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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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 (16~20)

by mrsoojak 2021. 12. 25.

성화를 그린는 길거리 아티스트

 

16. 예수 성전에서 장사치들을 내쫓으시다

 

예수께서 베드로, 안드레아, 요한과 야고보,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와 같이 성전 구역 안으로 들어가신다. 성전으로 들어가고 성전에서 나오고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순례자들이 시내 곳곳에서 몰려온다.

성전이 세워져 있는 언덕 위에서는 행인들이 우글거려는 시내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들이 내려다보인다. 집들의 강렬한 흰 빛깔 사이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빛깔의 움직이는 리본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도시는 마치 흰 집들이 양쪽에 늘어서 있는 가운데로 해서 하나같이 주의 성전의 둥근 지붕들이 반짝이고 있는 지점으로 모이는 가지각색의 리본으로 만든 이상한 장난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면, 그곳은 진짜 장마당이다. 거룩한 곳에서 정신집중이란 이제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뛰어다니고, 사람을 부르고, 어린 새끼 양들을 사고, 소리를 지르고, 값을 너무 비싸게 부른다고 악담을 하고, 매애 매애 하고 우는 불쌍한 짐승들을 울타리 안으로 몰아넣곤 한다. 그것들은 말뚝을 박고 밧줄을 엉성하게 둘러친 울타리들인데, 그 입구에는 장사꾼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짐승들의 소유자가 사갈 사람들을 기다리고 서 있다. 막대기 소리, 양이 매애 매애 우는 소리, 욕설과 항의, 짐승들을 서둘러 모아서 울타리 속으로 몰아넣지 않는 하인들이나 값을 너무 깎거나 사지 않고 고냥 가버리는 손님들에 대한 모욕적인 말, 그리고 짐승을 저희들 집에서 데리고 온 용의 주도한 사람들에 대한 더 심한 모욕적인 말이 마구 튀어나온다.

환전상들의 계산대 둘레에도 야단법석이 벌어지고 있었다. 항상 이런 것인지 과월절에만 이런 것인지 모르겠다. 성전이 증권시장이나 암시장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화폐 가치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법정의 시세가 물론 정해져 있기는 하였다. 그러나 환전상들은 다른 시세를 강요하고 환전에 대하여 임의적인 이율을 가로채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그들은 손님들을 파산시키는 데 이골이 나 있었다! ‥‥ 손님이 가난할수록, 멀리에서 올수록 더 빼앗았고, 늙은이들은 젊은이들보다 더, 팔레스티나 바깥쪽에서 오는 사람들은 늙은이들보다도 더 빼앗기는 것이었다.

가엾은 보잘것 없는 늙은이들은 1년 내내 고생 고생해 가며 저축하였던 얼마 안 되는 돈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수없이 품에서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고 하면서, 환전상들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첫 번째 환전상에게로 돌아오곤 하였다. 그러면 그 환전상은 그들이 잠시 떠나갔던 것을 환전의 프리미엄을 올리는 것으로 복수하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한숨을 쉬는 가운데 큰돈이 주인의 손을 떠나 폭리를 탐하는 환전상의 갈퀴 같은 손아귀에 들어가고, 그 대신 그보다 더 가벼운 잔돈이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어린양을 고를 때에도 어린양을 파는 사람들 앞에서 계산과 한숨의 비극이 또 한바탕 벌어졌다. 어린양을 파는 사람들이 반쯤 눈이 어두운 보잘것없는 노인들에게는 가장 변변치 않은 어린양들을 떠넘기곤 하였다.

제물 바치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흠이 있다고 받지 않았을 어린 새끼양을 몰고 남자 여자 두 보잘것없는 노인이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하소연과 간청, 무례한 말과 상스러운 말이 오가지마는 판 사람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갈릴래아 늙은이들, 당신들이 내려는 돈값 어치로는 내가 준 것도 너무 훌륭한 것입니다. 저리 가시오! 그렇지 않고 더 훌륭한 놈을 사려거든 5 데나리온을 더 내시오! "

"제발! 우리는 가난하고 늙었어요! 당신은 우리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과월절을 지내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까? 우리에게서 받은 돈이 어린 짐승 하나 값이 안된단 말입니까?"

"천민들은 비키시오. 여기 요셉 노인이 오십니다. 이분은 영광스럽게도 나를 찾아주신답니다. 하느님 이선생님과 함께 하시기를! 와서 고르세요! "

요셉 노인 또는 아리마태아의 요셉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서 훌륭한 어린양 한 마리를 산다. 그는 화려한 옷차림으로 문과 울타리 입구에서까지 신음하는 거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주 거만하게 지나간다. 그는 매애 매애 하고 우는 살찐 어린양을 몰고 나오면서 그들을 떠다밀다시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예수께서도 아주 가까이에 와 계신다. 예수님도 어린 양을 사셨고, 아마 예수 대신 돈을 낸 베드로가 알맞은 어린양 한 마리를 끌고 온다. 베드로는 제사드리는 곳으로 곧바로 갔으면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오른쪽으로 돌아, 군중이 떠다밀고 장사꾼이 모욕적인 말을 하는 바람에 얼이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보잘것없는 두 노인 쪽으로 가신다.

하도 키가 커서 두 노인의 머리가 가슴에 닿을 정도인 예수님은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물으신다. "할머니, 왜 우십니까?"

작은 노파가 몸을 돌려 아름다운 흰 옷과 아주 새로 지은 깨끗한 백설같이 흰 겉옷을 입은 위풍당당하고 크고 젊은 이 사람을 본다. 그 노파는 예수의 옷과 용모 때문에 그분을 박사로 생각한 모양인데, 박사들과 사제들은 서민을 무시하고 장사꾼들의 탐욕에 대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깜짝 놀라 자기들이 왜 슬퍼하는지를 말한다.

예수께서는 어린양을 파는 사람 쪽으로 몸을 돌리시고 말씀하신다. "그 어린양을 이 신자들에게 바꿔 주시오. 그 어린양 은 제단에 바치기에 어울리지 않고, 당신이 이 가엾은 두 노인을 힘없고 저항할 수 없다고 해서 이용하는 것도 마땅치 않소."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

"의인이오."

"당신과 당신 동행의 사투리를 들으니 당신이 갈릴래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는데, 갈릴래아에 의인이 있을 수가 있소?"

"내가 하라는 대로 해서 당신이나 의인이 되시오."

"들어보시오. 동류들을 옹호하는 갈릴래아 사람의 말을 좀 들어보시오! 이 사람이 성전에 속해 있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겠다고 하는군요!" 그 사람은 웃고 갈릴래아 억양을 흉내 내면서 비웃는다. 갈릴래아의 억양은 유다 지방의 억양보다 더 노래하는 듯하고 더 부드럽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생각된다.

사람들이 빙 둘러서고, 다른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이 예수에게 대항하여 그들의 공범자를 옹호한다. 구경꾼들 중에는 빈정거리는 유대교 교사도 두세명 끼여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당신은 학자요?"하고 욥이라도 더는 참을 수업 게 할 만한 말투로 묻는다.

"당신 말대로."

"무엇을 가르치시오? "

"내가 가르치는 것은 이렇소. 하느님의 집을 기도의 집이 되게 할 것이지, 폭리를 탐하는 사람들과 장사꾼들의 시장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오. 이것이 내가 가르치는 것이오." 예수님은 무섭다. 잃어버린 낙원 어귀에 배치되었던 대천사와 같다. 그분은 타는 듯한 칼을 들고 계시지는 않다. 그러나 그분의 눈은 빛을 발산하며 비웃는 자들과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들을 무섭게 노려본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계시지 않다. 오직 거룩한 분노뿐이다. 그리고 그 거룩한 분노를 가지고, 계산대들 사이로 빨리 위엄 있게 걸어가시면서, 값어치에 따라서 꼼꼼히 정리해 놓은 돈뭉치들을 흩트리시고, 크고 작은 탁자들을 엎어 놓으시니, 모든 것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튀어 오르는 쇳소리와 부딪히는 나무소리를 내고, 분노와 낭패의 부르짖음과 찬성하는 소리가 뒤범벅이 된다. 그런 다음 예수께서는 짐승들을 지키는 사람들에게서 소와 양과 어린양을 매어 놓은 밧줄을 빼앗아, 아주 단단한 채찍을 만드시는데, 그 여러 가닥이 고리 매듭으로 함께 묶이었다. 예수님은 일어나셔서 그 채찍을 휘두르며 사정없이 내리치신다. 그렇다. 정말이지 사정없이 내리치신다.

예기치 않은 우박 같은 매가 머리와 등마루에 떨어진다. 신자들은 용케 몸을 피하고 이 광경을 놀라서 바라본다. 죄지은 자들은 성전 구내 밖에까지 쫓겨서 돈을 땅에 떨어뜨리고, 크고 작은 짐승들을 뒤에 남겨둔 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친다. 짐승은 다리와 뿔과 날개들이 엉키어 큰 혼잡을 이룬다. 서로 앞다투어 달아나려고 하고 날아가려고 한다. 소와 양의 울음소리, 비둘기와 멧비둘기들의 구구하고 우는 소리와 폭리를 탐하는 사람들이 달아나는 것을 보며 웃고 고함치는 소리가 동시에 일어나, 틀림없이 다른 마당에서 목을 따는 짐승들의 애처로운 합창소리까지 들리지 않게 한다.

사제들이 달려오고, 동시에 유대교 교사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뛰어온다. 예수께서는 뒤쫓아가시다가 돌아오셔서 아직 성전의 마당 한가운데에 서 계신다. 아직 채찍을 들고 계신다.

