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 (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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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 (36~40)

by mrsoojak 2021. 12. 28.

예수님의 첫 친구 12 목동을 찾으심

36. 예수와 요한, 시몬, 유다가 베들레헴으로 간다.

 

예수께서 아주 이른 아침에 역시 같은 문에서 제자 시몬과 유다와 만나시는 것이 보인다. 예수께서는 요한을 데리고 계신다. 그리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들린다. "자, 너희들이 과히 힘들지 않으면, 나와 함께 유다를 두루 돌아다니자.. 특히 너 시몬이 너무 힘들지 않다면 말이다."

"선생님, 왜요?"

"유다의 산길을 다니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리고 또 네게 해를 입힌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네게는 더 괴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걷는 일에 대해서는 다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선생님이 제 병을 고쳐 주신 뒤로는 젊은이보다도 더 잘 견디어 내게 되었고, 어떤 피로도 괴롭게 여겨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선생님을 위해서 할 때에는 더 그렇고, 지금은 선생님을 모시고 하니 더 그렇습니다. 제게 해를 끼친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말하면 고통스러운 원한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몬의 마음이 선생님께 바쳐진 뒤로는 그 마음속에 그 사람들에 대한 아주 작은 혐오감도 없어졌습니다. 증오심도 병의 딱지가 떨어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떨어져 나갔습니다. 선생님이 병균에 파 먹힌 제 육체를 고쳐 주시는 것으로 더 큰 기적을 행하셨는지, 또는 원한에 불타는 제 마음을 고쳐 주는 것으로 더 큰 기적을 행하셨는지 정말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후자가 더 큰 기적이이었다고 말씀드려도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의 상처를 고치는 것이 더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선생님은 단번에 제 정신의 병도 고쳐주셨습니다. 이것이 기적입니다.어떤 사람이 아무리 온 힘을 기울인다 해도 대번에 나을 수가 없고, 또 선생님의 거룩한 의지로 어떤 정신적인 체질을 없애지 않으시면, 이렇게 나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네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왜 모두에게 그렇게 해 주지 않으십니까?" 하고 유다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유다,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하셔. 선생님께 왜 그렇게 말씀드려? 자네는 선생님을 가까이한 뒤로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나? 나는 벌써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었는데,, 선생님이 '오너라'하고 말씀하시는 순간부터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어." 요한은 보통 끼어드는 일이 도무지 없고, 특히 선생님 앞에서 나서는 일은 절대로 없지만, 이번만은 잠자코 있을 수가 없다. 유다의 성을 가라앉히려는 듯이 부드럽고 다정스럽게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숨 가쁘고 또 설득력 있는 태도로 그에게 말한다. 그러다가 예수보다 먼저 말한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선생님, 용서하세요. 선생님 대신 말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 저는 그저... 저는... 그저 유다가 선생님께 말대답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오냐, 요한아. 그러나 유다는 제자로서 나를 몹시 슬프게 하지 않았다. 그가 제자가 되었을 때 그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그 때에는 나를 슬프게 할 것이다. 내가 슬퍼하는 오직 한 가지 일은 사람의 생각을 빗나가게 하는 사탄으로 인하여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타락하였는가 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너희들 모두 이것을 알아두어라. 너희 모두가 사탄에 의하여 생각이 흐려졌다! 그러나 너희들이 하느님의 힘인 은총을 가지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너희가 정의로 판단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저희 모두가 정의를 가지고 판단하게 됩니까?"

"아니다, 유다야."

"그렇지만 선생님은 저희 제자들을 위해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모든 사람을 위하여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우선 너희들 위하여 말하는 것이고, 다음에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말하는 것이다. 때가 되면 스승은 일꾼들을 만들어서 온 세상에 보낼 것이다...."

"벌써 그렇게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은 그저 너희들을 통해 '메시아가 오셨으니, 그분께 오시오'하고 말하게만 한다. 그러나 그 때에는 너희들이 내 이름을 전파할 수 있게 하고, 내 이름으로 기적을 행할 수도 있게 할 것이다..."

"아이고! 기적까지두요?"

"그렇다. 육체와 영혼에."

"아아! 그러면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를 우러러볼까!" 이 생각에 유다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에는 우리가 선생님을 모시고 있지 못할 거야...... 나는 내 인간적인 힘으로 어떤 하느님다운 일을 하려면 늘 겁이 날 거야."." 요한이 이렇게 말하며, 생각에 잠긴 듯하고 약간 서글픈 태도로 예수를 쳐다본다.

"요한, 선생님이 허락하신다면, 자네에게 내 생각을 말해 주고 싶네"하고 시몬이 말한다.

"네 생각을 요한에게 말해 주어라. 나는 너희들이 서로 조언을 해 주기를 바란다."

"선생님은 그것이 조언이라는 것을 벌써 알고 계시는군요?"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씀을 안 하신다..

"그러면 요한, 자네에게 말하겠네만, 자네가 겁을 내서는 안되고, 우리도 겁을 내서는 안되네. 거룩하신 선생님의 지혜와 약속에 항상 의지하도록 하세. 선생님께서 '너희를 보내겠다' 고 말씀하시는 것은 우리가 선생님께 와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즉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하느님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실 수가 있으리라는 뜻이야. 선생님께서 우리의 지적 빈곤, 정신적 빈곤을 아버지께서 우리를 위해 선생님께 주신 능력의 광채로 감싸 주시겠다고 약속하시니, 우리는 선생님께서 그렇게 해 주시리라는 것과 우리가 우리 힘으로 가 아니라 당신의 자비로 그럴 만한 능력을 가지게 될라는 것을 확신해야 되네.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 행동에 교만과 인간적인 욕망을 섞지 않으면 틀림없이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걸세.. 아주 영적인 우리의 사명을 우리가 세속적인 요소로 망쳐버리면, 그때에는 그리스도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선생님 편에서 무능하셔서가 아니라, 우리의 교만의 올가미로 선생님의 능력의 목을 조르겠기 때문일 거야.. 설명을 잘했는지 모르겠네."

"썩 잘 설명했네. 내 생각이 틀렸었네. 하지만 알겠나... 내 생각에는 말이야, 메시아가 하시는 일을 할 자격이 있을 만큼 그분의 사람이 된 메시아의 제자로서 찬미받기를 원하는 것은 결국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강력한 모습을 빛내겠다는 욕망이야. 그러한 제자를 두신 선생님께 찬사가 돌아간다. 내 말뜻은 이런 것이었네."

"자네가 말한 것 전부가 틀리지는 않았네. 그러나... 그러나... 이보게 유다. 나는 박해를 받는 계급에서 왔네. 박해를 받는 것은... 그것은 메시아가 어떻다는 것,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었어. 사실이야. 우리가 메시아를 그분의 실제에 대해 정확한 견해를 가지고 기다렸더라면, 진리에 대한 모독이요 로마 법에 대한 반란인 오류에 빠지지는 않았을 걸세. 우리는 그리스도를 정복자로, 이스라엘의 해방자로, 새 마카베오로, 위대한 유다(마카베오) 보다(마카베오) 더 위대한 인물로 보려고 했단 말이야... 다만 그것만을 원했단 말이야. 왜 그랬냐고?? 그것은 하느님의 이해관계보다 우리의 이해관계, 즉 조국과 시민들의 이해관계에 더 관심을 가졌었기 때문이야. 아! 조국의 이익도 신성하지. 그러나 영원한 하늘에 비하면 그게 무엇이냐 말이야.

로마 경찰의 감시망을 벗어나려고, 또 특히 거짓 친구들의 밀고에서 벗어나려고 도망쳐서 야수들의 굴에 숨어 그놈들과 잠자리와 음식을 같이 할 때, 또는 문둥병자가 되어서 숨어 있던 제 굴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무덤의 맛을 미리 보고 있을 때, 처음에는 박해로, 그다음에는 격리로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냈고 - 얼마나 곰곰이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보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참모습을...... 겸손하시고 인자하신 선생님의 모습을 영의 스승이시요 왕이신 선생님의 모습을 , 오 그리스도여, 선생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를 먼지와 같은 왕국이나 진흙으로 된 신에게로 데려가지 않으시고 아버지께로 인도하시는 아버지의 아들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선생님... 아이고! 저로서는 선생님을 따르는 것이 쉬운 일입니다....-제가 옳다고 주장하는 대담성을 용서하십시오-그것은 선생님을 뵈니 제가 생각했던 분과 꼭 같으시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을 알아 뵙겠습니다.. 즉시 선생님을 알아뵈었습니다.. 선생님을 처음 안 것이 아니라, 제 영혼이 벌써 알았던 어떤 분을 알아 뵙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너를 불렀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유다에게 하는 첫 번째 여행에 너를 데리고 가는 것이다. 나는 네가 나를 끝까지 전부 알아보기를 원한다.... 그리고.... 아직 나이가 어려서 철저한 묵상으로 진실에 접근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그들의 스승이 어떻게 이 시간에 이르렀는지 알기를 원한다.... 너희들도.... 차차 깨닫게 될 것이다. 다윗의 탑의 근처에 왔구나, 동쪽 문이 가까이에 있다."

"그리로 나갑니까?"

"그렇다, 유다야. 우선 베들레헴에 간다. 내가 태어난 곳에...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 줄 수 있게... 너희들이 그곳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것도 메시아와 성서에 대한 지식의 일부이다. 너희들은 물건들에 씌어 있는 예언들을 발견할 것이다. 그 예언들은 예언의 목소리가 아니라 역사의 목소리로 너희들에게 말할 것이다. 헤로데의 궁전을 빙 돌아서 가자..."

"악의가 가득하고 음란한 늙은 여우."

"판단하지 말아라. 판단하는 것은 하느님의 일이다. 정원을 건너지르는 저 오솔길로 해서 가자. 해가 쨍쨍 내리쬐는 동안에는 어떤 인심 좋은 집 근처 나무 그늘에서 쉬도록 하자. 그러고 나서 길을 계속하자."

 

-환상이 여기서 끝난다.

 

37. 예수께서 베들레헴에 가셔서 농부의 집과 동굴에 들르신다

 

돌과 먼지가 많고 여름 햇볕으로 바싹 마른 들판길이다. 겨우 열매가 맺힌 작은 올리브가 다닥다닥 달린 풍성한 수확을 약속하는 올리브나무들 사이로 길을 간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땅에는 수정 후에 떨어진 올리브나무의 아주 작은 꽃들이 좍 깔려 있다.

예수께서는 세 제자와 같이 한 줄로 서서 올리브나무 아래 풀이 아직 파란, 먼지도 덜난 길 가장자리로 해서 걸어가신다.

길은 직각으로 구부러지고, 그다음에는 커다란 말 편자 모양으로 생긴 작은 도랑을 향하여 비스듬히 올라가는데, 그 위에는 꽤 많은 크고 작은 집들이 널려 있어 마을을 이루고 있다. 길이 갑자가 구부러지는 바로 그곳에 낮은 둥근 지붕이 얹혀 있는 입방체의 건물이 하나 있는데, 완전히 문이 닫혀 있고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다.

"여기가 라헬의 무덤이 있던 곳입니다" 하고 시몬이 말한다.

"그러면 거의 다 왔구먼.. 바로 시내로 들어갑니까?"

"아니다, 유다야. 우선 너희들에게 어떤 곳을 하나 보여주겠다.... 그런 다음.... 시내로 들어갈 터인데,, 아직 어둡지 않고 또 달이 밝을 것이니까, 우리가 주민들에게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말을 듣고 싶다면 말이다."

"그 사람들이 선생님의 말씀을 듣지 않기를 원하십니까?"

일행은 오래되기는 하였어도 잘 보존되고 하얗게 회칠을 한 무덤에 이르렀다.

예수께서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투박한 우물에서 물을 드시기 위하여 걸음을 멈추신다. 어떤 여인이 물을 길으러 왔었는 네,, 그 물을 예수께 드린다. 예수께서는 여인에게 "베들레헴에 사십니까?"하고 물으신다.

"예, 그렇지만 지금은 수확하는 시기라서 남편과 같이 이 시골에 와서 야채밭과 과수원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갈릴래아 분이세요?"

"나는 베들레헴에서 났소. 그러나 지금은 나자렛에서 살고 있소."

"선생님도 박해를 당하셨습니까?"

"내 가족이 당했소. 그런데 왜 '선생님도'라고 말하시오? 베들레헴 주민들 중에 박해받은 사람이 많아요?"

"그걸 모르세요?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서른 살이오."

"그럼 바로 그때 나셨군요.... 아이고!.... 아이고! 끔찍도 하지! 아니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여기서 났지요?"

"누구 말입니까?"

"그야 사람들이 구세주라고 말한 그 사람 말이지요. 술에 취해서 몽롱한 가운데 천사들을 보았다고 하고, 양들이 매 애매애 울고 나귀들이 항항 울고 있는 가운데 하늘에서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고, 술에 취해 몽롱한 가운데에서 하찮은 인간 셋을 보고 세상에서 제일 거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얼간이들을 저주합니다. 그자들과 그자들의 말을 믿는 자들도 저주합니다!"

"그런데 부인은 그렇게 저주는 하면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는군요, 왜 그렇게 저주합니까?"

"그건... 아니 그런데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내 친구들과 같이 베들레헴에 가려고 해요. 거기에 이해관계가 있어서요. 옛날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내 어머니의 인사도 그들에게 전해야 되오. 그러나 우리 가족이 이곳을 떠나 온 지가 하도 여러 해가 되니까, 우선 알고 싶은 일이 대단히 많소. 우리는 내가 난 지 몇 달 되었을 때 이 도시를 떠났었소."

