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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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 (11~15)

by mrsoojak 2021. 12. 23.

가나안 혼인잔치 첫번째 기적  마리아가 기적의 열쇠라는 상징

11. "요한은 겸손으로도 훌륭하였다"

 

이 환상에 대하여 예수께서는 오늘 아침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와 너희 모두가 요한의 태도에서 너희가 지나쳐버리는 면들 중의 하나를 주목하기 바란다. 너희들은 요한이 순결하고 사랑하고 충실하기 때문에 그를 찬미한다. 그러나 그가 겸손으로도 훌륭하였다는 것에는 주의하지 않는다. 베드로가 나에게 온 것이 그의 덕택이었는데, 그는 이 개인적인 점을 겸손되이 말 안 한다. 베드로의 사도, 따라서 내 사도들 중에서 첫째 사도는 요한이었다. 제일 먼저 나를 알아보았고, 제일 먼저 내게 말을 걸었고, 제일 먼저 나를 따랐으며, 제일 먼저 나를 알리었다. 그런데도 그가 어떻게 말하는지 보아라. '시몬의 아우 안드레아는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랐던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 안드레아가 제일 먼저 마주친 사람은 그의 형 시몬이었는데, 안드레아는 시몬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어」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를 예수께 데리고 갔다.'

그의 친절 이외에 그의 올바름으로, 요한은 안드레아가 폐쇄적이고 내성적인 성격 밖에는 가지고 있지 못하여서 행동을 하고 싶지만 행동하기에 이르지 못하는 것 때문에 어쩔 줄 모른다는 것을 알고, 그의 착한 뜻의 기억을 후세에 전하고자 하였다. 요한은 비록 안드레아가 형 앞에서 소심하고 표면에 나서지 않음으로 인하여 그의 사도로서의 임무에 실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몬에 대한 그리스도의 첫 번째 사도로 보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나를 위하여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요한을 본받을 줄 알면서 자기 자신을 비길 데 없는 사도라고 공언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겠느냐? 그들은 자기들의 성공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정에서 온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성덕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대담성이나 행운도 문제가 되며, 어쩌면 자기들 곁에는 자기들보다 더 거룩하지만 대담성이 덜하고 운이 덜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훌륭하게 성공하였을 때, 그 공로가 너희들에게만 있는 것처럼 자만하지 말아라. 오히려 사도직의 일을 하는 일꾼들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어떤 사람에게 주어져야 하는 박수들을 알아보고 그것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 주기 위한 맑은 눈과 엄정한 마음을 가져라. 제물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일에서 진짜 첫 번째 지렛대가 되는 사도들을 알아보는 맑은 눈을 가져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대담한 사람들을 움직이는 불을 하늘에서 훔쳐오는 사람들인 저 소심한 사람들은 하느님 만이 보신다. 성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는 일을 한다. 그러나 저 사람은 나보다 더 시랑을 많이 가졌고, 나보다 더 잘 기도하고,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을 만큼, 그리고 예수께서 '‥‥네 방에 들어가 은밀히 숨어서 몰래 기도하여라'하고 말씀하신 것과 같이 자기를 희생한다. 그의 겸손하고 거룩한 덕행을 보는 나는 그것을 알리려고 이렇게 말하고자 한다. 「나는 활동하는 연장이다. 그런데 그는 하느님과 결합하여 있어서 내가 그를 통하여 하느님께 힘을 받기 때문에, 그가 나를 움직이는 힘이다. 」' 하고.

그리고 아버지의 축복은 사도들에게 힘을 마련해 주기 위하여, 묵묵히 자기를 희생하는 겸손한 사람에게 상을 주기 위하여 내려오고 겸손한 사람을 통해서 자기에게 오는 초자연적인 무언의 도움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피상적인 사람들은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그 겸손한 사람의 공로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도에게도 내려올 것이다.

모두 여기에 대한 가르침을 얻도록 하여라. 요한이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느냐? 그렇다. 그러나 그가 나와 비슷한 이런 점도 가지고 있지 않느냐? 순결하고, 사랑하고, 순종하고, 그리고 겸손하기도 한 사람. 나는 내 모습을 그에게 비춰보고, 그에게서 내 덕행들을 보았다. 이 때문에 그를 제2의 나 자신처럼 사랑하였다. 나는 그에게서 그를 작은 그리스도로 인정하시는 아버지의 눈길을 보았다. 그리고 내 어머니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요한이 내 둘째 아들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순전히 인간에 지나지 않는 그에게서 재생한 너를 보는 것 같이 생각된다' 하고.

오! 지혜가 가득한 어머니, 그분은 정말 잘 아셨다. 내 사랑하는 요한아! 맑은 하늘과 같이 완전히 깨끗한 너희들의 두 마음은 섞여서 오직 하나인 베일을 이루어 내게 사랑의 보호를 주었고, 내가 어머니를 요한에게 주고, 요한을 어머니께 드리기 전에 벌써 오직 하나의 사랑이 되었다. 그들은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아들과 형제였던 것이다."

 

12. 예수께서 베싸이다의 베드로의 집에서 필립보와 나타나엘을 만나시다

 

나중(9시 반)에 나는 이것을 서술해야 한다.

요한이 예수께서 초대받으신 집의 문을 두드린다. 한 여인이 앞으로 나아와서 누구인지를 보고 예수를 부른다.

그들은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예수께서 "요한아, 일찍 왔구나" 하고 말씀하신다.

"시몬 베드로가 선생님께 베싸이다를 들러 가시라고 청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시몬은 많은 사람에게 선생님 말씀을 했습니다‥‥ 저희들은 지난밤에는 고기를 잡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아는 대로 기도를 드리고, 안식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돈벌이는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거리로 다니면서 선생님 말씀을 했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생님, 오시겠습니까?"

"예루살렘에 가기 전에 나자렛에 가야 하지만, 가마."

"배드로가 그의 배로 선생님을 베싸이다에서 티베리아에 모셔다 드릴 것입니다. 그러면 더 빨리 가실 순 있어요."

"그럼 가자."

예수께서는 겉옷을 입으시고 배낭을 집어 드신다. 그러나 요한이 배낭을 빼앗는다. 그들은 집주인에게 인사를 한 다옴 떠난다.

환상에는 작은 마을에서 나가는 것과 베싸이다로 가는 길의 시초가 보인다. 대화는 들리지 않고 환상이 중단되기까지 한다. 환상은 베싸이다 어귀에서 다시 시작된다.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야고보가 보이고, 동구에서 이들과 같이 기다리는 여자들이 보이기 때문에 이 읍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있기를. 자 내가 왔다."

"선생님, 저희로서도 기다리는 사람들로서도 고맙습니다. 안식일은 아니지만, 선생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말씀을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하마, 네 집에서 말하겠다."

베드로는 몹시 기뻐한다. "그러면 오십시오. 이 사람은 제 아내이고, 이 부인은 요한의 어머니, 그리고 저 부인들은 이 여자들의 친구들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우리 친척들과 친구들입니다."

"내가 오늘 저녁 떠날 터인데, 그전에 그들에게 말하겠다고 알려주어라."

그들이 가파르나움에서 해질 무렵에 떠났는데, 아침에 베싸이다에 도착하는 것을 보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빼먹었다.

"선생님‥‥ 제발 제 집에서 하룻밤 쉬십시오. 제 배로 티베리아까지 모셔서 지름길을 가시게 해 드린다 해도 예루살렘까지의 길은 멉니다. 제집은 가난하긴 하지만 정적하고 환대하는 집입니다. 오늘 밤은 저희들과 같이 계십시오."