"당신은 누구요? 어떻게 감히 이런 일을 해서 규정된 의식을 방해한단 말이오? 당신은 어떤 학파에서 왔소? 우리는 당신을 알지 못하오. 당신이 누군지 우리는 모른단 말이오."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소. 이 참 성전을 헐기라도 해 보시오. 나는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소. 나는 하느님의 집의 거룩함도 의식도 방해하지 않소. 오히려 당신들이 하느님의 집에 폭리를 취하는 자들과 모리배들이 자리 잡게 허락해서 이 집의 질서를 깨뜨리고 있소. 내 학파는 하느님의 학파요. 온 이스라엘의 학파였던 학파, 모세에게 말씀하신 하느님의 입으로 이루어진 하느님의 학파요. 당신들이 나를 알지 못한 거요? 알게 될 것입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고요? 알게 될 것입니다. "

그리고 사제들을 상관하지 않은 채 백성들 쪽으로 몸을 돌리시어, 당신 키로 주위를 압도하시며, 흰 옷을 입으신 몸에 겉옷은 벌어져 어깨 뒤에서 펄럭이는 가운데, 연설하다가 가장 비장한 대목에 와 있는 연설자와 같이 양팔을 뻗고 말씀하신다.

"이스라엘 사람 여러분은 들으시오. 신명기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문에 재판관과 사법관을 세워 놓아라‥‥ 그러면 그들이 백성들을 재판할 것인데, 아무에게 대하여도 불공평하지 않게 공정하게 재판할 것이다. 아무에게 대하여도 특별한 고려를 해서는 안된다. 선물을 받지 말아라, 선물은 현인들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인들의 말을 둔하게 하기 때문이다. 네가 살기 위하여, 또한 주 네 하느님께서 주실 땅을 차지하기 위하여 올바른 길을 올바르게 걸어가라.'

이스라엘 사람 여러분, 들으시오! 신명기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사제들과 성직자들과 레 위파의 모든 사람은 이스라엘의 나머지 지파 사람들과 같이 아무런 몫도 아무런 유산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주의 제사와 주께 드리는 제물을 가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께서 그들의 상속이시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형제들이 차지 하늘 것에서는 아무런 몫도 받지 못할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 여러분, 들으시오! 실명기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네 형제에게는 돈도 낟알도 다른 어떤 물건도 이자를 받고 빌려주지 말아라. 외국인에게는 이자를 받고 빌려주어도 된다. 반대로 네 형제에게는 그에게 필요한 것을 이자 없이 빌려 주어라.'

이것이 주의 말씀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이스라엘에서 재판관들이 가난한 사람에 대하여는 공평하지 않게 재판한다는 것을 아십니다. 옳은 사람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힘 있는 사람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가난하다는 것 서민이라는 것은 압제를 당한다는 뜻입니다. 만일 유력자들만이 존경을 받고 그들의 청만이 들어지곤 가난한 사람은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을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백성들이 '우리를 재판하는 사람이 공평하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주를 공경할 의무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주를 존경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백성들이 주를 존경할 수 있겠습니까? 주의 계명을 어기는 것이 그분을 존경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이스라엘에서 이 사람들이 왜 소유지를 가지고 있으며 사제들의 호의를 얻으려고 그렇게 하는 세리들과 죄인들의 선물을 이 사람들이 왜 받고, 사제들이 손궤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 왜 선물을 받습니까?

하느님이 그분의 사제들의 상속이십니다. 사제들에게는 이스라엘의 아버지가 어떤 다른 아버지보다도 더한층 아버지 노릇을 하셔서 그들의 양식을 마련해 주십니다. 아버지라면 물론 그렇게 해야 하겠지만 당연히 그래야 할 것 이상으로는 안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시 성전의 봉사자들에게 재산도 소유지도 약속하지 않으셨습니다. 영원에서 그들은 그들의 공평에 대한 상으로 모세와 엘리야와 야곱과 아브라함이 받은 천국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아마로 만든 옷과 썩지 않는 금으로 만든 면류관 밖에는, 즉 순결과 베푸는 마음씨 밖에는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육체는 참 하느님의 종인 정신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고 하느님께 대항해서는 안됩니다.

그 사람들은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렇게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무슨 권한으로 하느님의 계명을 악용해서 신성한 담 곁에서 하느님의 계명에 복종하기 위해서 온 이스라엘의 형제들의 희생으로 해서 폭리가 행해지는 것을 허락합니까? 내가 어떤 학파에서 왔느냐고 물어보기에 '하느님의 학파에서'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 여러분, 그렇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거룩하고 변함없는 이 학교로 여러분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서 왔습니다.

빛과 진리와 생명을 알기를 원하는 사람,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기를 원하는 사람은 내게로 오시오. 이스라엘 사람 여러분. 여러분은 모세를 따라 광야를 지나왔습니다. 훨씬 더 음산한 광야를 거쳐 여러분을 진짜 복된 땅으로 인도하게 나를 따르시오. 나는 하느님의 계명에 대하여 벌어지는 바다를 거쳐 그 복된 땅을 향하여 여러분을 이끌고 갑니다. 내 표를 높이 쳐들어 여러분의 어떤 병도 다 고쳐줍니다.

은총의 때가 왔습니다. 성조들은 이 은총의 때를 기다렸고, 이때를 기다리면서 죽었습니다. 예언자들은 이때를 예언하였고, 이 때를 바라면서 죽었습니다. 의인들은 이때를 갈망하였고, 이 갈망으로 용기를 얻고 죽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은총의 때가 나타났습니다.

오시오. 모세의 입으로 약속하신 것과 같이 '주께서 당신 백성을 심판하시고, 당신을 섬기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실 참입니다.'

예수를 빙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그곳에 서서 입을 벌리고 그분의 말씀을 듣는다. 그리고는 새 선생님의 말을 해석하고, 그분의 동행들에게 말을 물어본다.

예수께서는 회랑으로 이 마당과 분리되어 있는 다른 마당으로 향해 가시고, 그분의 친구들이 따라간다.

-환상은 여기서 끝난다.

 

17. 가리옷 사람과 토마와의 만남. 열성당원 시몬에 대한 기적

 

예수께서 제자 여섯 명과 같이 계신다. 전날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예수와 같이 예루살렘에 오고 싶다고 말하였던 유다 타대오가 보이지 않는다.

시내에 사람들이 여전히 몰려드는 것을 보면 아직 과월절인 모양이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라,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집으로 온다. 예수께서도 손님으로 들어 계신 집으로 향하여 가신다. 그 집은 최후의 만찬실이 있는 집이 아니다. 그 집은 시의 경계에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내에 있다. 그런데 이 집은 벌써 올리브나무 재배지 한가운데 있는 진짜 시골집이다. 집 앞에 있는 작은 마당에서는 줄지어서 야산 밑에까지 내려오는 나무들이 보인다. 나무들은 별로 높지 않은 두 언덕 사이에 있는 단층을 통하여 흘러가는 물이 아주 적은 작은 개울이 있는 곳에서 끝난다. 성전은 그 두 언덕 중의 하나의 꼭대기에 있다. 또 한 언덕에는 올리브나무가 끝없이 심어져 있다. 예수께서는 그 조용한 나무들의 온 매력을 간직한 채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그 언덕 맨 아래에 와 계신다.

"요한, 자네 친구분을 기다리는 사람 둘이 있네" 하고 올리브나무 재배지를 돌보는 농부 아니면 주인인 듯한 나이 많은 남자가 말한다. 요한이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어디들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이에요?"

"모르겠네. 한 사람은 분명 유다인이야. 또 한 사람은‥‥ 모르겠어 ‥‥물어보지 않았거든."

"어디에 있습니까? "

"부엌에서 기다리고 있네, 그리고‥‥ 그리고‥‥그래 ‥‥ 맞았어, 한데 투성이인 사람이 또 하나 있어 ‥‥ 나는 그 사람보고 거기 멈춰 서라고 했지 ‥‥ 그 사람이 문둥병 환자면 안되니까‥‥ 그 사람은 성전에서 말한 예언자를 보고 싶다고 하네."

그때까지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던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우선 그 사람을 보러 가자.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각이 있으면 오라고 일러라. 그들에게 여기 올리브나무 밭에서 말하겠다. " 그리고 그 남자가 가리킨 곳으로 몸을 돌리신다.

"그럼 저희들은 어떻게 합니까?"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오고 싶으면 오너라."

온몸을 싼 한 남자가 소유지의 경계 바로 옆에 수평 돌출부를 받치고 있는 투박한 작은 담장에 기대서 있다. 그 사람은 작은 개울을 끼고, 소유지 가장자리를 따라 난 오솔길로 해서 올라왔을 것이다. 그에게로 향하여 오시는 예수님을 보자 그 사람은 외친다. "물러가세요, 물러가세요! 그렇지만 불쌍히 여겨 주기도 하세요! " 그리고 옷을 떨어지게 놓아두면서 몸통을 드러낸다.

얼굴은 벌써 딱지 투성이지만, 몸통은 온통 헌데로 얼룩져 있다. 깊이 파인 헌데들도 있고. 붉은 덴자 국 같은 것들도 있고, 어떤 것들은 그 위에 흰 유리가 붙어 있는 것처럼 희끄무레한 반투명의 것이다.

"당신은 문둥병자로군요! 나더러 어떻게 해달라는 것입니까?

"저를 저주하지 마시고, 저를 돌로 쳐 죽이지 마세요! 어제저녁 선생님은 하느님의 목소리와 은혜를 가져오는 분 모양으로 나타나셨다고 사람들이 말해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의 표를 높이 쳐들어서 무슨 병이든지 다 낫게 하신다는 것을 증명하셨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 표를 제 위에 쳐들어 주십시오. 저는 저기 ‥‥ 무덤들 있는 데서 왔습니다‥‥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오느라고 개울가의 가시덤불 사이로 뱀처럼 기어 왔습니다. 어슴푸레한 빛에서는 제가 어떻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저녁때가 되기를 기다려서 이렇게 했습니다. 저는 감히 했습니다. 꽤 마음씨 착한 저 집의 주인을 만났습니다. 그 샤람은 저를 죽이지 않고 '작은 담장에 기대서 기다리게' 하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선생님도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여섯 제자와 집주인과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은 멀리 그대로 서서 불쾌감을 분명히 나타냈기 때문에 예수님 혼자서 앞으로 나아가신다. 나환자는 또 말한다. "앞으로 더 오지 마세요! 더 오지 마세요! 저는 더럽혀졌습니다! "

그러나 예수께서는 앞으로 나야 가신다. 예수께서 어떻게나 측은한 눈길로 그 사람을 바라보셨던지 그 사람은 울기 시작한다. 그는 무릎을 꿇고 얼굴을 거의 땅에 대고 "선생님의 표를! 선생님 외 표를! " 하고 부르짖는다.