"아니 그럼, 그 불행이 있기 전이었군요. 이거 보세요, 농사꾼의 집도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같이 식사를 하세요. 선생님과 동행하는 분들과 저녁 식사하는 동안에 말을 합시다.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재워 드리지요. 집은 작습니다. 그렇지만 외양간 바닥에는 건초가 잔뜩 깔려 있습니다. 밤은 따뜻하고 맑으니, 쉬고 싶으시면 쉬실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주께서 부인의 환대를 갚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기꺼이 부인 집에 가겠소."

"나그네는 축복을 가지고 다닙니다. 자, 가십시다. 저는 갓 돋아 난 야채에 아직 물 여섯 항아리를 주어야 합니다."

"내가 도와주겠소."

"안됩니다. 선생님은 양반이신데, 선생님의 행동거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부인, 나는 목수요. 이 사람은 어부이고, 이 사람들은 유다인들인데, 부유하고 지위도 있소.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우물에 둘러친 매우 낮은 담 바로 곁에 뉘어 있는 항아리를 들어 줄에 매서 내려보내신다. 요한이 도와드린다. 다른 제자들도 역시 도우려고 한다. 그들은 여인에게 말한다. "야채밭이 어디 있는지 보여 주시오. 우리가 항아리를 들어다 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피로해서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아요. 오세요..."

그리고 예수께서 물병을 꺼내시니, 동행 세 사람은 오솔길로 내려갔다가... 빈 물병 둘을 가지고 돌아와서 채워 가지고는 또 간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를 세 번뿐 아니라, 열 번은 한다. 그리고 유다가 웃으면서 말한다. "저 여자는 하도 축복을 많이 해서 목이 쉬어가고 있네. 우리가 야채에 물을 하도 많이 주어서 적어도 이틀 동안은 땅이 축축한 채로 있을 거고 저 여자는 허리를 혹사하지 않게 될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그런데 우리가 잘못 걸린 것 같습니다."

"왜?"

"그 여자가 메시아를 원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저 여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지 마시오. 하느님의 백성에게 가장 큰 은총이 메시아라는 것을 모르시오? 야훼께서 메시아를 야곱에게 약속하셨고, 그다음에는 이스라엘의 모든 예언자와 의인들에게 약속하셨는데, 메시아를 미워하세요?'그랬더니 저 여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메시아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술 취한 목자들과 고약한 동방의 점장이들이 메시아라고 부른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하고요. 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시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좋다. 나는 내가 많은 사람에게 시련과 반대의 표가 되게끔 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누구라는 것을 그 여자에게 말하였느냐?"

"아니오.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선생님의 어깨와 저희들의 어깨를 보호하고자 했습니다."

"잘하였다., 내가 적당하다고 판단하는 때에 내 존재를 나타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자, 가자."

유다는 예수를 야채밭으로 인도한다. 여자는 마지막 세 물병의 물을 주고는 과수원 안에 있는 촌스러운 집으로 일행을 인도한다. "들어오세요, 남편은 벌써 집에 들어와 있습니다"하고 여자가 말한다.

그들은 낮고 연기가 나는 부엌을 향하여 나아간다. "평화가 이 집에 있기 바랍니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이 누구시든지, 선생께와 일행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하고 남자가 대답한다. 그리고 네 사람이 몸을 식히고 손을 씻으라고 물 한 대야를 우선 가져온다. 그리고 일행은 들어가서 모두 투박한 식탁에 둘러앉는다.

"아내의 일로 해서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내가 말해 주었습니다. 나는 갈릴래아 사람들을 가까이한 적이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거칠고 싸움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친절하고 착하시군요. 벌써 피곤하실 텐데...... 그렇게 일을 많이 하시다니! 멀리서 오십니까?"

"예루살렘에서 옵니다. 이 사람들은 유다 사람이고, 나와 또 한 사람은 갈릴래아에서 왔습니다. 그러나 정말이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법입니다."

"맞습니다. 나는 갈릴래아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데, 착한 분들을 만났군요. 나는 운이 좋습니다. 여보, 음식을 가져와요. 나는 빵과 야채, 올리브 치즈밖에는 없습니다. 나는 농사꾼이거든요."

"나도 양반은 아닙니다. 나는 목수요."

"선생이? 그런 행동거지를 하시면서요?"

여인이 끼어든다. "당신에게 말했지만 손님은 베들레헴에서 나셨대요. 그리고. 부모가 박해를 당하셨대요. 그분들이 어쩌면 우르의 요수에 와 이사악의 마티아와 아브라함의 레위 모양으로 부자고 유식했는지도 몰라요.... 가엾고.... 불쌍한 사람들!..."

"당신한테 말을 묻지 않았어. 내 아내를 용서하세요. 여자들이란 저녁 때는 언제나 참새들보다도 더 수다스러우니까요."

"아까 말한 사람들이 베들레헴의 가족들이었습니까?"

"뭐라고요??"

"우리는 내가 난 지 몇 달밖에 안되었을 때 피신을 했거든요..."

수다쟁이일 것이 틀림없는 여자가 다시 말을 시작한다. "학살이 있기 전에 떠나셨대요."

"오! 그건 잘 알겠어. 그렇지 않았으면 살아 있진 못했을 테니까.. 그래 한 번도 와보지 않았습니까?"

"안와 보았습니다."

"정말 커다란 불행이었지요! 선생이 만나서 인사하고 싶다고 하신다고 사라가 말한 그 사람들을 별로 만나지 못하실 것입니다. 많이 죽고, 많이 도망쳤지요. 많이... 흩어졌어요. 가엾게도. 그 사람들이 광야에서 죽었는지 또는 그들의 반란에 대한 벌로 옥에서 죽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반란이었습니까? 그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참살당하는 걸 보고 태연하게 앉아 있을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럴 수가 없지요. 그렇게 많은 어린아이가 죽어 갔는데 레위와 엘리야가 아직 살아있다면 그건 옳지 않은 일입니다!"

"이 두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고, 무슨 일을 했습니까?"

"아니... 선생은 적어도 헤로데의 학살 이야기는 들으셨지요.... 시내에서.... 어린아이 천 명 이상, 인근 시골에서 또 천 명가량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거의 모두가 사내아이들이었지요. 거의 모두라고 말한 것은 살인자들이 밤중에 몹시 흥분한 가운데 뒤엉키는 바람에 포위당한 집의 요람에서나 엄마의 침대에서 어린 계집아이들까지도 빼앗아서 마치 물을 먹고 있는 양들을 활잡이들이 겨냥하듯이 겨냥해서 무찔러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밤의 추위를 물리치려고 술을 꿀꺽꿀꺽 마신 한떼의 목자가 정신착란을 일으켜, 천사들을 보고 노래를 듣고 메시지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며 우리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와서 경배하시오. 메시아가 나셨습니다' 하고 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메시아가 동굴에서 나다니!

정말이지 우리 모두가, 아직 젊은이였던 나와 몇 살밖에 되지 않았던 내 아내까지도 흥분했었다고 말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믿었으니까요. 그리고 갈릴래아 보잘것없는 여자를 아기를 낳는 동정녀로, 예언자들이 말한 그 동정녀를 보려고 했으니까요. 그러나 그 여자는 어떤 교양 없는 갈릴래아 남자와 같이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남편이었겠지요. 그. 여자가 아내라면 어떻게 '동정녀'일 수가 있었겠습니까? 요컨대 우리는 믿었어요. 선물이다. 경배다, 그들을 맞아들이기 위해 대문을 활짝 연다.... 아!.... 아! 일들을 잘할 줄 알았습니다. 가엾은 안나! 안나는 그로 인해서 재산과 목숨을 잃고, 딸의 아들들까지도 잃었어요. 이 맏딸만은 예루살렘의 상인과 결혼했었기 때문에 일을 모면했었지요. 그러나 이들도 재산은 잃었습니다. 헤로데의 명에 의해서 집은 불살라지고 온 소유지가 완전히 파괴되었으니까요. 그곳은 지금 가축떼들이 풀을 뜯어먹는 황폐한 땅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모두 목자들의 탓이었습니까?"

"아니지요. 사탄의 나라에서 온 세 마술사의 탓도 있었지요. 어쩌면 목자들이 그 세 사람의 마술사와 공범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우리는 얼간이 같이 그들에게 지극한 경의를 표했지! 저 보잘것없는 회당장! 그 사람은 예언들이 목자들과 마술사들의 말을 진리로 인정했다고 단언했기 때문에 우리가 죽였습니다..."

"모든 것이 목자 들과 마술사들의 탓으로 된 것입니까?"

"갈릴래아 양반, 아니지요, 우리의 탓도 있었지요. 우리가 고지식한 탓도 있었어요. 메세아를 기다린 지가 참 오래되었었지요!! 수백 년 동안을 기다렸지요. 마지막 판에는 거짓 메시아들에게 속기도 많이 했지요. 한 사람은 선생처럼 갈릴래아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테 오다스라고 했지요. 거짓말쟁이들! 그자들이 메시아라고요?? 그자들은 재물을 추구하는 협잡꾼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교훈이 됐어야 하는 건데,, 그 반대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당신들 모두가 목자들과 마술사들을 저주합니까? 만일 당신들이 당신들 자신도 어리석었다고 판단한다면, 그때에는 당신들 자신도 저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주는 사랑의 계명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당신들은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계시하신 진리를 말하였다는 것이 사실일 수는 없습니까? 왜 그들이 거짓말쟁이였다고 믿으려고 합니까?"

"그것은 예언의 햇수가 다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 후 우리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정원의.... 연못들과 시냇물들이 피로 붉게 물들고 나서야 우리 이해력의 눈이 뜨였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 너무나 당신 백성을 사랑하신 나머지 구세주가 오는 시기를 앞당기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사람들이 동방에서 왔다고 했지요..."

"어떤 새로운 별에 대한 그들의 계산에 근거를 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야곱에게서 한 별이 날 것이고, 이스라엘에서 왕권이 일어나리라'라고! 또'고! 야곱은 위대한 성조가 아니십니까? 그리고 이 베들레헴 땅은 야곱이 지극히 사랑하던 라헬이 죽은 곳이기 때문에 그에게 지극히 소중한 이곳에 머무르지 않았습니까?

또 어떤 예언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옛세의 줄기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꽃이 피어나리라'라고!'라고! 다윗의 아버지 이사야는 이곳에서 태어났습니다. 폭군들의 찬탈로 인하여 밑동까지 잘린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싹은 남자에 의하여 수태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동정녀'가 아닐 터이니까요- 하느님의 뜻에 의하여 수태한 아들을 낳을 '동정녀'가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 아들은 '임마누엘'이라고 불릴 것이 아닙니까? 그 아들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하느님일 것이고 따라서 그 이름이 나타내는 것과 같이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 하느님을 모셔다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언이 미리 말하는 것과 같이 그 임마누엘이 '큰 빛으로' 어둠 속에 있는 백성들에게, 즉 이방인들에게 알려지지 않겠습니까? 또 마술사들이 본 그 별이 발라암과 이사야 두 예언에서 말하는 큰 빛인 야곱의 별일 수 있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헤로데에 의하여 저질러진 학살까지도 예언들과 들어맞지 않습니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헬이 아들들을 잃고 우는 소리였다....'하고?....'하고? 라헬의 뼈가 에프 라타의 무덤 속에서 구세주에 의하여 거룩한 백성에게 상이 올 시대에 비명을 지르고 울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보아라, 청명한 날씨가 너희에게 주어진다'라고' 말하는 소나기의 마지막 물방울들로 이루어지는 무지개와 같이 천상의 미소로 변할 그 눈물들입니다."

"선생은 대단히 유식하시군요. 선생님이십니까?"

"그렇소."

"저도 깨닫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에는 빛과 진리가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이고! 이 베들레헴 땅에서는 진짜건 가짜건... 메시아 때문에 너무나 많은 상처에서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나는 메시아에게 절대로 이곳에 오라고 권하지도 않겠습니다. 서자(庶子) 때문에 적자(謫子)들이 죽었으면 사람들이 그 서자를 쫓아내는 것과 같이 이 땅은 메시아를 배척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긴... 그가 메시아였다 하더라도... 학살당한 다른 어린아이들과 같이 죽었습니다."

"레위와 엘리야가 지금 어디 삽니까?"

"그 사람들을 아십니까?" 그 사람은 수상하게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알지는 못합니다. 그 사람들의 얼굴은 몰라요. 그러나 그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인데, 나는 항상 불행한 사람들을 동정합니다. 그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요."

"흠! 선생님이 거의 30년 만에 처음일 겁니다. 그 사람들은 지금도 목자인데, 예루살렘의 돈 많은 헤로데파 사람에게 봉사하고 있지요. 이 사람은 죽임을 당한 많은 사람의 재산을 가로챘지요.... 무엇이나.... 이용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는 것이니까요. 헤브론 쪽으로 가는 산에 가시면 가축떼를 데리고 있는 그 사람들을 만나실 것입니다. 그 사람들과 말하는 것을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세요. 후회하시게 될 테니까요.. 우리가 그들을 그냥 놔두는 것은... 헤로데파 사람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않으면..."

"오! 증오! 왜 미워합니까?"

"이것이 정당한 일이니까요. 그들이 우리에게 해를 끼쳤거든요."

"그 사람들은 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쳤으니, 그로 인해 죽어야 합니다 그들이 터무니없는 말로 어린아이들을 죽이게 했으니, 우리는 그들을 죽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이 빠져 있었고... 그다음에는 저 헤로데파 사람이 있었지요."

