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째 해 (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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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II. 공생활 첫째 해 (41~45)

by mrsoojak 2021. 12. 29.

이글의 저자는 예수님 이십니다. 세상 그 어떤 책에서도 진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읽는 자에게 복이~~

 

41. 예수께서 헤브론에 가신다. 즈가리야의 집. 아글라에

 

"몇 시쯤에 도착할까요?" 일행 가운데에서 걸어가시는 예수께서 물으신다. 그들 앞에는 양들이 비탈의 풀들을 뜯어먹으며 간다.

"세 시쯤에요. 10마일가량 됩니다" 하고 엘리야가 대답한다.

"그다음에는 가리옷으로 갑니까?" 하고 유다가 묻는다.

"그렇다. 가리옷에 간다."

"그런데 유다에서 가리옷으로 가는 것이 더 가깝지 않습니까? 멀지는 않을 건데요. 그렇지요, 목자 양반?"

"2마일쯤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20마일 이상을 공연한 걸음을 하는 것입니다."

"유다야, 왜 그렇게 불안해하느냐?"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 저는 불안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제 집에 오겠다고 약속하셨지요‥‥."

"네 집에 갈 것이다. 나는 항상 약속을 지킨다."

"저는 어머니께 알리려고 사람을 보냈습니다.‥‥그런데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정신으로는 우리가 아직 죽은 사람들과 같이 있다고."

"그런 말을 하였다. 그러나 유다야. 곰곰이 생각해보아라. 너는 아직 나를 위하여 고통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 30년이 되는데도 내게 대한 추억조차도 저버리지 않았다. 추억까지도. 그들은 내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모르고 있었다‥‥그런데도 여전히 충실하였다. 그들이 내게 대하여 기억하고 있는 것은 울음과 엄마 젖을 먹는 식욕밖에 나타내지 않는 갓난 어린아이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나를 하느님으로 공경하였다. 나 때문에 그들은 유다의 수치 거리 모양으로 매를 맞고, 저주를 받고 박해를 받았다. 그런데도 그들의 믿음은 매를 맞을 때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갈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때마다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더 힘차게 되었다."

"말이 났으니까 말씀인데요, 며칠 전부터 질문을 하고 싶어 입이 간지러워 못 견디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선생님의 친구이고 하느님의 친구이지요? 천사들이 하늘의 평화로 그들에게 축복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의롭게 살아 왔지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왜 불행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그리고 안나는요? 그 여자는 선생님을 사랑했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것으로 너는 따라서 내 사랑과 사람들이 내게 주는 사랑은 불운을 가져온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로구나."

"아니올시다‥‥그러나‥‥."

"그러나 그것이다. 나는 네가 그렇게 빛에 무감각하고 그렇게도 인간적인 판단력에 붙잡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니다, 요한아, 가만 내버려 두어라, 너 시몬도. 나는 유다가 말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그를 책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영혼들의 문이 활착 열려 빛이 그 안으로 들어가게 하기를 원한다. 유다야. 이리 와서 내 말을 들어라. 너는 지금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장차 살게 될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통된 판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나는 판단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오류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다만 너희들이 악의를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어떤 것인지를 몰라서 그렇게 하기 때문에 그것은 오류가 아니고, 다만 어린이의 판단이 그럴 수 있는 것과 같이 불완전한 판단일 뿐이다. 그리고 가엾은 너와 같은 사람들은 사실 어린이들이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을 참된 것과 거짓된 것, 좋은 것과 나쁜 것, 좋은 것과 더 좋은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어른을 만들려고 여기에 선생으로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잘 들어라. 인생이란 무엇이냐? 기다리는 기간이다. 그보다도 너희들이 적자인지 서자인지 증명하기 위하여, 그리고 너희들의 행실에 따라 기다림도 시련도 없을 미래를 마련해 주시기 위하여 하느님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고성소 중에서도 고성소라고 말하겠다. 이제는 너희들 말을 해보아라. 어떤 사람이 하느님을 특별히 섬길 수 있는 보기 드문 이익을 가졌기 때문에 일생 동안 특별한 은혜를 누려야 마땅하겠느냐? 너희들 생각에는 그 사람이 벌써 많은 것을 받았고, 그 이유로 그 사람이 인간적으로 행복하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냐? 자기 마음속에 벌써 하느님의 발현의 빛을 가지고 그의 양심이 옳다고 칭찬하는 미소를 가진 사람이 이 세상의 명예와 재산도 가진다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 아니겠느냐? 또 무분별한 일이기도 하지 않겠느냐?"

"선생님, 저는 그것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하겠습니다. 선생님이 계신 곳에 왜 인간적인 기쁨을 갖다 두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선생님을 차지하고 있으면-그런데 저 사람들은 30년째나 선생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유일한 부자들입니다-다른 것은 아무것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속죄소에는 인간적인 물건을 갖다 놓지 않고‥‥ 또 축성된 그릇은 거룩한 용도에만 쓰입니다. 저 사람들은 선생님의 미소를 본 그날부터 축성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차지하고 있는 그들의 마음에는 선생님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제가 저 사람들처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시몬이 말한다.

"그렇지만 자네는 선생님을 뵙고 병이 고쳐진 다음에 서둘러 자네 재산을 도로 찾았지" 하고 유다가 빈정거리며 대답한다.

"그건 사실이야.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또 그렇게 했어. 그렇지만 왜 그랬는지 아나?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판단을 할 수 있나? 내 대리인은 명확한 명령을 받았어, 이제는 열성당원 시몬의 병이 고쳐졌다-시몬의 원수들이 이제는 그를 해칠 수도 없고, 격리시킬 수도 없고, 또 이제는 아무 당파에도 속해 있지 않고 다만 예수께만 속해 있기 때문에 추적도 못하게 되었다 - 그래서 시몬은 어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간직해 두었던 그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리고 아직 한 시간 동안 소유주였던 나는 그 재산을 팔아 더 많은 돈을 만들기 위해서 그 판 값을 어떻게 하라고 정해 주었어, 그건 이렇게 말하려고 했던 것이지‥‥ 아니야, 그건 말 안 하겠어."

"시몬아, 천사들이 네 대신 그 말을 하고 또 영원한 책에 기입한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시몬이 예수를 쳐다본다. 두 시선이 마주치는데, 하나는 놀라는 시선이고 또 하나는 축복하는 시선이다.

"늘 그런 것처럼 제가 잘못이군요."

"아니다, 유다야. 너는 실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너 자신이 그렇게 말하였지. "

"아이! 그렇지만 예수님하고 있으면! ‥‥ 시몬 베드로도 실제적인 감각에 집착해 있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유다 자네도 그 사람처럼 될 거야. 자네는 선생님을 모시고 있는 것이 얼마 안돼. 우리는 더 오래돼서, 벌써 더 나아졌단 말이야." 하고 항상 온화하고 타협적인 요한이 말한다.

"선생님이 나를 받아주지 않으셨어.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과월절부터 선생님의 제자가 됐을 거야." 유다는 오늘은 정말 신경질적이다.

예수께서는 레위에게 "갈릴래아에 가본 일이 있소?" 하고 물으시는 것으로 그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으신다.

"주님, 가보았습니다. "

"나하고 같이 가서 나를 요나에게로 데려다주시오. 요나를 알지요?"

"예, 과월절에는 늘 만났습니다. 매번 그에게로 갔었습니다."

요셉이 속이 상해서 머리를 숙인다.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말씀하신다. "자네들은 같이 올 수가 없어. 엘리야가 가축떼를 데리고 혼자 있게 될 터이니까. 그러나 예리고에 가는 길까지 나와 같이 가세, 거기서 헤어져서 얼마 동안 지내게 될 걸세, 그다음에 자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해 주겠네."

"저희들은 이제 아무 일도 없습니까? "

"너희들도, 유다야, 너희들도."

"집들이 보입니다."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몇 걸음 앞서 가는 요한이 말한다.

"저기가 그 위쪽이 하천 둘에 걸쳐 있는 헤브론입니다. 선생님, 저기 푸른 나무들 사이에 다른 집들보다 좀 더 높은 큰 집이 보이지요? 그것이 즈가리야의 집입니다."

"빨리 가자."

마지막 남은 몇 미터 도로를 빨리 지나서 마을로 들어선다. 매우 엉성하게 포석을 깐 길의 고르지 않은 돌들 위로 지나갈 때 양 떼들의 방울들은 캐스터네츠 소리를 낸다. 일행이 그 집에 도착하였다. 사람들은 흰 양 떼 가운데 있는 모습과 나이와 옷이 각각인 이 한 떼의 사람들을 쳐다본다.

"아이고! 변했군요! 여기엔 쇠 격자문이 있었는데요." 하고 엘리야가 말한다. 지금은 그 자리에 쇠로 만든 정문이 있어 시야를 가리고, 또 사람 키보다 더 높은 담이 둘러쳐져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뒤쪽에 출입문이 있을지 모르니 가 보십시다." 일행은 넓은 사변형, 아니 그보다도 장방형을 한 바퀴 빙 돈다. 그러나 어디에나 같은 높이의 담이 있다.