예수께서는 대답을 기다리는 베드로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신다. 그들을 바라보시며 살펴보다가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러지."

베드로가 또다시 기뻐한다.

사람들이 문으로 들여다보고 눈짓을 한다. 한 남자가 야고보의 이름을 불러 예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만히 말한다. 야고보가 그렇다는 표시를 하니, 그 사람은 네거리를 머물러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이야기한다.

일행은 베드로의 집으로 들어온다. 연기에 검게 그을린 넓은 부엌 한구석에는 그물들과 밧줄들과 고기 담는 바구니들이 있다. 한가운데에는 넓고 낮은 화덕이 있는데, 지금은 불이 없다. 마주나 있는 문으로는 한편에는 길이 보이고, 한편에는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가 있는 작은 정원이 보인다. 길 저쪽으로는 호수의 담청색 물결이 보이고, 작은 정원 너머로는 다른 집의 짙은 색 벽이 보인다.

"선생님께 제가 가진 것을 제가 아는 방식으로 드립니다‥‥."

"좋다. 그리고 네가 사랑으로 주니, 그보다 더 낫게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수께 목을 축이시라고 물을 드리고, 그다음에는 빵과 올리브들을 드린다.

예수께서는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이시려고 몇 입을 드시고는 나머지는 사양하시며 물리치신다.

어린아이들이 정원과 길에서 신기한 듯이 예수를 살펴본다. 그러나 그들이 베드로의 아이들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베드로가 눈짓을 하여 이 어린 침입자들을 못 들어오게 한다는 것뿐이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내버려 두어라."

"선생님, 쉬시겠습니까? 여기는 제 거처이고, 저기는 안드레아의 거처입니다. 마음대로 골라 쓰십시오. 쉬시는 동안에는 소리를 내지 않겠습니다."

"옥상 정원도 있느냐?"

"예, 포도나무도 있고요. 아직 거의 잎이 없지만, 그늘을 조금 만들어 줍니다."

"그리로 데려다 다오. 그위에서 쉬는 것이 좋겠다. 생각도 하고 기도도 드리겠다."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오십시오."

작은 정원에서 작은 층계가 지붕으로 올라가는데, 지붕은 평평하고 낮은 담이 둘러쳐져 있다. 거기에도 그물과 밧줄들이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얼마나 빛이 많이 내려오고, 바다는 또 얼마나 새파란가!

예수께서는 걸상에 앉으셔서 어깨를 낮은 담에 기대신다. 베드로는 돛 하나를 집어서 포도나무 위와 옆에 펴서 해를 막아 드린다. 거기에는 산들바람과 정적이 있을 뿐이다. 예수께서는 분명히 그것을 즐기신다.

"선생님, 저는 가겠습니다."

"가거라. 그리고 너와 요한은 해가 질 무렵에 내가 여기서 말한다고 가서 일러주어라."

예수께서는 혼자 남으셔서 오랫동안 기도하신다. 제 둥지로 갔다가 돌아오곤 하는 비둘기 두 쌍과 지저귀는 참새들 외에는 기도드리시는 예수 주위에 아무 소리도 없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여러 시간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흘러간다. 그런 다음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옥상을 한 바퀴 도시고, 호수와 길에서 노는 어린이들을 내려다보신다. 예수께서 그들을 보고 미소를 보내시니, 어린이들도 미소로 응답한다. 예수께서는 집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광장 쪽을 보신다. 그런 다음 내려오셔서 부엌으로 가시며 말씀하신다. "아주머니, 호숫가를 한 바퀴 돌고 오겠습니다."

예수께서는 나가셔서 실제로 그쪽 방향으로 아이들 곁으로 가신다. 그리고 "뭣들 하니?" 하고 물으신다.

"전쟁놀이를 하고 싶었는데 얘가 싫다고 해서 고기잡이 놀이를 하고 있어요."

전쟁놀이를 원치 않는 어린이는 가냘프지만 눈이 매우 빛나는 작은 남자이다. 아마 그는 가냘프기 때문에 "전쟁을 하다가" 다른 아이들이 때 밀 것을 알고, 그 때문에 평화의 편을 드는 모양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기회를 이용하여 그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 애 말이 옳다. 전쟁은 사람들을 벌하기 위한 하느님의 벌이다. 전쟁은 사람이 이제는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에 해, 바다. 별, 강, 초목, 짐승 따위 모든 것을 만드셨지만, 무기는 만들지 않으셨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고, 사랑의 눈길을 가지라고 눈을 주셨고, 사랑의 말을 하라고 입을 주셨고, 그 사랑의 말을 들으라고 귀를 주셨고, 도움을 주고 어루만져 주라고 손을 주셨고, 가난에 쪼들리는 형제에게로 서둘러 달려가라고 발을 주셨으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셨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에게 지능과 말과 애정과 감정을 주셨지만, 미워함은 주지 않으셨다. 왜? 그것은 하느님의 피조물인 사람은 하느님이 사랑하신 것과 같이 사랑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하느님의 피조물로 남아있었더라면 사랑 속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고. 인간은 전쟁과 죽음을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얘가 전쟁놀이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지기 때문에 그래요."(나도 그렇게 짐작하였었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우리를 해치는 것을 우리를 해친다는 이유로 거절해서는 안된다. 어떤 일이 모든 사람을 해칠 때에는 거절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나는 지겠으니까 이건 싫다' 하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기주의이다. 참된 하느님 아들은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내가 이기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너희들이 여기서 손해를 볼 테니까 이건 하지 말자'하고 오! 그 아이는 으뜸가는 계명을 정말 잘 알아들은 어린이다! 누가 그 계명을 말하겠니?"

열한 개의 입이 다 같이 목소리를 맞추어 말한다. "'네 하느님을 온전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입니다."

"오! 너희는 착한 어린이들이로구나. 너희들 모두 학교에 다니니?"

"예."

"누가 제일 착하냐? "

"얘요." 전쟁놀이를 하기 싫어하는 가냘픈 어린이이다.

"이름이 무엇이냐? "

"요엘입니다. "

"훌륭한 이름이다. 그 사람은 '‥‥약한 사람은 「나는 강하다!」 하고 말해야 한다'라고 말한 사람이란다. 그렇지만 무엇에 강한 사람이 되란 말이냐? 참 하느님의 율법을 지키는데 강해서 최후 심판의 골짜기에서 하느님이 당신의 성인이라고 선언하실 사람들 축에 끼도록 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벌써 심판이 가까웠다. 심판의 골짜기가 아니라 구속의 산에서 말이다. 거기에서 해와 달이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는 무서운 광경으로 인하여 흐려지고, 별들은 불쌍히 여겨 떨면서 울 때에 빛의 아들들과 어둠의 아들들이 갈라질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그의 하느님이 오셨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느님을 알아볼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의 마음에는 꿀과 젖과 맑은 물이 내려올 것이고 그들에게는 가시가 영원한 장미꽃이 될 것이다. 너희들 중애서 누가 하느님께 거룩한 사람이라는 선언을 받고 싶으냐? "

"저요, 저요, 저요."

"그러면 너희들은 메시아를 사랑하겠니? "

"예! 예! 선생님!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이 좋아요! 우리는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시몬과 야고보 아저씨가 그걸 말해 주었고요. 엄마들도 우리에게 그 말을 했어요. 우리를 데려가세요! "

"정말이지 너희가 착하게 굴면 너희를 데려가겠다. 그렇지만 이제는 상스러운 말도 하지 말고, 주먹을 휘두르지도 말고, 다투지도 말고, 아버지 어머니께 버릇없는 대답을 하지도 말아라. 기도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순종해라. 그러면 너희를 사랑하고 너희와 같이 있으마."

