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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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 (6~10)

by mrsoojak 2021. 12. 21.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6. "사탄은 언제나 친절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수의 말씀.

"어제는 내 의지가 주는 힘을 네가 가지지 못하였었고, 따라서 너는 반쯤 죽은 사람에 지나지 않았었다. 나는 네 지체를 쉬게 하였고, 네게 괴롭게 여겨지는 유일한 단식재, 즉 내 말을 듣지 못하는 단식재를 지키게 하였다. 가엾은 마리아! 너는 재의 수요일을 지낸 셈이다. 너는 네 선생님을 모시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에 모든 일에 재맛을 느꼈다. 나는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을 나타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거기에 있었다.

고민은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아침 네가 잠을 어렴풋이 깼을 때 내가 네게 이렇게 속삭였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천주의 어린양,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나는 네게 이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게 하였고 나도 동시에 되풀이하였다. 너는 내가 이 주제에 대하여 말할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그때 네게 보여주었고 이제 설명하여줄 주제이다. 그런 다음 오늘 저녁에는 이 다른 주제를 설명해 주겠다."

 

너도 보았지만, 사탄은 항상 호감이 가는 외모를 가지고 보통 모습으로 나타난다. 만일 영혼들이 주의 깊고, 특히 하느님과 접촉을 하고 있으면, 그들은 조심성 있게 접근하는 이 모습을 알아차려서 재빠르게 마귀의 계략에 저항한다. 그러나 만일 영혼들이 하느님의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들을 사로잡고 귀를 먹게 하는 관능적인 경향으로 인하여 하느님과 갈라져서, 그들을 하느님과 결합시키고 하느님의 힘을 마치 파이프로 흘러들여 보내듯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는 기도의 도움을 이용하지 않는 영혼들은 해가 없는 것 같은 외양 속에 숨어 있는 함정을 알아차리기가 어렵고, 그래서 거기에 빠진다. 그런 다음 거기에서 빠져나오기는 매우 어렵다.

사탄이 영혼들에게 도달하기 위하여 더 일반적으로 쓰는 두 가지 길은 관능적인 유혹과 탐식이다. 마귀는 항상 인성의 물질적인 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물질적인 면을 부수고 굴복시킨 다음에는 보다 높은 차원으로 공격해 들어간다. 우선 도덕적인 면을 공격하는데, 그의 교만과 탐욕으로 생각을 공격하고, 다음에는 정신을 공격하여, 거기에서 하느님께 대한 사랑뿐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까지도 없앤다.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 대신 다른 인간적인 사랑들을 갖다 놓으면, 하느님의 사랑은 없어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그가 추구하는 향락에 이르고 거기에 점점 더 몰두하기 위하여 사탄에게 송두리째 빠져 들어간다.

내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너도 보았지. 침묵과 기도이다. 침묵. 왜냐하면 사탄이 유혹을 시도하여 우리를 꾀려고 하면, 바보스럽게 초조하지 말고 사기를 꺾는 공포를 가지지 말고 그를 견디어 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나타나면 단호하게 반항해야 하고, 그의 유혹에는 기도로 저항해야 한다.

사탄과 토론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그는 논리에 능하기 때문에 그가 이길 것이다. 그를 이길 수 있는 것은 하느님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도움을 청해야 하고, 종이나 나무가 아닌, 마음에 쓰이고 새겨진 이 이름과 이 표를 사탄에게 보여야 한다. 내 이름과 내 표를 말이다. 사탄이 자기가 하느님과 같다고 암시할 때에만 하느님의 말씀을 써서 대꾸를 할 것이다. 사탄은 하느님의 말씀은 견디어 내지를 못한다.

그리고 나면 싸움이 끝난 다음 승리가 오고, 천사들이 승리자의 시중을 들고 사탄의 증오에 대하여 보호해 준다. 천사들은 그를 하늘의 이슬로 위로하고, 충실한 아들의 마음에 정신의 애무가 되는 축복과 더불어 듬뿍 부어주는 은총으로 위로한다.

사탄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하느님과 그분의 도움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하고, 기도의 힘과 주의 자비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사탄이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가 없다.

 

잘 있거라. 오늘 저녁 너를 나머지와 더불어 기쁘게 해 주마.

 

7. 요한과 야고보와의 만남

 

요르단 강가의 띠모양의 초록빛 풀무더기를 끼고 걸어가시는 예수님이 보인다. 예수께서는 건너편 베레아로 건너가기 위하여 사람이 많이 다니는 매우 잘 알려진 얕은 곳 근처, 그분이 세례를 받으려고 오신 것을 본 그 자리로 돌아오셨다. 그러나 사람들이 떼를 지어 있던 곳이 지금은 쓸쓸하다. 다만 걸어가거나 말이나 나귀를 타고 가는 길손이 이곳을 지나갈 뿐이다.

예수께서는 행인들에게는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으시는 것 같다. 당신 생각에 잠기신 듯 북쪽으로 가는 길을 가고 계신다. 건너 다니는 여울 턱에 오셨을 때에 예수께서는 나이가 비슷하지 않은 한떼의 사람들과 마주치셨는데, 그 사람들은 흥분하여 토론을 하고 있었는데 서로 헤어져 일부는 남쪽으로 가고 또 다른 일부는 북쪽으로 향한다.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 중에는 요한과 야고보가 있는 것이 보인다.

요한이 맨 먼저 예수를 보고 형과 다른 동생들에게 그분을 가리킨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말을 좀 하다가 요한이 예수를 따라가려고 빨리 걷기 시작한다. 야고보는 그보다 더 느리게 따라간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는 상관하지 않고 토론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요한이 예수 가까이 그분에게서 겨우 2, 3미터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 이렇게 외친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여!"

예수께서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신다. 두 사람은 몇 걸음 떨어져 있다. 그들은 살펴본다. 예수께서는 근엄하고 날카로운 눈길로 바라보시고, 요한은 처녀의 얼굴 같은 매력 있는 젊은 얼굴에다 깨끗하고 웃는 눈으로 바라본다. 나이는 스물 안팎으로 보이고, 볼그레한 뺨에는 금빛 베일 같아 보이는 금빛 솜털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누구를 찾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선생님을 찾습니다."

'내가 선생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세례자가 제게 그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나를 어린양이라고 부르느냐?"

"선생님이 한 달 남짓 전에 어느 날 지나가실 때 선생님을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게서 무엇을 원하느냐?"