"담은 쌓은 지가 얼마 안 됩니다" 하고 요한이 담을 살펴보면서 말한다. "터진 데가 없고 땅에는 석회가 굳어서 돌처럼 된 것이 아직 있습니다."

"무덤도 보이지 않습니다.‥‥작은 숲 쪽으로 있었는데요. 이제는 작은 숲이 담 밖에 있고‥‥또 공유지가 된 것 같습니다. 나무를 하고 있는데요‥‥."

엘리야는 어쩔 줄을 모른다.

한 남자가, 키는 작지만 튼튼하게 생긴 늙은 나무꾼이 일행을 살펴보다가 쓰러뜨린 나무줄기를 자르던 톱질을 그만두고 일행 쪽으로 다가와서 "누구를 찾으십니까? " 하고 묻는다.

"집에 들어가서 즈가리야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려고 했습니다."

"무덤은 없어졌습니다. 소식 못 들었습니까?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

"나는 목자 사무엘의 친구입니다. 그 사람은‥‥"

"엘리야, 안됩니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니 엘리야는 입을 다문다.

"아! 사무엘!‥‥ 그렇지요. 하지만 즈가리야의 아들 요한이 옥에 갇힌 뒤로는 집이 그의 것이 아닙니다. 불행한 일이지요. 그것은 요한이 그의 소유지에서 나오는 수입을 헤브론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했기 때문이지요. 어느 날 아침 헤로데의 조정에서 어떤 사람이 오더니 요엘을 밖으로 내쫓고, 사방에 봉인을 하고 나서는 벽돌공들을 데리고 와서 담을 쌓게 했지요‥‥ 무덤은 저 구석에 있었는데, 거기 두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그래서 어느 날 아침 우리는 무덤이 손상되고 벌써 반쯤 헐린 것을 발견했습니다‥‥가엾은 유골이 모두 섞여버렸지요‥‥우리는 그것을 그럭저럭 주워 모았지요 ‥‥지금은 관 하나에 들어 있습니다‥‥그리고 즈가리야의 집에는 그 불결한 놈이 첩들을 살게 한답니다. 지금은 로마의 팬터마임(무언극)을 하는 집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자가 담을 쌓게 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보는 것을 그는 원치 않는 거지요‥‥사제의 집이 창가(娼家)가 되었어요! 기적의 집이요 선구자의 집이 말입니다! 요한은 메시아가 아니라 하더라도 선구자임에는 틀림없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세례자 때문에 얼마나 귀찮은 일을 겪었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우리들의 큰 인물입니다! 정말 우리의 위인입니다! 그 사람이 태어난 것이 벌써 기적이었어요. 말라빠진 엉겅퀴 같은 늙은 엘리사벳이 아다르의 사과나무처럼 생식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것이 첫 번째 기적이었지요. 그다음에는 성녀인 사촌 여동생이 엘리사벳을 도와주고 사제의 혀를 풀어주려고 왔어요. 이름이 마리아 라 했지요. 아주 드물게나 그 여자를 볼 수 있었지만 나는 그 여자를 기억합니다. 그 일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모릅니다. 엘리사벳을 기쁘게 하려고 그 여자가 아기를 밴 배에 즈가리야의 말 못 하는 입을 갖다 대게 했다는 말도 있고. 그 여자의 손가락을 즈가리야의 입에 넣게 했다는 말도 있어요. 난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것은 아홉 달 동안 말을 못 하던 즈가리야가 말을 하면서 주님을 찬양하고 메시아가 있다고 말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사정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날 그 집에 가 있었던 내 아내의 말로는 즈가리야가 주님을 찬양하면서 자기 아들이 앞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믿는 것과 같지 않고. 요한이 메시아이고, 아브라함이 하느님 앞으로 가던 것과 같이 요한이 주님 앞으로 간다고 말입니다. 자, 내 말이 옳지 않습니까? "

"항상 하느님 앞에서 걸어가는 세례자의 정신에 대한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메시아에 관한 당신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

"그러면 사람들이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라고 말하던 그 여자는 - 이것은 사무엘의 말 입니다만 - 그러면 그 여자는 사실로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가 아니었단 맡입니까? 아직 그렇게 되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 여자는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였습니다. 메시아는 났습니다. 그리고 예언자가 말한 것과 같이 광야에서 목소리를 높여 외친 사람이 그의 앞장을 서서 갔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선생이 처음입니다. 요한은 겨울이 시작될 때면 해마다 그렇게 하는 것처럼 요엘이 지난번에 양가죽을 가지고 갔을 때, 사람들이 메시아에 대하여 물으니까 '메시아가 왔다'는 말을 안 했답니다. 요한이 그 말을 할 때에는‥‥"

"여보세요, 나는 요한의 제자였는데, 요한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기 하느님의 어린양이 가신다'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고 요한이 말한다.

"아니오, 아니야, 어린양은 요한이요. 말하자면 어머니 아버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성장한 참다운 어린양입니다. 율법의 아들이 되자마자 광야를 내다보는 산의 동굴로 피해 가서 거기서 하느님과 이야기하면서 컸습니다. 엘리사벳과 즈가리야가 죽었을 때도 요한은 오지 않았습니다. 요한에게는 하느님이 아버지요 어머니였습니다. 요한보다 더 큰 성인은 없어요. 헤브론 사람 모두에게 물어보시오. 사무엘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베들레헴 사람들이 옳은 말을 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느님의 성인은 요한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내가 메시아요' 하고 말하면 그에게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라고 부르고 돌을 던져 쫓아버리겠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 사람이 자기가 메시아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기적을 행하면요?"

"나는 그 사람을 '마귀 들린 자'라고 부르겠습니다. 메시아는 요한의 참다운 신분이 알려질 때에 올 것입니다. 헤로데의 증오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교활한 헤로데는 요한이 메시아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겁니다."

"요한은 베들레헴에서 나지 않았는데요."

"그렇지만 요한이 풀려나면, 자기가 오래지 않아 출현할 것을 직접 예고한 다음 베들레헴에 나타날 것입니다. 베들레헴도 요한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이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다른 메시아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섭지 않거든 해보시오‥‥그러면 알게 될 겁니다. "

"여기 회당이 있습니까? "

"예, 이 길로 곧장 200걸음 가면 됩니다. 틀림없습니다. 바로 곁에 모독을 당한 유해가 묻힌 무덤이 있습니다."

"안녕히 계시오, 그리고 주께서 당신을 비추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일행은 떠나서 앞쪽으로 다시 온다.

정문에 유혹적인 옷차림을 한 젊은 여자가 있다. 매우 아름답다. "나으리, 집에 들어오시겠습니까? 들어오세요."

예수께서는 재판관과 같이 엄한 눈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시며 말씀을 안 하신다. 유다가 모두의 동의를 얻어 일을 떠맡는다. "이 뻔뻔스러운 년아, 굶주린 개 같은 네 입김으로 우리를 더럽히지 말고 들어가라."

여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인다. 그 여자는 개구쟁이들과 행인들에게 욕을 먹고 부끄러워서 급히 사라지려고 한다.

"'나는 하와가 주는 사과를 절대로 욕심내지 않았다'라고 말할 만큼 깨끗한 사람이 누구겠느냐?" 하고 예수께서 엄하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신다. "그런 사람을 내게 말하여라, 그러면 나는 가서 그 사람에게 성인이라고 인사를 하겠다. 아무도 없느냐? 그렇다면 만일 너희가 멸시로 인해서가 아니고 약해서 저 여자에게 접근할 수가 없다고 느끼거든 물러들나거라. 나는 약한 사람들에게 기우는 싸움을 시키지는 않는다. 여보시오, 나는 들어가고 싶소. 이 집은 내 친척 되는 분의 것이었소. 이 집이 내게는 소중하오."

"선생님께서 제게 대해 불쾌감을 느끼지 않으시거든 들어오세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문을 열어 놓으시오. 그래야 입방아를 찧지 않을 거요‥‥."

예수께서는 근엄하고 엄숙하게 지나가시고, 여자는 마음이 사로잡혀 인사를 하고 움직이지를 못한다. 그러나 군중의 욕설은 그 여자에게 피를 흘리도록 찌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여자는 정원 안쪽으로 뛰어서 도망친다. 그동안 예수께서는 계단 있는 데까지 이르셔서 반쯤 열린 문으로 기웃하고 들여다보시지만 들어가지는 않으신다. 그런 다음 무덤이 있던 자리로 가신다. 거기에는 지금 이교도의 사당 같은 것이 있다.

"의인들의 해골은 비록 바싹 마르고 흩어졌어도 깨끗하게 하는 향기를 풍기고 영원한 생명의 씨앗을 뿌리오. 착하게 살았던 사람들에게 평화! 주 안에서 잠든 깨끗한 분들에게 평화! 고통을 겪으면서도 악습을 알고자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평화! 세상과 하늘의 참된 위인들에게 평화! 평화!"

