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7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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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76-80)

by mrsoojak 2022. 1. 17.

성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76. 예수께서 도라의 집에 가신다. 요나의 죽음

 

나는 에스드렐론의 평야를 낮에 본다. 늦가을의 어느 흐린 날이다. 땅이 젖어 있으면서 질척거리지 않는 것을 보면 밤 사이에 비가 온 모양이다. 음산한 초겨울에 오는 그런 비 말이다. 그리고 바람도 분다. 노랗게 된 나뭇잎들을 떨어뜨리고, 습기를 머금은 기운으로 뼛속까지 파고드는 축축한 바람이다.

이곳저곳 밭에는 짝을 지어 밭을 갈고 있는 소들이 어쩌다 보인다. 소들은 씨 뿌리기를 준비하느라고 비옥한 이 평야의 기름진 땅을 힘들게 간다. 또 보기에 가슴 아픈 광경은 사람들 자신이 소들이 하는 일을 해서 이미 파헤쳐진 땅에 발로 버티고 팔의 온 힘과 가슴의 힘까지도 합쳐서 쟁기를 끌며 튼튼한 송아지라도 힘이 들 그 일을 하느라고 노예들처럼 지쳐버리는 일이다.

예수께서도 눈을 들어 이 광경에 눈길을 멈추신다. 예수의 얼굴은 눈물이 날 정도로 서글퍼진다.

유다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목자들은 떠났기 때문에 열한 명인 제자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베드로가 이렇게 말한다. “작고 보잘것없고 피로하게 하는 배지만… 그래도 소나 말처럼 혹사당하는 사람들의 저 일보다는 백배나 낫겠는걸!”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저 사람들이 벌써 도라의 하인들일까요?"

대답을 하는 것은 열성당원 시몬이다. “그렇지 않을걸. 그 사람들의 밭들은 이 과수원 너머에 있는 것 같은데, 그 밭들이 아직 보이지 않거든.”

그러나 언제나 호기심이 많은 베드로는 길을 떠나 두 밭 사이에 있는 비탈을 따라간다. 그 비탈길에 땀이 뒤범벅이 된 야윈 농부 네 사람이 잠시 앉아 있다. 베드로가 그들에게 “당신들은 도라의 사람들이요?" 하고 묻는다.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친척 중 한 사람의 하인입니다. 우리는 죠가나의 하인들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나는 지브(Ziv)달까지는 갈릴래아의 어부였던 요나의 아들 시몬이요. 지금은 기쁜 소식의 메시아이신 나자렛 예수의 베드로요. “베드로는 어떤 사람이 “나는 높고 신성한 로마의 카이사르의 사람이오.” 하고 말할 것과 같은, 아니 그보다도 한층 더한 경의와 긍지를 가지고 이 말을 한다. 그의 성실한 얼굴은 예수께 속해 있다는 것을 공언하는 기쁨으로 정말 환해진다.

“오! 메시아! 어디 계십니까?” 하고 불쌍한 네 사람이 말한다.

“짙은 붉은색 옷을 입으신 금발에 키가 큰 저분입니다. 지금 여기를 보시고 나를 기다리시며 미소 짓고 계신 분입니다.”

“오! … 우리가 가면 … 쫓아버리실까요?”

“당신들을 쫓아버리시다니? … 왜요? 저분은 불행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과 압제받는 사람들의 친구이십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 그런 사람들 같은데요 ….”

“아이고! 우리가 그런 사람들이고 말고요! 그렇지만 절대로 도라의 하인들만큼은 불행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빵을 맘대로 먹을 수 있고, 또 일을 돌보지 않는 때가 아니면 매질은 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

“그러니까 만일 그 훌륭한 죠가나 씨가 당신들이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당신들은 ….”

“그 사람은 그의 개를 패는 것보다도 더 심하게 우리를 매질할 것입니다 ….”

베드로는 의미 있는 듯이 휘파람을 불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이 낫겠군요.” 그러면서 두 손을 깔때기 모양으로 입에 갖다 대곤 큰 소리로 외친다. “선생님, 이리 오십시오.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인데, 선생님을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니,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선생님을?! 우리에게로 오시라고?! 아니, 우리는 천한 하인들인데!” 네 사람은 그런 대담성에 겁이 난다.

“그렇지만 채찍질은 기분 좋은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그 훌륭한 바리사이파 양반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나까지도 한몫 얻어맞기는 싫단 말입니다 …” 베드로는 웃으면서, 그리고 넷 중에서 가장 겁을 많이 내는 사람을 투박한 손으로 흔들면서 말한다.

뒤에 계시던 예수께서 성큼성큼 걸어오신다. 네 사람은 어떻게 할지를 모른다. 뛰어나가 마중을 하고 싶지만 존경을 인하여 꼼짝을 못 한다. 인간의 악의로 인하여 아주 겁쟁이가 된 가엾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땅 위에 넓적 엎드려 그들에게로 오시는 메시아를 그런 자세로 경배한다.

“나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나를 원하는 사람은 선을 원하는 것이니, 나는 그 사람을 친구로 사랑합니다. 일어나시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그러나 네 사람은 겨우 얼굴을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베드로가 말한다. “ 이 사람들은 도라의 친척 죠가나의 하인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 주인이 갑자기 오면 이 사람들은 몽둥이로 매를 맞을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오십시오’ 하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젊은이들 일어나시오. 선생님이 당신들을 잡아 잡수시지는 않아요! 신뢰를 가지시오! 선생님이 당신들의 친구라고 생각하시오.”

“저희들은 … 저희들은 선생님에 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 요나가 그러는데 …”

“나는 요나 때문에 왔습니다. 그가 나를 알렸다는 것은 나도 압니다. 내게 대해서 무엇을 압니까?”

“선생님이 메시아라는 것을 압니다. 요나가 선생님이 아주 어렸을 때 보았고, 선생님이 오셨을 때 천사들이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의 노래를 불렀고, 선생님이 박해를 당하셨다는 것… 그러나 선생님은 피신을 하셨고, 이제는 선생님이 그 목자들을 찾으시고 … 그 사람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압니다. 여기서 요나는 이제 이 마지막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목자들을 사랑하고 찾아다니실 만큼 착하신 분이면 우리들에게도 행복을 좀 베풀어주시겠지 … 하고 말입니다. 저희들은 누가 저희를 사랑해 줄 필요를 우리는 정말 많이 느낍니다….”

“나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당신들은 많은 괴로움을 당합니까?”

“아이고! … 그렇지만 도라의 하인들은 훨씬 더합니다. 만일 죠가나가 여기서 저희가 말하고 있는 것을 봤다간! … 그렇지만 오늘은 게르게사에 갔습니다. 장막절에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관리인이 오늘 저녁 저희들이 일한 것을 재고 나서야 음식을 줄 것입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오전 때 식사 시간에 쉬는 것을 쉬지 않고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겠습니다.”

“여보시오, 젊은이, 내가 이 일을 진척시킬 수 없겠소? 어려운 일입니까?”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어렵지야 않지요. 그렇지만 피로하게 하는 일입니다. 힘을 써야 하는 일이지요.”

“나는 힘이 있소.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시오. 내가 제대로 하면 말을 하시오. 그러면 내가 소 노릇을 하겠소. 요한 자네, 그리고 안드레아와 야고보는 내가 배우는 걸 보게. 우리는 물고기잡이에서 지렁이 잡이가 되는 거야. 자!” 베드로는 쟁기의 가로장을 두 손으로 잡는다. 쟁기 하나에는 가로장 양쪽에 한 사람씩 두 사람이 매달린다. 그는 농부의 모든 몸놀림을 보고 그대로 흉내를 낸다. 기운이 세고 쉬었으므로, 그는 일을 훌륭하게 한다. 그래서 농부가 칭찬을 한다.

“내가 우두머리 농부다.” 하고 마음 좋은 베드로가 만족하여 외친다. “자, 요한, 이리 오게! 쟁기마다 소 한 마리, 송아지 한 마리다. 다른 쟁기에는 야고보와 내 동생이라는 벙어리 송아지. 자! 아! 끌어올려!” 그래서 이렇게 장비된 두 쟁기가 밭을 따라 땅을 파 엎고 고랑을 내면서 간다. 끝까지 가서는 쟁기를 돌려서 새 고랑을 시작한다. 그들은 이 농사일을 늘 해온 것 같다.

“선생님의 친구들은 정말 친절하군요.” 하고 죠가나의 하인들 중에서 가장 대담한 사람이 말한다. “선생님이 저런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나뭇가지 치는 작은 낫을 가지고 하듯이 그들의 친절에 방향을 잡아 주었지요. 그러나 친절이 그들 안에 있었어요. 그것이 지금 돌보아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피어나는 것입니다.”

“보잘것없는 하인들에게 이렇게 봉사를 하다니, 선생님의 친구들은 겸손도 하군요!”

“나하고는 겸손과 온유와 절제를 사랑하고, 사랑을, 모든 것보다도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있을 수 있어요. 그것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또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따라서 모든 덕행을 얻게 되고 하늘나라를 얻게 되기 때문이요.”

“저희들도, 기도를 할 시간도 없고, 성전에 갈 시간도 없고, 밭고랑 위로 얼굴을 쳐들 시간도 없는 저희들도 하늘나라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대답하시오. 당신들을 그렇게 사정없이 다루는 사람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을 당신들이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들을 최하위의 사람들 추게 끼이게 하신 것에 대해 당신들은 하느님께 반항하고 하느님을 비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이고! 아닙니다. 선생님! 이것은 저희들의 운명입니다. 그렇지만 기진맥진해서 초라한 침대에 몸을 던질 때 저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아브라함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기진맥진했다는 것과 우리가 그분께「주님, 찬미받으십시오!」하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아신다’고. 그리고 저희들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죄를 짓지 않고 살았다.’ 하고 … 아시겠습니까? … 저희들은 좀 속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빵과 함께 과일 한 개쯤 먹고, 맹물에 삶은 야채에 기름을 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주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인들은 빵과 삶은 야채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수확을 할 때에는 목을 축이고 기운을 차리게 물에 초를 조금 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복종합니다. … 결국 …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그런데 나는 당신들에게 분명히 말하지만, 참말이지 아브라함의 하느님께서는 당신들의 마음에는 미소를 보내시지만, 동포들은 사랑하지 않으면서 성전에서 거짓 기도로 하느님을 모욕하는 자들은 엄한 얼굴로 보십니다.”

“아이고!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는 합니다. 적어도 … 절과 선물로 그들의 경의를 표하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랑을 가지지 않는 것은 저희들에게 대해서뿐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그 사람들하고는 다른 사람들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하지요.”

“아닙니다.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는 그것이 정당한 일이 아니고, 판단하는 방식도 다를 것입니다. 부자와 세도가들이 부자나 세도가라고 해서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다만 하느님을 자기 자신들과 돈과 권력과 여자와 맛있는 음식 따위 모든 것보다 더 사랑함으로써 항상 하느님을 사랑하였을 사람들, 또 부자나 가난한 사람, 유명한 사람이나 이름 없는 사람, 유식한 사람이나 무식한 사람,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따위 모든 사람이 포함되는 동포들을 사랑함으로써 항상 하느님을 사랑하였을 사람들만이 영광을 누릴 것입니다. 그래요. 악한 사람들까지도 사랑해야 합니다. 그들의 악의 때문에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그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겨서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고쳐 주시고 구속해 주시기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간청하는 사랑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만이 매우 행복할 것입니다. 진실과 정의로 주님을 공경하고, 자시를 낳아주신 부모와 친척들에게도 그들을 공경함으로써 사랑을 표시한 사람들, 아무런 모양으로도 아무것도 훔치지 않은 사람들, 즉 하인들의 일에 대해서까지도 정당한 것을 주고 주장한 사람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마음을 멸시와 반항을 하도록 부추길 정도로 가혹한 사람들이라도 그들의 명성이나 육체를 죽이지 않고, 죽일 욕망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 거짓 맹세를 하지 않아서 이웃에게 해를 입히거나 진실을 어기지 않은 사람들, 간음을 하지 않고, 어떤 것을 막론하고 육욕의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 온유하고 인종(忍從)해서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항상 그들의 운명을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하늘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리고 거지까지도 그곳에서는 매우 행복한 왕이 될 수 있는데, 분봉왕도 권력에 관한 한 허무보다도 더 못하게 되고, 허무보다도 더 못한 운명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만일 그가 십계명의 영원한 율법을 어겼으면 맘몬의 희생물이 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예수의 말씀을 듣는다. 예수 곁에는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시몬, 필립보, 토마, 알패오의 야고보와 유다가 있다. 다른 네 사람은 얼굴이 시뻘게지고 땀을 흘리며, 그러나 명랑하게 일을 계속한다. 계속 쾌활하게 일하는 데에는 베드로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 요나가 선생님을 ‘성인!’이라고 말한 건 정말 옳은 말이었습니다. 선생님께 있는 것은 모두가 거룩합니다. 말씀과 눈길과 미소 모두요. 저희들은 지금처럼 저희 영혼을 의식한 적이 없었습니다! …”

“당신들이 요나를 보지 못한 것이 오래됩니까?”