"헤로데파 사람이 아니면, 넉넉히 이해할 수 있는 최초의 반란 움직임이 있은 뒤에도 그 사람들을 죽였을 것이라는 말입니까?"

"지금이라도 그들의 주인에 대한 공포심만 아니면 죽일 것입니다."

"여보시오, 분명히 말하지만, 미워하지 마시오. 악을 원하지 말고, 악을 행할 욕망을 가지지 마시오. 여기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그러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용서하시오. 제발 용서하시오. 다른 베들레헴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하시오. 당신들의 마음속에서 증오심이 사그라지면, 메시아가 올 것이고, 그때에는 당신들이 그를 알게 될 것입니다. 그는 살아 있으니까요. 분명히 말하지만, 메시아는 학살이 행하여질 때에 이미 살아있었습니다. 학살이 행하여진 것은 목자들과 동방 박사들의 잘못으로 된 것이 아니고, 사탄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메시아가 이곳에서 났습니다. 메시아는 그의 조상들의 고향에 빛을 가져다주러 왔습니다. 다윗 가문의 동정녀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난 메시아는 다윗가의 폐허에서 영원한 은총의 강물을 세상에 터놓았고, 사람에게 생명의 길을 뚫어 주었습니다..."

"가시오, 가요. 여기서 나가시오! 당신은 거짓 메시아의 편을 드는구려. 그는 우리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불행을 갖다 주었으니 가짜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당신은 그를 옹호하다니..."

"여보시오, 입 닥치시오. 나는 유다인이고 친구인 고관들이 있소. 당신이 모욕한 것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오"하고 유다가 덤벼들며 농부의 옷을 붙잡고, 분노로 과격하게 되고 흥분하여 그를 마구 흔든다.

"안되오 안돼. 가시오. 나는 베들레헴 사람들과도 로마와 헤로데와도 난처한 일을 겪고 싶지 않소. 저주받은 사람들, 내가 당신들에게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것을 남기는 것을 원치 않거든 가시오. 나가요!..."

"유다야, 가자, 반항하지 말아라. 저 사람을 그의 원한과 함께 내버려 두자.. 증오가 있는 곳에는 하느님께서 들어가지 않으신다. 가자."

"예, 가십시다. 하지만 당신 두고 봅시다."."

"그러지 말아, 유다야, 그러지 말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그들은 소경들이다... 내가 가는 길에는 소경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예수와 유다는 시몬과 요한을 뒤따라 나온다. 이들은 벌써 밖으로 나와서 외양간 한 구석에서 여인과 말을 하고 있다.

"선생님, 제 남편을 용서하십시오. 저는 그렇게까지 해를 끼칠 줄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 자, 이것을 받으세요. 내일 아침에 드세요. 오늘 낳은 생생한 것입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어요.... 용서하세요,.... 용서하세요, 어디서 주무실 겁니까?"

그 여자는 달걀 몇 알을 준다.

"염려 마시오. 나는 갈 데를 압니다. 부인의 친절 때문에 평화로이 사시오. 안녕히 계시오."

그들은 말없이 몇 미터를 가다가 유다가 감정을 터뜨린다. "왜 선생님을 경배하게 만들지 않으십니까? 메시아이신 선생을 모욕한 것 때문에 설설 기게, 끽소리 못하게 하지 않으십니까?... 아!?... 아! 저 같으면 그렇게 했겠습니다. 사마리아인들에겐 그저 기적으로 잿더미를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이것 밖에는 그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 없습니다."

"아이고! 그 말을 내가 얼마나 많이 듣게 되겠느냐? 하지만 내게 대한 어떤 죄에 대하여도 잿더미를 만들어야 하겠느냐?... 아니다... 유다야,?... 아니다... 유다야, 나는 창조하러 왔지 파괴하러 오지는 않았다."

"좋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선생님을 파멸시킬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대꾸를 안 하신다..

시몬이 묻는다. "선생님, 이제는 어디로 갑니까?"

"나를 따라오너라. 한 군데 아는 곳이 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피난을 가신 뒤로 여기 한 번도 안와 보셨다면서 어떻게 그곳을 아십니까?"?" 하고 유다가 아직도 성이 나서 묻는다.

"나는 그곳을 안다.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 한번 갔었다. 베들레헴에 있지 않고, 조금 교외에 있다.... 이쪽으로.... 가자."

예수께서 앞장을 서시고, 그 뒤에 시몬, 또 그 뒤에 유다, 끝으로 요한이 따라간다.... 오솔길의.... 모래에 샌들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깨뜨리는 고요 속에서 흐느낌 소리가 들린다.

"누가 우느냐?" 하고 예수께서 돌아다보시며 물으신다.

그러자 유다가 말한다. "요한입니다. 요한은 무서웠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허리에 차고 있는 고기 칼에 벌써 손이 갔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죽이지 말고 용서하여라'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지요..."

"그러면 왜 우는 거야?"?" 하고 유다가 묻는다..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고 괴로워하는 거야.. 세상은 예수님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단 말이야. 아이고! 이것이 얼마나 큰 고통이야! 내 가슴에 불 붙인 가시들을 찔러 넣는 것과도 같단 말이야. 내 어머니를 누가 짓밟고 내 아버지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을 본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보다도.... 훨씬 더해... 로마인들의... 말들이 거룩한 궤에 담은 예물을 먹고 지성소에서 자는 것을 본 것과도 같단 말이야."

"내 요한아, 울지 말아라. 너는 이번에도 이런 말을 할 것이고, 이다음에도 수없이 이런 말을 할 것이다. '그분은 어둠을 비추러 온 빛이었으나, 어둠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은 당신을 통하여 창조된 세상에 왔으나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은 당신의 도시에, 당신 집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하고. 아이고! 그렇게 울지 말아라!"

"이런 일이 갈릴래아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까" 하고 요한이 한숨을 짓는다.

"그럼 유다에서도 안 일어나"" 하고 유다가 대꾸한다. "예루살렘은 유다의 수도인데, 사흘 전에는 사람들이 선생님을 '호산나'라고 외치면서 메시아로 모셨습니다. 여기는 교양 없는 목자들과 농사꾼과 채소 가꾸는 사람들의 고장입니다.... 그.... 사람들을 기초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갈릴래아 사람들도 뭐 모두가 착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가짜 메시아 유다는 어디 사람이었습니까? 사람들의 말로는..."

"그만 해두어라, 유다야. 혼란에 빠지는 것은 좋지 않다. 나는 침착하다. 너희들도 침착하여라. 유다야, 이리 오너라. 네게 말할 것이 있다." 유다가 예수께로 간다. "돈주머니를 받아라. 내일 먹을 것을 사도록 하여라."

"그런데 당장 어디에 묵습니까?"

에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이 없다. 밤이 되었다. 달이 모든 것을 흰 빛으로 감싼다. 밤꾀꼬리들이 올리브나무에서 노래한다. 개천, 그것은 소리가 나는 은빛 리본이다, 풀을 벤 풀밭에서는 건초 냄새가 풍겨 오는데, 따뜻하고 살아 있는 듯한 냄새여서 꼭 사람의 냄새 같다. 소는 얼마나 많이 울고, 양들은 또 얼마나 매애매애 하고 우는가! 그리고 별, 별, 별... 하늘의 장막에 별들을 뿌려 놓은 것 같고, 베들레헴의 야산들 위에 살아 있는 보석으로 꾸민 닫집을 씌운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폐허인데요. 선생님은 저희들을 어디로 데려가시는 것입니까? 여기는 시내가 아닙니다."

"나도 안다. 내 뒤로 개울을 따라오너라.. 이제 몇 걸음만 더 가면, 그다음에는... 그다음에는 이스라엘의 왕의 집을 네게 보여주마."

유다는 어깨를 들썩하고는 침묵을 지킨다.

또 몇 걸음 더 가니 폐허가 된 집이 한 무더기, 집들의 잔해가 나타난다.... 높은 담이 갈라진 두 틈 바퀴 사이에 동굴이 하나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부싯깃이 있느냐? 불을 켜라."

시몬이 그의 배낭에서 초롱을 꺼내 불을 켜서 예수께 드린다.

"들어들 오너라"하고 스승은 등불을 쳐들면서 말씀하신다. "들어들 오너라. 이곳이 이스라엘의 왕이 탄생한 방이다."

"선생님이 잘못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여기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동굴입니다. 아! 저는 정말이지 여기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이 동굴은 제게 혐오감을 일으킵니다. 축축하고, 차고, 고약한 냄새가 나고 전갈투성이이고, 어쩌면 뱀이 우글거릴지도 모르고..."

"그러지만, 이 사람들아, 여기서 엔세니(Encenie)의 달 25일 밤에 동정녀에게서 그리스도 예수, 임마누엘,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육체를 취한 하느님의 말씀이 태어났다. 즉 너희들에게 말하는 내가 태어난 것이다. 그때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세상은 마음에 대고 말하는 하늘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어머니를 물리쳤다.... 그래서.... 여기서... 유다야,... 유다야, 그러지 말아라. 날아다니는 저 올빼미들과 저 푸른 도마뱀들과 거미줄에서 진저리가 나는 듯한 태도로 눈을 돌리지 말아라. 짐승의 똥이 좍 깔린 땅바닥에 수놓은 네 아름다운 옷이 더럽혀질까 봐 기분 나쁜 듯이 추켜올리지 말아라. 저 올빼미들은 천사들이 '영광'이라고 노래한 그 아기의 눈앞에서 흔들린 첫 번째 장난감이었던 올빼미의 손녀들이다. 그 '영광'이라는 노래를 다름 아닌 황홀한 기쁨, 진짜 기쁨에 취해서 들었던 것이다. 저 도마뱀들은 내 눈동자에 처음 비친, 어머니의 옷과 얼굴의 흰 빛깔 다음으로 처음으로 내 눈동자에 비친 에메랄드 빛깔이었다. 저 거미줄은 내 왕으로서의 요람의 장식 휘장이었다.. 이 땅바닥은, 아니, 멸시하는 태도를 짓지 않고 밟아도 된다.... 짐승들의.... 배설물이 깔려있지만, 어머니의 발로 거룩하게 된 곳이다. 어머니, 거룩하신 분, 지극히 거룩하신 분, 깨끗하시고, 침범되지 않으신 하느님의 어머니, 아기를 낳아야 하였기 때문에 아기를 낳으신 어머니, 남자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고 또 하느님께서 친히 수태시키셨기 때문에 아기를 낳으신 어머니의 발로 거룩하게 된 땅바닥이다. 티 없으신 그분이 밟으신 땅이다. 네가 이곳을 밟아도 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 어머니에게서 발산된 순결이 네 발바닥을 통해 네 마음으로 올라가게 해 주셨으면 한다...."

시몬은 무릎을 꿇었고, 요한은 직접 구유로 가서 머리를 구유에 기대고 운다. 유다는 겁이 났다.... 그러다가.... 감격에 못 이겨 이제는 그의 아름다운 옷은 생각하지 않고 땅바닥에 엎드리며 예수의 옷 한 자락을 붙잡고 입맞춤을 하며 가슴을 치면서 말한다. "아이고! 인자하신 선생님, 종의 무분별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제 교만이 사라지고... 있는 그대로의 선생님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왕으로서가 아니라 영원하신 왕으로, 장차 올 시대의 아버지로, 평화의 왕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내 주님, 내 하느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불쌍히 여겨 주세요!"

"그러마, 너를 더없이 불쌍히 여기마. 이제는 아기가 잤던 자리와 동정녀가 있던 자리에서 자도록 하자. 요한이 자리 잡은 곳은 어머니가 경배하고 있었던 자리이고, 거기 있는 시몬은 내 양부와도 같다. 혹은 너희들이 좋다면 그 밤에 대해 얘기해 주마..."

"아! 그래 주십시오. 선생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신 상황을 알려 주십시오."

"그것이 저희들의 마음속에서 빛나는 진주가 되고, 또 저희들이 그것을 세상에 다시 말해 줄 수 있게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선생님의 어머니를 공경하게 그렇게 해 주십시오. 선생님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에만 공경하는 것이 아니고, 동정녀이시기 때문에.. 아! 정말이지 동정녀이시기 때문에 공경하게 말씀입니다!"

처음엔 유다가 말하였고, 그다음에는 시몬이, 그리고 요한이 말하였다.. 바로 구유 곁에 있는 요한의 얼굴에는 눈물과 미소가 뒤섞여 있다!...

"건초에 와서 앉아 들어라..." 그러시면서 예수께서는 당신이 태어나신 밤에 대하여 이야기하신다. "... 이미 해산할 시기에 이르신 어머니는 아우구스토(Augustus) 황제의 명령과 황제의 특사 뿌블리우스 술피치우스 퀴리노(Publius Sulpicius Quirinus)의 공시(公示)에 따라 센시우스 사투르니누스(Sentinus Saturninus)가 팔레스티나의 총독이었을 때 여기에 오셨다. 공시는 로마제국 전체의 주민들의 호구조사를 명령하는 것이었다. 노예가 아닌 사람들은 그들의 고향으로 가서 제국의 명부에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남편 요셉은 다윗 가문이었고, 어머니도 역시 다윗 가문의 분이었다. 그러므로 이 공시에 따라서 나자렛을 떠나 왕족의 발상지인 베들레헴으로 오신 것이다. 날씨는 추웠었다...." 예수께서 이야기를 계속하신다..

 

-이렇게 환상이 끝난다.