어린이들은 모두 예수를 빙 둘러싼다. 마치 짙은 파란색의 긴 암술을 둘러싸고 있는 꽃잎들 같다.

약간 나이 든 남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가까이 왔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옷을 잡아당기는 어린아이를 쓰다듬어 주려고 돌아서시다가 그를 보셨다. 예수께서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신다. 그 사람은 얼굴을 붉히며 인사한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리 오너라! 나를 따라라! "

"예, 선생님."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에게 축복하시고 필립보(예수께서는 그의 이름을 부르신다)와 나란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신다. 그들은 작은 정원에 앉는다.

"내 제자가 되기를 원하느냐? "

"원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되기를 감히 바라지 못합니다. "

"내가 너를 부른 것이다. "

"그러면 저는 선생님의 제자입니다. 여기 이렇게."

'내가 누구인지 알았느냐? "

"안드레아가 선생님 말씀을 제게 해 주었습니다. 안드레아는 '자네가 갈망하던 분이 오셨네' 하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메시아를 갈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네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 내가 네 앞에 있으니까."

"제 선생님이시고 제 하느님이십니다! "

"너는 옳은 의향을 가진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네게 나타나서 보여주는 것이다. 네 친구인 또 한 사람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사람도 진실한 이스라엘 사람이다. 가서 그에게 말하여라. '우리는 다윗 가문의 요셉의 아들 나자렛의 예수를 만났네. 모세와 예언자들이 말한 그분을 말이야' 하고. 가라! "

예수께서는 필립보가 나타나엘 바르톨로메오와 같이 올 때까지 혼자 계신다.

"속임수를 모르는 참 이스라엘 사람이 오는구나. 나타나엘. 네게 평화가 있기를."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

"필립보가 너를 부르러 가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밑에 있는 것을 보았다."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

"네가 무화과나무 밑에서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너를 보았다고 내가 말하였기 때문에 믿느냐? 너는 이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볼 것이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하늘이 열리고, 너희는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 즉 네게 말하고 있는 내 위로 내려왔다 올라갔다 하는 것을 볼 것이다! "

"선생님! 저는 그런 특별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

"나를 믿어라. 그러면 하늘에 가기에 마땅한 사람이 될 것이다. 믿기를 원하느냐? "

"원합니다. "

 

환상이 잠깐 끊어졌다‥‥ 그러다가 사람이 잔뜩 모인 옥상에서 다시 시작된다. 사람들은 작은 정원 안에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착한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집과 아내와 자녀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빛이 그들을 지배하고, 그들의 마음을 지배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내 말을 듣기를 바랐습니다. 말씀(제2위 성자 예수를 가리킴)이 말합니다. 성실한 사람들에게는 기쁘게 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괴로워하며 말합니다. 거룩한 사람들과 순결한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가지고 말하고, 죄인들에게는 연민을 가지고 말합니다. 말씀은 거부하지 않습니다. 말씀은 물을 갈망하는 땅을 적시는 강과 같이 와서 그들에게 시원한 물과 물에 실려온 진흙의 영양을 줍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말씀이시며 아버지의 말씀이신 메시아의 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데 메시아는 거룩하고 변함없는 십계명의 말씀을 다시 듣게 하려고 이스라엘 백성을 모으러 왔습니다. 그리고 십계명의 말씀이 벌써 이 세상에 있음으로 해서 성화의 근원이 되었으니, 구속과 천국의 때가 오면 사람이 얼마나 더 거룩하게 되겠습니까?

나는 귀머거리들과 소경들과 벙어리들과 문둥병자들과 마비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일어나시오, 나으시오, 생기를 되찾아 걸으시오. 당신들이 나를 보고 내 말을 듣고 나에 대하여 말할 수 있도록 많은 빛과 말과 음파가 당신들에게 옵니다' 하고. 그러나 나는 여러분의 육체보다는 오히려 여러분의 정신에 말합니다. 착한 뜻을 가진 사람들은 두려워 말고 내게로 오시오. 만일 여러분의 정신이 상처를 입었으면, 내가 그 정신을 온전하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병들었으면 고쳐 주겠습니다. 죽었으면 다시 살리겠습니다. 나는 다만 여러분의 착한 뜻만 원할 뿐입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까? 아닙니다. 나는 유대교 교사들이 요구하는 것과 같은 수백 가지, 수백 가지, 수백 가지 계명을 여러분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십계명을 지키시오 하고 말합니다. 율법은 하나이고 변함이 없습니다. 율법이 방금 태어난 인간과 같이, 그 줄기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장미꽃과 같이 아름답고 깨끗하고 신선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주어진 때부터 많은 세기가 지났습니다. 간단하고 분명하고 지키기 쉬운 율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사람의 죄와 성벽이 부담과 제한과 힘든 결구(結句)를 가진 법률과 규칙 따위로 율법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주신 그대로의 율법으로 여러분을 도로 데려가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이익을 위하여 제발 부탁이지만, 그것을 그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과 같은 성실한 마음으로 받으시오.

죄는 서민인 여러분보다도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말보다는 마음으로 한층 더 원망을 합니다. 나는 그것을 압니다. 신명기에는 해야 할 일이 모두 적혀 있고, 거기에 덧붙일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용하면서 자기 자신들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지 마시오. 여러분은 하느님께 말씀하시는 것을 하시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계명을 완전히 지키도록 힘쓰시오. 만일 여러분이 여러분의 모든 힘을 기울여 하느님을 사랑하면 여러분은 죄를 짓지 않을 것입니다. 죄는 하느님께 고통을 끼쳐드리는 것이니 가요. 사랑하는 사람은 고통을 주기를 원치 않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웃을 여러분 자신과 같이 사랑하면, 여러분은 오직 부모를 공경하는 아들이 되고, 배우자에게는 충실한 남편이나 아내가 되고, 장사할 때에 정직한 사람이 될 뿐일 것이고, 원수에게 대하여 폭력을 쓰지 않고, 증언할 때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남이 가진 것을 탐내지 않으며, 남의 아내에 대하여 음란한 욕망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이 여러분에게 하기를 원치 않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기를 원치 않을 것입니다. 즉 훔치거나 죽이거나 중상하거나 뻐꾸기처럼 남의 둥지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의 두 가지 계명에 순종하는 것을 완전에까지 이끌어 가시오. 즉 여러분의 원수까지도 사랑하시오' 하고.

오! 만일 여러분이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것과 같이 사랑할 줄을 안다면, 원죄와 개인적인 죄로 인하여 당신의 원수가 된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시는 하느님, 사람들에게 구세주를, 당신의 아들인 어린양. 즉 여러분에게 말하는 나를 여러분의 모든 죄를 대속하도록 약속하신 메시아를 보내실 정도로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하시겠습니까!

사랑하시오. 사랑이 여러분에게 사다리가 되어, 야곱의 환상에서와 같이 천사가 되어 그 사다리로 하늘에까지 올라가 아버지께서 모든 사람과 각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네가 어디에 가든지 내가 네 보호자가 되겠고, 이 나라에, 즉 하늘나라, 영원한 나라에 너를 데려다주겠다' 하는 말씀을.

