로 들어가신다. 쑥덕거리는 소리와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많이 찧는 것을 보니 새 기적의 소문이 벌써 퍼진 모양이다.

회당 문지방에 장차 사도가 될 마태오가 보인다. 그가 거기 있는데, 들어가야 할지 나와야 할지 망설이는 것 같고, 그를 가리키는 모든 눈짓과 그에게 대하여 말하는 별로 기분 좋지 않은 형용 어구를 부끄러워하거나 난처해하는지 모르겠다. 겉옷을 입은 바리사이파 사람 둘은 마태오의 옷을 스쳐서 흑사병에 걸릴까 봐 겁이라도 나는 듯이 겉옷을 꼭 여민다.

예수께서는 들어가시면서 잠시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시고 잠깐 발을 멈추신다. 그러나 마태오는 머리를 숙인다. 그뿐이다.

그를 지나치자마자 베드로가 예수께 이렇게 말씀드린다. "여자보다도 향수를 더 뿌린 머리가 곱슬곱슬한 저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우리의 세금을 받는 세리(稅吏) 마태오입니다‥‥여기 뭣하러 왔을까요? 처음 왔는데요. 아마 같이 안식일을 지내면서 국고와 제 방탕한 행동을 위해 돈을 만들려고 세금을 두곱 세곱으로 매겨 저희 돈을 갈취한 것을 가지고 흥청망청 같이 마시고 놀 동무들, 특히 여자 동무들을 못 만난 모양이로군오."

예수께서 어떻게나 엄하게 베드로를 보시는지 베드로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걸음을 멈춘다. 그래서 사도들의 무리 맨 앞에서 가던 그가 맨 끝이 되었다.

예수께서는 자리를 잡으셨다. 백성들과 더불어 성가를 부르고 기도를 드리신 다음 말씀을 하시기 위하여 돌아서신다. 회당장이 두루마리를 원하느냐고 물었으나 예수께서는 "필요 없습니다. 나는 벌써 주제를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시작하신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 베들레헴의 다윗은 죄를 지은 다음 뉘우치는 마음으로 울고 그의 참회를 하느님께 소리 높여 아뢰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다윗의 정신은 안개와 같이 몽롱한 육체적 쾌락으로 어두워져서 하느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얼굴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얼굴을 기억하는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지성소' (至聖所)인 특별히 택해진 곳으로써 거룩한 영감과 거룩한 결심이 오는 곳이고, 제단과 같이 향기를 풍기고 불붙은 장작더미같이 빛이 나며 세라핌의 처소와 같이 노래가 울려 퍼지는 곳입니다. 그러나 죄가 그 연기를 퍼뜨리면 이곳이 하도 어두워져서 빛도 향기도 노래도 모두 사라지고 빽빽한 연기의 숨 막히는 냄새와 재미밖에는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어떤 종이 빛을 잃은 그 불행한 사람에게 빛을 가져다 줌으로써 빛이 다시 오게 되면, 그때에는 그 사람이 자기의 추함과 타락을 보게 되고, 자기 자신에 소름이 끼쳐져서 다윗왕과 같이 이렇게 부르짖게 됩니다. '주여, 당신의 크신 자비로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당신의 무한하신 인자로 제 죄를 씻어 없이 하십시오' 하고 말입니다. 그 사람은 '저는 용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죄 중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고 말하지 않고 '저는 창피를 당했고 용기가 꺾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떻게 죄 가운데 태어났다는 것을 아시는 당신은 제발 제게 물을 뿌려주시고 저를 물에 잠가 주시어 저로 하여금 다시 산꼭대기에 있는 눈과 같이 희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는 또 이렇게도 말합니다. '저로서는 수양(羊)과 소의 번제(燔祭)가 아니라 참으로 뉘우치는 마음을 드려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뉘우치는 마음을 원하시고 그것을 업신여기지 않으신다는 것을 제가 알기 때문입니다' 하고.

