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6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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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66-70)

by mrsoojak 2022. 1. 6.

목자 예수님 (우린 든든한 목자를 두었습니다)

66. 예수께서 어머니께 제자들에 대하여 물으신다

 

앞에 묘사한 일이 있은지 두 시간쯤 후인 지금, 나는 나자렛의 집을 본다. 나는 작은 정원 쪽으로 나 있는 작별의 방을 알아볼 수 있겠다. 정원에 있는 나무들은 모두 잎이 무성하다.

예수께서는 마리아와 함께 계신다. 집에 기대 있는 의자 같은 돌 위에 나란히 앉아 계시다. 저녁식사는 이미 끝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혹시 있다고 해도-아무도 보이지 않으니까- 벌써 물러갔다.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 다정스러운 대화를 즐기신다. 내 마음속의 목소리는 예수께서 이번에 나자렛에 돌아오신 것이 세례와 광야에서의 단식과 특히 사도의 집단을 모으신 후에 처음 몇 번 돌아오신 것 중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수께서는 어머니께 당신의 첫 번 복음전도 기간과 사람들의 마음을 처음으로 사로잡으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마리아는 당신의 예수의 말을 골똘히 듣고 계시다.

마리아는 요새 고통을 겪으신 것같이 더 창백하시고 더 야위셨다. 그분의 눈 아래에는 많이 울고 깊이 생각한 사람처럼 거무스레한 무리 두 개가 생겼다. 그러나 지금은 행복하시고 미소를 지으신다. 마리아는 당신의 예수의 손을 쓰다듬으시며 미소 지으신다. 마리아는 아들과 같이 있으면서 어두워가는 밤의 고요 속에서 아들과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있는 것을 기뻐하신다.

무화과나무에는 벌써 처음 익은 열매들이 집 근처에까지 늘어져 있는 것을 보면 여름인 것이 틀림없다. 예수께서는 발꿈치를 들고 일어서서 그중 몇 개를 따서 가장 잘 생긴 것들을 어머니께 드리신다. 무화과의 껍질을 정성스레 벗겨서 아래쪽으로 젖혀서 드리니, 그 껍질은 마치 안쪽은 희고 바깥쪽은 보랏빛이 도는 꽃잎을 가진 꽃부리 속에 있는 붉은 줄이 쳐진 흰 봉오리인 것처럼 화관 형태를 이룬다. 예수께서는 그 과일들을 손바닥에 놓아 드리면서 그것을 맛보시는 어머니를 보고 빙그레 웃으신다.

그러다가 갑자기 물으신다. "어머니, 제자들을 보셨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 번재 무화과를 입으로 가져가시던 마리아는 머리를 들고, 손을 멈추고, 소스라쳐 예수를 바라보신다.

"이제 그 사람들을 모두 어머니께 보여 드렸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예수께서는 계속 물으신다.

"그 사람들이 너를 사랑하고 네가 그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요한은‥‥요한은 네가 사랑할 줄을 아는 것처럼 사랑해라. 그 사람은 천사 같은 사람이다. 베드로도‥‥ 착하다. 나이를 더 먹었기 때문에 더 거칠지만 솔직하고 확신이 있는 사람이다. 그 동생도 마찬가지이고, 지금 그 사람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대로 너를 사랑한다. 이 다음에는 너를 더 사랑할 것이다. 사촌들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 지금 네게 충실할 것이다. 그러나 가리옷의 사람은‥‥ 얘야, 그 사람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사람의 눈이 맑지 않고 그의 마음은 한층 더 맑지 않다. 나는 그 사람이 무섭다."

"어머니께 대해서는 아주 공손한데요."

"너무 공손하다. 네게 대해서도 대단히 공손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네가 선생이 아니라, 미래의 왕이다. 그가 특권을 돋보이게 하는 광채를 얻어내기를 바라는 미래의 왕이란 말이다. 그 사람은 가리옷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나은 사람일 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네 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 예수야! 나는 사랑을 어기기를 원치 않는다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는데도 생각하게 된다. 즉 네가 그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경우에는 서슴지 않고 네 자리를 빼앗거나 빼앗으려고 할 것이다. 그 사람은 야심이 있고 탐욕이 있고 타락했다. 얘야, 그 사람은 네 사도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이 세상의 어떤 왕의 궁인(宮人)이 되기에 알맞은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이 무섭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그 창백한 얼굴에 겁에 질린 두 눈으로 당신의 아들 예수를 바라보신다.

예수께서는 한숨을 쉬시고, 곰곰히 생각하시다가 어머니를 바라보시며 다시 용기를 북돋아 드리려고 미소를 보내신다. "어머니, 그 사람도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 다른 사람일 것입니다. 제 집단은 세상을 대표해야 하는데, 세상에는 모든 사람이 천사 같지 않고, 모든 사람이 베드로와 안드레아의 기질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만일 제가 모든 완전한 사람을 선택했더라면, 병든 가엾은 영혼들이 어떻게 감히 제 제자가 되겠습니까? 어머니, 저는 타락한 것을 구제하러 왔습니다. 요한은 제 스스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나는 레위는 무섭지 않다. 그 사람은 구속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구속되었다. 그 사람은 그의 세금 징수대와 동시에 그의 죄를 떠나서 너를 따라오려고 영혼을 새롭게 했다. 그렇지만 가리옷의 유다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의 야비한 낡은 영혼은 점점 더 교만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얘야, 너는 이 일들을 다 알고 있으면서 왜 내게 묻느냐? 나는 너를 위해 기도하고 우는 일밖에는 할 수가 없다. 너는 선생이다. 네 가엾은 어미에게도 선생이다."

-환상은 여기서 끝난다.

 

67. "사도들의 인간성! 그것은 얼마나 둔했었느냐!"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작은 요한(마리아 발또르따의 애칭)아, 오늘은 할 일이 많다. 그러나 하루가 늦었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갈 수가 없다. 나는 오늘 이 일을 위하여 네게 힘을 주었다. 환상 네 번을 보여 준 것은 수난을 준비하는 마리아의 고통과 내 고통에 대하여 네가 말할 수 있게 하려고 보여준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내 어머니에게 바쳐진 날인 어제 토요일에 했어야 했지만 너를 불쌍히 여겨서 하지 않았다. 오늘은 허비한 시간을 만회하기로 한다. 내가 네게 알려준 고통 후에 마리아는 이런 고통도 당하셨다. 마리아와 함께 나도 당하였고.

 

내 눈은 가리옷의 유다의 마음속을 환히 보고 있었다. 아무도 하느님의 지혜가 그 마음을 깨달을 수 없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내가 어머니께 말씀드린 것과 같이 우리에게는 그 사람이 필요하였다. 그가 배반자가 된 것은 그에게 정말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되풀이해서 말한다마는 그 사람은 우리에게 필요한 배반자였다. 그는 엉큼하고 교활하고 탐욕스럽고 음란하고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리하고, 다른 제자들보다 학식이 더 있어서 모든 제자에게 자기를 인정하게 할 줄을 알았다. 대담하여 어려운 일도 잘 해결하였다. 무엇보다도 그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었고, 내 곁에서 그가 내게 신임을 얻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발적인 애덕을 가지고 남의 일을 보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너희들이 '협잡꾼'이라고 부를 그런 사람의 하나였다. 이로 인하여 그는 돈주머니를 맡아 가질 수가 있었고, 여자들을 가까이할 수가 있었다. 이것들이 그의 특권있는 임무인 셋째 일과 더불어 그가 미친 듯이 좋아하는 두 가지 일이었다.

깨끗하고 겸손하고 세상 재물에서 초탈하신 내 어머니는 이 교활한 사람에 대하여 혐오감을 느끼지 않으실 수가 없었다. 나까지도 소름끼치게 하였다. 그런데 아버지와 성령과 나만이 내가 그를 가까이에 두는 것을 참아 견딜 수 있기 위아여 얼마나 큰 짐을 져야 하였는지를 안다. 그러나 이것은 나중에 설명해 주겠다.

마찬가지로 나는 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적의도 모르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산산 조각을 내기 위하여 그들의 굴로 몰아넣으려고 애쓰는 교활한 여우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 피에 굶주려서 사방에 함정을 파놓고 나를 잡으려고 애썼고, 나를 고발하기 뒤한 공격수단을 얻고 나를 없애버리려고 애썼다. 3년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나를 계략에 빠뜨리려고 하였고,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적에야 비로소 그들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들을 비난하던 목소리가 영원히 사라졌던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믿었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었다. 그 목소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지금도 꽝꽝 울린다. 지금도 꽝꽝 울리고, 그들과 같은 사람들을 저주한다. 그들의 탓으로 내 어머니가 어떤 고통을 당하셨냐! 그리고 나도 그 고통을 잊지 못한다.

