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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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81-85)

by mrsoojak 2022. 1. 24.

말아 발또르따의 예수님께서 보여주시고 불러주신 대로 기록한 예수님 생애를 기록한 책

 

81. 예수께서 아리마태아의 요셉의 연회석상에서 가믈리엘을 만나신다.

 

아리마태아는 땅이 꽤 기복이 심한 곳이다. 웬지 모르지만, 나는 그곳이 평야에 있는 줄로 생각하였었다. 그렇지만 야산들이 점점 낮아지면서 평야 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어디쯤에서 길이 구부러지는 곳에서는 서쪽으로 기름진 평야가 나타난다. 그리고 11월의 이 아침에는 끝이 없는 물같이 보이는 안개 아래 지평선으로 사라진다.

예수께서는 시몬과 토마와 같이 계시다. 다른 제자들은 데리고 계시지 않다. 나는 예수께서 당신이 사귀셔야 하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감정과 성격을 슬기롭게 함락하셔서, 상황에 따라, 주인이 별로 감정을 상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제자들을 데리고 가신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 유다인들은 낭만적인 소심한 여자들보다도 더 … 민감한 모양이다.

나는 그들이 아리마태아의 요셉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아차리겠다. 그리고 아마 그를 썩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토마는 언덕 위에 있는 요셉의 넓고 훌륭한 소유지를 가리킨다. 그 소유지는 특히 예루살렘 쪽으로, 수도와 아리마태아를 연결하고, 그다음에는 이곳과 요빠를 연결하는 길 옆에 있다. 내가 알아차린 것으로는 그들의 화제가 이런 것이다. 토마는 또 평야의 길 옆에 있는 요셉의 밭들에 대하여도 감탄조로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적어도 사람들이 짐승 취급은 당하고 있지 않네! 아이고! 그 도라!” 하고 시몬이 말한다. 그 말대로 여기서는 일꾼들이 잘 먹고 잘 입고, 훌륭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같은 만족을 나타낸다. 그들은 아리마태아의 들판을 지나 그들의 주인집을 향해 가고 있는 키 크고 품위 있는 사람이 어떤 분인지를 틀림없이 벌써 알고 있기 때문에 공손히 인사를 하고 서로 작은 소리로 말을 하면서 그분을 살펴본다.

벌써 요셉의 집이 나타났을 때 하인 한 사람이 깊은 절을 하면서 묻는다.

“선생님이 주인님이 기다리는 선생님이십니까?”

“나요.”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 사람은 몸을 깊이 굽혀 절을 하고 주인에게 알리려고 뛰어 간다.

이곳의 집은 라자로의 집의 높은 담 대신 높은 상록수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고, 그 상록수 울타리는 나무가 울창한 정원으로 조화 있게 이어지면서 집을 길에서 갈라놓는다. 정원의 나무들은 잎이 거의 완전히 떨어졌다. 예수께서 집에 이르시기 전에 가장자리 술 장식이 달린 넓은 옷을 입은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마중을 나와서 팔을 십자로 가슴에 포개 얹고 몸을 깊이 숙여 인사를 한다. 그것은 예수를 사람이 되신 하느님으로 알아보고 자기를 낮추어 무릎을 꿇고 몸을 땅에까지 굽혀 예수의 발이나 옷자락에 입맞춤하는 사람이 하는 그런 겸손한 인사는 아니다. 그러나 역시 매우 공손한 인사이다. 예수께서도 몸을 굽히시고 평화의 인사를 하신다.

“들어오십시오, 선생님. 선생님께서 초청을 받아주셔서 기쁩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까지 친절을 베풀어 주시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왜요? 나는 라자로의 집에도 가는데요. 그리고 ….”

“라자로는 선생님의 친구이지만, 저는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선생은 진리를 찾는 분이십니다. 그러니까 진리가 선생을 물리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진리이십니까?”

“나는 길이요 생명이요 진리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따르는 사람은 그 자신 안에서 확실한 길과 지극히 복된 생명을 찾아내고 하느님을 알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정의이신 외에 또 진리이시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위대한 박사이십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모두가 지혜를 생생하게 나타냅니다.” 그리고 시몬에게로 몸을 돌리고 말한다. “자네도 그렇게 오랫동안 안 오다가 내 집엘 다시 오니 반갑네.”

“내가 오지 않은 것은 내 뜻이 아니었네. 내 운명이 어떠했는지, 자네 아버지가 대단히 사랑하시던 어린 시몬의 인생이 얼마나 큰 고통의 타격을 받았는지 자네도 알지.”

“아네, 그런데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은 나로서는 자네에게 불리한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일세.”

“나도 다 아네. 내 부동산이 고이 간직된 것을 보게 된 것이 자네 덕택이기도 하다는 말을 내 충실한 하인에게서 들었네. 하느님께서 거기에 대한 상급을 자네에게 주시기 바라네.”

“내가 최고법원에서 중요한 인물이었지, 그래서 그 처지를 이용해서 우리 집안의 친구에게 정당한 도움을 주려고 했네.”

“내 집안의 친구도 많았고, 최고법원에서 중요한 인물인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사람들은 자네처럼 의롭지 못했네 ….”

“그런데 이 분은 누구인가? 내게는 새로운 얼굴이 아닌데. … 그러나 어디에서 … 만났는지 모르겠는걸 ….”

“저는 디리모라고 별명을 가진 토마입니다 ….”

“아! 맞았어요! 연로하신 춘부장이 아직 살아 계십니까?”

“살아 계십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제 형제들과 같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따르느라고 아버지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것을 기뻐하십니다.”

“그분은 참된 이스라엘 사람이십니다. 그리고 나자렛의 예수가 메시아라고 믿게 되었으니, 아들이 예수님의 사람을 받는 사람 가운데 끼여 있는 것을 기뻐하실 수밖에 없지요.”

그들은 이제 집 가까이에 정원에 있다.

“저는 라자로를 붙잡았습니다. 라자로는 서재에서 최고법원의 최근의 여러 회의 회의록 요약한 것을 읽고 있습니다. 그는 머물러 있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 지금은 저도 선생님이 알고 계시다는 것을 압니다. … 그것 때문에 그가 머물러 있으려고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부끄러워하는 것은 옳지 않아. 내 집에서는 아무도 자네에게 모욕을 주지 않을 걸세. 남아 있게. 고립하면 모든 사람과 대항해서 혼자 있게 되는데, 세상은 착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하니까, 혼자 있는 사람은 쓰러지고 밟히고 할 걸세’ 하고. 제가 제대로 말했습니까?”

“제대로 말하고 행동도 잘하셨습니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선생님, 오늘은 니고데모와 … 가믈리엘이 올 것입니다. 그것이 언짢으십니까?”

“내가 왜 그 때문에 괴롭겠습니까? 나는 그 사람의 지혜를 인정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선생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 … 그러면서도 그의 생각을 변함없이 지키고 싶어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 생각을 말입니다. 그 사람은 메시아를 벌써 보았다고 하면서 메시아가 나타나는 데 대해서 약속한 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는 선생님이 ‘하느님의 사람’ 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는 ‘그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고,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율법 박사의 번쇄(煩鎖)한 이론이지요? 그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으십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번쇄(煩鎖)한 이론. 맞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사람들은 가지만 생기게 하고 열매는 맺지 못하는 쓸데없는 가지들을 스스로 자기들에게 접목(接木)할 수가 있을 것이지만, 나중에는 내게로 올 것입니다.”

“그 사람이 틀림없이 직접 선생님께 그 말씀을 솔직하게 드리겠기에, 제가 그의 말을 선생님께 들려드리려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은 솔직하거든요.” 하고 요셉이 지적한다.

“그것은 흔치 않은 덕행이고, 내가 높이 평가하는 것입니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에게 이런 말도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과 같이 베다니아의 라자로도 있습니다.’ 하고. 제가 이렇게 말한 것은 … 그렇지요. 라자로의 누이동생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믈리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여자도 옵니까? 안 와요? 그러면? 진흙은 그것과 접촉을 하지 않게 된 옷에서는 떨어집니다. 라자로는 그 진흙을 스스로 떨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그의 옷으로 오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하느님의 사람이 그 집에 드나든다면, 비록 내가 율법 박사라 하더라도, 역시 그와 사귈 수가 있습니다.’ 하고요.”

“가믈리엘은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골수까지 바리사이파이고 박사이지만 성실하고 올바른 사람입니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 기쁩니다. 선생님, 라자로가 여기 있습니다.”

라자로는 예수의 웃옷에 입맞춤하려고 몸을 구부린다. 그는 예수와 같이 있는 것이 기쁘다. 그러나 회식자들을 기다리면서 그가 흥분하여 있다는 것도 분명히 알 수 있다. 확실히 나는 가엾은 라자로가 이야기를 통하여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그의 고민에, 대부분의 사람이 모르고 별로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 고민, 즉 ‘이 사람이 내게 무슨 말을 할까? 내게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업신여기는 말이나 눈길로 내게 모욕을 주렸는가?’ 하고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저 무서운 가책이라는 정신적 고통을 덧붙이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이것은 그들의 집안에 흠이 있는 사람 모두가 가지는 가책이다.

그들이 식탁들이 차려져 있는 호화로운 넓은 방에 들어와 있는 지금은 가믈리엘과 니고데모만을 기다린다. 다른 손님 네 사람은 벌써 왔기 때문이다. 그들을 펠릭스, 요한, 시몬, 고르넬리오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것이 들린다.

니고데모와 가믈리엘이 도착하자 하인들이 달려 가느라고 대단한 법석이 벌어진다. 가믈리엘은 눈같이 흰 모직으로 만든 호화로운 옷을 왕과 같은 위엄으로 입고 있어서 항상 위풍당당하다. 요셉은 급히 그를 맞으러 가는데, 그들 둘 사이에 오가는 인사에는 장엄한 경의가 표시된다. 예수께서도 인사를 하시고 위대한 율법 박사 앞에 몸을 굽히시니, 그는 예수께 이런 인사말을 한다. “주께서 선생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신다. “주의 평화가 항상 선생의 충실한 동반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라자로도 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도 인사를 한다.

가믈리엘은 식탁 한가운데에 예수와 요셉 사이에 자리 잡는다. 예수 다음에는 라자로가 앉았고, 요셉 다음에는 니고데모가 자리하였다. 식사는 가믈리엘이 외는 관례의 기도와 더불어, 그리고 주요 인물인 예수와 가믈리엘과 요셉이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에 시작되었다.

가믈리엘은 매우 진중하다. 그러나 잘난 체하지 않는다. 그는 말하는 것보다는 듣기를 더 많이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가 예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곰곰이 생각하고, 그의 검고 엄한 그윽한 눈으로 자주 예수를 바라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제가 다했지 때문에 입을 다무시면, 가믈리엘이 적당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다시 활발하게 만든다.

라자로는 맨 처음에는 부끄러워하였으나, 나중에는 그도 대담해져서 말을 한다.

직접 예수를 빗대고 하는 말은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 그때에 펠릭스라는 사람과 라자로 사이에 토론이 시작되고, 그다음에는 니고데모가 라자로를 거드느라고 토론에 끼어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요한이라고 하는 사람이 기적에 관하여 어떤 개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 말하면서 토론에 가담한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 하신다. 가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시지만 말씀은 안 하신다. 가믈리엘도 말이 없다. 그는 와상(臥床) 위에 팔꿈치를 괴고 예수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그는 예수의 야윈 얼굴의 희고 반들반들한 피부에 새겨져 있는 초자연적인 말을 해독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는 예수의 심금(心琴) 하나하나를 분석한 것 같다.

펠릭스는 요한의 성덕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고, 만인이 인정하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 성덕에서 잘 알려진 수많은 기적을 행하신 나자렛의 예수께 유리하지 않은 결론을 끌어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예언과 요한의 생애에 기적이 없는 것을 보면, 기적이 성덕의 증거는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그의 생활과 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에게는 연회도 없고, 우정의 표시도 없고, 개인적인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그에게는 율법의 존중을 위한 고통과 투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고독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제자들을 두기는 했어도 공동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장 성실한 사람들에게서까지도 잘못을 찾아내고 모든 사람에게 공격을 퍼붓습니다. 그런데 … 어 그런데 말이지요. 여기 계신 나자렛의 선생님은 기적들을 행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인생이 제공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우정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최고법원의 장로 중의 한 사람이 청하면 용서하고, 일반이 잘 알고 또 파문을 당해 절망에 빠진 죄인들에게까지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너무 쉽게 용서와 사랑을 주십니다. 예수님, 그렇게 하시면 안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을 안 하신다. “우리의 능하신 주께서는 당신의 종들을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또 원하시는 곳으로 보내십니다. 모세에게는 기적을 주셨지만, 당신의 첫 번째 대사제인 아론에게는 안 주셨습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어떤 결론을 내리십니까? 모세가 아론보다 더 거룩합니까?”

“물론이지요.” 하고 펠릭스가 대답한다.