여자는 몸을 가려주는 울타리를 따라 예수 계신 데까지 왔다.

"선생님!"

"왜 그러시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예수요."

"그 이름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로마 여자인데, 팬터마임을 하고 춤추는 여자입니다. 저는 오직 음탕만이 능할 뿐입니다. 그 이름은 무슨 뜻입니까? 제 이름은 아글라에인데‥‥악습이라는 뜻입니다."

"내 이름은 구세주라는 뜻이오."

"어떻게 구원하십니까? 누구를 구원하시고요?"

"구원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을 구원하오. 나는 깨끗하게 되는 것을 가르치고, 명예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원하도록 가르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선을 원하도록 가르침으로써 구원하오." 예수께서는 격렬하지 않게 말씀하신다. 그러나 여자에게로 몸을 돌리지도 않으시고 말씀하신다.

"저는 타락한 여자입니다‥‥."

"나는 타락한 사람들을 구하러 온 사람이오."

"저는 죽은 여자입니다."

"나는 생명을 주는 사람이오."

"저는 더럽고 거짓말투성이입니다."

"나는 깨끗함이고 진리요."

"선생님은 인자하신 분이기도 하군요. 저를 바라보지도 않으시고 만지지도 않으시고 욕을 하지도 않으시니. 저를 불쌍히 여기십시오‥‥."

"우선 당신이 당신 자신을 불쌍히 여겨야 하오. 당신의 영혼을."

"영혼이란 것은 무엇입니까? "

"사람으로 하여금 짐승이 되지 않고 신이 되게 하는 것이오. 악습과 죄는 영혼을 죽이오. 그리고 영혼이 죽고 나면 사람은 혐오감을 일으키는 짐승 같이 되오."

"선생님을 또 뵐 수 있을까요? "

"나를 찾는 사람은 나를 만나오."

"어디에 유하십니까? "

"사람들의 마음이 성실하게 되기 위하여 의사와 약을 필요로 하는 그곳에 있소."

"그럼‥‥저는 주님을 다시는 못 뵙겠습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는 의사도 원치 않고 약도 성실성도 원치 않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 당신이 오는 것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 내 이름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크게 외쳐서 당신에게까지도 들릴 거요. 안녕히 있으오."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선생님을 '예수님'이라고 부르게 해 주십시오. 아이고! 허물없이 구느라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제 안에 구원이 조금 들어오라고 그러는 것입니다. 제 이름은 아글라에입니다.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그러겠소. 안녕히."

여자는 정원 안쪽에 그대로 있고, 예수께서는 준엄한 태도로 나오신다.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을 바라보신다. 그리고 제자들에게서는 난처함을, 헤브론 사람들에게서는 업신 여김을 알아보신다. 노예가 정문을 닫는다. 예수께서는 길로 곧장 가셔서 회당 문을 두드리신다. 한 작은 늙은이가 증오를 품은 태도로 나아온다. 그는 예수께 말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회당엔 들어을 수 없소. 창녀들과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거룩한 곳에 들어온다는 것이 될 수 없는 일이오. 가시오!"

예수께서는 말없이 뒤로 돌아서시어 길을 계속하시고, 제자들은 뒤를 따른다. 헤브론에서 나오는 길까지 이렇게 계속된다. 그때에야 말들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선생님의 자업자득입니다" 하고 유다가 말한다.

"창녀를!"

"유다야, 잘 들어두어라. 그 여자가 너보다 더 높이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비난하는 네가 유다인들에 대하여 내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 유다에서 가장 거룩한 장소에서 우리가 망신을 당하고 쫓겨났다.‥‥그러나 이렇게 될 것이다. 즉 사마리아와 이교도들이 하느님을 경배할 것이고, 주의 백성은 피와 죄악으로 더러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그 죄악에 비하면 몸과 영혼을 파는 창녀들의 잘못은 별것이 아닐 것이다. 나는 내 친척들과 의로운 사무엘의 유골 위에서 기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상관없다. 거룩한 유골들이여, 평안히 쉬어라. 오 그 유골에 살고 있던 영혼들이여, 기뻐하라. 첫 번째 부활이 가까웠다. 그리고 너희들을 주의 종들의 유골로서 천사들에게 보여줄 날이 올 것이다. "

예수께서는 입을 다무시고,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난다.

 

42. 예수께서 가리옷에 가신다. 늙은 사울이 죽다.

 

내 생각에는 유다의 산들의 가장 가파른 부분, 즉 산맥들의 가장 좁은 교차 점이 헤브론과 유다 사이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 생각이 틀렸는지도 모르겠고, 꽤 넓은 지평선으로 더 넓게 퍼져나가는 계곡이어서 거기 있는 산들이 산맥의 일부가 아니고 따로 떨어진 산들 인지도 모르겠다. 또 두 산맥 사이에 있는 분지 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처음 보기 때문에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꽤 좁기는 하지만 잘 손질된 밭에는 보리와 특히 호밀 같은 여러 가지 곡식이 가꾸어져 있고, 가장 양지바른 땅에는 훌륭한 포도밭들도 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면서는 소나무와 전나무와 그 밖의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길이 어떤 작은 마을로 들어간다.

"여기가 가리옷의 변두리입니다. 제 시골 별장으로 와 주십시오. 제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가리옷으로 가십시다" 하고 유다가 매우 흥분하여 안절부절못하며 말한다.

지금은 예수께서 유다와 시몬과 요 한하 고만 계시다는 말을 안 했다. 목자들은 거기 없다. 아마 헤브론의 목장에 그대로 남아 있든지 베들레헴으로 돌아갔든지 한 모양이다.

"좋을 대로 하자. 그러나 네 어머니와 지면을 하기 위하여 여기에 남아 있어도 될 터인데."

"아이고! 아니올시다. 이것은 농군의 집입니다. 어머니는 추수할 때만 여기에 옵니다. 그런 다음에는 가리옷에서 지냅니다. 그리고 제 도시 사람들이 선생님을 뵙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까? 선생님의 빛을 그들에게 갖다 주지 않으시렵니까?"

"물론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나는 나를 환대하는 장소가 초라하다는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네가 잘 알터인데."

"그러나 선생님이 오늘은 제 손님이신데요. ‥‥그리고 유다는 손님을 접대할 줄 압니다."

일행은 들판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집들 사이로 몇 미터를 더 가는데, 어린이들이 부르는 소리에 여자와 남자들이 나온다. 유발된 호기심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유다가 집합 나팔을 분 모양이다.

"여기가 제 보잘것없는 집입니다. 초라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집은 오막살이가 아니다. 네모 반듯한 2층 집인데, 넓고 잘 가꾸어졌으며 울창하고 잘 자란 과수원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대단히 깨끗한 사도(私道)가 행길에서 집에까지 나 있다.

"선생님, 제가 먼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라."

유다가 간다.

"선생님, 유다는 일을 크게 꾸며 놓았군요" 하고 시몬이 말한다‥‥그러리라고 예상했었는데, 지금은 확실합니다. 선생님은 영, 영이란 말씀을 하시는데 그 말씀이 옳습니다‥‥그러나 유다는‥‥그렇게 이해를 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결코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잖으면 나중에 가서나" 하고 예수를 슬프게 해 드리지 않으려고 고쳐 말한다.

예수께서는 한숨을 쉬시면서 말씀을 안 하신다.

유다가 50세가량 된 여자와 같이 나온다. 그 여자는 키가 큰 편이지만 아들만큼 크지는 않다. 아들의 검은 눈과 곱슬곱슬한 머리는 영락없이 어머니를 닮았다. 그러나 유다의 눈은 거만하고 음흉한데, 어머니와 눈은 다정스럽고 침울한 편이다.

"이스라엘 왕께 인사드립니다" 하고 말하며 그 여자는 진짜 신민인 것처럼 몸을 구부린다. "종에게 임금님을 대접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부인께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부인과 부인의 아드님과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아이고! 그렇습니다. 제 아들과 함께요! " 그것은 대답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한숨이다.

"어머니, 일어나세요. 나도 어머니가 계십니다. 그래서 부인이 내 발에 입 맞추는 것을 허락할 수가 없습니다. 내 어머니를 대신해서 부인께 입맞춤하겠습니다. 내 어머니는 사랑에 있어서 또한 낙인찍힌 사람들의 어머니라는 고통스러운 운명으로‥‥ 부인과 자매지간이 되십니다."

"메시아님,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 하고 유다가 좀 불안해서 묻는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대답을 안 하신다. 예수께서는 여인을 일으키시고 안으시며 뺨에 입맞춤을 하시는 중이다. 그리고는 여인의 손을 잡으시고 집을 향하여 걸어가신다.