다윗이 죄를 지은 다음, 주의 종 나탄이 그를 뉘우치도록 이끌었을 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지금도 죄인들은 이렇게 말해야 하며, 주께서 당신 종들 중의 하나를 보내신 것이 아니고, 구세주 자신인 당신의 말씀을 보내신 지금은 더구나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이분이야말로 의인이고, 사람들의 주재자일 뿐 아니라 천상에 있는 존재와 지옥에 있는 존재들의 주재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마치 새벽에서 빛이 나와 아침해가 뜰 때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빛나는 것과 같이 그의 백성 가운데에서 나왔습니다.

여러분은 맘몬의 희생물이 된 사람은 비록 그가 이전에 '장사였더라도, 다 죽게 된 폐병 환자보다도 더 약하다는 말을 읽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삼손이 관능에 진 다음에는 어떻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는지를 아시지요. 여러분은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블레셋 사람들을 쳐부수기로 되어 있던 마노아의 아들 삼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아시기 바랍니다. 그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첫째 조건은 그의 임신 때부터 관능을 자극하고 사람의 내장을 부정한 살과 결합시키는 모든 것, 즉 허리에 부정한 불을 일으키는 포도주와 기름진 고기를 일제 가까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조건은 해방자가 되기 위하여는 어려서부터 주께 봉헌되고 언제까지나 나지르인의 신분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봉헌된 사람이란 겉으로 보이는 성덕뿐 아니라, 마음속의 성덕도 보존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육체는 육욕이고, 사탄은 유혹자입니다. 그리고 유혹자는 사람의 마음속과 하느님의 거룩한 명령을 통하여 하느님께 반항하려고 남자를 흥분시키는 육체, 즉 여자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되어 '장사'의 힘이 흔들리고 그 장사가 하느님께서 그에게 주신 특권을 허비하는 약한 자가 되고 맙니다. 그러니 이제는 잘 들으시오. 삼손은 그의 머리카락 일곱 가닥으로 땅에 붙박아지고, 힘줄로 만든 새 밧줄 일곱 가닥, 그러니까 새로 꼬은 밧줄 일곱 가닥으로 묶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늘 이겼었습니다. 그러나 쓸데없이 주님을 시험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인자하신 주님이라도 이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주님은 용서하시고, 용서하시고, 또 용서하십니다. 그러나 계속 용서하시기 위하여는 죄에서 나오고자 하는 의지를 요구하십니다. '주님, 용서하십시오' 하고 말하고 나서, 그를 끊임없이 죄로 끌어가는 것을 피하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세 번 승리를 거둔 삼손은 델릴라와 육욕과 죄를 피하지 않았고, 귀찮아 죽을 지경이 되었다고 성경에 씌어 있고, 그래서 영혼의 힘이 줄어들자 '내 힘은 내 머리카락 일곱 가닥에 들어 있다'라고 속을 털어놓았다고 성경에 씌어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죄의 큰 무기력으로 지쳐서 자기의 영혼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까? 그것은 악에 동의하였다는 의식만큼이나 사람을 못살게 구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래서 패하여 원수에게 항복할 지경이 되게 하는 것이오.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그래서는 안됩니다. 삼손은 유혹에 져서 그의 일곱 가지 힘을 이기는 비밀을, 즉 그의 힘인 상징적인 일곱 가닥, 즉 나지르인 신분에 대한 충실을 이기는 비밀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는 피로하여 여자의 품에서 잠들었고 졌습니다. 그의 서원에 충실하기를 거부하였기 때문에 소경이 되고 노예가 되고 무력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참된 뉘우침의 고통 속에서 그의 힘을 다시 찾았을 때에야 비로소 다시 '장사'가 되고 '해방자'가 되었습니다. ‥‥뉘우침과 참을성과 꾸준함과 용맹을 가지시오. 그러면, 죄인들이여, 그대들이 그대들 자신의 해방자가 될 것이라고 내가 약속하겠습니다. 정말 잘 들어두시오. 뉘우침과 죄를 버리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어떤 세례도 가치가 없고 어떤 의식도 소용이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합니다만, 죄가 그의 마음에서 빼앗아 간 덕행들을 뉘우침의 눈물로 다시 살아나게 하지 못할 만큼 그렇게 큰 죄인은 없습니다.