여러분께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

사람들은 감격한 찬성의 말들을 하면서 천천히 물러간다. 베드로와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 필립보, 바르톨로메오가 남아 있다.

"선생님, 내일 떠나십니까?"

"내일, 네가 귀찮지 않으면 새벽에 떠나겠다. "

"선생님이 떠나시는 것은 섭섭합니다. 예, 그렇지만 시간은 괜찮습니다. 오히려 유리한 시간입니다. "

"고기잡이를 하겠느냐? "

"오늘 밤 달이 뜰 무렵에 하겠습니다. "

"시몬 베드로, 네가 지난밤에 고기잡이를 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안식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었으니까. 느헤미야는 그의 개혁안에 유다에서 안식일을 존중하라고 하였다. 지금도 아직 너무나 많은 사람이 압착기에서 일하고, 나뭇단을 지고 다니고, 포도나 과일들을 운반하며 생선과 어린양들을 팔고 사고한다. 너희들은 이 일을 엿새 동안 할 수 있다. 안식일은 주의 날이다. 안식일에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너희들의 이웃을 도와주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일에서 이익은 절대로 배제해야 한다.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안식일을 어기는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벌밖에 받을 수가 없다. 너희가 이득 있는 일을 하느냐? 그러면 다른 엿새 동안에 손해를 보는 것으로 보상을 할 것이다. 너희가 보수를 받지 않는 일을 하느냐? 그러면 최고의 지혜가 육체를 위하여 제정하신 휴식을 그 육체에 주지 않고, 무익한 피로로 생기는 초조로 정신을 약화시키며, 저주에 까지 이름으로써 너희들의 육체를 쓸데없이 피곤하게 하는 것이다. 안식일은 하느님과 일치한 마음으로 다정스러운 사랑의 기도를 드리는 가운데 흘러가야 할 터인데 말이다. 모든 일에 충실해야 한다. "

"그렇지만‥‥우리에게 대단히 엄격한 율법교사들과 박사들은‥‥ 안식일에 일을 하지 않고, 또 빵을 내주는 피로를 피하려고 이웃에게 빵조차도 주지 않습니다‥‥그러나 고리대금은 안식일에도 행합니다. 그것이 육체적인 일은 아니니까, 고리대금은 안식일에도 할 수 있습니까? "

"절대로 안된다. 안식일에도 다른 날에도 안된다. 고리대금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파렴치하고 잔인한 사람이다. "

"그러면 율법교사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

"시몬아, 판단하지 말아라. 다만 너로서는 그렇게 하지 말도록 하여라."

"그렇지만 저는 보기 위해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몬아, 볼 것이 악밖에 없느냐?"

"아닙니다, 선생님."

"그러면 왜 악만을 본다는 것이냐? "

"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

"그러면 내일 새벽에 요한과 같이 떠나겠다. "

"선생님 ‥‥."

"시몬아, 무슨 일이냐? "

"선생님은 ‥‥ 예루살렘에 가시지요? "

"너도 잘 알지 않느냐? "

"저도 과월제를 지내러 예루살렘에 갑니다‥‥ 안드레아와 야고보도 가고요 ‥‥."

"그래서? ‥‥ 나하고 같이 가고 싶다는 말이지. 그럼 고기잡이는 어떻게 하고? 또 돈벌이는 어떻게 하고? 너는 돈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말하였지. 그런데 나는 여러 날 머물러 있을 것이다. 나는 우선 어머니 집에 가고, 돌아을 때에도 들르겠다. 전도하기 위하여 들르겠다.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베드로는 두 가지 욕망 사이에 끼여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나중에는 결심한다. "저는‥‥ 가겠습니다. 돈보다는 선생님이 먼저이십니다! "

"저도 가겠습니다. "

"저도요."

"우리도 가지, 필립보? "

"그러면 오너라. 나를 도와다오."

"오!‥‥" 베드로는 예수를 도와드린다는 생각에 깜짝 놀란다.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

"내가 말해주마. 너희가 잘하려면,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순종하는 사람은 언제나 잘한다. 즉시 기도를 드리자. 그리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여라."

"선생님은 뭘 하시겠습니까? "

"나는 또 기도를 드리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그러나 또한 사람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 이유로 나는 인간의 죄를 속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항상 영원한 빛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기도하자."

예수께서는 시편의 노래를 읊으시는데, 이런 말로 시작되는 노래이다. "지존하신 분의 거처에 몸을 숨기고 전능하신 분의 그늘 아래 머무는 사람아, 야훼께서 네 피난처시요 네 요새이시며 네가 의지하는 너의 하느님이라고 말하여라. 그분이 너를 사냥하는 자의 덫과 악의에 찬 말에서 구해 주시러라......."

나는 이 노래를 제4권에서 찾아냈다. 제4권의 둘째 노래, 제90번인*것 같다(내가 로마 숫자를 제대로 읽었다면).

-환상은 여기서 끝난다.

 

나는 성경을 펼쳤다. 우연히 집회서 23장 1절에서 4절이 눈에 띄었다. 내 마음에 드는 기도이다. 생각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음이 교만으로 가득 차는 일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아니,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이렇게 되기는 싫습니다. 주여, 이것은 당신을 잃는다는 뜻인데. 저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채찍과 징계를 사용하십시오. 그러나 당신의 "오랑캐꽃"을 땅에 그대로 있게 하여 주십시오.

열 두시에 나는 예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예, 주님, 제 손을 잡아 인도해주십시오(나는 예수께서 베니냐 수녀에게 하신 말씀 한 구절을 읽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 구절이 그날의 내 묵상 거리였다). 저는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원하고, 다른 것은 원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이 무섭습니다. "예수께서는 내가 어떤 공포에 대하여 말하는지 아시고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들이 네가 하고 있는 것이 내 이름으로 또 내 뜻에 따라 한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거절하면서 침묵을 강요하면, 너도 베드로와 요한이 절름발이를 낫게 한 다음에 최고 법원에서 대답한 말을 대답하여라. '우리(내)가 하느님의 말씀보다 당신들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옳은 일이겠는지 한번 판단해 보시오. 우리(나)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고. 뿐만 아니라, 너는 내가 네게로 와서 네가 보고 듣고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너로서는 세상에 빛을 주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말씀보다도 하느님께 침묵을 강요하고자 하는 세상의 말을 듣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만일 내가 그것을 원한다면, 누가 내게 장애가 되겠느냐?"

 

*역주 : 공동번역에는 91번

 

13. 유다 타대오가 예수를 가나의 혼인잔치에 초대하기 위하여 베싸이다에 오다

 

베드로의 집 부엌이 보인다. 예수 외에 베드로와 그의 아내와 야고보와 요한이 있다. 그들은 저녁식사를 끝낸 모양이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예수께서는 고기잡이에 관심을 보이신다.

안드레아가 들어와서 말한다. "선생님, 선생님 댁 가까이 산다는 사람이 선생님의 사촌이라고 하는 분과 같이 여기 왔습니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서 문쪽으로 가시며 "오라고 일러라"하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기름등잔과 화덕의 불빛으로 유다 타대오가 들어오는 것을 보시고는 "아니, 유다 형이! "

"예수야, 나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로 입맞춤을 한다.

유다 타대오는 남성미의 절정에 있는 미남자이다. 예수만큼 크지는 않지만 키가 크고 늠름하고 균형이 잘 잡혔으며, 성 요셉이 젊었을 때 모양으로 머리카락이 갈색이고, 얼굴빛은 올리브 빛깔이지만 흐리지는 않으며, 눈은 예수의 눈과 약간 공통점이 있다. 파란 빛깔을 띠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의 연보랏빛이다. 네모진 수염은 갈색이고, 머리카락은 굽슬굽슬하지만 예수의 머리카락보다는 덜 컬이 되었고, 수염과 같이 갈색이다.

