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 (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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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 (46~50)

by mrsoojak 2021. 12. 29.

우린 최후의 만찬 후 유다가 스승인 예수님을 팔고 확인 하는 입맞춤을 합니다. (저도 늘 반성합니다)

 

46. 가리옷 사람이 디오메데스에게 아글라에의 보석을 판다

 

여기는 예리고의 장마당이다. 그러나 아침이 아니고, 한여름의 대단히 덥고 긴 저녁의 황혼 시간이 흘러가는 중이다. 아침에 섰던 장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폐물들밖에 없다. 야채 부스러기, 가축들의 오물 무더기, 바구니나 나귀들의 길마에서 떨어진 지푸라기, 걸레 조각 따위 ‥‥ 그 모든 것 위에서는 파리떼가 기승을 부리고 여름 해가 발효시키는 바람에 말할 수 없이 역하고 고약한 냄새가 풍겨 나온다. 넓은 장터에는 사람이 없다.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이나 싸움을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녀석이 장터 나무에 앉아 있는 새들에게 돌을 던지고, 어떤 여자가 샘으로 간다. 이것이 전부이다.

예수께서 어떤 거리로 해서 오셔서 주위를 휘 둘러보신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참을성 있게 어떤 나무줄기에 기대셔서 기다리신다. 예수께서는 하느님께 근거를 두고, 조물주에게서 모든 피조물에게 내려오는 사랑에 대하여 꼬마들에게 말씀하시게 되었다. "잔인하게 굴지를 말아라. 왜 새들을 불안하게 하려고 하니? 새들은 저 위에 집이 있고 새끼들이 있단다. 새들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새들은 우리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사람의 시체와 곡식과 실과를 해치는 곤충들을 먹어서 깨끗하게 해 준다. 뭣 때문에 새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이고 해서 새끼들이 아빠 엄마를 잃게 하거나 아빠 엄마가 새끼들을 잃게 하느냐? 어떤 나쁜 사람이 너희 집에 들어와서 집을 부수거나 너희 아빠 엄마를 죽이거나 너희들을 아빠 엄마에게서 멀리 데리고 가면 좋겠니? 좋지 않을 테지. 그러면 사람들이 너희들에게서 그렇게 하는 것은 싫어하면서 왜 저 죄 없는 새들에게는 그렇게 하니? 만일 너희들이 아직 어린아이 적에 새들처럼 해를 끼치지 않고 예쁜 작은 피조물들에 대해서 그렇게 무정한 마음을 가지게 되면 이다음에 어떻게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겠니? 율법에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이 있는 것을 모르니? 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도 사랑할 수 없다. 그런데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의 집에 가서 그분께 기도를 드릴 수 있겠니? 하느님께서는 저 높은 하늘에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 것이고, 또 사실 이렇게 말씀하신다. '가라, 나는 너를 모른다. 네가 아들이라고? 아니다. 너는 형제들을 사랑하지 않고 그들을 통해서 그들을 만드신 아버지를 공경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너는 형제도 아들도 아니고 사생아이며 하느님에게는 못된 아들이고, 너희 형제들에게는 거짓 형제이다' 하고. 영원하신 주님이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보아라. 제일 추운 여러 달 동안에는 새들이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게 곡식광과 헛간들을 찾아내게 하신다. 그리고 더운 때에는 햇볕을 피하도록 나뭇잎들의 그늘을 새들에게 주신다- 겨울에는 밭에 낟알이 겨우 흙에 덮일까 말까 해서 씨앗을 찾아내서 그것을 먹고살기가 쉽다. 여름에는 맛 좋은 과일들로 목마름을 풀 수 있고, 건초 부스러기와 양 떼들이 가시덤불에 남겨 놓는 양털로 단단하고 따뜻한 집을 지을 수가 있다. 그리고 그분은 주님이시다. 너희 어린 사람들도 새들과 같이 창조하셨으니, 따라서 저 작은 짐승들의 형제이다. 왜 너희들은 저 모든 작은 짐승들에게 잔인하게 굴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놈들과 다르게 되기를 원하느냐? 모두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너희 형제인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너희 하인이요 친구인 짐승들 가운데에서도 각자에게서 그의 것을 빼앗지 않도록 해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선생님, 유다가 옵니다" 하고 시몬이 부른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너희들에게도 자비를 베푸셔서, 저 죄없는 짐승들에게 해 주시는 것처럼 너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실 것이다. 하느님의 평화를 가지고 가거라."

예수께서는 어른들까지도 와서 합류하였던 소년들이 빙 둘러 있는 가운데를 헤치고, 다른 거리로 해서 빨리 오고 있는 유다와 요한 쪽으로 가신다. 유다는 몹시 기뻐한다. 요한은 예수를 보고 미소 짓지만‥‥ 썩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오세요, 선생님. 오세요. 저는잘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를 따라오세요. 거리에서는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어디로 가는거냐, 유다야?"

"주막에요. 벌써 방 넷을 잡아놓았습니다. ‥‥아! 수수한 곳이니, 염려 마십시오. 그렇게 절제를 많이 했고 또 이렇게 덥기도 하니 그저 침대에서 쉬기 위해서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처럼 먹지 않고 사람들처럼 먹을 수 있으려고요. 또 마음 놓고 이야기도 할 수 있게요. 저는 아주 잘 팔았습니다. 그렇지, 요한?"

요한은 별로 내키지 않는 태도로 동의한다. 그러나 유다는 그가 한 거래가 하도 만족스러워서 예수께서 편안한 숙소에 대하여 별로 만족해하지 않으시는 것과 한층 더 열의 없는 요한의 태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계속 말을 한다. 제가 어림잡아 셈했던 것보다 더 받고 팔았기 때문에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 침대와 식사값으로 여기서 조그만 액수 100 데나리온*쯤 잡아 쓰는 건 정당한 거다. 늘 음식을 먹은 우리가 기진맥진할 정도인데 예수님은 더 이상 견디실 수 없게 되셨을 거야' 하고. 저는 제 선생님이 병들지 않으시도록 보살필 의무가 있습니다! 사랑의 의무입니다, 선생님이 저를 사랑하시고, 저도 선생님을 사랑하니까요‥‥당신들과 당신들의 양 떼를 위해서도 마련을 했어요" 하고 목자들에게 말한다. "저는 모든 것을 생각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유다를 따라가신다.

일행은 중요하지 않은 작은 광장에 도착한다. 유다가 말한다. "거리로 면한 창문이 없고, 하도 작아서 무슨 갈라진 틈 같아보이는 저 문이 달린 집이 보이지요? 저것이 금박 공(金箔工) 디오메데스의 집입니다. 보잘것없는 집 같아 보이시요? 그렇지만 거기에 예리고 전체를 살 만한 금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 하!" 하고 유다는 장난꾼처럼 웃는다...."그리고 그 금 가운데에는 목걸이와 그릇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가장 세력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다른 물건들도 있습니다. 디오메데스‥‥ 아! 모든 사람이 그를 모르는 척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헤로데 당원에서부터‥‥ 모든 사람에 이르기 가지 말입니다. 아무 장식도 없고 초라한 이 벽에 '수수께끼와 비밀'이라고 써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벽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제가 거래를 한 방식에 대해서나 눈살을 찌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요한! ‥‥ 자네는‥‥ 깜짝 놀라고 불안해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지. 하지만 그보다도 선생님, 보세요. 이제 어떤 일을 할 때에는 저를 요한과 같이 보내지 마십시오. 하마터면 모두가 실패할 뻔했습니다. 요한은 재빨리 알 야채 지를 못하고 부인할 줄도 모릅니다. 그런데 디오메데스 같은 음흉한 사람하고는 빠르고 날카로워야 합니다."

요한이 중얼거린다. "자네는 별말을 다 했단 말이야 ! 하도 엉뚱하고 또 하도‥‥하도‥‥ 그렇습니다. 선생님, 이제부터는 저를 보내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사랑하는 것밖엔 모릅니다‥‥."

"우리가 그런 것을 팔 필요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시는데, 예수께서는 어떤 생각에 잠겨 계신다.

"주막이 저기 있습니다. 선생님, 오십시오. 제가 말을 하겠습니다‥‥다 마련을 해 놓았으니까요."

일행이 들어가고 유다가 주인과 말을 하니, 주인은 양들을 외양간에 들여보내게 하고 나서 손님들을 방으로 안내한다. 방안에는 침대로 쓰이는 돗자리 두장과 의자와 식탁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주인이 물러간다.

"선생님, 목자들이 양떼를 돌보고 있는 동안에 즉시 이야기하십시다."

"말하여라."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는지 요한이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 정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맹세와 증언이 필요 없다. 말하여라."