"저희들에게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제베대오의 아들 요한이고, 이 사람은 제 형 야고보입니다. 저희들은 갈릴래아에서 왔는데, 어부들이고 요한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요한은 저희들에게 생명의 말씀을 했고, 저희는 그분의 말을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하느님을 따르기를 원하고, 메시아가 오시는 것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의 길을 닦아서 속죄함으로 하느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메시아이십니다. 요한은 비둘기의 표가 선생님 위에 내려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 말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들에게 "저분이 하느님의 어린양 이시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저희들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하고. 저희들은 이제 지도자가 없고, 저희들의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어디 있느냐?"

"헤로데가 체포하게 해서, 지금 마케론타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저희들 중에서 요한에게 가장 충실한 제자들이 구해내 보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그곳에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저희들을 선생님과 같이 가게 해 주십시오. 어디 사시는지 가리켜 주십시오."

"오너라, 그러나 너희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아느냐? 나를 따르는 사람은 모든 것을, 집도 부모도, 사고방식도, 생명까지도 버려야 한다. 만일 너희들이 원하면 내 제자와 친구로 삼겠다. 그러나 나는 재산도 없고, 보호책도 없다. 나는 머리를 쉬게 할 곳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하고 더 가난하게 될 것이며 길 잃은 양이 늑대들에게 쫓기는 것보다도 더 박해를 당할 것이다. 내 가르침은 원한을 금하니까 요한의 가르침보다도 더 엄격하다. 내 가르침은 외부적인 것보다도 오히려 정신에 더 관계되는 것이다. 너희들이 내 제자가 되고 싶으면 다시 나야 한다. 그러기를 원하느냐?"

"예, 선생님. 오직 선생님만이 저희들에게 빛을 주는 말씀을 가지고 계십니다.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비탄의 암흑이 있던 곳에 그 말씀이 내려와서 밝은 햇빛을 가져다줍니다."

"그러면 오너라, 그리고 걸어가자. 길을 가면서 너희들을 가르치겠다."

 

8. "나는 요한을 그의 순결 때문에 사랑한다"

 

예수의 말씀.

"나를 만난 한떼의 사람은 수가 많았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만이 나를 알아보았다. 일체의 음란이 없이 순결한 영혼과 생각과 육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순결의 가치를 강조한다. 순결은 언제나 생각을 명철하게 하는 근원이다. 동정은 지능과 애정의 감수성을 동정인 사람만이 경험하는 정도까지 예민하게 하고 또 유지한다.

동정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될 수 있다. 하는 수 없이 동정으로 있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특히 여자들의 경우에 아무도 결혼할 목적으로 그들을 택하지 않았을 때에 그렇게 된다. 남자의 경우도 이러해야 될 터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정열로 인하여 조숙하게 더러워진 젊음이라면 감정과 또 흔히는 육체까지도 병든 가장 밖에는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해서 지키는 동정이 있다. 충성의 정열로 주께 봉헌된 사람들의 동정이 그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동정이다! 하느님의 뜻에 맞는 희생이다! 그러나 땅의 진흙을 모르고, 하느님의 태양과 그 이슬의 입맞춤에만 입을 벌리며, 하늘을 향하여 대를 꼿꼿하게 세운 채로 있는 백합의 그 흰빛을 모두가 보존할 줄은 모른다.

오직 육체적인 충실만을 지키고, 그들이 희생한 것을 아까워하고 갈망하는 그들의 생각으로는 불충실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 사람들은 반밖에는 동정이 아니다. 비록 육체는 있는 그대로라 하더라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은 동요하고 끓어오르며, 육감적인 흥분을 내보내는데, 그것들은 자유로운 사람으로서도 불륜이 되고, 서원을 한 사람에게는 불륜 이상의 것이 되는 만족감의 상상을 쫓아버리지 않고 계속 내버려 두기 때문에 그만큼 더 교묘하고 더 비난받을 만한 것이다.

그때에는 서원은 위선이다. 외양은 있지만, 실제는 없는 것이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만일 어떤 사람이 난폭한 사람의 뜻으로 상처를 입은 백합을 가지고 내게로 오고, 또 한 사람은 물질적으로는 다치지 않았지만, 고독한 시간을 그것으로 채우려고 마음속에 품고 기른 관능성의 넘쳐 흐름으로 더러워진 백합을 가지고 오면, 첫 번 사람은 '동정'이라고 부르고, 둘째 번 사람에게는 이 칭호를 부인하겠다. 그리고 첫째 사람에게는 그가 원치 않은 훼손으로 인하여 그의 육체가 상처를 입고 그의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되었기 때문에 동정과 순교의 두 가지 영광을 주겠다.

순결의 가치는 네가 본 것과 같이 사탄이 나를 우선 음란으로 이끌어 가려고 골몰하였을 정도이다. 관능성의 죄는 영혼을 부수고, 다른 죄에 대하여 쉬운 희생물을 만든다는 것을 사탄은 잘 알고 있다. 사탄의 관심은 나를 이기기 위하여 주요 목표에 전념한 것이다.

빵, 굶주림은 욕구를 상징하는 물질적인 형태인데, 이 욕구들은 사탄이 그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하여 이용하는 것들이다. 내가 술 취한 사람같이 그의 발아래 쓰러지게 하려고 사탄이 내게 제의한 음식은 아주 다른 것이다. 그 뒤에는 탐식, 돈, 권력,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 하느님의 율법에 대한 공식적인 포기가 뒤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차지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것이었다. 이것은 그가 아담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순결한 사람들을 비웃는다. 음란으로 더럽혀진 사람들은 순결한 사람들에게 공격을 가한다. 세례자 요한은 타락한 두 사람의 음란의 희생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이 아직 빛을 조금 가지고 있는 것은 세상 가운데에서 순결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덕택이다. 이들은 하느님의 종들이며, 하느님을 이해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되풀이할 줄 안다. 나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이 세상에서도 뵙게 될 것이다. 관능의 흥분으로 생각이 어지러워지지 않은 사람들은 하느님을 '뵙고, '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을 따르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제베대오의 아들 요한은 순결한 사람이다. 내 제자들 중에서 '순결한 사람'이다. 그의 영혼은 천사의 몸에 피어 있는 꽃이다. 요한은 그의 첫 번째 스승의 말로 나를 부르고, 평화를 달라고 내게 청한다. 그러나 평화를 그는 자기 생활의 순결 때문에 자기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빛나고 있는 순결 때문에 그를 사랑하였다. 나는 이 순결에 내 가르침과 내 비밀과 내게 가장 소중하였던 '인간'을 맡겼다.