"나는 가파르나움에서 왔어. 배를 타고 왔지. 더 빨리 오려고 여기까지 배를 타고 왔다. 네 어머니가 나를 보내시면서 '수산나가 내일 혼인하니까 아들아, 이 혼인잔치에 참석하라고 초청한다' 하고 이르라고 하셨다. 마리아가 너희들을 초대하고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도 같이 올 것이다. 모든 친척이 초대를 받았는데, 너만이 빠졌다. 그래서 그들 친척들이 너더러 신랑 신부를 기쁘게 해 주라고 부탁한다."

예수께서는 팔을 좀 벌리시며 고개를 약간 숙이신다. "내 어머니의 소원이 내게는 하나의 법률이야. 하지만 수산나와 친척들을 위하여도 가겠어. 다만‥‥너희들 때문에 곤란하구나‥‥" 그러시면서 베드로와 다른 사람들을 보신다. "내 친구들이야" 하고 사촌에게 설명하신다. 그리고 베드로부터 시작하여 그들의 이름을 소개하신다. 끝으로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 사람은 요한이야" 하고 말씀하시는데 독특한 어조로 말씀하셔서 유다 타대오의 주의 깊은 눈길을 더 끌고 사랑받는 제자의 얼굴이 붉어지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이런 말씀으로 소개를 끝마치신다. "친구들, 이 사람은 알패오의 아들 유다인데, 세상에서 말하는 식대로 따지면 내 사촌 형이다. 내 어머니의 남편의 동생의 아들이니까. 이 사람은 내게는 친구이고, 일과 생활의 좋은 동료이다."

"내 집의 문은 선생님께 와 마찬가지로 형장에게도 활짝 열려 있습니다. 앉으세요." 그런 다음 베드로는 예수께로 돌아서며 말한다. "그러면 저희들은 선생님을 모시고 예루살렘에 가지 못하겠군요."

"왜 못가? 간다. 나는 혼인잔치가 끝난 다음에 가겠다. 다만 나자렛에는 들르지 않겠다."

"예수야, 그게 좋다. 네 어머니가 며칠째 내 집에 묵고 계시니까. 이렇게 합의가 되면, 네 어머니도 혼인잔치 후에 가실 것이다." 가파르나움에서 온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 지금 나는 유다 형의 배를 타고 티베리아로 가고, 거기에서 가나로 갔다가, 같은 날 어머니를 모시고 형과 같이 가파르나움으로 돌아오지. 다음 날은 안식일이니까 시몬 네가 여전히 갈 생각이면 같이 예루살렘으로 가서 과월절을 지내자."

"물론 가구 말고요, 그리고 또 회당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안식일에도 가겠습니다. "

"너 벌써 가르치니, 예수야?" 하고 타대오가 묻는다.

"응, 가르쳐."

"얼마나 기막힌 말씀이라고요! 아! 다른 입에서는 그런 말씀을 듣지 못합니다! " 하고 시몬이 설명한다.

유다는 한숨을 짓는다.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예수를 쳐다보며 한숨을 쉰다. 그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 감히 하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유다에게 질문을 하신다.

"유다 형, 무슨 일이야? 왜 한숨을 쉬면서 나를 쳐다보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야, 무엇인가 있어. 이제는 형이 사랑하던 예수가 아니야? 형이 비밀을 가지지 않던 예수가 아니란 말이야."

"오! 그래 너는 내가 사랑하는 예수다. 그리고 네가 없어서 얼마나 아쉬운 지 모른다. 사촌 형의 선생인 네가 말이다‥‥."

"그럼 말해 봐."

"예수야,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었다.‥‥신중하라고‥‥ 네게는 너밖에 없는‥‥ 어머니가 계시다. 너는 '스승'이 되기를 원하지만 다른 스승들과 같지 않은 스승이 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나보다 더 잘 알다시피‥‥ 세력 있는 특권계급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관습에 반대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네 사고방식을 안다‥‥그것은 거룩하다. 하지만 세상은 거룩하지 못하고‥‥ 거룩한 사람들을 못살게 군다‥‥예수야‥‥ 너도 네 종형 세례자의 운명을 알고 있지‥‥지금 옥에 갇혀 있는데, 그가 아직 죽지 않은 것은 저 더러운 분봉왕이 군중과 하느님의 격노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더럽고 미신을 믿곤, 동시에 잔인하고 방탕한 저 분봉왕이‥‥너는 어떻게 하겠니? 어떤 운명을 향해서 가려고 하는 거냐?"

"유다 형, 내 생각을 그렇게도 썩 잘 알고 있는 형이 그것을 내게 물어보는 거야? 이 말이 형에게서 오는 거야? 아니야, 거짓말을 하지 말아! 내게 그런 말을 하라고 형을 보냈지‥‥내 어머니는 아니야, 분명히."

유다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이 없다.

"형. 말해봐."

"내 아버지‥‥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요셉과 시몬이‥‥ 알겠니?‥‥ 네 이익을 위해서, 너와 마리아 아주머니에 대한 애정으로‥‥ 그이들은 네가 하려고 하는 일을 좋게 보지 않고‥‥ 그래서 네가 어머니를 생각했으면 하고 있다. "

"그럼 형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나는‥‥."

"형은 하늘의 목소리와 땅의 목소리 사이에서 몸부림치고 있어. 나는 '천한 세상의 목소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땅의 목소리라고 했어. 야고보도 그래. 야고보는 형보다도 더해, 그러나 형들에게 말하지만 땅 위에는 하늘이 있고, 땅의 이익 위에는 하느님의 대의가 있어. 형들은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어. 형들이 그렇게 할 줄 알게 되면 완전한 사람이 될 거야.'

"그렇지만‥‥ 네 어머니는?"

"유다 형, 이 세상의 지식에 따른 아들로서의 내 의무를 일깨워줄 권리를 가진 분, 즉 어머니께 물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마련해 드리기 위하여 일할 내 의무, 어머니 곁에 남아 있으면서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위안해 드려야 하는 내 의무를 일깨워줄 권리를 가진 분은 어머니밖에 없어. 그런데 어머니는 이 모든 것에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셔. 나를 얻으신 때부터 어머니는 가정환경의 차원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 나를 다시 찾아 얻기 위하여 나를 잃어야 한다는 것을 아시고, 그 순간부터 거기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셨어. 어머니의 가문에서는 하느님께 바치는 이 절대적인 의지가 새로운 것이 아니야. 할머니는 어머니가 빛을 보고 미소 짓기 전에 성전에서 드리셨어. 어머니는 기나긴 겨울밤이나 별들이 총총 박힌 맑은 여름밤에 나를 가슴에 껴안으실 때 당신의 거룩한 어린 시절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해 주셨어. 어머니는 이 세상에 태어나신 시초에서부터 당신을 하느님께 바치셨어. 그리고 그보다 더한 것은 어머니가 나를 얻으셨을 때 내가 있는 곳에, 즉 하느님에게서 오는 내 사명을 다하는 길에 있기 위하여 당신을 바치셨어. 모든 사람이 나를 버리는 시간이 있을 거야. 그것이 몇 분 안 되는 시간 동안의 일이겠지만, 모든 사람이 비열의 지배를 받아, 모두가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나를 알지 못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이해하고 아시는 어머니는 항상 나와 같이 계실 거야. 그리고 형들 모두는 내 어머니를 통해서 내게로 돌아올 거야. 확신하고 사랑하는 믿음의 힘으로 모두를 당신께로 끌어당기실 것이고, 그렇게 해서 모두를 내게로 도로 데려올 거야. 나는 내 어머니 안에, 내 어머니는 내 안에,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 안에 있기 때문이야.