“그 사람이 병든 다음부터입니다.”

“병들었어요?”

“예, 선생님. 그 사람은 기진맥진했습니다. 그전에도 벌써 간신히 걸어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여름 일과 포도 수확을 한 뒤부터는 피곤해서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 그에게 일을 시킵니다. 저 … 아이고! 선생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지만 하이에나를 사랑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도라는 하이에나보다도 더 고약한 사람입니다.”

“요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데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나가 우리 주 하느님께 충실하려고 박해를 받아 죽은 사람들처럼 성인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말 잘했습니다. 이름이 무엇이요?”

“미케아입니다. 이 사람은 사울이고, 저 사람은 요엘, 그리고 마지막 사람은 이사야입니다.”

“아버지께 당신들의 이름을 상기시켜 드리겠소? 그래 요나가 대단히 앓는다고 말했지요?"

“그렇습니다. 요나는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잠자리에 듭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 사람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은 도라의 다른 하인들이 말해 준 것입니다.”

“그 사람이 이 시간에 일을 하고 있을까요?"

“성하기만 하면 그럴 것입니다. 저 사과밭 저쪽에 있을 것입니다.”

“도라의 농사가 잘 되었소?"

“아이고! 이 지방 일대에서 유명합니다. 과일들이 놀라울 정도로 굵기 때문에 나무들을 버티어 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포도가 어떻게나 많이 열렸는지 지금까지 있던 양조통들로는 자리가 모자라기 때문에 도라는 새 양조통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면 도라는 하인에게 상을 주었겠군요!”

“상이요! 아이고! 주님, 그 사람을 정말 모르시는군요!”

“하지만 요나는 몇 해 전에 포도를 몇 송이 잃어버린 것 때문에 죽도록 매를 맞았고, 수확한 것을 좀 잃은 것을 주인이 그의 책임으로 돌려가지고, 빚 때문에 노예가 되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니까 놀라우리 만큼 풍성한 수확을 거둔 올해는 그에게 상을 주어야 했을 텐데요.”

“아닙니다. 지난 몇 해 동안에는 땅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똑같이 풍성한 수확을 올리지 못했다고 비난하면서 심하게 매질을 했습니다.”

“아니, 그 사람은 맹수 같은 사람이군요!” 하고 마태오가 외친다.

“아니다, 그 사람은 감수성이 없는 사람이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자 젊은이들, 나는 당신들에게 축복을 주고 갑니다. 오늘 먹을 빵과 음식이 있습니까?”

“저희들은 이 빵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그 사람은 땅에 던져져 있는 자루에서 검은 둥근 빵 하나를 꺼내 보인다.

“내 음식을 받으시오. 나는 이것밖에 없지만 오늘은 도라의 집에 가니…”

“선생님이 도라의 집에를 요?”

“그렇소, 요나를 석방시키기 위해서요. 당신들은 그걸 몰랐습니까?”

“여기서는 아무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 선생님, 조심하십시오. 선생님은 마치 늑대 굴에 들어가는 양 같으십니다.”

“그 사람은 내게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내 음식을 받으시오. 야고보 야, 우리가 가진 것을 주어라. 너희들의 포도주까지도. 가엾은 친구들, 당신들도 좀 즐기시오. 이것은 영혼과 육신을 위한 것이요. 베드로야! 가자.”

“선생님, 곧 갑니다. 이 밭고랑을 끝마치는 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피로로 인하여 얼굴이 시뻘게져서 예수께로 달려온다. 그는 벗어 놓았던 겉옷으로 몸을 닦는다. 그는 겉옷을 다시 입고 만족해서 웃는다.

네 사람은 한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선생님, 이리로 지나가실 겁니까?”

“그렇습니다. 기다리시오. 요나에게 인사를 하시오.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러믄요. 밭은 오늘 저녁까지 갈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3분의 2 이상이 끝났습니다. 아주 썩잘, 그리고 아주 빨리 했습니다! 선생님의 친구들 힘이 세군요! 하느님의 축복들 받으시기 바랍니다. 오늘이 저희들에게는 유월절보다 훨씬 더 좋은 날입니다. 오!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복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모두에게! 모두에게!”

예수께서는 사과밭으로 곧장 가신다. 일행은 사과밭을 지나 도라의 밭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다른 농부들이 쟁기를 끌거나 밭고랑에서 뽑힌 잡초들을 치우느라고 몸을 굽히고 있다. 그러나 요나는 거기에 없다. 사람들은 예수를 알아보고, 일을 놓지 않은 채 인사를 한다.

“요나는 어디 있습니까?”

“두 시간 후에 밭고랑에 쓰러져서 집으로 옮겨졌습니다. 가엾은 요나, 그 사람은 고통을 당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정말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저희들은 그보다 더 나은 친구를 다시는 결코 얻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이 세상에서는 나를 가졌고, 아브라함의 품에서는 요나를 가질 것입니다. 죽은 사람들은 산 사람들을 두 가지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즉 그들의 사랑과 그들이 하느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받는 사랑, 따라서 완전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이고! 즉시 요나에게 가십시오. 요나가 고통 중에 선생님을 뵙게 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축복을 하시고 가신다.

“그럼 이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도라에게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하고 제자들이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가겠다. 만일 그 사람이 비밀이 드러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요나와 다른 하인들을 못살게 굴 수도 있을 것이다.”

“자네 친구의 말이 옳구먼, 이 사람은 남의 노력의 결과를 이용하려는 비열한 사람이로구먼.” 하고 베드로가 시몬에게 말한다.

“라자로는 절대로 진실밖에는 말하지 않네. 그리고 그 사람은 남을 헐뜯는 사람이 아니야. 자네도 그 사람을 알게 될 터인데, 그 사람을 좋아할 걸세.” 하고 시몬이 대답한다.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이 보인다. 지금은 가지를 친 과수원 가운데 있는 넓고 낮은 집이다. 그러나 잘 지은 집이다. 별장이지만 호화롭고 편리한 집이다. 베드로와 시몬이 알리기 위하여 앞으로 간다.

도라가 나온다. 욕심 많은 늙은이다운 냉혹한 얼굴을 가진 늙은이이다. 빈정거리는 눈길이고, 검은 털보다는 오히려 흰 털이 더 많은 수염 속에서 거짓 미소를 막연하게 지어 보이는 뱀과 같은 입이다. “안녕하시오, 예수 선생” 하고 그는 친숙하면서도 분명히 깔보는 인사를 한다.

예수께서는 “평화”라는 말씀을 안 하시고 “선생의 인사가 선생에게 돌려지기를 바랍니다.”

“들어오시오. 내 집이 선생을 환영합니다. 선생은 왕과 같이 어김이 없군요.”

“성실한 사람처럼 어김이 없습니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도라는 그것이 농담이기나 한 것처럼 웃는다.

예수께서는 돌아보시며 주인이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들어들 오너라, 내 제자들입니다.”

“들어오라고 하시오. … 아니 … 이 사람은 알패오의 아들 세리가 아닙니까?”

“이 사람은 그리스도의 제자 마태오입니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는데, 그 어조를 … 도라가 깨닫고, 처음보다도 더 쓴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도라는 내부가 정말 호화로운 그의 집의 부유함으로 “보잘것없는” 갈릴래아 선생을 압도하고 싶어 한다. 내부는 호화롭지만 얼음같이 냉랭한 기운이 돈다. 하인들은 노예와 같다. 그들은 몸을 굽히고 다니며, 항상 벌 받을까 봐 무서워서 빨리 사라진다. 여기는 쌀쌀함과 미움이 지배하는 집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호화로운 것들을 보시고 재산과 친척관계를 상기시키는 것을 들으시고도 아무렇지도 않으시다. … 그러니까 도라는 선생님이 태연하신 것을 알아차리고, 과수원으로 데리고 간다. 그는 진귀한 나무들을 보이고, 하인들이 금쟁반과 금잔에 담아서 가져오는 과일들을 드린다. 예수께서는 그 과일들을 맛보시고, 맛이 좋다고 칭찬하신다. 시럽에 넣어서 보존한 과일들도 있고, 있는 그대로 보존된 훌륭한 복숭아들도 있고, 엄청나게 큰 배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가진 것은 온 팔레스티나에서 나 혼자뿐이요. 그리고 반도 전체에도 이런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들은 페르시아에서 가져온 것이고, 그보다 더 먼 곳에서도 가져왔지요. 대상(隊商) 임금이 1 달란트는 확실히 들었지요. 분봉왕들조차도 이런 과일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아마 카이사르도 못 가졌을걸요. 나는 과일 숫자를 세어두고 씨를 모두 요구합니다. 배는 내 식탁에서만 먹을 수 있습니다. 누가 씨를 가져가는 것을 나는 원치 않기 때문이지요. 안나에게는 배를 좀 보내지만 씨가 번식력이 없어지게 하느라고 익혀서 보냅니다."

“그래도 그것들은 하느님의 나무들이고, 모든 사람은 평등한데요.”

“평등이라고요? 아니! 내가 선생의 갈릴래아 출신 제자들과 … 평등하다고요?”

“영혼은 하느님에게서 오는데, 하느님께서는 영혼을 평등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성실한 바리사이파 사람 도라요! …" 그가 이 말을 할 때는 꼬리를 부채같이 펴는 칠면조와 같다.

예수께서는 파란 눈으로 그를 꿰뚫어 보시는데, 그 눈은 점점 더 빛난다. 이 것은 그분 안에서 연민이나 엄격이 넘쳐흐른다는 것을 알리는 표이다. 예수께서는 도라보다 키가 훨씬 커서 그를 내려다보시고, 넓고 술이 엄청나게 많이 달린 옷을 입고 있는 작고 등이 좀 굽고 주름 투성이인 바리사이파 사람 곁에 그 진홍빛 옷을 입고 계시니 위풍당당하시다.

도라는 한동안 스스로 자기 몸을 찬탄의 눈으로 바라보고 나서 외친다. “그러나 예수 선생, 순수한 바리사이파 사람인 도라에게 매춘부의 오빠인 라자로를 보내셨습니까? 라자로가 선생의 친구입니까? 그것은 안될 말입니다! 그의 여동생 마리아가 매춘부이기 때문에 그가 파문당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나는 오직 라자로와 올바른 그의 행실만을 알 뿐입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이 집의 죄악을 기억하고 있고, 그 오점이 친구들에게까지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 집에 가지 마시오. 왜 선생은 바리사이파에 안 들어오십니까? 만일 원하시면 … 나는 세력이 있으니 … 비록 선생인 갈릴래아 사람이긴 하지만 바리사이파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하겠습니다. 나는 최고법원에서 전권을 가지고 있어요. 안나는 이 내 겉옷 조각 모양으로 내 손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선생을 더 두려워할 것입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선생을 사랑할 것입니다. 선생은 내가 선생의 소원을 들어서 요나를 주는 것으로 벌써 선생을 사랑한다는 것을 아시지요.”

