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 (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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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 (31~35)

by mrsoojak 2021. 12. 27.

자비의 예수님

 

31. 예수께서 가리옷 사람과 같이 성전에 가셔서, 거기서 전도하신다

 

예수께서 동행하는 유다와 함께 성전 구내로 들어오시는 것이 보인다. 첫 번째 고대(高臺), 또는 달리 부르는 편이 낫다면 첫 번째 돋아놓은 마당을 지나서 회랑들이 둘러쳐져 있고 여러 빛깔의 대리석을 깐 큰 마당에 가까운 어떤 곳에서 발을 멈추신다. 그곳은 매우 아름답고 사람이 많이 다닌다.

예수께서는 주위를 둘러보시고 마음에 드는 광장을 발견하신다. 그러나 그리로 가시기 전에 유다에게 말씀하신다. "책임을 맡은 관리를 불러오너라. 내가 관습과 경의를 돌보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않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선생님은 관습을 초월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의 메시아이신 선생님보다 말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도 그것을 알고, 너도 알고 있지만, 저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을 분개시키거나 율법뿐 아니라, 관습까지도 어기라고 가르치려고 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존경과 겸손과 순종을 가르치고 분노를 없애기 위하여 왔다. 그러므로 내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책임 있는 관리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말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자 한다."

"지난 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는데요."

"지난 번에는 너무나 많은 일로 모독을 당하는 하느님의 집에 대한 열성으로 조급하였었다. 지난 번에는 하느님의 아들이요, 상속자로서 아버지의 이름으로 또 내 집에 대한 사랑으로 행동하였었다. 행정관리들과 사제보다 더 높은 하느님의 아들, 상속자의 위엄을 가지고 행동하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이스라엘의 스승이므로, 이 일도 이스라엘에게 가르쳐 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유다야, 너는 제자가 스승보다 높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

"그런데 너는 누구이고, 나는 누구냐?"

"선생님은 스승이시고, 저는 제자입니다."

"그러면, 그렇다는 것을 네가 인정하면 왜 스승에게 교훈을 하려고 하느냐? 자, 순종하여라. 나는 아버지께 순종한다. 너는 네 스승에게 순종하여라. 이것이 하느님의 아들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즉 아버지께서는 거룩한 명령밖에는 내리실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따지지 않고, 순종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자의 첫째 조건은 이렇다. 즉 스승은 알고 있고, 또 정당한 명령밖에는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스승에게 순종하는 것이다."

"옳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순종하겠습니다."

"용서해 준다. 가보아라. 그리고 유다야, 또 한가지를 잘 깨닫고, 이것을 기억하여라. 나중에 항상 기억하여라...."

"순종하는 것 말씀입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니다. 내가 성전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고 겸손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성전에 대하여, 즉 지배계급에 대하여 그렇게 한다는 말이다. 가보아라."

유다는 생각에 잠긴 듯한, 의아스러운 듯한 눈길을 보인다... 그러나 감히 다른 말을 묻지는 못한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 채 간다.

...그리고 겉옷을 헐렁하게 입은 사람을 데리고 온다. "선생님, 이분이 행정관입니다."

"평화가 선생과 함께 있기를 빕니다. 나도 이스라엘의 선생들 가운데 끼어서 가르칠 허락을 청합니다."

"선생은 스승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누구에게서 배우셨습니까?"

"하느님의 성령이십니다. 그분이 내게 지혜로 말씀하시고 성경의 모든 말씀을 밝혀 주십니다."

"선생은 힐렐보다 더하시군요. 선생없이 모든 교리를 안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를 도야하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스스로 교양을 쌓을 수가 있습니까?"

"무명의 목동으로서 주의 뜻으로 인해 강력하고 지혜로운 왕이 된 다윗이 교양을 쌓은 것과 같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다윗 가문 야곱의 아들 나자렛의 요셉과 다윗 가문의 요아킴과 아론 가문의 안나의 딸 마리아의 아들 예수요. 고아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율법에 따라 대사제 주례로 성전에서 혼인을 한 동정녀 마리아 말입니다."

"그것을 누가 증명할 수 있습니까?"

"내 친척인 아비아 계급의 즈가리야와 동시대 사람으로 이 사실을 기억하는 레위파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내 진실성이 의심 나거든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오."

"선생의 말을 믿겠습니다. 그러나 선생이 가르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까?"

"내가 말하는 것을 들으시오. 그리고 선생이 직접 판단하시오."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러나... 선생은 나자렛 분이 아니십니까?"

"나는 카이사르가 명한 호구조사가 실시되었을 때 유다의 베들레헴에서 났습니다. 불공평한 명령으로 추방된 다윗의 후손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가문은 유다 가문이지요."

"아시겠지만...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온 유다 사람들이... 갈릴래아에 대해서는..."

"나도 압니다. 그러나 안심하십시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곳은 베들레헴이오. 우리 가문이 내려오는 베들레헴 에프라타이오. 지금 내가 갈릴래아에서 살고 있는 것은 다만 예언이 맞아 들어가기 위해서일 뿐입니다."

행정관은 어떤 사람이 부르는 곳으로 달려 가느라고 몇 미터 가량 떨어져 갔다.

유다가 묻는다. "왜 선생님이 메시아라는 말을 그 사람에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 말을 들으면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예언된 일은 어떤 것입니까?"

"그리스도의 말씀의 가르침 아래 이스라엘 전체를 모아놓는 일이다. 나는 예언자들이 말한 목자이며, 온 나라의 양들을 모으러 왔다. 나는 병든 양들은 고쳐 주고 길 잃은 양들은 좋은 풀밭으로 도로 데려오려고 왔다. 나에게는 유다나 갈릴래아, 데카폴리스나 이두매아가 없다. 다만 한 가지가 있을 뿐이다. 그것은 한번 보아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구원을 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한꺼번에 품에 안은 사랑이 그것이다...." 예수께서는 영감을 받으셨다. 어떻게나 당신의 꿈을 생각하고 미소 지으시는지 꼭 빛살을 내뿜으시는 것 같다. 유다는 감탄하여 예수를 쳐다본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매우 다른 태도로 주의를 끌고 충격을 주는 두 사람에게 가까이 온다.

예수께서는 그 작은 무리를 내려다보시고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신다. 어떤 화가도 그 온화함을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미소이고, 어떤 믿는 이도 그것을 보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미소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영원한 말씀을 듣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이리로 오시오."

예수께서는 회당의 어떤 홍예 아래로 가셔서 기둥에 기대서서 말씀을 시작하신다.