"저희는 낮 열 두시에 예리고에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짐바리 짐승들같이 땀투성이 었습니다. 저는 디오메데스에게 급한 일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이리로 와서 원기를 회복했습니다. 깨끗한 옷을 입고 요한 보고도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아이고! 이 사람은 향수를 뿌리고 머리 손질을 하는 것 따위는 도무지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길을 오면서 안을 짜 놓았었습니다! ‥‥ 저녁때가 가까워지자 저는 '가보세' 하고 말했습니다. 그때에는 저희들이 휴식을 취한 뒤라 유람여행을 하고 있는 부자같이 싱싱했습니다. 디오메데스의 집에 거반 다 가게 되었을 때 저는 요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넨 날 도와주게, 내 말이 거짓이라고 부인하지 말고 예민하게 이해하도록 하게' 하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요한은 밖에 두고 들어가는 것이 나을 뻔했습니다. 이 사람은 제게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다행히도 제가 두 사람 몫만큼이나 예민하고 또 모든 것을 다 감당해 나갔습니다.

염세리가 집에서 나왔습니다. '잘됐다 !'고 저는 속으로 말했습니다. '염세리가 나오는 걸 보면 돈이 있을 것이고, 제가 흥정하기 위해서 원하는 것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 것입니다. 왜 그런고 하니, 염세리는 그의 모든 동료들이 그런 것과 같이 고리대금업자이고 도둑이어서 주색에 쓸 많은 돈을 얻기 위하여 불법으로 세금을 많이 부과시키고는 그 가엾은 사람에게 협박과 고리(高利)로 빼앗은 목걸이를 늘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금과 몸을 사고팔고 하는 디오메데스의 친구입니다‥‥저희는 제가 누구라는 것을 알린 다음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갔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그 사람이 정직하게 금세공을 하는 척하는 입구에 들어가는 것이 다르고, 그 사람이 진짜 거래를 하는 지하실에 들어가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둘째 경우의 초대를 받으려면 그 사람에게 썩잘 알려져야 합니다. 저를 보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금을 팔려고 하십니까? 알맞지 않은 시기에 오셨습니다. 돈이 별로 없거든요.' 으레 하는 엄살입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팔려고 온 것이 아니라 사러 온 거요. 여자용 보석이 있소? 그렇지만 아름답고 호화롭고 값이 많이 나가고 무겁고 순금으로 된 거라야 하오.' 디오메데스는 깜짝 놀라서 물었습니다. '아내를 얻으시려는 겁니까?' 저는 '그런 것은 상관할 것 없소. 내가쓸 것이 아니고, 결혼을 해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금패물을 사다 주기를 원하는 이 친구가 쓸 거요.'

그런데 여기서 요한이 젖내 나는 아이 같은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요한을 쳐다보고 있던 디오메데스가 요한의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을 보고는 몹시 더러운 늙은이답게 '아이고! 이 총각, 제 색시 말만 들어도 몹시 흥분하는군, 당신 색시가 대단히 아름답소?'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요한더러 정신을 차리고 바보같이 굴지 말라는 것을 깨닫게 하려고 발로 툭 건드렸습니다. 그러나 요한이 하도 작은 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하는 바람에 디오메데스가 의혹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고, 그것은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오. 그 여자는 당신을 지옥으로 끌고 갈 여자들 축에 끼는 여자는 절대로 아니오. 그 여자는 정숙한 처녀이고, 멀지 않아 정숙한 아내가 될 여자요. 당신의 금 같은 건 필요 없는 여자요. 내가 이 혼인을 떠맡아가지고 있고, 젊은이를 도와줄 책임을 맡고 있소‥‥유다인이고 도시인인 내가 말이오.' '이 사람은 갈릴래아 사람이지요?' 항상 그 머리털 때문에 탄로 나는 거지요! '이 젊은이가 부잡니까?' '대단히 부자요.'

그래서 저희는 지하실로 내려갔고, 디오메데스는 그의 금고들을 열었습니다. 아니, 또한, 사실을 말해 보게. 그 모든 보석과 금을 보고 있노라니까 하늘에 올라간 것 같지 않던가? 금과 보석으로 만든 목걸이, 꽃장식 같은 목걸이, 팔찌, 귀걸이, 헤어네트, 머리핀, 버클, 가락지‥‥아이고! 얼마나 찬란한지! 대단히 거만한 태도로 아글라에의 목걸이와 거의 비슷한 목걸이를 골랐습니다. 그리고는 머리핀, 가락지, 팔찌 따위‥‥제가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것과 모두 비슷한 것을 같은 수량만큼 골랐습니다. 디오메데스는 깜짝 놀라서 물었습니다. '또요? 아니 저 사람은 어떤 사람 입니가? 또 신부는 어떤 여자이고요? 왕녀입니까?' 제가 원하던 전부를 내놓았을 때에 '얼마요?'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고! 세월이 좋지 않다느니, 세금이 어떻다느니, 위험이 많다느니, 도둑이 어떻다느니, 하고 어떻게나 지루하게 푸념을 늘어놓는지요! 오오! 자기가 정직하다는 단언을 하느라고 또 한바탕 늘어놓고요! 결국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정말이지, 선생이니까 사실을 말하지요. 과장하지 않고요. 그렇지만 1드라크마*도 깎을 수 없습니다. 은화 12 달란트만 주십시오.' '날도둑 같으니라고!' 하고 저는 말하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요한, 가세. 예루살렘에 가면 이 사람보다 덜 사기꾼인 사람을 만날 걸세.' 그러면서 나오는 체했습니다. 그러나 디오메데스는 제 뒤로 쫓아 나오며 말했습니다. '내 절친한 친구분, 내 사랑하는 친구분, 오십시오. 이 가엾은 선생의 종을 이해해 주십시오. 그보다 덜은 못합니다. 정말 못합니다. 보세요. 나는 정말 노력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타산을 하는 겁니다. 선생이 늘 내게 우정을 주셨고 또 내게 장사를 시켜 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겁니다. 11 달란트 주십시오. 굶어 죽게 된 어떤 사람에게서 내가 이 금을 사야 한다면 이만한 액수를 줄 것입니다. 1 데나리온도 덜은 안됩니다. 그건 내 늙은 혈관이 하얗게 되도록 피를 뽑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말했지? 우습기도 하고 구역질도 났습니다. 그 사람이 값을 딱 결정한 것을 보고 일을 행동에 옳겼습니다.'이 기분 나쁜 늙은이, 내가 사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팔려고 그런다는 것을 아시오. 내가 팔고자 하는 것이 여기 있소. 보시오. 이거 당신 보석만큼 아름답지요. 로마의 금이고 새로운 형태요. 살 사람이 없는 걱정은 안 할 거요. 11 달란트에 당신에게 주겠소. 값을 정한 것은 당신이오. 당신이 평가를 했으니, 그만큼 내시오.' 아이고! 그랬더니 그 사람은 '이건 배신입니다! 선생은 내가 선생에게 대해서 가졌던 존경을 저버렸습니다! 난 그만큼 줄 수가 없습니다!' 하고 부르짖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평가를 했으니, 내시오.' '그렇게는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져갈 테니 조심하시오.' '안됩니다, 선생님' 그러면서 아글라에의 보석 무더기로 손을 뻗었습니다. '그럼, 그만큼 내시오. 12 달란트를 달라고 해야겠지만, 당신의 마지막 평가로 만족하겠소.' '그렇게는 못합니다.' '고리대금업자! 조심하시오, 여기 증인이 있으니까 당신을 사기꾼으로 고발할 수 있소‥‥' '또 다른 못된 점들도 그에게 붙여주었지만, 이 총각(사도 성 요한) 앞에서 그 말을 되풀이하지는 않겠습니다‥‥.

마침내 급히 팔아야 하겠고 일을 빨리 해치워야 하겠기에 저희 둘 사이에 어떤 조그마한 것 한 가지를 약속했습니다‥‥그 약속은 지키지 않겠습니다. 도둑놈에게 한 약속이 무슨 효력이 있습니까? 저는 10, 5 달란트로 흥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희들은 그 사람이 푸념을 하고 우정과‥‥여자를 제의하는 말을 들으면서 떠나 왔습니다. 그리고 요한은 자칫하면 울 뻔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네를 방탕아로 생각하는 것이 자네에게 무슨 상관이 있나? 자네가 그렇지 않았으면 그만이지. 세상은 그런 것이고 그래서 자네를 팔삭동(八朔童)이처럼 생각한다는 걸 모르나? 여자 맛을 알지 못하는 젊은이? 그걸 누가 믿어? 또 혹 자네 말을 믿는다 해도‥‥오! 내게 관한 한, 자네가 그쪽 성향이 없다고 상상하는 사람들 히 자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내게 생각하는 것은 원치 않네.

선생님 이상과 같습니다. 선생님이 직접 세어보십시오. 잔돈이 잔뜩 있었습니다. 그러나 염세리 집에 들러서 '이 잔돈을 받고 당신이 이사악에게서 받은 달란트를 주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이 마지막 소식은 흥정을 하면 저 들었었거든요. 그렇지만 최후로 이사악 디오메데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성전의 유다는 없어졌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지금은 내가 어떤 성인의 제자요. 그러니까 목숨을 보전하고 싶거든 나를 안 적이 없는 체하시오'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좋지 않게 대답을 했기 때문에 자칫했더라면 그 사람의 목을 비틀 뻔했습니다."