"때가 되면 나타날 것이오. 그러나 당신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어나시오. 병이 나으시오. 내가 그렇게 되기를 명하오. 그리고 나를 위하여 이 도시에서 표가 되어 주시오. 이 도시는 나를 알아야 합니다. 일어나라니까요!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는 죄짓지 마시오! "

그 사람은 천천히 천천히 일어난다. 그는 마치 수의 속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이 키 크고 꽃이 핀 풀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나았다. 그는 마지막 햇빛에 자기 몸을 들여다본다. 그는 나았다. 그는 외친다. "제가 깨끗해졌습니다! 아 이제는 선생님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율법을 지켜야 합니다. 사제를 찾아가 보시오. 이제부터는 착하게 사시오. 자 가시오."

그 사람은 예수님의 발아래 엎드리려는 몸짓을 하려고 하다가 율법의 견지로는 아직 부정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참는다. 그러나 자기 손에 입을 맞추고, 그 입맞춤을 예수께 보낸다. 그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 놀라 말을 잃었다. 예수께서는 병 나은 나환자에게 등을 돌리고 미소를 지으시며 그들을 격려하신다. "벗들아, 저것은 육체의 문둥병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의 문둥병이 사라지는 것을 볼 것이다. 나를 보자고 한 것이 당신들입니까?" 하고 알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저희들은 저번 날 저녁‥‥성전에서 선생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친척이라고 하는 어떤 분이 선생님이 여기 계시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

"그런데 왜 나를 찾으십니까?"

"선생님은 진리의 말씀을 가지고 계시니까 저희를 받아주시겠다면 선생님을 따르려고 그럽니다. "

"나를 따르겠다고요? 그러나 내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선생님. 그렇지만 분명히 영광을 향해 가시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것이 아닌 영광, 하늘에 있어서 덕행과 희생으로 얻게 되는 영광을 향해 갑니다. 왜 나를 따르려고 합니까?"하고 예수께서 다시 물으신다.

"선생님의 영광에 한몫 끼기 위해서 그럽니다. "

"하늘에 따른 영광 말입니까? "

"예, 하늘에 따른 영광 말입니다. "

"아무나 다 그 영광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맘몬*이 덫을 놓기 때문인데, 하늘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더 많은 덫을 놓기 때문입니다. 의지가 강한 사람만이 저항합니다. 나를 따른다는 것이 우리 안에 있는 원수와 세속이라는 원수와 사탄이라는 원수와의 끊임없는 싸움을 내포한다면 왜 나를 따르겠다는 것입니까? "

"그것은 우리의 정신이 우리를 끌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 매료된 우리의 정신이 말입니다. 선생님은 거룩하시고 유력하시니 우리는 선생님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

"친구!!!" 예수께서 입을 다물고 한숨지으신다. 그런 다음 줄곧 말하는 그 사람을 뚫어지게 건너다보신다. 그 사람이 이제는 머리에 덮어쓰고 있던 겉옷이 떨어지는 것을 그대로 둔 바람에 머리가 드러났다. 그 사람은 가리옷의 유다이다. "서민보다 말을 잘하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

"저는 시몬의 유다입니다. 가리옷 사람이지만 성전에 속해 있습니다(혹은 성전에 있습니다). 저는 유다인들의 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 꿈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선생님이 왕이시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선생님의 거동을 보고 선생님이 왕이시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저를 받아 주십시오."

"당신을 받아 달라고요? 지금? 당장이요? 안됩니다."

"왜 안됩니까, 선생님?"

"그것은 대단히 가파른 길에 들어서기 전에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

"선생님은 제 성실성을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

"당신 말 대로요. 당신의 경우에는 순간적인 충동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이 꾸준하리라고는 믿지 않아요. 유다. 곰곰이 생각해 보시오. 나는 이제 떠나는데, 오순절을 지내서 돌아옵니다. 당신이 성전에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무엇을 할 능력이 있는지 알아차리시오‥‥ 그리고 당신은 누구십니까? "

하고 예수께서는 알지 못하는 두 번째 사람에게 물어보신다.

"선생님을 뵌 또 한 사람입니다. 선생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겁이 납니다. "

"아닙니다. 자만은 파멸의 원인입니다. 두려움은 장애가 될 수도 있지만, 만일 겸손에서 오면 도움이 됩니다. 두려워 마시오. 당신도 곰곰이 생각해 보시오. 그리고 내가 올 때‥‥."

"선생님은 매우 거룩하십니다. 저는 합당하지 않을까 봐 겁이 나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사랑으로 말하면 염려가 없으니까요‥‥."

"이름이 무엇입니까? "

"토마라고 합니다. 별명은 디디모라고 하고요."

"당신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시오."

예수께서는 그 사람들을 돌려보내시고 저녁식사를 하시려고 손님으로 들어 계신 집으로 돌아오신다. 그분과 같이 있는 여섯 사람은 많은 질문을 하려고 한다.

"선생님은 왜 두 사람 사이에 차별을 두셨습니까?‥‥차별이 있었거든요. 두 사람이 다 같은 충동을 따랐는데요‥‥" 하고 요한이 묻는다.

"이 사람아, 같은 충동이라도 풍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두 사람이 같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덜 완전해 보이는 사람이 더 완전하다. 그것은 그가 인간적인 영광에 대한 열광적

인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내가 좋아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

"저도요! "

"저두 마찬가집니다. "

"저도요."

"저도요."

"저도요."

"저도요."

"안다. 나는 너희들이 어떤 사람들이라는 것을 안다. "

"그러면 저희들은 완전합니까? "

"천만에! 그러나 사랑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가지고 있으면 너희들도 토마와 같이 완전하게 될 것이다. 완전하다고? 아! 이 사람들아! 그래 하느님 말고 누가 완전하단 말이냐? "

"선생님은 완전하십니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나로 말하더라도, 만일 너희가 나를 순전히 예언자로만 본다면 나는 완전하지 못하다. 아무 사람도 완전하지 못하다. 그러나 너희들에게 말하고 있는 이 사람은 아버지의 말씀이기 때문에 나는 완전하다. 하느님의 생각은 하느님에게서 나오는데. 그 생각이 말씀이 된다. 나는 내 안에 완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너희들이 내가 아버지의 말씀이라는 것을 믿으면, 이것을 믿어야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너희들이 보다시피 나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그것은 내가 인간의 모든 불행을 짊어져서 나 자신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짊어지고-이것이 내 첫 번째 십자가이다-그것들을 짊어진 다음에 없애버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불행에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이다. 이 사람들아, 그것은 엄청나게 무거운 짐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기꺼이 짊어진다. 그 불행들을 짊어지는 것이 내 기쁨이다. 사람의 아들로서 내가 인류를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겠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그랬던 것과 같이 말이다. "

예수께서는 초라한 식탁에 앉으셔서 손으로는 조용한 손짓을 하시며 얼굴을 약간 기울이시고 조용히 말씀하신다. 식탁에 놓은 작은 기름 등잔불이 아래쪽에서 얼굴을 비춘다. 예수께서는 가볍게 미소 지으신다. 그분은 벌써 자기를 인정하게 하시는 스승이시고, 그분의 얼굴 모습에서는 많은 우정이 풍긴다. 제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그분의 말씀을 듣는다.

"선생님‥‥왜 선생님이 어디 사시는지 아는 사촌이 오지 않았습니까?"

"베드로야! ‥‥너는 내 돌들*중의 하나, 첫째 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돌이 쓰기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너도 총독관저의 대리석들을 보았지? 그 대리석들은 산허리에서 힘들게 캐어져서 지금은 총독관저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반대로 저기 키드론 냇물 속에서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조약돌들을 보아라. 저 조약돌들은 저절로 이 급류 바닥에 왔고, 누가 그것들을 원하기만 하면 즉시 주워가도 아무 저항이 없다. 내 사촌은 내가 말하는 첫 번 째 돌들과 같다‥‥

산허리가, 즉 그의 가족이 그를 두고 나와 경쟁하는 것이다. "

"그렇지만 저는 아주 개울 속에 있는 돌들과 같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을 위해서 저는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집도 아내도 고기잡이도 형제들도 모두요. 선생님을 위해서 모두요."

"베드로야, 나도 안다. 그래서 너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다도 올 것이다. "

"어떤 유다 말씀입니까? 가리옷의 유다요? 저는 그 사람이 오기를 꼭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은 훌륭한 신사입니다. 그렇지만‥‥저는‥‥ 예 저는 저 자신을 더 낫게 생각합니다‥‥."

베드로가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모두들 웃는다.

"웃을 일이 아니야. 내 말은 순박한 갈릴래아 사람, 있는 그대로의 그렇지만 솔직한 어부를‥‥ 도시 사람들보다 낫게 생각한다는 말이야‥‥ 도시 사람들은‥‥뭐랄까‥‥ 모르겠어. 이렇단 말이야. 그렇지만 선생님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셔."