"오늘 아침 시온으로 들어오다가 돈 몇 데나리온 때문에 아브라함의 후손 두 사람이 서로 죽이려고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 사람들을 저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죽이지 말아라'하고 말씀하셨고, 또 율법을 어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라고도 말씀하셨으니까요. 그러나 나는 그들이 율법에 복종하는 가운데에서 하느님을 섬겨,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들의 원수들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살인을 막기만 하고 말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자손 여러분, 그렇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새 날이 밝아오고 사랑의 계명은 한층 더 빛납니다. 비가 많이 오는 에다님(Etanim) 달이나, 낮이 꿈보다도 짧고, 밤이 먹을 것 없는 날보다도 긴 음산한 기슬레(Casleu) 달로 한 해가 시작됩니까? 아닙니다. 꽃이 만발하고, 해가 쨍쨍 나고, 명랑해서 모든 것이 활짝 웃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우울한 사람의 마음까지도 여름이 오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게 되는 니산(Nisan) 달로 한 해가 시작됩니다. 이 때는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때이고, 해가 쨍쨍 내리쬐고 열매들이 익으며 총총 박힌 별빛 아래 풀밭에 누워 자도 즐거운 시절입니다. 손바닥 만한 땅에서도 야채와 과일이 나서 사람의 허기를 달래주기 때문에 먹고살기가 쉬운 때입니다.

이스라엘의 자손 여러분, 자 보시오. 기다림의 때인 겨울은 끝났고, 이제는 언약의 기쁨이 실현됩니다. 허기를 달래줄 준비가 다 되어 있는 빵과 포도주가 여기 있고, 태양이 여러분 가운데 있습니다. 이 태양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숨을 더 깊이 더 즐겁게 쉴 수 있게 해 줍니다. 우리 율법의 계명까지도, 즉 거룩한 계명 중에서 첫째이고 가장 거룩한 계명인 '네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여라' 하는 계명까지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받았던 상대적인 광명에서는 여러분이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여라.'하고 말입니다. -사실 아담이 사랑을 가지지 못했던 탓으로 하느님의 분노가 아직 여러분을 내리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이 그 이상의 일은 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생각으로는 여러분의 경계선을 침범하는 사람만이 원수가 아니고, 개인 생활에서 여러분을 모욕하였거나 모욕을 준 것같이 보이는 사람도 원수였습니다. 그 결과 모든 사람의 마음에 증오심이 은밀히 타고 있었습니다. 원해서 그랬든지 원치 않고서도 그랬든지 형제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형제의 감정을 상하게 한 일이 없이 늙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느냐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모욕을 주는 사람까지도 사랑하시오'하고. 아담과 또 아담을 통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께 대하여는 부정을 저지를 사람이고, '나는 하느님께 죄를 짓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렇게 하시오. 하느님께서는 한 번뿐 아리라, 열 번 백번, 천 번 만 번 용서하십니다. 이 세상에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것이 그 증거가 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용서하시는 것과 같이 여러분도 용서하시오. 그리고 이것이 여러분에게 해를 끼친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여러분에게 하늘의 문을 열어줄 시기의 율법입니다.

광야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벙어리가 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이스라엘을 위하여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바른 양심을 가진 모든 이스라엘 사람의 마음에 아직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오시는 주님께 길을 닦아 드리기 위하여 회개하라고 가르치고, 쓰고 남는 것을 생활필수품조차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자선심을 가지라고, 또 남의 물건을 강탈하지도 않고 남에게 모욕을 주지 않도록 정직하고 성실하라고 가르친 다음-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 성령의 물로 여러분에게 세례를 줄 분이 여러분 가운데 계십니다. 그분은 그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치우고 그의 낟알을 거두어 들일 것입니다'하고 말입니다.

선구자가 여러분에게 일러주는 그 사람을 알아볼 줄을 알아야 합니다. 선구자의 고통은 여러분에게 빛을 주기 위하여 하느님 곁에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보시오. 만일 여러분의 정신의 눈이 뜨이면 여러분은 여러분에게 오는 빛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는 메시아를 예고하는 예언자의 목소리를 중계하고, 아버지에게서 내게 오는 힘으로 그 목소리를 증폭하고 나 자신의 능력을 거기에 합쳐서 여러분을 율법의 진리에로 부릅니다. 가까이 온 구속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마음을 준비하시오. 구세주가 여러분 가운데와 있습니다. 착한 뜻을 가졌기 때문에 구속을 받을 자격을 가지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거기 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묻는다. "선생님이 세례자에 대해서 대단히 숭배하는 투로 말씀을 하시니, 세례자의 제자이십니까?"

"나는 세례자가 옥에 갇히기 전에 요르단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분이 하느님이 보시기에 거룩하기 때문에 그분을 존경합니다. 정말 잘 들어두시오. 아브라함의 후손 중에서 그분보다 은총으로 더 높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분이 세상에 온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하느님은 저 축복받은 사람을 멸시하는 표 없이 바라보실 것입니다."

"그분이 선생님께 메사아가 왔다는 확신을 주었습니까?"

"거짓말을 모르는 그분의 말이 그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벌써 살아 있는 메시아를 알려주었습니다."

"어디서요? 언제요?"

"메시아를 알려줄 시간이 되었을 때 그렇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좌우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할 필요를 느낀다. "메시아는 지금 여러분에게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이분을 잘 아는, 이분의 첫 번째 제자인 내가 그것을 증언합니다."

"이분이!... 아이고!... "사람들은 놀라서 물러선다. 그러나 예수께서 하도 온화하셔서 사람들이 그분께로 다시 온다.

"선생님께 어떤 기적을 청해 보시오. 선생님은 능력이 있어서 병을 고쳐 주시고. 사람들의 마음속도 환히 들여다보십니다. 선생님은 어떤 질문에도 이유를 설명하며 대답하십니다."

"당신이 내가 병자라고 대신 말씀해 주시오. 내 오른 눈은 멀었고, 왼눈마저 말라 갑니다."

"선생님."

"왜 그러느냐?" 어린아이를 쓰다듬어 주시던 예수께서 돌아보신다.

"선생님, 이 사람은 거의 장님이 다되었는데, 눈이 보였으면 합니다. 저는 선생님이 보게 하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줄 수 있다. 당신은 믿음을 가졌습니까?"

"저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믿습니다. 저는 베싸이다의 못에 뛰어들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저보다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를 믿을 수 있소?"

"제가 못의 천사를 믿으니, 선생님의 제자가 메시아라고 잘라 말하는 선생님을 믿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신다. 그리고 손가락에 침을 묻혀 병자의 눈에 가볍게 대신다.

"무엇이 보입니까?"

"전에는 안개가 낀 것 같던 물건들이 안개가 걷힌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쪽 눈은 안 고쳐 주십니까?"

예수께서는 다시 빙그레 웃으시고, 소경의 눈에 그 손짓을 다시 하신다.

"이제는 무엇이 보입니까?" 하고 감긴 눈꺼풀에서 손가락을 떼시며 말씀하신다.

"아이고!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 어렸을 때 풀밭에서 뛰어다닐 때처럼 보입니다. 선생님, 영원히 찬미받으십시오!" 그 사람은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운다.

"가보시오. 이제는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착하게 사시오."

기적 끝무렵에 온 레위파 사람이 이렇게 묻는다. "선생은 무슨 권한으로 그런 일을 하십니까?"

"그것을 내게 묻는 것입니까? 선생이 내 질문에 대답하면 그것을 말해 주겠습니다. 선생 생각에는 메시아를 예고하는 사람과 메시아 자신과 누가 더 위대합니까?"

"말도 안 되는 질문! 메시아가 더 위대하지요. 그분은 지극히 높으신 분이 언약하신 구세주이니까요."

"그러면 예언자들은 왜 기적을 행하였습니까? 무슨 권한으로?"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시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권한으로 행했습니다."