오늘 하느님에게서 죄에 대한 벌을 받은 한 여자, 이스라엘의 죄녀가 그의 뉘우침으로 자비를 받았습니다. 나는 자비를 얻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여자에 대하여 자비를 가지지 않고, 벌써 벌을 받은 그 여자를 무자비하게 못살게 군 사람들은 자비를 덜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들 안에 그들의 죄의 문둥병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까? 각자가 자신을 살펴보고‥‥ 자기 자신을 위한 연민을 받을 자격을 얻게 연민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나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로 쫓겨났다가 산 사람들 가운데로 다시 돌아온 이 뉘우친 여자를 위하여 동정을 청합니다. 목숨을 잃을 찰나에 있다가 참다운 삶으로 돌아온 이 뉘우친 여자를 위한 기부금은 내가 아니라, 요나의 아들 시몬이 거둘 것입니다. 그리고 실력자 여러분은 불평하지 마십시오. 불평하지 마세요. 그 여자가 미녀였을 때 나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세상에 있었습니다. 이렇게만 말하고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더러 그 여자의 정부였다고 비난하시는 것입니까?"하고 두 노인 중의 한 사람이 원한을 품고 묻는다.

"각자는 자기의 마음과 행동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나는 비난을 하지 않습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가자." 그러시면서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같이 나오신다.

그러나 가리옷의 유다는 그를 꽤 잘 아는 것 같은 두 사람에게 붙잡혔다.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자네도 저 사람과 같이 있나? 저 사람은 사실로 성인인가?"

가리옷 사람은 그가 잘하는 예상 밖의 대꾸를 한다. "난 자네들이 적어도 선생님의 거룩하심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네."

"하지만 저 사람은 안식일에 사람의 병을 고쳤어."

"아니야, 선생님은 안식일에 용서해 주셨네. 용서하는 데 안식일보다 더 적합한 날이 어느 날인가? 구속을 받은 저 여자를 위해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가?"

"우리는 매춘부에게 우리 돈을 주지 않네. 이것은 성전에 바칠 것이야."

유다는 불경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그들을 그곳에 세워놓은 채 선생님 계신 곳으로 간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하시는데, 베드로는 예수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다. "보십시오. 회당에서 나오는데 어린 야고보가 오늘은 돈주머니를 하나가 아니라 둘을 주었습니다. 역시 그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 그분이 누구입니까? 선생님은 아시지요‥‥말씀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신다. "네가 누구의 험구도 하지 않는 것을 배우고 나면 말해주마."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다

 

 

60. 알패오의 야고보가 제자로 받아들여진다. 예수께서 마태오의 계산대 곁에서 전도하신다

 

가파르나움의 장날 아침이다. 장마당에는 별별 물건을 다 파는 장사꾼이 가득 차 있다.

호수 쪽에서 오시던 예수께서 사촌인 유다와 야고보가 마주 오는 것을 보신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시고 다정스럽게 입맞춤하신 다음 급히 물으신다. "아버지는? 어떻게 되셨어?"

"아버지의 생명에 관해서는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하고 유다가 대답한다.

"그러면 왜 왔느냐? 그대로 있으라고 말했었는데."