"그 사람이 자네한테 뭐라고 했길래?" 하고 시몬이 태연하게 묻는다.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 '당신 이성인의 제자라고요? 그 말은 절대로 믿지 않겠소.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선생이라는 그 선생이 멀지 않아 여기 와서 나더러 여자를 구해 달라고 청하는 걸 보게 될 거요?' 그 사람이 이런 말도 했어. '디오메데스는 늙은 악당이고, 세상의 재난이오. 하지만 당신은 이 디오메데스의 젊은 복사판이오. 그리고 나는 늙어서 이렇게 되었으니까 아직 변할 수도 있지만 당신은 그렇게 타고났으니까 변하지도 못할 거요' 하고 말이야. 기분 나쁜 늙은이 같으니라고! 내 힘을 부인한단 말이야, 알겠나?"

"그런데 그 사람은 진짜 그리이스인답게 진실된 말을 많이 하는구먼."

"시몬, 그건 무슨 뜻이야? 내게 대해서 하는 말인가?"

"아니야, 모든 사람에 대해서 하는 말이야. 그 사람은 황금과 사람의 마음을 똑같이 잘 아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일세. 그 사람은 사기꾼이고, 부정거래를 하는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모든 부정거래를 하는 것으로 인해서 대단히 불쾌한 사람일세. 그러나 그에게는 위대한 그리이스인들의 철학이 있네. 그 사람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칠죄종(漆罪宗)을 가진 동물이고, 일체의 선, 일체의 성실, 일체의 사랑, 그 밖의 여러 가지를 자기 안에서와 다른 것들 안에서 파괴하는 폴립 (polyp)과 같은 사람을 말일세."

"하지만 그 사람은 하느님을 몰라."

"그래서 자네가 그 사람에게 하느님을 가르쳐 주겠다는 건가?"

"내가. 그렇지. 왜? 죄인들이야말로 하느님을 알 필요가 있는 거니까."

"맞아. 그렇지만‥‥하느님을 가르치려면 선생이 하느님을 알아야 해."

"그럼 나는 하느님을 알지 못한단 말인가?"

"그만들 두어라. 목자들이 온다. 우리들 사이에 다툼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자. 네가 돈을 세어보았느냐? 그랬으면 됐다. 네가 계획한 대로 이 일을 모두 마무리지어라. 그리고 되풀이해 말한다마는, 이후에는 착한 행동을 쉽게 하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목자들이 들어온다.

"친구분들, 여기 10.5 달란트가 있습니다. 다만 유다가 주막 비용으로 쓴 100 데나리온이 모자랍니다. 받으시오."

"다 주십니까?" 하고 유다가 묻는다.

"모두 준다. 나는 이 돈에서 동전 한 푼도 가지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하느님이 주시는 돈과 하느님을 성실하게 찾는 사람들이 주는 기부금이 있다‥‥그래서 우리가 필요 불가결한 것이 부족한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내 말을 믿어라. 받으시오. 그리고 내가 세례자를 위하여 기쁜 것과 같이 기뻐하시오. 내일 옥으로 가시오. 당신들 중의 두 사람, 요한과 마티아가 가고, 시메온은 요셉과 같이 엘리야를 찾아가서 모든 것을 알리고 장차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보도록 하시오. 엘리야는 알고 있어요. 그리고 요셉은 레위와 같이 다시 오너라. 약속 시간과 장소는 열흘 후 예루살렘의 물고기 성문 근처에서 이른 아침에 만나는 것이다. 자 이제는 음식을 들고 쉽시다. 나는 내일 일찍 제자들과 같이 떠나겠소. 지금으로서는 당신들에게 다른 말을 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나중에 내 소식을 듣게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 빵을 자르시는 순간 모든 광경이 사라진다.

 

*역주 : 고대 로마 화폐단위.

*역주 : 고대 그리스 은화.

 

47. 예수께서 유다 때문에 울으시고, 열성당원 시몬이 예수를 위로한다

 

예수께서 계신 들판은 기름지다. 훌륭한 과수원들과 금빛과 루비빛을 띠기 시작하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눈부신 포도밭들이 있다. 예수께서는 어떤 과수원에 앉으셔서 농부가 드린 과일을 드신다. 아마 조금 전에 예수께서 말씀을 하신 모양이다. 그러기에 그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선생님의 목마름을 풀어 드려서 기쁩니다. 제자분이 선생님의 지혜에 대해 저희들에게 말을 했었습니다만,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는 감짝 놀랐습니다. 저희는 성도(聖都) 가까이 살기 때문에 과일과 야채를 팔러 자주 갑니다. 그때에는 성전에로 올라가서 선생님들의 말을 듣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 선생님처럼 말하려면 어림도 없습니다. 성전에서 돌아올 때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겠어?' 하고. 그런데 선생님은 그와 반대입니다! 아이고!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어른으로 있으면서 다시 어린애가 되는 마음 같습니다. 저는 무식해서‥‥ 제 생각을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자, 이렇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분명 알아들으시지요."

"그렇소, 알아듣소. 어른 특유의 성실함과 사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당신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난 다음에는 당신 마음속에 순박함과 믿음과 깨끗함이 다시 살아나서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다고 말하려는 거지요. 죄도 없고 악의도 없으면서, 당신이 엄마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성전에 올라가 엄마의 무릎 위에 앉아 기도를 드리던 때와 같은 믿음을 가진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지요. 당신이 말하려는 것은 이런 것이었소."

"예,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 사람은 낮은 담에 걸터앉아 맛있는 무화과를 먹고 있는 요한과 시몬과 유다에게 "당신들은 늘 선생님을 모시고 있으니 행복하십니다" 하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맺는다. "저도 선생님을 하룻밤 환대한 것이 기쁩니다. 제 집에는 선생님의 축복이 들어왔으니까 이제는 제 집에 불행이 올까 염려는 하지 않겠습니다."

예수께서는 대답하신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율법과 내 가르침을 충실히 지키면 축복이 효력이 있고 지속되오. 반대의 경우에는 은총이 사라져요. 그리고 이것은 당연하오. 그것은 하느님께서 태양과 공기를 착한 사람들이나 악한 사람들에게 모두 골고루 주셔서 그들을 살게 하시고, 또 착한 사람이면 더 착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악한 사람이면 회개하게 하신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 아버지의 보호가 악한 사람에게는 벌이 되게 하시어 마음의 고통으로 인하여 다시 하느님을 기억하게 하신다는 것도 당연하기 때문이오."

"고통이 언제나 악은 아닙니까?"

"아니오.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악이지마는, 인간적인 것을 초월하는 관점에서는 선이요. 고통은 실망하지 않고 반항하지도 않고 참아 받는 의인들의 공로를 증가시키고, 그들의 인종(忍從)으로 자기 자신을 그들 자신의 과오와 세상 사람들의 잘못을 위한 속죄의 제물로 바치면서 그 고통을 바치는 의인들의 공로를 더해주오. 고통은 의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속죄가 되는 것이오."

"고통을 당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하고 농부가 말한다. 어른 아이 합해서 열명쯤 되는 집안 식구들이 농부 있는 데로 와 있었다.

"사람이 그것을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나도 압니다. 그래서 사람이 고통을 얼마나 어렵게 생각했을까 하는 것을 아시고 아버지께서는 당신 아들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셨던 것이지요. 고통은 죄에 따라온 것이오. 그러나 고통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오래 가오? 사람의 일생에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요. 사람의 일생 동안 계속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요. 이제 당신들에게 말하겠지마는 항상 고통을 당하는 것보다 잠깐 동안 고통을 당하는 것이 낫지 않아요? 연옥에서 고통을 당하는 것보다 여기서 당하는 것이 낫지 않아요? 생각해 보시오, 거기에서는 시간이 천배가 됩니다. 오! 정말 잘 들어 두시오. 고통을 저주할 것이 아니라 축복을 해야 할 것이고, 고통을 '은총'이라고 부르고 '동정'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아이고! 선생님의 말씀! 저희들은 그 말씀을 여름에 시원한 항아리에서 따라서 마시는 꿀물로 목마름을 푸는 사람과 같이 받아들입니다. 선생님, 벌써 내일 떠나십니까?"

"그렇소, 내일 떠나오. 그러나 또 와서 당신이 나와 내 친구들인 이 사람들에게 베풀어준 모든 것에 대하여 감사를 하고, 또 빵과 휴식을 청하겠소."

"선생님, 여기 오시면 그런 것은 언제나 드리겠습니다."

어떤 남자가 야채를 실은 나귀 새끼를 끌고 온다.

"자, 여기 왔습니다. 선생님의 친구분이 가기를 원하면‥‥ 제 아들이 안식일 전날 큰 장을 보려고 예루살렘에 갑니다."

"요한아, 가거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지? 나흘 후에 다시 보자. 내 평화가 너와 함께 있기를." 예수께서는 요한을 껴안고 입맞춤하신다. 시몬도 그렇게 한다.

"선생님" 하고 유다가 말한다. "선생님이 허락하시면, 저도 요한과 같이 가겠습니다. 친구 한 사람을 꼭 보고 싶습니다. 그 친구는 안식일마다 예루살렘에 있습니다. 저는 요한과 같이 벳파게까지 가고. 그다음에는 제 일을 보러 계속 가겠습니다‥‥그 사람은 제 집안의 친구입니다‥‥아시겠어요?‥‥ 제 어머니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네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선생님을 떠나는 것이 슬픕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나흘 뒤에는 다시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귀찮아하실 정도로 충실하겠습니다."