"그러면 나도 같은 권한으로 기적을 행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와 같이 계시고, 나도 하느님과 같이 있습니다. 나는 군중들에게 이렇다는 것을 증명하고, 또 더군다나 메시아는 예언자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을 더 광범위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군중에게 증명하는 것입니다."

레위파 사람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태도로 가고, 모든 것이 끝난다.

 

32. 예수께서 가리옷 사람 유다를 가르치신다

 

또 예수와 유다가 보인다. 이스라엘의 일반 남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지성소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도를 드리고 나서 두 사람은 성전에서 나온다.

유다는 예수와 같이 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욕망은 스승의 반대에 부딪친다. "유다야, 밤 시간에는 혼자 있고 싶다. 밤 동안에 내 영은 아버지에게서 영양분을 얻는다. 기도와 묵상과 고독이 내게는 물질적인 음식보다 더 필요하다. 영으로 살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활을 하게 인도하고자 하는 사람은 육체는 뒤로 젖히고 -육체를 죽이고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모든 정성을 영에 기울여야 한다. 유다야,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만일 네가 정말 하느님께, 즉 초자연적인 것에 속하여 있기를 원하면 네게도 해당하는 것이다."

"선생님,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 세상에 살고 있는데, 어떻게 온 정성을 영에 기울이고 육체는 돌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죽이지 말아라' 하시는 하느님의 계명과 반대가 되지 않습니까? 이 계명은 자기를 죽이는 것도 금하지 않습니까? 생명이 하느님의 선물이라면, 우리가 그것을 사랑해야 합니까, 사랑하지 말아야 합니까?"

"네게는 순진한 사람에게 와 다르게 대답하겠다. 순진한 사람은 영혼이나 영의 눈을 초자연적인 영역에까지 들어 올리기만 하면 우리와 같이 영의 영역으로 날아 올라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너는 순진한 사람이 아니다. 너는 너를 세련되게 만드는 분위기 속에서 교양을 쌓았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그 번쇄(煩鎖)한 이론과 원리로 네게 때를 묻히기도 하였다. 유다야, 솔로몬을 기억하느냐? 그는 지혜로웠다. 그 시대의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그 시대의 모든 학문을 탐구하고 나서 무엇이라고 말하였는지 기억하느냐?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 사람으로서 할 일 전부이다.' 이제는 음식 문제에 있어서 영양이 되는 것은 먹고 독약은 먹지 않을 줄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네게 해주겠다. 만일 어떤 음식이 그것을 중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자연 체액보다 강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해로운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우리에게 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것이 맛있다 하더라도 포기해야 한다. 보통 빵과 샘에서 길어 온 물이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중독시키는 향신료를 진하게 사용한 왕의 식탁의 복잡한 음식들보다 값어치가 더 있다."

"선생님, 무엇을 피해야 하겠습니까?"

"너를 어지럽게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모두 피해야 한다. 그것은 하느님이 평화이시고, 만일 네가 하느님의 오솔길에 들어서기를 원한다면, 네 영과 마음과 육체에서 평화가 아닌 모든 것, 혼란을 가져오는 모든 것을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소행을 고치기가 어렵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나는 네가 그렇게 하는 것을 도우려고 여기 왔다. 나는 사람이 다시 하느님의 아들이 되고, 자신을 제 이의 창조와 자신이 원하는 자생(自生)으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도우러 여기 왔다. 그러나 네가 내 탓으로 잘못된 생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지 않게 네가 물은 것에 대답을 하게 가만있어라. 자살이 참다운 살인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생명이건, 남의 생명이건,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그것을 빼앗아갈 권리는 오직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만 있다. 자살하는 사람은 자기가 교만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데, 교만은 하느님께서 미워하신다."

"교만하다는 것을 인정하다니요? 저는 차라리 실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실망은 교만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유다야, 곰곰이 생각해 보아라. 어떤 사람이 왜 실망을 하느냐? 불행들이 악착같이 그에게 달려들고, 그 사람은 자기의 힘을 가지고는 그것을 교묘하게 피하는 데 성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나 저 경우에나 교만이 그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자기 자신밖에는 믿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아버지께 손을 내밀고 그분께 '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바라고 기대하는 모든 것을 아버지께서 주시니,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말할 겸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하느님께서 나를 용서하실 수 없다'라고 말하는 저 다른 사람은 하느님을 그의 척도로 재서, 그가 모욕한 것과 같은 모욕을 당한 사람은 용서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것도 역시 교만이다. 겸손과 사랑은 그가 받은 모욕으로 인하여 고통을 당하더라도 동정하고 용서한다. 그런데 교만한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는 또 머리를 숙이고 '아버지, 죄를 지었으니, 죄 많은 당신의 아들을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말할 줄을 모르기 때문에 교만하다. 그러나 유다야, 진실하고 뉘우치고 겸손하며 선 안에 다시 살아나기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용서를 간청하면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용서해 주신다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그러나 어떤 죄는 용서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용서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네가 하는 말이다. 그리고 사람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사실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정말, 정말 잘 들어두어라. 아무리 큰 죄를 지은 뒤에도 죄지은 사람이 아버지의 발아래 달려가서 울고 용서해 주시기를 애걸하면서 실망하지 않고 속죄하겠다고 스스로 나서면, 아버지게서는 그가 용서를 받을 일을 하고 그의 영을 구할 힘을 주실 것이다. 유다야, 이 때문에 그분이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이니, 무한히 완전하신 아버지이시다."

"그러면 성경에서 자살한 것으로 소개한 사람들은 잘못했다는 말씀이로군요."

"폭력은 아무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행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잘못 행동한 것이다. 그들은 선을 불완전하게 알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그래도 하느님의 자비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말씀이 모든 진리를 밝혀주고 그 말씀의 영으로 영들에게 힘을 주고 나면, 그때부터는 실망으로 죽는 사람은 사심판 때에도, 지옥에서 여러 세기를 지낸 뒤에도, 공심판 때에도 결코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이것을 하느님의 냉혹이라고 하겠느냐? 아니다. 정의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나에게서 자유로운 몸으로 창조되고 이성과 초자연적인 지식을 가진 피조물인 네가 너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겠다고 판단을 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하느님은 나를 용서하시지 않는다. 나는 하느님과 영원히 갈라졌다. 나는 내 죄악 때문에 자결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나는 가책을 면하기 위하여 목숨을 끊는다> 그러면서 만일 네가 온정이 넘치는 내 품으로 오기만 하면 가책 때문에 네가 타격을 입지 않으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네가 판단한 대로 하라고 하겠다. 나는 네게 준 자유를 억제하지는 않겠다.'

자살한 사람에게는 영원하신 분이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유다야, 이것을 생각하여라. 생명은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선물이라고. 그러나 이 선물은 어떤 것이냐? 거룩한 선물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거룩하게 사랑해야 한다. 육체가 견디어내는 동안은 생명이 유지된다. 그런 다음에는 위대한 생명, 즉 영원한 생명이 시작된다. 의인들에게는 만복의 영원한 생명이고, 의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저주의 영원한 생명이다. 이 세상의 생명은 목적이냐 수단이냐? 수단이다. 그것은 어떤 목적에 따르도록 질서 잡혀 있는데, 그 목적은 영원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명이 유지되고 영이 그의 목적을 쟁취하도록 도와주는데 필요한 것을 생명에 주어야 한다. 육체의 모든 욕망을 절제해야 한다. 모든 욕망을, 생각의 모든 욕구를 절제해야 한다. 모든 욕구를. 마음의 모든 인간적인 정열을 절제해야 한다.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에 봉사하려는 의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복종, 선과 덕에 있어서의 영웅적인 정신 따위 말이다.