요한은 내 첫 번째 제자였고, 나를 본 처음 순간부터 나를 사랑하였다. 그의 마음은 내가 요르단강을 끼고 지나가는 것을 본 날부터, 세례자가 나를 가리키는 것을 본 그날부터 내 마음과 하나가 되었었다. 그 후 내가 광야에서 돌아올 때에 나를 만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는 나를 만날 때까지 찾았을 것이다. 과연 순결한 사람은 겸손하고 하느님의 지식을 배우기를 갈망하여, 마치 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하늘나라 교회의 선생인 것을 아는 사람들에게로 간다."

 

예수의 다른 말씀.

"나는 네가 너의 예수의 관능성의 유혹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비록 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너에게, 나를 관능 쪽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사탄이 사용한 계략을 이해하게 하였지마는, 내가 거기 대하여 말하고 다시는 그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을 택하였다. 거기 대하여 말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이야기로 옮겨 가자. 사탄의 꽃은 그의 모래 위에 내버려 두고, 요한과 같이 예수를 따라오너라. 너는 가시밭으로 걸을 것이다. 그리고 장미 대신에 피방울을 발견할 것이다. 그 피는 네 대신, 네 안에서도 육욕을 이기기 위하여 그분이 흘린 피이다.

나는 어떤 비판에 대하여 미리 답변을 하겠다. 요한은 그의 복음서에서 나와의 만남에 대하여 말하면서 '그리고 다음 날'이라는 말을 썼다. 그래서 내가 세례를 받은 다음 날 세례자가 나를 가리켰고, 요한과 야고보가 즉시 나를 따라온 것 같이 보인다. 이것은 다른 복음사가들이 광야에서 지낸 40일에 대해 말하는 것과는 반대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이렇게 읽도록 하여라. '어느 날(요한이 붙잡히고 난) 다음, 세례자 요한이 나를 가리키면서「저분이 하느님의 어린양 이시다」하는 말을 들은 그의 두 제자가 나를 다시 보고는 나를 불렀고, 나를 따라왔다'라고. 내가 광야에서 돌아온 다음에, 그리고는 우리가 모두 함께 그곳에서부터 내 복음 전도를 시작하려고 피해서 있었던 갈릴래아 호숫가로 돌아갔고, 그 두 사람은 다른 어부들에게 내게 대한 말을 하였다. 그들은 줄곧 나와 같이 길을 걸었었고, 내 집안의 친척 벌 되는 인심 좋은 어떤 친구의 집에서 온 하루를 지냈었다. 그러나 그 대화에 앞장을 선 것은 요한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 순결로 인하여 맑은 그의 영혼은 속죄를 하겠다는 의지로 인하여 맑음의 걸작품이 되어 '진리'가 거기에 똑똑히 비치었다. 이와 같이 그는 하느님의 진리와 하느님의 가르침과 길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되면 서슴지 않고 앞으로 나서는 순결한 사람들과 용기 있는 사람들의 거룩한 대담성을 가지고 있었다. 순박 과 용맹으로 이루어진 이 사적인 성격 때문에 내가 요한을 얼마나 사랑하였는지 모른다!"

 

9. 요한과 야고보가 베드로에게 메시아에 대하여 말한다

 

갈릴래아 호수 위에 말할 수 없이 고요한 새벽이 밝아온다. 하늘과 호수는 장밋빛이다. 자그마한 호숫가 마을의 작은 뜰의 담장에 그 빛을 비추는 장밋빛과 비슷하다. 그 뜰들에서는 과일나무들이 눈에 띄게 우뚝우뚝 솟아 있고 어지럽게 뻗어진 잎과 가지들이 골목길 위를 드리우고 있다.

작은 마을은 샘터나 빨래터에 있는 여인과 생선 바구니를 싣고 다른 데서 온 장사꾼들과 큰소리로 떠들거나 생선 바구니를 집으로 가져가는 어부들과 더불어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작은 마을이라고 말하였지만 그리 작지도 않다. 적어도 내게 보이는 쪽은 대단히 보잘것없지만. 그러나 넓고, 대부분이 호수를 끼고 길게 뻗어 있다.

요한이 어떤 골목길에서 나와서 호수를 향하여 빠른 걸음을 옮긴다. 야고보가 그를 따라가지만 훨씬 더 침착한 걸음으로 간다. 요한은 벌써 정박해 있는 배들을 바라보지만, 그가 찾는 배는 발견하지 못한다. 그는 배가 호숫가에서 아직 수백 미터 떨어져서 호숫가에 갖다 대려고 조종하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양손을 메가폰처럼 입에 대고 아주 큰소리로 "오! 에!"하고 길게 부른다. 늘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와요. 와" 하는 뜻의 커다란 팔짓을 한다.

배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노를 저어 속력을 낸다. 그러니까 배는 돛으로 오는 것보다 더 빨리 전진하는데, 아마 더 빨리 나아가게 하려고 그러는지 돛을 내린다. 호숫가에서 한 10미터쯤까지 다가왔을 때 요한은 더 기다리지 못한다. 그는 겉옷과 긴 속옷을 벗어 모래톱에 던진다. 그리고는 샌들을 벗고, 아랫도리를 한 손으로 치켜 샅까지 끌어올리고, 물로 내려가다가 오는 사람들의 마중을 나간다.

"자네 둘은 왜 오지 않았어?" 하고 안드레아가 묻는다. 베드로는 뿌루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럼 자네는 왜 나하고 야고보하고 같이 오지 않았나?" 하고 요한이 안드레아에게 대답한다.

"난 고기 잡으러 갔었지. 허비할 시간이 없단 말이야. 자넨 그 사람하고 같이 사라졌었지‥."

"내가 자네더러 오라는 눈짓을 했었는데, 바로 그분이야. 자네가 그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는 그분과 하루 종일, 그리고 밤늦게까지 같이 있었어. 지금은 자네들 보고 가자고 하려고 왔어."

"바로 그분이야? 확실한가? 우리는 그때 세례자가 그분을 가리켰을 때 겨우 보았잖아."

"그분이야. 그분도 아니라고 하지 않으셨어."

"누구든지 자기를 인정시키기 위해서는 쉽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이건 처음 겪는 일이 아니야..." 하고 베드로는 불만스럽게 투덜댄다.

"오! 시몬! 그렇게 말하지 말아! 그분은 메시아야! 그분은 무엇이든지 아셔! 자네 말도 듣고 계셔." 요한의 말을 듣고 시몬 베드로는 인상을 쓰며 놀라운 듯 말한다.