일행은 시원한 줄무늬가 있는 커튼으로 그늘이 진 시원한 방으로 들어간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시원한 음료와 과일들도 있다. 그러나 유다의 어머니는 우선 하녀를 부르니, 하녀는 물과 세수수건들을 가져온다. 주인 여자는 예수의 샌들을 벗기고 먼지투성이인 발을 씻어드리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을 막으신다. "어머니. 안됩니다. 어머니는 너무나 거룩한 인간이고, 더구나 부인같이 정직하고 착할 때에는 더 그러합니다. 그러니 부인이 노예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을 허락할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유다를‥‥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자리를 뜬다. 예수께서는 세수를 하시고 발을 씻으셨다. 샌들을 다시 신으려고 하시는데, 여인이 새 샌들 한 켤레를 가지고 다시 와서 말한다. "우리 메시아님, 이걸 신으십시오. 저는 유다가 하라고 한 대로 잘 한 줄로 생각합니다만‥‥유다는 '내 것보다 좀 더 길고 너비는 같게'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유다야, 왜 이런 일을 했느냐?"

"선생님은 제가 선물을 드리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까? 선생님은 제 왕이시고 하느님이 아니십니까?"

"그렇다. 하지만 네 어머니의 시간을 이렇게까지 빼앗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너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 터인데‥‥"

"압니다. 선생님은 거룩하십니다. 그러나 거룩하신 왕의 모습으로 나타나셔야 합니다. 그래야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열에 아홉은 어리석은 사람들인 세상에서는 위압하는 풍채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잘 압니다."

예수께서는 구멍 뚫린 끈이 달리고 등이 발목까지 올라오는 새 가죽 샌들을 신으셨다. 그분의 신고 계시던 장인의 수수한 샌들보다는 훨씬 더 아름답고 유다의 샌들과 비슷하다. 유다의 샌들은 발끝만이 나오는 무도화(舞蹈靴) 같은 신발이다.

"임금님, 옷도 입으십시오. 우리 유다에게 주려고 만들었던 것인데‥‥유다가 선생님께 드립니다. 아마로 지은 것인데 시원하고 새 것입니다. 한 어머니가 친아들에게 입히는 것처럼‥‥입혀드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몸을 돌려 유다를 바라보신다‥‥그러나 대꾸는 안 하신다. 예수께서는 목에 맨 옷의 끈을 끌러서 넓은 속옷을 어깨에서 흘러내리게 하시고 속 내복만 입고 계시다. 여인은 예수께 아름다운 새 옷을 입혀드린다. 그리고 허리띠를 내미는데, 그 허리띠는 수를 가득 놓은 장식 줄로, 거기에는 끝을 커다란 술들로 장식한 끈이 달려 있다. 예수께서는 시원하고 깨끗한 옷을 입으시면 분명히 편안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다지 기뻐하시는 것 같지 않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도 세수를 하고 발을 씻었다.

"선생님, 오십시오. 이것은 제 보잘것없는 과수원에서 나는 과일들이고, 이것은 제 어머니가 만든 꿀물입니다. 시몬, 자네는 아마 이 백포도주를 더 좋아할지 모르겠구먼. 들게. 내 포도밭에서 나오는 거야. 그리고 요한 자네는? 선생님과 같은 거? " 유다는 아름다운 은잔에 음료를 따르면서 재산이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을 매우 기뻐한다.

어머니는 말이 별로 없다. 아들 유다를 바라보고‥‥바라보고‥‥또 바라보고‥‥예수는 더 많이 쳐다본다‥‥예수께서는 잡수시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과일을(내 생각에는 굵은 살구 같다. 노랗고 빨간 과일인데, 사과는 아니다) 유다의 어머니에게 주신다. 그리고 "언제나 우선 어머니" 하고 그에게 말씀하실 때 눈에 이슬이 맺힌다.

"어머니, 나머지도 준비되었습니까? " 하고 유다가 묻는다.

"그래, 다 잘한 것으로 생각한다만, 나는 늘 여기서만 살아서 임금님들의 관습이 어떤지는‥‥모르겠다."

"부인, 무슨 관습이고 무슨 왕입니까? 아니, 유다야 너 무슨 말을 하였느냐?"

"그렇지만 선생님은 이스라엘에 언약된 왕이 아니십니까? 세상이 선생님께 왕으로서 인사를 드릴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제 도시에서, 제 집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칭호로 선생님을 공경합니다. 제게 대한 사랑으로, 그리고 야훼의 명령으로 예언자들이 선생님께 드린 메시아와 그리스도와 왕이라는 선생님의 이름에 대한 경의로 제 말이 거짓이라고 부인하지 마십시오."

"부인, 벗들, 나는 유다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다에게 명확한 명령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어머니와 제자들이 물러간다.

"유다야, 무슨 일을 하였느냐? 지금까지 나를 그렇게도 잘 이해하지 못했단 말이냐? 어찌하여 나를 가지고 이 세상의 권력가를 만들고, 이 권력을 탐내는 야심가까지 만들 정도로 나의 품위를 떨어뜨리려고 하느냐? 그리고 이것은 내 사명을 깎아내리는 것이고, 그것을 방해하는 일까지도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느냐? 그렇다. 방해가 된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이스라엘은 로마에 굴복하였다. 민중의 두목으로 보이고 해방전쟁을 꾸민다는 의심을 받게 된 어떤 사람이 로마를 반대하고 나섰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너도 알지 않느냐? 또 바로 요즈음에 어떤 아기를 장래에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왕이 되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어떻게 악착스럽게 죽이려고 하였는지 보지 않았느냐? 그런데, 너는! 너는!

오! 유다야! 나를 위한 현세적인 지상권에서 무엇을 기대하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는 너에게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할 여유를 주었다. 나는 처음부터 너에게 분명히 말하였다. 나는 너를 알았기 때문에‥‥너를 알기 때문에 물리치기까지 하였었다. 그렇다. 네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읽고, 보기 때문이다. 네가 만일 내가 원하는 대로의 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으면, 왜 나를 따르고자 하느냐? 유다야, 그만두어라! 너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나에게도 해를 끼치지 말아라‥‥그만두어라. 이렇게 하는 것이 네게 더 좋다. 너는 이 일을 위하여 만들어진 일꾼이 아니다‥‥이 일은 네 힘에 겨운일이다. 네 안에는 교만과 세 갈래의 가지로 된 탐욕이 있고, 지배의 의도가 있다. ‥‥네 어머니까지도 너를 염려할 것이 틀림없다‥‥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안된다. 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이러해서는 안된다. 유다야, 너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너를 저주하지도 않는다. 다만 네게 말하려는 것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어떤 사람을 바꾸어 놓지 못하는 고통을 가지고 다만 네게 말하려는 것은 네 길을 가서 이 세상에서 지위를 얻으라는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있지 말아라.

나의 길! ‥‥나의 왕권! 아아! 거기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을지 모른다! 내가 어디에서 왕이 되겠는지 아느냐? 내 왕권이 언제 선포될지 아느냐? 그것은 내가 불명예스러운 나무에 올려질 때, 왕의 주홍빛 옷 대신에 나 자신의 피를 흘리고, 왕관 대신에 가시로 엮은 관을 쓰고, 깃발 대신에 불명예스러운 게시를 달고, 왕으로 선포한 사람을 환영하는 나팔과 심벌즈와 파이프 오르간과 키타라 대신에 온 백성의, 내 백성의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일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하는 장본이 누구일지 아느냐? 나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저지르는 일일 것이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말이다. 교만과 관능성과 탐욕이 그 독약을 퍼뜨린 청동같이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 거기에서 별들이 얽히고설키어서 나와 내게는 사슬이 되고‥‥그에게는 저주가 될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 운명을 이렇게까지 분명히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제발 이 말은 하지 말아라. 이것은 너와 나 사이에 비밀로 남아 있어야 한다. 게다가‥‥이것은 하나의 꾸지람이니‥‥ '나는 책망을 들었다‥‥' 고 말하지 않기 위하여 입을 다물어라. 유다야, 알아들었느냐?"