네 질문에 대답하였는데, 확신을 가지게 되었느냐? 이 설명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 항상 솔직하여라. 그리고 아직 충분히 배우지 못하였으면 물어보아라. 나는 가르침의 스승이 되려고 여기에 왔다."

"알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해한 것을 행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선생님은 거룩하시니까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는 젊고 생명이 넘쳐흐르는 사람입니다...."

"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왔지 천사들을 위해 오지 않았다. 천사들은 선생이 필요 없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고, 만복소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감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생명이신 최고의 지능, 즉 하느님께서 사람의 수호천사가 아닌 천사들에게까지도 모든 것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신령체(神靈體)이므로, 그들 중의 한 천사가 짓기 시작하고 또 사랑이 확고하지 못한 천사들을 꾀어서 짓게 한 한 가지 죄밖에는 지을 수가 없다. 그것은 교만이었다. 이것은 대천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천사였던 루치펠의 모습을 흉하게 만들어 깊은 지옥의 소름 끼치는 괴물이 되게 한 화살인 것이다. 나는 천사들을 위하여 오지 않았다. 사실 천사들은 루치펠이 타락한 후로는 교만이라는 생각의 아주 조그마한 흔적도 몹시 싫어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 나는 사람들을 위하여, 사람들을 천사로 만들려고 왔다.

사람은 완전한 피조물이었다. 천사와 같은 영을 가졌었고, 동물과 같은 것으로는 그의 동물적이고 육체적인 전체에 완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견줄 만한 피조물은 없었다. 사람은 하느님께서 하늘의 왕이신 것과 같이 땅의 왕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즉 그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잠이 드는 그날, 하늘에서 아버지와 함께 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탄이 천사와 같은 사람의 날개를 자르고 맹수와 같은 발톱을 달아주고 음란에 대한 갈증을 그에게 넣어 주었다. 사탄은 사람을 가지고 순수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마귀와 같은 사람을 만들었다. 나는 사탄이 더럽게 한 것을 없애고, 타락하고 더럽혀진 육체의 갈증을 없애고, 사람에게 날개를 돌려주고, 그를 완전으로 도로 데려와 아버지와 하늘나라의 상속에 한몫 끼게 하고자 한다. 만약 사람이 그럴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을 해서 왕과 천사가 다시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너희들이 할 수 없을 일을 하라고 하지는 않겠다. 나는 지킬 수 없는 주장을 강조하는 연설가들 중의 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 당하는 유혹이 어떤 것인지를 인성의 경험으로 알기 위하여 진짜 육체를 취하였다."

"죄두요?"

"유혹은 모든 사람이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죄인은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만 이 죄인이 된다."

"예수님은 절대로 죄를 지으신 일이 없습니까?"

"나는 절대로 죄에 동의한 일이 없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사람의 아들이 죄를 범하지 않은 것은 죄범 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것과 사람도 죄짓기를 원치 않으면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것을 원하였기 때문이다."

"유혹도 절대로 당하신 일이 없습니까?"

"유다야, 내 나이 30이다. 나는 산 위에 있는 동굴에서 살지 않고,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았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적한 곳에 있었다 하더라도 유혹이 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느냐? 우리 안에는 선과 악이 모두 들어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선에는 하느님의 입김이 불어와서 기분 좋고 신선한 향기를 내는 향로 모양으로 그 선을 활발하게 일으킨다. 그리고 악에는 사탄이 입김을 내불어 사나운 불꽃이 일어나는 장작더미를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주의 깊은 의지와 끊임없는 기도는 지옥의 불꽃에 뿌려지는 축축한 모래와 같아서 그것을 덮고 끄고 이겨낸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죄를 절대로 지으신 일이 없다면, 어떻게 죄인들을 판단하실 수 있습니까?"

"나는 사람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아들이다. 사람으로서 모를 수 있고 잘못 판단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알고 판단한다. 그뿐 아니라... 유다야, 내가 하는 이 질문에 대답하여라. 배가 고픈 어떤 사람이 '이제 나는 식사를 시작하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내가 먹을 음식은 없구나'하고 말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경우에 더 괴롭겠느냐?"

"나중 경우에 더 괴롭습니다.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에게는 음식 냄새가 코에 들어오고 욕망으로 창자가 뒤틀리니까요."

"그렇다 유다야. 유혹은 이 욕망과 같이 사람들을 괴롭힌다. 사탄은 이 욕망을 어떤 만족감보다도 더 격심하고 더 정확하고 더 매력 있게 만든다. 그뿐 아니라 행위는 만족을 가져다주고 때로는 불쾌감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유혹은 약해지지 않고, 가지를 잘라내는 나무와 같이 더 숱한 꽃을 피게 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절대로 유혹에 넘어가신 적이 없습니까?"

"절대로 넘어간 적이 없다."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었습니까?"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십시오' 하고."

"메시아이신 선생님이, 기적을 행하시는 선생님이 어떻게 아버지의 도움을 청하셨습니까?"

"도움을 청한 것뿐이 아니다.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내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이기 때문에 아버지 없이도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아들에게 주시지만, 아들은 아버지께 모든 것을 받는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면 받게 될 것이라는 말도 네게 해두겠다.

이제 내가 거처하는 겟사미에 다 왔구나. 담 너머로 벌써 제일 아래쪽에 있는 올리브나무들이 보인다. 너도 도페 개울 너머에 살고 있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하였으니, 너는 저 위에까지 올라가지 않는 것이 낫겠다. 내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자. 잘 가거라... 평화가 너와 함께 있기를."

"평화가 선생님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또 한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키드론 개울까지 선생님을 모시고 갔다가 돌아오겠습니다. 왜 이렇게 초라한 곳에 머무르십니까? 사람들은 별것에 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거든요. 시내에 훌륭한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아시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까? 만일 원하신다면 제가 친구들한테 모시고 갈 수가 있는데요. 그 사람들은 제게 대한 우정으로 선생님을 환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더 어울리는 처소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울리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모든 사회 계급에 다 있다. 그리고 사랑에 반대되지 않게, 그러나 정의를 어기지 않기 위하여 말하겠다만, 어울리지 않는 것, 악의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은 흔히 실력자들에게 있다. 착하게 되거나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죄가 되는 것을 숨기기 위하여는 권력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지도 않고 유익하지도 않다. 나의 영향 하에서는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되어 있다. 그래서 위대한 사람은 권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겸손하고 거룩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존경을 받고 인정받게 되려면..."

"헤로데가 존경을 받느냐? 카이사르가 존경을 받느냐?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그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입과 마음은 한결같이 그들을 저주한다. 착한 사람들과 착한 사람이 되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만이라도 나는 잘난 체하는 태도보다는 오히려 겸양으로 인정받을 줄 알 것이라고 생각하여라..."