“나는 그의 몸값을 치렀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선생이 어떻게 그만한 돈을 치를 수 있는지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아니라, 나를 위해 친구가 치른 것이요.”

“좋습니다. 좋아요. 조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내 말은 내가 선생을 사랑하고 선생을 기쁘게 해 주기를 원한다는 걸 선생도 아실 거란 말입니다. 식사 후에 요나를 데려가시오. 선생이기에 내가 이런 희생을 하는 것입니다. ….” 그러면서 그는 그의 잔인한 웃음을 웃는다.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시고 점점 더 엄해져 가는 시선으로 그를 꿰뚫어 보신다. 그들은 식사를 기다리며 아직 과수원에 있다.

“하지만 선생도 나를 기쁘게 해야 합니다. 기쁨에는 기쁨을. 나는 선생에게 내 제일 훌륭한 하인을 주는 거요. 나는 이 때문에 짭짤한 수입을 포기합니다. 올해는 선생의 축복이? 선생이 삼복더위가 시작할 때에 오셨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그러니까 선생의 축복이 내 소유지를 유명하게 만든 수확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내 가축떼와 밭에 축복해 주시오. 그렇게 되면 내년에 나는 요나를 잃은 것을 애석해하지 않을 것이고 … 또 그동안 훌륭하게 그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낼 것입니다. 와서 축복을 해 주시오. 내게 온 팔레스티나에서 유명하게 되고 모든 재산이 넘쳐흐르는 양의 우리와 곡식광을 가지게 해 주시오. 오시오.” 그러면서 금전욕에 사로잡혀 예수를 붙잡고 끌고 가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순순히 따라가지 않으시고 “요나는 어디 있습니까?” 하고 엄하게 물으신다.

“밭갈이하러 가 있습니다. 그는 마음 좋은 주인을 위해서 아직도 그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식사가 끝나기 전에 올 것입니다. 그동안 이리 와서 가축떼와 밭들과 과수원과 포도나무와 압착기에 축복을 해 주시오. 모두, 모두 … 오! 내년에는 얼마나 풍년이 들 것인가! 자 오시라니까.”

“요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예수께서 우레 같은 목소리로 물으신다.

“아니,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밭갈이를 지휘하고 있다니까요. 그는 하인 우두머리라 일은 하지 않고 지휘를 합니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라니, 내 가요? 야훼를 두고 맹세합니다.”

“거짓 맹세하는 사람!”

“내가 , 내가 위증 자라 구요? 성실한 사람들 중에서 제일 성실한 사람인 내 가요?”

“살인자!” 예수께서는 점점 더 큰소리로 말씀하셨고, 이 마지막 말씀은 정말 천둥과 같다.

제자들이 예수를 꼭 둘러싸고, 하인들은 벌벌 떨며 여러 문에 나타난다. 예수의 얼굴은 하도 엄해서 견딜 수가 없다. 눈에서는 인광(燐光)을 발하는 빛살이 발산되는 것 같다.

도라는 한순간 겁에 질린다. 어두운 붉은 빛깔의 무거운 모직 옷을 입으신 예수의 우뚝 솟은 몸 앞에서 그는 더 작아져서 한 뭉치의 고운 천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내 다시 자존심이 생겨서 그의 여우 같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친다. “내 집에서 명령하는 건 나뿐이요. 이 천한 갈릴래아 사람, 나가시오.”

“금년과 오는 여러 해에 걸쳐서 당신의 밭과 가축과 포도나무들을 저주하고 나서 나가겠소.”

“아니, 그건 안됩니다! 예, 맞습니다. 요나는 병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를 잘 받고 있어요. 선생의 저주를 거두시오.”

“요나는 어디 있소? 하인더러 나를 즉시 그에게 데려다주라고 하시오. 내가 그의 몸값을 치렀고, 또 당신에게는 그 사람이 하나의 상품이고 기계이니까 나도 그 사람을 그렇게 보겠소. 그의 값을 치렀으니, 그를 내놓으시오.”

도라는 그의 품에서 금으로 만든 호각을 꺼내더니 세 번을 분다. 집과 밭에 있던 많은 하인이 사방에서 튀어나와서 달려오는데, 어떻게나 몸을 굽히는지 꼭 기어 오는 것같이 무서운 주인 곁에까지 온다. “요나를 데려다가 이분에게 드려라. 어디로 가십니까?”

예수께서는 대답조차 하시지 않고, 정원 저쪽에 있는 농부들의 집 쪽으로, 가엾은 농부들의 음산한 집 쪽으로 급히 가는 하인들을 따라가신다. 그들은 요나의 누추한 집으로 들어간다.

요나는 해골같이 되었다. 그는 열에 시달려 반쯤 벗은 몸으로 갈대로 엮은 초라한 침대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누덕누덕 기운 옷 하나가 요 노릇을 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겉옷이 이불 노릇을 한다. 지난번에 본 젊은 여자가 힘 자라는 데까지 그를 보살핀다.

“요나! 내 친구! 당신을 데리러 왔습니다!”

“아니? 주님께서! 저는 죽어갑니다. … 그렇지만 주님을 여기 모시니 행복합니다!”

“충실한 벗, 당신은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고, 여기서 죽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당신을 내 집으로 데려가겠어요.”

“자유의 몸? 왜요? 주님 집에? 아! 그렇지요! 주님께서는 제게 어머님을 뵙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예수께서는 온전히 사랑이 되시어 불행한 사람의 초라한 침대에 몸을 굽히고 계시니, 요나는 기쁨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베드로야, 너는 힘이 세니 요나를 쳐들어라. 그리고 너희들은 겉옷을 내놓아라. 이 침대가 요나와 같은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 딱딱하다.”

제자들은 재빨리 겉옷을 벗어서 접어서 겹쳐 가지고 펴놓는다. 그리고 몇 벌을 가지고는 베개를 만든다. 베드로가 뼈만 앙상한 짐을 내려놓으니 예수께서는 당신의 겉옷을 덮어 주신다.

“베드로야, 돈이 있느냐?”

“예, 40 데나리온이 있습니다.”

“됐다, 가자. 요나, 기운을 내시오. 조금만 더 피로를 겪고 나면, 내 집에 가서 마리아 곁에서 큰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

“마리아 … 그렇지요. … 오! 주님의 집!” 가엾은 요나는 기진맥진한 가운데 울고 있다. 그는 그저 울기만 한다.

“안녕히 계세요, 아주머니. 주께서 당신의 자비에 축복하실 것입니다.”

“주님, 안녕히 가십시오. 요나, 안녕히 가세요.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두 분 다.” 젊은 여인은 운다 ….

그들이 문지방에 이르렀을 때 도라가 온다. 요나는 무서워하는 몸짓을 하며 얼굴을 가린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재판관보다도 더 엄한 모습으로 요나의 곁에 서서 나오신다. 비참한 행렬이 촌스러운 마당으로 나와 과수원 길로 접어든다.

“그 침대는 내 것이요. 나는 하인을 팔았지 침대는 팔지 않았소.”

아무 말씀도 없이 예수께서는 그의 발 앞에 돈주머니를 던지신다. 도라는 그것을 주워 돈을 꺼낸다. “40 데나리온에 5 드라크마. 몇 푼 안되는군!”

예수께서는 탐욕스럽고 불쾌한 감시인을 아래위로 훑어보신다. 글로 표현할 수가 없는 광경이다. 예수께서는 아무 대답도 안 하신다.

“적어도 당신의 저주를 거둔다는 말은 해 주시오!”

예수께서는 다시 한번 그를 무섭게 노려보시면서 짧은 대꾸를 하신다. “시나이산의 하느님께 당신을 맡겨 드리오.” 그러시고는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조심스럽게 들고 나오는 촌스러운 가마 곁에서 몸을 꼿꼿이 세우고 나오신다.

도라는 모든 것이 소용없고 선고가 확정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부르짖는다. “예수, 어디 두고 봅시다! 오! 당신을 내 손아귀에 넣고 말 거요! 나는 당신과 사생결단을 하는 싸움을 할 거요. 그 겉껍데기만 남은 사람을 가져가시오. 그 사람이 내게는 소용이 없소. 그러면 나는 장례비를 절약하게 될 거요. 가시오, 가. 저주받은 사탄! 그러나 나는 온 최고법원이 당신을 반대하게 할 거요. 사탄! 사탄!”

예수께서는 들은 척을 안 하신다. 제자들은 비탄에 잠겨 있다. 예수께서는 요나만을 돌보신다. 예수께서는 가장 덜 울퉁불퉁한 오솔길, 가장 상태가 좋은 오솔길을 찾으시고 마침내 일행은 죠가 나의 밭 근처에 있는 네거리에까지 이른다. 농부 네 사람은 떠나는 그들의 친구에게 인사를 하려고 달려오고,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축복하신다.

그러나 에스드렐론에서 나자렛까지는 길이 멀고, 또 그들은 그 비참한 짐을 가지고 매우 빨리 갈 수가 없다. 큰길에는 마차 하나, 손수레 하나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일행은 말없이 나아간다. 요나는 자는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손은 예수의 손을 놓지 않는다.

저녁 무렵에 로마 군대 마차 한 대가 그들을 쫓아와 따라잡았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부탁합니다. 멈추시오.” 하고 예수께서 손을 들고 말씀하신다.

두 병사가 마차를 멈춘다. 비가 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내렸던 마차의 포장 밑으로 지나치게 치장을 한 계급을 지난 병사가 머리를 내밀고 “무슨 일이요?” 하고 묻는다.

“내 친구가 죽어갑니다. 그를 위해서 마차에 자리를 하나 부탁합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지만 … 올라오시오. 우리도 인정 없는 사람들은 아니오.” 들것을 올린다.

“당신 친구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나자렛의 선생 예수요.”

“선생이? 오! …” 계급을 지닌 병사는 호기심을 가지고 예수를 바라본다.

“선생님이시면 …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올라타시오. 사람들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됩니다. … 이것은 수칙(守則)입니다. … 그러나 수칙 위에 인정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선생님은 점잖은 분이십니다. 나도 압니다. 뭐! 우리 병사들은 무엇이든지 다 압니다. … 어떻게 아느냐고요? 돌들까지도 좋게 또는 나쁘게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카이사르를 섬기기 위해 그 말들을 듣는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전에 폭동을 선동하고 반란을 일으켰던 다른 사람들처럼 거짓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선생님은 점잖으십니다. 로마도 그걸 알고 있어요. 이 사람은 … 병이 대단하군요.”

“그렇게 때문에 내 어머니께로 데려가는 겁니다.”

“흠! 어머님은 오래 간호하실 필요가 없겠는걸요! 포도주를 좀 먹이세요. 이 수통 속에 좀 있습니다. 아귈라, 너는 말에 채찍질을 해라. 그리고 귄투즈 너는 꿀과 버터의 할당량을 다오. 이것은 내 몫이지만 이 사람에게 이로울 것입니다. 이 사람이 기침을 많이 하는데, 꿀이 기침이 좋지요.”

“당신은 친절하군요.”

“아닙니다. 많은 사람보다 덜 나쁜 것입니다. 나는 선생님을 모신 것이 기쁩니다. 이탈리아 군단의 뿌블리우스 귄띨리아누스를 기억해 주십시오. 나는 가이사리아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돌레마이다로 가는 길입니다. 명령된 서찰입니다.”

“당신은 내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군요.”

“내 가요? 악인들의 적은 되지만, 결코 착한 사람들의 적은 안됩니다. 그리고 나도 착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거 보십시오. 우리들 군인에게는 어떤 교의(敎義)를 가르치십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교의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정의와 정직과 절제와 연민입니다. 자기의 직무를 남용하는 일 없이 다하는 것입니다. 군대의 직무의 엄격한 필요 속에서도 인간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리를 알려고, 즉 오직 한 분뿐이시고 영원하신 하느님을 알려고 힘쓰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 지식이 없으면 어떤 행위도 은총을 받지 못하고, 따라서 영원한 상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죽으면 내가 행한 선행이 어떻게 됩니까?”