유다는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보랏빛이 되었다. 그는 예수 앞에 서 있는데,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그리고 털썩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예수의 무릎에 대고 운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저를 물리치지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저는 교만하고 어리석습니다. 그러나 저를 쫓아내지 마십시오. 선생님, 아니올시다, 이번이 선생님께 결례하는 마지막 번이 될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는 곰곰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잘못도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많은 영광을 드리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도 선생님께 영광을 드리기를 바랐습니다‥‥이것은 선생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사흘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너희가 악의 없이 무지로 인하여 실수를 하면 그것은 잘못이 아니라 불완전한 판단이고 어린아이와 같은 판단이다. 그런데 나는 너희들을 어른이 되게 하려고 여기 와 있다'라고. 보십시오, 선생님, 저는 여기 이렇게 선생님 무릎 앞에 꿇어 있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아버지같이 되겠다고 말씀하셨지요‥‥저는 지금 마치 선생님이 아버지이신 것처럼 선생님 무릎 앞에 꿇어서 용서를 청하고 있습니다. 저를 '어른'이 되게, 거룩한 어른이 되게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저를 쫓아내지 마십시오,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아닙니다! 제 안에 있는 것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보세요, 저는 선생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왔습니다. 선생님이 제게 있어서는 제게 다른 사람들을 섬김으로써 얻던 명예와 이익을 초월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께 기쁨만을 드리기를 원하면서도 오히려 그와 반대로 고통을 드리는 불쌍하고 불행한 유다를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만하면 됐다, 유다야. 또 한 번 용서해 준다.‥‥" 예수께서도 피로하신 것 같다.‥‥"이후로는 네가 나를 이해하리라는 희망을‥‥ 바람을 가지고 용서해 준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지금은 말입니다. 제 말을 부인함으로써 저를 파멸시키지 마십시오. 부인을 하시면 저는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제가 다윗의 후손, 이스라엘의 왕을 모시고 온다는 것을 온 가리옷이 알고 있고, 제 고향인 이 도시에 선생님을 모셔드릴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두려움과 복종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어떻게 하시는지를 사람들에게 보이고, 또 그것을 요한과 시몬에게, 그리고 그들을 통하여 선생님을 사랑은 하지만 대등하게 취급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이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제 어머니도 거짓말쟁이요 어리석은 아들의 어머니라는 것이 창피스러울 것입니다. 주님, 어머니 때문에‥‥ 그리고 선생님께 맹세합니다만‥‥"

"내게 맹세하지 말고, 네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이런 의도로 죄를 짓지 않겠다고 너 자신에게 맹세하여라. 네 어머니와 주민들 때문에 머무르지 않고 떠나는 모욕은 주지 않겠다. 일어나거라."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진실을‥‥."

"아이고! 안됩니다."

"진실을 말하겠다. 오늘 어떻게 하라고 네게 명령을 하였다고. 애덕을 어기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방도가 언제나 있는 것이다.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을 불러라."

예수께서는 매우 준엄하시다. 유다가 그의 어머니와 제자들과 같이 돌아올 때에야 비로소 미소를 지으신다. 여인은 예수의 얼굴을 살펴본다. 그러나 거기에서 온정을 발견하고 안심한다.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리옷으로 갈까요? 나는 휴식을 취했으니, 어머니의 모든 호의에 감사합니다. 하느님께서 갚아 주시고, 내게 베풀어주신 사랑 대신에 부인이 그 죽음을 슬퍼하는 남편에게 안식과 기쁨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인은 예수의 손에 입 맞추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손을 여자의 머리에 얹고 쓰다듬으시며 입맞춤을 못하게 하신다.

"수레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선생님, 오십시오."

과연 밖에는 소들이 끄는 수레가 온다. 그것은 편리한 아름다운 수레이며. 수레 안에는 좌석으로 쓰일 붉은 껍데기를 씌운 방석들이 놓여 있다.

"선생님, 타십시오."

"어머니가 먼저 타십시오."

여인이 올라가고. 그다음에는 예수와 다른 사람들이 올라간다.

"이리 앉으십시오, 선생님" (유다가 이제는 예수를 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앞에 유다와 같이 앉으시고, 여인과 제자들은 뒤에 앉는다. 수레를 모는 사람은 곁으로 걸어가면서 소들을 찔러서 자극한다.

길의 거리는 짧다. 400미터가 좀 넘을까? 그러더니 가리옷의 첫 번째 집들이 보인다. 내가 보기에는 흔해빠진 작은 도시 같다. 해가 쨍쨍 내리비치는 길에서 한 작은 사내아이가 보고 있다가 쏜살같이 달아난다. 수레가 첫 번째 집들이 있는 데 이르렀을 때는 유력자들과 일반 서민이 나와서 맞이하고, 길가 집들에는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천과 초목, 초목과 천으로 주욱 장식을 해 놓았다. 기쁨의 환호를 지르고, 얼굴이 땅에 닿도록 절을 한다. 예수께서는 이제 피하실 길이 없어, 흔들거리는 당신의 옥좌 위에서 인사를 하시고 축복을 하신다.

수레는 계속 가다가 광장 저쪽에 가서는 다른 길로 방향을 돌린다. 그리고 정문을 활짝 열어놓고 문지방에 여자 두세 사람이 있는 집 앞에서 멎는다. 수레가 멎으니 모두 내린다.

"제 집은 선생님의 집입니다."

"유다야, 이 집에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평화와 거룩함이 있기를."

일행이 들어간다. 현관을 지나서 낮은 긴 의자들과 상감세공으로 장식된 가구들이 놓여 있는 넓은 방이 있다. 예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방의 유력자들도 들어온다. 절들이 오가고, 구경들을 하고 온통 잔치 분위기이다.

위엄 있는 노인이 연설을 한다 "주님을 모시는 것은 가리옷 지방으로서 커다란 사건입니다. 커다란 사건이고, 행복한 날입니다! 주님을 모시는 것도 사건이고, 가리옷의 아들들 중의 하나가 주님의 벗이요 협력자임을 보는 것도 사건입니다. 주님을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안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주님을 드러내신 것으로 인하여 백번 찬미받으십시오. 세세대대로 사람들이 기다린 분이신 주님, 찬미받으십시오. 주님이요 임금님, 말씀하십시오. 저희들의 마음이 주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것이 마치 몹시 뜨거운 여름 해로 바싹 마른땅이 9월의 부드러운 첫 번 비를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노인장이 어떤 분이시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씀에게로, 또 내가 그분의 말씀인 아버지께로 마음을 기울게 하신 주민 여러분께도 감사합니다. 이것은 지극히 높으신 주께서 사람의 아들들과 사이에 전에 손상되었던 아버지다운 감정을 원상태로 회복시키신 이 평화의 때에 여러분이 드리는 감사와 영광이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는 이 사람의 아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높으신 주님께로 돌아가는 것임을 여러분이 아시라고 그러는 것입니다. 당신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어 언약하신 구세주를 내려주신 참다운 주님이신 아브라함의 하느님께 찬미를 드려야 합니다. 영원한 의지이신 분의 종인 예수에게 영광과 찬미를 주실 것이 아니라 이 사랑의 의지이신 그분께 드려야 합니다."

"주님은 성인으로서 말씀하시는군요 ‥‥저는 회당장입니다. 오늘은 안식일은 아닙니다마는 율법을 설명하여 주십시오. 왕들을 신성하게 하는 기름보다도 더 나은 영원한 지혜의 기름 바름을 받으신 분이시니 말씀해 주십시오."

"가겠습니다."

"우리 주님이 아마 피곤하실 것입니다."

"아니다. 유다야. 나는 하느님께 대하여 말하는 것이 피로한 때가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실망시키기를 원하는 일이 없다."

"그러면 오십시오" 하고 회당장이 다시 부탁한다. "온 가리옷 사람이 밖에 모여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십시다."

"다들 나온다. 예수 깨서는 유다와 회당장 사이에서 나오시고, 그다음에는 유력자들과 군중, 군중, 군중이 따라 나온다. 예수께서는 지나가시며 축복하신다.

회당은 광장에 면해 있다. 모두들 들어간다. 예수께서는 강단을 향하여 가신다. 찬란한 옷을 입으셔서 아주 희게 보이는 예수께서는 영감을 받으신 얼굴로 늘 하시는 몸짓으로 팔을 펴시고 말씀을 시작하신다.

"가리옷의 주민 여러분, 하느님의 말씀이 말하니 들으시오. 여러분에게 말하는 사람은 오직 하느님의 말씀일 뿐입니다. 그의 절대 권위는 아버지에게서 오고 그가 이스라엘에 기쁜 소식을 전한 다음에는 그것이 아버지 깨로 돌아갈 것입니다.