유다는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야고보가 감정을 터뜨린다. "이 애가 자네에게 순종하지 않은 것은 내 탓이야. 내 탓이고 말고. 하지만 나는 그들을 계속 견디어낼 수는 없었어. 모두가 우리를 반대해. 그런데 왜 그러는 건가? 내가 자네를 사랑하는 것이 잘못인가? 우리가 혹시 잘못하는 것인가? 지금까지는 잘못하지 않나 하는 소심증으로 억제되었었어. 하지만 내가 알게 된 지금은, 이제는 자네가 하느님께서는 아버지보다도 더 높으시다고 말했으니, 계속해서 그들을 참 아견 딜 수가 없었어. 아이고! 나는 공손하려고 애썼고, 타이르고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려고 해 보았어, 나는 이렇게 말했지. '왜 나를 반대하는 거야? 그 사람이 예언자이면. 메시아이면, 왜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게 하려는 거야? <그의 가족들이 그를 반대하고 있다. 그를 따르는 세상 사람들 가운데에서 그의 가족들만이 빠져야 했는가?> 하고 말이야. 만일 그 사람이 형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쌍한 사람이라면, 가족인 우리가 그 사람의 정신착란을 도와서 그 자신에게도 우리에게도 해를 끼치지 못하게 될게 아니야?' 하고. 오 예수, 나는 그들이 추론하는 것처럼 인간적으로 추론하느라고 이렇게 말했어. 그렇지만 자네가 알다시피 유다와 나는 자네를 미쳤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자네는 우리가 자네를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으로 본다는 것을 알고 있지. 자네는 우리가 자네를 항상 우리의 큰 별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그러나 그들은 자네를 이해하기를 원치 않았고, 자네의 말을 듣기조차 원치 않았어. 그래서 나는 집을 떠난 거야. 예수를 택하느냐 가족을 택하느냐를 택하도록 독촉을 받아서 나는 자네를 택했어. 그래서 왔지, 적어도 자네가 받아준다면 말이야. 이렇게 된 다음에 자네가 원치 않는다면, 그때에는 내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 거야.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게 될 테니까 말이야. 자네의 우정도 못 가지고 가족 쪽에서 사랑을 못 받을 터이니까 말이네."

"그런 지경이 되었나? 오 내 야고보, 내 가엾은 야고보! 나는 형을 사랑하기 때문에 형이 그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어. 그러나 사람인 예수는 형과 같이 울고 있지만, 말씀인 예수는 형을 위해 매우 기뻐하고 있어. 이리 오게나. 나는 사람들 가운데 하느님을 모셔다 주는 기쁨이 점점 더 커져서 이 세상의 마지막 시간과 하늘의 영원한 시간에서 완전한 황홀에 이르리라는 것을 확신해."*

예수께서는 돌아서시며 마음을 써서 몇 미터쯤 떨어진 곳에 머물러 있는 제자들을 부르신다. "친구들, 오너라. 내 사촌 야고보가 이제는 내 친구 중에 속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의 친구이기도 하다. 아! 내가 어릴 적의 완전한 친구이고, 어릴 적의 내 형제였던 이 사람을 위하여 이 시간을, 이 날을 얼마나 갈망했는지 모른다!"

제자들은 새로 온 사람과 며칠 동안 보지 못하였던 유다를 환영 한다.

"저희는 선생님을 집에 가서 찾았지만‥‥ 호수에 가셨더군요."

"그랬다. 베드로와 다른 사람들과 같이 호수에 와 있었다. 베드로는 고기를 많이 잡았지?"

"예, 그런데 이제는 저 도둑놈한테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뒤집힙니다‥‥." 그러면서 세리 마태오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의 계산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데, 아마 자릿세를 내든가 물건에 대한 세금을 내는 모양이다.

"모든 것이 비율에 의하여 따져질 것이니라. 물고기가 많으면 납부금도 많아지겠지만, 이득도 많을 것이다."

"아닙니다. 선생님, 물고기가 더 많으면 이득이 더 많지만요. 제가 고기를 두 곱절 잡으면 저 사람은 두배를 물리질 않고, 네 배를 내게 합니다‥‥남의 노력의 결과를 이용하는 비열한 놈!"

"베드로야! 그럼 아주 가까이 가보자, 내가 말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세금 징수대 곁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구나."