"자, 가거라. 나흘 후 새벽 동이 틀 때 물고기 성문에 와 있어라, 잘 가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너를 지켜 주시기 바란다."

유다는 선생님께 입맞춤하고 먼지가 많은 길로 종종걸음을 치는 나귀 새끼 곁으로 간다.

조용해지는 들에 어둠이 내리깔리기 시작한다. 시몬은 밭고랑에 물을 주는 원예농업을 하는 농부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예수께서는 얼마 동안 계시던 곳에 그대로 계시다가 일어나셔서, 집 뒤로 돌아 과수원 안으로 들어가시어 혼자가 되신다. 나무가 우거진 작은 숲까지 가시는데, 그곳에는 굵은 석류나무들이 있고, 그 앞으로는 별로 키가 크지 않은 덤불로 경계가 지어져 있는데, 구즈베리(goosberry) 나무들 같다. 그러나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 덤불에는 열매가 없고 그 잎도 잘 모르겠다. 예수께서는 그 뒤로 몸을 숨기신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신다‥‥그런 다음 몸을 굽혀 얼굴을 땅바닥 풀 위에 대시고 우신다. 가끔 깊은 한숨을 쉬시는 것으로 그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흐느낌은 없지만, 몹시 슬퍼하는 낙담한 울음이다. 예수께서 오랫동안 그러한 자세로 계신다. 이제는 황혼의 약한 빛이다. 그러나 아직 물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둡지는 않다. 그런데 이 약한 빛 속에서 구즈베리 나무 위로 시몬의 보기 흉하지만 성실한 얼굴이 보인다. 그는 둘러보며 찾다가 짙은 청색 겉옷에 완전히 덮이신 선생님의 웅크린 형태를 알아본다. 그 겉옷으로 인하여 예수의 형태는 어두운 지면에서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금발의 머리와 손목에 의지하고 머리 위로 올라온 기도의 자세로 합장한 손이 겨우 보일 뿐이다. 시몬은 어지간히 소눈 같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는 예수께서 한숨을 쉬시는 것으로 슬퍼하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두껍고 저의 자줏빛이 도는 입을 벌려 "선생님" 하고 부른다.

예수께서는 얼굴을 쳐드신다.

"선생님, 울고 계시군요. 왜 우십니까? 선생님께로 가도 되겠습니까?" 시몬의 얼굴은 놀람과 마음의 고통을 나타낸다. 시몬은 정말로 추남이다. 짙은 올리브 빛깔을 한 보기 흉한 얼굴 모습에다가 그의 병이 남긴 푸르스름하고 깊은 흉터 자국이 보태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길이 하도 선량해서 그의 추함이 사라질 정도이다.

"내 친한 벗 시몬아 오너라."

예수께서 풀 위에 앉으셨고, 시몬도 예수 곁에 앉는다.

"선생님, 왜 슬퍼하십니까? 저는 요한이 아니라. 요한이 선생님께 드리는 모든 것을 드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 안에는 선생님께 어떤 위안이라도 드리겠다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가지 고통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선생님께 그렇게 해 드릴 능력이 없다는 고통입니다. 말씀해주십시오. 선생님이 저와 같이 계셔야 하는 것이 괴로우실 정도로 제가 요 며칠 동안 선생님을 화나 시계 해드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다. 너는 내가 너를 본 그 순간부터 나를 화나게 한 적이 결코 없다. 그리고 너로 인하여 괴로움을 당할 이유는 결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신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 나이로 보아 거의 선생님의 아버지뻘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아들을 하나 가지기를 항상 몹시 바랐습니다‥‥그러니 선생님이 제 아들이신 것처럼 애무하게 해 주시고, 그렇게 괴로워하실 때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하게 가만두십시오. 그것은 선생님이 많은 일을 잊기 위해 어머니가 필요하시기 때문입니다‥‥."

"오! 그렇다. 내 어머니가 필요하다!"

"그러면 선생님이 어머니 곁에서 위로를 받으실 수 있을 때까지 선생님을 위로해 드리는 기쁨을 종에게 허락하십시오. 선생님은 선생님을 화나게 한 어떤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우시는 거지요. 여러 날 전부터 선생님의 얼굴은 구름에 가려질 때의 해와 같습니다. 선생님은 인자하시기 때문에 선생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도록 선생님의 고통을 숨기십니다. 그러나 그 마음의 상처는 선생님을 괴롭히고 불쾌감을 가지시게 합니다. 그렇지만 주님, 왜 그 고통의 근원을 멀리 쫓아버리지 않으십니까?"

"그것은 인간적으로는 무익한 일이고, 또 사랑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 선생님은 제가 유다에 대해서 말씀드린다는 것을 아셨군요! 그 사람 때문에 고통을 당하시는 것이지요. 어떻게 진리이신 선생님이 저 거짓말쟁이를 용납하실 수 있습니까? 그 사람은 얼굴빛도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 사람은 여우보다도 더 교활하고 바위보다도 더 무감각한 사람입니다. 이제 그 사람이 떠나갔습니다. 뭣하러 갔습니까? 그 사람이 친구가 몇 사람이나 되겠습니까? 선생님을 혼자 두고 가는 것은 괴롭습니다만, 그 사람을 따라가서 보고 싶습니다‥‥오! 우리 예수님! 저 사람을 멀리하십시오. 주님."

"무익한 일이다. 와야 할 것은 오고야 말 것이다."

"무슨 말씀입니까?"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선생님이 그 사람을 기꺼이 가게 내버려 두신 것은‥‥ 예리고에서 그가 취한 태도로 인해 선생님께 혐오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지요."

"시몬아,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와야 할 것은 오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 유다도 그 미래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도 이 미래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요한의 말로는 시몬 베드로는 더없이 솔직하고 더없이 격렬한 사람이라는데‥‥ 베드로가 저 사람을 용납하겠습니까?"

"베드로도 그를 용납해야 한다. 베드로도 맡아야 할 역할이 있는데 유다는 베드로가 그의 몫을 짜야하는 씨실이 된다. 유다는 베드로가 다른 어떤 사람에게서 보다도 더 많은 교양을 쌓게 될 학교이다. 요한 같은 사람들과 좋게 지내고 그와 비슷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바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유다 같은 사람과 좋게 지내고 그와 같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 사람들의 의사가 되고 사제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유다는 너희들의 산 교훈이다."

"저희들이요?"

"그렇다 너희들의. 선생은 이 세상에 영원히 있지 않는다. 선생은 가장 딱딱한 빵을 먹고 가장 떫은 포도주를 마신 다음에 떠날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남아서 내 후계자가 될 것이다‥‥그러니까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은 선생과 더불어 끝나지 않고, 그 후 그리스도가 최후로 돌아올 때까지, 사람들의 최후의 심판 때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잘 들어두어라. 요한, 베드로, 시몬, 야고보, 안드레아,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토마 같은 사람 한 사람에 대하여 유다 같은 사람이 적어도 일곱 명은 있을 것이다. 그보다도 더, 더 많이!‥‥"

시몬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입을 다문다. 그러다가 이렇게 말한다. "목자들은 착합니다. 유다는 그 사람들을 업신여기지만, 저는 그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나도 그들을 사랑하고 칭찬한다."

"선생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 사람들은 소박한 사람들입니다."

"유다는 도시에서 살았다."

"그것이 그 사람의 유일한 구실입니다. 그러나 도시에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그래도‥‥ 언제 제 친구의 집에 가시겠습니까?"

"내일 가자. 시몬아. 나와 너 두 사람만 있기 때문에 아주 기꺼이 가겠다. 그 사람은 교양이 있고 또 너와 같이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된다."

"그 사람은 고통을 많이 당하고 있습니다‥‥육체적으로도 그렇고 마음속으로는 더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만일 그 사람이 그의 슬픔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으면, 선생님은 그의 집에 대해 질문을 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겠다. 나는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왔다. 그러나 속내 이야기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슬픔에는 그 나름대로의 조심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는 그 조심성을 존중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저는 많은 마음 고통을 느꼈습니다‥‥."

"너는 내 친구이고 벌써 내 고통을 확실히 꼬집어 말했었다. 네 친구에게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선생이다. 그가 나를 알게 되면‥‥ 그때에는‥‥ 가자. 밤이 되었다. 피로한 우리 주인들을 기다리게 하지 말자. 내일 새벽에 베다니아에 가자."

 

48 "너희들의 경우에도 착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비율은 착한 사람들과 유다 사이에 있었던 것과 같은 비율이다"

 

예수께서는 그다음에 이렇게 말씀하신다.

"작은 요한(마리아 발또르따의 애칭)아, 나는 사람들 때문에 얼굴을 땅에 대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너희들은 나보다 고통을 덜 당하려고 하겠느냐?