"설마! 메시아라니! 그리고 너와 야고보와 안드레아에게 나타났단 말이지! 볼품없는 세 무식쟁이에게 말이야! 메시아는 분명히 다른 모양으로 오실 거다! 그리고 내 말을 듣는다고! 하지만 가엾은 어린것. 이리 오기나 해! 봄볕이 처음으로 따뜻해지니까 머리가 좀 돈 모양이로구먼. 자, 와서 일이나 해. 그게 나을 거야. 그 거짓말은 모두 집어치우고."

"메시아라니까 그러는구먼. 요한은 거룩한 말을 했지만, 그분은 하느님에 대해서 말했어. 그리스도가 아닌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어."

"시몬, 나는 어린아이가 아닐세. 나는 나이가 들었고, 침착하고 신중하네. 자네도 그걸 알지. 나는 말은 별로 안 했지만, 하느님의 어린양과 함께 있은 그 여러 시간 동안에 많은 말을 들었네. 그런데 정말 분명히 말하지만 그분이 메시아이실 수밖에 없어. 왜 믿지 않겠나? 왜 믿으려고 하지 않겠는가? 자네는 그분의 말을 듣지 않았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믿네. 우리가 볼품없고 무식하다고? 마침 그분은 하느님 나라의, 평화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높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전에 가난한 사람들과 비천한 사람들과 하층민들에게 전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셨어.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권력자들은 이미 그들의 즐거움을 가졌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내가 가지고 온 즐거움에 비하면 부러울 것이 못된다. 권력자들은 교양의 수단을 가지고 이미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나는「이스라엘의 하층민」과 세상의 하층민들에게로, 눈물을 흘리고 원하는 사람들에게로, 「빛」을 찾고 참된 만나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로 간다. 학자들에게서는 그들에 빛도 양식도 오지 않고, 오직 무거운 짐과 어둠과 속박과 멸시만이 온다. 나는 「하층민」들을 부른다. 나는 세상을 뒤집어엎으려고 왔다. 지금 높은 것은 낮추고, 지금 업신여김 받는 것은 높일 테니까 말이다. 진리와 평화를 원하는 사람, 영원한 생명을 원하는 사람은 내게로 오너라. 빛을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로 오너라. 나는 세상의 빛이다.' 요한아,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지?" 야고보는 침착하게, 그러나 흥분해서 말한다.

"그래. 그리고 이렇게도 말씀하셨어. '세상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상류 사회는 악습과 우상숭배 같은 관계로 타락하였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암흑의 아들인 그가 빛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상류사회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섞여 있으면서도 세상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그물에 걸린 고기들과 같이 붙잡혔기 때문이다.' 그분이 꼭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그분이 호숫가에서 말씀하시면서 고기가 들어 있는 그물을 기슭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가리키시면서 말씀하셨기 때문이야. 그분은 또 이런 말씀도 하셨어. '이 고기들 중에 어떤 고기도 그물에 걸리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도 일부러 맘몬(Mammon)'의 먹이가 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역주 : 맘몬 - 시리아의 황금의 신. 복음서에서는 재물을 가리킨다) 가장 악한 사람들까지도 그렇다. 그것은 그들의 눈을 어둡게 하는 교만으로 인하여 그들이 하는 것을 할 권리가 없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진짜 죄는 교만이다. 교만에서 다른 모든 죄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악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맘몬에게 예속되기는 더구나 원치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경솔함으로 인하여, 그들을 밑바닥으로 끌어가는 아담의 죄라는 무거운 짐으로 인하여 그렇게 된다. 나는 이 죄를 없애고, 구속의 때가 올 때까지, 나를 믿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붙잡아 매고 있는 올가미에서 해방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세상의 빛인 나를 따를 자유를 돌려주기 위하여 왔다' 하고."

"아니 그렇다면, 만일 그분이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면, 즉시 그분에게 가야 해." 하고 베드로가 아주 솔직한 충동을 일으키며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그의 이 솔직한 충동이 내 마음에 든다. 그는 상륙하는 조작을 서둘러 끝내는 것으로 벌써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긴다. 그동안 배가 기슭에 닿았고, 일을 배우는 젊은이들이 그물과 밧줄과 돛들을 내리고 배를 뭍으로 올리는 일을 끝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드레아나 너는 바보같이 왜 그들과 같이 가지 않았었니?.."

"그렇지만‥‥ 형은 이 사람들을 설득해서 데려오지 않았다고 나무라더니‥‥밤새껏 불평을 하고선, 지금은 내가 같이 가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거야?.."

"네 말이 옳다 ‥‥하지만 나는 그분을 못 봤거든‥‥너는 봤었잖아‥‥그럼 너는 그분이 우리 같지 않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분은 무엇인가 더 훌륭한 점이 있을 거야!"

"오! 그래" 하고 요한이 말한다. "그분의 얼굴! 그리고 또 눈은 어떻고! 안 그래? 야고보, 그 눈길은 어땠어? 그리고 목소리! ‥‥ 아! 기막힌 목소리야! 그분이 말씀하실 때는 하늘나라에서 꿈을 꾸는 느낌이야."

"빨리, 빨리 그분을 찾아가세. 너희들은 이걸 전부 제베대오 아저씨에게 가져가서 요령껏 하시라고 말해라. 우리는 오늘 저녁에 돌아와서 고기잡이를 할 거다."

그들은 모두 옷을 다시 입고 떠난다. 그러나 베드로는 몇 미터를 간 후 걸음을 멈추고 요한의 팔을 붙잡으며 묻는다. "자넨 그분이 무엇이든지 다 알고 무엇이 든 자 다 알아차린다고 그랬지‥."

"맞아, 우리가 달이 지평선 위에 높이 올라온 것을 보고 '시몬은 뭘 하고 있을까?' 하고 말했더니,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단 말이야. '시몬은 지금 그물을 치고 있는 중인데, 고기가 이럴게 잘 잡히는 밤에 너희가 자매선을 타고 나가지 않아서 그 일을 혼자서 하게 되었기 때문에 짜증을 내고 있다‥‥ 그 사람은 이제 얼마 안 있어 아주 다른 그물로 아주 다른 고기들만을 잡으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하고."

"아이고 야단 났군! 바로 그거야! 그럼 그분은 내가 그분을 거의 거짓말쟁이로 취급했다는 것도‥‥ 알아차렸겠구먼. 난 그분에게 갈 수 없네."