이것을 세상의 관점으로는 친척들이고, 초자연적인 관점으로는 벗이고 아들들인 형들 모두가 이해하였으면 좋겠어. 형, 그리고 형과 더불어 모든 친척이 내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를 알지 못해. 그것을 알고 있으면, 어머니가 나를 당신에게로 예속한 채로 붙잡아 두지 못했다고 마음속으로 비탄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 어머니를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친구로, 영원하신 아버지와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에 대하여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유력자로 떠받들 거야. 나는 가나에 꼭 갈 거야. 나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그 시간 이후에는 형들이 더 잘 이해할 거야." 예수께서는 위엄이 있고 설득력이 있다.

유다는 예수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한다. "나도 네가 받아들이면 꼭 너와 같이 모두들 있는 데로 가겠다. 네가 옳은 말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무분별과 내 형제들의 무분별을 용서해라. 너는 우리들보다 정말이지 훨씬 더 거룩하다!‥‥."

"나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또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 대하여도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러나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끼치는 해 때문에 고통을 느껴, 그 배낭에는 무엇이 있어?"

"네 어머니가 보내시는 옷이다. 내일은 큰 명절이라, 네 어머니는 당신의 예수가 손님들과 조화되기 위해서는 이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어머니는 네게 이 옷을 만들어 주시려고 날마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쉬지 않고 길쌈을 하셨다. 그렇지만 겉옷은 마치지 못하셨어. 아직 가장자리 술 장식이 안되었어. 네 어머니는 그것을 몹시 애석하게 여기신다. "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입고 있는 옷을 그대로 입고 가고, 그 옷은 예루살렘에서 입게 남겨두겠어. 성전이 혼인잔치보다는 훨씬 더 중요하니까."

"네 어머니는 그것을 매우 기뻐하실 거다. "

"새벽에 가나 가는 길에 들어서시려면-하고 베드로가 말한다- 지금 곧 떠나셔야 합니다. 달이 뜨기 시작했고, 도항은 순조로를 것입니다. "

"그러면 가자. 요한아, 가자. 너는 데리고 가겠다. 시몬 베드로, 야고보, 안드레아, 잘들 있어라. 너희들을 안식일 저녁 가파르나움에서 기다리겠다. 아주머니, 안녕히 계세요. 아주머니와 온 집안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유다와 요한과 같이 나오신다. 베드로는 호숫가에까지 따라 나와 배를 조작해서 떠나는 것을 돕는다.

-그리고 환상이 끝난다.

 

예수의 말씀.

"순서를 정리할 때가 되면, 가나의 혼인잔치의 환상을 여기에 삽입하여라. 날짜를 적어두어라"(1944년 1월 16일).

 

10월 23일. 내가 그것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잊어버리지 말라고, 새벽에 여러 번, 여러 번 강조하시면서 주신 명령. 나는 보이게 되자마자 쓰기 시작한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써라. 그리고 네가 들은 모든 것을 성실한 사람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어떤 책에도 첫머리에 써넣도록 하여라. 내가 이미 말한 것에 따라 인쇄를 한 책이건 타자를 한 책이건 상관없다. '이것은 스승의 목소리이다. 외침과 어루만짐이다. 이 목소리가 회개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말할 때에는 외침이 되고,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을 찾아내려는 "착한 뜻"을,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을 찾아낸 다음에는 자기를 거룩하게 하려는 "착한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할 때에는 어루만짐이 된다. 이 사람들에게는 말씀이 친구의 어루만짐이 되고, 예수의 축복이 된다.' 이 말씀을 어떤 책에도 첫머리에 넣어라. 그리고 더 안전하고 승인된-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과 율법교사들과 박사들의 악의로 인하여 그 책들이 효과 없게 되지 않도록 항상 승인된- 책들에는 내가 1943년 12월 7일에 네게 준 말로 된 기도문을 넣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또다시 오겠다."

 

14. 가나의 혼인잔치에 가신 예수

 

가나의 혼인잔치.

집이 하나 보인다. 진짜 동방식 집이다. 높이보다는 바닥이 더 넓은 입방체의 집으로, 창과 문이 많지 않고, 위에는 지붕 노릇을 하는 옥상정원이 있고, 그 둘레에는 1미터쯤 되는 낮은 담이 둘러쳐져 있고, 그곳까지 기어 올라와서 해가 잘 비치는 옥상정원 중간 너머까지 가지를 뻗치고 있는 포도덩굴을 올린 정자로 그늘이 져 있다.

바깥 계단이 정면을 따라서 정면 중간에 나 있는 문 높이 가지 올라간다. 아래층에는 땅바닥과 가지런히 낮은 문이 드물게, 각 측면에 둘 이상은 나있지 않은데, 그 문으로 낮고 어두컴컴한 방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집은 일종의 마당, 아니 오히려 잔디밭 가운데 서 있는데, 그 잔디밭 한가운데에는 우물이 있다. 무화과나무와 사과나무들이 있다. 집은 도로에 면해 있으나 바로 길 옆에 있지는 않다. 조금 뒤로 들어와 있고, 잔디밭에 나 있는 오솔길로 해서 길까지 나가게 되어 있는데, 그 길은 주요한 길인 것 같다.

집은 가나의 변두리에 있는 것 같으며, 그들의 얼마 안 되는 땅 가운데에서 사는 자작 농의 집인 것 같다. 들판은 집 너머로 뻗어 있고, 멀리 보이는 경치는 조용한 초록 공간을 이루고 있다. 날씨가 매우 맑고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처음에는 다른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집은 쓸쓸하다.

그러다가 긴 옷과 베일로도 쓰이는 겉옷을 입은 두 여인이 보인다. 여인들은 한 길로 해서 오다가 오솔길로 들어선다. 더 나이 많은 50대의 여인은 가공하지 않은 양털로 짠 옷감으로 만든 것 같은 짙은 황갈색 옷을 입고 있다. 또 한 여인은 더 밝은 옷을 입고 있는데, 옷은 연한 노란색이고 겉옷은 하늘 빛깔이다. 이 여인은 서른다섯 살쯤 되어 보인다. 이 여인은 매우 아름답고 날씬하며, 대단히 친절하고 겸손하지만 매우 의젓한 몸가짐을 하고 있다. 이 여인이 더 가까이 왔을 때 나는 흰 얼굴과 파란 눈과 베일 밑으로 이마 위에 나타나는 금발을 알아보았다. 갈색 머리의 더 나이 먹은 또 한 여인은 누구인지 모르겠다. 여인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고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신다. 여인들이 집 아주 가까이 오자 틀림없이 손님들이 오는지 살펴볼 책임을 맡은 사람이 알린 모양이어서, 모두 좋은 옷을 입은 남녀들이 나온다. 모두가 여인들을 반가이 맞이하는데, 특히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를 환영한다.