"그러면요!" 하고 베드로가 투덜거리며 말한다. "사람들도 있고 저주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거기에 축복을 갖다 주겠다. 세리에게 정직이 조금 들어갈지 누가 알겠느냐?"

"선생님의 말씀이 저 잔인한 사람의 가죽을 뚫고 들어가지 못할 테니 보십시오."

"어디 두고 보자."

"무슨 말씀을 하시렵니까?"

"직접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를 위하여도 내가 말하는 것으로 깊이 생각하도록 말하겠다."

"길에서 사람을 습격하는 자뿐 아니라, 여자와 술 취함을 위해서 일하지 않고 밥벌이를 하려고 일하는 가난한 사람의 것을 빼앗는 사람도 도둑이라고 말씀하십시오."

"베드로야, 네가 내 대신 말하겠느냐?"

"아니올시다, 선생님. 저는 제 생각을 잘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네 마음속에 신랄함이 있으니, 너 자신에게도 해를 끼치고 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것이다."

두 사람은 기금 징수대 근처에 이르렀다. 베드로가 돈을 내려고 한다. 예수께서는 그를 제지하시며 말씀하신다. "돈을 내게 다오. 오늘은 내가 내겠다." 베드로는 놀라서 예수를 쳐다보며, 돈이 잔뜩 들어 있는 가죽 주머니를 예수께 드린다.

예수께서는 차례를 기다리시다가 세리 앞에 이르렀을 때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나의 아들 시몬의 물고기 여덟 바구니에 대한 세금을 내겠습니다. 바구니들은 사환들 발 앞에 있으니, 확인하고 싶으면 확인하시오. 그러나 정직한 사람들 사이에는 말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나를 정직한 사람으로 보리라고 생각합니다. 세금이 얼마나 됩니까?"

자기 세금 징수대에 앉아 있던 마태오가 예수께서 '선생은 나를 정직한 사람으로 보리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씀하실 때에 일어선다. 키가 작고 대개 베드로만큼 나이 먹은 그는 그러나 쾌락 추구자의 피로한 얼굴과 분명히 황송한 빛을 나타낸다. 그는 처음에는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고개를 쳐들고 예수를 쳐다본다. 예수께서 그 큰 키로 인하여 그를 굽어보시며 엄숙하게 똑바로 들여다보신다.

"얼마요?" 하고 조금 후에 예수께서 물으신다.

마태오는 "선생님의 제자에게는 세금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제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고 말한다.

"나는 선생의 영혼을 내 안에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내 안에 죄인들을 보호해 주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선생은‥‥ 왜 선생의 영혼 걱정을 안 합니까?" 그리고 예수께서는 곧 어안이 벙벙해 있는 베드로에게로 돌아오신다.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라 있다. 그들은 그들의 눈을 의심하며 수군거린다‥‥.

예수께서는 마태오에게서 10미터쯤 떨어져 있는 나무에 기대시어 말씀하기 시작하신다.