마음과 정신이 혼란이 생기는 오류에 빠져 있지 않기 위하여 문을 활짝 열고 진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사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흉기를 들고 훔친 물건과 피로 물든 옷은 불에 타 없어질 것이다. 보라. 우리에게 어린아이가 하나 났고, 한 아들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의 이름은 이렇다. 놀라운 분, 충고자, 하느님, 강한 분, 장차 올 시대의 아버지, 평화의 임금' 이것이 내 이름입니다. 카이사르와 분봉왕들에게는 그들의 노획물을 그대로 남겨둡시다. 나는 훔치기는 하겠습니다. 그러나 불로 벌을 받아 마땅한 것을 훔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기는커녕 사탄의 노획물과 약탈물들을 사탄의 불길에서 빼앗아서 내가 임금으로 되어 있는 나라로 데려오고, 내가 아버지로 되어 있는 영원이라는 미래의 시대로 데려올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맞는 거룩함 때문에 환영을 보고 또 하느님에 대하여 말하도록 선택된 사람들이 예언한 것과 같이 나의 조상인 다윗은 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오직 한 사람‥‥ 내 아들을‥‥ 택하셨다. 그러나 사업은 거창하다. 그것은 사람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위한 집을 마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왕중 왕이신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당신 집을 지으시기 위하여 오직 한 사람, 당신 아들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벌써 자재를 마련하셨습니다. 오! 얼마나 많은 사랑의 금을! 얼마나 많은 구리와 은과 진귀한 나무와 보석을 마련해 놓으셨습니까!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말씀 안에 비축되어 있는데, 하느님의 말씀은 여러분 안에 하느님의 집을 짓기 위하여 그 자재들을 씁니다. 그러나 사람이 주님을 돕지 않으면, 주님이 당신 집을 짓고자 하셔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금에는 금으로 보답해야 하고, 은에는 은으로, 구리에는 구리로, 철에는 철로 보답해야 합니다. 이것은 사랑에는 사랑을 드려야 하고, 순결을 섬기기 위하여는 절제를, 충실하기 위하여는 항구함을, 꿋꿋하게 버티기 위하여는 힘을 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돌을 가져오고 내일은 나무를 가져와야 하며, 오늘은 희생을 하고 내일은 일을 해야 하며, 여러분 안에 항상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또 지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영원한 백성인 영원한 이스라엘의 스승이요, 메시아요, 왕인 사람이 여러분을 부릅니다. 그러나 그는 여러분이 이 일을 위하여 깨끗하게 되기를 요구합니다. 교만을 버리시오. 찬미는 하느님께 드려야 합니다. 인간적인 생각들을 버리시오. 나라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나와 함께 겸손되이 말하시오. '아버지, 모든 것이 당신의 것입니다. 좋은 것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을 알고 당신을 진실되게 섬기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또 이렇게 말하시오. '저는 누구입니까?' 하고. 그리고 여러분이 하느님께서 내려오셔서 쉬실 수 있을 깨끗한 집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어떤 물건이 되리라는 것을 인정하시오.

이 세상에 나그네요, 외부 사람인 여러분 모두는 서로 일치하여 언약된 나라를 향하여 걸어갈 줄 알아야 합니다. 길은 벌이 무서워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신 아버지이신 당신께 사랑으로 지키는 계명입니다. 계약의 궤는 완전한 마음, 즉 지혜의 자양분 많은 음식이 들어 있고 깨끗한 뜻의 가지에 꽃이 피는 그런 마음입니다. 그리고 집이 밝혀지기 위하여는 세상의 빛을 찾아오시오. 내가 그 빛을 여러분에게 가져다줍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재산도 없고 이 세상의 영예도 약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 아버지의 초자연적인 모든 재산을 가지고 있어서, 사랑과 애덕으로 하느님을 따를 사람들에게는 하늘의 영원한 영광을 약속합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같이 있기를 바랍니다."

정신을 차리고 들은 사람들이 약간 불안하게 떠든다. 예수께서는 회당장과 말씀하신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는데, 아마 유력자들인 모양이다.

"선생님은‥‥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십니까? 저희들이 듣기로는‥‥."

"내가 이스라엘의 왕입니다."

"그러나 선생의 말씀을 들으면‥‥."

"나는 이 세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약속도 안 한다고 말한 것 말이지요. 나는 진실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말한 것이 진실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생각을 압니다. 그러나 그 잘못된 생각은 해석을 잘못한 데에서 오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 대한 여러분의 지극히 큰 존경에서 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메시아가 오신다'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이 그러는 것과 같이 메시아와 왕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의 정신을 더 높이 올리시오. 그리고 저 아름다운 여름 하늘을 살펴보시오. 저 하늘이 저기서 끝나는 것같이 보이고, 하늘의 경계는 공기가 사파이어 색의 둥근 천장같이 보이는 곳으로 생각되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더 먼 곳에는 더 깨끗한 다른 공기층들과 더 깨끗한 하늘들이 있어서 낙원의 상상할 수 없는 하늘에까지 이릅니다. 메시아는 주님 안에서 죽은 의인들을 그리로 데려갈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메시아의 왕위와 실제적인 왕위, 즉 온전히 하느님에게서 오는 왕위 사이에 있는 것과 같은 차이입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보잘것없는 인간들이 그렇게까지 높은 곳을 쳐다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려고 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원하기만 하면 내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선생이 왕이 아니시라면, 우리가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선생이라고 부르든, 예수라고 부르든 좋을 대로 하시오. 나는 스승이고 구세주 예수입니다."

한 노인이 말한다. "주님, 보십시오. 오래전에, 아주 오래전, 칙령이 내렸을 때, 구세주가 베들레헴에 나셨다는 소식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 여럿과 같이 갔습니다‥‥저는 다른 아기들과 똑같은 어린 아기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믿음의 느낌을 가지고 아기에게 경배했습니다. 그다음 저는 다른 사람, 즉 요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이가 진짜 메시아이십니까?"

"영감님이 경배한 아기입니다. 또 한 사람은 선구자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눈으로 보실 때 큰 성인입니다. 그러나 메시아는 아닙니다."

"그러면 주님이었습니까?"

"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갓난아이였던 내 둘레에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가난과 깨끗함, 정직과 순결을 보았습니다.‥‥요셉이라고 하는 친절하고 믿음직한 장인, 장인이기는 하지만 다윗 가문의 사람과 마리아라고 하는 금발이고 아름다운 젊은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그분의 우아함에 비하면 엔가디의 가장 아름다운 장미들도 빛을 잃고 왕궁의 화단에 있는 백합꽃들도 추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하늘색의 큰 눈과 엷은 금발을 가진 아기를 보았습니다.‥‥다른 것은 아무것도 못 보았습니다.‥‥그리고 어머니가 제게 이렇게 말한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내 아들 대신으로 말합니다. 주님이 댁과 함께 계시고, 영원히 만날 때까지 주님의 은총이 댁이 걸어가는 길에서 댁 앞에 오기를 바랍니다.' 저는 지금 84세라‥‥이제 제 길도 끝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은총을 만나는 것을 더 이상 바라지 못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주님을 만났습니다.‥‥그래서 지금은 주님의 빛이 아닌 다른 빛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그렇습니다, 주님이 취하신 육체라는 이 연민의 옷 속에 계신 주님을 봅니다. 저는 주님을 봅니다! 여러분은 죽으면서 하느님의 빛을 보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시오!"

사람들은 예수의 곁에 있는 한 떼의 사람 가운데 있는 영감 받은 노인 둘레로 모여든다. 순백 발에 두 갈래진 긴 수염을 가진 머리, 진짜 족장이나 예언자와 같은 머리를 가진 그 노인은 이제는 지팡이에 의지하지도 않고 떨리는 팔을 쳐든다.

"당신 사랑의 힘으로 우리에게로 내려오신 그분, 즉 선택되신 분. 지극히 높으신 분. 완전하신 분이 아버지의 오른편으로 다시 올라가셔서 아버지와 하나가 되시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나 보시오! 그분은 모세가 지극히 높으신 분을 본 것과 같이 또한 최초의 조상 부부가 저녁의 산들바람 속에서 그분이 말씀하실 적에 그분을 알았다고 창세기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목소리와 비물질적인 본체가 아닙니다. 나는 그분이 진짜 육체를 가지고 영원하신 분께로 올라가시는 것을 봅니다. 찬란한 육체! 영광스러운 육체! 오! 하느님의 육체의 광채! 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름다움! 그분은 왕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왕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라 온 세상의 왕이십니다. 그리고 그분 앞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왕권이 굴복하고 그분의 왕홀(王笏)과 보석의 광채 앞에서 모든 왕홀과 왕관이 사라집니다. 왕관을, 그분은 머리에 왕관을 쓰고 계십니다. 왕홀을, 그분은 손에 왕홀을 들고 계십니다. 그분의 가슴에는 흉패(胸牌)를 달고 계신데, 거기에서는 진주와 루비들이 일찍이 보지 못했을 만큼 찬란하게 빛납니다. 거기에서는 희한한 화덕에서처럼 불꽃이 나옵니다. 손목에는 두 개의 루비가 있고, 거룩한 발에는 루비로 된 발목 걸이가 있습니다! 백성들이여, 영원하신 왕을 보시오! 저는 주님을 봅니다! 주님을 보아요! 주님과 같이 올라갑니다.‥‥아! 주님! 우리 구세주! ‥‥ 제 영혼의 눈에는 빛이 점점 더 환해집니다.‥‥왕은 당신 피로 장식되십니다! 왕관은 피투성이가 된 가시들이고, 왕홀은 십자가입니다.‥‥그 사람을 보시오! 여기 계십니다! 주님이십니다! ‥‥ 주님. 주님의 희생으로 이 종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예수님, 주님의 연민에 제 영을 맡겨 드립니다."

그때까지 예언의 열기로 다시 젊어져서 꼿꼿하게 서 있던 노인이 갑자기 털썩 주저앉는다. 그래서 예수께서 즉시 가슴에 받아 안지 않으셨더라면 쓰러졌을 것이다.

"사울!"

"사울이 죽어갑니다!"

"도와주시오!"

"달려오시오."