“참 하느님께로 오는 사람은 저 세상에서 그 선행을 도로 찾습니다.”

“내가 두 번째 태어난단 말입니까? 내가 군단 사령관이나 황제까지도 된단 말입니까?”

“아니요, 당신은 하늘에서 하느님의 영원한 지복(至福)에 결합해서 그분과 비슷하게 될 것입니다.”

“뭐라고요? 내가 올림포스산에 가서 신들 사이에 있게 된단 말입니까?”

“신이 여럿이 있지 않고 참 하느님 한 분밖에 안 계십니다. 내가 전하는 하느님이시지요. 당신의 말을 들으시고, 당신의 친절과 선을 알고자 하는 당신의 소원을 알아차리시는 그 하느님이십니다.”

“그 말이 내 마음에 듭니다. 나는 신이 보잘것없는 이교도 병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었습니다.”

“뿌블리우스, 당신을 창조하신 것은 그분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시고, 당신을 곁에 두기를 원하십니다.”

“그야 … 그러지 말란 법도 없지요. 그렇지만 … 아무도 하느님에 대해서 말해 주는 일이 없습니다. … 한 번도 ….”

“내가 가이사리아에 갈 터이니까 내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렇고 말고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러 가겠습니다. 나자렛에 다 왔습니다. 더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누가 보면 ….”

“내려가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친절에 대해서 당신에게 축복을 하겠소.”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병사들, 주께서 당신들에게 당신을 나타내 보이시기를 바랍니다. 잘들 가시오.”

일행은 내려서 다시 걷는다.

“이제 얼마 안 가서 쉬게 될 것입니다, 요나.” 하고 예수께서 그의 용기를 돋우어 주시려고 말씀하신다.

요나는 미소를 짓는다. 그는 저녁나절 시간이 점점 지나가고 도라의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됨에 따라 점점 더 침착해진다.

요한과 그의 형은 마리아께 알리려고 먼저 뛰어간다. 작은 행렬이 해질 무렵이 되어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는 나자렛에 이르렀을 때 마리아는 벌써 문지방에 나와 아들을 기다리고 계시다.

“어머니, 요나가 왔습니다. 요나는 그의 천국을 맛보기 시작하기 위해서 친절하신 어머니한테 피난하려고 합니다. 요나, 기뻐요?”

“기쁩니다! 기뻐요!” 하고 기진맥진한 사람이 탈혼 상태에서 그러는 것처럼 속삭인다.

요나는 요셉이 세상을 떠난 작은 방으로 옮겨진다. “당신은 지금 내 아버지의 침대에 있는 것입니다. 여기 어머니가 계시고, 여기는 내가 있어요. 알겠어요? 나자렛이 베들레헴이 되었어요. 이제는 당신이 아기 예수가 되어서 당신을 매우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있고, 이 사람들은 당신을 충실한 종으로 공경하는 사람들입니다. 천사들을 당신을 보지 못하지만, 그들은 빛을 발하는 날개를 쳐서 당신 위로 날아다니면서 탄생의 시편 말씀을 노래합니다 ….”

예수께서는 가엾은 요나에게 당신의 친절을 베풀어 주시는데, 요나는 시시각각으로 약해져 간다. 그는 여기서 죽으려고 이 순간까지 지탱한 것 같다. … 그러나 그는 대단히 행복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예수의 손과 마리아의 손에 입맞춤하려고 애쓰고, 말을 하려고, 말을 하려고 애를 쓴다. … 그러나 기진맥진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마리아는 어머니처럼 그를 위로해 주신다. 그러니까 요나는 그 앙상한 얼굴에 지극히 행복한 미소를 띠면서 “예 … 예” 하고 되풀이한다.

정원 문 깨서 제자들은 깊이 감격하여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오랜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당신의 긴 밤의 별이 당신의 영원한 아침의 별이 되었습니다. 그 이름을 알지요.”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예수님, 주님의 이름! 오! 예수님! 천사들이 … 누가 내게 천사의 찬가를 노래하는 건가요? 제 영혼이 그걸 듣습니다. … 그렇지만 제 귀도 그걸 듣고 싶어 합니다. 저를 행복하게 잠들게 하기 위해 누가? … 너무 졸립니다! 저는 정말 많이 참아 견디었습니다! 눈물을 많이 흘리고 …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 도라 … 그를 용서합니다. … 그렇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싫은데,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그것은 죽어가는 제 곁에서 사탄의 목소리같이 들려옵니다. 누가 천장에서 오는 말로 이 목소리를 들리지 않게 해 줄까요?”

그러니까 마리아는 당신이 부르시는 자장가와 같은 곡조로 조용히 노래하신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사람들에게 평화.”

마리아는 요나가 그 노래를 들으면서 침착해지는 것을 보시고 두세 번을 되풀이하신다.

“도라는 이제 말하지 않습니다.” 하고 얼마 후에 요나가 말한다.

“천사들만이 … 아기가 있었습니다. … 구유에 … 소와 나귀 사이에 …그런데 아기가 메시아였습니다. … 나는 아기에게 경배했습니다. … 그리고 아기와 함께 요셉과 마리아가 있었습니다. ….” 목소리가 짧게 갈그랑거리는 소리가 되어 사라지고 뒤이어 침묵이 흐른다.

“하늘에는 착한 뜻을 가진 사람에게 평화! 요나가 세상을 떠났다. 그를 우리의 보잘것없는 무덤에 묻어주자. 이 사람은 내 아버지인 의인 곁에서 죽은 이들의 부활을 기다릴 자격이 있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누가 알렸는지 알패오의 마리아가 오는 동안 모든 환상이 사라졌다.

 

77. 예수께서 메론 호수 근처 야곱의 집에 머무르신다.

 

팔레스티나에는 갈릴래아 호수와 사해 이외에도 작은 호수랄까 연못이랄까, 어떻든 내가 이름을 모르는 거울 같은 수면이 하나 또 있는 것 같다.

나는 평가하는 능력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언뜻 보아서 이 작은 호수는 길이가 3 킬로미터에 너비가 2 킬로미터쯤 될 거 같다. 보다시피 이것은 별것이 아니다. 정말 보잘것없는 것이다. 그러나 푸른 나무에 빙 둘러싸여 있는 이 작은 호수는 우아하다. 그 거울 같은 수면이 하도 파랗고 고요해서 에나멜 같은 하늘 한 조각이 내려앉은 것 같고, 한가운데에는 더 엷고 가볍게 움직이는 빛깔이 있는데, 그것은 아마 북쪽에서 흘러 들어와 남쪽으로 빠져나가는 강물의 흐름 때문인 것 같다. 호수가 얕기 때문에 강물은 흐르지 않는 물 한가운데를 마치 살아 있는 정맥 모양으로 지나가면서 다른 빛깔과 물이 가볍게 움직임으로 그 존재를 나타낸다.

이 작은 호수에는 돛단배는 없고, 어부 혼자서 통발을 물에 넣거나 꺼내는 작은 배, 또는 행인이 지름길로 가느라고 이용하는 작은 배가 몇 척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양 떼, 양 떼, 수많은 양 떼가 있는데, 그놈들은 틀림없이 깊어가는 가을 때문에 산 위에 있는 목장에서 내려와 풀이 푸르고 기름진 호숫가 풀밭에서 풀을 뜯어먹는 모양이다.

달걀 모양으로 생긴 호수의 남쪽 끝에는 큰 길이 동서로, 아니 그보다도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나 있다. 그 길은 손질이 잘 되어 있고, 이 지방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작은 마을에 가는 길손들이 많이 다닌다.

이 길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가신다. 날이 꽤 어둡다. 그래서 베드로가 잔소리를 한다. “그 여자 집에 가지 않는 것이 나을 걸 그랬습니다. 날은 점점 짧아지고 어두워지고 … 예루살렘은 아직 멀었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늦지 않게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베드로야, 외부적인 의식에 참여하는 것보다 선행을 함으로써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낫단 말이다. 지금 그 여자는 병이 나아서 장막절에 예루살렘에 갈 수 있게 된 가장(家長) 둘레에 아이들과 같이 둘러앉아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 남편이 지금쯤은 작은 띠로 칭칭 감기고 향료가 발린 몸으로 무덤 속에 잠들어 있을 터인데 말이다. 너희들은 절대로 믿음을 외부적인 행위와 혼동하지 말아라. 또 절대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아니, 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신앙심으로 착각을 하고 이웃에 대하여 네 마음의 문을 닫고 “나는 하느님을 섬긴다. 이것이면 그만이다.’ 하고 말한다면, 어떻게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하는 일을 이상히 여길 수 있겠느냐?”

“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 저는 바보보다도 더 무식합니다.”

“그래서 너를 지혜로운 사람이 되게 하려고 데리고 있는 것이다. 염려 말아라. 쿠자가 거의 야곱의 집에 가는 데까지 마차를 제공하였다. 거기서 걸어서 건너는 곳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쿠자가 아주 정당한 이유를 들어가면서 어떻게나 간청을 하는지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왕은 가난한 사람들의 수단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요나의 죽음으로 인해 늦어질 수밖에 없었으니, 내 계획을 뜻밖의 일에 맞추어야 한다.”

제자들은 요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그의 비참한 생애를 동정도 하고 그의 행복한 죽음을 부러워도 한다. 열성당원 시몬은 중얼거린다. “저는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도 못했고, 오랜 고통과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원숙하게 된 제자를 선생님께 드리지도 못했습니다. … 그래서 괴롭습니다. 세상에는 지금도 의심하고 이다음에도 의심할 수많은 사람을 벌충하기 위해 예수님을 단단히 믿는 충실한 사람들이 대단히 필요한데 말입니다!”

“시몬아, 상관없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요나는 지금 더 행복하고 더 활동적이다. 그리고 너는 그를 위해, 또 나를 위해 아무도 하지 못했을 일을 했다. 그 사람을 대신해서 네게 감사한다. 지금은 자기를 해방시켜 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네게 축복한다.”

“그러면 도라를 저주하기도 하겠군요.”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예수는 그를 바라보시며 물으신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느냐? 네 생각은 틀렸다. 요나는 의인이었다. 지금은 성인이고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저주하지 않았다. 지금 미워하지 않고 저주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 머물러 있는 곳에서 낙원을 올려다보며 매우 기뻐하고 있다. 그것은 고성소가 멀지 않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리라는 것을 벌써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도라에 대해서 … 선생님의 저주는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까?”

“무슨 뜻으로 말이냐, 베드로야?”

“그 사람을 반성하게 하고 행실을 고치게 하거나 … 아니면 … 그 사람을 벌해서 말입니다.”

“나는 그 사람을 하느님의 정의에 맡겼다. 사랑 자체인 나는 그 사람을 버렸다.”

“맙소사! 나는 그 사람 처지가 되고 싶지는 않은데!"

“나도!”

“나도!”

“그 사람 처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렇잖으면 완전하신 하느님의 정의가 어떻게 될 거야?” 하고 제자들이 말한다.

“벗들아, 선인들에게는 황홀한 기쁨이 될 것이고, 하느님께 버림받은 자들에게는 벼락이 될 것이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일생동안 노예가 되고 문둥병자나 거지가 되는 것이 하느님의 벌을 한 시간, 다만 한 시간만 받는 것과 비교해도 완전하 행복이다.”

“선생님, 비가 옵니다. 어떻게 합니까? 어디로 갑니까?”

과연 이제는 납 빛깔 구름이 꽉 덮인 하늘을 반사해서 어두워진 호수에 첫 번째 빗방울들이 떨어져서 튀어 오른다. 비는 세차게 퍼부을 것 같다.

“어떤 집에 가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피난처를 청하자.”

“저 로마인만큼 착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로마인들이 그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 저는 그 사람들을 항상 부정한 사람들처럼 피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 예,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이 우리들 중의 많은 사람보다 더 낫군요.”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로마인들이 마음에 드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뭐! … 저희들보다 더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은 사마리아인 같은 사람들이지요, 뭐 ….”