군중이 변하기 쉽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군중은 길들이는 사람의 손에 채찍이 들려 있거나 배고픔을 달래주는 고기 덩어리를 줄 때에는 그 손을 핥는 맹수와 같다. 그러나 길들이는 사람이 넘어져서 채찍을 쓸 수 없게 되거나 그를 만족시켜줄 음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만 하면 그에게 달려들어 산산조각을 낸다. 처음의 열광하는 순간이 지난 후에도 단지 진리를 말하고 선량하기만 하면 군중의 미움을 사게 된다. 착함은 채찍을 없애고 착하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호산나'라고 말하고 나서 '십자가에 못박으시오'하고 외친 것이다. 스승으로서의 내 생애에는 이 두 가지 외침이 가득 찼었는데, 마지막으로 외쳐진 것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하는 것이었다. 호산나는 가수가 높은음에 올라가기 위한 숨을 얻으려고 하는 호흡이었다. 마리아는 성금요일 저녁에 그의 아들에 대한 죽음을 요구하는 외침으로 된 거짓 호산나 소리를 당신 안에서 다시 들으셨고, 그로 인하여 심장이 꿰뚫리는 듯한 고통을 겪으셨다. 이것도 나는 잊지 못한다.

사도들의 인간성! 그것은 얼마나 둔한 것이었느냐! 나는 하늘로 향하여 올리려고 덩어리들을 팔에 얹고 있었는데, 그 무게가 팔을 땅 쪽으로 끌어내렸다. 가리옷의 유다처럼 자기들을 이 세상 왕의 신하로 보지 않던 제자들도, 유다와 같이 기회만 있으면 옥좌에 나 대신 올라가려고 생각하지 않던 자제들도 언제나 불안스럽게 영광을 추구하고 있었다. 내 요한과 그의 형이 천상의 일에 있어서까지도 신기루와 같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영광을 바란 때도 있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가지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하늘에 대한 거룩한 갈망이 아니라, 너희들의 성덕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인간적인 욕망이다. 또 이것뿐 아니라, 너희들을 온전히 드리라고 내가 말한 그분에게 사랑을 조금 드린 것 때문에 하늘나라에서 그분의 오른쪽에 앉기를 바랄 만큼 환전상이나 고리대금업자와 같은 탐욕도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안된다. 내 아들들아, 안된다. 우선 내가 마신 잔을 끝까지 다 마셔야 한다. 다 마시라고 말한 것은, 미움 대신에 준 사랑으로, 관능의 충동에 반대하는 정결로, 시련중에 용맹으로, 하느님과 형제들에 대한 사랑으로 마시라는 뜻이다. 그리고 자기의 의무를 다하고 나서도 역시 '저희들은 무익한 종들입니다'하고 말하고, 너희들의 아버지이기도 하신 내 아버지께서 당신 인자로 당신의 나라에 자리를 주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내가 총독 관저에서 인간적인 것을 모두 벗어버린 것을 네가 본 것과 같이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다만 생명이라는 하느님의 선물에 대한 존중과 우리가 이 세상에서보다 하늘에서 더 이익을 줄 수 있는 형제들에 대한 존중이라는 필요 불가결한 것만 남겨두고, 어린 양의 피로써 희게 한 불멸의 옷을 너희에게 입히는 일은 하느님께 맡겨드려야 한다.

 

나는 네게 수난을 준비한 고통들을 보여 주었다. 다른 고통은 나중에 보여 주겠다. 비록 그것이 고통이기는 하였지만 그것을 보는 것이 네 영혼에는 휴식이 되었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잘 있거라."

 

68. 가나 근처에서 쿠자의 요안나의 병이 낫다.

 

제자들은 집 뒤쪽에 있는 요셉의 큰 작업장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중이다. 작업대는 식탁 노릇을 하며 필요한 모든 것이 그 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작업장이 공동 침실로 쓰인다는 것도 알겠다. 목수의 다른 두 탁자 위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어 간이침대로 변하며, 벽에 기대서 작은 낮은 침대(널빤지로 사립짝처럼 만들어서 돗자리를 깐 것)들이 놓여 있다. 사도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도 하고 선생님과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정말 리반산에 가시는 것입니까?" 하고 가리옷 사람이 묻는다.

"나는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그것을 두 번이나 약속하였다. 목자들에게와 쿠자의 요안나의 유모에게 약속하였다. 나는 내가 말한 닷새 동안을 기다렸고, 또 신중을 기하느라고 오늘 하루를 더 보탰다. 그러나 이제는 가겠다. 달이 뜨는 대로 떠나자. 베싸이다까지 배를 이용한다 해도 길이 멀 것이다. 그러나 나는 베냐민과 다니엘에게도 인사를 해서 내 마음에 그 기쁨을 주고 싶다. 목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너도 알지. 오! 그들은 우리가 가서 경의를 표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하느님도 자신도 당신 종들 중의 하나를 명예롭게 하시는 것으로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당신의 공평(公平)하심을 보이시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 더위에! 하시는 일을 조심하십시오. 이것은 선생님을 위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밤에는 벌써 숨이 덜 막힌다. 태양이 아직 사자자리에 있지만 얼마 안 갈 것이고 소나기로 더위가 좀 식는다. 그리고 되풀이한다마는, 나는 아무도 가자고 강요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서, 또 내 주위에는 모든 거이 자발적이다. 만일 너희들이 볼일이 있거나 피로를 느끼거든 가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하자."

"예, 선생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저는 가족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수확기가 되었는데, 어머니가 친구들을 보러 오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는 가장이거든요. 제 가족의 사람이라는 말씀입니다."

베드로가 투덜댄다. "아버지 다음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제일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으니 다행이로군."

유다는 못들어서 그러는 것인지 듣고자 하지 않아서 그러는 것인지 베드로가 투덜대는 것을 들은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하기는 예수께서 눈짓으로 베드로를 제지하시고, 베드로 곁에 앉아 있는 제베대오의 야고보는 입을 다물게 하려고 그의 옷을 잡아당긴다.

"유다야, 가거라. 오히려 가야 한다. 어머니에게 순종하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선생님이 허락하신다면 곧 떠나겠습니다. 아직 숙박할 곳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늦지 않게 나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친구들, 잘들 있게."

"평화의 친구가 되어라. 그리고 항상 하느님을 모실 수 있도록 행동하여라. 잘 가거라."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무더기로 인사한다.

사람들은 그가 떠나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베드로는 아마 유다가 후회할까 봐 염려해서 그러는지 그의 배낭의 끈을 졸라매고 엇비슷이 어깨에 메는 것을 도와주기... 까지 한다. 그는 정원 쪽으로 나 있는 다른 문처럼 벌써 열려 있는 작업장의 문까지 유다를 배웅 한다. 작업장의 문들은 틀림없이 못비 더운 하루를 지나서 숨 막힐 듯하게 된 방을 환기시키려고 열어 놓았을 것이다. 베드로는 유다가 떠나는 것을 보려고 출입문에 서 있다가 그가 정말로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그에게 명랑하게 얼굴을 찡긋하고 빈정거리는 작별인사를 보내고는 손을 비비면서 돌아온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그러나 이미 모든 말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를 본 어떤 제자가 몰래 웃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사촌 야고보를 지켜보고 계시기 때문에 거기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신다. 야고보는 올리브는 그대로 둔 채 얼굴이 새빨개지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예수께서는 "무슨 일이냐"고 물으신다.

"선생님은 '어머니께 대한 순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들은 그럼?"

"가책을 느끼지 말아라.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 육체에 의한 사람, 육체에 의한 아들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말이다. 그러나 누가 다른 본성과 다른 부성(父性)을 얻었을 때에는 그렇지 않다. 더 고상한 이 부성은 그것이 명령하고 바라는 것대로 따라야 한다. 유다는 너보다, 또 마태오보다도 먼저 왔다.... 그러나 그는 아직 도착이 늦어졌다. 그는 인격을 길러야 하는데, 아주 느리게 할 것이다. 그에게 대하여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비위를 거스르는 사람을 참아 견디는 것을 가치가 없지 않은 덕행이다. 그 덕행을 닦아라."

"그러겠습니다. 선생님... 그러나 그 사람이 그런 것을... 그런 것을 보게 되면... 됐다, 베드로야, 입다물어라, 선생님은 썩 잘 이해하시니까... 저는 바람으로 너무 팽팽하게 된 돛같이 생각됩니다.... 저는 미는 힘 때문에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고, 제 안에서는 언제난 무엇이 부서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아니 뱃사람으로서는 선생님이 도무지 유능하지 못하시니까 오히려 모르시겠지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것인데요, 만일 돛을 너무 팽팽히 당겨서 잡아맨 줄이 모두 끊어지면, 정말이지 경험이 없는 뱃사람은 하도 세게 뺨을 얻어맞아서 정신이 멍해집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이런 것을 느낍니다.... 저도 잡아맨 모든 끈이 끊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는 그 사람이 가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바람이 없으니까 돛이 조용해지고, 그래서 붙잡아 맨 끈들을 늦지 않게 강화하게 됩니다."

예수께서 빙그레 웃으시고 올바르고 성질이 괄괄한 베드로에 대하여 대단히 너그럽게 고개를 끄덕이신다.

거리에서 편자를 박은 말발굽의 요란한 소리와 어린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깁니다! 여기예요! 멈추세요." 그리고 예수와 제자들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바깥문 어귀에 땀이 번들번들하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말의 시꺼먼 형태가 나타나고, 타고 있던 사람이 내리더니 쏜살같이 안으로 달려와 예수의 발 앞에 엎드리며 경건하게 발에 입맞춤한다.

"누구십니까? 무슨 일입니까?"