"죽어가는 의인의 둘레에서 조용히들하시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예수께서는 점점 더 무거워져 가는 노인을 더 쉽게 받쳐들 수 있도록 천천히 무릎을 꿇으셨다.

사람들이 조용해진다.

그런 다음 예수께서는 노인을 완전히 바닥에 누이신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신다. "이분의 영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분은 빛을 보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얼마 기다리지 않는 동안에 이분은 벌써 하느님의 얼굴을 뵙고 행복할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죽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죽음이 아닙니다. 즉 생명과의 이별이 아닙니다."

얼마 후에 사람들은 이 사건을 이러쿵저러쿵 말하며 떠나간다. 이제는 유력자들과 예수님과 제자들과 회당 장만이 남아 있다.

"주님, 그분이 예언을 한 것입니까?"

"그분의 눈이 진리를 본 것이다. 가자."

그들은 나온다.

"선생님. 사울 노인은 하느님의 영의 신임을 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희가 그분을 만졌으니 깨끗합니까 부정합니까?"

"부정하다."

"선생님은요?"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부정하다. 나는 율법을 바꾸지 않는다. 율법은 법률이니 이스라엘 사람은 그것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부정하게 되었으니, 셋째 날과 일곱째 날 사이에 깨끗해지는 예식을 행하자. 그때까지는 우리

가 부정하다. 유다야, 네 어머니에게로 돌아가지 않겠다. 어머니 집에 부정을 가져가지 않겠다. 네가 보낼 수 있는 사람을 보내서 어머니께 알려드려라. 이 도시에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가자."

-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43. 돌아오시는 길에 예수께서 헤브론 근처에서 목자들과 만나신다

 

예수께서는 어떤 급류를 끼고 제자들과 같이 길을 가신다. 끼고‥‥라는 말은 이를테면 그렇다는 말이다. 급류는 저 아래쪽에 있고, 위쪽에는 구릉을 끼고 산골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구불구불한 길이 나 있다. 요한은 짐꾼 모양으로 물건이 가득 들어 있는 뚱뚱한 배낭을 메고 오기 때문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갛다. 한편 유다는 그의 짐과 함께 예수의 짐을 지녔다. 시몬만이 그의 짐과 겉옷들만을 가지고 있다. 예수께서는 당신 옷을 다시 입으셨고 당신 샌들을 도로 신으셨다. 예수의 옷에 잘못된 주름이 없는 것을 보면 유다의 어머니가 사람을 시켜 빨게 한 모양이다.

"이 야산에는 실과도 많고 포도밭들도 훌륭하군요!" 하고 덥고 피로해도 명랑한 기분을 잃지 않는 요한이 말한다. "선생님, 우리 조상들이 그 물줄기 옆에 있는 언덕에서 기적적인 포도송이들을 딴 것이 이 내입니까?"

"아니다. 더 남쪽에 있는 다른 내이다. 그러나 이 지방 전체가 훌륭한 실과가 나는 축복받은 곳이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그렇게 비옥하지도 못하고 더구나 아름답지는 않군요."

"너무나 많은 전쟁으로 땅이 황폐해졌다. 이곳이 이스라엘이 형성된 곳이다.... 그러나 형성되기 위하여는 그의 피와 적들의 피로 땅을 기름지게 해야 하였다."

"목자들은 어디 가야 만나게 됩니까?"

"헤브론에서 5마일 되는 곳, 네 가 말한 강가에서 만난다."

"그러면 이 야산 너머입니까?"

"더 가서다."

"대단히 덥군요. 여름이라... 선생님, 그다음에는 어디로 갑니까?"

"더 더운 곳으로 간다. 그러나 그리로 가기를 부탁한다. 밤에 길을 가기로 하자. 별들이 하도 밝아서 어둡지 않다. 너희들에게 어떤 장소를 보여주고 싶다....."

"도시입니까?"

"아니다... 너희들에게 선생을 이해하게 할... 장소... 어쩌면 선생의 말보다도 더 낫게 이해하게 해 줄... 곳이다."

"저희들은 그 어리석은 사건으로 인해서 여러 날을 허비했습니다. 그 사건으로 모든 것이 망쳐졌습니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던 제 어머니는 실망을 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왜 '끗하게 하는 예식 때까지 작별하고자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다야, 참으로 충실하였던 사람에게 하나의 은총이었던 사건을 왜 어리석은 일이라고 부르느냐? 너는 너 자신을 위하여 그런 죽음을 원치 않겠느냐? 그 노인은 일생을 두고 메시아를 기다렸었다. 그는 벌써 나이 먹었었는데도 '메시아가 오셨다'는 말을 듣고는 메시아에게 경배하려고 불편한 길을 갔었다. 그리고 내 어머니의 말을 30년 동안 마은 속에 간직하였었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마련해 두셨던 시간에 사랑과 믿음이 그 열정으로 그를 에워쌌다. 그의 마음은 기쁨으로 부수어졌고, 뜻에 맞는 제물로서 하느님의 불로 살라졌다. 이보다 더 훌륭한 운명은 어떤 것이겠느냐? 네가 준비한 잔치를 그가 망쳤다고 하느냐? 이것을 하느님의 대답으로 보아라. 사람에게서 오는 것과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을 섞지 말아야 한다‥‥네 어머니는 나를 다시 만날 것이다. 그러나 저 노인은 나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온 가리옷 사람이 그리스도에게로 올 수 있지만, 저 노인은 그렇게 할 힘이 없었다. 나는 늙은 할아버지를 가슴에 안고 그분의 영을 하느님께 맡긴 것을 기뻐하였다. 또 그 밖의 일에 관하여는‥‥ 'n 때문에 율법에 대한 멸시를 나타내서 사람들의 빈축을 살 필요가 있느냐? '나를 따르라'라고 말하려면 걸어야 한다. 사람들을 거룩한 길로 데려오기 위하여는 그 길을 가야 한다. 만일 내가 불충실했더라면 어떻게 '충실하여라'하고 말할 수 있었겠으며, 또 지금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

"제 생각에는 이 잘못된 생각이 우리 몰락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율법 박사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여러 가지 규칙의 무거운 짐으로 백성을 찍어 누릅니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요한의 집에다 술집을 만들어서 모독한 그 사람과 같이 행동합니다" 하고 시몬이 비평한다.

"그 사람은 헤로데당 사람이야‥‥."

"유다, 맞아. 그러나 사람들이 거룩하다고 말하고, 자기 자신들도 거룩하다고 자칭하는 특권계급에도 같은 잘못들을 볼 수 있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시몬이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 진짜 누룩과 진짜 향(香)이 한 줌이라도 있는 한 빵을 만들고 제단을 향기롭게 할 것이라고 말하겠다."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만일 어떤 사람이 곧은 마음을 가지고 진리를 찾아오면, 진리가 누룩처럼 밀가루 전체에 퍼지고 향처럼 이스라엘 전체에 퍼지리라는 뜻이다."

"그 여자가 선생님께 무슨 말을 했습니까?" 하고 유다가 묻는다.

예수께서는 대답을 안 하신다. 그리고 요한을 돌아보시며 말씀하신다."짐이 무거워서 피곤하지. 네 짐을 내게 다오."

"아니올시다, 예수님. 저는 훈련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이사악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짐이 더 가벼워집니다."

비탈을 돌아갔다. 그러니까 뒤편 비탈 수풀로 그늘진 곳에 엘리야의 양 떼들이 있다. 그리고 목자들이 그늘에 앉아서 지키고 있다. 그들은 예수를 보고 달려온다.

"평화가 당신들과 같이 있기를. 여기에 있었소?"

"저희들은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그리고 늦으시기 때문에 선생님 마중을 가야 할지 또는 순종을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선생님께 와 저희들 사랑에 동시에 복종하려고 여기까지 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선생님은 여러 날 전에 여기 와 계시기로 되어 있었는데요."

"어디 좀 들러야 했어요 ‥‥."

"그렇지만‥‥ 잘못된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까?"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요. 충실한 사람 하나가 내 품에서 죽었소. 다른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목자 양반? 일을 잘 준비했을 땐 말이지요‥‥ 물론 일을 잘 준비할 줄을 알아야 하고 또 그것을 받을 마음 준비도 잘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 고향 도시는 그리스도께 모든 영광을 드렸어요. 그렇지요, 선생님?"

"사실이다. 이사악, 우리는 사라의 집에서 돌아오다가 거기 들렀었다. 유다 읍내도 이사악의 말의 소박한 친절과 진실성이라는 준비 외에 다른 준비는 없었지만, 내 가르침의 요점을 이해할 줄 알았고, 실제적이고 이해관계를 초월하고 거룩한 사랑으로 사랑할 줄을 알았다. 이사악아, 유다에서는 옷과 양식을 네게 보냈다. 그리고 네 병상에 남아 있던 보잘것없는 돈에다가 세상에 돌아오는데 아무것도 없는 너를 위해 모두가 얼마간 보태고자 하였다. 자, 받아라. 나는 돈을 가지고 다니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 돈은 사랑으로 깨끗하게 된 것이기 때문에 받았다."