시간은 아침인 것 같다. 들판에는 아직 먼지가 앉지 않은 풀과 잔디가 이슬에 젖어 더 푸른빛을 띠고 있는 신선한 이른 아침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므로 아마 아홉 시쯤 된 것 같다. 풀밭의 풀이 여름의 뜨거운 햇볕으로 시들지 않았고, 밭에는 밀대가 이삭이 패지 않은 채 새파란 채로 있는 것으로 보아 계절은 봄인 것 같다. 무화과나무와 사과나무 잎은 아직 연한 초록색이지만, 사과나무에 꽃이 없고, 사과나무에도 무화과나무에도 포도나무에도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사과나무에 꽃이 벌써 얼마 전에 피었지만, 열매들이 아직 작아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대단히 환영받고 집주인 인듯한 나이 많은 남자의 호위를 받으며 바깥 계단으로 해서 올라가 큰 방으로 들어가신다. 그 방은 이층 전부 또는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아래층 방들은 사람이 쓰는 방과 식량 저장실, 광, 포도주와 식료품 넣어두는 방 따위이고, 이층은 특별한 경우에 쓰는 방인 것 같다. 특별한 잔치라든지,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일이라든지 농산물을 넣어 둔다든지 하는데 쓰이는 것 같다. 잔치를 할 때에는 물건들을 치우고, 오늘과 같이 푸른 나뭇가지와 돗자리와 음식을 차려놓은 식탁 따위로 꾸민다.

한가운데에는 대단히 잘 차려놓은 식탁이 하나 있는데, 그 위에는 벌써 손잡이 달린 항아리들과 과일이 담긴 큰 접시들이 놓여 있다. 벽을 끼고 내 오른쪽으로는 음식을 차려놓은 또 다른 식탁이 하나 있다. 그러나 음식을 덜 풍부하게 차려놓았다. 내 오른쪽으로는 일종의 긴 탁자가 있고, 그 위에는 치즈를 담은 큰 접시와 다른 음식을 담은 큰 접시들이 놓여 있는데, 이 음식들을 꿀과 맛있는 것을 입힌 쿠키 같아 보인다. 방바닥에는 역시 내 왼쪽으로 다른 손잡이 달린 항아리들과 다소간 구리로 만든 물병 모양으로 생긴 큰 그릇 여섯 개가 놓여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항아리 같다.

마리아는 모든 사람이 말하는 것을 친절하게 들으시고 나서 조용히 겉옷을 벗으시고, 식탁 꾸미는 일의 끝마무리를 거들어주신다. 마리아가 왔다 갔다 하면서 식탁을 정리하고, 꽃장식들을 바로 세우고, 과일 그릇들을 보기 좋게 가다듬고, 등잔에 기름이 넉넉히 담기도록 보살피고 하시는 것이 보인다.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시고 말씀을 별로 안 하시고, 매우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반대로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많이 들으시는데, 어떻게나 참을성 있게 들으시는지 모른다.

악기의 요란한 소리(사실을 말하자면 별로 듣기 좋지 않은)가 한길에서 들려온다. 마리아만 빼놓고 모든 사람이 밖으로 뛰어 나간다. 성장을 한 신부가 친척들과 친구에 둘러싸여, 제일 먼저 마중을 나간 신랑 곁에서 행복스럽게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여기서 환상에 변화가 하나 생긴다. 집 대신에 어떤 동네가 보인다. 가나인지 또는 이웃 마을인지 모르겠다. 예수께서 요한과 또 한 사람과 같이 보이시는데, 이 사람은 유다 타대오 같지만, 이 사람은 내가 잘못 보았는지도 모른다. 요한만큼은 틈림없다. 예수께서는 흰옷을 입으셨고, 겉은 짙은 하늘색이다. 음파 소리를 듣고 예수와 같이 있던 사람이 어떤 서민층의 사람에게 말을 물어보고 예수께 말씀드린다. "가서 내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자" 하고 예수께서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시고, 일행 두 사람과 같이 집 쪽을 향하여 밭 가운데 난 길로 해서 걷기 시작하신다.

나는 마리아와 신랑의 부모가 속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마리아가 그들의 친척이거나 매우 친한 친구이실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을 잊었었다. 예수께서 이르시자, 망보던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린다. 집주인이 아들인 신랑과 마리아와 동시에 내려와서 예수께 공손히 인사를 드린다. 집주인은 다른 두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고, 신랑도 그렇게 한다. 그러나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마리아가 아들에게 하시는 애정 담긴 존경이 가득한 인사이고, 예수께서도 어머니께 하시는 같은 애정과 존경의 인사이다. 심정을 토로하는 말은 없다. 그러나 "평화가 너와 함께 있기를" 하는 인사말을 하시며 보내시는 그 눈길이란, 그리고 백번 껴안고 입맞춤하는 것과 맞먹는 그 미소란. 입맞춤이 마리아의 입술에서 떨리고 있다. 그러니 입맞춤을 하시지 않는다. 다만 그 하얀 손을 예수의 어깨에 얹으시고, 그 긴 머리카락의 컬을 스치신다. 사랑하는 정숙한 여자의 애무이다.

예수께서는 어머니와 나란히 올라가시고, 그 뒤에는 두 제자와 집주인이 따라 올라간다. 예수께서는 여자들이 기다리지 않던 손님들인 것 같아 보이는 세 사람을 위하여 의자와 식기를 더 갖다 놓느라고 분주한 응접실로 들어가신다. 예수께서 오시는 것이 확실하지 않았던 것 같고, 동행 두 사람이 온 것은 전혀 뜻밖이었다.

방안에 들어서시면서 "이 집에 평화가 있기를, 그리고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내리기를" 하고 말씀하시는 스승의 옹골차고 남성적이고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가 분명히 들린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통틀어 하시는 지극히 위엄 있는 인사말이다. 예수께서는 키와 용모로 모든 사람을 압도하신다. 그분은 손님이시고, 그것도 뜻밖의 손님이시다. 그러나 신랑보다도 더 잔치의 주인공이신 것 같다. 겸손하시고 친절하시지만, 그분은 존경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신다.

예수께서는 신랑 신부와 신랑의 부모와 더 유력한 친구들과 같이 중앙 식탁에 자리 잡으신다. 두 제자에게도 스승께 대한 경의로 같은 식탁에 자리를 준다.

예수께서는 항아리들이 있는 벽을 등지고 계신다. 그러므로 그 항아리들을 보지 못하시고, 긴 탁자들 곁에 있는 뚜껑 문으로 해서 가져오는 구운 고기 요리를 만드느라고 주방장이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도 보지 못하신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눈여겨본다. 신랑 신부의 어머니들과 마리아를 빼놓고는 아무 여자도 이 식탁에 앉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여자들은 모두 벽 옆에 있는 식탁에 앉아있고, 대단히 요란스럽다. 그 여자들에게는 신랑 신부와 귀빈들에게 음식을 가져간 다음에 음식을 갖다 준다. 예수께서는 집주인 옆에, 그리고 신부 곁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와는 마주 앉아 계신다.

식사가 시작되었는데, 정말이지 잘들 먹고 더구나 잘들 마신다. 두 사람은 음식을 별로 들지 않는다. 그것은 예수와 어머니이시다. 어머니는 말씀도 별로 안 하신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조금 더 많이 하신다. 그러나 말씀을 별로 안 하시면서도 말씀을 하실 때에는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으시고 거만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으신다. 예의 바르지만 입이 가볍지 않은 사람이시다. 질문을 받으시면 대답하시고, 누가 말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당신 의견을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런 다음에는 곧 묵상에 습관이 된 사람같이 깊이 내성하신다. 예수께서는 미소하시지만 결코 소리 내어 웃지는 않으신다. 지나치게 위험한 농담을 들으시면 못 들은 체하신다. 마리아는 당신 아들 예수를 쳐다보는 것으로 음식을 대신하시고, 식탁 끝에 앉아 있는 요한도 스승의 입술에 매달려 있다시피 한다.