"그러나 그렇다면... 선생님은 항상 유력자들을 업신여기실 것입니까? 그 사람들을 원수를 만드실 텐데요! 저는 제가 아는 사람들로서 이름이 알려진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님에 대한 말을 하려고 생각했었는데요..."

"나는 아무도 업신여기지는 않겠다. 나는 부자들에게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가고, 왕들에게도 노예들에게도 가고, 죄인들에게도, 티 없는 사람들에게도 가겠다. 나는 내가 피로하였을 때 음식과 숙소를 주는 사람에게는 그 집과 음식이 어떠하든지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보잘것없는 것을 항상 더 좋게 여기겠다. 실력자들은 이미 많은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올바른 양심과 충실한 사랑과 아이들밖에는 가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보다 높은 사람들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게 된다. 나는 항상 가난한 사람들과 슬퍼하는 사람들과 죄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겠다. 네 친절이 고맙다. 그러나 이제는 이 기도와 평화의 장소에 나를 두고 가거라. 하느님께서 네게 좋은 생각을 품게 하시기를 바란다."

예수께서는 제자를 놓아두시고 올리브나무들 있는 곳으로 들어가신다.

 

33. 예수께서 겟세마니에서 제베대오의 아들 요한을 만나신다

 

예수께서 올리브나무 재배지 한가운데에 있는 낮고 흰 작은 집을 향하여 가시는 것이 보인다. 아주 어린 소년 하나가 그 집에서 나와 예수께 인사를 드린다. 물을 주고 김을 매는 연장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그곳 아이인 것 같다.

"선생님,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제자 요한이 왔는데, 지금 선생님 마중을 가려고 다시 떠나갔습니다."

"오래되었느냐?"

"아닙니다. 방금 이 오솔길로 해서 갔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이 베다니아 쪽으로 오실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예수께서 빨리 길을 떠나시어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신다. 예수님께서는 거의 뛰다시피 시내 쪽으로 내려가는 요한을 보시고 부르신다.

제자는 뒤돌아서며 기뻐서 환해진 얼굴로 "아이고! 선생님!" 하고 외치며 뛰어서 뒤로 돌아온다.

예수께서는 팔을 벌리시고, 두 사람은 다정스럽게 껴안는다.

"선생님을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베다니아에 가신 줄 알았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려고 하였었다. 나는 예루살렘 근처에서도 전도를 해야 하니까. 그러다가 새 제자 한 사람을 가르치느라고... 시내에 붙잡혀 있었다."

"선생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잘하시는 일이고, 또 제대로 되어 갑니다. 보세요, 지금도 우리가 금방 만났지요."

두 사람은 걸어간다. 예수께서는 요한의 어깨에 팔을 얹으셨고, 요한은 예수보다 키가 작기 때문에 밑에서 올려다보는데, 이렇게 친밀하게 대하시는 것을 몹시 기뻐한다. 그들은 이런 모습으로 작은 집을 향하여 돌아온다.

"온 지 오래되었느냐?"

"아닙니다. 저는 도꼬에서 새벽에 시몬과 같이 떠났는데, 그 사람에게는 선생님이 시키신 대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베다니아의 들판에서 잠시 쉬면서 밭에서 만나는 농부들과 음식을 나누며 선생님 말씀을 했습니다. 시몬은 선생님 말씀을 하겠다며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그 사람은 베다니아 거의 전부를 가지고 있는 지주입니다. 시몬은 그 사람을 이전부터, 그러니까 그들의 아버지들이 살아 계신 동안에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몬이 내일은 이리로 옵니다. 시몬은 선생님을 섬기는 것이 기쁘다는 말씀을 드리곤 했습니다. 시몬은 대단히 유능한 사람입니다. 저도 그 사람처럼 되었으면 좋겠지만, 저는 무식한 녀석입니다."

"아니다, 요한아. 너도 잘하고 있다."

"선생님이 정말 이 가엾은 요한을 만족스럽게 하십니다."

"아주 만족스럽다, 요한아. 아주 만족스러워."

"아이고! 선생님!" 요한은 다정스럽게 몸을 구부려 손을 잡고, 손에 입맞춤을 하고, 자기 얼굴을 쓰다듬으려는 듯이 그 손을 얼굴로 가져간다.

그들은 작은 집에 도착하였다. 그들은 낮고 연기가 나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집주인이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평화가 선생님과 같이 있기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신다. "이 집과 당신과, 당신과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한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제자분의 몫으로도 빵과 기름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야고보와 베드로가 준 말린 물고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또 나자렛에 들렀더니,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선생님 드리라고 빵과 꿀을 주셨습니다. 저는 쉬지 않고 걸어왔습니다만, 아마 빵이 굳었을 것입니다."

"상관없다, 요한아. 어쨌든 어머니의 손맛은 남아 있을 것이다."

요한은 그의 보물을 그것들이 들어 있던 배낭 한구석에서 꺼낸다. 나는 마른 물고기를 이상하게 요리하는 것을 본다. 얼마 동안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기름을 바르고 불꽃 위에 석쇠를 놓고 굽는다.

예수께서 음식에 강복하시고 제자와 같이 식탁에 앉으신다. 같은 식탁에는 요나라고 부르는 집주인과 그의 아들이 앉아 있다. 어머니는 왔다 갔다 하면서 물고기와 검은 올리브와 삶아서 맛을 낸 야채를 가져온다. 예수께서도 꿀을 주신다. 예수께서는 꿀을 빵에 골고루 발라 주인 여자에게 주시며 "이것은 우리 벌통에서 딴 것입니다"하고 말씀하신다. "내 어머니가 벌을 돌보시지요. 드세요. 맛있습니다. 마리아는 내게 정말 친절하기 때문에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고, 또 그 이상의 자격이 있어요." 이 말씀은 집주인 여자가 그 단 꿀을 예수님에게서 빼앗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덧붙여 말씀하신 것이다.

식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빨리 끝난다. 식사가 끝나고 먹은 음식에 대하여 감사를 드리자마자 예수께서는 요한에게 말씀하신다. "이리 오너라. 올리브 밭으로 좀 나가자. 밤기운이 포근하고 달이 밝다. 밖에 좀 있는 것이 좋겠다."

집주인이 말한다. "선생님, 안녕히 주무십시오. 저도 제 아들도 피곤해서 자겠습니다. 문을 밀어 놓고 탁자 위에 등잔을 그대로 놔두겠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아시지요."

"그렇소, 요나 잘 쉬시오. 그리고 등불도 끄시오. 달빛이 하도 밝아서 등불 없이도 볼 수 있겠소."

"그런데, 선생님의 제자는 어디서 잘 것입니까?"

"나하고 같이 잡니다. 내 돗자리에는 그가 잘 만한 자리가 아직 있어요. 그렇지, 요한아."

예수님 곁에서 잔다는 생각에 요한은 황홀해진다.

그들은 올리브 밭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전에 요한은 구석에 놓아둔 배낭에서 무엇인지를 꺼냈다. 그들은 몇 걸음 걸어서 예루살렘 온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비탈에 이르렀다.