예수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빙그레 웃으신다. 양 여덟 마리를 몰고 오는 한 작은 여자가 그들을 따라 미쳤다.

“아주머니, 우리가 어디 가면 유할 집을 만날 수 있을지 말해 줄 수 있겠습니까?”

“저는 혼자 사는 가난한 사람의 하녀입니다만, 저를 따라오시면 … 제 주인이 여러분을 친절하게 받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갑시다.”

그들은 소나기를 맞으며 양들 가운데로 빨리 간다. 양들은 비를 피하려고 그 지나치게 살찐 몸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그들은 큰길을 버리고 작고 낮은 집으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나는 농부 야곱의 집을 알아보겠다. 아마 8월에 있었던 환상에서 본 고아들인 마티아와 마리아의 아들 그 야곱 말이다.

“다 왔습니다, 여깁니다! 앞쪽으로 뛰어가세요, 그동안 저는 양들을 양의 우리로 데려가겠습니다. 낮은 담 너머로 마당이 하나 있는데, 그리로 해서 집에 가게 됩니다. 제 주인은 부엌에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이 말을 별로 하지 않아도 신경 쓰지 마세요. … 그 사람은 걱정이 많답니다.” 여인은 오른쪽에 있는 작은 방으로 간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같이 왼쪽으로 돌아서 가신다.

우물이 있고, 안쪽에는 화덕이 있고, 옆에는 사과나무가 있는 마당이 나타난다. 그리고 나뭇가지로 불을 때고 있는 부엌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 보이고, 거기에서 한 남자가 망가진 농기(農器)를 고치고 있다.

“이 집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나와 내 친구들이 하룻밤 쉴 곳을 청합니다.” 하고 문지방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남자는 머리를 들고 말한다. “들어오십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선생이 주시는 평화를 선생께 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 이곳에서 평화는! 얼마 전부터 야곱의 원수가 되었습니다. 들어오십시오, 들어오세요! … 다들 들어오세요. 제가 여러분에게 많이 드릴 수 있는 건 불 뿐입니다. … 왜냐하면 … 아이고! 그런데 … 아니, 선생님은 이제 두건을 벗으시니까(예수께서는 겉옷 한 자락으로 머리를 덮으시고, 그것을 목 밑에 한 손으로 꼭 쥐고 계셨었다.) 선생님을 잘 볼 수 있는데… 맞습니다, 선생님은 사람들이 메시아라고 부르고, 기적을 행하시는 갈릴래아 선생님이시지요, … 그렇습니까? 제발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나자렛의 예수, 메시아요. 당신은 나를 아십니까?”

“지난달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유다와 안나의 집에서 말씀하셨지요. … 저는 포도 수확하는 사람들 가운데 있었습니다. … 저는 가난하니까요. … 불행이 잇달아 왔습니다. 즉 우박에, 벌레에, 나무와 양들은 병이 들고요. … 하녀만 데리고 혼자 사는 저로서는 제 재산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행이 저를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빚을 졌습니다. … 제 양들을 모두 팔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들의 집에 가서 일을 했습니다. … 그리고 또 제 발들은 어떻고요! … 밭들이 어떻게나 바싹 마르고,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들이 어떻게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지 꼭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아내가 죽은 것이 6년이 됩니다만, 그때부터 맘몬이 제게 피해를 입혀가면 즐기는 것 같습니다. 보세요. 저는 지금 이 쟁기를 가지고 애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만 나무가 온통 상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일은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잡아매고 또 잡아매고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제는 또 돈주머니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 농기를 고치기 위해서 양을 또 한 마리 팔아야 하겠습니다. 지붕이 샙니다. … 그렇지만 집보다는 밭이 더 걱정이 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양들은 살이 통통히 쪘는데요. … 양 떼를 다시 만들기를 바랐었는데요. … 그렇지만!”

“그렇잖아도 걱정이 태산 같은데, 내가 걱정을 또 갖다 주는군요.”

걱정이라니요, 선생님이요? 아닙니다, 저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정직하게 살아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 그렇지만 아마 제가 넉넉히 착하게 살지는 못했나 봅니다. 착했던 것은 아마 모든 사람을 불쌍히 여기던 제 아내였던 것 같습니다. 가엾은 리아, 너무 일찍 죽었지요. 남편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 일찍 죽었습니다. … 그 시절의 행운은 하늘에서 아내를 통해 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더 착한 사람이 되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을 실천하고 제 아내를 본받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 그저 아내가 죽고, 제가 태어난 이 집에서 그대로 살고 … 저와 또 제 아내를 대신하는 하녀가 먹을 양식이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하녀는 양도 치고 힘 자라는 데까지 저를 도와줍니다. 남자 하인은 이제 없습니다. 전에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저도 밭일과 올리브 밭 일을 하니까 그 두 사람으로 충분했습니다. … 그러나 이제는 저 먹을 양식밖에 없고, 그것도 아주 적으니 ….”

“우리 때문에 당신의 양식을 포기하지 마시오 ….”

“선생님, 아니올시다. 한 입 거리만 있다 해도 그것을 선생님께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을 모신 것이 제게는 영광입니다. … 이런 영광을 저는 결코 바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불행을 말씀드리는 것은 선생님이 친절하시고, 또 이해를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해합니다. 그 망치를 내게 주시오.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나무가 상합니다. 그 송곳도 주시오. 그렇지만 불에 달궈서 주시오. 그러면 나무를 더 잘 뚫게 될 것이고, 쇠 쐐기를 어렵지 않게 끼우게 될 것입니다. 내가 하게 내버려 두시오. 나는 목수일을 했소 ….”

“선생님이 저를 위해 일을 하시다니요? 안됩니다!”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시오. 당신은 나를 받아들였고, 나는 당신을 돕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주면서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평화를 주시고, 지혜를 주시고, 기적을 주십니다. 그러니 벌써 많이, 아주 많이 주시는 겁니다!”

“나는 또 일도 줍니다. 자! 하라는 대로 하시오. …” 그리고 겉옷은 입지 않은 채로 계시던 예수께서는 망가진 쟁기채에 빨리 실용적으로 손질을 하신다. 구멍을 뚫으시고, 잡아매시고, 쐐기를 박으시고, 그것이 든든하게 될 때까지 시험을 하신다. “이놈이 아직 오랫동안 쓰일 수 있겠소, 내년까지. 그때 가서 갈면 될 것입니다.”

“그렇고 말고요. 이 쟁기가 선생님 손을 거쳤으니, 제 땅에 축복할 것입니다.”

“야곱, 당신의 땅이 축복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주님, 그러면 왜 축복을 받겠습니까?”

“당신이 자비를 베풀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기주의와 질투의 원한 속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내 가르침을 받아서 실천합니다. 자비로운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그들이 자비를 얻을 것입니다.”

“주님, 제가 무엇으로 주님께 자비를 베풀었습니까? 저는 겨우 주님께 필요한 자리와 음식이 있을 뿐입니다.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착한 뜻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주님과 친구분들에게 경의를 표할 만한 것이 없어서 그런 것만큼 가난이 괴로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당신의 소원으로 충분합니다. 정말 잘 들어두시오. 내 이름으로 주는 물 한 잔도 하느님의 눈에는 큰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돌풍을 만난 피로한 길손이었는데, 당신은 나를 집에 거두어주었고, 식사 시간이 되니까 “제게 있는 대로 드립니다.” 하고 말했고, 밤이 되니까 기꺼이 잠잘 곳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 이상 무엇을 하겠다는 것입니까? 야곱, 신뢰를 가지시오. 사람의 아들은 호화로운 대접과 훌륭한 음식을 고려하지 않고, 마음의 애정을 고려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아버지께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지, 제 은인들과 제 이름으로 형제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모든 사람에게 복을 내려 주십시오.’ 하고. 이 말을 나는 당신을 위하여 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쇠스랑 손질을 하고 계신 동안 하녀가 주인에게 말을 하더니 빠오가 금방 짠 양젖과 시든 사과 몇 개와 올리브 한 쟁반을 가져왔다.

“저는 이 이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고 주인이 미안해한다.

“오! 나는 당신의 음식 가운데 당신이 보지 못하는 음식을 봅니다. 그 음식은 하늘의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음식을 먹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주님은 아마 천사들이 갖다 드리는 음식을 드시겠지요?” 어쩌면 영적인 음식으로 사시는지도 모르지요.”

“맞아요. 영은 육체보다 더 값어치가 있어요, 이것은 내 경우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천사의 빵을 먹고살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와 사람들의 사랑으로 삽니다. 그런데 당신의 식탁에서도 그 사랑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사랑으로 나를 당신에게 인도하신 아버지를 찬미하고, 또 사랑으로 나를 받아들이고 내게 사랑을 준 것 때문에 당신에게 축복합니다. 이것이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것과 더불어 내 음식입니다.”

“그러면 축복을 하시고, 제 대신 이 음식을 하느님께 바쳐 주십시오. 오늘은 주님이 제 가장이시고, 또 언제까지나 제 선생님과 제 친구이실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빵을 집어 두 손으로 높이 쳐드셔서 바치신다. 기도를 하시는데 아마 시편으로 하시는 것 같다. 그런 다음 앉으셔서 빵을 쪼개서 나누어 주신다.

 

-이렇게 하여 모든 것이 끝난다.

 

78. 예리고 근처 요르단강을 걸어서 건너는 곳으로 돌아오신다.

 

“세례자가 여기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합니다.” 하고 요한이 스승께 말한다. 그들은 모두 요르단강 동쪽 강가에 있다. 그곳은 세례자가 얼마 동안 세례를 주던 그 유명한 걸어서 건너는 곳 근처이다.

“또 건너편 강가에도 없는데요.” 하고 야고보가 지적한다.

“돈주머니를 또 하나 기대하고 잡아 간 모양이군요.” 하고 베드로가 주를 단다. “헤로데의 도당은 깡패들입니다.”

“저쪽으로 건너가서 알아보자.”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사실은 그들은 건너간다. 그리고 건너편 강가에 있는 뱃사공에게 “세례자는 이제는 여기서 세례를 베풀지 않습니까?” 하고 묻는다.

“예. 그이는 사마리아 경계에 가 있습니다. 그이를 이 지경으로 몰아놓았습니다. 성인이 이스라엘 시민들에게서 빠져나가기 위해 사마리아 사람들 가까이에 가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버리시는 것을 이상히 여기겠습니까?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꼭 한 가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팔레스티나 전체를 소돔과 고모라처럼 취급하지 않으신다는 겁니다! …”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지 않으시는 것은 이곳에 있는 의인들 때문이고, 완전히 의인은 아니더라도 정의를 갈망하고 성덕을 권장하는 사람들의 가르침에 몰두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러면 그런 분은 둘입니다. 세례자와 메시아요. 세례자는 신자들을 내 배로 그분에게 데려다주면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서 그분을 도와드렸기 때문에 압니다. 그분은 정당한 임금으로 만족하라고 했기 때문이었지요. 내가 다른 일을 해서 버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옳고, 깨끗하게 하는 곳으로 한 영혼을 데려다주었다고 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친구들은 나를 미치광이로 취급했습니다. 그렇지만 뭐 … 나는 내가 가진 얼마 안 되는 걸로 만족하고 있지요. 그걸 누가 트집 잡을 수 있습니까? 게다가 나는 아직 굶어 죽지는 않았고, 죽으면 아브라함이 내게 미소를 보내리라고 생각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 이름이 무엇입니까?”

“오! 나는 굉장히 위대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나는 노 밖에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웃습니다. 내 이름은 솔로몬입니다.”

“당신은 깨끗하게 하는 데 협력하는 사람은 돈을 받아서 더러워지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이 죽을 때에 아브라함뿐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하느님께서 충실한 아들에게 처럼 당신에게 미소를 보내실 것입니다.”

“아이고! 진정으로 하시는 말입니까? 선생은 누구십니까?”

“나는 의인이요.”