너희들의 경우에도 착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비율은 착한 사람들과 유다 사이에 있었던 것과 같은 비율이다. 그리고 사람이 착하면 착할수록 더 고통을 당해야 한다. 그러나 너희들로서도, 이것은 특히 사람들의 마음을 돌볼 책임을 맡은 사람들을 위하여 하는 말이다 마는, 유다를 연구하는 것으로 배워야 한다. 너희들 사제는 모두가 '베드로'들이니, 매기도 하고 풀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너희들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과 같이 너희들의 스승과 같이 되려면 얼마나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져야 하고, 하느님과 얼마나 긴밀하게 융합해야 하며, 얼마나 빈틈없는 연구를 해야 하고, 너희 스승이 쓰는 방식과 얼마나 세밀하게 비교해야 하겠느냐!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가 명백하게 설명하는 것이 무익하고 인간적이고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예수의 생애의 인간적인 과정을 부인해 버릇하고, 나를 하도 인간 생활밖에 있는 무엇으로 만들어서 다만 하느님의 것인 존재로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대관절 지극히 거룩한 인성은 어디 있으며, 육체를 취하고 바친 제2위 성자의 희생은 어디에 있단 말이냐? 오! 내가 얼마나 사람들 가운데에서 진정한 사람이었기에! 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배반자와 배은망덕하는 자들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또 그렇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거나 회개하여 내게로 돌아오는 사람의 사랑을 즐겼었다. 그 때문에 나는 유다의 영적인 시체 앞에서 몸을 떨고 울었었다. 나는 죽은 친구 앞에서 몸을 떨고 울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그를 다시 살아나게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영으로는 벌써 고성소(古聖所)에 가 있는 것을 보고 기뻐하였었다. 그런데 여기‥‥ 여기에는 내 앞에 마귀가 있었다.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요한아, 너는 나를 따라오너라. 사람들에게 이제 이 선물을 주기로 하자. 그런 다음‥‥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이 시키는 것을 실행하려 애쓰는 사람들은 대단히 행복한 사람들이다. 나를 사랑하기 위하여 나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매우 행복하다. 그들 안에서 그들을 위하여 나는 축복이 되겠다."

 

49. 예수께서 베다니아에서 라자로를 만나시다

 

매우 밝은 여름 새벽이다. 아니 새벽은 이미 지났다. 날이 완전히 밝았고, 해가 벌써 지평선에서 나와 아름다운 땅에 미소를 보내며 점점 더 올라온다. 풀 한 포기도 반짝이는 이슬방울로 미소 짓지 않는 것은 없다.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부서져서 줄기란 줄기, 잎이란 잎을 모두 꾸미는 금과 보석이 된 것 같다. 땅에 깔려 있는 조약돌 조각들까지도 이슬이 맺혀 있어 금강석 가루와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예수와 시몬은 큰길에서 벗어나면서 V자 모양으로 버드러지는 길을 걸어가신다. 그들은 훌륭한 과수원들과 사람의 키만큼 자라서 베개 된 아마(亞麻) 밭이 있는 쪽을 향하여 간다. 좀 더 멀리 있는 다른 밭들에는 누렇게 익은 밀 사이에 섞여 있는 개양귀비의 빨간 빛깔이 보일 뿐이다.

"벌써 제 친구의 소유지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선생님, 이 거리(距離)는 율법의 규정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저는 선생님을 결코 속이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이 사과밭 뒤로 뜰의 울타리가 있고, 그 안에 집이 있습니다. 저는 율법에서 정한 한계를 더 잘 지키기 위해서 이 지름길로 오시게 했습니다."

"네 친구는 큰 부자로구나!"

"큰 부자입니다. 그러나 행복하지는 못합니다. 그 친구는 다른 곳에도 소유지 가 또 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이냐?"

"아버지는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는‥‥ 율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사람입니다. 말씀드린 것과 같이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그들은 좀 더 걷는다. 높은 담이 나타나고, 그 너머로는 많은 나무들 사이로 집이 겨우 보인다. 이쪽 땅은 조금 높다. 그러나 정원을 한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높지는 않다. 정원은 어떻게나 아름다운지 공원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이다.

그들은 같은 높이로 계속되는 담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담 위에서는 꽃잎이 이슬에 젖어서 반짝이고 진한 향기를 풍기는 장미꽃과 재스민 꽃이 뒤덮인 가지들이 늘어져 있다. 정교하게 가공한 쇠로 만든 무거운 격자문이 나타난다. 시몬이 무거운 청동 추를 움직인다.

"시몬아, 남의 집에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대단히 이른 것 같구나"하고 예수께서 반대하신다.

"아이고! 제 친구는 그의 정원과 책만이 낙이기 때문에 해 뜰 때에 일어납니다. 그에게는 밤이 고통이 됩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선생님의 기쁨을 그에게 주십시오."

하인이 격자문을 연다.

"아세오, 잘 있었나? 주인어른께 열성당원 시몬이 친구분과 같이 왔다고 여쭙게."

하인은 "안녕하십니까? 들어오십시오. 라자로 님의 집은 친구분들에게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하고 말하며 그들을 들어오게 한 다음 급히 간다.

자주 드나든 시몬은 큰 정원길 쪽으로 가지 않고, 가에 장미나무들을 심은 곳을 지나 재스민 나무 정자 쪽으로 가는 오솔길로 간다.

과연 그쪽으로 해서 라자로가 조금 전부터 나아오고 있다. 언제 보아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마르고 얼굴이 창백하며, 머리는 짧고 별로 숱이 많지 않고 굽슬거리지도 않으며, 수염은 턱수염만 깎았다. 대단히 흰 아마 옷을 입은 그는 다리가 아픈 사람처럼 어렵게 걷는다. 시몬을 보자 정답게 인사를 하고는 그가 할 수 있는 한 빨리 예수를 향하여 달려가 무릎을 꿇고 예수의 옷자락에 입맞춤하려고 땅에까지 몸을 구부리며 말한다. "저는 이런 영광을 누릴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거룩하신 분이 당신을 낮추시어 하찮은 저를 찾아 주시니, 주님 어서 오십시오. 들어오셔서 보잘것없는 제 집의 주인 노릇을 하십시오."

"벗이여, 일어나시오. 그리고 내 평화를 받으시오."

라자로는 일어나서 예수의 두 손에 입맞춤하고 경건하게 쳐다본다. 그 눈길에는 약간의 호기심도 들어 있다. 일행은 집 쪽으로 걸어간다.

"선생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매일 아침, 새벽에 '오늘은 오시겠지'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녁 '오늘도 안 오셨구나' 하고 말하곤 했습니다."

"왜 그렇게 걱정스럽게 기다렸습니까?"

"그야‥‥ 저희들 이스라엘 사람이 선생님을 기다리지 않고 누구를 기다리겠습니까?"

"그러면 선생은 내가 기다려지는 사람이라고 믿습니까?"

"시몬은 제게 거짓말을 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헛된 망상 때문에 흥분하는 젊은이가 아닙니다. 나이와 고통 때문에 이 사람은 현자와 같이 성숙해졌습니다. 또 그리고‥‥ 이 사람이 선생님을 실제로 보고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선생님의 업적이 말을 하고 선생님을 '거룩하신 분'이라고 언명했을 것 입 네가.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사람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하느님의 일을 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일을 행하시되 그 일들이 선생님을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선포할 정도로 행하십니다. 제 친구인 이 사람은 기적을 행하는 분이라는 선생님의 명성에 끌려서 선생님께로 가서 기적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가시는 길에는 다른 기적들의 흔적이 남는다는 것도 저는 압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우리가 기다리는 분이라는 것을 왜 믿지 않겠습니까? 아이고! 좋은 것을 믿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좋지 않은 많은 걸 저희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좋은 것으로 믿는 체해야 합니다. 그것은 저희가 그것을 조금도 변경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첨하는 말, 칭찬하거나 친절한 말같이 보이는 교활한 말들이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빈정거림이고 비난이고 꿀을 바른 독설이지만, 저희들은 그것을 믿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저희가 그렇게 해야 하는 까닭은‥‥ 달리 할 수가 없기 때문이고, 저희들에게는 원수인 많은 사람과 대항해서 외톨이기 때문입니다‥‥그렇다면 좋은 것을 믿는 데 왜 까다롭게 굴겠습니까? 게다가 때가 무르익었고 때가 왔다는 표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저희들의 믿음을 확고하게 하고 의심을 하지 않게 하는 데 부족할 수 있는 것은, 저희들의 믿고자 하는 의지, 기다림은 이제 끝났고 구세주께서 와 계시고 메시아가 계시다는 확신으로 저희들의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 저희들의 의지가 가져다줍니다.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아들들에게 평화를 돌려주실 메시아. 저희들이 구속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를 안심케 하고 죽게 하실‥‥ 메시아. 저희들의 죽은 이들 때문에 향수 어린 걱정을 하지 않고 살게 하실 메시아가 말입니다‥‥아! 죽은 이들! 죽은 이들은 이제 자식을 보지 못하게 되었는데, 아버지요 하느님이신 분을 아직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지 그렇지 않으면야 왜 슬퍼하겠습니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오래됐습니까?"