 

38. 예수께서 베들레헴의 여인숙에 들르시고 안나의 집 폐허에서 전도하신다

 

빛나는 여름 아침의 이른 시간이다. 터키옥색의 사틴 양탄자에 떨어진 얇은 천 조각들 같은 몇 점의 작은 구름 위에는 하늘이 장미 빛깔로 물들었다. 벌써 빛에 취한 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참새들과 티티새들과 울새들이 재재거리고 조잘거리고 나무줄기 하나, 애벌레 한 마리, 떨어진 잔가지 하나를 저희들 둥지로 가져가려고 또는 부리 속을 채우려고 또는 올라앉으려고 서로 다툰다. 제비들은 꼭대기가 적갈색으로 물들여진 눈같이 흰 가슴받이를 씻기 위하여 작은 개울로 곤두박질해 내려와서 몸을 식힌 다음 풀줄기 끝에 아직 잠들어 있는 각다귀 한 마리를 쪼아 가지고는 명랑하게 재재거리며 높이 날아 올라간다. 그놈들의 날개는 마치 광을 낸 강철 칼날들과 같이 공기를 가른다.

회색 비단옷을 입은 할미새 두 마리가 개울가를 따라 두 아가씨 모양으로 우아하게 거닐고 있다. 할미새들은 검은 벨벳으로 장식한 긴 꼬리를 치켜들고 물에 자태를 비추어 보고는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산책을 다시 시작한다. 숲 속의 진짜 장난꾸러기인 티티새 한 마리가 그 노란 부리를 가지고 뒤에서 휘파람을 불며 놀려댄다. 폐허 근처에 있는 잎이 무성한 야생 사과나무에서는 밤꾀꼬리 한 마리가 자꾸만 동무를 부르다가, 동무가 긴 애벌레 한 마리를 물고 오는 것을 보고야 잠잠해진다. 애벌레는 가는 부리에 꽉 물려 몸을 뒤틀고 있다. 시내의 어떤 비둘기집에서 빠져나온 듯한 산비둘기 두 마리가 폐허가 된 어떤 탑 틈에서 거처를 정하였는데, 애정 토로에 전념하고 있다. 수컷은 유혹하고 암컷은 정숙하게 구구 거리고..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시고 그 즐겁게 노는 작은 동물들을 바라보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선생님, 벌써 준비하셨습니까?" 하고 시몬이 뒤에서 묻는다.

"벌써 준비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느냐?"

"아직 자고 있습니다."

"젊으니까... 나는 이 개울에서 세수했다... 머리를 상쾌하게 하는 차가운 물이다..."

"이제는 제가 하겠습니다."

짧은 속옷만 입은 시몬이 세수를 하고 나서 옷을 입는 동안 유다와 요한이 일어난다. "하느님께서 선생님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늦었지요?"

"아니다. 지금 막 아침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빨리 하고 떠나자."

두 사람은 세수를 하고 나서 속옷과 겉옷을 입는다.

예수께서는 길을 떠나시기 전에 두 바위틈에 난 작은 꽃들을 꺾어서 작은 나무상자에 넣으신다. 그 상자 속에는 벌써 다른 물건들이 있는데, 무슨 물건인지 잘 분간할 수가 없다. 예수께서 설명하신다. "어머니께 갖다 드리겠다. 이것들이 어머니께는 소중한 것들이다.... 떠나자."

"어디로 갑니까?"

"베들레헴으로."

"또요? 그곳 분위기가 우리들에게는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아무래도 좋다. 가자. 동방 박사들이 들었던 곳, 내가 있던 곳을 너희들에게 보여주겠다."

"그렇다면 선생님, 용서하십시오. 제게 말을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렇게 하십시다. 베들레헴과 여인숙에서는 제가 말을 하고 질문을 하게 허락해주십시오. 선생님 같은 갈릴래아 사람들을 유다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다른 데서보다도 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십시다. 선생님과 요한은 옷만 보고도 갈릴래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게 됩니다. 옷이 너무 수수합니다. 또 그리고... 이 머리는! 왜 그렇게 길게 기르시느라고 고집을 부리십니까? 저와 시몬이 저희들 겉옷을 드릴 터이니, 선생님의 겉옷은 저희들에게 주십시오. 시몬의. 것은 요한에게, 제 것은 선생님께 드립니다. 자 이렇게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선생님과 요한은 이제 좀 더 유다인 같아 보이십니다. 이제는 이거요." 그러면서 머리쓰개를 벗는다. 겉옷과 같이 노랑, 밤색, 빨강, 초록색 줄무늬가 있는 터번인데, 노란색 가는 끈으로 고정되어 있다. 유다는 그것을 예수의 머리에 씌우고 긴 금발을 가리기 위하여 뺨을 따라 정리한다. 요한은 시몬의 진초록색 머리쓰개를 쓴다. "아! 이제는 좀 낫습니다. 저는 실제적인 감각이 있습니다."

"그렇다 유다야, 네가 실제적인 감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감각을 능가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무슨 감각 말씀입니까, 선생님?"

"영적 감각 말이다."

"아!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대사보다는 정치가로 행동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의하세요.... 관대하게.... 보아주십시오.... 이것 은선 생님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제가 저... 저... 그렇지요,... 저... 그렇지요, 사실이 아닌 말을 하더라도 반대하지 마십시오."

"무슨 뜻이냐? 왜 거짓말을 하려느냐? 나는 진리이니, 내 안에도 내 주위에도 거짓말이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 저는 반거짓말밖에 안 하겠습니다.. 저희는 모두가 먼 나라에서, 예를 들자면 이집트에서 돌아왔는데, 우리의, 정다운 친구들의 소식을 알고 싶다고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망명했다가 돌아온 유다인들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약간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다소간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아니! 유다야, 왜 속이려느냐?"

"선생님, 모른 체하십시오. 세상은 속임수로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속임수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좋습니다.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우리가 멀리서 왔고 유다인이라고만 말하겠습니다. 아겠은 4분의 3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요한, 자네는 말을 하지 말아. 말을 하면 우리 정체가 드러날 거니까."."

"난 잠자코 있겠어."

"그리고 일이 잘 돌아가면... 그때에는 나머지 말을 하지요. 그러나 저는 희망을 별로 가지지 않습니다.... 저는 꾀바른 사람이라 일을 재빨리 알아챕니다."

"유다야, 나도 그것은 알겠다. 그러나 나는 네가 순진했으면 더 좋겠다."

"그것은 별로 유익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일행에서는 제가 어려운 임무를 행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제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십시오."."

예수께서는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으나 양보하신다.

일행은 떠나는데, 폐허의 주위를 돌아서 창문이 없는 벽을 끼고 간다. 그 벽 뒤에서는 나귀 우는 소리, 소 우는 소리, 양이 매애매애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쌍봉낙타나 단봉낙타들이 제멋대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벽 모퉁이가 나온다. 일행이 그 모퉁이를 돌아가니 베들레헴의 광장이 나온다. 분수 못은 여전히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데, 역시 비스듬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다만 여인숙 반대쪽만은 달라졌다. 작은 집이 있던 그곳- 그 작은 집이 별빛 아래 은백색으로 빛나던 것을 생각하니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그곳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는 큰 공터가 되었다. 작은 계단과 발코니만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바라보시며 한숨지으신다.

광장에는 식량, 그릇, 옷감 따위를 파는 장사꾼들 둘레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다. 장사꾼들은 그들의 상품을 돗자리에 벌려놓거나 바구니에 담아 땅바닥에 놓고 대부분은 그들의 상점... 한가운데 쭈그리고 앉아 있고, 더러는 서서 소리를 지르고 손짓을 하며, 물건 흥정을 하는 손님과 다투고 있다.

"장날입니다" 하고 시몬이 말한다.

여인숙의 문은, 아니 문이라기보다는 마차가 드나들 수 있는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상품을 실은 나귀들이 줄을 지어 나오고 있다.

유다가 제일 먼저 들어가서 휘둘러본다. 그는 거만한 태도로 더럽고 윗도리를 벗은, 즉 소매가 없고 무릎에까지 내려오는 속옷바람으로 있는 마구간 심부름하는 어린 소년을 부른다. "꼬마야!"하고 외친다. "주인 곧 나오라고 해라. 빨리 서둘러라. 나는 기다리는 습관이 없으니까."

소년은 나뭇가지를 묶어서 만든 비를 끌면서 뛰어간다..

"아니, 유다야! 무슨 태도가 그러냐?"

"잠자코 계십시오, 선생님. 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세요. 저 사람들이 우리를 아주 부자로 또 도시에서 온 것으로 믿게 해야 합니다."

주인이 달려와서, 넓은 허리띠에 술 장식이 달린 호화스러운 황금빛 옷에다 예수의 진홍색 겉옷을 입어 위풍당당한 유다 앞에 허리를 굽실거린다.

"여보, 우리는 멀리서 왔소. 아시아 공동체의 유다인들이오. 베들레헴 출신으로 박해를 받은 이분이 아끼는 이곳 친구들을 찾고 계시오. 우리도 이분과 같이 찾고 있소. 우리는 예루살렘에 가서 성전에서 지극히 높으신 분(야훼)께 예배를 드리고 오는 길이오.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겠소?"

"대감님... 소인은... 하라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명령만 하십시오."

"우리는 여러 사람에 대해 알고 싶소.... 특히.... 당신 여인숙 맞은편 집에 살고 있던 여인 안나에 대해 알고 싶소."

"아이고! 불쌍하게도! 안 나와 그의 아들들은 아브라함의 품에서 찾아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죽었단 말이요? 왜?"

"헤로데의 학살을 모르고 계십니까? 온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있고 또 카이사르도 그를 '피에 굶주린 돼지'라고 했는데요. 아이고! 내가 무슨 말을 했나? 밀고하지 마십시오. 대감님은 진짜 유다인이십니까?"

"내 지파(支派)의 기장(記章)이 여기 있소. 그러면 말하시오."

"안 나는."

"하지만 왜? 그렇게도 착한 여인이었는데!"

"그 여자를 아셨습니까?"

"썩 잘 알았소." 유다는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안 나는... 위험한 일입니다."

그들은 어둡고 낮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대단히 낮은 긴 의자에 앉는다.

"이거 보십시오.... 저는.... 눈치가 빠릅니다. 저는 그저 건성으로 주 막장 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대대로 내려오는 주막장이 올 시다.. 제 피 속에는 꾀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사람들에게 한 구석 자리를 마련해 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갈릴래아 사람에다... 가난하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안됩니다. 이 에제 키아는 속아 넘어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 사람들이 여느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여자... 눈은... 뭔지 모를... 아니, 아니, 그 여자는 그에게 말을 하는 마귀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여자는 마귀를 가져왔습니다. 저한테가 아니라, 이 도시예요.. 안나는 양보다도 더 순진한 여자라 며칠 후에 그 사람들을 아기와 함께 묵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아기를 메시아라고 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그때 저는 정말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호구조사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이 벌었습니다! 사람들이 오는데, 호구조사 때문에 올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까지 왔습니다. 바다에서까지도 보러 오고, 이집트에서까지도 보러 왔습니다.... 그리고.... 여러 달 동안은 그랬습니다! 돈 참 많이 벌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왕인지 세도가인지 마술사인지... 모르는 세 사람이 왔습니다. 행렬이 끝이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 마구간을 전부 쓰고, 한 달은 쓸 만큼의 건초를 황금을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여기 남겨두고 다음 날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사환들과 심부름하는 여자들에게 얼마나 선물을 많이 주었는지요! 그리고 제게 두 요!! 아이고! 저로서는 진짜였던 가짜였던 메시아에 대해서는 좋은 말밖에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메시아는 제게 돈을 몇 부대씩 가득 벌게 했거든요. 저는 크게 난처한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죽은 사람도 없었고요.. 저는 갓 결혼한 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래서...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는 학살이 행해진 곳을 보고 싶소."

"학살이 행해진 장소요? 그렇지만 집집이 다 그랬는걸요. 베들레헴에서도 죽은 사람을 수천 명으로 헤아렸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일행은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는 층계로 올라간다. 그 위에서는 멀리 펼쳐져있는 들판과 구릉 여러 개에 부채꼴로 펼쳐져 있는 베들레헴 전체가 내려다 보인다.

"페허가?. 저기 담쟁이가 뒤덮인 우물 같은 것이 보이지요? 저것이 회당의 잔해입니다. 그 아기가 메시아라고 단언한 회당장과 함께 회당을 불살랐습니다. 그 회당은 아이들을 잃었기 때문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격노한 살아남은 사람들이 불 질러 태워버렸습니다. 그 뒤 그로 인해서 난처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또 저기... 무덤이 보이지요? 희생된 사람들입니다.... 눈.... 닿는 데까지 풀밭에 누워 있는 양들 같습지요. 모두가 죄 없는 어린아이들과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입니다.... 저.... 연못이 보입니까? 자객들이 거기에서 무기와 손을 씻었을 때 저 물이 피로 새빨개졌었습니다. 그리고 이 뒤편에 있는 개울, 보셨습니까?... 보셨습니까?... 그 개울물도 하수구에서 나온 피로 빨갛게 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바로 앞쪽을 보십시오. 이것이 안나에게서 남아 있는 전부입니다."

예수께서 울으신다.

"안나를 잘 아셨습니까?"

유다가 대답한다. "저분의 어머니의 언니와 같은 사람이었지요! 안 그렇습니까?"

예수께서는 그저 "그래"라고만 대답하신다.

"알겠습니다"하고 여인숙 주인이 말하며 생각에 잠긴다.

예수께서는 몸을 숙여 유다에게 말씀하신다.