"오! 그분은 아주 착하셔. 그분은 형이 그 생각을 가졌었다는 걸 분명 알고 계셔. 그걸 벌써 알고 계셨어. 사실 우리가 그분을 떠날 때 형을 찾아간다고 말했더니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가 보아라, 그러나 처음에 업신여기는 말을 하는 것에 지지 않도록 하여라. 나와 같이 오고자 하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과 부모의 금지에 정면으로 대항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혈연과 사회보다 높고, 내가 그것들을 이기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은 영원히 승리할 것이다' 하고. 또 이렇게도 말씀하셨어. '겁내지 말고 말할 줄 알아라. 그 사람은 착한 뜻을 가진 사람이니까 너희 말을 듣고는 올 것이다'하고."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럼 가겠어, 말해 주게. 걸어가면서 또 그분 이야기를 해주게. 그분이 어디 계신가?"

"초라한 집에 계셔. 친구들 집일 거야."

"하지만, 그분이 가난하신가?"

"나자렛의 장인(匠人)이라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이제는 일을 안 하시면 뭘로 살아가시나?"

"그건 여쭈어 보지 않았어. 아마 친척들이 도와드리겠지."

"생선이나 빵이나 과일이나‥‥무엇을 좀 가져가는 게 나았을 텐데. 우리가 선생님에게 말을 물으러 가는데, 그분은 틀림없이 선생님 같고, 그보다도 더한 분인데, 우린 빈 손으로 간단 말이야!.... 선생님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니거든‥‥."

"그렇지만 그분은 다른 선생님들과는 생각이 다르셔. 우리는 야고보하고 나하고 가진 것이 20 데나리온 밖에 없었어. 선생님들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관습이 되어 있는 것처럼 그걸 그분께 드렸어. 그렇지만 받지 않으셨어. 그러다가 우리가 간청하니까 '하느님께서 그것을 가난한 사람들의 축복과 더불어 너희들에게 갚아 주시기를 바란다. 나와 같이 가자' 하고 말씀하시고는 그 돈을 즉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어. 그 사람들의 집을 알고 계시더구먼. 우리는 그분께 이렇게 여쭤봤지. '그럼 선생님은 아무것도 가지시는 것이 없습니까?'하고. 그랬더니 그분은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영광에 유익하다는 기쁨'이라고 대답하셨어. 우리는 이런 말도 덧붙여 말했었지. '선생님이 저희들을 부르시지만, 저희들은 아주 가난합니다. 저희들은 무엇을 가져와야 합니까?'하고. 그랬더니 그분은 우리에게 정말 하늘나라를 맛보게 하는 미소를 지으시면서 대답하셨어. '그것은 내가 너희들에게 요구하는 큰 보물이다', 우리는 '그렇지만 저희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요?' 하고 말씀드렸지. 그랬더니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일곱 가지 이름을 가진 보물인데, 그것은 가장 비천한 사람도 가질 수 있고, 아무리 부유한 왕이라도 차지할 수 없는 보물이다. 너희들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원한다. 그 이름을 들어 보아라. 사랑, 믿음, 착한 뜻, 곧은 의향, 절제, 성실성, 희생정신이다. 이것을 나를 따르는 사람에게서 원하고, 이것만을 원한다. 너희는 이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겨울에 밭이랑에 떨어진 씨앗처럼 잠들어 있다. 그러나 내 봄볕이 거기에서 이삭 일곱 개가 나오게 할 것이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아! 그 말을 들으니까 그분이 진짜 선생님이고, 언약된 메시아라는 확신이 생기네.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자비하지 않으시고, 돈을 요구하지 않으시는구먼‥. 그분을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말하기에는 이것이면 충분해. 맘 턱 놓고 가세."

-그리고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10. 베드로가 처음으로 메시아를 만나다

 

영혼이 너무나 많은 것에 짓눌려서 빛을 얻기 위하여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히브리서 12장을 읽게 되었는데, 정말로 이 편지는 내 정신의 힘을 회복시켜 주고 "들을" 기력을 내게 준다. 나는 수많은 것의 압력으로 인하여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보통 생활, 어떻게 해서든지 보통 생활을 하고 싶다"하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씀하시는 분"이 어떤 분인지를 내가 알고 있으며, 또 그분이 내게 부탁하는 다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저는 싫습니다"하고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정말로 하느님은 무엇이든지 태우는, 우리의 인성이 그분께 자기를 맡겨드리면, 우리 인성의 특성까지도 불사르는 불이시다. 내게 말을 하시며 "나는 너를 그냥 놓아두지 않고, 버리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시는 분께 나는 지극히 신뢰하는 마음으로 "당신은 제 구원이시니, 저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 하느님, 제 바람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하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14시에 나는 이런 것을 본다.

예수께서는 두 밭 사이에 있는 작은 길. 오솔길로 걸어가신다. 혼자이시다. 요한은 작은 길로 해서 밭들을 건너질러 예수를 향하여 나아가서, 울타리에 난 구멍으로 해서 마침내 예수 계신 데까지 왔다.

요한은 어제의 환상에서도 오늘의 환상에서도 매우 젊다. 겨우 어른이 된 남자의 수염 없는 볼그레한 얼굴, 게다가 금발이다. 그래서 콧수염이나 수염의 흔적은 없고, 다만 매끈매끈한 뺨의 볼그레한 얼굴빛과 빨간 입술과 그의 아름다운 미소와 깨끗한 눈길의 반가운 빛이 있을 뿐이다. 깨끗한 눈길은 그의 눈의 짙은 터키옥 빛깔에서 보다도 오히려 그 눈에 비쳐 나오는 순결한 영혼의 맑음에서 오는 것이다. 길고 보드라운 그의 밤색 머리는 거의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지금 물결처럼 굽이친다. 그는 울타리를 지나오려고 할 때에 "선생님!" 하고 부른다.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미소를 띠시며 돌아서신다.

"선생님을 무척 뵙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묵으시는 집에서는 선생님이 들 쪽으로 나가셨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그 이상의 말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뵙지 못할까 봐 걱정했습니다." 요한은 경의를 표하느라고 약간 몸을 숙이고 말한다. 그러나 고개를 약간 어깨 쪽으로 기울인 채로 있으면서 예수를 쳐다보는 그의 눈길과 그와 태도에는 다정스러운 신뢰의 정이 넘쳐흐른다.

"나는 네가 나를 찾는 것을 보고 네게로 왔다."

"저를 보셨습니까? 어디 계셨는데요?"

"저기 있었다." 그러시면서 예수께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숲을 가리키신다. 그 나뭇잎의 빛깔로 보아 올리브나무 같다. "나는 저기 있었다. 거기서 기도하며, 오늘 저녁 회당에서 말할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를 보고는 즉시 모든 것을 중단하였다."