"3년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7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요‥‥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그분들을 애석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습니다‥‥저도 그분들이 하늘나라에 가기를 기다리면서 바라고 있는 그곳에 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선생은 메시아를 손님으로 맞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군요. 지금 저는 선생님을 모셨기 때문에 제 부모님보다 더 우대를 받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 마음이 이 기쁨으로 가라앉습니다. 선생님, 들어오십시오. 제 집을 선생님의 집처럼 생각하시는 영광을 주십시오. 오늘은 안식일이라 친구들을 청하는 영광을 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은 내가 온전히 시몬의 벗이고 나의 벗인 사람의 것입니다."

그들은 하인들이 접대할 준비를 갖춘 아름다운 큰방으로 들어간다. "이 사람들을 따라가십시오" 하고 라자로가 말한다. "우선 아침 식사로 원기를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와 시몬이 다른 곳으로 가는 동안 라자로는 하인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부잣집이고 게다가 영주의 집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께서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하여 앉기 전에 라자로가 꼭 자기 손으로 드리려고 하는 우유를 드신다.

라자로가 시몬에게 몸을 돌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보인다. "자네의 재산을 살 마음이 있는 사람을 찾아냈네. 자네 관리인이 정확하게 평가한 값으로 말이야. 한 드라크마도 깍지 않고."

"그러나 내 조건들을 지킬 마음이 있는 건가?"

"그래, 그 땅들을 소유하기 위해서 그 사랍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네. 그리고 적어도 어떤 이웃을 가지게 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쁘네. 하지만 자네가 매매에 참석하기를 원치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도 자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기를 원하네. 그 사람의 소원을 받아주기 부탁하네."

"거기 반대할 이유가 없네. 친구인 자네가 나를 대신해주게나. ‥‥자네가 하는 일은 모두가 잘한 일일 거니까. 내 충실한 하인이 거리에 나앉게 되지만 않으면 그만이야‥‥ 선생님, 저는 팝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서는 선생님을 섬기는 일이 아닌 것으로 제게 애착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 것을 기뻐합니다. 그러나 제게는 나이 많은 하인이 한 사람 있는데, 제가 불행을 당한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그 사람뿐이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과 같이 그 사람은 제가 사회에서 추방되어 있는 동안 항상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라자로의 덕택으로 제 재산을 자기 자신의 재산으로 통하게 해서 자기 재산처럼 보살폈습니다. 그것은 저를 구하기 위해서였고, 또 그 재산을 가지고 제게 필요한 것을 대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사람이 나이가 많은 지금 집도 없게 내버려 둔다는 것은 옳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소유지 경계지점에 있는 작은 집을 그 사람의 소유로 남아 있게 하고, 재산 처분한 돈의 일부를 그 사람의 장래의 필요를 위해 그예 게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늙은이들은 담쟁이덩굴과 같아서, 어떤 곳에서 늘 살았으니, 거기에서 억지로 떼어내면 괴로워합니다. 라자로는 착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자기 집에 데려다 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그렇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늙은 하인이 덜 괴로울 것이니까요‥‥."

"시몬아, 너도 착하다. 너 같은 의인들만 있으면 내 임무가 더 쉬울 것인데‥‥" 하고 예수께서 지적하신다.

"선생님은 세상이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라자로가 묻는다.

"세상이요? ‥‥ 아닙니다. 세상의 힘인 사탄이 그렇습니다. 만일 사탄이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지 않고 그것을 차지하고 있지 않으면, 나는 반대를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악이 선과 대항하고 있어서, 나는 각자 안에서 악을 이기고 거기에 선을 넣어주어야 합니다‥‥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것을 원치는 않습니다‥‥."

"사실입니다. 모두가 그것을 원치는 않습니다! 선생님은 죄지은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람을 회개시키고 그 사람을 복 종시 키 기 위해서 어떤 말을 쓰십니까? 죄지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스라엘의 역사에 얼마든지 많이 있고, 또 마지막으로는 선구자가 쓴 것 같은 엄한 책망의 말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동정의 말입니까?"

"나는 사랑과 자비를 씁니다. 라자로, 넘어진 사람에게는 저주보다 사랑의 눈길이 더 힘 있다고 생각하시오."

"그런데 그 사랑이 무시당하면요?"

"그대로 계속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계속해야지요. 라자로,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땅이 무모한 사람들을 집어삼키는 저 장소들을 아십니까?"

"예, 책을 읽어서 알고 있습니다. 제 건강상태로 인해서 책을 많이 읽습니다. 오락으로 읽기도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오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도 많이 읽기도 합니다. 그런 곳이 시리아와 이집트, 그리고 갈대아 근처의 다른 곳에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이 흡반(吸盤)같이 작용한다는 것을 압니다. 거기 걸려들면 빨아들인다는군요. 그것들은 이교 괴물들이 살고 있는 지옥의 입구라고 어떤 로마인이 말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지구의 땅의 독특한 지층입니다. 올림퍼스 산은 거기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림포스산의 신들을 믿지 않게 되어도 그 땅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진보해서 이 사실에 대한 더 진실한 설명을 해 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사라지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이 독서를 통해서 그런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니, 거기에 빠진 사람들을 어떻게 구해낼 수 있는지도 읽으셨겠군요."

"예, 장대를 가지고 또는 나뭇가지를 가지고 밧줄을 던져서 구한답니다. 그러면 이 작은 원조로 그 사람이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데 필요한 얼마 안 되는 도움을 주어서 더 유효한 구조대가 올 때까지 허우적거리지 않고 가만히 있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합니다."

"자. 그러니까! 죄지은 사람은 표면에는 꽃이 잔뜩 피어 있지만 그 밑은 움직이는 진흙으로 되어 있는 사람의 눈을 속이는 땅에 빠져 들어간 사람과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을 티끌만큼이라도 사탄의 능력에 맡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안다면 그렇게 할 것 같습니까? 그러나 그 사람은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그런 다음에는‥‥ 깜짝 놀람과 사탄의 독으로 마비가 되거나 질겁을 해서 자기 파멸에 대한 가책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다가 다른 진흙 속에 또 빠져들어가고 그의 무분별한 몸놀림으로 움직이는 무거운 파도를 일으켜서 이 물결이 그의 파멸을 재촉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랑은 선생이 말하는 밧줄이요 로프요 나뭇가지입니다. 꾸준히, 그 사람이 그것들을 잡을 때까지‥‥ 꾸준히 계속해야 합니다‥‥말 한마디‥‥ 용서 한 번‥‥ 잘못에 대한 더 큰 관용‥‥ 이런 것은 다만 빠져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고, 그다음에는 하느님의 도움을 기다려야 합니다‥‥라자로, 용서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아십니까? 용서는 구조자를 도와주시라고 하느님을 모셔옵니다‥‥선생은 책을 많이 읽으신다고요?"

"많이 읽습니다. 그것이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병과‥‥다른 사정들로 인간적인 많은 만족을 빼앗겨서‥‥ 이제는 꽃과 책‥‥ 나무와 또 말에 대한 정열밖에 없습니다‥‥사람들이 저를 비난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야(그러면서 온통 붕대를 갑은 엄청나게 뚱뚱한 다리를 드러내 보인다) 걸어서나 노새를 타고서 제 토지들을 보러 갈 수 있습니까? 저는 마차를, 게다가 빠른 마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말들을 샀고, 또 솔직히 말씀드려서 거기에 쾌락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그것이 나쁜 일이라고 말씀하시면 ‥‥ 말들을 팔겠습니다."

"아닙니다. 라자로, 그런 물건들이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타락시키는 것은 정신을 흐리게 하고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 알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저는 책을 많이 잃습니다. 그리고 위안이라고는 이것밖에 없습니다. 저는 아는 것을 좋아합니다‥‥결국 악을 행하는 것보다는 교양을 쌓는 것이 더 낫고,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책들만을 읽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세계도 아는 것을 좋아합니다. 로마와 아테네에 매력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아시리아 사람들과 이집트와 접촉해서 타락했을 때 얼마나 많은 재난이 이스라엘에 왔는지. 그리스에 동화(同化)한 통치자들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많은 해를 기쳤는지를 저는 압니다. 저는 어떤 개인이 유다가 자기 자신과 그의 후손인 우리들에게 끼친 만큼의 해를 자기 자신에게 끼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거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통 선생님이 아니시고, 지혜로우신 하느님의 말씀이신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한동안 날카로우면서도 동시에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신다. 라자로의 육체를 통하여 그의 마음을 유심히 살피시는 것 같고, 한걸음 더 나아가 '무엇인지를 보시는 것 같다. ‥‥드디어 말씀을 하신다. "읽는 것에서 어떤 마음의 동요를 느낍니까? 하느님과 그분의 율법에서 멀어지게 됩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들의 진리와 이교의 오류를 비교하게 됩니다. 저는 그것들을 대조하고, 이스라엘의 영광과 그 의인들과 성조(聖祖)들과 예언자들과 이교 역사들에 나오는 수상한 인물들을 깊이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의 철학과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최고의 지혜를 이렇게 부를 수 있다면 말입니다- 보잘것없는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을 비교합니다. 여기에는 불똥들은 있지만 우리 성현들의 책에서 타오르고 빛나는 조용한 불꽃은 없습니다. 그런 다음 저는 사실들과 사람들과 우리 책들을 통하여 이스라엘에서 말씀하시는 우리 하느님을 더 많은 존경을 가지고 흠숭하기 위해 정신으로 몸을 굽힙니다."