“그러면 더 거룩하신 분은 기적을 행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펠릭스는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어떤 논거(論據)에 매달린다. “아론은 이미 대사제직을 받았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던 것입니다.”

“여보시오, 그렇지 않습니다.” 하고 니고데모가 대답한다. “대사제직은 하나의 임무였습니다. 거룩하기는 하지만, 임무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이스라엘의 대사제들이 항상 거룩하지도 않았고, 모든 대사제들이 거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거룩하지 않으면서도 역시 대사제이기는 했어요."

“형장은 대사제가 은총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고 펠릭스가 소리를 지른다.

“펠릭스 … 그 도가니 속으로 들어가지 맙시다. 나나 당신이나, 가믈리엘, 요셉, 니고데모, 우리 모두가 많은 사실을 알고 있어요 …” 하고 요한이라고 하는 사람이 말한다.

“아니 뭐라고요! 아니 뭐라고요! 가믈리엘, 말 좀 하시오! …” 하고 펠릭스가 그 말에 분개한다.

“가믈리엘이 만일 올바른 사람이면, 당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을 말할 것입니다.” 하고 펠릭스에 대하여 흥분한 세 사람이 말한다.

요셉은 냉정을 회복시키려고 애쓴다. 예수께서는 침묵을 지키시고, 토마와 열성당원과 요셉의 친구인 다른 시몬도 말이 없다. 가믈리엘은 그의 옷의 술 장식을 가지고 장난하는 체한다. 그러나 몰래 예수를 쳐다본다.

“가믈리엘, 말 좀 하세요.” 하고 펠릭스가 외친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어요. 집안의 약점은 숨겨져야 한다고.” 하고 가믈리엘이 말한다.

“그건 대답이 아니에요.” 하고 펠릭스가 소리를 지른다. “선생은 대사제의 집에 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군요!”

“그것은 진실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하고 세 사람이 말한다.

가믈리엘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예수께로 향하며 말한다. “여기 가장 유식한 학자들을 능가하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그분이 이 문제에 대해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선생께서 하라고 하시니 복종하겠습니다. 내 말은 사람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임무는 사람을 능가합니다. 그러나 어떤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이 거룩한 생활로 하느님을 친구로 모시면 초인(超人)으로 그 임무를 다 할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너는 내가 준 명령에 의한 사제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제장의 흉패(胸牌)에 무엇이라고 씌어 있습니까? ‘교리와 진리’라고 씌어 있습니다. 교리에는 지혜를 알기 위한 끊임없는 묵상으로 도달하게 되고, 진리에는 선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로 도달하게 됩니다. 악에 가담하는 사람은 거짓말에 떨어지고 진리를 잃습니다.”

“좋습니다! 선생은 위대한 율법 박사 같은 대답을 하셨습니다. 나 가믈리엘이 하는 말입니다. 선생은 나를 능가하십니다.”

“그러면 왜 아론은 기적을 행하지 못하고 모세는 행했는지 이분이 설명해 주기 바랍니다.” 하고 펠릭스가 큰 소리로 외친다.

예수께서는 당장 대답하신다. “그것은 모세가 둔하고 별로 계발되지 않고 게다가 반대까지 하는 이스라엘 대중에게 자신을 인정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하도록 그들에 대하여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영원한 미개인이고 영원한 어린아이입니다. 사람은 비범한 모든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기적이 그런 것입니다. 기적은 잘 보이지 않게 된 눈동자 앞에 흔드는 빛과 같은 것이고, 막힌 귀 옆에서 울리는 소리와 같은 것입니다. 기적은 자는 사람을 깨우고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기적은 ‘하느님이 여기 계시다.’하고 말하게 합니다.”

“선생은 선생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말이로군요.” 하고 펠릭스가 대꾸한다.

“내게 유리하게요? 그래 내가 기적을 행할 때에 내게 보탬이 될 것이 무엇입니까? 발 밑에 풀잎 하나를 넣는다고 해서 내가 더 커 보일 수가 있습니까? 기적과 성덕의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기적을 한 번도 행하지 않은 성인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암흑의 능력을 써서 기적을 행하는 마술사들과 강신술사들도 있습니다. 즉 성인이 아니면서 초인적인 일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악마 같은 사람입니다. 내가 다시는 기적을 행하지 않는다 해도 나 자신 그런 사람이 될 것입니다.”

“대단히 잘하셨습니다! 예수님, 선생은 위대하십니다!” 하고 가믈리엘이 찬성한다.

“그럼 선생님 생각에는 그 ‘위대한 사람’이 누구란 말씀입니까?” 하고 펠릭스는 가믈리엘 쪽을 보며 계속한다.

“그 행동에 있어서나 말에 있어서나 내가 아는 한 가장 위대한 예언자란 말이요.” 하고 가믈리엘이 대답한다.

“가믈리엘, 이분이 메시아시라니까요. 지혜롭고 의로운 선생이 이분을 믿으세요.” 하고 요셉이 말한다.

“아니! 유다인을 지도하는 선생도, 우리의 영광이고 장로인 당신도 한 사람에 대한 우상숭배에 빠진단 말입니까? 그렇지만 누가 이분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증명합니까? 나는 이분이 기적을 행하는 것을 보더라도 이분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 우리 앞에서 기적을 행하지 않는 것입니까? 이분을 칭찬하는 당신이 이분에게 말하시오. 이분을 옹호하는 선생님이 이분에게 말해보세요.” 하고 펠릭스가 가믈리엘과 요셉에게 말한다.

“나는 친구들을 재미나게 해 주십사고 선생님을 청하지는 않았소. 그리고 선생님은 내 손님이시라는 것을 기억하시오.” 하고 요셉이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펠릭스는 일어나서 화를 내며 예의에 어긋나게 가버린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예수께서 가믈리엘에게로 몸을 돌리시고 말씀하신다.

“그럼 선생님은 믿기 위하여 기적을 요구하지 않으십니까?”

“하느님의 사람의 기적으로도 내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해답이 없는 채로 남아 있는 이 세 가지 질문의 자극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슨 질문들입니까?"

“메시아가 살아 계신가? 저 사람이었나? 이 사람인가? 하는 것입니다.”

“가믈리엘, 이분이시라니까요!” 하고 요셉이 외친다. “선생은 이분이 성인이시라는 것,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십니까?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그렇다고요? 그러면 믿기 위해 무엇을 기다리십니까?”

가믈리엘은 요셉에게 대답하지 않고 예수께로 몸을 돌리고 말한다. “한 번은 … 예수님, 내가 내 생각을 고집한다고 해도 기분 나빠하지 마십시오. … 위대한 현인 힐렐이 아직 살아 있을 때였는데, 한번은 메시아가 이스라엘에 오셨다고 내가 믿었고, 힐렐도 나와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끝날 줄을 모르던 겨울의 그 추운 날 나타난 하느님이신 태양의 큰 빛이었습니다. 과월절이었습니다. … 사람들은 얼어 죽은 수확물들 때문에 떨고 있었습니다. … 나는 그 말을 들은 다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늘부터는 밭에 풍요함이 있을 것이다! 기다리던 분이 그의 첫 번째 빛으로 나타나셨다.’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들 모두가 올해와 같이 열석 달 있었던 그 해에 얼마나 풍년이 들었는지 기억하지요. 그리고 그것이 아직도 계속됩니다 ….”

“무슨 말을 들으셨습니까? 누가 그 말을 했습니까?”

“겨우 어린아이를 면한 사람이었습니다. … 그러나 그의 죄 없고 매력 있는 얼굴에는 하느님께서 빛나고 계셨습니다. … 내가 그것을 생각하고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지가 19년이 됩니다. … 그리고 지금도 지혜의 말을 하던 … 그 목소리를 다시 들으려고 애씁니다. … 그 사람이 지금 세상의 어느 부분에 가 있는지요? 나는 그이가 하느님이었다고 … 생각합니다.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으시려고 어린이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하느님이라고. 하늘을 빨리 누비며 동서남북에 나타나는 번갯불과 같이 그 사람, 하느님다운 그 사람이 자비로운 인자의 모습으로, 어린이의 목소리와 얼굴, 그리고 하느님의 생각을 가지고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사람들에게 ‘나요’ 하고 말할 것입니다. 내 생각은 이러합니다. … 그가 언제 이스라엘에 돌아올까요? … 언제? 그리고 나는 이스라엘이 그의 하느님다운 발을 위하여 제단이 될 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은 이스라엘의 비열함을 보고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고 탄식합니다. 오! 무자비한 대답입니다! 그러나 옳은 대답입니다! 반종교적인 가증스러운 짓이 우리들에게 있는 한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어떻게 당신의 메시아의 몸을 통해 내려오실 수 있습니까?”

“거룩하신 하느님께서는 자비이시기 때문에 그렇게 하실 수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십니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가믈리엘은 생각에 잠긴 채 예수를 쳐다보더니 이렇게 묻는다. “선생의 정말 이름은 무엇입니까?”

예수께서는 위엄 있게 일어나셔서 말씀하신다. “나는 존재하는 분입니다. 아버지의 생각과 말씀. 주의 메시아입니다.”

“선생이? … 나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선생의 성덕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내가 믿는 그 어린이는 그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표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 제 때가 오면 이 돌들이 떨 것입니다.’ 하고 말입니다. 나는 믿기 위해서 이 표를 기다립니다. 선생은 선생이 우리가 기다리는 그분이라는 것을 내게 믿게 하기 위해 그 표를 내게 주실 수 있습니까?”

키가 큰 두 사람은 이제 엄숙하게 일어서 있는데, 한 사람은 아마포로 지은 넓은 옷을 입고, 또 한 사람은 수수한 짙은 붉은색 모직 옷을 입고 있으며, 한 사람은 나이 들었고 또 한 사람은 젊지만, 둘이 다 위압적이고 그윽한 눈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가 예수께서는 구부려서 가슴에 얹고 계시던 팔을 내리시고 마치 맹세를 하시듯이 외치신다. “선생이 그 표를 보고자 하시는데, 그 표를 보시게 될 것입니다! 나는 오래된 말을 되풀이하겠습니다. ‘주의 성전의 돌들이 내 마지막 말에 떨 것이다.’ 이스라엘의 박사이시며 의로운 사람이신 선생은 이 표를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용서와 구원을 얻기를 원하시면 믿으십시오. 이제부터 믿으실 수 있으면 지금부터 당장 지극히 행복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은 그렇게 못하십니다. 올바른 약속에 대한 여러 세기에 걸친 잘못된 믿음과 커다란 자존심의 뭉치가 장벽 모양으로 선생 앞에서 진리와 믿음의 길을 막아 놓고 있습니다.”

“말씀 잘하셨습니다. 그 표를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주께서 선생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가믈리엘 선생, 안녕히 가십시오. 영원하신 성령께서 선생을 비추시고 인도하시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최고법원의 니고데모와 요한과 시몬과 같이 떠나는 가믈리엘에게 인사한다. 남아 있는 사람은 예수와 요셉, 라자로, 토마, 열성당원 시몬 그리고 고르넬리오이다.

“그 사람은 굴복하지 않는군요! … 그 사람이 선생님의 제자 중에 끼였으면 좋겠는데요. 선생님께 유리한 결정적인 힘이 될 터인데 … 저는 그것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고 요셉이 말한다.

“그 때문에 슬퍼하지 마시오. 어떤 영향력도 벌써 준비되고 있는 심한 비바람에서 나를 구해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믈리엘은 내게 유리하게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겠지만, 그리스도를 반대해서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난다.

 

82. 죽어가는 어린이가 살아남. 병사 알렉산드르. 예수께 대한 경고

 

이곳은 성전 내부이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같이 엄밀한 의미의 성전, 즉 사제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지성소 곁에 계시다. 그곳은 안마당을 통하여 들어가는 매우 아름다운 안뜰인데, 거기서는 한층 더 호화로운 안마당을 통하여 정육면체의 지성소가 있는 높게 쌓아 올린 마당으로 가게 되어 있다. 이것은 헛수고이다! 내가 성전을 천 번을 보고 이천 번을 묘사하였다 해도, 그곳이 복잡하기 때문에 그렇든지, 내가 용어(用語)를 모르고 도면을 그릴 능력이 없어서 그렇든지, 미궁(迷宮)인 이 호화로운 곳에 대한 내 묘사는 항상 불충분한 것이다 ….

그들이 기도하는 것이 보인다. 다른 이스라엘 사람도 많이 있는데, 각기 자기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는 남자들뿐이다. 11월의 흐린 날 일찍 찾아온 저녁이다.

와글와글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는데, 라틴어로도 욕을 하는 남자의 시끄럽고 불안한 목소리에 이스라엘 사람들의 새되고 날카로운 목소리들이 섞여서 들린다. 소란을 피우며 싸우는 것 같은데 어떤 여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아이고! 그 사람을 가게 내버려 둬요. 그 사람은 선생님이 그 애를 살릴 거라고 말합니다요.”