"내 친구가 저 페어에 가고 싶다고 하시오" 하고 유다가 말한다.

"그야! 가시지요! 아무라도 다 갈 수 있습니다!"

일행은 내려와서 인사를 하고 떠난다. 여인숙 주인은 기대가 어긋난 태도로 있다. 아마 팁을 바랐던 모양이다.

일행은 광장을 건너질러 홀로 남아 있는 작은 계단을 올라간다.

"여기가 내 어머니가 내게 동방 박사들에게 인사를 시킨 곳이고, 이집트로 가려고 우리가 내려온 곳이다"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페허에 있는 네 사람을 사람들이 쳐다본다. 어떤 사람이 "죽은 사람의 친척들이오?" 하고 묻는다.

"친구들이오."

어떤 여자가 외친다. "적어도 당신들은 죽은 사람에게 대해서 그 여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친구였던 사람들이 한 것처럼은 하지 마시오. 그 사람들은 그 후 무사히 빠져나갔어요."

예수께서는 경계를 이루고 있는 낮은 담에 붙은 편편한 곳에 서 계신다. 그러니까 광장은 22미터가량 아래 내려다보이고, 뒤에는 텅 빈 곳이다. 그 빈 공간은 빛이 반짝여서 예수를 온통 후광으로 둘러싸고, 하얀 아마로 지은 그분의 흰 옷을 한층 더 희게 한다. 겉옷은 바람에 날려 어깨에서 흘러내려 예수의 발아래 여러 가지 빛깔로 된 받침들이 되어서, 이제는 그 흰 옷만을 입고 계시다. 뒤쪽에는 지금은 황량하게 되고 페허가 되었지만 전에는 안나의 정원과 소유지였던 것이 파란 풀과 가시덤불로 뒤덮여 있다.

예수께서는 팔을 벌리신다. 유다는 그 몸짓을 보고 "말씀하시지 마세요. 그것은 신중한 일이 아닙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힘찬 목소리로 광장을 가득 채우신다. "유다인 여러분! 베들레헴의 시민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라헬에게 신성한 것이었던 이 땅의 여자들도 들으시오! 고통을 겪고 박해를 받은 다윗의 후손의 말을 들으시오. 이 다윗의 후손은 여러분에게 말을 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빛과 위안을 주려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내 말을 들으시오."

사람들은 외치고 다투고 물건을 사고하는 것을 중단하고 모여든다.

"선생님이시다!"

"틀림없이 예루살렘에서 왔을 거야."."

"누구야?"

"참 미남인데!"

"목소리는 어떻고!"

"그야 다윗 가문의 사람이라면!"

"그러면 우리 가문인데!"

"들어보세, 들어봐!"

온 군중이 계단 둘레로 모였다. 계단이 이제는 연단과 같게 되었다.

"창세기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그의 발에 머리를 밟히리라!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 그리고....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이것은 남자와 여자와 뱀에 대한 형의 선고입니다.

나는 라헬의 무덤에 경의를 표하려고 멀리서 왔는데, 저녁의 산들바람 속에서, 아침 이슬 속에서, 밤꾀꼬리의 아침 울음소리에서 옛날 라헬의 흐느낌을 베들레헴의 어머니들이 조용한 무덤 속에서 또는 조용한 마음속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되풀이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나는 홀아비들에게서 야곱의 고통으로 인한 울부짖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홀아비들은 아내들을 잃었습니다. 고통으로 인하여 아내들이 죽은 것입니다.... 나도.... 여러분과 같이 웁니다. 그러나 축복받은 같은 고장 베들레헴의 형제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이 도시는 유다의 도시 중에서 가장 작은 도시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인류의 눈으로 볼 때에는 가장 큰 도시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즉 베들레헴은 하느님의 영광, 하느님의 불, 사람이 된 하느님의 사랑이 근거를 둘 장막이 되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탄의 증오를 폭발시킨 것입니다.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그의 발에 머리를 밟히리라! 여자의 마음의 중심이 되는 자식들을 공격하는 원수보다 더 큰 원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구세주의 어머니의 발보다 더 강력한 발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싸움에 진 사탄의 복수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탄이 공격한 것은 구세주의 어머니의 발꿈치가 아니라 여느 어머니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아! 어린아이를 낳은 다음 그 어린것들을 잃은 어머니들의 헤아릴 수 없는 고민! 오! 자식들을 위하여 씨 뿌리고 땀 흘리고 나서 후사(後嗣)를 잃은 아버지의 무서운 고뇌! 그러나 베들레헴아,, 기뻐하여라! 너는 깨끗한 피, 죄 없는 어린이들의 피가 메시아에게 주홍빛 불꽃같은 길을 닦아 드렸다..."

예수께서 구세주와 그의 어머니를 말씀하신 다음부터 점점 더 웅성거리던 군중이 이제는 더 분명히 흥분을 나타낸다.

"아무 말 마시고, 떠나십시다. 선생님"하고 유다가 말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으시고 계속하신다. "... 백성을 위하여,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메시아를 보존하시려고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이 폭군의 손에서 구해 내신 메시아에게 말입니다..."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부르짖는다. "다섯이요, 다섯 아이를 낳았었는데, 지금 하나도 없단 말입니다! 이 불쌍한 년!"하고 그 여자는 히스테리 환자같이 울부짖는다.

그것이 소란의 시작이었다.

다른 여자 하나가 먼지 속에서 뒹굴면서 옷을 찢어 잘린 젖을 보이며 외친다. "바로 여기 이 젖꼭지에서 그놈들이 내 첫아들을 죽였단 말이오! 칼이 내 아들의 목과 내 젖을 한꺼번에 잘랐소! 아이고! 내 엘리세오!"

"그리고 나는! 그리고 나는! 이게 내 집이요! 한 구덩이에 세 무덤이 들어 있고 그걸 아버지가 지키고 있단 말이요.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함께 죽었단 말이요. 자 봐요, 봐!... 봐!... 저 사람이 구세주라면 내 아이들을 돌려주고, 내 남편을 돌려주고, 나를 절망에서 구해주고, 베엘제불에게서 구해 달라고 해요."

그들은 모두 외친다. "저 사람이 구세주라면, 우리 아들들, 우리 남편들, 우리 아버지들을 돌려주시오!"!"

예수께서는 팔을 흔들어 침묵을 명하신다. "내 고향의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의 자식들을 살려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예, 살려서요.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착한 사람이 되고 체념을 하시오. 용서하고, 희망을 가지고, 바람을 가지고 기뻐하고, 확신을 가지고 기뻐하시오. 여러분은 오래지 않아 하늘에서 천사가 된 여러분의 아이들을 도로 찾을 것입니다. 그것은 메시아가 하늘의 문을 열어 주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올바르게 살면, 죽음이 여러분에게는 다가오는 생명이 되고 돌아오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

"아! 당신이 메시아요? 제발 말해주시오."

예수께서는 사람들을 안으려고 하시는 듯한 아주 부드럽고 다정스러운 몸짓으로 팔을 내리시며 말씀하신다."그렇습니다."

"가시오, 가요. 그럼 그게 당신 탓이었단 말이오!" 비난과 야유를 퍼붓는 가운데 돌이 하나 날아왔다.

유다가 훌륭한 태도를 보인다.... 아아!.... 아아! 그가 항상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겉옷을 펼치고 발코니의 담에 올라서서 스승 앞에 가로막고 날아오는 돌들을 겁내지 않고 맞으며, 피를 흘리기까지 한다. 그는 요한과 시몬에게 외친다. "예수님을 모시고 저 나무들 뒤로 가게. 나도 곧 갈게.. 제발 빨리 가라고!"!" 그리고 군중을 향하여 말한다. "이 미친개 같은 놈들아! 나는 성전에서 온 사람이다. 성전과 로마 관헌에 너희들을 고발하겠다."

군중은 잠시 겁을 집어먹는다. 그러나 곧 돌들을 던지며 싸움을 다시 시작한다. 다행히 그 돌들은 빗나간다. 그런데 유다는 우박처럼 쏟아지는 돌들을 태연하게 맞으면서, 군중이 저주하는 말에는 욕설로 응수한다. 그는 날아오는 조약돌 하나를 공중에서 받아 어떤 작은 늙은이의 머리에 던지기까지 한다. 늙은이는 산 채로 털을 뜯는 까치처럼 깩깩거리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군중이 그가 디디고 서 있는 받침을 공격하려 들자 그는 땅바닥에 있는 마른 나뭇가지를 잡아채 가지고 사람들의 등마루며 머리며 손 위로 사정없이 마구 휘두른다.

군인들이 달려와 창으로 위협하여 군중을 헤치고 길을 낸다. "당신은 누군데, 뭣 때문에 이렇게 싸우는 거요?"?"

"이 하층민들에게 습격을 당한 유다인이오. 나는 사제들이 잘 아는 선생님을 한분 모시고 있었는데, 그분이 이 개 같은 놈들에게 말씀을 하고 있었소. 그런데 이놈들이 흥분해서 우리를 습격한 거요."."

"당신은 누구요?"

"전에는 성전에 있다가 지금은 갈릴래아의 예수 선생님의 제자로 있는 가리옷의 유다요.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과 사두가이파 사람 죠가나와 최고법원 참사 아리마태아의 요셉의 친구이고, 끝으로 당신이 확인해 볼 수 있겠지만 총독의 절친한 친구인 엘르아잘 벤 안나스의 친구요."

"확인해 보겠소.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요?"

"내 친구와 같이 가리옷으로 갔다가 예루살렘으로 갈 거요."."

"가시오. 우리가 당신을 보호하겠소."

유다는 군인에게 돈을 몇 푼 집어 준다. 그것은 금지된 일이지만... 군인이 잽싸게 받아 주머니에 넣고 경의를 표하며 인사하고 미소를 짓는 것으로 보아 으레 있는 일인 모양이다.

"많이 다쳤느냐?"

"선생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위한 일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반격도 했습니다.... 저는 아마.... 피투성이가 됐지요..."

"그렇다. 뺨에... 뺨에... 여기 개울이 있다."

요한이, 작은 수건을 적셔다가 유다의 뺨을 씻어 준다.

"유다야, 그렇게 된 것이 마음에 언짢다. 그러나 보아라.... 네.... 실제적인 감각에 따라 우리가 유다인이라고 말하였는데도..."

"그놈들은 짐승 같은 놈들입니다. 선생님이 그걸 확실히 아시게 되었고, 그래서 고집하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아! 고집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은 쓸데없는 일일 터이니까 그렇다. 사람들이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저주할 것이 아니라, 배가 고파 죽어가면서도 빵을 보지 못하는 그 가엾은 미친 듯한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물러나야 한다. 이 옆길로 해서 가자. 헤브론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목자들.... 있는 데로,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말이다."

"돌로 습격을 당하려고요?"

"아니다. 그들에게 '나요'하고 말하기 위해서이다."

"아 그러면! 이번에는 몽둥이찜을 당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선생님 때문에 30년째 고통을 겪고 있으니 말입니다!..."!..."

"두고 보자."

일행은 그늘이 잘 져서 시원한 울창한 숲으로 지나간다. 그러다가 보이지 않게 된다.

 

39. 예수와 목자 엘리야와 레위와 요셉

 

야산들이 베들레헴의 구릉들보다 훨씬 더 높고 나무가 울창하며 점점 더 높아져서 진짜 산맥을 이룬다.

예수께서는 앞장서서 올라가시며 무엇을 찾으시는 것같이 앞쪽 주위를 살피신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몇 미터 뒤에 떨어져 오면서 서로 이야기를 하는 제자들의 말보다는 숲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신다.

방울 소리가 멀리서 났다. 바람에 불려 가까이까지 들려온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고 돌아보시며 말씀하신다. "가축 떼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선생님, 어딥니까? "

"저 비탈 쪽인 것 같지만 나무에 가려 안 보인다."."

요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옷을 벗고-덥기 때문에 모두가 겉옷은 벗어서 둘둘 말아 어깨에서 허리로 비스듬히 메고 간다 - 짧은 속옷만 입은 채 물푸레나무 같은 높고 반들반들한 줄기를 끌어안더니 무엇이 보일 때까지 기어 올라가고 또 올라간다. "선생님, 맞습니다. 가축떼가 많이 있고, 저쪽 울창한 수풀 뒤에는 목자 세 사람이 있습니다." 요한은 나무에서 내려오고 일행은 안심하고 그쪽으로 간다.

"그렇지만 과연 그 사람들일까요?"

"시몬아. 물어보자꾸나. 또 그들이 아나라 해도 무슨 말을 해 줄 것이다. 그들은 서로 알 터이니까."

또 100미터쯤 가니 커다란 고목들이 빙 둘러쳐져 있는 푸른 큰 목장이 나타난다. 많은 가축떼가 비탈진 풀밭에서 무성한 풀을 뜯어먹고 있다. 세 남자가 가축떼를 지키고 있다. 한 사람은 나이가 많아 벌써 백발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은 하나는 30대, 하나는 40대로 보인다.

"선생님, 조심하십시오. 저 사람들은 목자입니다. " 예수께서 걸음을 빨리 하시는 것을 보고 유다가 충고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대답도 안 하신다.. 흰 옷을 입은 키가 크고 아름다운 그분이 넘어가는 햇빛을 받아 환해진 얼굴로 걸어가신다. 어떻게나 빛나는지 꼭 천사 같다‥‥‥‥ "친구들, 평화가 그대들과 같이 하기 바랍니다." 하고 풀밭 경계에 들어서실 때 말씀하신다.

세 사람은 깜짝 놀라 돌아본다.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이 묻는다. "누구십니까?"