"그래 알아듣는다. 그러나 판단하지 말아라. 이 세상에서 우러는 서로 필요하다. 그리고 들에 있는 꽃들과 같이 착한 사람들이 악한 사람들과 섞여 있다. 유익한 접시꽃 옆에 독당근이 있는 것이다. "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무엇 말이냐, 안드레아? "

"요한에게서 선생님이 가나에서 행하신 기적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이 가파르나움에서도 기적을 행하시기를 몹시 바랬었습니다‥‥그런데 선생님은 먼저 율법을 지키지 않고는 기적을 행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왜 가나에서는 행하셨습니까? 왜 거기서는 행하시고, 선생님의 고향에서는 행하지 않으십니까? "

"율법을 지키는 것은 어느 것이든지 하느님과 결함 하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의 능력이 많아지는 것이다. 기적은 하느님과의 결합, 하느님의 친절한 현존, 그분의 우리와의 일치의 증거이다. 그렇기 매문에 나는 일련의 기적을 행하기 전에 이스라엘 사람으로서의 내 의무를 다하고자 한 것이다. "

"그렇지만 선생님은 율법을 지킬 의무가 없었습니다. "

"왜? 하느님의 아들로서는 의무가 없다. 그러나 율법의 아들로서는 지킬 의무가 있다. 지금 당장은 이스라엘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밖에는 알지 못한다‥‥. 또 나중에까지도 거의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 아니 그보다도 못한 사람으로 알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죄지을 기회를 주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율법을 지키는 것이다. "

"선생님은 거룩하신데요."

"거룩함이 복종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완성한다. 게다가 그것 말고도 모범을 보여줄 일이 있었다. 착한 모범을 보이지 않는 아버지나, 형이나, 선생이나, 사제에 대해서 너는 어떤 말을 하겠느냐?"

"그러면 가나는요? "

"그것은 내 어머니께 드려야 하는 기쁨이었다. 가나는 내 어머니께 드려야 할 것에 대한 분할 지불금이다. 어머니께서 맨 처음으로 은총을 가져오셨다. 여기서는 메시아로서의 내 능력을 공공연하게 시작함으로써 거룩한 모성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저기 가나에서는 하느님의 거룩한 여인에게, 지극히 거룩한 여인에게 경의를 표해야 되었다. 내 어머니를 통하여 세상이 나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행하는 내 첫 번째 기적이 그분께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또다시 토마이다. 그는 들어와서 예수의 발아래 엎드린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돌아오시는 것을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을 모시고 있게 해 주십시오. 저는 결점투성이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크고 참된 이 사랑, 제 보물이 있습니다. 이 사랑은 선생님의 것입니다. 선생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선생님,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디디모 야, 그대로 남아서 나를 따라라. 성실하고 끈질긴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너희들은 축복받았다. 너희들은 내게 있어서 친척들보다 더 귀하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너희들은 죽기 마련인 피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너희들의 영혼의 의지에 따라 아들들이고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지만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과의 친분관계보다 더 가까운 친척관계는 없다. 그런데 너희들은 선을 원하기 때문에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한다."

- 이렇게 해서 환상이 끝난다.

 

오후 네시다. 그런데 벌써 졸음의 그림자가 내 위에 드리워진다. 그런데 어제의 고통의 시간의 당연한 결과로 이 잠이 깊으리라는 것을 나는 느낀다.

그러나 10월 24일에도 나는 너무나 아파서 아마 뇌막염과 같은 두통을 겪는 동안 묘사한 환상이 끝난 다음에, 마침내 예수께서 나 혼자만의 예수님으로 내게 나타나실 때와 같은 옷을 입으신 것을 보았다는 말을 덧붙일 용기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옷은 약간 상아 빛깔을 띤 흰색의 고운 모직으로 만든 옷이었고, 거기에 잘 어울리는 겉옷이었다. 메시아로서 처음으로 예루살렘에 당신을 나타내셨을 때 입으셨던 그 옷이었다.

 

*역주 : Mammon. 시리아의 황금의 신.

*역주 : 원래 Petra (바위, 돌)이라는 말에서 베드로(Petrus)라는 말이 나왔다.

 

18. 토마가 제자가 되다

 

오늘 아침 여러 시간에 걸친 아주 무거운 잠에서 께어나 날이 새기를 기다리면서 기도하는 동안 이어지는 환상을 보았다. 이어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도 아직 같은 장소에 있다. 벽이 온통 연기로 검게 된 넓고 낮은 부엌은 겨우 길고 좁은 투박한 식탁에 놓여 있는 작은 기름등잔 하나로 밝혀져 있으며, 그 식탁에는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집주인 이렇게 여덟 사람이 한쪽에 네 사람씩 앉아 있다.

예수께서는 아직 등 없는 걸상에 돌아앉아 계신다. 다리가 셋 달리고 등이 없는 걸상밖에 없다. 진짜 촌스러운 가구이다. 예수께서는 아직 토마와 말씀하신다. 예수의 손은 새로 온 사람의 어깨에 내려와 있다. 예수께서 토마에게 말씀하신다. "이 사람, 일어나게. 저녁을 먹었는가?"

"못 먹었습니다. 저와 동행했던 또 한 사람과 같이 몇 미터를 가다가 그 사람을 놔두고, 가던 길로 돌아오면서 병이 나은 문둥병자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그 사람에게 이 말을 한 것은 그 사람이 부정한 사람을 가까이하기를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짐작이 맞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선생님을 찾은 것이지, 문둥병자를 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를 받아 주십시오! ' 하고 말씀드리러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올리브나무 재배지 주위를 돌고 있었는데 한 젊은이가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를 고약한 생각을 품은 사람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 젊은이는 소유지가 시작되는 곳에 있는 경계표 가까이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내 아들이요." 그리고는 설명을 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그 애는 압착기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겁니다. 우리의 금년 수확 거의 전부가 지하 저장고 압착기 아래 있어요. 금년은 대풍이었습니다. 기름이 많이 나왔지요. 사람들은 많을 때에는 지키지 않는 곳을 털어가는 부랑배들이 끼어듭니다. 꼭 8년 전 안식일 전날에 그놈들이 우리 기름을 전부 훔쳐갔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번갈아가며 야경을 돌고 있지요. 그 애 어머니가 저녁을 갖다 주러 갔습니다. "

"그래 그 젊은이가 '뭐 하는 거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투가 어떻게나 딱딱하던지 어깨에 몽둥이를 맞지 않으려고 빨리 해명했습니다. 나는 여기 사시는 선생님을 찾소'라고요. 그랬더니 젊은이는 '당신 말이 참말이면 집으로 갑시다'라고 대답하고 여기까지 같이 왔습니다. 문을 두드린 것이 그 젊은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 몇 마디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갔습니다."

"멀리 사느냐? "

"시의 저쪽 동쪽 성문 바로 근처에 삽니다."

"너 혼자 있느냐? "

"부모님과 같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은 베들레헴 가는 길 옆에 사는 다른 친척들한테 가셨고, 저는 선생님을 밤낮으로 찾느라고 남아 있다가 결국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

예수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러면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이구나? "

"예."

"길은 멀고, 밤은 어둡고. 로마 순찰대들은 시내를 누비고 다닌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하고 같이 있고 싶으면 있어라."

"아이고! 선생님! " 토마는 좋아한다.

"이 사람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어라. 그리고 모두 형제에게 무엇을 좀 주어라."

당신으로서도 예수께서는 당신 앞에 있는 치즈의 일부를 떼어내시며 토마에게 설명하신다. "우리는 가난하다. 그리고 식사가 거의 끝났다. 그러나 모두가 진심으로 네게 주는 것이다. "

그리고 당신 곁에 앉아 있는 요한에게 말씀하신다. "친구에게 네 자리를 양보해라."

요한은 곧 일어나서 식탁 옆쪽에 가서 주인 곁에 앉는다.

"토마야, 앉아서 먹어라."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벗들아, 너희들은 항상 이렇게 해서 사랑의 법을 지켜라. 나그네는 벌써 하느님의 율법으로 보호받는다. 그러나 너희들이 이제는 내 이름으로 나그네를 한층 더 사랑해야 한다. 누가 하느니의 이름으로 너희들에게 빵이나 잠자리나 물 한 모금을 와서 청하면, 너희들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주어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거기 대한 상금을 주실 것이다. 너희는 모든 사람에게, 원수들에게까지도 이렇게 해야 한다. 이것이 새 법이다. 지금까지 너희는 이런 말을 들었었다.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원수들을 미워하여라' 하고 그러나 나는 너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여라' 하고. 아! 만일 너희들이 내가 말하는 것과 같이 사랑하면 너희들이 하느님께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을지 모른다! 어떤 사람이 '나는 당신과 같이 함께 주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의 어린양을 따르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면, 그때에는 그 사람이 너희들에게 있어서 같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너희가 영원한 유대. 즉 그리스도의 유대로 맺어지겠기 때문이다. "

"그렇지만 그 후 어떤 사람이 솔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요? '이렇게 저렇게 하고자 한다'라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말이 항상 사실과 맞아 들어가지는 않거든요" 하고 베드로가 대단히 화가 나서 말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가 보통 때의 명랑한 기분이 아닌 것 같다.

"이봐 베드로야. 네 말은 양식과 정의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아라. 착한 마음씨와 신뢰로 잘못을 저지르는 편이 불신과 무정으로 과오를 범하는 것보다 낫다. 만일 네가 비열한 자에게 선행을 하면, 그 때문에 네게 어떤 해가 돌아오겠느냐? 아무런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하느님의 상급은 항상 성실한 네 몫이 될 것이고. 반면에 상대는 네 신뢰를 저버린 것으로 인하여 불명예를 얻게 될 것이다. "

"아무런 해도 돌아오지 않다니요? 내참! 어떤 때는 비열한 자가 배은망덕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술 더 떠서 명성과 재산과 심지어 생명까지도 해치는 일이 있는걸요."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서 네 공로가 줄어들겠느냐?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이 중상을 믿고, 그래서 네가 욥보다도 더 가난하게 될 수밖에 없고, 그 잔인한 사람이 네 목숨을 앗아간다 하더라도, 하느님이 보실 때 무엇이 달라지겠느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을 것이다. 다만 네게는 변화가 있겠지만 더 낫게 되는 변화일 것이다. 네 착한 마음씨의 공로에 정신적인 순교의 공로와 재산을 잃고, 목숨을 잃은 공로가 보태질 것이다."