"세상은 가족들이 모두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큰 가정과 같습니다. 농부들과 목자들과 포도 재배자들도 있고, 목수와 어부와 벽돌공과 나무일과 소일을 하는 일꾼들도 있으며 글 쓰는 사람들과 군인들과 여러 가지 특별한 업무를 맡은 관리들과 의사와 사제들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세상은 단 하나의 범주로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모든 직업이 정의로 일하면 모두가 필요하고, 모두가 거룩합니다. 만일 사탄이 그렇게 많은 방면에서 우리를 유혹하면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겠습니까? 가장 깊숙이 숨은 행동까지도 모두 다 보시는 하느님을 생각하고, 또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고, 남이 네게 해주기를 원치 않는 것은 너도 남에게 하지 말아라. 어떠한 모양으로도 남의 것을 훔치지 말아라' 하고 말하는 율법을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내 말을 듣고 있는 여러분 말해보시오. 어떤 사람이 죽을 때에 그의 돈자루를 가지고 갑니까? 또 비록 그가 돈을 무덤 속에 있는 그의 시체 곁에 놓아주기를 원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은 후에 그 돈을 쓸 수가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돈은 부패하는 시체와 더불어 썩어 없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한편 그의 영혼은 비록 이 세상에서 무덤 속에 많고 많은 달란트를 두었다 하더라도 동전 한 푼 마음대로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복된 욥의 영혼보다도 더 가난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말을 잘 듣고, 명심하시오! 오히려 재산이 있으면 하늘나라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재산이 있으면, 비록 그것이 유산에서 오거나 정직한 이득에서 오더라도 오히려 보통은 하늘나라를 잃게 됩니다. 재물을 올바르게 쓸 줄 아는 부자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축복받은 저 하늘나라, 아버지의 품에서 누리는 저 안식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재물을 탐내지 말아야 합니다. 정직과 사랑을 어기면서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재물을 얻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탐욕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재산을 가지면 하늘이나 이웃보다 그것을 더 사랑하여 이웃이 가난에 쪼들리고 있을 때 그에 자선을 베풀기를 거절한다는 그런 뜻으로 탐욕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재산이 줄 수 있는 것, 즉 여자와 쾌락, 또는 춥고 굶주리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모독하는 호의호식을 위하여 탐욕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의 부정한 돈과 바꾸어서 하늘나라에서 통용되는 돈을 마련할 수 있기는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흔히 부정하거나 부정의 원인이 되는 인간적인 재산을 영원한 재산으로 바꾸는 거룩한 피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는 돈을 정직하게 벌어야 하고, 부정하게 얻은 것은 되돌려주어야 하며, 이 세상의 재물을 쓰되 절제 있게 또 그것에 애착을 느끼지 말고 써야 합니다. 재물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조만간 재물들이 우리를 버릴 것이지만-오! 이 생각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한 선행은 절대로 우리를 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의인'이라고 불리기를 원하고, 의인으로 취급되고 의인으로서 하느님께 상을 받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름으로만 의인이고 행동으로는 의인이 아닌 사람에게 어떻게 하느님께서 상을 주시겠습니까? 네가? 만일 하느님께서 뉘우침이 말에만 있고. 정신에는 참다운 변화가 없는 것을 보시면, 어떻게 '너를 용서한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까? 죄의 원인이 되는 물건을 탐하는 마음이 있는 한 뉘우침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기를 낮추고 그의 안에 나쁜 정열의 근원이 되어 있는 것을-그것이 여자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습니다만-그것을 정신적으로 잘라버리고, '주님, 당신을 위하여 이 모든 것을 하나도 원치 않습니다' 하고 말하면, 그때에는 진정한 뉘우침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오너라, 너는 죄 없는 사람이나 또는 영웅과 같이 내게 소중하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를 받아들이십니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끝내셨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시작하실 때부터 둘러 서 있는 청중들 가까이 와 있던 마태오는 돌아다보지도 않으신 채 떠나신다.

일행이 베드로의 집에 가까이 갔을 때 그의 아내가 달려와 남편에게 무엇인가 말한다. 베드로는 예수께 가까이 오시라는 손짓을 한다. "유다와 야고보의 어머니가 오셨답니다.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게 드리고 싶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하자. 나는 쉬러 가는 것처럼 집안으로 들어갈 터이니, 너희들은 모두 가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잔돈푼을 나누어주어라. 세리가 받지 않은 세금도 가지고 가거라. 자 가라." 예수께서는 모두를 내쫓는 손짓을 하시고, 그동안 베드로는 자기와 같이 가자고 그들을 설득할 임무를 맡는다.

"어머니가 어디 계십니까?" 하고 예수께서 베드로의 아내에게 물으신다.