"저는 요나타올시다."

요셉의 외침이 그에게 응답한다. 요셉은 큰 작업대 뒤에 앉아 있었는데, 요나타가 벼락같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친구를 알아보지 못하였었기 때문이었다.

"요나타 아저씨, 요나타 아저씨로군요!..."

"그래. 나는 경배를 받으신 주님을 경배하는 것이다! 바라기를 30년 동안, 아이고!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그 세월이 이제는 고독한 용설란 꽃 모양으로 활짝 피었습니다. 그리고 복된 황홀로 단번에 더 활짝 피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꽃보다도 훨씬 더 행복하게요! 아이고! 나의 구세주!"

여자들과 어린이들과 몇몇 남자도 입구에 몰려와서 방안에까지 들어왔다. 그 가운데에는 선량한 사라의 알패오가 아직 손에 빵조각과 치즈를 든 채 서 있다.

"요나타, 일어나시오, 내가 당신을 찾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베냐민과 다니엘도 보려고..."

"저도 압니다..."

"당신 동료들에게 한 것같이 입맞춤하게 일어나시오." 예수께서는 그를 억지로 일으키시고 입맞춤하신다.

"저도 압니다." 하고 건장하고 건강하고 옷을 잘 입은 노인이 되풀이해서 말한다. "저도 압니다. 그 여자 생각이 옳았습니다. 그것은 죽어가는 사람의 헛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아이고! 주 하느님! 주님이 부르실 때는 영혼이 정말 잘 보고 듣는군요!" 요나타는 감격해 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침착해진다. 경배하면서도 부지런히 대뜸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 "우리의 구세주이시며, 우리의 메시아이신 예수님, 저는 주님을 모시고 가려고 왔습니다. 저는 에스텔과 이야기를 했는데, 에스텔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그전에, 그전에 요안나가 주님께 말씀을 했었는데, 요안나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고! 행복한 사람을 비웃지 마시오. '가겠다'라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기까지는 행복하면서도 몹시 불안해하는 내 말을 듣는 여러분은 나를 비웃지 마시오. 주님은 제가 죽어가는 여주인을 모시고 여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시지요. 기막힌 여행이었습니다! 티베리아에서 베싸이다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그다음에는 배를 버린 다음 마차를 이용했는데, 최선을 다해서 장비했습니다만, 그것은 하나의 고문이었습니다. 밤 동안에 천천히 갔습니다. 그러나 여주인은 괴로워했습니다. 필립보의 가이사리아에서는 피를 토하면서 죽을 뻔했습니다. 저희들은 거기서 길을 멈추었습니다.... 일주일 전 사흘째 되던 날, 여주인이 저를 불렀습니다. 어떻게나 창백하고 기진맥진했는지 벌써 죽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불렀더니 죽어가는 영양과 같은 다정스러운 눈을 뜨고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여주인은 목소리가 아주 가늘었기 때문에 그 차디찬 손으로 저더러 몸을 기울이라는 표를 하고 말했습니다. '요나타, 나를 집으로 도로 데려다주게. 지금 즉시 말이야' 하고 말입니다. 평소에는 얌전한 어린아이보다도 더 온순한 여주인이 제게 명령을 할 때 얼마나 힘을 썼는지 뺨에 핏기가 오르고 눈이 반짝 빛나기까지 했습니다. 여주인은 계속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꿈에 내 집을 보았네. 안에 어떤 분이 계시는데, 그분의 얼굴이 별과 같았어. 그분은 키가 크고 금발이고, 하늘색 눈에 목소리는 하프 소리보다도 더 부드러웠어.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어. "나는 생명이다. 오너라, 들어오너라, 나는 네게 생명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다." 하고. 그래서 나는 가려고 하네.' 저는 여주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주인님! 그렇게는 못하십니다! 지금 몸이 편치 않으신대! 좀 나으시면 생각해 보십시다'하고요. 저는 그것이 죽어가는 사람의 헛소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여주인은 울었습니다. 그리고는...___아이고! 제가 여주인을 모신 지가 6년이 되는데, 그 6년 동안에 그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예, 여주인은 움직이지도 못하던 사람이 일어나 앉기까지 하고는 성이 나 있었습니다..___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인, 명령일세. 나는 자네 주인이네, 복종하게!' 하고요. 그리고는 피투성이가 되어서 뒤로 쓰러졌습니다. 저는 여주인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여주인을 기쁘게 해 드리자. 죽어도 좋다!... 항상 여주인을 만족하게 하려고 하고 나서 마지막에 와서 불만을 품게 했다는 가책은 가지지 않게 될 것이다' 하고요. 기막힌 여행이었습니다! 여주인은 오전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의 사이에만 좀 쉬었습니다. 저는 더 빨리 가려고 말들을 녹초가 되게 했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아침 아홉 시에 티베리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에스텔이 제게 말을 했습니다.... 그때에야 저는 주님이 제 여주인을 부르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가 주님이 에스텔에게 기적을 약속하신 시간과 날짜였고, 제 여주인의 영에 주님이 나타나신 시간과 날짜였으니까요. 여주인은 오후 세 시에 즉시 다시 떠나려고 했고, 자기를 앞질러 가라고 저를 보냈습니다.... 아이고! 내 구세주, 오십시오!"

"즉시 가겠습니다. 믿음은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나를 갈망하는 사람은 나를 차지하게 됩니다. 갑시다."

"좀 기다리십시오. 저는 어떤 젊은이에게 돈주머니를 던져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말이 없으면 나귀를 자네 맘대로 세 마리든지 다섯 마리든지 구해 가지고 빨리 예수님 집으로 오게' 하고요. 나귀들이 곧 올 것입니다. 그러면 저희가 더 빨리 가게 될 것입니다. 가나 근처에서 여주인을 만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일 적어도...."

"요나타, 무슨 말입니까?"

"적어도 아직 살아 있으면 말입니다...."

"분명히 살이 있습니다. 그러나 죽었다 하더라도 나는 생명입니다. 내 어머니가 저기 오십니다."

과연 동정녀는 아마 누군가가 알려 드린 모양이어서 뛰어 오고 계시다. 그 뒤에는 알패오의 마리아가 따라온다. "얘야, 떠나는 거냐?"

"예, 어머니, 요나타와 같이 갑니다. 요나타가 왔습니다. 저는 요나 타를 어머니께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하루를 더 기다린 것입니다."

요나타는 우선 파을 가슴에 십자로 포개고 몸을 깊이 숙여 인사를 하고, 이제는 무릎을 꿇고 마리아의 옷자락을 겨우 약간 쳐들고 끝에 입맞춤하면서 말한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 문안드립니다!"

사라의 알패오는 구경꾼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 어때? 우리들만이 믿음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

거리에서 수많은 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나귀들이다. 나자렛의 나귀가 전부 온 것 같은데, 어떻게나 많은지 기병 중대 하나를 만들기에도 넉넉할 것 같다. 요나타는 제일 훌륭한 놈들을 골라서 흥정을 하고, 인색하게 굴지 않고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 도중에 어떤 나귀가 편자가 빠져나갈까 봐 염려해서, 그리고 이 요란스러운 나귀 떼를 모두 다시 데려올 수 있게 하려고 다른 나귀들과 나자렛 사람 두 명을 고용한다. 이동안 두 분 마리아는 보따리와 배낭 묶는 것을 돕는다.

알패오의 마리가 아들들에게 말한다. "너희들 침대를 그대로 놔두고 어루만지겠다.... 그러면 너희들을 어루만지는 것 같을 거다. 얘들아, 착하게 지내고 예수를 모실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러면 나는... 나는 행복하겠다...." 그러는 동안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마리아는 마리아대로 당신 아들 예수를 돕고 어루만지며 수많은 당부를 하고, 또 예수께서 리반산의 목자들을 찾아보고야 돌아오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정스러운 안부를 전하라고 하신다.

일행이 떠난다. 어둠이 내리깔리고 그때 상현달이 뜬다. 앞에 예수와 요나타가 가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뒤에 온다. 시내에 있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보통 걸음으로 간다. 그러나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속보(速步)로 달린다. 발굽 소리와 방울 소리를 울리는 한 떼를 이룬다.

"여주인은 에스텔과 함께 마차 안에 있습니다."하고 요나타가 설명한다. "아이고! 주인님! 주인님을 기쁘게 해 드리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을 모셔다 드리다니! 아리고, 주님! 주님을 제 곁에 모시다니요! 주님을 차지하다니! 여주인이 본 것과 같이 주님의 얼굴은 별빛같이 빛나고, 하늘빛 눈에 금발이시고, 주님의 목소리는 꼭 하프 소리 같습니다.... 오! 그렇지만 주님의 어머님은! 언젠가 어머님을 제 여주인에게 모시고 오시겠습니까?"

"당신의 여주인이 어머니께 올 것입니다. 두 분이 친구가 될 것입니다."

"예? 아이고!... 예, 제 여주인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요안나는 아내이고 어머니도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동정녀같이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안나는 복되신 마리아 곁에 있을 수가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요한의 발랄한 웃음소리를 들으시고 돌아다보신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따라 웃고 있다.