"좋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될 겁니다. " 베드로는 이제 입을 다문다. 뾰로통해 가지고 머리를 한 손으로 괴고 있다.

예수께서는 토마 쪽으로 몸을 돌리고 말씀하신다. "이봐라. 내가 올리브나무 재배지에서 처음에 '내가 지방을 한 바퀴 돌고 돌아왔을 때 당신이 아직 그렇게 되기를 원하면 내 제자가 되시오' 하고 네게 말했었지. 그런데 지금은 예수를 기쁘게 할 용의가 있느냐? '고 말하겠다. "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

"그러나 이 기쁨이 네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선생님을 섬기는 데에는 제게 고통스러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까?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

"나는 네게 이런 말을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만일 네가 사귀고 지내는 사람들이나 정다운 사람들이 있다면 ‥‥."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요! 제게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말씀하십시오."

"이 거봐라. 내일 새벽같이 그 문둥병자가 묘지를 떠나 사제에게 알릴 사람을 찾으러 갈 것이다. 너는 우선 무덤들 있는 곳으로 가거라. 이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이렇게 큰소리로 말하여라. '어제 깨끗해진 분은 밖으로 나오시오. 나를 당신에게로 보내신 분은 이스라엘의 메시아 나자렛의 예수요. 어제 당신 병을 고쳐 주신 분 말이오' 하고. '산 송장'의 세계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고 희망을 가지고 몸을 떨게 되도록 하여라. 믿음과 더불어 희망을 가진 사람은 내가 고쳐 주게 내게로 오기 바란다. 이것이 내가 가져오는 순결과 내가 지배하는 부활의 첫 번째 표시이다. 언젠가는 더 심오한 순결을 주겠다‥‥ 언젠가는 밀봉된 무덤들이 진짜 죽은 사람들을 쏟아댈 것이니, 그 사람들은 그들의 움푹 들어간 눈과 바싹 마른 턱뼈를 가진 채 나타나서, 림보의 기다림에서 해방된 영들의 기쁨으로 인하여 웃을 것이다. 그 기쁨이 아직은 멀리 떨어져 있지마는, 그래도 그들의 해골만으로도 벌써 느꼈던 것이다. 그들이 나타나서는 이 해방을 보고 웃을 것이고, 그것이 누구의 덕택인지를 알기 때문에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너는 가거라. 그 사람이 너를 향하여 올 것이다. 그 사람이 너더러 해 달라는 대로 해 주고, 그 사람이 네 형제인 것처럼 모든 일을 도와주어라. 그리고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당신이 완전히 깨끗하게 되면 도꼬와 에브라임 너머에 있는 강가의 길로 함께 갑시다. 거기서 예수 선생님이 당신과 나를 기다리시다가 우리가 어떻게 해서 그분을 섬겨야 하는지를 일러 주실 것입니다' 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요?"

"누구 말이냐? 가리옷 사람 말이냐? "

" 예."

'그 사람의 경우에는 내 권고가 그대로 계속된다. 그 사람이 스스로 결정하고 오래 곰곰이 생각하게 내버려 두어라. 그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피하여라."

"저는 문둥병자 곁에 있겠습니다. 무덤들이 있는 골짜기에는 이리저리 다니는 부정탄 사람들이나 불쌍히 여겨서 가까이 가는 사람들밖에는 없습니다."

베드로는 무슨 말인지 투덜대고 있다. 예수께서 그것을 들으셨다.

"베드로야, 무슨 일이냐? 너는 말을 안 하거나 투덜대거나 하는구나. 불평이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느냐?"

"불만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제일 먼저 온 사람들인데, 저희들에게는 기적 하나도 선물로 주지 않으셨습니다. 저희들이 제일 먼저 온 사람들인데, 선생님은 외부사람을 선생님 곁에 앉히십니다. 저희들이 제일 먼저 왔는데, 선생님은 그 사람에게는 책임을 맡기시면서 저희들에게는 안 맡기십니다. 저희들이 제일 먼저 왔는데, 그런데 ‥‥ 바로 말해서 꼴찌 같단 말씀입니다. 왜 강가 길에서 그 사람들을 기다리십니까? 분명히 그 사람들에게 어떤 임무를 맡기시려는 거지요. 왜 그 사람들에게는 맡기시면서 저희들에게는 맡기지 않으십니까?"

예수님은 그를 보신다. 성이 나지 않으셨다. 어린아이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처럼 그에게 미소를 보내기까지 하신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천천히 배드로에게로 가시어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씀하신다. "베드로야, 배드로 야! 너는 꼭 커다란 늙은 어린아이 같구나!"그러시면서 형 곁에 앉아 있는 안드레아에게 "내 자리로 가라"라고 말씀하시고 베드로 옆에 앉으셔서 한 팔을 그의 양어깨에 얹어 당신 어깨에 꼭 껴안으신 채 말씀하신다. "베드로야, 네게는 내가 불공평한 처사를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내가 하는 일은 불공평한 처사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너희들이 무슨 능력이 있는지를 내가 안다는 증거이다. 생각해 보아라. 어떤 사람이 시험을 거칠 필요가 있느냐? 아직 확실성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너희들이 내게 대하여 하도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너희들에게는 내 능력의 증거를 보여줄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여기 예루살렘에는, 악습과 무종교와 정치와 이 세상의 사물들이 정신들을 흐리게 하여 지나가는 빛을 볼 수 없을 정도가 된 이곳에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저기 그렇게도 깨끗한 우리 아름다운 호숫가에서는, 또 그와 같이 깨끗한 하늘 아래에서는, 정직하고 선을 갈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증거가 필요치 않다. 너희들도 기적을 얻게 될 것이다. 너희에게는 꽉 차서 흐르는 강물과 같이 풍부한 은총을 베풀어 주겠다. 그러나 내가 얼마나 너희를 존중하는지 생각해 보아라. 나는 증거를 요구하지 않고 또 너희들에게 증거를 보여 줄 필요를 느끼지 않은 채로 너희를 받았다. 그것은 너희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즉 내게는 소중하고 무척 소중하고 무척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베드로는 그의 침착성을 되찾아서 말한다. "예수님, 용서하십시오."

"그래 용서한다. 네가 뾰로통한 것이 사랑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나의 아들 시몬아, 샘을 내지 말아라. 네 예수의 마음이 어떤지 아느냐? 바다를 본일이 없느냐, 진짜 바다를. 본 일이 있다고? 좋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그 바다보다도 훨씬 넓다. 모든 사람이 들어올 만한 자리가 있다. 온 인류가 들어올 만한 자리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가장 작은 사람에게 가장 큰 사람에게 와 마찬가지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죄인도 죄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얻는다. 이 사람들에게는 내가 어떤 임무를 맡긴다. 물론이다. 너는 내가 그들에게 임무 맡기는 것을 막고자 하느냐? 내가 너희를 선택하였지, 너희가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너희를 어떻게 써야 할지 판단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만일 이 사람들에게 어떤 임무를 주어서-그 임무는 가리옷 사람에게 남겨준 기간이 자비일 수 있는 것과 같이 시련일 수도 있다-여기 남아 있게 하면, 네가 거기 대해 나를 비난할 수가 있겠느냐? 네게는 더 중요한 임무를 마련해 두었는지 알기나 하느냐? 그리고 '너는 나와 같이 가겠느냐?' 하는 말을 네가 듣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증거가 아니겠느냐? "

"맞습니다, 맞아요. 전 바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마,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용서해 주마. 아! 베드로야‥‥아니, 너희 모두에게 부탁이다. 절대로 공로와 자리다툼을 하지 말아라. 나는 왕으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난하게 외양간에서 태어났다. 나는 부자일 수도 있었는데. 일을 해서 살았고, 지금은 사람들의 자선으로 살고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말을 믿어라.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나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여기 사람의 종으로 있는 나 자신 말이다. "

"선생님이 종이 시라고요? 그건 절대로 안됩니다!"

"베드로야, 왜 그러느냐?"

"제가 선생님을 섬기겠으니까 그렇습니다. "

"비록 네가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돌보듯이 나를 섬긴다 하더라도 나는 사람에게 봉사하러 왔다. 인간에게 나는 구세주가 될 것이다. 이것과 비교할 만한 봉사가 어디 또 있단 말이냐? "

"아이고! 선생님! 선생님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시는군요. 그러니까 희미하던 것이 갑자기 환해집니다! "

"베드로야, 이제는 만족하느냐? 그러면 토마에게 마저 말을 하게 가만히 있어라. 그 문둥병자를 확실히 알아볼 수 있겠느냐? 병이 나은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별빛으로 인도되어 친절한 길손을 찾아 벌써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부모를 보려고 시내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다른 문둥병자가 그 사람 대신 나설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모습은 이렇다. 나는 그 사람 바로 곁에 있었고 황혼이었기 때문에 잘 살펴보았다. 그 사람은 키가 크고 말랐다. 혼혈아처럼 얼굴빛이 짙은 빛깔이고, 눈이 움푹하고 대단히 검으며, 눈썹은 눈같이 희고, 머리칼은 아마색이고 매우 굽슬굽슬하며, 코는 리비아 사람들 같이 끝이 납작하게 퍼졌고, 입술은 두터운데 특히 아래 입술이 두껍고,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 사람 살갗이 어떻게나 거무죽죽한지 입술은 보랏빛을 띨 지경이다. 이마에는 오래된 흉터가 남아 있는데, 딱지와 때가 깨끗이 없어진 지금은 그것이 유일한 흠일 것이다. "

"머리가 희면 늙었겠군요."