"옥상 정원에 계십니다. 아직 그늘이 있어서 시원합니다. 조용히 올라가세요. 집안에 계신 것보다 더 자유스러우실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작은 층계로 해서 올라가신다. 한쪽 구석에 포도덩굴을 올려 정자처럼 된 아래 옥상정원에 둘러친 낮은 담 곁에 있는 작은 궤 위에 짙은색 옷을 입고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알패오의 마리아가 앉아 있다. 마리아는 소리 없이 조용히 울고 있다. 예수께서 그를 부르신다. "사랑하는 마리아 아주머니!" 마리아는 고민에 싸인 가엾은 얼굴을 들고 양손을 내민다. "예수야! 내 마음은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겠다!"

예수께서는 아주 가까이에 가셨다. 예수께서는 마리아에게 억지로 앉아 있게 하시고, 당신은 겉옷을 입고 서 계시며 한 손은 아주머니의 어깨에 얹고 한 손은 아주머니의 양손에 잡힌 채 계신다. "무슨 일입니까? 왜 그렇게 우세요?"

"아이고! 예수야! 나는 '병자에게 줄 달걀과 포도주를 가지러 가나에 간다'라고 말하면서 빠져나왔다. 알패오 곁에는 네 어머니가 있으면서 보살피고 있다. 마리아는 간호를 잘할 줄 아니까 나는 안심한다. 가나에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이리로 왔다. 나는 더 일찍 오느라고 이틀 동안 밤새껏 달려왔다. 이제 기진맥진했다‥‥그렇지 피곤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마음 괴로움이다! ‥‥우리 알패오가‥‥ 우리 알패오가‥‥ 우리 아들들이 ‥‥ 아이고! 같은 핏줄에서 나온 그 애들이 왜 그다지도 다르냐? 그 애들은 꼭 방앗간의 두 맷돌처럼 어미의 마음을 으깨 놓는다. 유다와 야고보는 너와 같이 있지? 그래? 그럼 너도 알겠구나‥‥내 예수야! 왜 우리 알패오는 알아듣지를 못한단 말이냐? 왜 죽는다는 거냐? 왜 그럴게 죽으려고 하는 거냐? 그리고 시몬과 요셉은? 왜 그 애들은 너와 같이 있지 않고. 너를 반대한단 말이냐?"

"마리아 아주머니, 울지 마세요. 저는 형들에게 아무 원한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유다에게도 그 말을 했어요, 저는 이해하고 동정합니다. 아주머니가 그 때문에 우신다면, 이제는 울지 마세요."

"그 때문에도 그렇다. 그 애들이 네게 무례한 행위를 하니까. 그 때문에도 그렇다. 그리고. 그리고 또‥‥나는 내 남편이 너와 원수가 진 채로 죽어 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고! 저 세상에서 같이 있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마리아는 몹시 괴로워한다. 마리아는 예수께서 그에게 내맡긴 손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울고, 때때로 거기에 입을 맞추며 일그러진 얼굴을 예수께로 쳐든다.

"아니, 아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저는 용서합니다. 그리고 제가 용서하면‥‥"

"아이고! 예수야, 가자. 그 사람의 영혼과 육체를 와서 살려 다오. 가자‥‥ 그 애들은 너를 비난하려고 이런 말도 한단다. 그래 죽어 가는 아버지에게서 아들 둘을 네가 빼앗아 갔다고 말한다. 그 말을 나자렛 사람들에게 한단다. 알겠니? 그렇지만 그 애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그 사람은 사방에서 기적을 하면서 제 집안에서는 할 줄을 모른다'라고. 그래서 나는 너를 옹호해서 '너희들이 비난을 해서 그를 내쫓고 믿지를 않는데, 그 애가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이냐?' 하고 말한다. 그러면 그 애들은 아무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믿지 않으면 하고. 아주머니는 잘 말씀하셨어요. 믿지 않는 데에서 제가 어떻게 기적을 행할 수 있습니까?"