호화로운 마당의 명상의 분위기가 깨졌다. 많은 사람의 머리가 목소리들이 오는 쪽을 돌아다본다. 가리옷의 유다도 다른 제자들과 같이 있는데, 그쪽을 돌아다본다. 키가 크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말한다. “들어오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로마 병사입니다! 저 사람이 성전을 모독합니다. 이미 모독했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 말에 동조한다.

“저리 비켜, 이 비겁한 유다인들! 예수님이 여기 계시단 말이야. 난 그걸 알아. 난 그분을 보려고 하는 거야! 난 당신들의 얼빠진 돌무더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아. 어린애가 죽어가는데 그분이 그 애를 살릴 수 있단 말이야. 저리 비켜. 이 잔인하고 비열한 위선자들 ….”

예수께서는 누가 당신을 찾는다는 것을 아시고는 즉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안뜰 쪽으로 향하셨다. 그곳에 이르셔서 외치신다. “이곳에서 제물을 드리는 시간에 조용히 하고 경의를 표하시오.”

“오! 예수님! 안녕하십니까? 저 알렉산드르입니다. 이 비겁한 놈들 비켜.”

그런데 예수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신다. “예, 여러분, 비키시오. 우리에게 있어서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이교도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겠습니다.”

사람들이 비키고 예수께서는 피 묻은 갑옷을 입은 병사에게로 가신다. “상처를 입었소? 이리 오시오. 여기 머무르면 안 되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그를 다른 마당으로 해서 저쪽으로, 그리고 더 멀리 데리고 가신다.

“제가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닙니다. 어린애 하나가 … 제 말이 안토니아 탑 근처에서 제 손에서 빠져나가서 그 어린애를 쓰러뜨렸습니다. 그리고 발굽으로 짓밟아서 어린애의 머리통이 깨졌습니다. 의사 프로쿨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 제 탓은 아닙니다. … 그러나 저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났고, 아이 어머니는 절망 상태에 빠져서 거기에 있습니다. 저는 ‘의사는 못하지만, 그분은 하실 수 있다. 그래 맞아.’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또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부인, 오시오. 예수님이 그 애를 살려주실 것입니다.” 하고. 그 바보 같은 사람들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 그래서 어린애가 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애가 어디 있소?”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저 주랑(柱廊) 밑에 엄마에게 안겨 있습니다.” 하고 병사가 대답한다. 물고기 성문에서 내가 벌써 본 일이 있는 병사이다.

“갑시다.” 그러시면서 예수께서는 한층 더 빨리 가신다. 제자들과 다른 사람들이 줄을 이어 따라온다.

주랑 입구 계단 위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어떤 기둥에 기대앉아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어린아이는 얼굴이 흙빛이고, 보랏빛도는 입술은 뇌를 다친 사람들 특유의 헐떡거림으로 반쯤 벌어져 있다.

목덜미와 이마가 피로 붉게 물든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머리 앞쪽과 뒤쪽이 깨졌습니다. 뇌가 보입니다. 이만 나이에는 머리가 연하지요, 게다가 말은 힘이 세고 편자를 새로 박은 길이었습니다.” 하고 알렉산드르가 설명한다.

예수께서는 여자 곁에 계시다. 그 여자도 말이 없고, 죽어가는 아들 곁에서 그 역자 역시 죽어가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 머리에 손을 엊으신다. “부인, 울지 마시오.” 하고 예수께서는 할 수 있는 대로 부드럽게, 무한히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믿음을 가지시오. 그리고 어린애를 내게 주시오.”

여자는 멍하니 쳐다본다. 군중은 로마인들을 비난하고, 죽어가는 어린아이와 엄마를 동정한다. 알렉산드르는 부당한 비난으로 느끼게 되는 분노의 감정과 동정과 희망 사이에서 몸부림친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가 몸짓 하나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아시고 여자 옆에 앉으신다.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 그 긴 손으로 상처 입은 작은 머리를 잡으시고, 한층 더 몸을 굽혀 밀랍 같은 어린아이 얼굴에 가까이 가셔서 헐떡거리는 작은 입에 대고 입김을 부으신다. … 잠깐 사이가 흐른다. 그런 다음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신다. 그 미소는 이마 위에 드리워진 머리채를 통하여 겨우 보일락 말락 한다. 몸을 일으키신다. 어린아이는 눈을 뜨고 앉으려고 해 본다. 어머니는 그것이 최후의 노력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 아이를 가슴에 껴안으며 울부짖는다.

“부인, 가만 내버려 두시오. 가가, 내게로 오너라.” 하고 여전히 여자 옆에 앉아 계신 예수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어린아이에게 팔을 내미신다. 어린아이는 안심이 되어 그 팔 안으로 뛰어든다. 어린아이는 운다. 그러나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광경이 다시 생각나서 무서워서 우는 것이다.

“이제는 말이 없다. 말은 없어.” 하고 예수께서는 어린아이를 안심시키려고 말씀하신다. “다 지나갔다. 여기가 아직도 아프니?”

“아니, 그렇지만 난 무서워, 무서워!"

“부인 보시오. 이제는 겁밖에 남은 것이 없어요. 이제 다 끝났습니다. 물을 가져오시오. 피와 붕대를 보면 어린애가 충격을 받습니다. 요한아, 네가 가진 사과 한 알을 다오. … 아가 받아먹어라. 맛있단다 ….”

물을 가져온다. 병사 알렉산드르도 그의 투구에 물을 담아 온다.

예수께서 붕대를 풀 채비를 하신다. 알렉산드르와 아기 엄마가 말한다. “안됩니다! 아이가 살아나긴 했지만 … 머리가 깨졌는걸요! …”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붕대를 풀으신다. 하나, 둘, 셋, 여덟 둘레. 예수께서는 피 묻은 붕대를 들어내신다. 아마 한가운데서 목덜미에 가는 오른쪽에 꼬마의 머리카락 사이에 아직 무른 핏덩어리가 꼭 하나 있다. 예수께서는 붕대 하나를 적시어 씻으신다.

“그러나 그 밑에는 상처가 있습니다. … 핏덩이를 떼어내시면 상처에서 피가 다시 날텐 데요.” 하고 알렉산드르가 중언부언한다.

엄마는 안 보려고 눈을 감는다.

예수께서는 씻고, 씻고, 또 씻으신다. 핏덩이가 떨어지고 … 이제 머리카락도 깨끗해졌다. 머리카락은 젖었다. 그러나 그 아래 상처는 없다. 이마도 말짱하다. 그저 흉터가 생긴 곳에 작은 붉은 자국이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여자는 용기를 내서 눈을 뜬다. 그리고 보았을 때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예수께로 쓰러지며 아이와 아울러 껴안으며 운다. 예수께서는 이 감정의 폭발과 비 오듯 하는 눈물을 참아 견디신다.

“예수님, 고맙습니다.” 하고 알렉산드르가 말한다. “저는 이 죄 없는 어린아이를 죽인 것이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당신은 친절과 신뢰를 가졌었소. 잘 가시오. 알렉산드르, 가서 당신의 일을 하시오.”

알렉산드르가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성전의 공직자들과 사제들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온다. “대사제께서 우리를 통하여 당신과 하느님을 모독하는 이교도에게 성전에서 나가라는 명령을 통고하십니다. 그것도 즉시. 당신들은 향을 드리는 제사를 방해하였소. 이 사람은 이스라엘 사람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에 침입했소. 당신 때문에 성전이 떠들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오. 대사제와 그와 더불어 근무 중에 있는 장로들께서 당신에게 다시는 이 안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셨소. 가서 당신의 이교도들과 같이 있으시오.”

“우리들도 개는 아니오. 이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소. ‘유다인들과 로마인들을 창조하신 신은 한 분밖에 안 계신다.’고 만일 여기가 하느님의 집이고, 내가 그분의 피조물이면, 나도 여기 들어올 수 있소.” 하고 사제들이 경멸하는 어조로 “이교도”라고 말하는 데에 기분이 상한 알렉산드르가 대답한다.

“알렉산드르, 말하지 마시오. 내가 말하겠소.” 하고 어린아이에게 입맞춤하시고 엄마에게 돌려주신 다음 일어나셔서 말을 막으신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쫓아내려고 온 무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떤 신자, 진짜 이스라엘 사람이 죄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증명하지 못하면, 아무도 그 사람에게 지성소 근처에서 기도하는 것을 금하지 못하오.”

“그러나 성전에서 교리를 가르치는 것은 금할 수 있소. 당신은 그렇게 할 권리도 없고, 그렇게 할 권리를 청하지도 않고 그런 권리를 행사했소. 당신은 누구요? 당신을 아는 사람이 누구요? 당신의 것이 아닌 이름과 자리를 어떻게 당신은 부당하게 쓴단 말이요?”

예수께서는 그들을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신 다음 말씀하신다. “가리옷의 유다, 이리로 나아오너라.”

유다는 이 권유가 달가운 눈치가 아니다. 그는 사제들과 성전의 공직자들이(그들은 군복을 입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 민간 직무인 모양이다.) 오자마자 몰래 가버리려고 하였었다. 그러나 베드로와 알패오의 유다가 앞으로 미는 바람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유다야, 대답하여라.”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당신들은 이 사람을 보시오. 이 사람은 성전에 속해 있던 사람이요. 이 사람을 아오?”

그들은 “그렇소”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유다야, 내가 이곳에서 처음 말을 하였을 때 너보고 어떻게 하라고 했느냐? 네가 놀랐다는 것과 내가 거기 대해 어떻게 대답하였는지를 말하여라. 말하여라. 솔직하게.”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소. ‘내가 사람들을 가르치는 허락을 청하게 당직인 공직자를 불러오너라.’ 하고 선생님은 당신 이름을 말씀하시고, 당신의 신분과 당신의 지파(支派)에 대한 증거를 대셨소. … 나는 선생님이 당신을 메시아라고 하시니 그것은 쓸데없는 형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시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었소. 그리고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소. ‘내가 하는 일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때가 오면 내가 성전에 대한 존경과 성전의 공직자들에 대한 경의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하고. 그렇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소. 진실을 위해서 나는 이 말을 해야 하오.” 유다가 처음에 그 일이 귀찮은 듯이 별로 자신 없게 말하였었다. 그러다가 그에게 특유한 그 갑작스러운 돌변의 결과로 대담하게 되고 거의 오만하게 될 지경이었다.

“나는 당신이 이 사람을 옹호하는 것을 놀랍게 생각하오. 당신은 우리가 당신에 대해서 가졌던 신임을 배반했소.” 하고 한 사제가 유다를 나무란다.

“나는 아무도 배반하지 않았소. 당신들 가운데 세례자의 사람이 얼마나 많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배반자란 말이요? 나는 그리스도의 사람이오. 그뿐이요.”

“어떻든. 이 사람은 여기서 말해서는 안되오. 오겠으면 신자로서나 오도록 하시오. 이교도와 창녀들과 세리들의 … 친구에게는 이것도 너무 과한 대접이요.”

“이제는 내게 대답하시오.” 하고 예수께서 엄하게 그러나 침착하게 말씀하신다. “지금 당직 장로는 누구누구요?”

“유다인 돌아와 펠릭스, 가파르나움의 요아킴, 그리고 이두래아의 요셉이요.”

“알았소. 자, 이두래아 사람은 그럴 자격도 없으니까, 그 비난하는 세 사람에게 가서 이렇게 보고하시오. 성전이 이스라엘 전체가 아니고, 이스라엘이 온 세계가 아니라고. 뱀의 침이 아무리 독이 많다 해도 하느님의 목소리를 휩쓸지는 못할 것이고, 때가 이르기까지는 그 독이 내가 사람들 가운데 왕래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 오!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시오. 나중에는 사람들이 살인자들과 같은 재판을 해서 그들의 희생을 높이 들어 올리고 그것을 그들의 유일한 사랑으로 삼을 것이라고. 자 가시오. 그리고 우리도 가자.” 예수께서는 짙은 빛깔의 무거운 겉옷을 다시 입으시고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나오신다.

그들 뒤에는 논쟁이 계속되는 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알렉산드르가 따라온다. 성벽 밖으로 나와 안토니오 탑 근처에 왔을 때 그는 말한다.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고 선생님께 징계의 원인이 된 대해 용서를 청합니다.”

“오! 슬퍼하지 마시오! 그들은 구실을 찾고 있던 중이었소. 그러다가 구실을 발견한 것이오. 당신이 아니었더라면 다른 사람이었을 거요. … 당신들은 로마에서 맹수들과 뱀들을 가지고 원형 경기장에서 놀이를 하지요? 그런데 정말이지 다른 사람을 죽이고자 하는 사람보다 더 사납고 더 위험한 맹수는 없소.”

“그런데 정말이지 저는 카이사르를 섬기느라고 로마의 모든 관구(管區)를 다 돌아다녔지만, 수천수만의 사람을 만날 때 선생님보다 더 숭고한 분은 만난 적이 없습니다. 아니, 우리의 신들도 선생님만큼 숭고하지는 못합니다! 선생님은 친절하십니다. 선생님은 정말 인간다운 사람이십니다. 그러나 사람만은 아니십니다.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알렉산드르, 잘 가시오. 빛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시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다.