"필립보 야, 아니다. 늙은이 같아 보이지만 늙은이는 아니다. 문둥병 때문에 머리가 희어진 것이다. "

"혼혈아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

"베드로야, 아마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은 아프리카 사람들과 비슷하다. "

"그러면 그가 이스라엘 사람일까요? "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면? "

"그야!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면 떠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운 좋게 병이 나은 것만도 벌써 대단한 것이니까요."

"아니다, 베드로야. 그 사람이 우상숭배자라 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을 내쫓지는 않을 것이다. 예수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왔다. 그리고 잘 들어 두어라. 암흑의 백성들이 빛의 백성을 능가할 것이다‥‥."

예수께서는 한숨지으신다. 그리고 일어나신다. 찬가를 낭송하면서 아버지께 감사를 하시고 찬양하신다.

-환상은 이렇게 끝난다.

 

말이 나온 김에 지적하는데, 내 안에 알려주시는 분이 어제저녁부터 내가 문둥병자를 바라볼 때부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사람이 사도 시몬이다. 너는 그가 선생님께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타대오가 오는 것도 볼 것이다." 오늘 아침 성체를 모신 다음(오늘은 금요일이다) 미사 경본을 펼쳤을 때 오늘이 바로 성 시몬과 성 유다의 축일 전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일의 복음에는 내가 첫 번째 환상에서 본 것과 같은 말을 거의 되풀이해서 말하는 애덕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유다 타대오가 보이지 않는다.

 

19. 알패오의 유다, 토마, 그리고 시몬이 요르단강 옆에서 제자로 받아들여지다

 

요르단강 연안, 너희는 예수 시대에 그랬던 것과 같이 정말 아름답구나! 나는 너희들을 바라보고 물소리와 새로 돋는 나뭇잎들이 감미로운 멜로디와 같이 노래하는 너희 푸른빛 물결의 장엄한 평화를 매우 즐긴다.

나는 지금 꽤 넓고 잘 손질된 길에 있다. 통행이 많은 길인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도 로마인들이 열러 지방을 수도와 연결하기 위하여 뚫은 군용 도로인 것 같다. 길은 강 근처로 지나가지만, 정확히 강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도로와 강 사이에는 나무가 많은 좁은 땅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강둑을 든든하게 하고, 물이 불어나는 계절에는 물에 저항하는데 소용될 것 같다. 도로 저쪽으로도 숲이 계속된다. 그래서 길은 그 위에 무성한 가지들이 서로 얽히는 자연적인 회랑 같아 보인다. 해가 사정없이 내리쬐는 이 지방을 여행하는 길손들에게는 기분 좋은 휴식처이다.

강이, 따라서 길도 내가 있는 지점에서는 약한 휘어진 활 모양을 하고 있어서 나뭇잎이 뒤덮인 강변이 물이 고요한 못(호수)을 둘러싼 초록빛 담장과 같이 되어서 계속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영주의 저택이 큰 정원에 있는 못과도 같다. 그러나 물은 못의 물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물이 아니다. 물은 비록 천천히 흐르지만, 흐르기는 한다. 그것은 물에서 제일 가까운 가장 대담한 갈대에 부딪혀 찰랑찰랑 소리를 내는 물소리로 알 수 있다. 그 갈대들은 맨 아래쪽 모래 톰에 나 있고, 수면에 늘어져서 흐르는 물에 흔들리는 잎들은 물결치는 긴 리본 같아 보인다. 또 그 초록빛 머리카락 끝을 강물 위에 드리우고 있는 능수버들도 한 무더기 있다. 강은 흐르는 물살로 그 머리카락을 늘이고 우아하게 쓰다듬으면서 빗기는 것 같다.

지금 아침 시간에는 적요와 평온이 감돈다. 새들이 노래하며 부르는 소리, 나뭇잎에 물 부딪히는 소리, 나무들 사이에 돋아난 깊고 파란 풀잎에 이슬방울의 반짝임이 있을 뿐이다. 그 풀은 여름 해로 단단하고 누렇게 되지 않고, 자주 돋아난 것이어서 연하다. 그 풀들은 땅의 아주 깊숙한 데까지 신선함과 비옥하게 하는 성분으로 영양을 주는 봄비가 내린 후에 돋아난 것이다.

세 길손은 길이 구부러진 이곳, 바로 활의 정점에 와서 멈추어 섰다. 그들은 위아래로, 남쪽으로는 예루살렘 쪽을, 북쪽으로는 사마리아 쪽을 바라본다. 그들이 기다리는 어떤 사람이 오는지 보려고 나무줄기들 사이로 찾는다.

그들은 토마와 유다 타대오와 병 나은 문둥병자이다. 그들은 말한다.

"아무것도 안보입니까?"

"나요? 안 보이는데요!"

"나두요."

"그렇지만 여기가 약속한 장소가 틀림없는데요."

"확실합니까?"

"시몬, 확실해요. '물고기 성문'에서 불구자 거지를 고쳐주시는 기적을 행하신 다음 선생님이 군중의 환호를 받으면서 떠나가실 때 여섯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해 주었거든요. '이제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나갑니다. 예리고와 독고 사이 5마일 되는 곳, 강이 구부러진 곳 길가에서 우리를 기다리시오'하고. 바로 이 길이지요. 그 사람은 또 이런 말도 했어요. '우리는 사흘 후 새벽에 거기 갈 겁니다.'하고. 오늘이 사흘 째고, 그리고 내일이 나흘째인데요."

"오실까요? 예루살렘에서부터 선생님을 따라가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시몬, 당신은 아직 군중들 사이로 올 수가 없었어요."

"만일 내 사촌이 이리 오라고 말했으면 이리 올 겁니다. 내 사촌은 항상 약속을 지키니까요.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당신은 항상 선생님과 같이 계셨소?"

"항상 같이 있었어요. 나자렛으로 돌아온 뒤로 사촌이 나하고 친한 동무였어요. 늘 같이 있었지요. 우리는 동갑이지요. 내가 조금 위이고, 그리고 또 내 아버지의 형님인 그의 아버지가 나를 제일 사랑하셨어요. 그리고 또 그의 어머니도 나를 무척 사랑하셨어요. 내가 클 때에 내 어머니 보다느 내 사촌의 어머니하고 더 많이 지냈어요."

"그분의 어머니가 당신을 사랑하셨는데... 지금은 전보다 덜 사랑하시나요?"

"원 천만에요! 그렇지만 내 사촌이 예언자가 된 다음부터 우리는 좀 사이가 멀어졌지요. 그것이 내 친족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친족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내 아버지와 두 형 말입니다. 또 한 형은 망설이고 있지요... 아버지는 매우 연세가 높기 때문에 아버지께 불만을 품게 해 드릴 마음을 가지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이제는 달라졌어요. 이제는 내 마음과 정신이 끌리는 데로 갑니다. 예수께서도 가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율법을 어기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벌써...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면 예수가 내게 말해주었을 것입니다. 나는 예수가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선을 찾는 아들에게 반대할 권리가 있습니까? 만일 내가 내 구원이 여기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왜 그곳에 가는 것을 막습니까? 어째서 이런 경우에 아버지들이 우리에게 적이 됩니까?"

시몬은 고통스러운 추억들을 누가 들추어내 주는 것처럼 한숨짓는다. 그는 고개를 떨어뜨리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

토마는 반대로 대답한다. "나는 벌써 장애물을 뛰어넘었어요. 내 아버지는 내 말을 듣고 이해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내게 축복을 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좋다! 이 과월절이 네게는 기다림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믿을 수 있는 너는 행복하다. 나는 기다린다. 그러나 '그분'이 틀림없고, 네가 그분을 따르면서 '그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거든 네 늙은 아비에게 와서 '오세요! 이스라엘을 기다리던 분을 모셨습니다.'하고 말해 다오'하고 말씀하셨어요."

"당신은 나보다 운이 좋군요! 그런데 우리는 그의 곁에서 살면서!... 그와 한 집안인 우리가 믿지를 않는다니... 그리고 '그 사람 머리가 돌았어!'하고 우리가, 아니 그들이 말하다니!"

"저기 사람 한떼가 옵니다"하고 시몬이 외친다. "그분입니다. 그분이에요! 그분의 금발머리를 알아보겠어요. 아! 오세요! 뛰어갑시다!"

그들은 남쪽으로 빨리 걷기 시작한다. 활 모양의 정점에 그들이 도착한 지금은 나무들에 가려서 길의 계속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두 그룹은 조금도 예기치 않았던 순간에 서로 마주치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강변의 나무들 사이에 계시기 때문에 강에서 나오시는 것 같다.

"선생님!"

"예수!"

"주님!"

제자와 사촌과 기적을 받는 사람의 세 마디 외침이 숭배와 기쁨을 나타내면서 울려 퍼진다.

"평화가 너희에게 있기를!" 다른 목소리와 혼동될 수 없는 올 골지고, 울리고, 조용하고, 표현이 풍부하며, 분명하고, 씩씩하고, 부드럽고, 마음에 스며드는 아름다운 목소리이다. "유다 형도 왔어?"

"그 눈물은 왜?"

"아! 예수! 나는 자네하고 같이 있을래."

"나는 항상 형을 기다렸어. 그런데 왜 오지 않았어?"

유다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안 한다.

"그들이 못 오게 했구먼! 그런데 지금은?"

"예수, 나는... 나는 그들에게 복종할 수가 없어. 난 자네에게만 복종하기를 원해."

"그러나 나는 형에게 명령을 하지 않았는데."