"오!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내가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믿는다. 와서 기적을 행해라‥‥네 가엾은 아주머니를 위해서‥‥."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하고 예수께서는 몹시 슬퍼하시며 말씀하신다. 울고 있는 마리아의 머리를 가슴에 꼭 껴안고 서 계시는 예수께서는 청명한 자연에게 당신의 무능을 말씀하시며, 영원한 법령으로 인하여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것을 괴로워하는데 대하여 자연을 증인으로 삼으시는 것 같다.

여인은 더 크게 운다.

"이거 보세요, 마리아 아주머니, 참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제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면 맹세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 저는 아주머니와 제 어머니를 위해서, 유다와 야고보를 위해서 또 알패오 아저씨와 요셉과 시몬을 위해서 이 은총을 아버지에게서 빼앗아오기까지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아주머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제 무능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제 아버지가 떠나실 때가 되었을 때, 아주머니는 그분이 의인이셨고 제 어머니가 그분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아주머니도 아시지요, 저는 그분의 목숨을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사는 집안이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불행을 면하게 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저는 이 세상에 영원히 남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멀지 않아 죽을 것이고, 제 거룩하신 어머니 마리아도 저를 죽지 않게는 못하실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하겠습니다. "예수께서는 앉으시며 아주머니의 머리를 어깨에 꼭 껴안으신다. "제가 이것은 하겠습니다. 아주머니의 고통 때문에 알패오 아저씨의 평화를 약속합니다. 아주머니가 아저씨와 헤어져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장합니다. 우리 가족이 하늘에 모여 영원히 같이 있으리라는 것을 아주머니께 약속합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또 그 후에도 아주머니의 마음에 항상 많은 평화와 많은 힘을 부어서, 여자이기 때문에 아주머니가 가까이 하기가 더 쉬울 가엾은 여자들에게 사도가 되게 하겠습니다. 아주머니는 이 복음 전파의 때에 제게 사랑하는 친구가 되실 것입니다. 울지 마세요. 알패오 아저씨가 돌아가심으로 아주머니는 아내의 의무에서 해방되고, 위대한 희생의 제단 곁에서와 수많은 이교도들 앞에서 대단히 필요한 신비스러운 여자 사제직의 더 숭고한 의무에 올려지게 될 것입니다. 이교도들의 영혼은 남자 제자들의 영웅적 행위보다도 여자 제자들의 거룩한 영웅적 행위를 보고 더 감동할 것입니다. 오! 사랑하는 아주머니, 아주머니의 이름은 그리스도교의 하늘에서 불꽃과 같이 될 것입니다. ‥‥울지 마시고 안녕히 가세요. 강하고 인종하고 거룩하게 사세요. 제 어머니는‥‥ 아주머니보다 먼저 과부가 되셨습니다‥‥제 어머니가 아주머니의 기운을 돋워 주실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할 줄을 아시니까요. 오세요. 해가 이렇게 뜨거운데 아주머니를 혼자 떠나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베드로가 배로 요르단강까지 모셔다 드리고, 거기서부터 나자렛까지는 나귀로 모셔다 드릴 것입니다, 참으세요."

"예수야, 축복해 다오. 네가 내게 힘을 다오."

"예, 사랑하는 아주머니, 축복을 하고 입맞춤을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다정스럽게 입맞춤을 하시고, 마리아가 진정될 때까지 오랫동안 가슴에 꼭 껴안고 계신다.

 

*역주 : 이 책에 쓰인 프랑스어 동사에는 경어와 반말의 구별이 없다. 그러므로 이 번역에 경어와 반말을 쓴 것은 순전히 역자의 생각에 의한 것이다. 예수와 야고보, 유다는 어려서 같이 자란 사촌 간이므로 제자가 되기 전에는 반말을 쓰는 것으로 했다가 제자가 된 뒤로는 예수께서는 반말을, 사촌들은 제자이므로 경어를 쓰는 것으로 한다. 이 점 독자들 양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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