"영감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선생님은 여러 해 만에 처음 오시는 분입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갈릴래아에서 왔습니다."

"갈릴래아에서? 아이고!" 그 사람은 예수를 자세히 쳐다본다. 다른 목자들도 가까이 왔다. "갈릴래아에서" 하고 목자는 되뇌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가만히 덧붙인다. "그분도 갈릴래아에서 오셨었는데‥‥ 그럼, 어떤 곳에서 오셨습니까? "

"나자렛에서."

"아이고! 그럼 이거 보십시오. 그러면 어떤 아기가 마리아라고 하는 여자와 요셉이라고 하는 남자와 같이 그리로 돌아갔습니까? 엄마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아기 말입니다. 유다의 야산에서 그보다 더 아름다운 꽃은 본 일이 없습니다. 칙령이 내렸을 때 유다의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 말입니다. 그다음에는 세상의 행복을 위해 피난을 한 아기요. 그 아기가 확실히 살아서 지금은 어른이 되었다는 걸 알기 위해서는 제 목숨이라도 바칠 그 아기 말입니다."

"그 아기가 피난한 것이 왜 세상을 위해 큰 행운이라고 그러십니까?"

"그것은 그 아기가 구세주, 메시아였고, 헤로데가 그 아기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 아기가 아버지와 엄마와 같이 피난을 갔을 때 나는 거기 없었습니다‥‥ 학살 소식을 듣고 돌아와서 - 선생님, 나도 아이들과(흐느껴 운다) 아내가 있었거든요‥‥ (또 흐느낀다) 돌아와서) 아이들과 아내가 학살당한 것을 보았을 때(또 흐느껴 운다), 그래도 정말 아브라함의 하느님께 맹세하지만 내 친자식보다도 그 아기 때문에 더 떨었습니다 - 그 아기가 피난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래도 알아볼 수가 없었고 학살당한 내 식구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나는 문둥병자처럼, 부정탄 사람 모양으로 돌로 얻어맞고 살인자 취급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숲 속으로 도망쳐 들어와 늑대처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주인을 만났습니다. 오! 그 주인은 안나 같은 사람은 아니었지요‥‥ 이 주인은 무자비하고 잔인합니다‥‥ 양이 상처를 입거나 어린양이 늑대에게 물려 가거나 하면 피가 나도록 몽둥이찜을 당하거나 조금 모아둔 돈을 잃거나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 대신 숲 속에서 무슨 일이나 해야 하는데, 언제나 제값의 세 곱절을 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언제나 지극히 높으신 분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느님의 메시아를 보게 해 주십시오. 적어도 그분이 살아 계신 것만이라도 알게 하십시오. 그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하고요. 선생님, 제가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고, 주인에게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나는 악을 악으로 갚거나 천인한테서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도둑질을 해서 악을 행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천사들이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이들에게 평화'라고 말했기 때문에 용서하고 고통을 당하고 정직하게 살기만 원했습니다."

"천사들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착하신 선생님만이라도 믿어 주십시오. 메시아가 나셨다는 것을 적어도 알기나 하십니까. 그리고 믿으십니까? 아무도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천사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취하지 않았었습니다. 아시겠어요. 이 사람은 그때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사람이 제일 먼저 천사를 보았습니다. 이 사람은 우유밖에 마시지 않았습니다. 우유를 마셔도 취할 수 있습니까? 천사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한 갓난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것을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바로 그분을 알아보는 표이다' 하고."

"정확히 그렇게 말하였습니까? 잘못 듣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잘못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

"아이고! 아닙니다. 레위야, 참말이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 하긴 그것이 하늘의 말이었고 우리 마음속에 불 글자로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잊으래야 잊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 매일 아침, 매일 저녁, 해 뜰 때와 첫 별이 반짝이기 시작할 때에 그로 인해서 축복과 힘과 위안을 얻기 위해 그분의 이름과 어머니의 이름과 더불어 그 말을 기도 모양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 영감님은 '그리스도'라고 말했습니까?"

"선생님. 아닙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베들레헴의 외양간에서 마리아에게서 나셔서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계신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 그분이 세상의 구세주이시네' 하고 말입니다."

"결국 누구를 찾는 것입니까?"

"마리아의 아들, 나자렛 사람,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찾습니다."

"그게 나요." 이 말을 예수께서는 당신의 충실하고 끈질긴 벗들에게 당신을 나타내시며 환한 얼굴로 말씀하신다. 끈질기고 충실하고 참을성 있는 친구들.

"선생님이! 주님, 구세주, 우리 예수님!" 세 사람은 땅에 엎디어 기쁨으로 눈물을 흘리며 예수의 발에 입 맞춘다..

"일어나시오. 일어나요, 엘리야, 그리고 레위도.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당신도."

"요셉의 아들 요셉입니다."

"이 사람은 내 제자들입니다. 갈릴래아 사람 요한과 유다 사람 시몬과 유다요."

목자들이 이제는 땅에 엎드려 있지는 않지만 아직 무릎은 꿇고 있다. 발꿈치를 괴고 몸을 뒤로 젖히고 앉아 감격으로 떨리는 입술과 창백하거나 기쁨으로 붉어진 얼굴을 하고 사랑 가득한 눈길로 구세주께 경배한다.

예수께서는 풀에 앉으신다.

"안됩니다. 주님이 풀에 앉으시다니, 이스라엘의 왕이신 선생님이, 안됩니다."

"친구들, 그대로 두시오. 나는 가난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목수일 뿐입니다..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만, 착한 사람들이 내게 주는 사랑으로만 부자입니다. 나는 당신들과 같이 있으려고, 당신들과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당신들 곁에 건초를 깔고 자려고 그리고 당신들에게서 위안을 받으려고 왔습니다."

"아이고! 위안이라니요! 우리는 버릇없고, 박해를 받는 사람들입니다."

"박해는 나도 받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내가 찾는 것, 즉 사랑과 성실과 여러 해 뒤에까지 남아 있으면서 꽃을 피우는 희망을 내게 줍니다. 아시겠어요? 당신들은 그것이 나였다는 것을 서슴지 않고 믿으면서 기다릴 줄을 알았고, 그래서 내가 왔습니다."

"아! 그러면요. 선생님이 오셨지요. 이제는 내가 죽더라도 희망과 기다림 때문에 내게 고통을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엘리야. 영감님은 그리스도가 승리한 후까지 살 것입니다. 내 어린 시절을 보신 영감님은 내 찬란함도 보셔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당신들은 열두 명이었지요.. 엘리야, 레위, 사무엘, 요나, 이사악, 토비아, 요나타, 다니엘, 시메온, 요한, 요셉, 베냐민. 내 어머니는 항상 당신들의 이름을 내게 말씀하셨어요. 내 첫 번째 친구들의 이름을."

"오오!" 목자들은 점점 더 감동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

"나이 많은 사무엘은 늙어서 20년 전에 죽었고요.. 요셉은 몇 시간 전에 아기를 낳은 아내가 그 아기와 같이 도망할 여유를 주려고 울타리의 문 있는데서 싸우다가 죽었습니다. 나는 이 애를 내 친구에 대한 사랑으로‥‥ 그리고 내 주위에 아직 아이들을 두기 위해서 거두어 주었습니다. 나는 레위도 데려왔습니다. ‥‥레위도 박해를 받고 있었지요. 베냐민은 리 반산에서 다니엘과 함께 목자 노릇을 하고 있고요.. 시메온과 요한과 또 아버지를 기억해서 이제는 마티아라는 이름을 가진 토비아는 요한의 제자인데, 토비아의 아버지도 피살되었습니다. 요나는 에스드렐론 평야에서 어떤 바리사이파 사람의 심부름꾼으로 있고, 이사악은, 허리병 때문에 말할 수 없이 불쌍하게 혼자서 유다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대로 도와줍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모두 얻어맞는 신세이고, 또 그것은 불난 데 물 몇 방울 격입니다. 요나타는 지금 헤로데 조정의 유력자의 집에 하인으로 있습니다."

"당신들은 어떻게 이 일거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까? 특히 요나타,, 요나, 다니엘, 그리고 베냐민이 말입니다."

"나는 선생님의 친척 즈가리야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그분에게 보내셨더랬지요.. 그리고 우리가 격노한 유다인들과 싸워서 도망쳐 다니고 저주를 받게 되었을 때 나는 그 사람들을 즈가리야에게 보냈습니다. 그분은 친절했습니다. 그분이 우리를 보호하고 먹여주고 할 수 있는 대로 우리에게 주인을 구해 주었습니다. 나는 케로 데파 사람에게로 넘어간 안나의 가축떼 전부를 이미 맡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 같이 있었지요‥‥ 어른이 된 세례자는 전도를 하기 시작했고, 시메온과 요한과 토비아는 세례자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나 세례자가 지금은 옥에 갇혀 있는데요."

"예. 그래서 그 사람들이 지금은 작은 가축떼를 데리고 마 케론 테 근방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가축떼는 의심을 받지 않게 하려고 선생님의 친척 요한의 제자인 어떤 부자가 그들에게 준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모두 보고 싶군요."

"주님, 그렇게 하시지요. 우리들이 그 사람들에게 가서 '오게, 그분이 살아계시네. 우리를 기억하시고 사랑하셔' 하고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친구로 삼고 싶어 한다고 말하시오."

"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

"그러나 우선 이사악을 보러 갑시다. 사무엘과 요셉은 어디에 묻혔습니까?"

"사무엘은 헤브론에 묻혔습니다. 그 사람은 즈가리야의 집에 남아서 그분에게 봉사했습니다. 요셉은‥‥ 무덤이 없습니다, 주님. 그의 집과 함께 타 죽었으니까요."

"요셉은 잔인한 사람들의 불꽃 속에 있지 않고 주님의 불꽃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멀지 않아 영광 안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 말은 당신들에게 하는 말이고 요셉의 아들 요셉 자네에게도 하는 말일세. 자네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자네에게 입맞춤하게 이리 오게."

"그럼 제 아이들은요?"

"엘리야, 그 애들은 천사들이오. 구세주가 영관을 쓸 때 '영광'이라고 다시 말할 천사들입니다."

"왕관을 쓰시는 것입니까?"?"

"아니. 구세주의 영관입니다. 오오! 의인들과 성인들의 행렬! 우선 흰 옷과 진홍빛 옷을 입은 어린 순교자들의 무리가 앞장을 설 것입니다. 그리고 고성소의 문이 열리면 우리 모두가 다시는 죽지 않는 나라로 함께 올라갈 것입니다. 그런 다음 당신들은 주님 안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들을 볼 것이고 다시 만날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시오."

"예, 주님 "

"나를 선생이라고 부르시오. 날이 어두워지고 첫 번째 별이 나타납니다. 식사 전. 기도를 하시오."

"제가 아니라, 선생님이 하셔야지요."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빛을 보고 섬길 만한 자격을 가진 마음이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 구세주가 그들 가운데 있도다. 왕족의 목자가 그의 양 떼 가운데 있도다. 샛별이 떴도다. 의인들이여, 기뻐하라! 주님 안에서 기뻐하라. 주님이 하늘을 만드시고 거기에 별들을 뿌리신 분이로다. 주님이 뭍과 바다의 경계를 정해 놓으신 분이로다. 주님이 바람과 비를 창조하시고, 당신 자녀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주시기 위하여 계절의 흐름을 조절하셨도다. 그런데 주님은 지금 그대들에게 더 훌륭한 음식, 즉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 영원한 포도나무에서 나온 포도주를 보내시는도다. 나를 경배하는 사람들의 선발대인 그대들은 돌아와서 참으로 아버지를 알고, 그분의 거룩함을 따르며 그분에게서 영원한 상급을 받도록 하라." 예수께서는 서서 팔을 벌리고 기도하셨고, 그동안 제자들과 목자들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 다음 빵과 우유 한 사발을 내놓는다. 사발인지 바가지인지 모를 그릇이 셋이 있기 때문에 우선 예수께서 시몬과 유다와 같이 식사를 하시고, 다음에 예수님에게서 사발을 받은 요한이 레위와 요셉과 동시에 먹고, 맨 마지막으로 엘리야가 먹는다.

양 떼들은 이제 풀을 뜯어먹지 않는다. 양들은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 서로서로 바싹 기대 서서 아마 어떤 울타리 안에 몰아넣기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세 목자가 숲 속에 있는, 나뭇가지로 만들고 밧줄을 둘러친 투박한 헛간 밑으로 양들을 몰아넣는 것을 본다. 그들은 예수와 제자들을 위하여 건초로 침대를 만들기 시작한다. 여러 군데 불을 피우는데, 아마 야수들 때문에 그러는 모양이다.

유다와 요한은 누워 조금 뒤에 잠이 든다. 시몬은 예수의 상대가 되어 드리고 싶었지만 그도 역시 얼마 안 있어 건초 위에 앉아 말뚝에 등을 대고 잠든다.

예수께서 목자들과 같이 깨어 계시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요셉에 대하여, 마리아에 대하여, 이집트로 피난한 것과 돌아온 것에 대하여‥‥ 그리고 다정스러운 안부 물음이 있은 다음에는 더 고상한 질문이 나온다. 즉 예수께 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양 없는 목자인 그들이 어떻게 해야 예수께 봉사할 수 있을 것인가?