"아니지, 자네는 명령을 하지 않았지. 그러나 자네의 사명이 명령하네. 자네를 보내신 분이 여기 내 마음 안에서 말씀하시는데, '그에게 가라'라고 하시네. 자네를 낳으신 분, 그리고 내게는 다정스러운 선생님이었던 분이 그 비둘기와 같은 눈으로 말없이 '예수의 사람이 되어라'하고 말씀하시네. 내가 이 가슴을 깊이 타고 드는 저 하늘이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나? 분명히 내 이익을 위해서 내게 간절히 청하시는 성녀의 그 부탁을 무시할 수 있나? 나는 요셉 쪽으로 해서 자네의 사촌인데, 자네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데서야 되겠나? 여기 강변에서 자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세례자가 자네를 알아보고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인사를 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자네와 같이 자라고, 자네를 따르면서 착하게 된 내가, 자네 어머니의 덕택으로 율법의 아들이 되었고, 성경과 기도문 외에 라삐들의 613가지 계율뿐 아니라 그 모든 이의 영혼까지도 마음속으로 들이마시다시피 한 내가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단 말인가?"

"그럼 아버지는 어떻게 하고?"

"내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빵도 부족하지 않고 도움도 없지 않아... 그리고 자네가 내게 모범을 보여주었어. 자네는 어머니의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오히려 백성의 이익을 생각했지. 그런데 마리아는 외톨이야. 내 선생인 자네가 말해주게. 아버지께 대한 공경을 어기지 않고도 '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 위에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래서 그분을 따라갑니다. 하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내 형이며 친구인 유다, 나는 형에게 이렇게 말하겠어. 형은 빛의 길에서 매우 멀리 나아갔다고. 와요, 하느님께서 부르실 때에는 아버지께 그렇게 말씀드려도 돼. 하느님 위에는 아무것도 없거든, 혈연의 계율까지도 사라지지. 아니 그보다도 우리의 눈물로 우리 부모와 우리 어머니들에게 더 큰 도움을 드리는데, 그것도 이 세상의 세월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영원한 목적을 위하여 드리는 것이지. 우리는 그분들을 우리와 같이 하늘로 끌어당기고, 애정을 희생하는 길로 해서 하느님께로 끌어당기는 것이야. 그러니까 유다 형, 여기 있어. 나는 형을 기다렸는데, 내 나자렛 생활의 친구인 형을 다시 얻으니 기뻐."

유다는 매우 감격하였다.

예수께서는 토마에게로 몸을 돌리고 말씀하신다. "너는 충실히 순종하였다. 제자로서의 첫째가는 덕행이다."

"선생님께 충실하려고 왔습니다."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너는 나중에까지도 충실할 것이다. 아주 부끄러워하며 뒤에 쳐져 있는 너도 두려워하지 말고 오너라."

"주님!" 하고 문둥병자였던 사람이 예수의 발아래 엎드린다.

"일어나거라. 이름이 무엇이냐?"

"시몬입니다."

"가족은?"

"주님... 제 가족은 유력했습니다... 저도 존경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종파 간의 원한과... 또 젊은 시절의 방탕이 그 권세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제 아버지는... 아! 저는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닌 눈물을 제게 흘리게 한 아버지를 반대해서 말해야 하겠습니다! 선생님 보셨지요, 아버지가 제게 어떤 선물을 했었는지요!"

"아버지가 문둥병 자였느냐?"

"문둥병자는 아니었습니다. 저도 문둥병자는 아니고 다른 이름을 가진 병에 걸렸었는데, 그 병을 우리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러 가지 문둥병과 같이 분류합니다. 아버지는... 그때 아버지의 집은 아직 세력이 있어서, 집에서 존경을 받으며 살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구해주지 않으셨더라면 무덤들 가운데서 죽었을 것입니다."

"외톨이냐?"

"외톨이지만 충실한 하인이 한 사람이 있어 제게 남아 있는 것을 보살핍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알렸습니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을 거북해하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그를 자세히 살펴보신다. "시몬아, 너는 나보고 '선생님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말했었지. 이제 나는 너보고 '나를 따르라'라고 말한다."

"주님! 즉시 따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한 가지 말씀을 드리게 해 주십시오. 제가 속해 있던 계급 때문에 '열렬한 사람'이라고 불렸었고, 또 제 어머니 때문에 '가나안인'이라고 불렸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저는 천한 신분의 사람입니다. 제 안에는 노예의 피가 있습니다. 제 아버지는 본처에서 아들을 얻지 못했고, 노예의 몸에서 저를 얻었습니다. 선량한 부인인 아버지의 본처는 저를 친아들처럼 키웠고, 돌아가실 때까지 제가 수없이 많이 앓는 동안에 저를 간호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노예도 없고 해방된 노예도 없다.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오직 한 가지 노예와 같은 상태가 있을 뿐이다. 그것은 죄이다. 그리고 나는 죄를 없애려고 왔다. 나라가 모든 사람의 것이기 때문에 나는 너희 모두를 부른다. 학식이 있느냐?"

"학식이 있습니다. 저도 실력자들 사이에서 지위를 보전했었습니다. 제 병이 옷으로 가려져 있는 동안은 그랬습니다. 그러나 병이 눈에 띄게 되자... 제 적들은 좋아서 그 병을 이용해 저를 '송장들' 사이에 가두었습니다. 사실 제가 진찰을 받은 체사레아의 로마인 의사가 말하는 것처럼 제 병은 진짜 문둥병이 아니고 유전성 포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병을 전염시키지 않으려면 자식을 낳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저주 안 할 수 있습니까? "

"아버지를 저주해서는 안된다. 아버지는 네게 갖가지 불행을 주었다..."

"아! 그렇고 말고요! 아버지는 가산을 탕진했습니다. 아버지는 방탕하고, 포악하고, 인정이 없고, 애정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건강과 애무와 평화를 거절했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업신여김을 받게 하는 이름을 낙인처럼 찍어주었고, 수치스러운 병을 넘겨주었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아들이 장래까지도 마음대로 했습니다. 아버지는 제게서 아비가 되는 기쁨까지도 빼앗아갔습니다."

"그런 이유로 너더러 '나를 따르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 곁에서, 또 내 뒤에서 너는 아버지를 얻고 아들들을 얻을 것이다. 시몬아, 눈을 들어라. 저기서 진자 아버지께서 제게 미소를 보내신다. 네 눈길을 넓은 땅 위로, 여러 대륙으로, 여러 나라로 보내라. 거기에는 수많은 아들들이 있다. 그들은 너를 기다리고, 너 같은 많은 사람을 기다린다. 내 표 아래서는 버림받음이라는 것이 없어졌다. 내 표 안에서 고독이 없어졌고, 차별도 없어졌다. 이것은 사랑의 표이다. 그리고 사랑을 준다. 아들을 가지지 못한 시몬아, 오너라. 내 사랑을 위하여 아버지를 잃은 유다야 오너라. 너희를 같은 운명에 결합시킨다."

예수께서는 두 사람을 가까이 다가서게 하시고, 마치 그들을 차지하시려는 것처럼, 그들에게 공통의 멍에를 메워 주시려는 것처럼 그들의 어깨에 손을 얹으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들을 결합시킨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너희를 갈라놓는다. 시몬, 너는 여기 토마와 같이 남아 있어라. 토마와 함께 내가 돌아올 길들을 준비하여라. 얼마 안 있어 다시 올 터인데, 나를 기다리는 백성이 많기를 원한다. 병자들에게 병을 고쳐주는 분이 온다고 말하여라. 너는 그 말을 할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메시아가 백성 가운데와 있다고 말하여라. 죄인들에게는 향상하는 힘을 주기 위하여 용서하는 어떤 분이 있다고 말하여라...."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가 있을까요?"

"할 수 있다. 너희들은 이렇게만 말하면 된다. '그분이 오셨습니다. 그분이 여러분을 부르고 기다리십니다. 그분은 여러분에게 은총을 주려고 오십니다. 빨리 서둘러 그분을 보도록 하시오.' 그리고 이 말에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여라. 그리고 사촌 유다는 나와 이 사람들과 같이 가자. 그러나 유다는 나자렛에 남아 있어라."

"왜요, 예수?"

"유다는 우리 고향에서 내 길을 준비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유다는 이것이 보잘것없는 임무라고 생각하느냐? 사실을 이보다 더 중요한 임무가 없다..."

예수께서는 한숨지으신다.

"내가 성공할까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지. 그러나 모든 것이 우리를 정당화하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다."

"무엇에 대해서? 누구에게?"

"하느님께. 조국에 대해서, 우리 가족에 대해서. 그들은 우리가 선한 것을 그들에게 주지 않았다고 비난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고향 사람들과 우리 집안사람들이 선을 무시하면, 그들이 멸망에 대해서 우리는 책임이 없을 것이다."

"그럼 저희들은요?"

"베드로야, 너희들은 다시 고기잡이를 하러 가거라."

"왜요?"

"그것은 내가 너희들을 천천히 가르치겠고, 너희들이 준비가 다 되었을 때 데려가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러면 선생님을 뵐 수는 있겠습니까?"

"물론이다. 너희를 만나러 자주 오겠고, 가파르나움에 오면 너희를 부르러 사람을 보내겠다. 이제는 벗들, 서로 인사해라. 우리는 간다. 여기 남아있는 너희들에게 축복한다. 내 평화가 너희와 함께 있기를."

-그리고 환상이 끝난다.

 

20. 과월절을 지내신 후 여섯 제자와 더불어 나자렛에 돌아오시다

 

예수께서는 사촌과 여섯 제자와 더불어 나자렛 근방에 도착하신다. 그들이 있는 작은 언덕에서는 녹음이 우거진 사이로 흰 집들이 있는 작은 도시가 내려다 보인다. 이 작은 도시는 여러 언덕 비탈에 세워져 있어서 비탈을 따라 올라가도 내려가고 한다. 땅의 기복은 완만하다. 어떤 곳에서는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고 어떤 곳에서는 더 두드러져 보인다.

"자, 다 왔다. 저기가 내 집이다. 집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어머니가 안에 계신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빵을 만들고 계시는지도 모르겠다. 너희들이 집에 돌아가는 것이 한시가 급할 터이니까 '머물러 있어라'하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나와 같이 빵 한 조각이라도 같이 나누고, 또 요한은 벌써 알고 있는 내 어머니를 뵙고 싶다면 '오너라'하고 말하겠다."