"그러면 계속해서 읽으시오‥‥ 선생이 이교도의 세계를 아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계속하세요. 계속해도 괜찮습니다. 선생은 악과 영적 타락의 씨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염려하지 말고 읽으셔도 됩니다. 선생이 하느님께 대해서 가지는 참된 사랑은 독서로 인하여 선생의 마음속에 들어올지도 모르는 불경한 사상의 씨앗이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합니다. 사람의 모든 행동에는 그것을 행하는 방식에 따라 선이나 악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것은 거룩하게 사랑하면 죄가 아닙니다. 일하는 것도 일을 해야 할 때에 일하면 죄가 아닙니다. 돈을 버는 것도 정직한 이익으로 만족하면 죄가 아닙니다. 교양을 쌓는 것도 지식을 얻는 것으로 자기 안에서 하느님의 생각을 없애지 않으면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제단에서 시중드는 것도 만일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하면 죄가 됩니다. 라자로, 잘 알았습니까?"

"예, 잘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질문들을 했었지만, 그 사람들은 저를 완전히 무시하고 말았습니다‥‥그러나 선생님은 제게 빛과 평화를 주십니다. 아아! 모든 사람이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선생님, 이리 오십시오. 재스민 나무 사이에는 그늘이 있고 조용합니다. 그 서늘한 그늘에서 저녁을 기다리면서 쉬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들은 나가고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난다.

 

50.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돌아오셔서 성전에서 가리옷 사람의 말을 들으신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께서는 시몬과 함께 예루살렘에 오셨다. 두 사람은 거리를 지나가는 행렬 같은 장사치들과 나귀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며, 그동안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겟세마니에 가기 전에 성전에 올라가자. 아버지의 집에서 그분께 기도를 드리자."

"선생님, 그것만 하시렵니까?"

"그것만 하겠다.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내일 새벽 물고기 성문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데, 만일 군중에게 붙들리면 어떻게 마음대로 거기에 갈 수 있겠느냐? 다른 목자들도 보고자 한다. 내가 그 진짜 목자들을 팔레스티나 여기저기에 분산 배치하는 것은 그들이 양들을 모으고 양 떼의 주인의 이름이나마 알려지게 해서, 내가 이 이름을 말하면 양들이 양 떼의 주인인 나라는 것을 알고 내게로 와서 쓰다듬음을 받게 하기 위해서이다."

"선생님 같은 주인을 모시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양들이 선생님을 사랑할 것입니다."

"양들은‥‥ 그러나 숫염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요나를 본 다음에는 나자렛에 갔다가 가파르나움으로 가자. 시몬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것을 괴로워한다‥‥가서 그들을 기쁘게 해 주고 또 우리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도 하자. 여름도 우리에게 이렇게 하라고 권고한다. 밤은 휴식을 취하라고 만들어졌는데, 휴식을 진리를 아는 것 다음으로 미루는 사람은 아주 적다. 사람! ‥‥오! 사람! 그는 영혼을 가졌다는 것을 너무 잊고 있다. 사람은 육체만 생각하고 영혼 걱정은 하지 않는다. 태양이 낮동안에는 너무 뜨겁다. 그래서 길을 갈 수도 없고 광장이나 길거리에서 가르칠 수도 없다. 태양은 정신과 육체를 하도 피로하게 해서 육체를 졸게 하고 정신도 활동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 내 제자들이나 가르치러 가자. 물 때문에 조용하고 푸르르고 시원한 저 갈릴래아로. 갈릴래아에 가 본 일이 없느냐?"

"한번. 지나는 길에, 그것도 겨울에 이 의사 저 의사 찾아다니느라고 힘든 여행을 하는 중에 들렀습니다.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 갈릴래아는 아름답다! 항상. 겨울에도 아름답고 다른 계절에는 한층 더 아름답다. 여름이 지금에는 밤이 하도 천사같이 아름다워서‥‥ 그렇다, 갈릴래아의 밤은 천사들이 마음대로 날아다니라고 만들어진 것 같다. 그만큼 깨끗하다. 호수‥‥ 호수는 때로는 더 멀고 때로는 가까운 산에 둘러싸여서 꼭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에 대하여 말해 주라고 만들어진 것 같다. 그것은 푸르름 가운데 떨어진 하늘 한 조각과 같은데, 창공이 그것을 떠나지 않고 천체와 더불어 제 모습을 비추어보고 천추의 수를 더 많아지게 한다‥‥마치 사파이어로 만든 판에 천체들을 뿌려서 조물주께 내보이는 것 같다. 올리브나무들이 거의 물에까지 내려오고, 그 속에는 밤꾀꼬리가 무척 많다. 그리고 그 밤꾀꼬리들도 그렇게 온화하고 조용한 그곳에 살게 해 주시는 창조주께 찬미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내 나자렛 읍내는 어떻고! 나자렛은 큰 헤르몬산과 작은 헤르몬산이라는 두 거인과 다볼산을 떠받치고 있는 산들로 이루어진 받침 사이에서 아주 하얗고 푸른 아름다운 자태로 태양의 어루만짐을 한껏 받고 있다. 그 가파르지 않은 푸른 비탈들로 이루어진 받침 위에는 다볼산이 태양을 향하여 우뚝 솟아있는데, 이 산은 자주 눈이 내리지만 태양이 그 꼭대기를 감쌀 때에는 대단히 아름답다. 그때에는 장미 빛깔이 도는 설화 석고같이 되고, 그 맞은편에 있는 가르멜 산은 해가 쨍쨍 빛나는 어떤 시간에는 청금석들이 깔려 있는 것 같고, 대리석과 호수와 수풀과 풀밭이 여러 가지 빛깔의 결을 우 루어 놓으며, 해가 뜰 무렵에는 우아한 자수정처럼 보인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는 녹주석처럼 보이고, 은빛 같고 우윳빛 같은 달빛 아래 그 우중충한 자태가 나타날 때에는 한 덩어리의 붉은 무늬 마노(瑪瑙)가 된다. 그리고 그 아래 남쪽으로는 에스드렐론 평야의 기름지고 꽃이 핀 양탄자가 펼쳐지고.

또 그리고‥‥ 또 그리고, 아! 시몬아! 거기에는 꽃이 한 송이 있다! 그 꽃은 그의 하느님과 그의 아들을 위하여 순결과 사랑을 발산하며 홀로 살고 있는 꽃이다! 내 어머니가 계신 것이다. 시몬아, 너는 내 어머니를 알게 될 터인데, 인간적인 우아함이라는 면으로도 내 어머니와 같은 여자가 이 세상에 있는지 말해다오- 내 어머니는 아름다우시다. 그러나 그분의 내면에서 풍겨 나오는 것은 그 모든 아름다움을 능가한다. 난폭한 사람이 내 어머니의 옷을 벗기고, 얼굴에 칼자국을 내고, 쫓아내서 떠돌아다니게 하더라도, 내 어머니는 그분의 성덕이 찬란한 겉옷을 입혀드릴 것이니까 그래도 훌륭한 옷을 입은 여왕 모양으로 나타나실 것이다. 세상이 악에 관하여 모든 것을 내게 준다 하더라도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 내가 세상에 와서 세상을 구속하기 위하여 내 어머니를, 세상의 겸손하고 위대한 여왕이신 어머니를 모셨기 때문이다. 세상은 내 어머니를 모른다. 그러나 내 어머니를 통하여 세상이 지극한 선을 가지게 되었고,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서 더욱더 그 최고의 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자, 성전에 다 왔다. 유대교의 예배 형식을 지키자. 그러나 잘 들어두어라. 진짜 하느님의 집, 거룩한 계약의 궤는 내 어머니의 마음이며, 그 휘장은 덕행들이 기묘한 수를 놓은 그분의 지극히 깨끗한 육체이다."

두 사람은 들어가서 첫 번째 마당을 지나간다. 어떤 회랑을 지나서 두 번째 마당으로 향하여 간다.

"선생님, 저기 한 떼의 사람들 가운데 있는 유다를 보십시오. 거기에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최고법원의 회원들도 있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가서 듣겠습니다. 가도 되겠습니까?"

"가거라, 큰 회랑 곁에서 기다리마."

시몬은 빨리 그리로 가서 눈에 띄지 않고 들을 수 있도록 자리를 잡는다‥‥유다는 대단히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여러분 모두가 알고 존경하는 분들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맡할 수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나를 딴 사람을 만드셨단 말입니다. 내가 제일 먼저 구속을 받았습니다. 여러분 중에 많은 사람이 세례자를 공경합니다. 그분께서도 세례자를 존경하고 그를 '그 임무로는 엘리야와 같으나, 엘리야보다도 한층 더 위대한 성인'이라고 부르십니다. 그런데 만일 세례자가 그러하다면, 세례자가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부르고, 그분의 성덕 때문에 하느님의 성령의 불이 그 위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고, 그동안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하느님의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으라'라고 선포하였다고 단언하는 그분은 메시아이실 수밖에 없고‥‥ 실제로 메시아이십니다. 나는 여러분께 단언합니다. 나는 시골뜨기가 아니고 바보도 아닙니다. 그분이 메시아이십니다. 나는 그분이 일하신 것을 보았고 그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하는 것인데, 그분이 메시아이십니다. 기적이 그분에게 복종하기를 마치 종이 주친에게 복종하는 것과 같습니다. 병과 보기 흉한 모습이 흔적도 남가지 않고 사라지고, 기쁨과 건강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마음은 육체보다도 한층 더 많이 변합니다. 여러분은 나를 통해 그분을 보십니다. 여러분은 그분께 부탁할 병자와 걱정이 없습니까? 있으면 내일 새벽에 물고기 성문으로 오시오. 그분이 거기 계실 것이고,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그동안 자, 그분의 이름으로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 도움을 주겠습니다."