“이것 보세요. 나는 이스라엘에 의인이 두 사람이 있다고 말했지요. 한 사람은 세례자이고 또 한 사람은 메시아입니다. 선생은 메시아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아이고! 하느님 맙소사! 그렇지만 … 하루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는데요. … 그만둡시다. … 내 입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선생님은 그들이 말하던 것 같은 분이 아니신데요. 독사의 혀보다도 더 고약한 쌍갈래진 혀들입니다! …”

“내가 그 사람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은 빛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솔로몬, 안녕히 계십시오. 평화가 당신과 함께 있기를.”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그 사람은 이 밝혀진 사실로 인하여 깜짝 놀랐다. 그의 말투는 아주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저 정직한 사람으로 말을 하였었는데, 지금은 경배를 하는 제자이다.

“장막절에 참예하려고 예리고로 해서 예루살렘에 갑니다.”

“예루살렘에요? 아니 … 주님께서도?”

"나도 율법의 아들입니다. 나는 율법을 없애지 않고, 당신들에게 율법을 완전히 지키게 하는 빛과 힘을 줍니다.”

“그렇지만 예루살렘은 벌써 주님을 미워하는데요! 예루살렘의 유력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 말입니다. 제가 그들이 말하는 걸 들었다고 말씀드렸지요 ….”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시오. 그들은 그들의 의무를, 그들의 의무라고 믿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나는 내 의무를 다하고. 정말 잘 들어두시오. 때가 이르기 전에는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주님, 무슨 때입니까?” 하고 제자들과 뱃사공이 묻는다.

“어두움이 승리하는 때 말이다.”

“선생님은 세상 끝마칠 때까지 사십니까?”

“아니다. 빛이 꺼진 천체들과 여기 사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죽은 우리 지구의 어두움보다도 더 끔찍한 어두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나라는 빛을 덮어 씌워 끌 때일 것이다. 많은 사람 안에는 죄악이 벌써 와 있다. 솔로몬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선생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안됩니다. 사흘 후에 벨 니드라쉬로 오시오.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예수께서는 생각에 잠겨 있는 제자들 가운데에서 길을 떠나신다.

“무슨 생각들을 하느냐? 나 때문에도 너희들 때문에도 염려하지 말아라. 우리는 데카폴리스와 베레아을 지나왔는데, 어디에서나 밭에서 일을 하는 농부들을 보았다. 어떤 곳에는 땅에 아직 밀 그루터기와 개밀 속이 꽉 차 있고, 메마르고 단단하고, 황량한 광야의 씨앗이 여름 바람에 불려 와서 뿌려져서 자라난 해로운 잡초들이 엉클어져 있었다. 그것은 게으른 사람들과 향락자들의 밭들이었다. 다른 곳에는 땅이 벌써 쟁기로 갈아 엎어졌고 불과 손으로 돌과 가시덤불과 개밀속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해롭던 것, 즉 무익한 잡초들이 깨끗하게 하는 불과 전지(剪枝)의 작업으로 유익한 물건으로 변했었다. 즉 땅을 기름지게 하는 데 유익한 자극이 되는 퇴비로 변한 것이다. 땅은 그것을 갈라놓고 파헤치는 보습날이 주는 고통과 그 상처 위를 지지며 지나가는 불의 습격으로 울었었다. 그러나 땅이 봄에는 더 즐겁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몹시 괴롭힌 것은 내 치장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는 이 풍성한 수확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그런데 그 밭들은 원할 줄을 아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또 다른 곳에는 땅이 벌써 재까지도 치워져서 완전한 상태에 있었고 땅과 씨앗의 혼례를 위한 신혼의 잠자리가 되고 지극히 영광스러운 밀 이삭의 수확을 주는 생산을 많이 하는 결혼이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밭들은 완전한 일을 해야만 비로소 만족하는 고결한 사람들의 밭이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나는 보습날이고, 내 말은 불이다. 이것은 영원한 승리를 위한 것이다.

게으르거나 향락을 즐겨서 아직 나를 찾지 않고, 나를 받아들이지도 않고, 그저 그들의 악습과 좋지 못한 열정을 즐기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푸르름이나 꽃으로 치장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그들의 영을 치명적으로 갈기갈기 찢어놓고 묶어놓고 지옥불에 태울 나뭇단을 만드는 가시덤불과 가시들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데카폴리스와 베레아가 이러하다. … 그런데 이 도시들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내게 기적을 청하지 않는 것은 전지(剪枝)를 하는 말을 원치 않고 뜨거운 불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때가 올 것이다. 다른 곳에는 그렇게 전지 하는 것과 그렇게 뜨겁게 지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은 괴롭다. 그러나 나를 깨끗하게 하고 나로 하여금 착한 행동을 많이 하도록 만들 것이다.' 하고. 그런 사람들은 행하는 용맹은 없지만 내가 행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내 길에 한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끝으로 그들의 지칠 줄 모르는 일로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내 일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하느님의 길에서 걸어가지 않고 날아간다. 이들은 충실한 제자들이다. 너희들과 이스라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다른 제자들이다.”

“그렇지만 그 굉장히 많은 수에 대해서 … 너무 적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 보잘것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선생님을 해치고자 하면 어떻게 선생님을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벗들아, 야곱의 꿈을 기억하여라. 야곱은 하늘에서 성조에게까지 내려오는 사다리로 수없이 많은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수많은 천사들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은 천사들의 군대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그런데 하늘에서 하느님께 알렐루야를 노래하는 모든 천사의 군대가 그때가 되었을 때 나를 보호하려고 내 둘레로 내려온다 해도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정의는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

“불의가 이루어진다는 말씀이겠지요! 선생님은 거룩하시고, 만일 그들이 선생님을 해치고 선생님을 미워하면 그들이 불의한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에 있어서는 죄악이 벌써 저질러졌다고 내가 말하는 것이다. 살인할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은 벌써 살인자이고, 도둑질할 생각을 은밀히 품고 있는 사람은 벌써 도둑이며, 간음할 생각을 품고 있으면 벌써 간통 자이고, 배반할 생각을 품고 있으면 벌써 배반자이다. 아버지는 아시고 나도 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대로 내버려 두시고, 나는 내 길을 간다. 내가 온 것은 이 때문이니까 그렇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아직 곡식들이 여물 것이고, 빵과 포도주가 사람들에게 양식으로 주어지기 전에 한번, 두 번 씨를 뿌릴 것이다.”

“그때에는 기쁨과 평화의 잔치를 하겠군요!”

“평화의 잔치? 그렇다. 기쁨의 잔치? 그렇다. 그러나, 베드로야! 내 벗들아! 첫째 잔과 둘째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눈물이 흐르겠는지! 그리고 셋째 잔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의인들 가운데 큰 기쁨이 있을 것이고, 옳은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평화가 보장될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도 거기 계시겠지요?”

“내가? … 아니 가장이 의식에 빠지는 일이 언제 있더냐?” 그런데 나는 그리스도의 큰 가족의 가장이 아니냐?”

그때까지 말을 도무지 안 하고 있던 열성당원 시몬이 혼잣말처럼 말한다.

“‘붉게 물든 옷을 입고 오는 사람은 누구냐? 그 옷을 입은 그는 아름답다. 그리고 그는 그의 위대한 힘을 가지고 걸어온다.’ ‘나는 정의를 가지고 말하는 사람이며, 구원이 되도록 보호한다.’ ‘그런데 왜 네 옷은 붉은 물이 들었고, 왜 네 옷은 압착기에서 포도송이를 으깨는 사람들의 옷과 같으냐?’ ‘압착기에서 짓이기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내 구속의 해가 왔다.'”

“너는 알아들었구나, 시몬아” 하고 예수께서 지적하신다.

“주님, 저는 알아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다른 사람들은 놀라서 그들을 쳐다보며 서로 말한다. “아니 저 사람은 예수님이 지금 입고 계신 붉은 옷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그렇잖으면 때가 오면 예수님이 입으실 왕의 주홍빛 옷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예수께서는 당신 생각에 잠기셔서 이제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하시는 것 같다. 베드로는 시몬을 따로 불러 가지고 묻는다. “지혜롭고 겸손한 자네가 무식한 내게 자네 말을 설명해 주게.”

“형제, 그렇지 하지. 선생님의 이름은 구세주일세. 사람과 하느님 사이. 땅과 하늘 사이에 있을 평화와 기쁨의 잔은 선생님이 우리 모두에 대한 사랑으로 당신 자신을 짓이겨서 빚으실 당신의 포도주로 가득 채우실 걸세. 그러므로 어두움의 세력이 선생님 자신인 빛을 겉으로 보아 눌러 끈 것같이 보이더라도 선생님은 거기 계실 거야. 오! 우리는 이 그리스도를, 우리의 그리스도를 많이 사랑해야 하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께 사랑을 거절할 터이니까 말이야. 선생님이 버림받은 상태의 때가 왔을 때에 우니는 ‘개떼가(그리고 우리도 개들 사이에서) 나를 에워쌌다.’고 한탄을 우리에게 하고 우리를 비난하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세.”

“자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니, 우리는 비록 선생님과 같이 죽어야 된다 해도 선생님을 보호할 건데.”

“우리는 선생님을 보호할 걸세. … 그렇지만 우리는 사람일세, 베드로. 그래서 우리의 용기는 사람들이 선생님의 뼈를 부수기 전에 사라지고 말 걸세. … 그래, 우리는 하늘에서 얼음이 되었다가 벼락으로 녹아서 비가 되고, 또 땅에서 바람 때문에 다시 얼음이 되는 물과 같은 일을 할 걸세. 우리는 이렇단 말이야! 이게 우리란 말이야! 현재의 우리 용기는 선생님의 사랑과 선생님을 가까이 모시는 것으로 인해서 씩씩한 과감성이 돼서 우리를 선생님의 제자가 되게 했지만, 사탄과 악마 같은 자들의 벼락을 맞아 사라질 거란 말이야. … 그러면 우리에게서 남는 것이 무엇이겠어? 그러다가 품위를 떨어뜨리는 필요한 시련이 지난 다음에는 믿음과 사랑이 우리를 다시 응고시켜서 우리는 다시는 깨질 염려가 없는 수정과 같이 될 걸세. 그러나 이것도 우리가 선생님을 모시고 있는 동안 많이 사랑해 드려야 알 수가 있고 그렇게 할 능력도 가지게 될 거야. 그때에는 … 그렇지. 내 생각에는 그때에야 선생님의 말씀의 결과로 우리가 원수와 배반자가 되지 않을 걸세.”

“시몬, 자네는 영리하네. 나는 … 나는 무식하고 또 선생님께 많은 질문을 하는 것도 부끄럽네. 그런데 나는 눈물을 흘릴 이유가 그렇게도 많은 것을 볼 때는 마음이 아파… 선생님의 얼굴을 보게, 보이지 않는 눈물에 젖어 있는 것같이 보여. 선생님의 눈을 보게. 하늘도 보지 않고 땅도 보지 않고 있어. 선생님의 눈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상을 보고 있는 거야. 선생님이 얼마나 지쳐 보이고, 걸으실 때 얼마나 허리가 굽은 것같이 보이는지! 당신 생각으로 늙으신 것 같아. 아이고! 나는 선생님이 저러시는 걸 볼 수가 없어! 선생님! 선생님! 웃으세요. 저는 선생님이 그렇게 슬퍼하시는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아들과 같이 제게 소중한 분이십니다. 그래서 제 가슴을 베개처럼 선생님께 드려 잠드시게 하고, 다른 세계들을 꿈꾸시게 하고 싶습니다. 아이고! 선생님을 ‘아들’이라고 말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예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나는 아들이다. … 이 이름이 내 이름이다. 그러나 내가 이제는 슬프지 않다. 보아라. 너희들이 내 친구이기 때문에 나는 웃는다. 자, 저쪽에 황혼에 새빨갛게 된 예리고가 보인다. 너희들 중의 두 사람이 가서 머무를 곳을 찾도록 하여라. 나와 다른 사람들은 회당 곁에 가서 기다리겠다. 가라.”