"여기 앉아서 이야기하자."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러나 요한은 예수의 발아래 짧은 풀에 앉아 있기를 더 좋아한다. 그는 팔을 예수의 무릎에 기대고 머리는 그분의 한 팔에 기대고 있으면서, 이따금씩 예수를 쳐다본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는 어린아이 와도 같다. "선생님, 여기도 아름답군요. 밤이 되니까 도시가 얼마나 큰 것 같은지 보세요. 낮에보다 더 커 보이는군요."

"그것은 달빛으로 인하여 윤곽이 희미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아라, 은빛 같은 달빛이 경계를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 같지. 저기 성전 꼭대기를 보아라.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 같지 않느냐?"

"천사들이 날개로 성전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께서는 한숨을 쉬신다.

"선생님, 왜 한숨을 쉬십니까?"

"천사들이 성전을 아주 떠났기 때문이다. 성전의 깨끗하고 거룩한 모습은 그 벽에 한정될 뿐이다. 성전에 얼을 주어야 할 사람들이 - 왜 그러냐 하면 어떤 장소에도 얼이 있는 법이다. 즉 그것이 세워진 목적인 정신이 있기 때문인데, 성전은 기도와 성덕의 얼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 그런데 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성전에서 그 정신을 없애버린단 말이다. 요한아,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은 줄 수가 없다. 그런데 저 기사는 사제와 레위파 사람이 많이 있지만, 거룩한 장소에 생명을 줄 만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열에 하나꼴도 안된다. 그들은 죽음을 준다. 그들은 그들의 정신에 있는 죽음을 성전에 준다. 거룩한 것에 죽음을 준단 말이다. 그들은 격언들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격언을 살게 해야 하는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그들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부패에서 오는 열 말고는 다른 열을 가지지 못한 시체들과 같다."

"그들이 선생님께 해를 입혔습니까?" 요한은 몹시 안타까워한다.

"아니다. 그들은 내가 말을 하게 허락해 달라고 청하였을 때 마을 하게 내버려 두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하겠다고 청하셨습니까? 왜요?"

"그것은 내가 선전포고를 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쟁이 오기는 할 것이다. 그것은 어떤 사람들은 내게 대하여 어리석은 인간적인 공포심을 가질 것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가 비난거리가 되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의 장부에 적혀 있어야지 내 장부에 적혀 있어서는 안 된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요한이 다시 말을 시작한다. "선생님,... 저는 안 나와 가이파를 압니다. 저희 가족은 그분들과 거래 관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세례자 요한 때문에 유다에 왔을 때에도 성전에도 갔었고, 그분들은 제베대오의 아들을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그분들에게 언제나 제일 좋은 생선을 남겨둡니다. 이것은 관습입니다. 아시겠어요? 그분들을 친구로 삼고, 그분들의 우정을 계속 유지하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나도 안다." 예수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러면, 선생님이 좋으시다면 대사제에게 선생님 말씀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좋으시다면, 저희 아버지와 거래 관계가 있는 어떤 분을 알고 있습니다. 생선을 취급하는 돈 많은 상인입니다. 그분은 경마장 근처에 아름답고 큰 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이들은 돈도 많지만 대단히 마음씨가 착한 분들이니까요. 선생님이 그 집에 가 계시면 편하실 거고 피로도 덜하실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려면 몹시 소란하고, 나귀와 싸우는 사환들로 인해서 언제나 어수선한 오벨 변두리로 지나와야 하거든요."

"요한아, 고맙다마는, 안된다. 나는 여기가 편하다. 봐라 얼마나 조용하냐? 같은 제안을 하는 다른 제자에게도 이렇게 말하였다. 그는 '존경을 더 받기 위해서'라고 말하였었다."

"저는 선생님이 덜 피곤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피로하지 않는다. 나는 걸음을 아무리 걸어도 절대로 피로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피로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무관심이다. 아아! 이것이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모른다. 마치 가슴에 무거운 것이 얹혀 있는 것 같다."

"예수님, 저는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네가 내 위로가 된다. 요한아, 나는 너를 대단히 사랑한다. 그리고 너는 나를 결코 배반하지 않을 터이니까 언제까지나 사랑하겠다."

"선생님을 배반하다니요! 아이고!"

"그렇지만 나를 배반할 사람이 많다... 요한아, 잘 들어라. 내가 새 제자를 가르치느라고 늦어졌다고 말했지. 그 사람은 젊고 유식하고 잘 알려진 유다인이다."

"그러면 선생님이 저희들을 가르치시는 것보다 덜 힘드시겠습니다. 선생님이 저희들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을 얻으셨으니 기쁩니다."

"내가 힘이 덜 들 것 같으냐?"

"또 저희들만큼 무식하지 않으면 선생님 말씀을 더 잘 알아듣고 특히 선생님을 더 사랑하면 섬기기도 더 잘할 것입니다."

"그렇다, 말 잘했다. 그러나 사랑은 지식에 따라 많고 적어지는 것이 아니고, 더구나 교육에 따라 커지고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 순결한 마음은 그 첫사랑의 온 힘을 다하여 사랑한다. 생각의 순결성에 대하여도 마찬가지 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랑은 이미 다른 사랑들이 있었던 곳보다 순결한 마음과 생각에 더 잘 새겨진다. 그러나 만일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이것 봐라 요한아, 그에게 친구가 되어 주어라. 부탁이다. 아직 한 번도 털을 깎은 일이 없는 어린양 같은 너를 인생을 아는 사람 곁에 둘 생각을 하면 가슴이 떨린다. 그러나 네가 어린양 같기는 하지만 또한 독수리 같기도 하여, 만일 무감각하게 된 그가 땅에, 진흙투성이 땅, 즉 인간의 양식이라는 땅에 내려앉게 하려고 하면, 너는 날개를 한번 쳐서 해방되어 푸른 하늘과 태양만을 원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심성 있게 행동할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네게 부탁하는 것이니 -네가 지금 있는 그 상태대로 너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새 제자의 친구가 되어 네 마음이 그에게로 옮겨가게 하여라. 시몬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아아 니! 선생님께서 넉넉히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나는 선생이다. 그래서 그가 무슨 말이든지 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너는 훨씬 나이 어린 동료이니까 네게는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더 쉽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내게 와서 말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나는 몰래 염탐하는 사람과 밀고자는 미워한다. 그러나 네 믿음과 사랑과 네 순결로 그에게 전도하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괸 물로 인하여 더러워지는 땅과 같은 사람이다. 사랑의 태양으로 깨끗하게 해야 한다. 성실한 생각과 욕망과 행실로 그 땅을 깨끗하게 해야 하고, 믿음으로 그 땅을 가꾸어야 한다. 너는 그렇게 할 수가 있다."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야... 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 그렇게 하겠어요. 선생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고맙다 요한아, "

"선생님이 시몬 베드로 말씀을 하셨지요, 그래서 선생님께 먼저 말씀드려야 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좋은 바람에 그만 그 생각을 잊었었습니다. 오순절 이후에 가파르나움으로 돌아가자마자 알지 못하는 분이 늘 보내는 돈이 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어린이가 우리 어미니에게 갖다 주었다고 합니다. 그 돈을 베드로에게 주었더니, 제게 도로 주면서, 돌아오는 비용과 도꼬에 머무르는 비용을 그 돈에서 좀 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선생님 필요한 데 쓰시게 갖다 드리라고 말했습니다.... 베드로는 여기 계시는 데 모든 것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선생님은 그와 반대되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저는 에브라임 근처에서 만난 거지 두 사람에게 주느라고 2 데나리온만을 꺼내 썼습니다. 나머지는 제 어머니가 주신 것과 제가 선생님의 이름을 전한 친절한 사람들이 준 것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여기 돈주머니가 있습니다."