"그렇지만 그곳은 저 깎아지른 곳 뒤에 가려져 있어서 겨우 알아볼까 말까 한데, 선생님은 어떻게 저를 보셨습니까?"

"그래도 그곳이 보이지? 나는 너를 보았기 때문에 네 마중을 나온 것이다. 눈이 할 수 없는 것을 사랑은 현실화한다."

"그렇습니다. 사랑이 그렇게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저를 사랑하시는군요?"

"그리고 제베대오의 아들 요한아, 너도 나를 사랑하지?"

"선생님을 굉장히 사랑합니다. 저는 선생님을 항상 사랑했던 것같이 생각됩니다. 선생님을 알기 전에, 그전에 벌써 제 영혼이 선생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뵈었을 때 제 영흔은 제게 '네가 찾는 분이 저분이시다'하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을 만났을 때 제 영혼이 선생님을 알아 뵈었습니다."

"요한아, 네가 그 말을 하는데. 그것은 정확한 말이다. 나도 내 영혼이 너를 느꼈기 때문에 네 마중을 왔다. 얼마 동안이나 나를 사랑하겠느냐?"

"언제 까지나요. 이제는 선생님 말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

"너는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가 있고, 인생이 있으며, 인생과 더불어 여자와 사랑이 있다.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떠나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선생님‥‥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교만이 아니라면, 특별한 선생님의 사랑이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를 대신하고, 여자도 대신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사랑하시면,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싫증이 날 것입니다."

"그런데 내 사랑 때문에 고충과 박해를 당하게 되면?"

"선생님이 저를 사랑하시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죽어야 할 날은?..."

"안됩니다! 선생님은 젊으신데‥‥왜 돌아가십니까?..."

"메시아는 진리로써 율법을 전하고 구속을 완수하려고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은 율법을 몹시 싫어하고 구속을 원치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을 박해한다."

"오! 그래서는 안됩니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죽음의 예고를 말씀하지 마십시오! ‥‥ 그러나 선생님이 돌아가셔야 한다면, 선생님을 여전히 사랑하겠습니다. 선생님을 사랑하게 허락해 주십시오." 요한은 애원하는 눈길을 보낸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몸을 구부리고 예수 곁에서 걸어가며 그분의 사랑을 간청하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요한을 바라보신다. 예수께서는 통찰력이 있는 눈길로 요한을 꿰뚫어 보시고 나서 손을 그의 숙인 머리에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네가 나를 사랑하기를 원한다."

"오! 선생님!" 요한은 행복하다. 비록 눈동자는 눈물로 빛나지마는, 그는 윤곽이 뚜렷한 젊은 입으로 웃는다. 그는 신성한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추고 가슴에 꼭 껴안는다.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한다.

"네가 나를 찾았다고 말하였지‥‥."

"그렇습니다. 제 친구들이 선생님을 뵙고 싶어 한다고 말씀드리고‥‥ 그리고, 오! 정말 선생님과 또 같이 있고 싶었기 때문에요! 선생님을 떠난 지가 몇 시간밖에 안되었지만‥‥이제는 벌써 선생님 없이 그대로 있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네가 '말씀'의 훌륭한 전달자가 되었단 말이지?"

"그렇지만, 제 형 야고보도 친구들을 설득하도록‥‥선생님 말씀을 했습니다."

"아직 경계하던 사람이 확신을 가지게 되도록 말이지. 하기는 그 사람이 신중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조심한 것이니 그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 가서 완전히 안심시키자."

"그 친구는 조금 두려워했습니다‥‥."

"안된다! 나를 무서워해서는 안된다! 나는 착한 사람들을 위하여 왔고, 특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왔다. 나는 구원하고자 하지, 단죄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성실한 사람들에게는 온전히 자비롭겠다."

"그러면 죄인들 에게는요?"

"죄인들에게도. 그러나 파렴치한 사람들에게는. 나는 정신적으로 파렴치한, 실제로는 악한 사람들인데 위선적으로 착한 사람 행세를 하는 사람들, 이웃을 희생시키면서까지도 자신의 이익만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엄격하겠다."

"오! 그럼 시몬은 안심해도 됩니다. 그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솔직하니까요."

"그 사람이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는 것을 보기를 원한다."

"시몬은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굉장히 많답니다."

"회당에서 말하고 나서 그의 말을 듣겠다. 나는 부자들과 건강한 사람들 이외에도 가난한 사람들과 병자들에게도 알리게 하였다. 모든 사람이 기쁜 소식을 들을 필요가 있다."

작은 마을에 가까이 왔다. 어린이들이 길에서 놀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뛰어 오다가 예수께서 조심하여 붙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그분의 다리 사이에 쓰러질 뻔하였다. 그래도 어린아이는 다치기나 한 것처럼 운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어린아이의 팔을 잡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이스라엘 어린이가 울다니? 모세의 뒤를 따라 광야를 지나오면서 어른이 된 수천수만 명의 어린아이들은 어떻게 했겠니? 그런데도 하느님께서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어린아이들에게 그렇게도 맛있는 만나를 더 많이 내리게 하셨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죄 없는 어린아이들을 사랑하시고, 작은 숲 속과 지붕 위로 날아다니는 참새들에 대하여 그렇게 하시는 것과 같이, 세상에 있는 저 작은 천사들. 저 날개 없는 새들 같은 어린아이들을 지켜 주신다. 너 꿀 좋아하니? 그래? 그러면! 네가 착하게 굴면 벌들이 만든 꿀보다 더 단 꿀을 먹게 될 거다."

"어디서? 언제?"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고 나서 그분께로 갔을 때."

"메시아가 오지 않으면 내가 그리로 가지 못한다는 걸 알아요. 엄마가 그러는데, 지금 우리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모세와 같아서 언약의 땅을 눈앞에 보면서 죽을 거래요. 엄마가 그러는데 우리가 언약의 땅에 들어가려면 기다려야 하고, 매시아만이 우리를 거기 들어갈 수 있게 할 거래요."

"아니, 너 참 착한 이스라엘 어린이로구나. 그러면 내가 네게 분명히 말하겠는데, 네가 죽을 때는 메시아가 벌써 하늘의 문을 열었을 터이니까, 너는 즉시 하늘나라에 들어갈 거다. 그러니까 너 착하게 굴어야 한다."

"엄마! 엄마!" 어린아이는 예수의 품에서 빠져나가, 구리로 만든 항아리를 들고 돌아오는 젊은 부인에게로 달려간다.