예수께서는 그들을 가르치시고 설명하신다. "이제 나는 유다를 두루 다닐 참입니다. 당신들은 항상 제자들을 통해 소식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당신들을 오라고 부르겠어요. 그동안 당신들은 함께 모이시오. 당신들은 내가 이 세상에 스승으로, 구세주로 와 있는 것을 서로 알리도록 하시오. 당신들이 할 수 있는 대로 그것을 알리시오. 사람들이 당신들 말을 믿을 것이라고 약속은 하지 않겠어요. 나는 조롱과 추적을 당했어요. 당신들도 그런 일을 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그렇게 기다리면서 용감하고 의로웠던 것과 같이, 지금 내 사람이 되었으니 한층 더 그렇게 되시오. 내일 우리는 유다로 갔다가 헤브론으로 갈 터인데, 당신들도 올 수 있습니까? "

"있고 말고요!,. 부당한 증오 때문에 베들레헴만이 우리에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다른 고장 사람들도 사정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를 ''술 취한 사람' 취급을 하면서 업신여길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는 별로 일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른 곳으로 부르겠습니다. 당신들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일생 동안이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줄곧."

"아니올시다. 저는 나이가 많으니. 제가 먼저 죽을 것입니다. 선생님."

"영감님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제일 먼저 본 얼굴들 중의 하나가 엘리야 영감님의 얼굴이었습니다. 그 얼굴이 제일 마지막 얼굴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나는 내 죽음의 고통으로 인하여 깜짝 놀란 영감님의 얼굴을 눈동자에 간직하고 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다음에는 개선하는 아침의 빛나는 환영을 영감님 가슴에 지니게 될 것이고 그 환영을 지닌 채 죽음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죽음은 영감님이 아주 어린아이 일 때에 경배한 예수와 영원히 만나는 것입니다. 그때에도 천사를 이'마음이 착한 사람'을 위하여 '글로리아' '글로리아'를 노래할 것입니다."

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기분 좋은 환상이 흐려지더니, 끝났다.

 

 

40. 예수께서 유다의 목자 이사악을 찾아가신다.

 

물소리가 요란한 시원한 계곡이 나온다. 은빛의 작은 급류에서 거품을 내고 튀어 오르면서 남쪽으로 흘러간다. 그 급류의 기분 좋은 서늘한 기운은 물가에 있는 작은 풀밭으로 솟아올라가지만, 그 축축한 기운은 비탈에까지 올라가는 것 같다. 그것은 땅에서 덤불과 잔나무들을 거쳐, 호두나무가 많이 섞여 있는 키 큰 나무 꼭대기에까지 올라가는 갖가지 색깔의 에메랄드와도 같다. 진짜 삼림에는 가끔 기름진 파란 풀밭으로 된 편편한 빈터가 나오는데, 그것은 가축떼가 기운을 다시 차릴만한 좋은 풀밭이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세 목자들과 같이 급류를 향하여 내려오신다. 뒤떨어진 양이나 길 잃은 어린양을 뒤쫓아간 목자 중 하나를 기다려야 할 때는 참을성 있게 걸음을 멈추신다. 이제야말로 정확히 말해서 착한 목자이시다. 예수께서도 사방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옷에 달라붙으려고 하는 가시덤불과 산사나무와 참 으아리 줄기들을 헤치며 가시려고 긴 나뭇가지를 들고 계신다. 그래서 그분의 목자다운 모습이 한층 더 어울린다.

"보세요. 유다는 저 위에 있습니다. 급류를 지나가야 합니다. 여름에는 다리까지 가지 않고 건너갈 수 있는 얕은 곳이 있습니다. 헤브론으로 해서 왔으면 더 가까웠을 텐데, 선생님은 그리로 해서 오는 것을 원치 않으셨지요."

"아니오. 헤브론에는 나중에 갑니다. 언제나 우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가야 합니다.. 죽은 사람들은 그들이 의인이었으면 이제는 고통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무엘은 의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도가 필요한 죽은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해골 곁에 가야만 그들을 위하여 기도를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골은 무엇입니까? 사람을 먼지에서 끌어내신 하느님의 능력의 증거 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짐승도 해골이 있어요. 어떤 짐승이라도 사람의 것보다는 덜 완전하지만 해골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조물의 왕인 사람만이 그의 신민(臣民)들을 지배하는 왕과 같은 직립 자세를 가지고 있고, 목을 꼬지 않고도 앞과 위를 바라볼 수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아버지의 집이 있는 저 위를 말이지요. 그러나 해골은 역시 해골입니다. 다시 먼지가 된 먼지. 그런데 영원히 인자하신 분이 복된 사람들에게 한층 더 생생한 기쁨을 주시기 위하여 영원한 날에 그 먼지를 재생시키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이것을 생각하시오. 즉 영들만이 모여서 이 세상에서 사랑하였던 것처럼, 서로 사랑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할 것이고 또한 그들이 이 세상에서 가졌던 모습으로 서로 다시 보는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엘리야 영감의 아이들이 그랬던 것과 같이 머리가 곱슬곱슬한 귀여운 아기를, 레위와 요셉의 아버지 어머니와 같이 사랑으로 빛나는 마음과 얼굴을 가진 아버지 어머니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그리고 요셉 자네도 자네가 늘 그리워하는 그 얼굴들을 보게 될 것일세, 하늘에는 의인들 가운데 고아도, 홀아비도 없을 것입니다‥‥.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는 어디서나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와 결합해 있었고, 하느님이시고 어디에나 계시는 완전한 영과 결합하여 있는 영을 위한 영의 기도입니다. 오! 영적인 모든 것의 거룩한 자유!! 거리도 없고, 망명도 없고, 감옥도 무덤도 없어요‥‥육체로서의 유대가 아닌 것을 갈라놓고 무능하게 만들어서 괴롭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것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갈 것이고, 그 사람들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것을 가지고 당신들에게로 올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영들의 이 애정 토로에서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원한 불 둘레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그 영원한 불은 과거에 있은 것, 지금 있는 것. 장차 있을 모든 것을 창조하시는 절대적인 완전무결한 영이시고, 당신들을 사랑하시고 사랑하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사랑입니다.

이제 얕은 곳에 다 온 것 같군요. 개울 바닥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물에 찰랑찰랑 돌들이 일렬로 놓여 있는 것이 보이는군요."

"예, 선생님. 여깁니다. 물이 불어날 때에는 요란스러운 하나의 폭포가 되지만, 지금은 얕은 곳에 놓여 있는 큰 돌 여섯 개 사이로 지나가는 즐거워 보이는 일곱 줄기의 작은 시냇물 같습니다. "

사실, 대강 다듬은 큰 돌 여섯 개가 한 뼘 남짓씩 떨어져서 급류 바닥에 놓여 있고, 그곳까지는 반짝이는 오직 하나의 편편한 리본 같던 물이 일곱 가닥의 작은 리본으로 갈라진다. 그 물줄기는 즐거운 듯이 흘러가며 얕은 곳을 지나 다시 시원한 하나의 물줄기로 합쳐지려고 서두르며, 바닥의 모래와 조잘거리면서 흘러내려간다..

목자들은 양들이 건너가는 것을 감시한다. 양들의 일부분은 돌들을 밟고 건너고, 더러는 아예 깊이가 한 뼘밖에 되지 않는 물로 내려가서 거품을 내며 좔좔거리고 흘러가는 금강석 같은 물을 마신다.

예수께서는 돌다리로 건너가시고 제자들도 뒤에 따라간다. 일행은 건너편 기슭에서 다시 걸어가기 시작한다.

"선생님은 이사악에게 선생님이 여기 오셨다는 것만 알리라고 하시고 마을에는 안 들어가시겠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헤어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이사악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레위와 요셉은 양 떼들을 데리고 선생님을 모시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여기서 올라가겠습니다. 그것이 더 빠를 것입니다. "

그러면서 엘리야는 저 꼭대기에 햇빛을 받아 빛나는 한 무리의 하얀 집들을 향하여 비탈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나는 그를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가 첫 번째 집들이 있는 데 이르렀다. 그는 집들과 정원들 사이에 나있는 오솔길로 들어서서 몇십 미터를 가다가 더 넓은 길로 돌더니 거기에서 어떤 광장으로 들어간다. 이 모든 일이 아침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지금 하는 것은 광장에 아직 장이 서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주부들과 장사꾼들이 광장에 그늘을 지게 하는 나무들 밑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있다.

엘리야는 서슴지 않고 광장이 큰길로 이어지는 지점까지 간다. 그 길은 꽤 아름답다. 아마 그 마을에서 제일 아름다운 길인 것 같다. 모퉁이에 오막살이가 하나 있다. 오막살이라기보다는 문이 열려 있는 방 하나가 있다. 문지방 바로 곁에 초라한 침대가 하나 있고, 그 위에서는 해골처럼 마른 불구자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행인들에게 동정을 청하고 있다.

엘리야는 급히 들어가며 "이사악‥‥ 날세" 하고 말한다.

"자네가? 자네가 올 줄은 몰랐는데. 자네는 지난달에 왔었지."

"이사악‥‥ 이사악‥‥ 내가 왜 왔는지 알겠나?"

"모르겠는데 ‥‥ 자네 흥분해 있구먼‥‥무슨 일이 생겼어?"

"나자렛의 예수님을 보았네!! 이제는 어른이 되셨어. 선생님이야. 나를 찾아오셨어‥‥ 그리고 우리들을 보고 싶어 하셔.아이고! 이사악, 자네 어디 불편한가?"

사실 이사악은 죽는 것처럼 털썩 쓰러졌다. 그러나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린다.

"아니야, 그 소식 때문에 ‥‥ 어디 계셔? 어떠시던가? 아이고! 뵈었으면 좋겠는데!"

"저 아래 계곡에 계셔. 자네에게 정확히 이렇게 말하라고 하시며 나를 보내셨어. '이사악, 오시오. 보고 싶고 축복해 주고 싶소' 이렇게 말이야. 자네를 데리고 내려가는 일을 도와줄 사람을 불러오겠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나? "

"그렇게 말씀하셨어. 아니 그런데 자네 뭘 하는 건가? "

"그리 갈 거야."."

이사악은 담요들을 밀어젖히고 꼼짝 못 하는 다리를 움직이고 침대 밖으로 내놓더니 방바닥에 올려놓는다. 그는 아직은 약간 자신 없는 듯이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이 모든 것이 엘리야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마침내 그는 깨닫고 소리를 지른다‥‥ 어떤 작은 할머니가 이상해서 달려온다. 그 할머니는 불구자가 일어나서, 다른 것 입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담요 한 장을 몸에 두르는 것을 본다. 노파는 겁을 집어먹은 암탉처럼 소리를 지르며 가버린다.

"가세‥‥더 빨리 하게,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여기서 떠나세. ‥‥빨리, 엘리야."

그들은 뒤뜰 문으로 해서 뛰어나온다.. 그리고 마른 나뭇가지로 엮은 사립짝을 밀어 닫는다. 그들은 밖으로 나와서 보잘것없는 오솔길로 빨리 걷다가 야채밭들 가운데 난 작은 길로 들어서고, 거기에서 풀밭과 나무숲을 건너질러 개울에까지 내려온다.

"저기 예수님이 계셔" 하고 엘리야가 손가락질하며 말한다. "흰 옷에 붉은 겉옷을 입으신 키 큰 금발 미남자 말이야‥‥."

이사악은 풀을 뜯고 있는 양 떼를 사이로 뛰어가 승리와 기쁨과 경배를 곁들여 부르짖으면서 예수의 발아래 엎드린다.

"이사악, 일어나시오. 내가 왔소. 당신에게 평화와 축복을 갖다 주려고 왔어요. 얼굴을 보게 일어나시오."

그러나 이사악은 일어나지를 못한다. 너무나 많은 감격이 한꺼번에 왔다. 그래서 땅에 엎드린 채 행복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당신은 곧 왔군요. 올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

"주님이 오라고 말씀하셨으니‥‥왔습니다. "

"선생님, 이 사람은 문도 닫지 않고, 돈도 챙기지 않았습니다."

"상관없어요. 천사들이 그의 집을 지켜 줄 것입니다. 이사악, 기쁩니까?"

"아이고. 주님 주님! "

"선생이라고 부르시오."

"예, 주님, 선생님. 병이 낫지 않았더라도 선생님을 보는 것이 무척 기뻤을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이다지도 선생님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습니까?"

"이사악, 당신의 믿음과 인내 때문이오. 당신이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나는 압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젠 아무것도 아닙니다!! 살아 계신 선생님을 만났으니! 선생님이 여기 와 계시니! 그것이면 그만입니다‥‥나머지는, 나머지는 모두 지나간 일입니다. 그렇지만 주님. 선생님, 이제는 안 가시지요?"?"

"이사악, 나는 온 이스라엘에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해요. 그래서 떠납니다‥‥그러나 내가 여기 남아 있을 수는 없지만, 당신은 내게 봉사하고 나를 따를 수 있어요. 이사악, 내 제자가 되고 싶소?"

"오!!"

"당신은 내가 누구라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 있겠소? 업신여기고 위협하는데 공공연하게 말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내가 당신을 불렀고, 그래서 당신이 왔다고 말할 수 있겠소?"

"그렇게 하는 것을 선생님이 원치 않으시더라도 그 말을 모두 하겠습니다. 그 일이라면 선생님의 말씀을 어기기라도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걸 용서하십시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신다. "그것으로 당신이 제자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소."

"아이고!. 저는 선생님 중의 선생님이신 선생님을 섬기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학교에 다녀야 하는 줄로 ‥‥ 이렇게 나이 많은 제가 학교에 다녀야 되는 줄로 생각했습니다!‥‥ "

사실 그 사람은 적어도 쉰 살은 되었다.

"이사악, 당신은 벌써 학교에 다녔소."