"선생님, 저 때문에 모두 웃는 것입니다. 저는 배에서는 고양이보다도 더 편하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놈을 타고 있자니! 꼭 서남풍에 앞뒤로 흔들리는 배의 갑판을 맘대로 굴러 다니는 통과 같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고 오래지 않아 속보가 끝날 것이라고 약속하시며 그를 격려하신다.

"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웃어도 나쁠 것 없습니다. 자, 저 선량한 여자를 기쁘게 해 주러 가세."

예수께서는 또다시 깔깔거리고 웃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신다. 베드로가 외친다. "아니, 이건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왜 말씀 못 드리겠어요. 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의 위대하신 대신은 한 부인 앞에서 뽐낼 기회를 놓친 것을 알면 제 손톱을 깨물 거야'하고 말입니다. 이 사람들은 웃지만, 그건 사실입니다. 만일 그 사람이 이걸 상상할 수 있었더라면 아버지의 포도밭 돌보는 일을 잊어버렸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예수께서는 대꾸를 안 하신다.

영양이 좋은 그 나귀들을 타고 가니 길을 빨리 갈 수 있다. 달빛 아래 가나를 지나갔다.

"주님이 허락하시면 제가 앞서 가겠습니다. 마차를 멈추게 하겠습니다. 마차가 흔들리는 바람에 병자가 몹시 고통을 당합니다."

"가시오."

요나타는 말을 전속력으로 달리게 한다.

달빛 아래 또 꽤 먼 거리를 달려가니, 길가에 멈추어 서 있는 지붕 있는 큰 마차의 꺼먼 형체가 나타난다. 예수께서 나귀를 자극하시니 나귀는 보통 구보(驅步)로 달린다. 예수께서는 마차 곁에 이르러서 나귀에서 내리신다.

"메시아님이십니다." 하고 요나타가 알린다.

늙은 유모는 마차에 곤두박질해서 길로 내려오고, 길에서 먼저 속으로 뛰어 들어온다. "아이고! 요안나를 살려 주십시오! 지금 죽어갑니다."

"내가 왔소." 그러면서 예수께서 마차로 올라가신다. 거기에는 방석을 잔뜩 깔아놓고 그 위에 허약한 육체를 뉘어 놓았다. 한구석에는 등불과 컵들과 항아리들이 있고, 곁에는 젊은 하녀가 울면서 죽어가는 사람의 식은땀을 닦아 주고 있다. 요나타는 마차의 등불 하나를 가지고 달려온다.

예수께서는 정말 다 죽어가면서 척 늘어진 여자에게로 몸을 기울이신다. 그 여자의 아마포로 지은 옷의 흰 빛깔과 야윈 손과 얼굴의 약간 파란 기운이 도는 창백한 빛깔 사이에는 구별이 없다. 다만 숱이 많은 눈썹과 새까만 긴 속눈썹만이 백설 같인 흰 그 얼굴에 색채를 좀 준다. 그 여자는 폐병 환자들의 불길한 징조인 핼쑥한 뺨에 나타나는 붉은빛조차 없어졌다. 그저 어렴풋한 보랏빛도는 분홍빛이 보이는데, 그것은 호흡이 곤란하기 때문에 반쯤 벌어진 입술이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 곁에 무릎을 꿇고 살펴보신다. 유모가 그 여자의 한 손을 잡고 부른다. 그러나 벌써 영원의 문턱에 가 있는 영혼은 아무 의식도 없다.

제자들과 나자렛의 두 젊은이가 도착하여 마차를 둘러싼다.

예수께서 죽어가는 여자의 이마에 손을 얹으시니, 그 여자는 안개 낀 것 같고 분명치 않은 눈을 잠깐 동안 떴다가 다시 감는다.

"의식을 잃었습니다."하고 유모가 탄식한다. 그리고 더 크게 운다.

예수께서는 손짓을 하신다. "할머니, 요안나가 듣습니다. 신뢰를 가지세요." 그러고 나서 부르신다. "요안나! 요안나! 나요! 내가 요안나를 부르오. 나는 생명이오. 요안나, 나를 보시오."

더 생기 있는 눈길로 죽어가던 여자가 커다란 까만 눈을 뜨고 자기 위에 숙이고 있는 얼굴을 쳐다본다. 그 여자는 기쁨을 나타내는 몸짓을 하고 방긋 웃는다. 그 여자는 가만히 입술을 벌리고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들을 수 있게 말을 하지는 못한다.

"그렇소, 나요. 요안나가 왔고, 나는 또 요안나를 구하려고 왔소. 나를 믿을 수 있소?"

죽어가던 여자는 머리로 표시를 한다. 그 여자의 온 생명력은 그의 눈길에 모였다.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것을 그 눈길이 말한다.

예수께서는 무릎을 꿇고 한 손은 그 여자의 이마에 얹으신 채로 몸을 일으키시며 기적을 행하실 때에 취하시는 태도를 취하시면 말씀하신다. "그러면! 명령이오. 나아서 일어나시오." 예수께서는 손을 떼시고 일어나신다.

잠깐 동안이 지나고 난 다음 쿠자의 요안나는 아무런 도움도 없이 앉아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예수의 발아래 엎디어 기뻐서 큰 소리로 외친다. "오! 내 생명, 주님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저는 주님의 것! 영원히 주님의 것입니다! 유모! 요나타! 나 나았어요! 아이고! 빨리! 달려가서 쿠자에게 알려요. 와서 주님께 경배하라고 해요! 오! 제게 축복하십시오, 또, 또, 또! 오! 나의 구세주." 그 여자는 예수의 옷과 손에 입맞춤하면서 울고 웃고 한다.

"그래, 강복합니다. 다른 것 무엇을 또 원하시오?"

"주님,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주님이 저를 사랑해 주시고 제가 주님을 사랑하게 허락하시는 것만을 원합니다."

"그리고 아기는 바라지 않겠소?"

"아이고! 아기!... 그렇지만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저를 온전히 주님께 맡겨 드립니다. 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저는 주님의 덕택으로 받았으니, 모든 것을 주님께 바칩니다. 주님은 주님이 가장 좋은 것인 줄을 아시는 것을 주님의 여종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행복하게 사시오. 하느님께서 요안나를 사랑하십니다. 나는 갑니다. 요안나를 축복하고 여러분에게도 축복합니다."

"아니올시다, 주님. 제 집에 들르십시오. 지금은 오! 지금은 제 집이 정말 만발한 장미밭입니다. 주님을 모시고 제 집으로 돌아가게 허락해 주십시오.... 아이고!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나는 가겠소. 그러나 내 제자들을 데리고 있소."

"주님, 제 형제들입니다. 요안나는 주님께 와 마찬가지로 제자분들에게도 음식과 필요한 모든 것을 주겠습니다. 저를 기쁘게 해 주십시오!"

"가자. 나귀들을 돌려보내고 걸어서 따라오너라. 이제는 갈 길이 얼마 되지 않는다. 너희들이 따라올 수 있게 우리가 천천히 가마. 이즈마엘과 아세르, 잘 가게. 내 대신 어머니께 또 인사드리게. 그리고 내 친구들에게도."

두 나자렛의 젊은이는 깜짝 놀라서 요란스러운 나귀 떼를 데리고 떠나고 그동안 마차는 이제는 신나는 승객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뒤에는 제자들이 떼 지어 따라오며 일어나 일에 대해 이런 말 저런 말을 한다.

 

-이로써 모든 것이 끝난다.

 

69. 예수께서 리반산의 목자 베냐민과 다니엘을 찾아가신다.

 

예수께서는 녹음이 우거진 길을 따라 요나타의 곁에서 걸어가신다. 뒤에는 사도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따라온다. 그러나 베드로는 동료들과 떨어져 앞으로 와서 언제나 그런 것처럼 솔직하게 요나타에게 묻는다. “그렇지만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로 가는 길이 더 가깝지 않아요? 당신은 여주인 하고 다른 길로 해서 왔었지요?”

“병자 하고 왔기 때문에 모든 위험을 무릅쓴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내가 안티파스의 궁인의 고용인 중의 한 사람인데, 필립보는 저 부끄러운 근친상간(近親相姦) 사건 이후 헤로데의 궁인들을 호의적인 눈으로 보이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시오. 이건 나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아시겠어요? 당신들 때문이고 특히 선생님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고, 또 적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습니다. 필립보의 사분령(四分領)에도 안티파스의 사분령에와 마찬가지로 말씀이 필요합니다. …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당신들을 미워하면 어떻게 그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돌아올 때에는 당신들이 더 낫다고 생각하면 다른 길로 해서 오시오.”

“요나타, 당신의 용의주도함을 칭찬합니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페니키아의 지역을 지나서 올 생각이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페니키아는 오류의 암흑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나는 그 경계에 가서 빛이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일깨워 주겠다.”

“당신은 필립보가 자기 형이 자기에게 행한 잘못을 그의 하인에게 복수하리라고 생각합니까?"

“베드로,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들은 둘이 똑같아요. 둘 다 가장 야비한 모든 본능에 지배되고 있고, 그중에서 구별을 하지 않아요. 그들은 정말로 짐승들 같지 사람들 같지 않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아니 요한의 친척이 되시는 선생님은 필립보에게 소중할 텐데요. 요컨대 요한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할 때 선생님의 이름으로 또 선생님을 위해 말한 것이 되니까요.”