마리아는 하인들이 주방장과 무슨 말을 주고받으며 주방장이 난처해하는 것을 알아차리시고, 무슨 언짢은 일이 있다는 것을 아신다. "얘야" 하고 마리아는 부드럽게 불러 이 말로 예수의 주의를 끄신다. "얘야. 포도주가 떨어졌단다."

"어머니, 앞으로는 어머니와 저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예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한충 더 상냥하게 미소하시고 마리아도 미소를 지으신다. 두 분은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즐거운 비밀, 어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같다.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명령하신다. "이 분이 하라고 하시는 대로 하게." 마리아는 아들의 미소 머금은 눈에서 모든 "부름 받은 사람들"에게는 큰 교훈으로 가리어진 동의를 읽으셨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하인들에게 명령하신다. "항아리들에 물을 가득 채우게." 나는 하인들이 우물에서 길어온 물을 항아리들 안에 가득 채우는 것을 본다.(물이 넘치는 두레박을 올리고 내리는 도르래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주방장이 놀란 눈으로 그 물을 조금 따라서 맛을 보고 말할 수 없이 놀란 몸짓을 하면서 음미하는 것이 보인다. 주방장은 집주인과 그 옆에 앉아 있는 신랑에게 말한다.

마리아는 또 아들을 쳐다보고 미소 지으신다. 그러다가 아들의 미소를 받으시고 약간 얼굴을 붉히시며 고개를 숙이신다. 마리아는 행복하시다.

방안에는 속삭임이 쫙 퍼지고, 예수와 마리아 쪽으로 돌려진다. 사람들은 더 잘 보려고 몸을 일으키고, 항아리 쪽으로 가고 한다. 한 순간 침묵이 흐르다가 예수를 찬양하는 소리가 일제히 올라온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다만 한마디 "마리아에게 감사하시오"라고만 말씀하시고, 식탁을 떠나신다. 그리고 문지방에서 다시 "평화가 이 집에 있기를, 그리고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내리기를"하고 되풀이하시고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하고 덧붙이신다.

환상은 여기에서 끝난다.

 

15. "어머니, 앞으로는 어머니와 저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

 

예수께서 이 말씀의 뜻을 내게 설명해 주신다.

"많은 번역자들이 그냥 지나치는 이 '앞으로는'이라는 단어는 이 말의 열쇠이고 이 말의 참뜻을 설명해 준다.

내 아버지께서 내게 스승이 될 시간이 되었다고 일러주실 때까지, 나는 어머니에게 복종하는 아들이었었다. 그러나 내 사명이 시작된 시간부터는 어머니에게 복종하는 아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종이 었다. 나를 낳아주신 여인과 나를 맺어주던 끈이 끊어졌던 것이다. 그 끈은 더 높은 성질의 끈으로 변하였었다. 그 끈은 영안으로 피해 들어갔었다. 영은 나의 거룩한 마리아를 여전히 '어머니'라고 불렀다. 사랑 정지할 줄을 몰랐고 식지 않았다. 오히려 제2의 탄생을 위하여 어머니와 헤어진 나를 어머니가 세상을 위하여, 세상의 메시아로, 복음 전하는 사람으로 주셨을 때만큼 완전한 때는 일찍이 없었다. 어머니의 세 번째 신비적인 숭고한 모성은 골고타의 애끓는 듯한 괴로움 속에서 나를 십자가에 낳아서 나를 세상의 구세주를 만드신 때였다.

'앞으로는 어머니와 저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 제가 처음에는 어머니의 것, 어머니만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명령을 하셨고, 저는 어머니께 순종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복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 사명에 속해 있습니다.

아마 내가 이 말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쟁기를 잡고 뒤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뒤돌아 보는 사람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라고. 나는 내손으로 흙덩어리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파헤쳐 하느님의 말씀의 씨를 뿌리려고 쟁기를 잡았었다. 내가 이 손을 놓은 것은 오직 사람들이 그 손을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쟁기에서 억지로 떼어 놓았을 때뿐이었고, 그 못의 고문으로 내 아버지의 마음을 뚫어 그 상처로 인류에 대한 용서를 흘러나오게 하기 위해서 뿐이었다.

여러 사람이 잊은 '앞으로는'이라는 이 말은 이런 뜻이었다. '어머니, 제가 나자렛의 마리아의 예수였을 때에는 어머니가 제게 전부 였고, 지금도 제 영으로는 어머니가 제 전부이십니다. 그러나 제가 사람들이 기다리던 메시아인 때부터는 제 아버지께 속해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그러면 제 사명을 끝낸 다음 다시 온전히 어머니의 것이 되겠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 모양으로 다시 품에 받으실 것이고, 사람들이 인류의 치욕으로. 생각할 어머니의 아들인 이 아들을 어머니에게서 빼앗으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고, 어머니에게도 죄인의 어머니라는 치욕을 듬뿍 주기 위하여 아들의 시체를 어머니에게 던질 것입니다. 그런 다음 어머니도 개선하는 저를 다시 차지하실 것이고, 또 그다음에는 어머니도 개선하셔서 하늘에서 영원히 저를 차지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가, 이 모든 사람의 것이고, 저를 이 사람들에게로 보내신 아버지께 속해 있습니다.'

의미 심장한 '앞으로는'이라는 이 조그마한 말의 뜻은 이런 것이다."

애수께서는 내게 이런 것을 가르쳐 주셨다.

"내가 제자들에게 '가서 내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자'라고 말하였을 때. 나는 겉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고상한 뜻을 이 말에 붙려 주었었다. 그것은 나를 보는 즐거움이 아니라, 내 기적 행하는 활동의 선도자가 되고 인류의 첫 번째 은인이 되는 기쁨이었다.

이것을 항상 기억하여라. 내 첫 번째 기적은 마리아를 통하여 왔다. 첫 번째 기적은, 마리아가 기적의 열쇠라는 상징이다. 나는 내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고, 어머니의 기도 때문에 은총의 때를 앞당기기까지 한다. 나는 착함으로는 하느님 다음으로 둘째 가는 내 어머니를 안다. 내 어머니는 '온전히 사랑'이시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은총을 주는 것은 내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드리려는 것임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알고 있던 내가 '가서 내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자'라고 말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나는 내 능력과 동시에 내 어머니의 능력도 뚜렷이 나타나게 하고자 하였다. 육체적으로 나와 결합하기로 되어 있었고 -우리는 한 육체였으니까. 나는 어머니 안에, 어머니는 마치 향기롭고 생명이 가득한 암술을

둘러싸고 있는 꽃잎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고통으로 나와 결합해 계셨고-그겻은 우리가 둘 다 십자가에 달렸었기 때문이다. 마치 백합이 꽃부리와 꽃부리에 뽑아내는 향유로 그 향기를 풍기는 것과 같이 말이다- 세상에 나타나는 능력에 있어서도 내 어머니가 나와 결합하여 계시는 것이 당연하였다.

나는 잔치에 초대받았던 손님들에게 한 말을 너희들에게도 한다. '마리아에게 감사를 드려라. 너희들은 마리아를 통하여 기적의 주인을 가졌고, 내 모든 은총을, 특히 용서의 은총을 받았다.

편안히 쉬어라. 우리는 너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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