"제가요? 안 다녔습니다."

"아니요. 당신이 다녔어요. 당신은 계속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공경하고 찬미하지 않았소? 이웃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이웃에게 축복하지 않았소? 그리고 샘을 내지 않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당신이 가졌다가 이제는 가지지 못하게 된 것까지도 욕심내지 않기를 계속하지 않았소? 그렇게 해서 당신에게 해가 되는 때에도 오직 진실만을 말하고, 죄를 범함으로써 사탄과 야합하지 않기를 계속하지 않았소? 불행만을 겪은 지난 3030년 동안 이 모든 것을 하지 않았소? "

"그렇게 했습니다. 선생님."

"자 봐요, 그러니까 벌써 학교에 다닌 거요.. 계속 그렇게 하시오, 그리고 내가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을 거기에 덧붙이시오. 그 이상 다른 일할 것이 없소."

"주 예수님, 저는 벌써 주님을 전했습니다. 제 다리가 구부러져서 얻어먹으면서 이 마을에 와서 아직 양털 깎는 일이나 젖 짜는 일을 좀 할 때 제게 오는 어린이들에게 선생님을 전했고, 그 후 병이 더해져서 허리 아래를 쓰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그들이 제 침대 곁으로 올 적에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때의 어린이들에게 선생님 말씀을 했고, 지금은 그때 어린이들의 아들들인 어린이들에게 말을 합니다‥‥어린이들은 착하고 언제나 믿습니다. 선생님이 나신 때 이야기를 했고‥‥ 천사들과‥‥ 별과 동방 박사들‥‥ 그리고 선생님의 어머니에 대해서 말해 주었습니다‥‥아이고!‥‥아이고! 선생님, 어머님이 살아계시지요?"

"살아 계시고 안부를 전하라고 하셨소. 어머니는 당신들 이야기를 하셨어요."

"아이고! 뵈었으면!

"보게 될 거요.. 언젠가 내 집에 오시오. 어머니 마리아가 '어서 오세요'하고 인사할 거요."."

"마리아‥‥ 그렇습니다. 그분의 이름은 제 입에 꿀과 같이 답니다. 유다에 한 여인이 있습니다. 예, 이제는 여인이지요, 넷째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됩니다. 전에는 계집아이였고 제 친한 여자 친구의 하나였습니다. 그 여자는 아이들에게 첫째와 둘째에는 마리아와 요셉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셋째 아이는 감히 예수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못하고 그 여자와 그 집과 이스라엘에 축복받은 이름이 되는 임마누엘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엿새 전에 난 넷째 아이에게 무슨 이름을 붙여 줄까 하고 궁리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그 여자가 내 병이 고쳐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또 선생닝이 여기 와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기뻐할까요!! 그 여자 사라는 그지없이 친절하고, 남편 요아킴도 친절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는 또 어떻고요?? 그분들 덕택에 제가 지금 살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저를 거두어주고 도와주었습니다. "

"그들에게 가서 해가 너무 내리쬐는 시간에 피난처를 청하고, 그들의 자선을 위하여 축복을 갖다 줍시다."."

"선생님, 이곳에서는 양 떼를 위해서도, 또 틀림없이 흥분해 있을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도 더 편리할 것입니다. 제가 일어나는 것을 본 그 노파가 틀림없이 말을 했을 것입니다."

일행은 급류를 따라가다가 더 남쪽에 가서 급류를 뒤에 남겨 두고 오솔길로 들어선다. 그 오솔길은 배의 이물처럼 생긴 산의 물결 가르는 부분같이 된 곳을 따라 올라가기 때문에 어지간히 가파르다. 이제는 급류가 올라가는 길과 반대쪽에 있으며 양쪽에 솟아 있는 산들 사이 바닥으로 흘러가는데, 그 산들은 서로 엇갈리면서 기복이 심한 아름다운 계곡을 이루고 있다. 나는 이 장소를 알아보겠다‥‥혼동할 수가 없다, 지난봄에 보았던 예수와 어린이들의 환상이 벌어졌던 장소이다. 내가 잘 아는 마른 돌로 쌓은 낮은 담이 계곡을 자른 소유지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사과나무들과 무화과나무들과 호두나무들이 있는 풀밭들이 저기 있고. 초록 빛깔 바탕 위에 흰 집이 저기 있는데, 삐죽하게 나온 그 측면이 계단을 보호하고 동시에 회랑도 되고 의지할 곳도 되며, 맨 꼭대기에는 작은 둥근 지붕이 있으며. 우물이 있는 야채밭이 있고, 정자와 화단들이 있다.

집안에서 커다란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이사악은 앞으로 나아가 집안으로 들어가서 큰 소리로 묻는다. "마리아, 요셉, 임마누엘, 어디 있냐? 예수님한테로 오너라."

세 꼬마가 달려온다.. 다섯 살쯤 된 계집아이와 네 살 두 살 된 사내아이 둘인데, 두 살 짜리는 아직 걸음걸이가 시원치 않다. 그들은 다시 살아난 사람을 보고 입을 딱 벌린 채로 있다. 그러다가 계집아이가 외친다. "이사악 아저씨야! 엄마! 이사악 아저씨가 여기 왔어! 유딧 할머니가 맞았어!"

떠들썩한 방에서 아이들 어머니인 한 여인이 나온다. 갈색 머리에 키가 크고 건강해 보이며 멀리서 보아 아름다운 여인인데, 명절빔을 입어서 더 아름답다. 흰 아마로 만든 옷은 화려한 슈미즈 같은데 주름이 져서 발목까지 내려오며, 웬만큼 굵은 허리에 여러 가지 빛깔로 된 숄로 졸라매서 펑퍼짐한 엉덩이를 돋보이게 하고는, 술 달린 숄이 무릎 언저리까지 내려와 뒤로 처지고, 앞쪽으로는 포개서 허리 깨에 선세 공(線細工)을(線細工) 한 버클로 고정시켰기 때문에 벌어져 있다. 엷은 밤색 바탕에 색깔 있는 장미 가지 수를 놓은 가벼운 베일이 땋아 늘인 검은 머리에 작은 터번 모양으로 고정되고, 목덜미에서 주름져서 굽슬굽슬하게 어깨와 가슴으로 내려온다. 고리로 연결된 작은 메달로 된 관이 머리에 고정되어 있다. 무거운 고리로 된 귀걸이가 늘어져 있다. 긴 웃옷은 옷에 있는 여러 개의 구멍을 거쳐 지나가는 은목걸이로 죄어져 있다. 팔에는 무거운 은팔찌가 끼어져 있고.

"이사악!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유딧 아주머니가‥‥ 쨍쨍 내리쬐는 해 때문에 머리가 돈 줄 알았는데 ‥‥ 이사악, 걷고 있지 않아! 대관절 어찌 된 거야?"?"

"구세주께서, 아이고! 사라! 그분이야! 그분이 오셨어!"

"누구 말이야?? 나자렛의 예수님 말이야? 어디계셔?"

"저기 호두나무 뒤에. 여기서 받아주겠느냐고 물으셔!"

"요아킴! 어머니! 모두들 와요! 메시아가 오셨어요!"

여자, 남자, 소년, 아기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온다‥‥그러나 키가 크고 위엄 있는 예수를 보고는 겁을 집어먹고 화석이 된 것처럼 꼼짝 않고 있다.

"이 집과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평화와 강복이 있기를! " 예수께서 미소를 지으시면서 사람들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신다..

"친구분들, 나그네에게 휴식처를 주시겠습니까?" 그러시면서 한층 더 미소 지으신다..

예수의 미소가 두려움을 물리쳤고. 남편이 용기를 내서 말한다. "들어오십시오, 메시아님. 우리는 선생님을 알지 못하면서도 사랑했습니다. 선생님을. 알고 나서는 더 사랑할 것입니다. 우리 집은 오늘 세 가지 일로 마냥 즐겁습니다. 선생님과 이사악과 제 셋째 놈의 할례 때문입니다. 선생님, 그 애에게 축복해 주십시오. 여보, 아기를 데려와요! 주님, 들어오십시오."

그들은 잔치를 하려고 준비해 놓은 방으로 들어간다. 사방에 식탁과 음식, 양탄자와 나뭇가지 장식들이 있다.

사라가 잘생긴 갓난아기를 안고 와서 예수께 내민다.

"하느님께서 항상 이 아기와 같이 계시기 바랍니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이름이 없습니다. 얘는 요셉, 또 얘는 임마누엘입니다. 그런데 막내는‥‥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두 내외를 똑바로 바라보시며 미소를 짓고 말씀하신다. "아기가 오늘 할례를 받아야 한다면 이름을 정해야지요 ‥‥. "

두 내외는 서로 쳐다보고, 예수를 쳐다보고 입을 벌리다가 아무 말하지 않고 입을 다시 다문다. 모두가 주의를 기울인다.

예수께서는 계속 말씀하신다. "이스라엘 역사에 위대한 이름, 기분 좋은 이름. 축복받은 이름이 하도 많은데, 가장 기분 좋고 가장 축복받은 이름은 벌써 주었지만, 그래도 어떤 다른 이름이 남아 있을지도 몰라요."

두 부부가 함께 외친다. "주님, 선생님의 이름이오!" 그리고 아내가 덧붙인다. "그렇지만 그 이름은 너무 거룩해서‥‥"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며 물으신다. "할례는 언제입니까?"

"집 도자(執刀者)를."

"나도 예식에 참례하겠소. 그동안 내 이사악 때문에 당신들에게 감사합니다. 이제는 이사악이 착한 분이 필요치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착한 분들은 아직 하느님이 필요합니다. 당신들은 셋째 아이 이름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라고 지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내 봉사자에게 자선을 베푼 때부터 하느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축복을 받으시오. 세상에서도 하늘에서도 우리는 당신들의 행위를 기억할 것입니다."

"이사악은 지금 떠납니까? 우리를 떠나는 것입니까? "

"섭섭하시겠지요. 그러나 그 사람은 그의 선생에게 봉사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돌아올 것입니다. 나는 다시 오겠습니다. 당신들은 그동안 메시아에 대해 말하시오‥‥세상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메시아에 대해 말을 아주 많이 해야 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오는군요."

점잔을 빼는 사람이 조수를 데리고 들어온다. 인사를 하고 절을 하고 "아기가 어디 있소? " 하고 고 사람이 거만하게 묻는다.

"여기 있습니다. 그렇지만 메시아께 인사하세요, 여기 계신데."

"메시아요? 이사악을 고쳐준 사람 말이오? 아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나는 바쁘오. 아기와 이름을."

거기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무례한 언행이 당신께 대한 것이 아닌 것같이 미소를 지으신다. 그리고 아기를 받아 그를 축성하시려는 것처럼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만지시면서 말씀하신다‥‥아기의 이름은 예사이요." 하고 말씀하시고 아기를 아버지에게 돌려주신다. 아버지는 거만한 사람과 다른 사람들과 같이 옆방으로 간다. 예수께서는 죽을힘을 다해서 우는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그곳에 그대로 계시다.

"아기 엄마, 아기를 내게 주시오. 울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하고 괴로워하는 어머니를 위안하시려는 듯이 말씀하신다. 아기는 예수의 무릎에 오자 과연 울음을 그친다.

예수 둘레에는 모든 어린이들이 빙 둘러앉고 그다음에는 목자들과 제자들이 둘러앉아 한때를 이루었다. 밖에는 엘리야가 울타리 안에 가둔 양들이 매애매애 하고 울고 있다. 집안에서는 즐겁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예수와 제자들에게 맛있는 것들과 음료를 갖다 드린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들을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신다.

"선생님, 안 드십니까? 받아들이지 않으시는군요. 진심으로 드리는 건데요."."

"요아킴, 나도 압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게 내버려 두시오.. 이것이 내 기쁨이요‥‥."

"선생님, 저 사람 일은 상관하지 마십시오."

"아니다, 이사악아. 나는 그가 빛을 보도록 기도한다. 요한아, 두 어린것을 데리고 가서 양들을 보여주어라. 마리아야. 너는 더 가까이 오너라. 내가 누구냐?"

"베들레헴에서 난 나자렛 마리아의 아들 예수요. 이사악 아저씨가 아저씨를 봤대요, 그래서 내가 착하게 되라고 아저씨의 어머니의 이름을 붙여 줬어요."

"하느님의 천사처럼 착하고, 산꼭대기에 핀 백합꽃보다도 더 깨끗하고 제일 거룩한 레위파 사람이 그래야 할 것처럼 경건하고 해서 그분을 본받아야지. 그렇게 하겠니?"

"네, 예수님."

"선생님이라고 하든지 주님이라고 해야 한다, 얘야."

"유다야, 이 아이가 내 이름을 부르게 내버려 두어라.. 죄 없는 어린이들의 입술로 해서 나와야 이 이름이 내 어머니의 입술에서 나오는 때와 같은 소리를 잃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모든 사람이 이 이름을 부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또 많은 사람은 이 이름을 모독하기 위하여 부를 것이다. 오직 죄 없는 사람들만이 이해타산 없이 증오 심 없이 이 어린아이와 내 어머니의 사랑과 같은 사랑을 가지고 이 이름을 부를 것이다. 죄인들도 내 이름을 부를 것이다. 그러나 동정이 필요해 부를 것이다........ 너는 왜 나를 예수라고 부르니? "

예수께서는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으신다.

"나는 예수님을 아버지와 엄마와 동생들처럼 ‥‥ 좋아하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예수의 무릎을 껴안고. 얼굴을 쳐들면서 웃는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입맞춤하시려고 몸을 숙이신다.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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