“그는 당신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당신들이 누구인지 묻지도 않을 것입니다. 만일 당신들이 나와 같이 있는 것을 사람들이 보고, 나를 알아보거나 또는 안티파스의 집안의 원수에 의해서 안티파스의 집사의 하인이라고 밀고되기라도 하면 당신들을 즉시 옥에 가둘 것입니다. 왕의 주홍빛 옷 뒤에 어떤 타락한 상태가 있는지 당신들은 모를 거요! 복수, 불의, 밀고, 음탕, 도둑직 따위가 그들의 영혼의 음식이요. 영혼? …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만, 그들은 이제 영혼도 가지고 있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보다시피 일은 잘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왜 요한이 풀려났습니까? 조정의 두 경관 사이의 싸움과 복수의 결과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안티파스가 요한을 지키는 일을 맡겨서 유리하게 배려해 주었던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돈을 받고 밤에 옥문을 열어준 것입니다. … 나는 그가 향료를 가미한 포도주로 경쟁자를 취하게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 그 불행한 사람은 탈출한 세례자 대신 목이 달아났지요. 정말이지 그 사람은 기분 나쁜 사람입니다.”

“그런데 당신 주인 거기 그대로 있지요? 좋은 사람같이 생각되는데.”

“그래요, 하지만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이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대(大) 헤로데의 조신이었으니, 아들도 어쩔 수 없이 거기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거지요. 그이는 동의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기 아내를 저 타락한 궁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하는 것뿐입니다.”

“그럼 그분은 ‘여기 있기가 지긋지긋합니다’하고 말하면서 그곳을 떠날 수 없을까요?”

“그렇게 할 수 있기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그이가 아무리 훌륭한 분이라 해도 아직 그렇게 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것은 틀림없이 죽음을 뜻하겠지요. 그런데 가장 높은 정도에까지 올려진 정신적인 충실로 죽기를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세례자 같은 성인이나 그러지요. 그러나 우리 같은 불쌍한 사람들은!”

그들끼리 말하게 내버려 두었던 예수께서 개입하신다. “얼마 안 있어, 알려진 세상의 모든 지점에서 4월에 풀밭에 피는 꽃만큼이나 많은 성인들이 은총에 대한 그 충실과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기꺼이 죽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정말입니까? 아이고! 그런 성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보잘것없는 요나의 시몬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를 똑바로 바라보신다.

“왜 저를 그렇게 보십니까?”

“네가 성인들을 도울 때에 그들을 보게 될 것이고, 성인들이 너를 도울 때에 그들이 너를 보겠기 때문이다.”

“주님, 무슨 일을 도와줍니까?"

“그 위에 내 증언이 거행되고 세워질 제사의 봉헌된 돌이 되도록 말이다.”

“선생님의 말씀을 못 알아듣겠습니다.”

“알아듣게 될 것이다.”

가까이 와서 그 말을 들은 다른 제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예수께서 몸을 돌리시고 말씀하신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너희들은 모두가 이런 형벌이나 저런 형벌로 시련을 당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너희들의 안락과 애정과 이해관계를 포기하는 고통이다. 이다음에는 점점 더 광범위한 희생이 되어서 마침내는 너희에게 불멸의 왕관을 씌워줄 최후의 희생에까지 이를 것이다. 충실하여라. 그러나 너희들은 모두가 충실할 것이다. 이것이 너희들을 기다리는 운명이다.”

“저희들이 어쩌면 선생님께 대해서 가지는 사랑 때문에 유다인들과 최고법원에 의해서 죽음을 당하게 될 거란 말씀입니까?”

“예루살렘은 그의 성전 문턱을 그의 예언자들과 성인들의 피로 씻는다. 그러나 세상도 씻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 세상에는 소름 끼치는 우상들의 사랑이 많이 있다. 그것들이 장래에는 참 하느님의 성전들이 될 것이고, 이교(異敎)의 문둥병이 순교자들의 피로 이루어진 깨끗하게 하는 물로 정화될 것이다.”

“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주님! 선생님! 저는 그런 운명을 누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약합니다! 저는 고통이 겁이 납니다! 오! 주님! … 차라리 쓸데없는 종을 쫓아내시든지, 선생님께서 힘을 주시든지 하십시오. 제 비겁 때문에 사람들이 선생님을 곡해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베드로는 스승의 발 앞에 엎디어 참으로 그의 마음을 나타내는 목소리로 애원한다.

“내 베드로야, 일어나라. 두려워 말아라. 너는 아직 갈길이 멀었다. … 그리고 네가 최후의 희생만을 원할 시간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네가 하늘과 너 자신에게서 오는 온갖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거기서 몹시 감탄하는 눈으로 너를 보고 있을 것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니… 믿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한다….

 

… 그리고 꽤 오랫동안 중단되었다가, 그들이 벌써 평야를 지나, 자꾸 올라가기만 하는 길로 나무가 우거진 산을 올라갈 때에 다시 환상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같은 날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먼저번에는 아주 몹시 더운 아침나절이었는데, 지금은 아름다운 새벽이 시작되면서 풀줄기마다 액체로 된 금강석이 빛나기 때문이다. 숲을 여러 개 지나왔는데 더 높은 곳에는 또 침엽수들이 올려다보이고, 초록색 둥근 지붕 모양으로 그 줄기 사이로 지칠 줄 모르는 나그네들을 맞아들인다.

참으로 이 리반산은 이상한 산맥이다. 리반산이란 말은 이 전체를 가리키는 것인지 또는 이 산 하나만을 가리키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나무가 우거진 산괴(山塊)들이 산꼭대기와 급경사와 계곡과 고원(高原)이 뒤얽힌 가운데 우뚝 솟아 있고, 그 사이로는 약간 하늘빛 섞인 초록빛을 띤 은색 리본 같은 급류들이 흘러가다가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온갖 종류의 새들이 침엽수 숲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이 아침 시간에는 송진 향기가 진동한다. 계곡 쪽으로, 아니 그보다도 서쪽으로 몸을 돌리면 멀리에 흥겨워 보이는 끝없고 고요하고 장엄한 바다가 보이고, 북쪽과 남쪽으로 펼쳐지는 온 해안선과 도시들과 항구들과 바다로 떨어지는 몇 개 안 되는 물줄기가 보인다. 그 물줄기들은 여름 해로 말라서 얼마 안 되는 물로 메마른 땅에 겨우 반짝이는 구두점(,)을 그어놓고, 파란 바다 위에 길게 뻗은 누르스름한 것을 그어 놓는다.

“경치가 아름다운데” 하고 베드로가 지적한다.

“이제는 그렇게 덥지도 않고” 하고 시몬이 말한다.

“이 나무들 때문에 햇볕도 별로 거북하지 않구먼” 하고 마태오가 덧붙인다.

“성전의 서양 삼나무 재목을 여기서 구해 갔나요?”하고 요한이 묻는다.

“그렇지요, 여기서 가져갔지요. 이 삼림들이 가장 아름다운 재목을 공급합니다. 다니엘과 베냐민의 주인은 많은 가축떼 말고도 굉장히 많은 삼림을 가지고 있지요. 이 나무들을 여기서 톱으로 잘라 저 수로들을 통해서 혹은 손으로 계곡으로 가져갑니다. 성전의 경우가 그랬던 것처럼 나무줄기들을 통째로 써야 할 때에는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주인은 임금을 넉넉히 줍니다. 그래서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또 그 사람은 꽤 착해요. 그 사람은 저 잔인한 도라 같지 않아요. 불쌍한 요나!” 이렇게 요나타가 대답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하인들은 거의 노예와 같으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는 요나에게 ‘그 사람을 내팽개치고 우리들한테 오시오. 요나의 시몬이 당신 먹일 것은 언제나 있을 거요’ 하고 말했더니 그 사람은 ‘나는 몸값을 치르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하고 대답했어요. 대관절 어떻게 된 일입니까?”

“도라는 이렇게 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이렇게 하는 사람이 그 사람뿐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일 잘하는 하인을 발견하게 되면 치밀한 간계를 써서 그를 노예를 만들어 버립니다. 그는 하인이 물 수 없는 부정확한 금액을 그 하인이 쓴 것으로 해놓지요. 그래서 그 액수가 어는 정도에 이르면 ‘너는 빛 때문에 내 노예가 되었다’ 하고 말합니다.”