 

 

 

 

83. 예수께서 밤에 게쎄마니 동산에서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신다.

 

예수께서 올리브 밭에 있는 작은 집 부엌에서 제자들과 같이 저녁식사를 들고 계시다.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에 서술한 날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서가 아니다. 다른 사실에 대하여 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벳파게로 가는 길옆에 있는 무덤들 근처에서 있은 어떤 문둥병 환자의 병이 나은 것에 대하여 말을 하기 때문이다.

“로마의 백 부장(百夫長)도 보고 있었어.”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그 사람은 말 위에서 ‘당신이 따라다니는 저 사람이 자주 그런 일을 하오?’ 하고 물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 사람은 이렇게 외쳤어. ‘그럼 저 사람은 에스쿨라프* 보다도 더 위대하고 크로이소스*보다도 더 큰 부자가 되겠고소.’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어. ‘선생님은 받지는 않으시고 주기만 하시고, 오직 영혼들을 참 하느님께로 인도하기만 원하시니까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에는 항상 가난하실 거요.’ 하고. 백 부장은 아주 놀라서 나를 바라보더니 말에 박차를 가해서 구보로 달려가 버렸어.”

“가마를 타고 있는 로마 부인도 한 사람 있었어. 그것은 여자일 수밖에 없었어, 그 여자는 커튼을 내리고 있었지만 밖을 흘금흘금 내다보고 있었어. 내가 본 것은 그거야.” 하고 토마가 말한다.

“그래. 그 여자는 길이 구부러지기 시작하는 데 있었어. 문둥병자가 ‘다윗의 자손,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고 외쳤을 때 그 여자는 걸음을 멈추라는 명령을 내렸었어. 커튼이 움직였었고 그 여자는 값진 돋보기로 자네를 바라보더니 빈정거리는 웃음을 지었어. 그렇지만 선생님이 한 번 명령으로 문둥병자를 낫게 하신 것을 보고는! 그때에는 저를 부르더니 ‘아니 저분이 진짜 메시아라고 하는 그 사람이요?’ 하고 물었습니다. 제가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당신은 저분과 같이 있소?’ 하고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분이 정말 마음이 착하오?’ 하고 물었습니다.” 이것은 요한의 말이었다.

“그럼 자네는 그 여자를 보았겠구먼. 어떻든가?” 하고 베드로와 유다가 묻는다.

“뭐! … 여자지 뭐 ….”

“굉장한 발견을 했구먼!” 베드로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리고 가리옷 사람은 계속 묻는다. “아니, 그 여자가 아름답고 젊고, 부자더냐 말이야.”

“응. 젊고 또 아름답기도 했던 것 같아. 그렇지만 나는 그 여자 쪽보다는 오히려 예수님 쪽을 늘 보고 있었거든. 나는 선생님이 다시 길을 가기 시작하시는지 보려고 했어 ….”

“바보!” 하고 가리옷 사람이 입안에서 어물어물 말한다.

“왜!”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동생을 변호하려고 말한다. “내 동생은 모험을 찾아다니는 가니메데스*는 아니란 말이야. 얘는 예의로 대답을 했지만 얘의 첫째 자격은 소홀히 하지 않았단 말이야.”

“무슨 자격?” 하고 가리옷 사람이 묻는다.

“선생님께 대해서 유일한 사람을 간직하는 제자의 자격 말이야.”

유다는 불만스럽게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또 … 자네들이 로마인들하고 말하는 걸 누가 보면 좋지 않아.” 하고 필립보가 말한다. “벌써 저 사람들은 우리를 갈릴래아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고, 이 때문에 우리가 유다인들보다 덜 ‘순수’하다고 비난하네. 또 출생으로도 그렇다고 비난해. 그리고 우리가 이교도들과 로마인, 페니키아인, 시리아인 등의 … 집합소인 티베리아에 자주 머무른다고 비난하네. 그리고 … 또 아이고!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비난하느냐 말이야! …”

“필립보, 너는 착하다. 그래서 네가 말하는 진실에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는 데는 베일을 씌운다. 그러나 베일을 젖히면 진실은 거기에 있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내게 비난하느냐.” 하고 지금까지 말씀이 없으셨던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결국 그들이 전적으로 잘못은 아닙니다. 이교도들과 접촉이 너무 많거든요.” 하고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너는 모세의 율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만이 이교도라고 생각하느냐?”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또 누가 있습니까?"

“유다야! … 너는 마음속에 이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우리 하느님을 두고 맹세할 수 있느냐? 그리고 가장 저명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교에 손상을 입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느냐?”

“아니, 선생님 …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 그러나 저는 … 제게 관해서는 맹세할 수 있습니다.”

“네 생각에는 무엇이 이교냐?” 하고 예수께서 또 물으신다.

“아니 그야 참된 것이 아닌 종교를 따르고 잡신을 숭배하는 것이지요.” 하고 유다가 격렬하게 대꾸한다.

“어떤 잡신들 말이냐?”

“그리스와 로마의 잡신들, 이집트의 잡신들 … 요컨대 수없이 많은 이름을 가진 잡신들, 이교들에 의하면 그들의 올림포스산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상상적인 존재들입니다.”

“다른 잡신들은 없느냐? 올림퍼스산의 잡신들만 있고?”

“또 무슨 잡신들이 있습니까? 그만만 해도 벌써 너무 많지 않습니까?"

“너무 많다. 그래 너무 많아. 그러나 다른 잡신들이 있다. 그리고 이 잡신들의 제단에는 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교사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이파 사람들과 헤로데당 사람들까지도 와서 향을 피운다. 이 사람들이 모두 이스라엘 사람들이지? 그들뿐이 아니다. 내 제자들까지도.”

“아! 그건 아닙니다!” 하고 모두가 한결같이 말한다.

“아니라고? 이 사람들아 … 너희들 중에 은밀한 숭배를 하나나 또는 여럿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누구냐? 어떤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이나 우아함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자기 지식에 대한 자부심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인간적으로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바람에 아첨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여자를 대단히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돈을 대단히 좋아한다. … 어떤 사람은 그의 지식 앞에 무릎을 꿇고 … 하는 등등이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우상숭배의 흔적이 남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니 참 하느님께 속하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의지로는 이교도로 남아 있는데, 어떻게 운이 나빠서 이교도로 있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겠느냐?”

“선생님, 그렇지만 저희들은 사람들입니다.” 하고 여럿이 외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 모든 사람에게 대하여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라. 내가 모든 사람을 위하여 왔는데, 너희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저 사람들은 우리를 비난하고, 그래서 선생님의 사명이 방해를 당합니다.”

“내 사명은 그래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

이번에는 예수 곁에 앉아 있어서 그것을 몹시 기뻐하는? 이 점이 참 좋다.- 베드로가 말한다. “여자들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 입니다만, 며칠 전에 유다에서 돌아오신 다음 베다니아에서 처음으로 말씀하신 때부터 베일을 푹 뒤집어쓴 여자가 끊임없이 우리를 따라다닙니다. 우리들의 의향을 그 여자가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에는 선생님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무리 끝에 그 여자가 있고, 선생님이 길을 걸으시면 선생님을 따라오는 사람들 뒤에 그 여자가 있고, 또는 저희들이 선생님을 알리러 시골 여기저기에 갈 때에는 저희들 뒤에, 이렇게 거의 언제나 그 여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베다니아에서 처음으로 그 여자가 베일 속에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말하려는 저 사람이 틀림없이 나자렛의 예수입니까?’ 하고요.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날 저녁 그 여자는 어떤 나무줄기 뒤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 후 그 여자를 못 보게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곳 예루살렘에서 두세 번 그 여자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 여자에게 ‘당신은 선생님을 뵐 필요가 있습니까? 병이 들었습니까? 애긍을 바랍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는 여전히 머리를 저어서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여자는 아무하고도 말을 안 하니까요.”

“어느 날 그 여자가 ‘예수가 어디 사셔요?’ 하고 묻기에 ‘겟세마니예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하고 요한이 말하였다.

“바보, 잘했구먼!” 하고 가리옷 사람이 화가 나서 말한다. “그렇게 말할 것이 아니었어.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건데 그랬어. ‘베일을 벗으시오. 당신이 누군지 알리시오. 그러면 말해 주겠소.” 하고 말이야.

“그렇지만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 걸 물어야 하는 거야?” 하고 순진하고 악의가 없는 요한이 외친다.

“다른 여자들은 볼 수 있는데, 그 여자는 베일을 푹 뒤집어썼단 말이야. 그 여자는 아마 첩자가 아니면 문둥병자일 거야. 그 여자가 우리를 따라다녀도 안되고 무엇이고 알아도 안돼. 그 여자가 첩자이면 우리를 해치기 위해서야. 어쩌면 최고법원에서 그 여자를 매수해서 우리 뒤를 밟게 하는 건지도 몰라 ….”

“아! 그런 방법을 쓰나, 최고법원에서?”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자네 그게 확실한가?”

“절대적으로 확실하지. 내가 성전 사람이었기 때문에 알고 있어.”

“아니 이럴 수가!” 하고 베드로가 주를 단다. “최고법원에서는 조금 전에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이유가 썩잘 들어맞는구먼 ….”

“무슨 이유 말이야?” 하고 유다는 벌써 성이 나서 얼굴이 벌겋다.

“사제들 가운데에도 이교도들이 있다는 것 말이야.”

“첩자를 매수하는 것하고 그게 무슨 관계가 있어?”

“관계가 있고말고! 오히려 상관이 너무도 있어. 그들이 왜 매수하는 거야? 메시아를 쓰러뜨리고 그들의 승리를 확고부동하게 하려는 거지. 그러니까 그들은 깨끗한 옷을 입고 그들의 더러운 영혼을 가지고 제단 위에 올라선단 말이야.” 하고 베드로는 그의 독특한 서민적인 양식으로 대답한다.

“좋아. 요컨대” 하고 유다가 이야기를 줄인다. “그 여자는 우리에게나 군중에게 위험한 존재야. 문둥병자이면 군중에게 위험하고, 첩자이면 우리에게 위험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기껏해야 선생님께 위험한 존재란 말이지.” 하고 베드로가 대꾸한다.

“하지만 만일 선생님이 쓰러지시면 우리도 쓰러진단 말이야.”

“아! 하!” 하고 베드로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끝맺는다. “만일 쓰러지면, 열애받는 대상이 산산조각이 나고, 그러니까 제 시간과 명성과 어쩌면 목숨까지도 위태롭게 한 것이 된단 말이지. 그러면 아하! … 그렇게 되면 그분이 쓰러지는 것을 막도록 힘쓰든가 아니면 … 일찌감치 떠나가는 것이 더 낫다 이거지? 그렇지만 나는 오히려 이거 보라고. 나는 선생님을 더 세게 꼭 껴안을 거야. 만일 선생님이 하느님을 배반하는 사람들에게 맞아 쓰러지시면, 나도 선생님과 함께 쓰러지고 싶어.” 이렇게 말하면서 베드로는 그 짧은 팔로 예수를 꼭 껴안는다.

“선생님, 저는 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하고 예수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요한이 말한다. “저를 때리시고 구박하세요. 그렇지만 피하세요. 만일 저 때문에 선생님이 돌아가시게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아이고! 저는 다시는 마음의 평화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제 얼굴이 눈물로 뒤범벅이 되고, 제 눈이 그 때문에 쓰리게 될 것이라고 느낍니다. 제가 한 일이 무엇입니까? 유다의 말이 옳습니다. 저는 바보입니다!”

“아니다, 요한아, 너는 바보가 아니고, 잘했다. 너희들은 그 여자가 오게 가만 내버려 두어라. 항상. 그리고 그 여자의 베일을 존중하여라. 그 여자가 죄와 구속의 갈망 사이의 싸움에서 자기를 방위하기 위하여 베일을 썼을 수도 있다. 이 싸움이 갑자기 일어나게 되면 한 사람이 어떤 상처를 입게 되는지 아느냐? 그 여자의 눈물과 새 빨개지는 이마를 너희는 아느냐? 어리고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랑하는 아들 요한아, 너는 만일 네가 내 불행의 원인이 되었다면 네가 끝없이 흘리는 눈물 때문에 네 얼굴이 파질 것이라고 말했지. 그러나 이것을 알아라. 잠에서 깨어나는 어떤 양심이 죄의 소굴이었던 육체를 정신으로 쳐부수어 이기기 위하여 그것을 괴롭히기 시작하면, 자연히 육체의 매력이었던 모든 것을 태워버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늙고, 그에게 작용하는 그 뜨거운 불 밑에서 시들어버린다. 구속의 기한이 찬 다음에야 비로소 그 사람이 새롭고 거룩하고 더 완전한 아름다움을 회복하게 된다. 왜 그런고 하니, 하느님의 용서가 내려와서 왕관처럼 빛나는 성실하고 탁월한 이마에서, 그리고 그런 사람의 눈과 미소와 목소리에서 노출하는 것은 영혼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가 잘못하지 않았습니까? …”

“그래, 잘못하지 않았다. 그리고 베드로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는 각기 자러 가거라. 나는 요한과 시몬과 같이 있겠다. 이들에게는 내가 말할 것이 있다. 자 가거라.”