"작별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에 몹시 침울했던 여섯 제자는 다시 아주 명랑해지며 기꺼이 수락한다.

"그럼 가자."

그들은 작은 언덕을 빨리 내려와서 큰길로 들어선다. 석양 무렵이다. 아직은 덥다. 그러나 밀이 여물기 시작하는 들판에는 벌써 어둠이 내리깔리기 시작한다. 샘으로 가고 샘에서 돌아오고 하는 여인들과 작업장 문턱이나 정원에 있는 남자들은 예수와 유다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떼 지어 예수 둘레로 몰려온다.

"아저씨 돌아왔어?"

"이젠 여기 그냥 있을 거야?"

"난 내 손수레 바퀴를 또 망가뜨렸어."

"이거 봐. 예수 아저씨. 난 여동생이 하나 생겼어. 마리아라고 해."

"선생님은 나 보고 뭐든지 다 안다고 하면서 진짜 율법의 아들 이리고 했어."

"사라는 엄마가 많이 아프기 때문에 여기 오지 못했어. 사라는 무서워서 울고 있어."

"우리 형 이사악은 장가를 갔어. 큰 잔치가 벌어졌었어."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의 말을 귀담아들으시고, 쓰다듬어 주시고, 칭찬을 하시기도 하고 도움을 약속하시기도 하신다. 그들을 이렇게 하면서 집에까지 왔다. 마리아는 열의가 있는 어린 소년이 알려서 벌써 문지방에 나와 계신다.

"오, 내 아들!"

"어머니!"

두 분은 서로 껴안으신다. 예수보다 훨씬 작은 마리아는 당신 아들의 가슴 위쪽에 머리를 대시고 그 팔 안에 몸을 바싹 붙이고 계신다. 두 분은 집안으로 들어가신다.

유다를 포함한 제자들은 두 분이 마음 놓고 처음의 애정 토로를 하게 하느라고 그대로 바깥에 남아 있다.

"내 아들 예수야!" 마리아는 마치 울려는 것과 같이 목소리가 떨린다.

"어머니 , 왜 이렇게 흥분하세요?"

"오, 얘야! 말 다 들었다.... 성전에는 그날 갈릴래아 사람들과 나자렛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돌아와서... 얘기를 했단다.... 오, 얘야!..."

"그렇지만 어머니, 보시다시피 전 무사합니다. 제게는 아무 화도 미치지 않았고, 하느님의 집에는 그분의 영광이 왔습니다."

"내 마음의 아들아, 나도 그것은 안다. 그것이 잠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운 종소리와 같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기뻐한다.... 내 종족인 이 백성이 하느님께 눈을 뜬다는 것이 기쁘다.... 너를 나무라지는 않겠다.... 말리지도 않겠고... 나는 너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리고 기쁘다... 그렇지만, 아들아, 나는 너를 낳아준 어미란 말이다!..." 마리아는 아직 예수의 팔에 안겨 계신다. 마리아는 작은 두 손을 펴서 아들의 가슴에 대고 얼굴은 그분께로 쳐들고 말하였는데, 눈은 잔뜩 괴어서 떨어지려고 하는 눈물 때문에 더 반짝인다. 이제는 다시 머리를 예수의 가슴에 대고 말을 안 하신다. 이렇게 회갈색 옷을 입었기 때문에 마치 회색 멧비둘기가 커다란 흰 날개 둘 아래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아직 흰옷과 흰 겉옷을 입으신 채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아이고 사랑하는 어머니..." 예수께서는 다시 어머니에게 입맞춤하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보세요, 제가 여기 왔지만, 혼자가 아닙니다. 첫 번 제자들을 데리고 왔어요. 유다에도 다른 제자들이 있어요. 그리고 사촌 유다도 저와 같이 있고 저를 따라다닙니다...."

"유다가?"

"예, 유다 가요. 저는 어머니가 왜 놀라시는지 압니다. 그 사실을 말한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알패오와 그의 아들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를 비난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겁내지 마세요. 오늘은 이렇지만, 내일은 달라질 것입니다. 사람을 땅과 같아서 가시나물들이 있던 곳에 장미꽃이 피게 됩니다. 어머니가 사랑하시는 유다가 벌써 저와 같이 있습니다."

"지금 어디 있느냐?"

"다른 제자들과 같이 저기 밖에 있습니다. 모두가 먹을 만한 빵이 있습니까?"

"그래. 알패오의 마리아가 지금 아궁이에서 빵을 꺼내고 있는 중이다. 마리아는 매우 착하다. 내게 아주 착하게 군다. 지금은 특히 더 그렇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영광을 주실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문으로 가셔서 말씀하신다. "유다야, 네 어머니가 여기 계신다. 너희들도 오너라.!"

그들은 들어와서 인사한다. 그러나 유다는 마리아에게 입맞춤하고 그의 어머니를 보러 뛰어간다.

예수께서는 다섯 제자의 이름을 말씀하신다.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 나타나엘, 필립보, 요한은 마리아가 벌써 알고 계신다. 요한은 유다 다음으로 마리아에게 인사를 하고 머리를 숙여 축복을 받았다.

마리아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앉으라고 권하신다. 마리아는 주부이므로 손님들을 보살피신다. 그러나 그의 예수께 대하여는 열렬한 사랑의 눈길을 보내신다. 그의 영혼은 눈으로 아들과 더불어 무언의 대화를 계속하는 것 같다. 마리아는 그들이 목을 축이게 물을 가져오시려고 한다. 그러나 베드로가 화를 버럭 낸다. "어머니, 안됩니다. 그렇게 하시게는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거룩하신 어머니는 아드님 곁에 그대로 계십시오. 저는, 저희들은 정원에 가서 몸을 식히겠습니다."

알패오의 마리아가 빨갛고 밀가루가 묻은 얼굴로 뛰어 온다. 예수께 인사를 하고 예수께서는 그에게 축복하신다. 그런 다음 알패오의 마리아는 정원의 수반 쪽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기뻐하며 돌아오다. " 오, 마리아!" 하고 동정녀 마리아께 말한다. "유다가 말했어요. 나는 정말 기뻐요! 유다를 위해서도 동서인 당신을 위해서도 기뻐요. 다른 사람들이 야단치리라는 것을 나는 알아요. 그렇지만 상관없어요. 나는 모두가 예수의 사람이 되는 날 기쁘겠어요. 우리네 엄마들은 우리 자식들에게 무엇이 유익한지를 알아요... 아니 느끼지요. 그리고 나는 내 자식들의 이익이 예수, 너라는 것을 느낀다."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신다.

제자들이 돌아오고, 알패오의 마리아는 따끈따끈한 빵과 올리브와 치즈를 내놓는다. 알패오의 마리아가 붉은 막 포도주 항아리를 가져오니,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따라 주신다. 언제나 예수께서 권하시고 나누어 주신다.

제자들은 처음에는 좀 거북해하다가 그다음에는 자신이 생긴다. 그들은 그들의 집 이야기며 예루살렘 여행 이야기며 예수께서 행하신 기적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열성적이고 다정스러우며, 베드로는 마리아를 자기편을 만들어서 예수께서 베싸이다에 가실 때를 기다리지 않고 즉시 바로 그분 곁에 앉는 허가를 받으려고 해 본다.

"예수가 하라는 대로 하게" 하고 마리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권하신다.

"그렇게 기다리는 것이 지금 당장 결합하는 것보다 자네에게 더 유일할 걸세. 내 아들 예수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옳다네."

"베드로의 희망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는 기꺼이 체념한다. 이렇게 물어보기만 한다. "오래 기다려야 하겠습니까?"

예수께서는 방긋이 웃으시며 바라보시지만 다를 말씀은 한마디도 안 하신다. 마리아는 이 미소를 호의의 표시로 해석하신다. "요한의 아들 시몬, 예수가 빙그레 웃네... 그래서 나는 자네에게 이렇게 말하겠네. 자네가 순종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호수 위를 날아가는 제비처럼 빠를 것이라고."

"어머니 고맙습니다."

"유다야, 너는 말이 없구나... 그리고 요한 너도."

"저는 아주머니(마리아)를 보고 있어요."

"저도요."

"나도 너희들을 보고 있다... 왠지 알겠니? 오래전 일이 머리에 떠오르는구나. 그때에도 사랑을 가지고 내 얼굴을 떠나지 않는 세 쌍의 눈이 있었다. 마리아, 내 어린 세 학생이 생각나세요?"

"오! 생각나고 말고요! 맞아요! 지금도 그들은 나이가 아주 비슷한 세 사람이군요. 그들은 온 사랑을 기울여 동서를 보고 있어요. 그리고 이 사람, 아마 요한이지요. 이 사람은 금발 하고 불그레한 뺨하구 그중 제일 나이 어린것 하구, 그때의 예수같이 보여요."

다른 제자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알고 싶어 한다. 추억과 일화들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해서 시간이 흘러가 저녁때가 되었다.

"벗들아, 나는 가구를 갖춘 방이 없다. 그러나 여기 내가 일하던 작업장이 있다. 너희들이 원하면 거기서 좀 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업대들 밖에는 없다."

"좁은 널빤지를 깔고 자 버릇한 어부들에게는 알맞은 침대입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집에서 자는 것은 영광이고 거룩하게 되는 일입니다."

그들은 여러 번 인사를 한 다음 물러간다. 유다도 그의 어머니와 함께 물러간다. 그들은 집으로 가는 것이다.

방안에는 예수와 마리아만이 남아 계신다. 그분들은 궤 위에 앉아 작은 등잔의 불빛을 받으며 서로 상대의 어깨에 팔을 얹고 계신다. 예수께서는 이야기를 하시고, 마리아는 몹시 기뻐하고 몸을 떨며 행복하게 들으신다....

-여기서 환상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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