“아이고! 이건 정말 창피스러운 일이로구먼! 게다가 바리사이파 사람인데!”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나는 저축한 돈이 있는 동안에는 돈을 낼 수가 있었지요. 그러다가… 한 해는 우박이 왔고, 또 한 해는 가물었어요. 밀과 포도나무에서 수입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도라는 그 손해를 열 배로 불리고 또 열 배로 불렸습니다. … 그러다가 요나가 과로로 병이 들었어요. 그러자 도라가 치료비로 돈을 꾸어주었지요. 그러나 그는 1원에 대해서 12원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요나가 그에게 갚을 돈이 없으니까 그 돈을 나머지 빚에다 합쳤습니다. 결국 몇 해 후에는 요나가 빚 때문에 노예가 됐습니다. 그래서 도라는 요나를 절대로 떠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 그는 늘 여러 가지 이유와 새로운 빚을 찾아낼 것입니다. …” 요나타는 그의 친구를 생각하며 침울해진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할 수 없었나요? …"

“어떻게요? 요나에게 사람대접을 해 주게 말입니까? 그렇지만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등질 수 있는 사람이 누굽니까? 그런데 도라는 가장 세력 있는 바리사이파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 사람은 대사제의 친척도 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적어도 그렇게 말들 합니다. 한 번은 요나가 죽을 지경으로 몽둥이로 맞아서, 그 소식을 들은 내가 어떻게나 울었던지 쿠자가 ‘자네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 그를 내가 몸값을 치르고 해방시켜 주겠네.’ 하고 말했어요. 그러나 도라는 쿠자를 맞대 놓고 비웃고 완강히 거부했어요. 어이구! 그 사람은 … 이스라엘에서 가장 기름진 땅을 가지고 있어요. … 그렇지만 정말이지 그 땅은 하인들의 피와 눈물로 기름지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열성당원을 바라보시고 열성당원은 예수를 쳐다본다. 두 분 다 몹시 슬퍼한다.

“그럼 다니엘의 주인은, 착합니까?”

“그 사람은 적어도 인정은 있습니다. 그 사람도 까다롭긴 하지만 사람을 못살게 굴지는 않아요. 그리고 목자들이 정직하니까 친절하게 대해줍니다. 목자들은 양 떼를 맡아 가지고 있지요. 그 사람이 나를 알고, 내가 쿠자의 하인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존중하지요…. 그런데 주님, 왜 사람들이 그렇게 이기주의적입니까?”

“그것은 사랑이 지상낙원에서 목이 졸렸기 때문이오. 그러나 나는 졸라맨 끈을 풀고 사랑을 되살리려고 왔습니다.”

“엘리세오의 땅에 다 왔습니다. 풀밭은 아직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 시간에 양 떼들이 햇볕 때문에 거의 항상 양의 우리에 있습니다. 그들이 있는지 가보겠습니다.” 그러면서 요나타는 뛰다시피 간다.

얼마 후에 요나타는 반백의 건강한 두 목자와 같이 오는데, 목자들은 문자 그대로 비탈을 곤두박질해 내려와서 예수 계신 곳으로 온다.

“당신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아이고! 아이고! 베들레헴의 우리 아기!” 하고 한 사람이 말하니 또 한 사람은 “저희들에게로 오신 하느님의 평화, 찬미받으십시오.” 하고 말한다. 그 사람들은 풀 위에 엎드렸다. 제단에 대고서도 그들이 스승께 인사하는 것만큼 깊은 절은 하지 않는다.

“일어나시오. 나는 당신들의 축복을 갚아드립니다. 그리고 이 축복은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가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기쁩니다.”

“아이고! 저희들이 자격이 있다니요!”

“그렇습니다. 항상 충실했던 당신들이.”

“충실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었겠습니까? 누가 그 시간을 잊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이 본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이 여러 달 동안, 저희들이 저녁때 양 떼를 몰고 돌아올 때에 저희들에게 방끗 웃어 주시고, 저희들의 피리 소리에 손뼉을 치시던 것을 누가 잊을 수 있겠습니까? … 다니엘, 자네 기억하지? 거의 언제나 흰옷을 입고,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안나의 목장 풀밭이나 창문에 햇빛을 받으면 나타나실 때 눈같이 흰 어머니의 옷에 놓인 꽃 한 송이와 같으시던 때를 말입니다.”

“그리고 주님이 첫걸음마를 떼실 때 주님의 머리보다는 덜 곱슬곱슬한 새끼 양을 쓰다듬으려고 오셨던 그때, 주님은 얼마나 기뻐하셨는지요! 그리고 저희들은 저희들의 촌스러운 몸을 가지고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저희들은 주님께 덜 상스러워 보이게 천사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

“오! 내 친구들! 나는 당신들의 마음을 보았었고, 지금도 그 마음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양치기들을 여기까지 찾아오셨군요!”

“내 친구들을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만족합니다. 당신들을 모두 다시 찾았으니 이제 다시는 잃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아들과 그 친구들을 환대할 수 있습니까?”

“아이고! 주님! 그걸 물어보십니까? 빵과 우유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빵을 한 입 거리만 있다 해도 주님을 모시기 위해서 주님께 드릴 것입니다. 그렇지, 베냐민?”

“오 바라고 바라던 주님, 저희들의 마음도 주님께 음식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럼 갑시다. 가서 하느님께 대한 말을 합시다 ….”

“그리고 주님의 부모님에 대해서도요, 그지없이 착하신 요셉에 대해서! 마리아에 대해서! … 오! 어머님! 보세요. 여기 싱싱한 수선화가 있습니다. 꽃이 아름답고 깨끗해서 금강석 별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님은 … 아이고! 이 수선화는 어머님과 비교하면 때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머님의 미소 하나는 저희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님을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저희들을 깨끗하게 했습니다. 베냐민, 자네도 어머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지?”

“그럼. 주님, 저는 그 말씀을 그대로 옮길 수 있습니다. 저희들의 어머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던 여러 달 동안 그분이 말씀하신 모든 것은 여기(그러면서 가슴을 두드린다)에 씌어 있으니까요. 그것은 저희 지혜의 책장이었는데, 그것이 사랑의 말씀이기 때문에 저희들도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랑 … 오! 사랑은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주님, 오십시오. 이 복된 집에 들어오셔서 축복해 주십시오.”

그들은 넓은 양의 우리 곁에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다.

 

 

 

70. 임해(臨海) 도시에 계신 예수께서 요나에 관한 편지들을 받으신다.

 

예수께서는 지도에서 그 대단히 넓은 자연적인 만(灣)을 지도에서 볼 수 있는 이 훌륭한 임해도시에 계시다. 그 만은 잘 보호되어 있어 많은 배를 받아 들 일 수 있는데, 강력한 방파제로 한층 더 안전하게 되어 있다. 군인들이 타고 있는 3층의 노가 달린 배들이 거기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만을 군대로 이용하는 모양이다. 그 병사들이 배에서 내리는데, 교대를 하기 위해서인지 주둔부대를 보강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다. 항구, 즉 항만도시는 베수비어스 화산이 내려다보고 있는 나폴리를 막연히 연상시킨다.

예수께서는 항구 근처에 있는 초라한 집에 앉아 계신데, 분명히 어부들의 집이고, 또 베드로와 요한이 그 집에서 마음 편하게 행동하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과 친밀한 것으로 보아 아마 베드로나 요한의 친구들의 집인 것 같다. 목자 요셉도 가리옷 사람도 보이지 않는데, 가리옷 사람은 지금까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그 집 사람들과 또 당신 말씀을 들으러 온 다른 사람들과 허물없이 말씀하고 계시다, 그러나 그것은 본격적인 전도가 아니고, 그분만이 주실 수 있는 조언과 위로의 말들이다.

안드레아가 돌아온다. 그가 손에 큰 둥근 빵들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무슨 심부름을 하려고 나갔던 것 같다. 그는 얼굴이 새빨개서 가까이 온다. 자기에게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이 그에게는 진짜 형벌이 되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을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중얼거린다. “선생님, 저하고 같이 가실 수 있습니까? 선행을 좀 할 것이 있는데, 선생님만이 그 일을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가 말하는 선행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으시고 일어나신다. 그러나 베드로가 묻는다. “선생님을 어디로 모시고 가는 거냐? 몹시 피로하신대.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이기도 하고. 그 사람들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니?”

“아니야. … 즉시 해야 할 일이야. 그건 ….”

“말을 해라. 이 겁쟁이야! 아니 얘처럼 크고 뚱뚱한 사람이 저래야 하는지 좀 보라고! … 그물에 걸려 꼼짝 못 하는 고기 새끼 같단 말이야!”

안드레아는 얼굴이 더 빨개진다. 예수께서는 그를 당신에게로 끌어당기시며 변호하신다. “내게는 이 사람이 그런대로 마음에 든다. 가만 내버려 두어라. 네 동생은 건강에 좋은 물과 같은 사람이다. 이 물은 깊은 곳에서 소리 없이 작용한다. 이 물은 가느다란 줄기처럼 땅에서 솟아 나오지만, 이물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병이 고쳐진다. 가자, 안드레아야.”

“저도 가겠습니다. 선생님을 어디로 모시고 가는지 보고 싶습니다.” 하고 베드로가 대꾸한다.

안드레아가 애원한다. “안됩니다, 선생님. 선생님과 저만 가야 합니다. 사람들이 있으면 될 수 없습니다. … 이것은 애정문제입니다 ….”

“이건 또 뭐냐? 이젠 네가 신랑 신부 들러리 노릇까지 하니?”

안드레아는 형에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예수께 말씀드린다. “아내를 버리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 제가 말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 오! 선생님은 성공하실 것입니다. 남자가 고약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 사람은 … 그 사람은 … 어떻든 그 사람이 선생님께 설명을 드릴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안드레아와 같이 나가신다. 베드로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한다. “아니, 나도 가겠다. 적어도 어디로 가는지나 보고 싶다.” 그리고 다른 제자들이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데도 나간다.