제자들은 물러간다. 아마 압착기가 있는 방에서 자나보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 제자들이 물러가지만, 성문들이 오래전부터 닫혀 있기 때문에 예루살렘으로는 분명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시몬아, 오늘 내가 다윗의 탑 근처에 있을 때, 라자로가 이사악과 막시민을 네게 보냈다고 말했지. 뭣 때문에 보냈느냐?”

“니고데모가 자기 집에 와 있는데, 이 사람이 선생님께 비밀히 말씀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저는 서슴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시라고 하게. 선생님이 그이를 밤에 기다리실 걸세.’ 하고. 선생님이 혼자 계시는 것은 밤뿐이지요. 이 때문에 ‘요한과 저만 빼놓고 다들 보내십시오.’ 하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요한은 키드론 다리에 가서, 지금 성밖에 있는 라자로의 집들 중 하나에 있는 니고데모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께 설명드리는 일을 맡았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까?”

“잘하였다. 요한아, 네 자리로 가거라.”

시몬과 예수만이 남았다. 예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신다. 시몬은 예수의 침묵을 존중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갑자기 침묵을 깨뜨리시고, 마음속으로 하시던 대화를 큰 소리로 끝마치시는 것처럼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렇다. 이렇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착한 사람들과 비천한 사람들 사이에 벌써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생각을 생생하게 보존하는 데에는 이사악과 엘리야와 다른 사람들로 충분하다. 유력자들을 위하여는 … 다른 힘이 있다. 라자로, 쿠자, 요셉, 그밖에 또 다른 사람들 … 그러나 유력자들은 …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들의 권력 때문에 두려워하고 몹시 걱정하고 있다. 나는 그리스도에게 점점 더 악의를 품는 이 유다의 중심에서 먼 데로 가겠다.”

“갈릴래아로 돌아갑니까?”

“아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겠다. 유다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 이곳 역시 이스라엘이니까. 그러나 여기서는 너도 알다시피 … 별별 것을 다 이용해서 나를 비난한다. 나는 물러간다. 이것이 두 번째이다 ….”

“선생님, 니고데모 선생이 오셨습니다.” 하고 요한이 먼저 들어오면서 말한다.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런 다음 시몬은 요한을 데리고 부엌에 나가, 두 사람만 남겨놓는다.

“선생님, 비밀히 말씀드리고자 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선생님을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저는 많은 사람을 경계합니다. 제 행동이 비겁한 것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조심성도 있고, 들내 놓고 선생님의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선생님을 도와드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적을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 저는 이곳에서 선생님을 우러러보는 얼마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저는 라자로와 의논을 했습니다. 라자로는 가문으로 권세가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가 로마의 총애를 받고, 하느님의 눈으로 보실 때 의인이고, 원숙한 정신과 교양으로 지혜로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선생님의 참다운 친구이고 저의 참다운 친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과 서로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데, 그 사람도 저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 기쁩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선생님께 최고법원의 최근의 … 토론을 말했습니다.”

“최근의 비난이지요. 진실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씀하시오.”

“최근의 비난을. 맞습니다. 선생님, 저는 하마터면 ‘자, 나도 제자 중의 한 사람이요.’ 하고 말할 뻔했습니다. 그 모임에 적어도 선생님을 지지하는 어떤 사람이 있도록 말이지요. 그러나 요셉이 제게 가까이 왔다가 나지막하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말하지 말게. 우리의 보는 방식을 비밀로 해두세. 나중에 말함세.” 하고. 그리고 나올 때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 이렇게 말했어요. ‘이렇게 하는 것이 나아. 만일 저들이 우리가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저들의 생각과 결정을 우리에게 비밀로 할 것이고, 선생님과 우리를 해칠 수도 있단 말일세. 만일 저들이 우리가 그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기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저들이 우리 몰래 행동하지는 않을 걸세.’ 그래서 저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사람들은 그렇게도 … 나쁩니다! 저는 아직 제 이해관계와 제 의무가 있습니다. … 요셉도 그렇고요. … 선생님, 이해하시겠지요.”

“나는 두 분을 조금도 책하지 않습니다. 선생이 오시기 전에 나는 시몬에게 이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을 떠날 결심도 했습니다.”

“저희가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를 미워하시는군요!”

“아닙니다. 나는 원수들까지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사실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저와 요셉에게는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그리고 라자로는요? 바로 오늘 선생님께 이곳을 떠나서 시온에 있는 그의 저택 중의 하나에 가 계시도록 말씀드리기로 결정한 라자로는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아시겠습니까? 라자로는 대단히 부자입니다. 시의 많은 부분이 그 사람의 소유이고 팔레스티나의 많은 땅도 그의 것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재산과 선생님의 지파(支派)와 가문의 에우카리아의 재산에다 로마인들이 그들의 충실한 봉사자에게 준 사례를 보태서 막대한 유산을 아들들에게 남겨 주었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비록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로마와의 친분입니다. 이것이 없었더라면, 마리아의 불명예스러운 품행과 순전히 ‘그 여자’이기 때문에 인정된 그의 이혼, 그의 지반인 이 도시와 티베리아에서의 그의 방탕한 생활, 로마와 아테네가 선택된 수많은 사람의 음란한 회합 장소를 만든 고급 창가 따위가 있은 후에 누가 그의 온 가문을 불명예에서 구해낼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이지 만일 시리아 사람 데오필로가 더 확신을 가진 개종자였더라면, 그렇게도 많은 덕행을 죽이고 그렇게도 많은 쾌락의 씨를 뿌리는 그리스에 동화한 그런 교육을 자녀들에게 시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라자로와 특히 마르타는 그리이스에 동화한 이 교육을 흡수해서 유감스러운 결과를 남기지 못하게 제거해 버렸지만 마리아는 오염시키고, 그의 정열적인 성격 안에서 발전해서 그를 그의 가문과 팔레스티나의 치욕이 되게 했습니다. 아니, 그 가문을 덮어 가려 주는로마의 강력한 특별 배려가 없었더라면, 사람들은 그들을 문둥병자들보다도 더 저주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형편이 이러하니 이 상황을 이용하십시오.”

“아닙니다. 나는 물러갑니다. 나를 원하는 사람은 내게로 올 것입니다.”

“제가 말한 것이 잘못이었군요.” 니고데모는 의기소침하다.

“아닙니다. 기다리시오, 그리고 확신을 가지시오.” 예수께서는 문을 여시고 부르신다. “시몬! 요한! 이리 오너라.”

두 사람이 달려온다.

“시몬아, 니고데모 선생이 들어올 때에 내가 네게 말한 것을 이분에게 들려드려라.”

“비천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목자들로 충분하고, 유력자들을 위하여는 라자로와 니고데모와 요셉과 쿠자로 충분하고, 선생님은 예루살렘에서 멀리 떠나가시겠지만, 그래도 유다는 버리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지요.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왜 저더러 그것을 되풀이하라고 하십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니고데모는 내가 그의 말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염려하였다.”

“나는 선생님께 최고법원이 점점 더 선생님을 적대시한다는 것과 라자로의 보호를 받으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소. 라자로는 로마의 비호를 받기 때문에 당신의 재산을 보호했소. 그 사람은 예수님도 보호할 거요.”

“사실입니다. 이것은 훌륭한 충고입니다. 비록 제 일당이 로마에 잘못 보였지마는, 그래도 데오필로의 말 한마디가 제 공고숙청(公告肅淸)과 나병을 앓는 동안 제 재산을 보호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라자로는 선생님께 대단히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도 그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결정을 하였고, 결정한 것은 행한다.”

“그러면 저희들은 선생님을 잃게 되겠습니다!"

“아닙니다. 니고데모, 세례자에게는 모든 당파 사람들이 갑니다. 나에게도 모든 당파의 모든 신분의 사람들이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이 요한보다 더 훌륭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선생님께로 왔던 것입니다.”

“아직도 오실 수 있습니다. 나는 요한과 같이 고독한 선생일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기를 갈망하고, 내가 그 목소리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군중들에게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나를 잊을 것입니다. 적어도 잊을 수가 있다면 말입니다.”

“선생님은 슬퍼하시고 실망하고 계신데, 바로 보시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선생님을 믿는 것은 고작 기적을 얻기 위해서뿐입니다. 저 불륜의 군중에서 필연적으로 타고난 착한 마음씨를 타락시켰을 것이 틀림없는 헤로데의 궁인까지도, 또 로마의 병사들까지도 선생님을 믿습니다. … 몹시 둔한 사람들은 저희들 시온 사람들뿐입니다. … 그러나 모두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시다시피 … 선생님, 저희들은 선생님이 하느님에게서 오셨고, 하느님의 박사이시며, 더 위대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압니다. 가믈리엘까지도 그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을 모시고 있지 않으면, 아무도 선생님이 행하시는 기적을 행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가믈리엘 같은 학자들도 믿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어서 이스라엘의 하층민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을 저희들은 가질 수가 없습니까? 오! 그것을 정확히 말씀해 주십시오. ‘아무도 웃음거리를 만들 수 없는 도장을 찍어서 내 지혜로운 말들에 더 높은 가치를 주려고 거짓말을 하였다’고 말씀하신다 해도 선생님의 말씀을 폭로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이 주의 메시아이십니까? 우리가 기다리는 분이십니까? 계약대로 이스라엘을 가르치고 구속하려고 사람이 되신 아버지의 말씀이십니까?”

“선생이 스스로 하시는 질문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 질문을 하라고 선생을 보낸 것입니까?”

“주님, 저 스스로입니다. 저 스스로요. 저는 여기에 고민이 있습니다. 제 안에요. 저는 지금 광풍을 겪고 있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바람과 목소리를 겪고 있습니다. 성숙한 사람인 제가 어째서 문맹에 가깝고 아주 나이 어린 이 사람이 가진 그 평화스러운 확신을 가지지 못합니까? 그 얼굴에 저런 미소를 짓게 하고, 저 눈에 저런 빛을 띄게 하고, 저 마음에 저런 태양을 넣어주는 저 평화스러운 확신을 말입니다. 요한, 자네는 어떻게 믿기에 그렇게 차분한가? 여보게, 자네의 비밀을, 나자렛의 예수를 메시아로 알고, 보고, 인정할 수 있게 하는 그 비밀을 내게 가르쳐 주게!”

요한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진다. 그런 다음 이렇게 굉장한 말을 하는 데 대하여 양해를 구하려는 것과 같이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만 대답한다.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함으로! 그러면 성실하고 노년에 접어든 당신 시몬은? 유식하고, 게다가 하도 시련을 겪어서 사방에서 간계를 걱정하기에 이른 당신 시몬은 어떻소?”

“묵상함으로.”

“사랑함으로! 묵상함으로! 나도 사랑하고 묵상하오. 그러나 나는 아직 확신을 얻지 못했어요!"

예수께서 그의 말을 막고 말씀하신다. “내가 진짜 비밀을 선생께 말하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떠한 속박도 받지 않고 어떠한 사상에도 물들지 않은 새로운 정신으로 다시 태어날 줄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사람들은 하느님을 깨달았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도 없고, 하느님의 왕을 믿을 수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벌써 어른이 되었으면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가 있습니까? 어머니의 태에서 나온 다음에는 사람은 절대로 다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 어쩌면 많은 이교도들이 믿는 다른 육체들의 재생을 암시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선생님이 그런 것을 가정하실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것은 다시 태중에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 밖에서 육체를 다시 취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됩니까?”

“이 세상에서는 육체에 오직 하나의 존재가 있을 뿐이고, 저 세상에서는 오직 하나의 영의 영원한 생명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 나는 살과 피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 물과 성령이라는 두 가지를 통하여 다시 태어나는 불멸의 영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성령입니다. 성령이 없으면 물은 하나의 상징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로 자신을 씻은 사람이 이 세상과 영원한 나라에서 하느님의 품 안에서 살기를 원하면, 물로 자기를 씻은 그 후에 성령으로 깨끗하게 되어야 하고, 성령과 더불어 불이 켜져서 빛나야 합니다. 그것은 육체에 의하여 생긴 것은 육체이고 어디까지나 육체로 남아 있으며, 육체의 욕망과 죄악을 위하여 봉사한 다음에 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령에 의하여 생긴 것은 여이고, 그것을 완전한 나이에 끌어올린 다음, 자기를 생기게 한 성령께 돌아감으로써 살게 되는 것입니다. 하늘나라에는 영의 완전하 나이에 도달한 사람들만이 살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선생에게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하고 말한다고 해서 이상히 생각하지 마시오. 이 사람들은 다시 태어날 줄을 알았습니다. 이 젊은이는 그의 자아(自我)를 사랑의 장작불 더미에 올려놓음으로 육체를 죽이고 영을 새로 태어나게 했습니다. 물질이었던 것은 모두 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재에서 새로운 영적인 꽃이, 즉 영원한 태양 쪽으로 향할 줄을 아는 기묘한 해바라기가 솟아났습니다. 나이 많은 이 사람은 그의 묵은 생각의 밑동에 묵상의 도끼를 갖다 대서 그 늙은 나를 뽑고 착한 뜻의 새싹만을 남겨놓아서, 거기에서 그의 새로운 생각을 태어나게 하였습니다. 이제는 이 사람이 새로운 영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봅니다. 각자가 항구에 다다르는 자기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돛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적합합니다. 바람 부는 소리를 듣지요. 그러면 그 방향에 따라서 밧줄들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그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고, 당신들에게 필요한 바람을 부를 수도 없습니다. 성령께서도 부르시고, 부르면서 오시고, 지나가십니다. 그러나 주의 깊은 사람만이 그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압니다. 그래서 성령에 의하여 생겨난 영은 성령의 목소리를 압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습니까?”