"엄마, 새로 온 선생님이 그러는데, 내가 죽으면 곧 하늘나라에 가서 꿀을 아주 많이 먹을 거래..., 그렇지만 착하게 굴어야 그렇게 된대. 나 착하게 굴 거야!"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선생님, 얘가 귀찮게 해 드렸으면 용서하십시오. 몹시 수선스럽답니다."

"부인, 죄 없는 사람들은 나를 귀찮게 하는 일이 없소. 부인은 아이들에게 율법을 알도록 가르치며 기르는 어머니이니 하느님의 축복을 받기 바라오."

여자는 이 칭찬을 듣고 얼굴을 붉히며 대답한다. "선생님께도 하느님의 축복이 내리기를" 하고 말하고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사라진다.

"선생님은 어린이들을 좋아하십니까?"

"그렇다. 어린이들은 깨끗하고 솔직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있습니까?"

"아니, 내게는 어머니 한분만 계시다. 어머니에게는 가장 거룩한 어린이들과 같은 순결과 솔직과 사랑이 있고, 동시에 어른과 같이 지혜와 정의와 힘이 있다. 내 어머니는 모든 것을 갖추어 가지셨단다, 요한아."

"그런데 어머니를 떠나셨습니까?"

"하느님은 어머니 중에서 가장 거룩한 어머니보다도 더 높으시다."

"어머님을 제가 알게 되겠습니까?"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머님이 저를 사랑하실까요?"

"어머니는 당신의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시니까 너를 사랑하실 것이다."

"그러면 선생님은 형제가 없겠군요?"

"내 어머니의 남편 쪽으로 사촌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지 내게는 형제이고, 나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왔다. 자, 회당 앞에 다 왔다. 나는 들어갈 터이니, 너는 친구들과 같이 나를 다시 찾아오너라."

 

요한은 가고 예수께서는 네모 반듯한 방으로 들어가신다. 그 방에는 삼각형으로 배치한 양피지 두루마리가 놓여 있는 작은 책상들 같은 으레 있는 비품이 놓여 있다. 뒤쪽에서는 군중이 예수에 대하여 떠들고 있다. 예수께서는 머리를 숙여 회당의 우두머리에게 인사하시고, 그저 아무 두루마리나 하나 달라고 하신다.

예수께서는 읽기 시작하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이것들은 성령께서 나더러 여러분을 위하여 읽으라고 하십니다. 예레미야서 7장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군대의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 소행과 감정을 고쳐라. 그러면 내가 이곳에 와서 너희와 함께 살겠다. 너희가 되풀이하는 '여기가 주의 성전이다. 주의 성전이다. 주의 성전이다'하는 무의미한 말로 너희 자신을 달래지 말아라. 그것은 만일 너희가 소행과 감정을 더욱 좋게 하고, 어떤 사람과 그 이웃사이에 옳고 그름을 가려주고, 외국 사람과 고아와 과부를 학대하지 않고, 이곳에서 죄 없는 사람의 피를 흘리지 않으며, 불행하게도 외국 신자들에게로 가지 않으면, 그때에는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영원히 준 땅인 이곳에서 너희와 함께 살겠다.'하고. 여러분, 이스라엘 사람들은 들으시오. 이제 나는 눈먼 여러분의 영혼이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빛의 말씀을 빛나게 하려고 왔습니다. 잘 들으시오. 하느님의 백성의 땅에 많은 눈물이 뿌려집니다. 그들은 옛날의 영광을 회상하는 노인들을 슬퍼하고, 속박에 억눌린 어른들을 슬퍼하고, 미래의 영광의 희망이 없는 어린이들을 슬퍼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영광은 맘몬과 악의만 빼놓고는 아무런 압제라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영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왜들 우십니까? 당신 백성에 대하여 항상 친절하셨던 하느님께서 이제는 눈길을 딴 데로 흘리시고 당신 백성이 당신의 얼굴 보는 것을 거절하십니까? 그분이 이제는 옛날에 바다를 좌우로 갈라놓으셔서 이스라엘 백성을 지나가게 하시고, 사막의 모래밭을 거쳐 인도하시고, 먹여주시고, 그들의 적들에게서 보호해 주신 그 하느님이 아니십니까? 이스라엘 백성의 육체에 구름 기둥을 주신 것과 같이, 하늘의 길을 잃지 말라고 그들의 영혼에게 율법을 주신 분이 그분이 아니십니까? 이제는 쓴 물을 달게 해 주시고 그들이 기진맥진하였을 때 만나를 내려 주신 그 하느님이 아니란 말입니까? 그분이 여러분을 이 땅에 정착시키고 여러분과 계약을 맺고자 하신 하느님이 아니십니까? 그분이 여러분의 아버지이시고, 여러분은 그분의 아들들이 아니십니까? 그런데 왜 외국이 여러분을 쳤습니까? 여러분 중에서 많은 사람이 '그래도 우리는 여기에 성전을 가지고 있는데!' 하고 불평합니다. 성전을 가지고 그곳에 가서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첫째 성전은 각 사람의 마음속에 있고, 거룩한 기도는 거기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마음이 좋아지지 않고, 풍속과 감정이 고쳐지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과 종들과 부모와 하느님께 대한 정의의 원칙이 고쳐지지 않으면 기도가 거룩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생각해 보시오. 성전에는 많은 헌금을 하면서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형제여, 여기 빵과 한 데나리온이 있으니, 받아 주시오. 정으로 주는 것이니, 내 도움을 형제가 창피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형제에게 주는 선물로 인해 내가 교만해지지 말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할 줄밖에 모르는 냉혹한 마음을 가진 부자들이 있습니다. 이렇습니다. 하느님께 기도하고, 그들의 청을 이내 들어주지 않으신다고 원망하지만, 그 후 불쌍한 사람이, 그것도 때로는 같은 혈족의 불쌍한 사람이 '내 말 좀 들어보세요' 하고 말하는데, '싫소' 하고 돌같이 단단한 마음으로 대답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이렇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정복자가 돈을 털어가기 때문에 우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그런 다음 여러분은 여러분이 미워하는 사람의 금전을 착취하고, 그들의 목숨에 대하여 잔인한 기원을 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 이스라엘의 자손 여러분! 구속의 때가 왔습니다. 그러나 착한 뜻으로 여러분 안에 구속의 길을 닦으시오. 정직하고, 친절하고, 서로 사랑하시오. 부자들은 업신여기지 말고, 장사하는 사람은 속이지 말고, 가난한 사람은 탐내지 마시오. 여러분은 모두 같은 핏줄이고, 오직 한 하느님께 속해 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같은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메시아가 여러분에게 열어줄 하늘의 문을 여러분의 죄로 스스로 닫지 마시오. 여러분이 지금까지 방황하셨습니까? 이제는 방황하지 마시오. 어떤 잘못도 사라져야 합니다. 본래의 십계명, 그러나 사랑의 빛이 스며든 십계명에 귀결되는 율법은 간단하고 훌륭하고 쉽습니다.