안드레아는 어떤 골목길로 돌아간다. 그리고 베드로가 그를 따라간다. 안드레아는 다시 수다스러운 여자들이 잔뜩 몰려 있는 작은 광장을 돈다. 그리고 베드로도 여전히 따라간다. 안드레아는 낮고 초라한 집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넓은 마당으로 통하는 마차가 드나들 수 있는 대문을 지나간다. 위에 홍예가 있기 때문에 대문이라고 말하였지만, 그것은 그저 통로에 지나지 않는다. 베드로는 여전히 그를 따라간다. 예수께서는 안드레아와 같이 그 집들 중 하나에 들어가신다. 베드로는 밖에 멈춰 선다. 어떤 여자가 그를 보고 묻는다. “아아 바의 친척이세요? 그리고 저 두 사람도요? 아아바를 데리러 왔어요?”

“입 다물 어요, 수다쟁이 아줌마, 난 들키면 안 돼요.”

“여자에게 입을 다물게 하다니!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베드로가 그 여자를 무섭게 노려보지만, 그 여자는 다른 수다스러운 여자들에게 가서 말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엾은 베드로는 여자들과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까지도 빙 둘러싸인다. 이번에는 남자들도 조용하게 하라고 말하느라고 오히려 더 소란을 피워서 그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베드로는 속이 상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집안에는 몹시 피로한 여자 목소리와 거칠고 쉰 남자 목소리와 함께 예수의 옹골지고 상냥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 나온다. “만일 부인이 항상 착한 아내였으면, 왜 버리려는 것입니까? 부인이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선생님,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남편을 더없이 소중히 여기고 사랑했습니다.” 하고 여자가 탄식을 한다.

남자는 몹시 퉁명스럽게 말한다. “아닙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 말고는 실수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자식을 원합니다. 저는 제 이름에 하느님의 저주가 내리기를 원치 않습니다.”

“당신 아내가 그런 것은 아내의 탓이 아닙니다.”

“제 남편은 저와 제 가족의 잘못인 것처럼 저를 비난하고, 이것을 배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인, 솔직히 말하시오. 당신은 그런 줄을 알고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저도 모든 것이 다른 여자들과 똑같았고, 지금도 똑같습니다. 그렇지만 아기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부인이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겠지요. 부인도 그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솔직히 대답하시오. 부인이 아기를 낳아도 버리겠습니까?”

“아닙니다. 절대로 안 그러겠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교사도 이렇게 말하고 율법학자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집안에서 하느님의 저주이다. 너는 아내에게 이혼장을 주어서 아이를 가지지 못함으로 인해서 네 남자 생식력을 슬프게 하지 않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율법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입니다.”

“아니오. 잘 들으시오. 율법은 간음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간음을 하려고 합니다. 처음에 주었던 계명은 이런 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신들의 마음이 냉혹하기 때문에 모세가 이혼을 허락한 것은 하느님께서 미워하시는 부도덕한 관계와 축첩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후 당신들의 타락이 모세의 예외조항을 확대하여 여자들의 현재 처지인 비인간적인 구속과 살인적인 돌들을 얻어내기까지 하였고, 여자들은 항상 당신들 남자의 지배와 변덕과 애정문제에 있어서의 귀머거리 됨과 소경 됨의 희생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 행위는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혹 사라를 버렸습니까? 또 야곱이 라헬을 버렸고요? 또 엘카나가 안나를 버렸나요? 마노아가 그의 아내를 버렸습니까? 세례자를 압니까? 알아요? 그러면 그의 어머니가 하느님의 성인을 낳기 전에 늙은 나이까지 수태를 못하지 않았습니까? 마노아의 아내가 삼손을 낳고 엘카나의 안나가 사무엘을 낳고, 라헬이 요셉을, 사라가 이사악을 낳은 것과 같이 말입니다. 남편의 절제와 수태하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그의 동정과 그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 데 대하여 하느님께서는 보상을, 긴 세월을 두고 찬양받은 보상을 주셨고, 수태를 못하여 눈물로 지내다가 이제는 임신을 하게 되어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가 된 기쁨으로 영광스럽게 된 여자에게는 미소를 주셨습니다. 당신의 아내의 사랑을 모욕하는 일은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올바르고 정직한 사람이 되시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공로를 넘치는 상으로 주실 것입니다.”

“선생님, 그런 말을 하는 분은 선생님뿐이십니다. … 저는 몰랐었습니다. 저는 박사들에게 물었는데, 그들은 ‘그렇게 하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착한 행동을 당신 선물로 보상하신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습니다. 저희들은 그들의 손안에 들어 있고 … 그들은 저희들의 눈과 마음을 가혹한 손으로 막고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악인이 아닙니다. 저를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을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울고 있는 이 여인보다 당신이 더 불쌍하게 생각됩니다. 이 여인의 고통은 그의 목숨과 함께 끝날 터이니까 말입니다. 그때에는 당신의 고통이 시작될 것이고 영원히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생각하시오.”

“아닙니다. 제 고통은 시작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원치 않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아브라함의 하느님을 걸고 맹세하실 수 있습니까?”

“나는 진리요, 지식이요. 나를 믿는 사람은 그의 안에 정의와 지혜와 사랑과 평화를 가질 것입니다.”

“선생님을 믿기를 원합니다. 예, 선생님을 믿기를 원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보십시오. 이제 사제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내 아내를 버리지 않겠습니다. 아내를 그대로 두고, 다만 하느님께 아이 없는 고통을 덜 느끼도록 도와주시기 만을 청하겠습니다.’ 하고 말입니다. 아아바, 울지 마오. 내가 착한 사람이 되게 또 오십사고 선생님께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당신은 … 나를 계속 사랑해 주오.”

여인은 지금의 기쁨과 지난날의 고통이 대조가 되기 때문에 더 크게 운다.

예수께서는 반대로 미소를 지으신다. “부인, 울지 말고, 나를 보시오. 부인, 나를 보세요.”

여인은 고개를 들고 눈물 사이로 예수의 빛나는 얼굴을 쳐다본다.

“여보시오, 이리 와서 아내 곁에 무릎을 꿇으시오. 이제 나는 당신 두 사람에게 축복하고 당신들의 결합을 거룩하게 합니다. 들으시오. ‘우리 조상들의 주 하느님, 주님은 진흙으로 아담을 만드시고 하와를 그에게 동무로 주시어 주님을 위하여 이 세상에 인류를 번식하게 하시고, 그들을 주님께 대한 거룩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게 가르치셨습니다. 주님의 축복과 자비를 가지고 내려오시어 원수가 간음과 실망이라는 두 가지 죄로 이끌어가기 위하여 닫아 놓았던 태를 열어 수태시켜 주십시오. 지극히 높으신 조물주, 거룩하신 아버지, 이 두 자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이들을 행복하고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내는 포도나무와 같이 번식력이 있게 하시고, 남편은 그를 받쳐주는 지주(支柱)와 같이 그의 보호자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오 생명이여, 내려와 생명을 주십시오. 오 불이여, 내려와 다시 따뜻하게 하십시오. 능하신 분이여, 내려와 행하십시오. 내려오십시오! 올해의 풍성한 수확에 대한 찬미의 축제를 위하여 이들이 산 곡식 다발을, 즉 주님께 바라는 자들에게 복을 내리시는 영원하신 주님께 봉헌된 그들의 맏아들을 바치게 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두 사람의 숙인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우레 같은 목소리고 기도하셨다.

사람들은 이제는 참지 못하고 예수를 에워싸는데, 베드로가 맨 앞줄에 있다.

“일어나시오. 믿음을 가지고 거룩하게 사시오.”

“아이고! 선생님 가지 마십시오.” 하고 화해한 두 부부가 청한다.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또 오지요. 아주 여러 번.”

“가지 마시고 계셔서 말씀을 해 주세요!” 하고 군중이 외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시고 축복하신다. 예수께서는 멀지 않아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시면서 당신을 환대하는 집으로 가시는데, 작은 군중이 뒤따른다.

“호기심 많은 사람, 네게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하고 도중에 베드로에게 물으신다.

“선생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렇지만 우선 저는 보았습니다 ….”

그들은 집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들은 말을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군중을 돌려보내고 식사를 시작한다.

베드로는 여전히 호기심이 많다. “선생님,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정말 아들을 가지게 되겠습니까?”

“내가 약속한 일이 그대로 되지 않는 것을 본 일이 있느냐? 네 생각에는 내가 아버지께 대한 신뢰를 감히 거짓말을 하고 실망시키는 데 쓸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닙니다. … 그렇지만… 모든 부부에게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떤 아들이 자기를 거룩하게 하는 데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곳에서만 그렇게 한다. 방해가 있을 곳에서는 하지 않는다.”

베드로는 반백이 된 머리를 긁적거리며 입을 다문다.

그런데 목자 요셉이 온다. 그는 먼 길을 걸어온 사람처럼 먼지투성이다.

“네가 대관절 어찌 된 일이냐?” 하고 그에게 인사로 입맞춤을 하시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선생님께 드릴 편지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님이 주셨습니다. 한장은 어머님의 편지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러면서 요셉이 리본으로 맨 얇은 양피지(羊皮紙) 같은 작은 두루마리 세 개를 내민다. 제일 부피가 큰 것은 봉인까지 해서 봉해져 있다. 또 하나는 매기만 하였다. 셋째 것은 봉인이 뜯어져 있다. “이것이 선생님 어머님의 편지입니다.” 하고 매여 있는 두루마리를 가리키며 요셉이 말한다.