-그리고 요한과 유다 타대오가 인심 좋은 집을 찾으러 가는 동안 모든 것이 끝난다.

 

79. 예수께서 라자로의 집에 가시고, 마르타가 마리아에 대하여 말한다.

 

나무들이 있고 장사꾼들의 외치는 소리가 요란한 에리고의 장마당. 한 구석에서는 세리 자캐오가 합법적 그리고 비합법적 착취에 … 골몰하고 있다. 그는 귀중품 매매도 하는 모양이다. 과연 나는 그가 목걸이와 귀금속류를 달고 감정하는 것을 본다. 누가 돈으로 세금을 낼 수가 없어서 그것을 그에게 주었는지 또는 누가 다른 필요로 인하여 그에게 판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적갈색과 회갈색의 중간 빛깔인 겉옷으로 몸을 감싼 날씬한 여자의 차례이다. 그 여자의 얼굴도 아주 고운 노란색 비단으로 만든 베일을 쓰고 있어서 똑똑히 볼 수가 없다. 갈색 천으로 된 옷차림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짐작할 수 있는 날씬한 몸매밖에는 알아차릴 수가 없다. 볼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되지만, 적어도 그것을 토대로 판단하면 젊은 여자인 것 같다. 잠깐 동안 겉옷 밖으로 나와서 금팔찌를 내놓는 손, 그리고 좀 복잡하게 생긴 구두 등이 달리고 가죽끈으로 얽어맨 샌들을 신은 매끈하고 젊은 발가락이 보이는 발, 가늘고 대단히 흰 발목의 일부분이 그것이다.

그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팔찌를 내밀고 흥정도 하지 않고 돈을 받아 가지고는 가려고 돌아선다. 이제 나는 그 여자 뒤에 그 여자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는 가리옷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여자가 떠나갈 때에 무슨 말을 한마디 하는데, 그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여자는 벙어리인 것처럼 대답을 하지 않고, 그런 옷차림을 한 채로 급히 멀어져 간다.

유다가 자캐오에게 묻는다. “저 여자 누구요?”

“나는 손님들에게 이름을 묻지 않고. 특히 저 여자처럼 친절한 사람들일 때에는 더 물어보지 않소.”

“젊은 여자지요?”

“그런 것 같더군요.”

“하지만 그 여자가 유다인이요?”

“그걸 누가 아오? 금은 어느 나라에서나 누런 빛깔인걸.”

“그 팔찌를 보여주시오.”

“사려는 거요?”

“아니오.”

“그럼 별도리가 없소. 대관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요? 그 여자 대신 말을 하기 시작하라는 거요?”

“그 여자가 누군지 알 수 있나 보려던 거요.”

“그게 그렇게 걱정이 되오? 당신은 그런 걸 알아맞히는 점장이요, 아니면 냄새를 잘 맡는 경찰견이요? 안심하시오. 그런 옷차림을 한 걸 보면 그 여자는 정직하고 불행한 여자이거나 문둥병자일 거요. 그러니 … 별도리 없지요.”

“나는 여자를 탐내는 게 아니오.” 하고 유다는 경멸하는 태도로 대답한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 하지만 그 얼굴을 보니,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은데요. 좋소. 다른 것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 자리를 내주시오. 다른 손님들을 모셔야 하오.”

유다는 화가 나서 그곳을 떠나 빵장수와 과일 장수에게 그전에 빵과 과일을 사 간 그 여자를 아는지, 그 여자가 사는 곳을 아는지 묻는다. 그들은 모른다. 그들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그 여자는 얼마 전부터 2,3일에 한 번씩 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 오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여자가 어떻게 말하오?” 하고 유다가 계속 묻는다.

두 사람은 웃는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한다. “혀로 말하지요.”

유다는 그들에게 욕을 하고 간다. … 그러다가 마침 그날의 식사를 위하여 빵과 빵에 곁들일 만한 것을 사려고 오는 예수와 제자들의 일행과 부닥뜨린다. 예수께서는 “네가 여기 있느냐?” 하고만 물으신다. 그리고 유다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 만큼 빨리 대답을 하는데 베드로가 요란스럽게 웃으면 말한다. “자, 나는 소경이고 믿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포도나무도 못 보고 기적도 믿지 않는다.”

“아니, 자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고 두세 제자가 묻는다.

“난 진실을 말하는 거야. 여기에는 포도나무가 없단 말이야. 그리고 여기 이 먼지 구덩이에서 유다가 선생님의 제자라는 사실만으로 포도 수확을 할 수 있다고는 믿지 못하겠단 말이야.”

“포도 수확은 얼마 전에 끝났어.” 하고 유다가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그런데 여기서 가리옷까지는 여러 마일이 된단 말이야.” 하고 베드로가 속시원히 다 말해 버린다.

“자네가 나를 갑자기 비난하는구먼. 자넨 내게 적의를 품고 있어.”

“아니지. 나는 자네가 바라는 것보다는 덜 어리석은 거지.”

“그만들 두어라.” 하고 예수께서 말을 가로막으신다. 그러나 엄하신다. 유다에게로 몸을 돌리고 말씀하신다. “너를 여기서 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나는 오히려 네가 장막절을 지내려고 예루살렘에 가 있는 줄 알았었다.”

“예루살렘에는 내일 가겠습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집안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는데 ….”

“제발 그쯤 해 두어라.”

“선생님, 제 말을 믿지 않으십니까? 맹세코 저는 ….”

“나는 네게 아무 말도 묻지 않았으니 아무 말도 하지 말기 바란다. 네가 여기 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우리와 같이 올 생각이냐, 그렇지 않으면 아직도 처리할 일이 남았느냐? 간단하게 대답하여라.”

“아닙니다. … 다 끝냈습니다. 더구나 제가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도 않고 또 제가 축일을 지내러 예루살렘에 가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선생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예루살렘에.”

“오늘 루요?”

“오늘 저녁은 베다니아에서 묵는다.”

“라자로의 집에서요?”

“라자로의 집에서.”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그래. 너도 베다니아까지 오너라. 그런 다음 안드레아는 제베대오의 야고보와 토마와 같이 겟 셈니에 가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우리를 기다릴 터인데, 너도 그들과 같이 가거라.” 예수께서 어떻게나 말씀을 또박또박 하시는지 유다는 반항을 하지 못한다.

“그럼 저희들은요?”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너는 내 사촌들과 마태오와 같이 내가 보내는 곳으로 갔다가 저녁때에 돌아오너라. 요한과 바르톨로메오와 시몬과 필립보는 나와 같이 남아 있어라. 즉 베다니아에 가서 선생님이 왔다고 알리고 내가 그들에게 세시에 말을 하겠단다고 일러라.”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들판으로 서둘러 걸어간다. 뇌우가 쏟아진다. 그러나 청명한 하늘에서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에 쏟아진다. 모두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말없이 걸음을 옮긴다.

예리고에서 이 길로 해서 베다니아에 가노라면 그들이 도착하는 라자로의 집은 마을의 첫 번째 집들 중의 하나이다.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야 하는 한 떼를 보내시고, 그다음에는 또 한 떼를 베들레헴으로 보내시면서 말씀하신다. “걱정 말고 가거라. 도중에 이사악과 엘리야와 다른 목자들을 만날 것이다. 그들에게 내가 여러 날 동안 예루살렘에 머무르면서 그들에게 축복하기 위해 기다리겠다고 말하여라.”

그러는 동안 시몬은 격자문에 있는 방울을 울려 문을 열게 하였다. 하인들이 알리니 라자로가 달려 나온다. 벌써 몇 미터쯤 멀어져 갔던 가리옷의 유다가 뒤로 돌아와서 예수께 사과를 하며 말한다. “선생님을 불쾌하게 해 드렸습니다. 저는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말을 하면서 열린 대문을 통하여 정원과 집 쪽을 슬쩍 바라본다.

“그래, 좋다. 됐으니, 가거라. 동료들을 기다리게 하지 말아라.”

유다는 갈 수밖에 없다. 베드로가 중얼거린다. “그 사람은 명령이 바뀌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베드로야,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너는 그 사람에 대하여 친절하여라 ….”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그러나 약속은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 선생님, 다녀오겠습니다. 마태오와 다른 두 사람, 오게. 빨리 가세.”

“내 평화가 항상 너희와 같이 있기 바란다.”

예수께서는 남아 있는 네 사람과 같이 들어가신다. 그리고 라자로에게 입맞춤하신 다음에 요한과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를 소개하신다. 그리고 나서 그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시고 라자로와 단둘 이만 계시다.

그들은 집으로 간다. 이번에는 아름다운 회랑 아래 여자가 한 사람 있다. 마르타이다. 마르타는 동생만큼 크지는 않다. 그러나 역시 크다. 동생은 금발이고 장밋빛인데 마르타는 머리가 갈색이다. 그러나 역시 몸매가 잘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처녀이다. 흑옥(黑玉) 색 머리칼에 그 밑으로는 약간 갈색인 반들반들한 이마가 있다. 온순해 보이는 눈은 검고 크고, 부드러우며 짙은 빛깔의 속눈썹에 둘어싸여 있다. 코는 약간 매부리코이고 새빨간 입이 갈색 뺨과 대조를 이룬다. 마르타는 매우 희고 아름다운 이를 보이면서 미소 짓는다.

그의 모직으로 된 옷은 짙은 초록색인데, 목과 팔꿈치까지만 내려가는 소매 끝에는 붉은색과 진초록색 선을 둘렀다. 팔꿈치에서는 매우 곱고 흰 아마포로 된 다른 소매들이 나오는데, 그 소매들은 손목에 작은 끈으로 죄어져 있어 주름이 잡혔다. 가슴 위쪽 목 아래쪽에도 매우 곱고 흰 블라우스가 보이는데, 거기에도 끈으로 졸라맸다. 허리띠는 하늘색, 붉은색, 초록색의 대단히 고운 천으로 만든 숄인데, 허리를 졸라매고 술 장식의 매듭을 지어 왼쪽으로 늘어뜨렸다. 호화스러우면서도 단정한 옷이다.

“선생님, 저는 누이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이앱니다. 마르타라고 합니다. 착하고 신앙심이 깊습니다. 이 애가 집안의 위안이고 명예이고 불쌍한 라자로의 기쁨입니다. 전에는 이 애가 제게 첫째요 유일한 기쁨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선생님이 제 첫째 기쁨이시니까 이 애는 둘째입니다.”

마르타는 땅에까지 몸을 굽혀 예수의 옷자락에 입맞춤한다.

"훌륭한 누이와 정숙한 여자에게 평화, 일어나시오.”

마르타는 일어나서 예수와 라자로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다음 집안의 여러 가지 필요 때문에 자리를 뜬다고 양해를 구한다.

“저 애가 제 평화입니다. …” 하고 라자로가 속삭이고 예수를 쳐다본다. 탐색하는 듯한 눈길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것을 알아차리는지를 나타내지 않으신다.

라자로가 묻는다. “그런데 요나는요?”

“죽었어요.”

“죽었어요. 그러면 ….”

“나는 그가 목숨이 다했을 적에야 받았어요. 그러나 그 사람은 자유의 몸으로 나자렛의 내 집에서 나와 내 어머니 사이에서 행복하게 죽었습니다.”

“도라가 선생님께 그 사람을 드리기 전에 그의 건강을 해쳤군요.”

“그 사람은 피로해서 죽었어요. 맞아요. 그리고 매를 맞은 것으로도 죽은 것이지요 ….”

“그자는 악마 같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미워합니다. 저 잔인하고 비열한 사람이 온 세상 사람을 모두 미워합니다. … 선생님께는 선생님을 미워한다는 말을 안 했습니까?…”

“나한테도 말했어요.”

“예수님, 그 사람을 경계하십시오. 그 사람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주님 … 도라가 뭐라고 말했습니까? 저를 피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불쌍한 라자로를 불명예스러운 관점으로 보시게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당신이 나를 충분히 알기 때문에 나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또 공정하게 판단한다는 것을 깨달을 줄로 생각하오. 내가 사랑할 때에는 그 사랑이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또는 해가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고 사랑하오.”