"내일 거지들에게 나누어 주겠다. 그렇게 하면 유다가 우리의 관습을 알게 될 것이다."

"선생님의 사촌 유다가 왔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빨리 왔습니까? 유다는 나자렛에 있었는데, 떠난다는 말을 안 했었는데요..."

"아니다, 유다는 새 제자의 이름이다. 그 사람은 가리옷에서 왔다. 아니, 너도 과월절에 여기서 시몬의 병을 고쳐 줄 때 그 사람을 보았다. 그는 토마와 같이 있었다."

"아! 그 사람이요?" 하고 요한은 약간 어리둥절해진다.

"그 사람이다. 그런데 토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토마는 선생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카나네아 사람 시몬과 헤어져서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를 만나려고 바다를 끼고 갔습니다."

"그렇다, 나는 너희들이 편애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여, 서로 도와주고, 서로 좋은 낯을 보이기를 원한다. 요한아, 완전한 사람이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젊은이도 그렇고 늙은이도 그렇다. 그러나 착한 뜻을 가지면 너희도 완전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너희에게 없는 것은 내가 넣어 줄 것이다. 너희는 거룩한 가정의 아들들과 같다. 이 가정에는 여러 가지 다른 성격이 있다. 어떤 사람은 거칠고 어떤 사람은 온순하며, 어떤 사람은 용맹하고 어떤 사람은 겁이 많으며, 어떤 사람은 본능대로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조심성 있을 것이다. 만일 너희가 모두 똑같았더라면, 힘으로 자신을 인전 하게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은 모두 그로 인하여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서로 보충하기 때문에 오히려 완전한 단결을 이룩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하느님의 이익을 위하여 너희들을 결합시키고, 또 결합시겨야 한다."

"그러면 예수님을 위해서는요?"

"우선 하느님의 이익이 있고, 그다음에는 그분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이 있다."

"저는 저희 가정에서 무엇입니까?"

"너는 하느님의 그리스도가 사랑하는 평화이다. 요한아, 피곤하냐?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냐? 나는 여기 남아서 기도를 하겠다."

"저도 선생님과 같이 기도할 생각입니다."

"그럼! 그래도 있어라."

예수께서 시편을 읊으시고 요한도 같이 한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약해지고, 사도는 머리를 예수의 품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고 잠든 제자의 어깨를 당신 겉옷으로 덮어 주시고 나서 분명히 속으로 기도를 계속하신다.

 

-여기서 환상이 끝난다.

 

34. "요한은 내게 대한 사랑으로 자기를 제물로 바치는 사람들의 완전한 전형이다."

 

그런 다음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한과 다른 제자와의 사이에 또 한 가지 대비되는 것이 있다. 이 대비로 내가 특히 사랑하는 제자의 모습이 더 분명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요한은 '제자'가 되기 위하여 자기의 사고와 판단 방식까지도 버리는 사람이다. 그는 그의 인격, 즉 그가 선택되기 전에 가졌던 그 인격은 손톱만큼도 남기려고 하지 않고 전부 바치는 사람이다. 그런데 유다는 자기 자신을 버리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가 바치는 것은 실제적으로 바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교만과 관능성과 탐욕으로 병든 자아를 지니고 있다. 그는 그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는 증여(贈與)와 은총의 효과를 약화시킨다.

유다는 모든 실패한 사도의 전형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대단히 많다! 요한은 내게 대한 사랑으로 자기를 제물로 바치는 사람들의 전형이다. 네 본보기이다.

나와 내 어머니는 더 말할 나위 없는 제물이다. 우리를 따라 우리 수준에 이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불가능한 일이기까지 하다. 그것은 우리의 희생이 대단히 힘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요한은! 그는 동정녀, 순교자, 신앙 증거자, 복음 전도자, 활동으로나 명상으로 하느님과 하느님의 어머니를 섬기는 사람같이 나를 사랑하는 모든 부류의 사람이 본받을 수 있는 제물이다. 그는 모든 사람의 본보기가 된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치를 따지는 여러 가지 방식을 살펴보아라. 유다는 검토하고 토론하고 고집부린다. 그리고 굴종하는 것 같이 보일 때에도 사실에 있어서는 그의 정신상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런데 요한은 자기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유를 묻지 않으며, 내 마음에 드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이런 것이 본보기이다.

그리고 너도 요한이 순진하게 사랑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주 평화스럽게 되는 것을 느끼지 않았느냐? 오! 나의 작은 요한(마리아 발또르따의 애칭)아! 내가 사랑하던 제자와 점점 더 비슷해지기를 바라는 나의 작은 요한인 너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도가 말한 것과 같이 '선생님이 하시는 일은 모두가 잘하시는 것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래서 '너는 나의 사랑스러운 평화이다'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되어라. 마리아야, 나도 네 위안이 필요하다. 나를 위로해다오. 내 마음이 네 안식이 될 것이다.

 

 

35. 예수와 가리옷 사람이 열성당원 시몬과 요한을 만나다

 

예수와 가리옷 사람 유다가 성전의 성벽에 나 있는 어떤 문 근처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인다.

"그 사람이 꼭 오리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유다가 묻는다.

"꼭 온다. 그는 베다니아에서 새벽에 떠났고, 겟세마니에서 내 첫 번째 제자와 만났을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예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유다의 얼굴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신다. 예수께서는 유다의 앞에 서서 그를 살펴보신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고 물으신다. "유다야, 왜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내게 말하지 않느냐?"

"제가 생각하는 것이라고요? 선생님, 저는 지금 아무 별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질문을 너무 많이 하는 편입니다. 선생님은 제가 말을 안 한다고 불평은 못하실 것입니다."

"네가 많은 질문을 하고, 이 도시와 시민들에 대하여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네 진심을 토로하지 않는다. 이러저러한 가정의 재산이 어떻고 식구가 어떻고 하는 정보가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여기에 시간이나 보내려고 온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너는 내가 왜 왔는지 알고 있으니, 내가 우선 내 제자들의 스승이 되는 것에 관심을 쏟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제자들이 진실성과 신뢰를 가지기를 원한다. 유다야, 네 아버지가 너를 사랑하셨느냐?"

"무척 사랑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자랑거리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리고 후에 예루살렘에서 가리옷으로 돌아오면 무엇이든지 다 말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는 무슨 일에나 관심을 가지고 계셨는데, 잘하는 일에는 기뻐하시고, 썩 잘하는 일이 아닌 때에는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어쩌다 제가 잘못해서 -누구나 어쩌다 잘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일 아닙니까?-그러니까 잘못해서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으면, 제가 받은 책망이 충분히 근거가 있다는 것이나 또는 제 행동이 전적으로 잘못되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시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아주 부드럽게 해 주셔서... 마치 형님이라도 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끝내 가서는 으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내 유다가 올바른 사람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들을 통해 축복받기를 원한다....' 제 아버지는..."