오시오. 나는 그 계명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습니다. 사랑, 사랑, 사랑입니다. 여러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 언제나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아버지의 아들들은 사랑을 생활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여기 왔고,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빛을 주기 위하여 왔습니다. 이것이 여러분 안에서 영양이 되는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와서 맛보고, 이 양식으로 여러분의 정신의 피를 새롭게 하시오. 일체의 독이 사라져야 하고, 일체의 육욕이 죽어야 합니다.

새로운 영광이 여러분에게 왔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영광인데, 마음속으로 하느님의 율법에 대한 참다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이를 것입니다. 우선 사랑하시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사랑할 줄을 알게 되면 이미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고,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유혹에 대한 하느님의 도움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사람은 착한 뜻을 가득 지닌 마음으로 하느님께로 향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입을 다무셨다. 사람들은 잡담을 한다. 모인 사람들은 여러 찬송가를 낭송조로 노래한 다음 헤어진다.

예수께서는 작은 광장으로 나오신다. 문간에는 요한과 야고보가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같이 있다.

"평화가 너희들과 같이 있기를"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이렇게 덧붙이신다. "의인이 되려면 우선 알아보지 않고는 판단하기를 삼갈 필요가 있지만, 그래도 자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할 줄을 아는 사람이 왔군. 시몬, 나를 보고 싶다고 했다면서? 자 내가 여기 있다. 그리고 너 안드레아는 왜 더 일찍 오지 않았느냐?"

두 형제는 어쩔 줄을 몰라 서로 바라본다. 안드레아가 중얼거린다. "감히 오질 못했습니다‥‥."

베드로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수께서 동생에게 "오는 것이 잘못이었나? 감히 하지 못해야 할 일은 나쁜 일밖에는 없어."하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는 망설이지 않고 끼어든다. "제 아우가 오지 않은 것은 저 때문이었습니다. 이 애는 저를 곧 선생님께로 데려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저는 말했습니다‥‥ 예,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믿지 않는다'라고. 그리고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 이제는 좀 났습니다‥‥."

예수께서는 미소를 지으신 다음 말씀하신다. "그리고 네 솔직성 때문에 너를 사랑한다고 분명히 말하겠다."

"그렇지만 저는‥‥ 저는 착하지 못합니다. 저는 회당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성미가 급합니다. 그래서 누가 제게 모욕을 주면‥‥ 그냥! ‥‥ 저는 탐욕이 있어서 돈을 벌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고기를 팔 때에도‥‥ 그야! ‥‥ 늘 그러지는 않지만‥‥ 속이는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무식쟁이입니다. 그리고 빛을 얻기 위해 선생님을 따라다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시몬아, 그것은 어렵지 않다. 성경을 조금은 알지? 그렇다고? 그러면 미가 예언자를 생각하여라. 하느님께서는 미가가 말하는 것을 네게서 원하신다. 하느님께서는 네가 마음을 억지로 떼어 버리는 것도 가장 거룩한 애정을 희생하는 것도 요구하지 않으신다. 아니다. 지금 당장은 네게 그것을 요구하지 않으신다. 언젠가는 하느님께서 그것을 요구하지 않으시는데도 너 자신까지도 하느님께 바칠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해와 소나기가 아직은 여린 새싹에 지나지 않는 너를 튼튼하고 빛나는 종려나무를 만들어 놓기를 기다리신다. 지금 당장은 네게 이것을 요구하신다. 정의를 실현하고, 자비를 사랑하고, 온전히 네 하느님을 따르는 데 전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도록 힘써라. 그러면 시몬의 과거는 지워질 것이고, 너는 새 사람이 되고, 하느님과 그분의 그리스도의 벗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시몬이 아니라 게타스, 즉, 내가 의지할 든든한 바위가 될 것이다."

"이것은 제 마음에 듭니다! 알아듣겠습니다. 율법, 그렇습니다‥‥그래요‥‥교사들이 만들어 놓은 대로는 그것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것처럼은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선생님은 이 집에 계시지요? 저는 이 집주인을 압니다."

"나는 여기 머문다. 그러나 예루살렘에 갈 참이다. 그다음에는 팔레스티나를 두루 다니며 전도하겠다. 나는 이 때문에 왔다. 그러나 이곳에 자주 오겠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러 오겠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면 제 머리에 빛이 좀 들어오겠지요."

"시몬아, 마음속에, 특히 마음속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안드레아 너는 말을 안 하느냐?"

"저는 선생님 말씀을 듣습니다."

"제 아우는 짐이 많습니다."

"안드레아는 사자가 될 것이다. 어두워진다. 하느님께서 너희들에게 강복하시고 고기를 많이 잡게 해 주시기를 바란다. 가들 보아라."

"선생님께 평화가 있기를." 그러면서 그들은 간다.

나오자마자 베드로가 말한다. "우선 나보고 다른 그물로 고기잡이를 하고, 다른 고기들을 잡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무슨 말이지?"

"왜 선생님께 여쭈어보지 않았어? 형은 굉장히 많은 말을 하겠다고 하더니, 아무 말도 안 했단 말이야."

"난‥‥ 부끄러웠거든. 그분은 다른 모든 선생들하고는 아주 딴판이야!"

"이제 선생님은 예루살렘에 가셔‥‥ 요한은 이 말을 대단한 갈망과 대단한 향수를 가지고 한다. "나는 선생님과 같이 가게 해주시겠냐고 여쭈어보고 싶었는데‥‥ 감히 그러지를 못했어."

"가서 말씀드려, 이 총각아" 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우린 이렇게 다정한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휙 떠나 왔어‥‥적어도 우리가 그분을 우러러본다는 걸 그분은 아셔야 해. 가봐, 가보라고. 자네 아버지께 말할 테니까."

"나 갈까, 야고보?"

"가라."

요한은 달음박질로 떠난다‥‥ 그리고 달음박질로 돌아와서 몹시 기뻐하며 말한다. "선생님께 '제가 예루살렘에 가는 것을 원하십니까?' 하고 말씀드렸더니 '벗아, 오너라' 하고 대답하셨어. 나보고 벗이라고 하셨어! 내일 이 시간에 여기 올 거야. 아! 예루살렘에, 선생님과 같이‥."

-그리고 여기서 환상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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