“그러나 그 사람이 상처를 입히고 해치려고 애를 쓸 때에는 사납고 잔인합니다. … 그 사람은 요즈음에도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가 여기 와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아이고! 그렇지 않아도 저는 고민이 너무 많은데요! 왜 선생님까지 제게서 빼앗아가려는 것입니까?”

“나는 고민하는 사람들의 위안이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동무요. 당신에게 온 것도 이 때문이요.”

“오! 그러면 선생님도 아시는군요? … 아이고! 창피해라!”

“아니오. 어째 창피하오? 나는 알아요. 아니 그래서? 괴로워하는 당신에게 내가 저주를 할 것이란 말이요? 나는 자비요, 평화요, 용서요, 모든 사람에 대하여 사랑이오. 그러니 죄 없는 사람들에 대하여는 어떠하겠소? 당신은 당신을 괴롭히는 그 죄에 책임이 없어요. 내가 당신의 동생까지도 불쌍히 여기고 있는데, 당신을 악착스럽게 못살게 굴어야 하겠소?"

“그 애를 보셨습니까?"

“보았소, 울지 마오.”

그러나 라자로는 탁자 위에 포개 얹은 팔에 머리를 처박았다. 그리고 비통하게 울고 흐느낀다. 마르타가 앞으로 나아오며 바라본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눈짓을 하신다. 그러니까 마르타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간다. 라자로는 차차 진정되고 마음 약함을 보인 것을 부끄러워한다. 예수께서는 그를 위로하신다. 그리고 친구가 잠시 혼자 있기를 바라므로 정원으로 나오셔서 아직도 장미꽃 몇 송이가 버티고 있는 화단을 지나가신다.

조금 후에 마르타가 예수께로 왔다. “선생님 … 오빠가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까?”

“그렇소, 마르타.”

“오빠는 선생님이 알고 계시고 또 그 애를 보셨다는 것을 안 뒤로는 안절부절못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소?”

“우선 선생님과 같이 있던 사람으로 선생님의 제자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젊고 키가 크고 갈색 머리에 수염이 없는 그 사람 말입니다. … 그리고 도라입니다. 도라는 멸시로 오빠의 울화를 치밀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젊은 사람은 선생님이 호수에서 그 애가 … 정부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보셨다는 말만 했습니다. …”

“그러나 이 때문에 울지들 마오! 당신들은 내가 당신들의 고통을 모르는 줄 알았소? 나는 아버지 곁에 있을 때 벌써 그것을 알고 있었소. … 마르타, 낙심하지 말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얼굴을 쳐들어요.”

“선생님, 그 애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저도 기도합니다. … 그렇지만 저는 완전히 용서하지를 못합니다. 아마 그래서 영원하신 분께서 제 기도를 물리치시나 봐요.”

“옳은 말을 했소. 용서를 받고 기도가 들어지게 하려면 용서해야 하오. 나는 벌써 동생을 위하여 기도하오. 그러나 마르타의 용서와 라자로의 용서를 내게 주오. 마르타는 형제로서의 친절로 말을 할 수 있고, 나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소. 오빠의 상처는 너무도 생생하고 염증이 심해서 그렇게 일찍 내 손으로 스칠 수가 없소. 그러나 마르타는 할 수 있어요. 내게 마르타의 전적이고 거룩한 용서를 주오. 그러면 내가 움직이겠소 ….”

“용서하다니 … 저희는 그렇게 못합니다. 어머니는 그 애의 못된 행실 때문에 마음의 고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 그런데 그것은 지금의 그 애의 행실에 비하면 별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고통을 지금도 보는 듯합니다. … 저희 어머니의 고통은 제정신에 생생하게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오빠의 고통이 얼마나 한지도 보고 있습니다.”

“마르타, 동생은 병자이고 미친 여자요. 용서들 하시오.”

“그 애는 마귀가 들렸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마귀 들렸다는 것은 사탄에 의해서 타작하고 악마적인 신령체가 될 정도로 변질한 정신의 병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있는 어떤 퇴폐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소? 사람을 맹수보다도 더 사납게 만들고, 원숭이보다도 더 음란하게 만드는 등으로, 인간을 사람과 짐승과 마귀를 함께 섞어놓은 것 같은 잡종의 존재를 만들어놓는 퇴폐들을 말이요. 수많은 인간들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통하는 끔찍스러움과 같이 괴상한 것이 이것으로 설명되는 거요. 울지 말아요. 그리고 용서해요. 나는 본단 말이요. 나는 눈과 마음이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보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요. 나는 하느님의 눈을 가졌소. 그래서 보아요. 분명히 말하지만 동생은 병자이니까 용서해줘요.”

“그러면 그 애를 고쳐 주세요!"

“고쳐 주겠소. 믿음을 가져요. 내가 마르타에게 그 기쁨을 주겠소. 그러나 마르타는 용서하시오. 그리고 오빠 보고도 용서하라고 말하시오. 용서해요. 그리고 동생을 계속 사랑하시오. 동생의 동무가 되어주시오. 동생이 마르타 자신인 것처럼 동생에게 말을 해요. 내 말을 해 주어요 ….”

“성인이신 선생님을 그 애가 어떻게 이해하라고 하시는 겁니까?”

“동생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같이 보일 거요. 그러나 내 이름만으로도 벌써 구원이 되는 거요. 동생이 나를 생각하고 내 이름을 말하게 하시오. 오! 내 이름에 대한 생각이 어떤 마음에 들어가면 사탄은 도망가요. 마르타, 이 희망에 대해서 미소 지어봐요. 이 장미꽃을 봐요. 요 며칠 동안의 비로 망가졌었지만, 오늘 해가 나니까, 봐요. 활짝 피어났고, 꽃잎들 사이에 남아 있는 빗방울들이 금강석같이 꾸며 주기 때문에 한층 더 아름다워졌어요. 마르타의 집도 이렇게 될 거요. … 지금은 눈물과 고통이 있지만 다음에는 … 기쁨과 영광이 있을 거요. 가서 오빠에게 이 말을 해요. 그동안 나는 마르타의 고요한 정원에서 마리아와 당신들을 위해서 아버지께 기도를 드릴 터이니까 ….”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이 끝난다.

 

 

80. 장막절 후에 또 라자로의 집에 들르신다. 요셉이 예수를 아리마태아에 초청한다.

 

저는 어떻게 이런 많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당신이 사신 복음을 가지고 내게로 오신다는 것을 느끼는데, 다음 환상을 기억하느라고 밤새껏 고통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들은 말들을 할 수 있는 대로 초를 잡았습니다.

그런 다음 지금은? 열 한시 반? 다음과 같은 것을 봅니다.

 

예수께서 다시 라자로의 집에 계시다. 내가 들은 것으로 미루어 장막절이 벌써 지났고 예수께서는 당신과 절대로 헤어지기를 원치 않는 친구의 간청으로 다시 베다니아에 오셨다는 것을 알겠다. 또 예수께서는 라자로의 집에 시몬과 요한만을 데리고 계시다는 것도 알겠다. 다른 제자들은 그 지방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또 끝으로 아직 라자로에게 충실한 친구들의 모임이라는 것도 알겠다. 라자로는 그들에게 예수를 소개하려고 초청하였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아는 까닭은 라자로가 각자의 성격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라자로는 아리마태아의 요셉을 “의인이요 참다운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이 속해 있는 최고법원, 선생님을 벌써 미워하는 최고법원이 무서워서 감히 말은 하지 못합니다만, 그러나 선생님이 예언자들이 예고한 분이 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을 뵙고 직접 판단하기 위해 이 사람이 자청해서 왔습니다. 선생님의 원수들이 선생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옳은 것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갈릴래아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와서 선생님이 죄가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거기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기적을 행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 자기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죄를 지을 수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그 사람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요셉은 선생님이 아리마태아의 그의 집에 오셨으면 합니다. 선생님께 그 말씀을 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청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의 청과 제 청을 동시에 들어주십시오.”

“나는 나를 그들의 흥미를 끄는 물건으로 밖에는 보지 않는 유력자들보다는 가난한 사람들과 영혼과 육체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왔습니다. 그러나 요셉의 집에는 가겠습니다. 내게는 유력자들에 대한 편견은 없어요. 이 점에 대하여는 내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증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기심으로, 그리고 젠 체하려고 내 명령 없이 당신 집에 왔던 그 사람이오. … 그러나 그 사람은 젊으니까 양해해 주어야지요. … 자기들이 ‘율법의 보호자’라고 자칭하고, 또 … 지극히 높은 신 분의 지지자라고 이해시키는 유력한 특별 계급의 사람들에게 내가 경의를 표했다는 것을 그 사람이 증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 영원하신 분은 당신만이 홀로 스스로를 지지하시지만 말입니다! 어떤 박사도 일찍이 성전의 직원에 대해서 그와 같이 경의를 표한 일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압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많이요 … 그러나 선생님의 태도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가장 착한 사람들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 ‘위선’이라고 부르거든요.”

“라자로, 누구든지 자기가 가진 것을 주는 법이오.”

“맞습니다. 그러나 요셉의 집에 가십시오. 오는 안식일에 선생님을 모셨으면 합니다.”

“가겠소. 당신이 그 사람에게 알려도 됩니다.”

“니고데모도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 그 사람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선생님의 제자 중의 한 사람에 대해서 비평을 해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시오. 그 사람이 의인이면 그 사람의 판단이 올바를 것이고, 그 사람이 옳지 않은 사람이면 회개를 비난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성령께서 옳은 사람의 정신에는 빛을 주시고, 또 하느님의 성령의 인도를 받는 사람의 정신은 초인적인 지혜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읽을 수가 있기 때문이오.”

“그 사람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제자들 가운데 무식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세리가 있다는 것도 비난하지는 않겠소. 하지만 자기가 그리스도의 편인지 또는 반대편인지 모르고, 또 제 주위에 있는 것의 빛깔과 모습을 취하는 카멜레온과 같은 사람이 그분의 제자들 가운데 있다는 것은 적당하다고 보지 않아요.’ 하는 말입니다.”

“가리옷 사람 이야기로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이것을 아시오. 젊은이들은 부글부글 괴다가 나중에는 말갛게 되는 포도주와 같다는 것을 말입니다. 포도주가 괴는 동안에는 부풀어 오르고 거품이 나고 생명력이 남아돌아서 사방으로 넘쳐흐릅니다. 봄바람은 나무들을 이리저리 흔들고 나뭇잎들을 마구 헝크는 것같이 보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바람이 꽃을 수정시키는 것으로 인해서 고맙게 여겨야 합니다. 유다는 포도주이고 바람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악하지는 않아요. 그의 행동은 뒤죽박죽이 되게 하고 혼란을 일으키고 감정을 해치기까지 하고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근본적으로 나쁘지는 않아요. … 피가 말한 망아지 같은 사람이지요.”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 저는 그 사람을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 그 사람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그 애를 보셨다는 말을 제게 했다는 쓰라린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

“그러나 그 고통이 이제는 내 약속이 당신에게 갖다 주는 기분 좋은 것으로 완화되었어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순간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고통은 그것이 과거에 속해 있을 때도 잊지 못합니다.”

“라자로, 라자로, 당신은 별로 중요성도 없는 … 너무나 많은 일을 걱정해요! 시간이 해결하게 내버려 둬요. 그것들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한 빛깔과 더불어 터져서 사라지는 거품과 같은 것이요. 하늘을 쳐다보시오. 하늘은 없어지지 않고 의인들을 위해 남아 있어요.”

“그렇습니다. 벗이기도 하신 선생님. 저는 유다와 선생님과의 관계나 선생님이 용납하셔서 선생님 곁에 그 사람이 있는 것에 대해 저는 판단하지는 않겠습니다. 그 사람이 선생님을 해하지 않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예수께서 미소 지으신다.

-그리고 환상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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