아버지의 추억에 진정으로 감격한 제자를 줄곧 주의 깊게 바라보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유다야, 그렇다. 내가 이제 말해 주는 것을 명심하여라. 어떤 행동도 네가 내 충실한 제자가 된다는 사실보다 네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지 못할 것이다. 네 아버지의 영은 그가 빛을 기다리는 그곳에서 -너를 그렇게 기르신 것을 보면 의인이었음이 틀림없으니까 말이다- 네가 내 제자 된 것을 보고 기뻐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하여는 네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가 잃었던 아버지를, 형님과 같던 아버지를 다시 찾았다. 나는 내 예수님에게서 아버지를 도로 찾았다. 그러니까 내가 아직도 애통해하는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예수님께 모든 것을 다 말씀드려서 지도를 받고 축복을 받거나 정다운 책망을 듣거나 하겠다.' 영원하신 분과 네가, 특히 네가 이 예수로 하여금 '착하게 살아라, 그러면 축복하겠다' 하고만 말할 수 있게 해 주기 바란다."

"아이고! 그러면요! 예수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이토록 사랑하시면 저는 선생님이 원하시고 제 아버지가 원하셨던 것처럼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의 마음에서는 그 고통이 없어질 것입니다.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너는 이제 지도하는 사람이 없다. 너는 아직도 지도하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하는데.' 선생님을 지도자로 모셨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머니는!"

"나는 다른 어떤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보다도 더 너를 사랑하겠다. 너를 대단히 사랑할 것이고, 지금도 몹시 사랑하고 있다.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라."

"그렇게는 안 하겠습니다. 선생님, 그렇게는 안 하겠어요. 제 안에는 샘, 질투, 권세에 대한 강한 정열, 쾌락에 대한 사랑 따위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제 안에서는 모든 것 이 좋은 영감과 충돌했습니다. 아시겠어요? 조금 전만 하더라도 선생님은 제게 마음에 고통을 주셨습니다. 아니 선생님께서 주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 고약한 성질이 마음에 고통을 준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첫 번째 제자인 줄 알았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은 다른 제자가 벌써 있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네가 직접 보았는데. 내가 과월절을 지내려고 갈릴래아 사람 여러 명과 같이 성전에 왔던 것이 기억나지 않느냐?"

"저는 그 사람들이 친구들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이런 신분으로 선택되기는 제가 첫 번째라고, 따라서 선생님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꼴찌와 첫째를 구별하지 않는다. 만일 꼴찌가 거룩한데 첫째가 실수를 하게 되면, 그때에는 하느님의 눈으로 보아 구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똑같이 사랑할 것이다. 거룩한 사람은 매우 행복한 사랑으로 사랑하고, 죄인은 괴로워하는 사랑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런데 저기 요한이 시몬과 같이 온다. 요한은 내 첫 번째 제자이고, 시몬은 내가 이틀 전에 네가 말한 그 사람이다. 시몬과 요한은 벌써 보았다. 시몬은 병자였었다."

"아! 문둥병자요! 기억합니다. 벌써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군요!"

"그 이튿날부터."

"그런데 저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습니까?"

"유다야?!"

"그렇지요, 용서하십시오."

요한은 에수를 보았고, 시몬에게 저기 계시다고 가리킨다. 그들을 걸음을 빨리 옮긴다. 요한의 인사는 스승과 서로 입맞춤하는 것이다. 시몬은 반대로 예수의 발아래 엎디어 발에 입맞춤하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내 구세주께 영광을 드립니다! 선생님의 종에게 강복하시어 제 행동이 하느님의 눈에 거룩한 것이 되게 해 주십시오. 저는 선생님을 제게 주신 것에 대해 하느님께 찬미를 드립니다!"

예수께서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그러마, 네가 한 일을 고맙게 생각해서 네게 강복한다. 시몬아 일어나거라. 요한과 시몬을 소개한다. 이 사람은 내 마지막 제자이다. 이 사람도 진리를 따르기를 원한다. 그러니까 너희 모두의 형제이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눈다. 두 유다인은 조심성 있는 태도로, 요한은 감정을 나타내며, "시몬아, 피곤하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아닙니다. 건강과 더불어 전에는 알지 못했던 기운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네가 그 기운을 훌륭하게 쓰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많은 사람에게 말을 하였는데, 모두가 네 말을 하더라. 네가 벌써 그들에게 메시아에 대한 말을 해 주었다고."

시몬은 좋아서 빙그레 웃는다. "어제도 성실한 이스라엘 사람인 어떤 사람과 선생님 말씀을 했습니다. 언젠가 그 사람을 알게 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선생님을 그 사람에게로 모시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못할 것도 없다."

유다가 이야기를 가로막는다. "선생님은 저와 함께 유다에 오시기로 약속하셨는데."

"그리로 가마. 시몬은 내가 온 것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가르쳐라. 시간은 많지 않은데 가르칠 사람은 많다. 지금 나는 시몬과 같이 가겠다. 오늘 저녁, 너희들은 올리브나무 동산길로 나를 마중 나오너라. 그래서 거지들에게 돈을 나누어주자, 자, 가보아라."

시몬과 둘이서만 있게 되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물으신다. "베다니아의 그 사람은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이냐?"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요새 유행하는 사상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메시아를 참으로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메시아가 우리 가운데와 계시다'라고 말했을 때 그 사람은 곧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 시간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스러운 일인가!' 하고요."

"언젠가 그의 집에 축복을 갖다 주러 가자. 너 새 제자를 보았지?"

"보았습니다. 젊고 총명해 보이더군요."

"그렇다, 젊고 총명하다. 유다인인 너는 그의 사상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너그럽게 보아 주어라."

"이것은 그러기를 희망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고 명령하시는 것입니까?"

"다정스러운 명령이다. 너는 고통을 당해 보았으니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다."

"선생님이 명령하시면, 그 사람에 대해서 아주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겠습니다."

"맞았다. 어쩌면 내 베드로는 내가 이 제자를 그렇게까지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사람이 베드로 하나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들이 깨달을 것이다.... 성격이 잘못 형성된 사람일수록 더 많이 보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야!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스스로 자신을 형성할 수 있다. 나는 모든 것을 내가 직접 하기를 원치 않는다. 나는 그 사람의 의지를 요구하고, 또 어떤 사람을 육성하는데 다른 사름들의 도움을 요청한다. 나는 너희들에게 도와주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너희들이 도와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선생님은 그 사람에게서 실망이 오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다, 그러나 그는 젊고, 또 예루살렘에서 자랐으니..."

"그야! 그 사람도 선생님을 모시고 있으면, 이 도시의 모든 악습을 고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벌써 늙고 또 원한으로 인해서 감정이 메말랐던 저도 선생님을 뵙자마자 아주 딴 사람이 되었는걸요..."

예수께서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하고 속삭이신다. 그리고는 소리를 높여 "나와 같이 성전으로 가자, 백성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 하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여기서 환상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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