그러면서 유다는 불구자 두 사람과 소경 세 사람에게 돈을 나누어주고, 끝으로 어떤 작은 노파에게 마지막 돈을 몇 푼을 받으라고 떠맡긴다. 그런 다음 군중을 떠나보내고 아리마태아의 요셉과 니고데모와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거기에 그대로 있다.

"아! 이제는 기분이 좋다! " 하고 유다가 외친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그분이 하라시는 대로 되었다."

"정말이지 나는 자네를 몰라보겠네. 나는 그것이 농담인 줄 알았었는데, 자네가 하는 것을 보니 진정이로구먼" 하고 요셉이 외친다.

"진정이지. 아! 나를 못 알아보게 된 것은 내가 첫 번째요. 그분과 비교하면 나는 아직 더러운 짐승과 같아요. 그렇지만 나는 벌써 많이 변했어요."

"그럼 당신은 이제 성전에 속해 있지 않을 거요?" 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청중 속의 한 사람이 묻는다.

"아! 아니지요. 나는 이제 그리스도의 사람이오. 그분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독사가 아닌 다음에는 그분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고 그분밖에 바라지 않게 돼요."

"그분이 이제는 여기 오지 않으시오?"

"물론 오실 거요. 그러나 지금은 안 오십니다."

"나는 그분의 말을 들었으면 좋겠는데."

"니고데모, 그분이 벌써 이곳에서 말씀하셨어요."

"나도 아네. 나는 가믈리엘과 같이 있었어‥‥그분을 보았어‥‥하지만 멈추지 않고 지나갔지."

"니고데모, 가믈리엘이 뭐라고 했나?"

"그 사람은 '어떤 새 예언 자로구먼' 하고 말했어. 다른 말은 없었고, "

"그런데 요셉, 자네는 내가 말한 것을 그에게 말하지 않았나? 자넨 그의 친구이면서‥‥."

"말했지, 그러나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어. '우리에게는 이미 세례자가 있는데, 율법학자들의 가르침에 따르면 그와 메시아 사이에는 왕의 왕림에 대해 백성을 준비하는 데 적어도 100년은 필요하다는 거야.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덜 걸릴 것이라고 말하겠어' 하고 덧붙였어. '그것은 시기가 꽉 찼기 때문이야.' 그리고 끝으로 이런 말을 했네. '하지만 나는 메시아가 저렇게 나타나리라고 인정하지는 못하겠어 ‥‥언젠가는 그의 첫 번째 빛이 정말 하늘의 섬광이었기 때문에 메시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믿었었지. 그러나 그 뒤에는‥‥ 커다란 침묵이 흘렀어, 그래서 내가 오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고 말이야."

"그 말을 또 해보라고. 가믈리엘이 우리와 같이 있고, 또 자네가 가믈리엘과 같이‥‥."

"나는 당신들더러 그렇게 하라고 권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알지 못하는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말한다. "최고법원은 강력하고 안나가 그것을 계략과 탐욕으로 지배하고 있어요. 만일 당신이 말하는 메시아가 살기를 원한다면 나는 그에게 망각 속에 있으라고 권하겠습니다. 힘으로 자기를 인정하게 한다면 모르지만요. 그렇지만 그때에는 로마가 있습니다‥‥."

"최고법원 사람들이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그리스도께로 개종할 것입니다."

"하! 하! 하 ! " 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 사람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유다, 우리는 당신이 변했지만 아직 영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소. 그런데 만일 당신이 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최고법원이 그를 따르리라고 생각할 수 있소? 갑시다, 요셉, 갑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더 좋을 일입니다. 유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보호하시기를 바라오. 당신은 그것이 필요해요." 그러면서 그들은 가버리고, 유다는 니고데모와 둘이만 남았다.

시몬은 살짝 사라져서 스승께로 온다. "선생님. 저는 말과 마음으로 중상(中傷)의 죄를 지었음을 뉘우칩니다. 저 사람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저 사람이 거의 선생님의 원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선생님에 대해서 저희들 중에서 그렇게 말할 사람이 별로 없을 그런 말로 선생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특히 증오 때문에 우선 제자를 없애버리고, 그다음에는 스승을 없애버릴 수도 있을 여기서 말입니다. 그리고 거지들에게 돈을 주는 것과 최고법원 회원들을 설득하려고 애쓰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몬아.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았느냐? 나는 네가 그런 상황에서 그를 본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비난할 때에 그들에게도 그 말을 해 주어라. 네가 내게 주는 이기쁨에 대하여, 또 '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말한 네 정직한 자백에 대하여, 그리고 네가 악의 있다고 믿었는데 그렇지 않은 그 제자의 일에 대하여 주님을 찬미하자."

그들은 오랫동안 기도하고 나서 나온다.

"유다가 너를 보았느냐?"

"못 보았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거기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그의 영혼은 대단히 병들었다. 칭찬을 하면 위의 대단한 염증에 시달리고 있는 화복기의 환자에게 음식을 주는 것과 같은 결과를 그에게 가져다줄 것이다. 그 사람이 남의 주목을 받았다는 것을 뽐낼 것이니까 칭찬을 들으면 그는 더 나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교만이 들어 있는 곳에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어디로 갑니까?"

"요한에게로 가자. 이렇게 더운 시간이니 요한은 올리브나무 과수원집에 있을 것이다."

그들은 타는 듯한 햇볕으로 뜨거워진 거리에서 그늘을 찾아가면서 빨리 그리로 간다. 그들은 먼지가 많은 변두리를 지나고 성문을 빠져나가 눈부신 들판으로 나간다. 그런 다음 올리브 재배지로 가고, 마침내 집에 도달한다.

문에 천을 쳐놓았기 때문에 시원하고 어두운 부엌에 요한이 있는데, 졸고 있다. 예수께서 "요한아!" 하고 부르신다.

"선생님이세요? 오늘 저녁에 오실 줄 알았는데요."

"좀 더 일찍 왔다. 너는 어떠했느냐?"

"목자 잃은 어린양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선생님 말씀을 했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하는 것은 벌써 선생님을 좀 모시고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어떤 친척들과 아는 사람들과 외부사람들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안나에게도 말했고‥‥ 3 데나리온으로 친구를 만든 어떤 불구자에게도 말했고요. 누가 그 돈을 제게 주었는데, 저는 또 그 사람에게 그 돈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집 문간에서 여인 한떼 가운데에서 울고 있는 제 어머니 연세가 된 가엾은 부인에게도 선생님 말을 했습니다. '왜 우십니까?' 하고 그 부인에게 물었더니 그 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사의 말이 「당신 딸은 폐결핵이니 체념하시오. 10월 초에 죽을 겁니다」 하는 것이었어요. 난 그 애밖에 없어요. 예쁘고 착하고, 열다섯 살이지요. 봄에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데, 혼수함 대신에 그 애 무덤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아주머니가 믿음만 가지고 계시면 따님의 병을 고쳐 주실 수 있는 의사분을 압니다.' '이젠 아무도 그 애를 고칠 수 없어요. 의사가 세 사람이나 진찰했는걸요. 그 애는 벌써 각혈을 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아는 의사 선생님은 아주머니가 보신 의사들과 같은 의사가 아닙니다. 그분은 약을 가지고 치료하지 않으시고 당신 능력으로 치료하십니다. 그분은 메시아이십니다 ‥‥' 그러자 어떤 작은 할머니가 그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엘리사, 믿어요! 그분 덕택으로 눈이 다시 보이게 된 소경 한 사람을 난 알고 있어요!'하고. 그러니까 그 어머니는 의혹을 버리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고, 선생님을 기다립니다‥‥제가 잘했습니까? 이 일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잘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 네 친구들에게 가자. 유다를 그 뒤 보지 못했느냐?"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양식과 돈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것을 거지들에게 주었습니다. 양식과 돈이 자기 것이니까 마음대로 쓰라고 일러 보냈습니다."

"그것은 사실이다. 요한아, 우리는 내일 갈릴래아로 떠난다‥‥."

"선생님, 저는 그것이 기쁩니다. 저는 시몬 베드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선생님을 얼마나 기다리는지 누가 압니까? 나 자렛에도 들릅니까?"

"거기도 들른다. 그리고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야고보를 기다리면서 거기 머무르기로 한다."

"아이고! 저희가 갈릴래아에 머무르게 됩니까?"

"얼마 동안 머무를 것이다."

요한은 기뻐한다. 그리고 그가 기뻐하는 것을 보여주며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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