“이스라엘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그것을 내게 물으십니까? 이런 것들을 모르십니까? 우리는 아는 것과 본 것에 대하여 증언을 합니다. 그래서 나도 내가 아는 것을 말하고 증언합니다. 만일 선생이 내가 하는 증언을 인정하지 않으시면, 선생이 보지 못한 일들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된 말씀을 믿을 수가 없다면 어떻게 성령을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올라가려고 내려왔습니다. 오직 한 사람만이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오직 한 사람만이 하늘의 문을 열 능력을 가지고 하늘에 올라갈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아들인 나입니다. 모세를 기억하시오. 모세는 광야에서 이스라엘의 병든 사람들을 낫게 하기 위하여 뱀을 높이 매달았습니다. 나도 높이 매달리면, 지금은 죄의 열병으로 인하여 소경, 귀머거리, 벙어리, 미치광이, 문둥병자, 병자인 사람들이 나을 것이고, 누구든지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나를 믿는 사람들도 그 행복한 생활을 누릴 것입니다.

니고데모, 고개를 숙이지 마시오. 나는 구원하러 왔지 지옥에 보내려고 오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유죄 선고를 받게 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에 의하여 구원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나는 온갖 죄와 온갖 이단과 온갖 우상숭배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나 먼지 위로 빨리 날아가는 제비가 그 깃을 더럽힐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제비는 이 세상의 음산한 길에 그저 약간의 하늘빛과 하늘의 냄새를 가져다 줄 뿐입니다. 제비는 사람들을 꾸짖어, 그들로 하여금 진흙 위에서 눈을 들어 하늘로 다시 올라가는 그의 날아감을 지켜보게 하려고 호소하는 소리를 내지릅니다. 나도 그와 같습니다. 나는 당신들을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이리들 오시오! … 외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습니다. 그는 벌써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그 아들이 아버지께 ‘이 사람은 저를 사랑합니다.’ 하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사람은 거룩한 일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그 사람은 하느님의 외아들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벌써 심판을 받았습니다. 니고데모, 내 이름이 무엇입니까?”

“예수입니다.”

“아닙니다. 구세주입니다. 나는 구원입니다. 나를 믿지 않는 사람은 그의 구원을 거절하고, 영원한 정의의 심판을 벌써 받았습니다. 그 심판은 이러합니다. ‘빛이 너와 세상 사람들의 구원이 되려고 너희에게 보내졌었다. 그러나 너와 다른 사람들은 빛보다 어두움을 더 좋아하였다. 그것은 거룩하게 되려면 거기에 집착해야 한다고 빛이 일러 주는 착한 행실보다는 너희들이 습관을 들인 악한 행실을 더 좋아하였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빛을 미워하였는데, 그것은 악인들이 그들의 죄를 짓기 위하여 어두움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빛을 피하였는데, 그것은 당신들의 숨은 상처를 빛이 들추어내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니고데모, 이 말은 선생에게 특별히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진리입니다. 그리고 벌은 개인에게 있어서나 집단에게 있어서나 유죄 선고에 비례할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가르치는 진리들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로 말하면, 그러니까 더 실질적인 탄생으로 두 번째 태어남으로써 빛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빛에 가까이 온단 말입니다. 그것은 이 빛이 원래 그들을 비추어준 빛을 더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서로 영광이 되는 것으로서, 하느님은 당신 아들들을 통하여 행복하게 되시고, 아들들은 또 그들의 아버지 안에서 행복하게 됩니다. 빛의 아들들은 비추어지는 것을 겁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속으로, 그들의 행동을 통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아니라, 아버지이신 그분께서, 아들이신 그분께서, 성령이신 그분께서 내 안에서 행하셨다. 그분들께 영원히 영광이 있기를’ 하고. 그리고 하늘에서는 서로 사랑하시는 세분의 영원한 노래가 그분들의 완전한 일치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 뜻의 참된 아들아, 네게는 영원히 축복이 있기를’ 하고. 요한아, 이 말들을 쓸 시간이 되었을 때를 위해서 이 말들을 기억해 두어라. 니고데모, 이제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까?”

“선생님! 그렇습니다. 언제 또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라자로가 선생을 어디로 인도해야 할지 알 것입니다. 내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그의 집에 들르겠습니다.”

“선생님, 가보겠습니다. 종에게 축복해 주십시오.”

“내 평화가 선생과 함께 있기를.”

니고데모는 요한과 같이 나간다.

예수께서는 시몬에게로 몸을 돌리고 말씀하신다. “암흑의 세력이 어떤 일을 했는지 보았느냐? 암흑의 세력은 거미와 같이 덫을 놓아서, 나비로 다시 태어날 줄을 모르는 사람을 속여서 사로잡는다. 우중충한 거미줄을 찢고 저쪽으로 멀리 가면서, 그의 금빛 날개에는 환하게 빛나는 거미줄 조각을 마치 적에게서 빼앗은 장식 용기와 군기(군기) 모양으로 승리의 기념물로 가져갈 만큼 강한 나비로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죽을 줄 모르는 사람을 말이다. 살기 위하여 죽을 수 있는 힘을 너희들에게 주기 위하여 죽어야 한다. 시몬아, 가서 쉬어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를 바란다.”

 

-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역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오스.

*역주: [고대 시] 리디아의 왕, 갑부로 유명.

*역주: [신화] 제우스신에게 납치되어 신들에게 술을 따른 트로이의 미소년.

 

 

84. “고운 내에 가시기 전에 예수께서 라자로의 집에 가신다.

 

예수께서는 베다니아가 세워져 있는 고원으로 가는 가파른 오솔길로 올라가신다. 이번에는 큰길로 해서 가지 않으신다. 서북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더 가파르고 더 곧바른 오솔길을 택하셨는데, 그 길에는 아마 대단히 가파르기 때문인지 사람이 훨씬 적게 다닌다. 이 길을 이용하는 것은 급한 여행자들뿐이다. 또 양 떼들을 몰고 가는 사람들로 큰길의 왕래를 피하는 길을 택하는 사람들도 이용한다. 그리고 오늘 예수님과 같이 많은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도 이용한다. 예수께서는 앞장서서 올라가신다. 그러면서 열성당원과 비밀히 말씀하신다. 그 뒤에는 예수의 사촌들과 요한과 안드레아가 있는 첫째 집단이 따라오고, 그 뒤에는 제베대오의 야고보와 마태오와 토마, 필립보로 이루어진 집단이 따라오고, 맨 뒤에는 바르톨로메오와 베드로와 가리옷 사람과 같이 온다.

그들은 11월의 맑은 날의 햇빛을 환하게 받고 있는 베다니아가 서 있는 높은 고원에 이른다. 동쪽을 바라보면 요르단강의 계곡과 예리고에서 오는 길이 보인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오신다는 것을 라자로에게 알리라고 요한에게 명령하신다. 요한이 빨리 가는 동안 예수께서는 여기저기에서 그곳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시면서 제자들과 같이 천천히 걸어가신다.

라자로의 집에서 제일 먼저 온 사람은 여자인데, 땅에까지 몸을 굽히고 말한다. “제 여주인님 집에 복된 날입니다. 선생님, 오십시오. 여기 막시민이 오고, 라자로 님도 벌써 격자문에 나와 있습니다.”

막시민이 달려온다.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데오필로의 아들들이 거두어 주는 돈이 많지 않은 친척이던가, 그들의 막대한 소유지의 관리인인데, 그의 자격과 집에서 오랫동안 봉사한 것 때문에 친구로 대접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혹은 또 관리인이었던 아버지의 아들로 이 직책을 물려받아 데오필로의 아들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는 라자로보다 약간 나이가 더 들었는데, 35세 또는 조금 더 먹었을까? “선생님을 이렇게 일찍 모시기를 바라지는 못했었는데요.” 하고 막시민이 말한다.

“밤에 잘 곳을 청하러 왔소.”

“영구히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희가 매우 기쁠 텐데요.”

그들이 문지방에 이르렀다. 라자로는 예수께 입맞춤하고 포옹하고 제자들에게도 인사한다. 그런 다음 팔로 예수의 허리를 끼고 예수와 함께 정원으로 들어간다. 라자로는 다른 사람들과 떨어지면서 갑자기 묻는다.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은 어떤 이유입니까?”

“최고법원 사람들의 증오 때문이오.”

“그들이 선생님께 해를 입혔습니까? 또요?”

“아니오. 그러나 나를 해치려고 하고 있어요. 아직 시간이 안되었어요. 내가 온 팔레스티나를 누비고 다니며 씨를 뿌리기 전에는 쓰러져서는 안 돼요.”

“착하신 선생님, 추수도 하셔야지요. 그렇게 되는 것이 옳습니다.”

“추수는 내 친구들이 할 것입니다. 그들은 내가 씨를 뿌린 곳에서 낫질을 할 것입니다. 라자로, 나는 예루살렘을 떠나기로 결정하였소.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내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그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지요. 그러나 다른 결과는 없다 해도, 이로 인해서 내가 복음을 전할 가능성은 얻게 될 것입니다. 시온에서는 이것조차도 내게 거부했어요.”

“저는 니고데모에게 부탁해서 제 소유지 중의 하나에 가시도록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제 소유지에는 아무도 불법 침입할 생각을 감히 못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걱정 없이 임무를 수행하실 수 있을 텐데요. 그리고 오 제 집은!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거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거기서 숨 쉬고 계시겠기 때문에 모든 집들 중에서 가장 행복한 집이 될 터인데요! 선생님, 선생님께 유익한 일을 하는 기쁨을 주십시오.”

“당신이 벌써 보다시피 내가 그 기쁨을 당신에게 주고 있는 중이오. 그러나 내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요. 나에게는 귀찮게 굴지 않겠지만, 거기 오는 사람들에는 귀찮게 굴 것입니다. 나는 이곳과 요르단 강 사이에 있는 에브라임 쪽으로 가겠소. 거기서 전도를 하고 세례자처럼 세례도 주겠소.”

“그곳 근처에는 제가 작은 집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꾼들의 연장을 두는 곳입니다. 건초 베기 하는 시기나 포도 수확하는 시기에는 일꾼들이 가끔 거기서 자기도 합니다. 벽 넷에 그저 지붕이 하나 얹혀 있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그 집이 여전히 제 토지에 있고, 사람들도 그것을 압니다. … 이것이 재칼 같은 자들에게는 허수아비 노릇을 할 것입니다. 주님, 승낙해 주십시오. 하인들을 보내서 수리하게 하겠습니다 ….”

“필요 없소. 당신의 농부들이 그곳에서 잔다면, 우리에게도 괜찮을 거요.”

“그 집을 호사스럽게 꾸미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침대수를 보충하겠습니다. 오! 선생님이 바라시는 것과 같이 초라한 침대일 것입니다. 담요와 의자와 항아리와 잔 따위를 가져가게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식사도 하셔야 하겠고, 또 이 겨울 여러 달 동안 덮으실 것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십시오. 그 일은 제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기 마르타가 이리로 옵니다. 저 애가 실제적이고 총명한 조직의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애는 집안 살림을 위해 태어났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육체적, 정신적 위안이 되기 위해 태어난 아이입니다. 오너라, 다정스럽고 순결한 내 여주인! 아시겠지요? 저도 이 애의 어머니다운 보호를 받으려고 이애 몫의 유산인 이곳으로 피난했습니다. 그래서 제 어머니를 너무 비통하게 그리워하지는 않습니다. 마르타야, 예수님이 고운 내 벌로 물러가신단다. 아름다운 것이라고는 기름진 땅밖에 없지. 집은 양의 우리 같은 것이고. 그러나 선생님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것 같은 집을 원하신다. 그 집에 필요한 것을 갖다 놔야 한다. 지극히 충실한 네가 명령을 해라!” 그러면서 라자로는 동생의 매우 아름다운 손에 입맞춤한다. 그런 다음 마르타는 손을 들어 참으로 어머니다운 사랑으로 오빠를 어루만진다.