예수께서 그것을 펴서 읽으신다.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읽으시다가 나중에는 큰 소리로 읽으신다. “사랑하는 내 아들에게 평화와 축복. 엘룰(Ellul) 달 초하룻날 일찍 베다니아에서 심부름꾼이 왔다. 목자 이사악이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너 대신으로 또 내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화와 위로의 입맞춤을 해 주었다. 여기 네게 보내는 이 편지 두 장을 가져왔는데, 베다니아의 친구 라자로가 그의 청을 들어 달라고 네게 부탁한다고 구두로 전하더라. 복된 내 아들이고 내 주님인 지극히 사랑하는 예수야, 나는 두 가지를 네게 간곡하게 청하고 싶다. 한 가지는 네 말을 가르쳐 주려고 이 가엾은 어미를 부르겠다고 약속한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내게 미리 말하지 않고는 나자렛에 오지 말라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갑자기 읽는 것을 중단하시고 일어나셔서 야고보와 유다 사이로 가신다. 그리고 그들을 꼭 껴안으시며 이 말을 외어서 되풀이하시고 끝내신다.

“‘알패오는 지난달 보름날 아브라함의 품으로 돌아갔고, 시민들은 몹시 슬퍼했다 ….’” 두 아들은 예수의 가슴에 안겨 운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끝내신다. “‘… 마지막 시간에 너를 보고자 했다. 그러나 너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마리아에게는 그것이 위안이 되었으니, 마리아는 그것을 하느님의 용서의 보장으로 보고, 또 조카들에게까지도 평화를 주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들었지?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은 틀림없다.”

“편지를 좀 주세요.” 하고 야고보가 애원한다.

“안된다. 편지를 보면 네 마음이 아플 것이다.”

“왜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보다 더 괴로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

“아버지가 우리를 저주하셨다고” 하고 유다가 말하며 한숨짓는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 저희들을 슬프게 하지 않으려고 그러시는 거지요. 그렇지만 그건 틀림없어요.”

“그렇다면 읽어보아라.”

그래서 유다가 읽는다. “‘예수야, 어미도 부탁하고 마리아도 부탁한다마는 복상 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나자렛에 오지 말아라. 알패오에 대한 나자렛 사람들의 사랑으로 그 사람들은 네게 대해 불공평하게 되었고, 어미는 그것을 슬퍼한다. 우리의 친한 친구 알패오가 나를 위로하고 이 고장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킨다. 쿠자의 아내에 대한 아세르와 이즈마엘의 이야기에 대해 소문이 많이 퍼졌었다. 그러나 나자렛은 지금 역풍에 뒤집힌 바다와 같다. 내 아들아, 네게 축복을 보내며, 내 영혼에 평화와 축복을 보내 주기를 바란다. 조카들에게도 평화를. 어미.'”

사도들은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며, 울고 있는 두 형제를 위로한다. 그러나 베드로가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저 편지들은 안 읽으십니까?”

예수께서는 읽겠다는 표를 하시고 라자로의 편지를 펴신다. 그리고 열성당원 시몬을 부르셔서 한구석에서 같이 읽으신다. 그런 다음 다른 두루마리를 펴서 역시 읽는다. 둘이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열성당원이 무슨 일에 대하여 예수를 설득하려고 애쓰는 것이 보이는데, 그 일을 성공하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두루마리들을 들고 방 한가운데로 오셔서 말씀하신다. “너희들 들어라.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을 이룬다,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는 비밀이 없다. 나쁜 일이면 감추어 두는 것이 동정이다. 그러나 좋은 일은 알게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베다니아의 라자로가 무슨 말을 썼는지 들어보아라. ‘주 예수께 평화와 축복. 나의 친구 시몬에게 평화와 인사. 선생님의 편지를 받고, 종의 자격으로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선생님께 무익하지 않은 종이 되는 영광을 얻기 위하여 제 마음과 말과 모든 방법을 선생님을 섬기는 데 쓰기로 하였습니다. 선생님이 바라시는 것과 같이 그의 종 요나를 제게 달라고 도라에게 청하려고 유다에 있는 그의 저택으로 그를 만나러 갔습니다. 제 충실한 친구 시몬의 부탁이 없었더라면 저 빈정거리고 잔인하고 해로운 남을 이용하는 비열한(卑劣漢)을 상대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제 스승이시고 친구이신 선생님을 위해서는 맘몬 자신까지 와도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선생님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에게는 선생님이 아주 가까이 계시고, 따라서 선생님이 그를 지켜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분명히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제가 이겼기 때문입니다. 힘든 토론이었고 처음의 거절은 모욕적인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간수 앞에 세 번이나 머리를 숙여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얼마 동안 기다리라고 강요했습니다. 마침내 이 편지를 받았습니다. 독사 같은 자가 쓸 만한 편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양보하십시오.” 하고 말씀드릴 용기를 거의 가지지 못할 지경입니다. 그것은 그자가 선생님을 모실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달리는 할 도리가 도무지 없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대신해서 수락하고 서명을 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으면 저를 나무라십시오. 그러나 믿어 주십시오. 저는 선생님을 도와드리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제 선생님의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유다인이 와서 선생님 대신으로 왔다고 하면서 선생님께 전해드릴 소식이 없느냐고 알고자 했습니다. 가리옷의 유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안식일마다 이사악이 제 집에 와서 쉰다는 것을 선생님이 알고 계신데, 다른 사람을 보내신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말씀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다만 선생님의 거룩한 발에 입맞춤할 뿐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약속하신 것과 같이 선생님의 종이요 친구인 라자로의 집으로 그 발길을 돌리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몬에게 안부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승이시고 친구이신 선생님께는 평화의 입맞춤과 축복의 기도를 보내 드립니다. 라자로 드림.’

그리고 다른 편지는 이런 것이다. ‘라자로 씨에게 인사드립니다. 나는 결정했습니다. 2배의 금액을 주시면 요나를 데려가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이 조건들을 붙이고, 어떠한 이유로도 그것을 변경하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우선 요나가 금년 추수를 끝마치기를 원합니다. 즉 티쉬리(Tisri)달 그믐까지 여기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나자렛의 예수가 직접 와서 요나를 데려가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알게 우리 집에 들어오기를 요구합니다. 계약 서명 후 즉시 지불해 주기를 원합니다. 도라 드림.’”

“빌어먹을!”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아니 돈을 누가 내는 겁니까? 그 자가 돈을 얼마나 요구하는지 누가 압니까? 그리고 저희들은 … 저희들은 동전 한 푼 없고요!”

“나와 불쌍한 요나를 기쁘게 하려고 시몬이 돈을 내는 것이다. 시몬은 그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을 실속 없는 사람을 얻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늘을 위하여는 큰 공로를 얻는다.”

“자네가? 오!” 모두가 깜짝 놀란다. 알패오의 아들도 놀라서 그들의 마음 고통을 잊게 된다.

“시몬이다. 이것이 알려지는 것이 옳은 일다.”

“가리옷의 유다가 왜 라자로의 집에 갔는지 아는 것도 옳은 일일 것입니다. 누가 그를 보냈습니까? 선생님이십니까?”

그러나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대답을 하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매우 근심스러운 모습이고 생각에 잠겨 계시다. 이렇게 말씀하실 적에야 겨우 명상에서 깨어나신다. “요셉에게 저녁식사를 주어라. 그런 다음 쉬러 가자. 나는 라자로에게 보낼 답장을 준비하겠다. … 이사악이 아직 나자렛에 있느냐?”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리로 간다.”

“아이고, 안됩니다! 선생님의 어머니님 이…” 모두가 깜짝 놀란다.

“입 다물 어라. 이것은 내 뜻이다. 어머니는 당신의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하시는 것이고, 나는 내 이성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나는 이 행동을 차라리 유다가 없는 동안에 하고 싶다. 그리고 사촌 형 시몬과 유다에서 정다운 손을 내밀고, 복상 기간이 끝나기 전에 형들과 같이 울고 싶다. 그런 다음 우리는 가파르나움과 겐네사렛으로, 요컨대 호수로 돌아가서 티쉬리달 그믐날을 기다리기로 한다. 우리는 두 분 마리아를 모시고 간다. 너희 어머니는 사랑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그분께 사랑을 드릴 것이다. 그리고 내 어머니는 평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어머니의 평화이다.”

“선생님 생각에는 나자렛에서 …”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나는 무슨 일이 있으리라고 믿지 않는다.”

“아! 그렇지! 만일 그 사람들이 선생님을 해치게 된다거나 어머님을 괴롭히게 된다면! … 저와 상대를 해야 할 터이니까요!” 하고 베드로가 머리털을 잔뜩 곤두세우고 말한다.

예수께서는 그를 어루만지신다. 그러나 어떤 생각에 골똘하신 모습이다. 슬퍼하시는 것 같다. 그런 다음 유다와 야고보를 위로하시려고 그들 사이에 가서 앉으셔서 그들을 껴안으신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고통을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조용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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