그런 다음 마르타는 이렇게 말한다. “곧 가겠어요. 막시민과 마르첼라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마차에 딸린 사람들이 집 꾸미는 일을 도울 거예요. 선생님, 축복해 주십시오. 그러면 선생님의 것을 좀 가지고 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오. 내 다정스러운 여주인, 나도 당신을 라자로처럼 그렇게 부르겠소. 나는 당신의 마음속에 가지고 가도록 내 마음을 주오.”

“선생님, 오늘 이사악과 엘리야와 다른 목자들이 그 들판에 있다는 걸 아십니까? 그 사람들이 좀 함께 있으려고 아래쪽 들판에 있는 저 방목지를 제게 청해서 제가 동의했습니다. 오늘 그 사람들이 목초지를 바꿉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식사하러 여기 올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이로군요,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 지지를 하겠습니다.”

“예, 접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렇지만 선생님이 가끔 오시겠지요?”

“오겠습니다. 시몬에게 이미 그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제자들을 데리고 당신 집에 몰려드는 것이 합당하지 않으니까 시몬의 집으로 가겠어요 ….”

“선생님, 안됩니다. 왜 저를 슬프게 하십니까?”

“라자로, 애쓰지 말아요. 나는 그것을 잘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아니, 그러면 ….”

“아니, 그러면 나는 여전히 당신 소유지에 있을 것입니다. 시몬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흥정도 하지 않고, 그저 베다니아의 라자로 곁에 있기 위해서 취득하고자 한 사람은 열성당원 시몬의 충실한 친구이고 나자렛의 예수의 절친한 친구인 데오필로의 아들이었어요. 요나를 위한 금액을 곱절로 늘리고, 그러면서 시몬에게 가난한 선생님과 선생님이 돕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쁨을 주려고 그의 재산에는 손을 대지 않은 그 사람은 라자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오. 내게 도움과 위안과 보호를 주기 위하여 알맞은 모든 노력을 은밀히 그리고 친절하게 시작하고 지휘하고 지원하는 그 사람은 베다니아의 라자로요. 나는 그걸 알아요.”

“아이고! 그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을, 그것도 비밀히 하는 것을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지만, 내게는 비밀이 아니오. 나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읽으니까. 당신이 벌써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착함이 왜 초자연적인 색채를 띠게 되는지 말할까요? 그것은 당신이 어떤 초자연적인 선물을 청하기 때문이오. 당신은 당신의 거룩함과 마르타의 거룩함과 더불어 한 영혼의 구원을 청하고 있어요. 당신은 하느님의 은총을 얻기 위하여는 세상의 개념에 따라서 착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는 족하지 않고 정신의 법칙에 따른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당신은 내 말을 듣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나는 이런 말을 했지요. ‘당신들이 선을 행할 때에는 몰래 하시오. 그러면 아버지께서 크게 갚아 주실 것입니다.’ 하고. 당신은 겸손에 대한 자연적인 충동으로 행동했소. 그러니 정말 잘 들어두시오. 아버지께서는 당신에게 당신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보상을 준비하고 계셔요.”

“마리아의 구속 말씀입니까? …”

“그렇소. 그리고 또 그 이상의 것이 또 있소.”

“선생님, 그러면 그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 무엇입니까?”

예수께서는 그를 바라보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그런 다음 시편을 읊는 어조로 말씀하신다.

“주께서 다스리시고, 주의 성인들도 주와 더불어 다스리는도다.

주께서는 당신의 빛살로 관을 짜서 당신 성인들의 이마 위에 얹으시고, 그곳에서 관은 하느님과 우주의 눈에 영원히 빛나는도다.

관은 무슨 금속으로 만들어졌으며, 무슨 보석으로 꾸며졌느냐? 금으로, 지극히 순수한 금으로 만들어졌고, 그 테는 하느님의 사랑과 사람의 사랑의 두 가지 불로 달구어지고, 두드리고 줄질 하고 깎고 다듬는 의지도 새겨졌도다.

진주가 많이 있고, 사월에 돋아나는 풀보다도 더 푸른 에메랄드, 하늘 빛깔의 터키옥, 달빛깔 같은 오팔, 오랑캐꽃과 같이 얌전한 자수정, 그리고 벽옥(碧玉)과 사파이어와 풍신자석(風信子石)과 황옥이 많이 있도다. 이 모든 보석들은 일생동안을 그대로 있도록 단단히 박혔으며,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하여는 영광스러운 이마에 루비로 만든 테가, 커다란 테가 써져 있는다.

축복받은 사람이 믿음과 바람, 온순함과 순결, 절제와 힘, 정의와 조심성, 한없는 자비를 가졌고, 그의 마음속에는 그의 피를 가지고 나의 이름과 나에 대한 믿음을 썼으므로, 그의 안에 있는 나에 대한 사랑과 그의 이름이 하늘에 있으리로다.

오 의인들아, 주 안에서 기뻐 용약 하여라. 사람은 모르나 하느님께서는 보시는도다.

하느님께서는 영원한 책에 나의 약속들과 너희들의 행적을 써넣으시고, 너희들의 행적들과 더불어 장차 올 세월의 왕자들이며 주의 그리스도와 더불어 승리자가 될 너희들의 이름을 써넣으시는도다.”

라자로는 놀라서 예수를 쳐다본다. 그런 다음 중얼거린다. “아이고! … 저는 … 그렇게 못할 것입니다 ….”

“그렇게 생각해요?” 하고 말씀하시며 예수께서는 오솔길에 있는 수양버들의 휘기 쉬운 가지 하나를 꺾어 가지고 말씀하신다. “보시오. 내 손이 이 가지를 쉽게 휘는 것과 같이 사랑도 당신의 마음을 휘어서 영원한 관을 만들 것입니다. 사랑은 개인의 구세주요.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의 구속을 시작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그 구속을 완성할 것입니다.”

 

85. 예수께서 고운 내에 가신다. 제자들과의 공동생활의 시초

 

이 낮고 촌스러운 작은 집을 베다니아의 집과 비교하려고 한다면, 라자로가 말하는 것과 같이 양의 우리이다. 그러나 도라의 농부들의 집들과 비교하면 꽤 훌륭한 집이다.

튼튼하게 지은 매우 낮고 매우 넓은 집인데, 부엌이 하나 있다. 즉 연기에 잔뜩 그은 방에 난로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 방에는 탁자 하나와 의자들과 항아리를, 그리고 큰 접시들과 잔들이 놓여 있는 투박한 접시 세우개가 있다. 다듬지 않은 나무로 만든 문이 출입구 노릇을 하고 빛도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문이 있는 같은 벽에 다른 문이 셋이 있는데, 그 문들은 길고 좁고 벽을 회로 희게 바른 세 개의 큰 방으로 통하는 것이다. 그 방들의 바닥은 부엌과 마찬가지로 흙을 다져서 만든 것이다. 그중 두 방에는 지금은 침대들이 있다. 작은 공동 침실과 같다. 벽에 갈고리 못이 많이 박혀 있는 것을 보면 거기에다 연장들을 걸었던 것을 알 수 있고, 어쩌면 농산물을 담은 자루들을 걸어 놓았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그 갈고리 못들이 옷걸이 노릇을 하고, 쌍갈래 배낭을 걸어 놓기도 한다. 셋째 방은(방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복도이다. 길이와 너비가 균형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어 있다. 그 방에는 구유와 벽에 고리가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보아 짐승들을 수용하는 데 쓰였던 것 같다. 이 방에는 편자 박은 발굽으로 다져진 땅에 저 독특한 구멍들이 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밖에는 이 마지막 방 근처에 촌스러운 넓은 회랑이 있다. 이 회랑에는 섶 다발과 슬레이트를 얹은 지붕이 덮여 있고 대강 네모나게 자른 통나무들에 의지해 있다. 이 회랑이란 것은 세 쪽이 환히 틔어 있으므로 차양이라고 하겠다. 두 쪽으로 10미터쯤 되고 한쯕은 더 좁아서 기껏해야 5미터쯤 될 것이다. 여름에는 남쪽으로 향한 쪽 두 통나무 사이로 포도나무가 가지를 뻗을 것 같다. 지금은 잎들이 떨어져서 가지들만 앙상하게 보인다. 역시 잎이 떨어지 굉장한 큰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여름에는 짐승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하여 마련해 놓은 마당 한가운데의 물 마시는 곳에 그늘을 만들어 준 것이다. 옆구리에는 지면과 가지런하게 불완전한 우물, 아니 차라리 구멍이 하나 있는데, 판판한 흰 돌들을 둥그렇게 둘러친 것으로 겨우 표가 난다.

이것이 “고운 내”라고 불리는 곳에 있는 예수와 제자들이 사는 집이다. 밭들도 있다. 풀밭과 포도나무들이 집을 둘러싸고 있고 30미터쯤(내가 지시하는 것을 믿을 교리처럼 생각할 것은 아니다.)에는 밭 가운데 다른 집이 하나 있는데, 이 집에는 없는 옥상정원이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이 다른 집 저쪽으로는 올리브나무와 다른 나무로 이루어진 작은 숲들이 있는데 더러는 잎이 떨어지고, 어떤 나무들에는 잎이 남아 있어 시야를 막는다.

베드로는 그의 동생과 요한과 같이 마당과 방들을 쓰고, 침대를 정리하고, 물을 깄고 하느라고 부지런히 일한다. 그러나 베드로는 우물 둘레에서 두레박 줄을 가다듬고 튼튼하게 하여 물을 깃기에 더 실용적이고 편리하게 하느라고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한편 예수의 사촌들은 망치와 줄을 들고 문과 덧문을 손질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는 병기창의 일꾼 모양으로 톱과 도끼로 일해서 그들을 돕는다.

부엌에서는 토마가 분주히 움직이고, 어떻게나 불과 불꽃을 조절할 줄 알고, 미남 유다가 이웃 마을에서 가져온 야채를 빨리 다듬을 줄을 아는지 꼭 직업적인 요리사 같다. 유다가 그 마을에서는 이주일에 두 번만 빵을 만드는데, 그날은 빵이 없다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 그 마을은 별로 큰 마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드로는 그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 푸아스(비스킷의 일종)을 불에 올려놓아 만들기로 하세. 거기 밀가루가 있으니, 빨리 옷을 벗고 반죽을 하게. 굽는 건 내가 맡을 테니까. 난 어떻게 하는지 알거든.” 나는 가리옷 사람이 샤쓰 바람으로 밀가루를 적시면서 밀가루를 흠뻑 뒤집어쓰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예수께서는 안 계시다. 그리고 시몬과 바르톨로메오와 마태오와 필립보도 없다.

“오늘이 제일 힘든 날이야.” 하고 베드로가 투덜거리는 유다에게 대답한다. “그렇지만 내일은 나을 거야. 그리고 봄에는 아주 좋을 걸세.”

“봄에는? 아니 그럼 줄곧 여기 있을 건가?” 하고 유다가 깜짝 놀라서 말한다.

“왜 안되나? 여긴 집이 아닌가?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수 있지, 먹을 물이 있지. 땔감도 없지 않겠다. 자넨 뭘 더 바라는 건가? 나는 여기가 아주 좋은데. 그리고 또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다른 사람들의 고약한 냄새도 나지 않고 ….”

“형, 그물을 걷으러 가.” 하고 안드레아가 말하면서, 베드로와 가리옷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지기 전에 베드로를 밖으로 데리고 간다.

“저 사람은 날 보기 싫어한단 말이야.” 하고 유다가 외친다.

“아니야. 자네가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 저 사람은 누구 하고도 그러니까. 하지만 좋은 사람이야. 자네가 늘 불만이지.” 하고 반대로 항상 기분이 좋은 토마가 대답한다.

“그건 내가 다른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야 ….”

“내 사촌은 자네가 다른 것을 찾아가는 것을 막지 않아.”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태연히 말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그를 따르면서 다른 것을 상상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이것은 우리가 목에 힘을 주고 대단히 교만하기 때문이야. 선생님은 당신을 따르는 것이 위험하고 고생스럽다는 것을 우리에게 숨긴 적은 결코 없었어.”

유다는 입속으로 무엇인지 투덜거린다. 이번에는 유다 타대오가 대답한다. 그는 부엌의 까치발 달린 탁자를 가지고 조그마한 벽장을 만들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자네 생각은 옳지 않아. 우리 관습으로 보아도 자네 생각은 옳지 않아. 이스라엘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해야 돼. 그래서 우리는 일을 하는 거야. 일하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가?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아. 나는 선생님하고 있을 때는 피로를 느끼지 않게 되거든.”

“나도 그래. 나는 아무것도 불평하지 않고 여기 있는 것이 좋아. 그리고 지금은 한 가족과 같아.”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우리는 여기서 경탄할 만한 일을 할 참이로구먼 …”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빈정거리는 투고 비평한다.

“그런데 결국 자네는 뭘 희망하는 거야?” 하고 타대오가 분노를 터뜨리면서 말한다. 호사 방탕한 폭군의 궁중을 희망하는 건가? 나는 우리 사촌이 하는 일을 비난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가 없어. 알았어?”

“동생, 입 닥쳐.”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예수님은 이런 말다툼을 원치 않아. 말은 할 수 있는 대로 적게 하고 행동은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하자. 이것이 모두에게 훨씬 나을 거야. 더구나 선생님도 마음을 변하게 하는 일은 성공 못하시는데, 너는 네 말로 그렇게 하기를 바랄 수 있니?”

“변하게 할 수 없는 마음은 내 마음이란 말이지?” 하고 가리옷 사람이 도전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야고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이 사이에 못을 하나 물고 널빤지에 못을 어떻게 힘주어 박는지 그 소음 때문에 유다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얼마쯤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이사악과 안드레아가 같이 온다. 이사악은 달걀 여러 개와 따끈따끈한 둥근 빵 한 바구니를 가져오고, 안드레아는 통발에 들어 있는 물고기들을 가지고 온다.

“자” 하고 이사악이 말한다. “이건 지배인이 보내는 것입니다. 부족한 것이 없나 물어 오래요. 여기에 대한 명령을 받았답니다.”

“우리가 굶어 죽지 않으리라는 걸 알겠지?” 하고 토마가 가리옷 사람에게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안드레아, 고기를 내게 주게. 잘 생겼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마련을 하지?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건 내가 생각하고 있어.” 하고 안드레아가 말한다. “난 어부니까.” 그러면서 한 구석에서 아직 살아있는 물고기들의 내장을 뽑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오시는 중입니다. 선생님은 마을과 들판을 한 바퀴 도셨어요. 두고 보세요. 곧 이리로 오 실 테니. 선생님은 벌써 눈 나쁜 사람을 고쳐 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벌써 이 시골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이 벌써 알고 있어요 ….”

“그야 물론이지! 나는! 나는! … 그저 목자들만이 … 우리는, 적어도 나는 조용한 생활을 버리고 이것저것을 했지만, 그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단 말이야 ….”

이사악은 놀라서 가리옷 사람을 바라본다. … 그러나 초연하게 대답하는 것을 삼간다. 다른 사람들도 말이 없다. … 그러나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

“너희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예수께서는 즐겁게 미소 지으시며 문지방에 나타나셨다. 예수께서 오신 다음부터는 태양이 빛나는 것 같다. “여보게들! 모두 일을 하고 있구나! 사촌, 내가 도와줄까?”

“아닙니다. 쉬세요. 다 끝났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잔뜩 가져왔다. 모두들 주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소박한 사람들과 같은 마음을 가졌으면!” 하고 예수께서는 약간 서글프게 말씀하신다.

“아이고! 선생님! 하느님께서 선생님께 축복하시기 바랍니다!" 베드로가 나뭇단을 메고 들어오면서, 나뭇단을 내려놓지 않은 채 이렇게 예수께 인사한다.

“주께서 네게도 축복하시기를, 베드로야, 일들 많이 했구나!”

“이후에 자유로운 시간에는 일을 더 할 것입니다. 우리는 별장을 가지고 있으니! … 이것을 에덴동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저는 밤에 우물이 어디 있는지 볼 수 있게, 그리고 물병을 내려보내면서 확실히 잃지 않게 하려고 우물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또 … 선생님의 사촌들이 한 일을 보십시오. 한 군데에서 오래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저는 어부라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 사람들 정말 선량합니다. 그리고 토마도요, 토마는 헤로데의 궁궐의 주방장 노릇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다도 선량합니다. 기막힌 푸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소용이 없습니다. 빵이 있으니까요.” 하고 유다가 기분이 언짢게 대답한다. 베드로는 그를 바라본다. 그래서 나는 신랄한 대답을 기대하였었다. 그러나 베드로는 머리를 흔들고 뜨거운 재를 정리하더니, 그 위에 푸아스들을 펴놓는다.

“모든 준비가 끝나갑니다.” 하고 토마가 웃으며 말한다.

“오늘 말씀을 하실 것입니까?” 하고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묻는다.

“그렇다. 열 두시와 세시 사이에 말하겠다. 네 동료들이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니 지체하지 말고 식사를 하자.”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서 요한이 식탁에 빵을 놓고, 의자들을 준비하고, 잔과 항아리들을 가져온다. 토마는 익힌 야채와 구운 생선을 가져온다.

예수께서는 한가운데에 계신데, 음식을 바치시고 축복을 하신다. 그리고 나누어 주시니 모두 맛있게 먹는다.

그들이 아직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인데 마당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온다. 베드로가 일어나서 문으로 간다. “무슨 일입니까?”

“선생님이오. 여기서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선생님도 사람이시니까요. 저 아래 가서 앉아 기다리세요.”

작은 집단은 촌스러운 헛간 아래로 간다.

“추위가 오고 비도 자주 올 거니까요. 그래서 말씀인데요. 저 빈 외양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청소를 잘해놓았습니다. 구유는 의자 노릇을 할 것입니다 ….”

“몰상식하게 빈정거리지 말게.”하고 유다가 말한다. “선생님은 선생님이셔.”

"아니 뭐가 빈정거린다는 거야? 선생님이 외양간에서 나셨으니, 구유에서 말씀하실 수도 있는 거지!”

“베드로의 말이 옳다. 그러나 제발 서로 사랑하여라!” 예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실 때 싫증이 나신 것 같다.

그들은 식사를 끝낸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작은 집단으로 가시려고 즉시 나가신다.

“선생님, 기다리십시오.” 하고 베드로가 뒤에서 소리친다. “거기는 땅이 축축하기 때문에 선생님의 사촌이 의자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필요 없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서서 말한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자 하고, 나도 그들을 보기를 원한다. 차라리 … 자리들과 들것들을 만들어라. 병자들이 올지도 모르니까. … 그것이 소용이 있을 것이다.”

“착하신 선생님, 선생님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시는군요!” 하고 요한이 말하며 예수의 손에 입 맞춘다.

예수께서는 당신 특유의 약간 서글픈 미소를 지으시며 작은 집단 쪽으로 가신다. 제자들도 같이 간다.

바로 예수 옆에 있는 베드로가 예수의 몸을 자기 쪽으로 기울게 하고 가만히 속삭인다. “벽 뒤에 그 베일 쓴 여자가 있습니다. 저는 그 여자를 보았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거기 있습니다. 그 여자는 베다니아에서부터 우리를 따라왔습니다. 쫓아버려야 합니까? 그냥 둬야 합니까?”

“그냥 두라고 내가 말했느니라.”

“그렇지만 가리옷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첩자이면요?”

“아니다, 그 여자는 첩자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을 믿어라. 가만 놔두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그리고 그 여자의 비밀을 존중하여라.”

“저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말씀을 찾는 여러분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예수께서 시작하신다. 예수께서는 회랑의 끝까지 가신다. 예수의 뒤에는 집의 벽이 있다. 예수께서는 11월의 온화한 햇볕을 받으며 땅바닥에 앉았거나 기둥에 기대 있는 스무 명가량의 사람들에게 천천히 말씀하신다.

“사람은 생명과 죽음을 고찰할 때와 이 두 가지 용어를 적용할 때에 잘못 생각합니다. 사람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먹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는 때를 생명이라 부르고, 숨 쉬고 먹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일하지 못하게 되어 차고 감각이 없는 유해가 되어서 무덤 속으로 돌아갈 차비가 되어 있는 때를 죽음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생명’을 이해하게 하고 ‘생명’에 적합한 행위를 알려주고자 합니다.

생명은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고 존재가 생명은 아닙니다. 이 기둥에 달라붙어 있는 포도나무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생명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멀리 있는 저 나무에 매어져서 매애매애 하고 울고 있는 저 양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생명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내가 말하는 생명은 어머니의 태중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 생명은 하느님께 창조되어 육체 안에 살도록 만들어진 영혼으로 하느님의 생각 안에 태어날 때에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생명은 죄가 그것을 죽일 때 끝나게 됩니다.

처음에 사람은 발육하는 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씨는 밀이나 실과의 씨가 그런 것처럼 부질이나 골수가 아니라 살로 된 씨입니다. 맨 처음에는 그것이 지금 이 양의 태속에서 자라고 있는 태아와 다를 바 없는 동물의 태아로 형성되는 동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임신된 인간 안에 형체가 없는, 그러면서도 인간을 높여 주는 무형 속에서 오히려 더 강력한 그 부분이 스며들어오는 때부터는, 그 동물적 태아가 그의 심장의 박동과 더불어 존재할 뿐 아니라 창조하시는 생각에 따라 ‘살고’ 하느님의 모습과 비슷하게 창조된 사람이 되고, 하늘나라의 미래의 시민인 하느님의 아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명이 되어야 이렇게 됩니다. 사람이 인간의 형체는 그대로 가지고 존재는 하되, 이미 사람이 아니라 생명이 분해되는 무덤이 되어서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은 존재와 더불어 시작되지 않고, 육체와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입니다. 생명은 태어나기 전에 시작됩니다. 그런 다음 생명은 끝이 없습니다. 영혼은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천상의 것이기로 되어 있는 그의 운명에는 죽지만, 그의 벌을 받기 위하여는 살아남습니다. 생명은 은총에 죽을 때에 이 축복받은 운명에 죽습니다. 그의 운명에 대한 죽음이라는 회저(壞疽)에 걸린 그 생명은 영원한 세월을 두고 영벌과 고통 속에서 연장됩니다. 이와 반대로 창조된 그대로 보존된 생명은 그의 창조주와 같이 영원하고 완전하고 지극히 행복하게 되어서 완전한 생명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는 생명에 대하여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은 어떤 것이든지 정성 들여 쓰고 보존해야 합니다. 그것을 주시는 하느님만큼이나 거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왕의 선물을 마구 쓰겠습니까? 아니지요. 왕의 선물은 집안의 영광으로 대대로 물려줍니다. 그렇다면 왜 하느님의 선물은 냉대를 합니까? 그러나 하느님의 이 선물을 어떻게 쓰고 또 보존해야 합니까? 어떻게 해야 천국의 꽃 같은 이 영혼의 꽃을 생생하게 가꾸어 하늘에 옮겨 심을 수 있도록 보존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하늘을 위하여, 그리고 존재를 넘어서 ‘살게’ 됩니까?

이 문제에 대하여 이스라엘은 명백한 계율들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지키기만 하면 됩니다. 이스라엘이 계율들을 지키기 위하여는 그에게 모범과 말을 주는 예언자들과 의인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제는 성인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은 잘못 생각할 수도 없고, 또 잘못 생각하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마음속에 있는 결점들과 사방에서 불어나는 죽은 정신들을 봅니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회개하고, 여러분의 영혼의 문을 열고 말씀을 받아들이시오. 변함없는 율법을 지키고, 여러분 안에서 쇠약해져서 지쳐빠진 ‘생명’을 튼튼하게 하시오. 그리고 만일 그 생명이 벌써 죽었으면 참 생명이신 하느님께로 오시오. 여러분의 죄를 한탄하고,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으시오. 그러나 다시 일어나시오. 내일 영원한 고통에 넘겨지지 않도록 산송장이 되지 마시오. 나는 여러분에게 생명을 다시 찾거나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것 말고 다른 말은 안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개하고, 음란한 부정한 불과 여러분의 죄의 진흙을 없애서 깨끗하게 하시오.’하고. 나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여러분, 함께 율법을 공부합시다. 율법에서 참 하느님의 온정 넘치는 목소리를 다시 들읍시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 마음에 내려오기 바랍니다.’하고 영원하신 분께 함께 기도합시다, 하고 말입니다.

지금은 우중한 겨울입니다. 그러나 멀지 않아 봄은 올 것입니다. 죽은 영은 결냉으로 인해서 잎이 떨어진 수풀보다도 더 초라합니다. 그러나 겸손과 의지와 회개와 믿음이 여러분 안에 스며들어가면, 봄이 되면 숲이 그렇게 되는 것과 같이 생명이 여러분에게 돌아와서 여러분은 하느님을 위하여 활짝 피어나고 그다음에는, 영원무궁세의 내일에 참 생명의 영원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생명에게로 오시오. 이제는 존재하기만 하는 것을 그만두고 ‘살기를’ 시작하시오. 그렇게 되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입니다. 황혼이 보이는 하루의 시작, 권태도 없고 한도도 없는 기쁨의 시작일 것입니다. 죽음은 육체 이전부터 살고 있는 것의 승리일 것이고, 내가 참 하느님의 이름으로 약속하는 그 생명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을 육체의 승리일 것입니다. 이 생명을 나는 그들의 영혼을 위하여 ‘생명’을 ‘원해서’ 하느님의 아들들의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관능과 정욕을 짓밟는 모든 사람에게 약속합니다.

가보시오. 날마다 이 시간에 영원한 진리에 대해 여러분에게 말하겠습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말을 많이 하며 천천히 떠나간다. 예수께서는 외따른 집으로 돌아오신다.

 

-그리고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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