"아니올시다, 선생님이 가지십시오. 저는 돈 없이 지내는 데 습관이 돼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보낼 여러 지방에 가야 할터 이러 너도 돈이 필요할 것이다. 일꾼은 영혼들을 위하여 일하는 때라도 삯을 받을 권리가 있다‥‥마치 주인을 돕는 나귀와도 같이 일꾼도 먹어야 할 육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수로운 것은 아니지마는 너는 요령 있게 처리해 나갈 수 있겠지‥‥ 요한의 배낭에는 유다 샌들이 있다. 요아킴도 제 식구들 것을 보탰다. 옷과 샌들이 크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 선물에는 많은 사랑이 들어 있다!"

"선생님" 하고 엘리야가 말한다 "그 여자가‥‥ 요한의 집에 있는 그 여자가‥‥선생님이 떠나신 지 사흘이 되고, 또 저희들이 헤브론의 풀밭에서 양 떼들을 먹이고 있을 때 -풀밭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니까 사람들이 우리를 쫓아내지 못했던 것입니다-그 여자가 이 주머니를 들려서 하녀를 보내서 저희에게 말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제가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첫 번째는 주머니를 돌려주면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소' 하고 말했습니다‥‥그다음 그 여자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부탁하니 오세요' 하고 전갈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갔습니다‥‥그 여자는 그의 ‥‥ 그렇지요, 그 여자를 정부로 두고 있는 남자가 떠나기를 기다렸습니다‥‥얼마나 많은 것을‥‥ 그렇습니다. 그 여자는 별 별것을 다 알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신중하게 행동하느라고 별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창녀이니, 선생님에 대한 무슨 계략이 있지 않나 염려를 한 것입니다. 그 여자는 선생님이 누구이시고, 어디 사시며 무엇을 하시는지, 또 선생님이 높은 양반이냐고 물었습니다‥‥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분은 나자렛의 예수님 이시오. 사방이 다 그분의 집이오. 그분은 선생님이시고 팔레스티나를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시기 때문이오" 하고. 저는 선생님이 가난하시고 그저 보통 장인이신데. 영원한 지혜가 선생님 안에 지혜를 넣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잘하셨어요"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랬더니 동시에 유다도 이렇게 외친다. "영감님, 잘못하셨어요. 왜 선생님이 메시아이시고 세상의 왕이시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저 교만 한 로마 여자를 하느님의 찬란한 빛으로 쫓아버리시오!"

"그 여자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진정인지 내가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이 그 여자를 보았을 때 그 여자가 어떻다는 것을 말했지요. 거룩한 물건을 내가 던질 수가 있었습니까? 그런데 예수님께 관한 것은 모두가 거룩한데, 그 여자의 입에 던져 넣을 수 있었겠어요? 너무나 많은 것을 알려주어서 예수님을 위태롭게 해 드릴 수 있었겠어요?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 예수님께 언짢은 일이 온다 하더라도 나한테서는 가서 안됩니다."

"요한, 우리 가서 그분은 선생님이라고 말하고 거룩한 진리를 설명해 주세."

"나는 싫어, 예수님이 명령을 하시지 않으면."

"자네 겁이 나는 건가? 그게 어떻다는 거야? 그 여자에 대해서 혐오감을 느끼나? 선생님은 혐오감을 가지지 않으셨는데!"

"겁도 안 나고 혐오감도 느끼지 않아. 그렇지만 내 생각에는 만일 예수님이 원하셨더라면 그 여자를 가르치시기 위해 지체하실 수 있었을 거야. 그런데 그렇게 안 하셨어‥‥그러니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은 적당치 않아."

"그러면 회개의 표가 없었단 말이로구먼‥‥이제는‥‥엘리야, 주머니를 보여주시오." 그리고 유다는 풀 위에 앉아 있기 때문에 겉옷 자락 위에 주머니에 든 것을 쏟는다. 가락지, 귀걸이, 팔찌, 목걸이 따위 모두가 쏟아져 나온다. 유다의 짙은 노란색 옷에 누런 황금이 쏟아진다. "보석이 한 무더기라!‥‥ 이걸 어떻게 하지?"

"이건 팔 수 있을 거야" 하고 시몬이 말한다.

"이건 위험한 물건들이야" 하고 유다가 반대한다. 그러면서도 그것들을 감탄하며 들여다보고 있다.

"나도 그것들을 받으면서 그 말을 했어요. 그리고 '당신 주인이 당신을 때릴 거요' 하고 덧붙였어요. 그랬더니 그 여자는 '이것들은 제 소지품입니다. 제 것이에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죄로 얻은 황금이라는 걸 저도 압니다. 그렇지만 가난하고 거룩한 분을 위해 쓰이면 깨끗해질 것입니다. 그분이 저를 기억하시라고 이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울었어요."

"선생님, 가보십시오."

"안 간다."

"시몬을 보내십시오."

"아니다."

"그러면 제가 가겠습니다."

"안된다. " 예수의 "아니"라는 대답은 무뚝뚝하고 명령적이다.

"선생님, 제가 그 여자에게 말을 하고 이 금을 받은 것이 잘못이었습니까?" 하고 예수께서 걱정하시는 것을 보고 엘리야가 묻는다.

"엘리야는 잘못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할 일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저 여자가 자기의 죄를 갚으려고 하고 그래서 가르침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고 유다가 또 반대한다.

"저 여자 안에는 그의 악습을 불사를 불을 놓을 수 있는 불똥이 벌써 많이 있고, 그의 영혼은 뉘우침의 결과로 다시 순결하게 될 것이다. 반죽 전체에 작용해서 그것을 가지고 축성된 빵을 만드는 누룩 이야기를 너희에게 한 것이 얼마 안 된다. 이 짧은 비유를 들어보아라.

저 여자는 밀가루이다. 마귀가 지옥의 먼지를 섞어 놓은 밀가루이다. 나는 누룩이다. 이것은 내 말이 누룩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밀가루 속에 밀기울이 너무 많이 있든지, 밀가루에 자갈과 모래를 섞었다든지, 게다가 재까지 섞어 놓았다든지 하면, 누룩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빵을 만들 수 있겠느냐? 만들 수 없다. 밀가루에서 참을성 있게 밀기울과 재와 자갈과 모래를 걷어내야 한다. 하느님의 자비가 지나가면서 체를 주신다‥‥첫째 것은 근본적인 짧은 진리로 되어 있다. 완전한 무지와 악습과 이교도의 오류라는 그물에 걸려 있는 사람이 그 근본적인 진리를 이해해야 한다. 만일 영혼이 그 진리들을 받아들이면 첫 번째 정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정화는 자기의 존재를 당신 모습을 나타내신 절대적 존재와 대조해보는 영혼 자신의 체로써 오는 것이다. 영혼은 자기 자신을 몹시 싫어하게 되고 자기 일을 시작하게 된다. 점점 더 정확해지는 작업으로 돌을 걷어내고, 돌 다음에는 모래를, 그다음에는 재를 걷어내고, 마침내 벌써 밀가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굵은 알맹이, 너무 굵은 알맹이여서 훌륭한 빵을 만들 수 없는 것마저도 걷어내기에 이른다. 이제는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 그때에는 자비가 다시 와서 준비된 유다야, 이것도 준비이다- 준비된 밀가루에 섞여서 그것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그것으로 빵을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영혼의 '의지가' 작용하는 오랜 작업이다.

저 여자‥‥ 저 여자는 그의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 최소한의 것을 벌써 그의 안에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최소한의 것을 그 여자에게 주어 마땅하였다. 만일 저 여자가 그 일을 하기를 원한다면 방해하지 말고 가만 내버려 두자. 무진 애를 쓰는 영혼에는 호기심이나 무분별한 영성이나 비타협성이나 지나친 동정 따위 모두가 방해가 된다."

"그럼 가지 않는 것입니까?"

"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너희 중의 아무도 유혹을 받지 않도록 우리는 곧 떠난다. 숲에는 그늘이 있다. 테레빈트 계곡 아래쪽에서 걸음을 멈추고, 거기서 헤어지도록 하자. 엘리야는 레위와 같이 그의 목장으로 돌아가고 요셉은 나와 같이 예리고로 가는 얕은 곳까지 가자. 그리고‥‥ 또다시 만나자. 이사악은 유다에서 아리마태아와 리다를 저쳐 도꼬에까지 가면서 유다에서 한 일을 계속하여라. 거기서 우리는 다시 만난다. 준비를 시켜야 할 유다가 있는데, 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유다에서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저희들은요?"

"너희들은 내가 말한 것과 같이 내가 준비한 것을 보기 위해 같이 가자. 나도 사명을 위해 준비를 하였다."

"교사에게 가서 하셨습니까?"

"아니다."

"요한에게 가서 하셨습니까?"

"나는 그에게서 세례를 받았을 뿐이다."

"그러면요?"

"베들레헴은 돌과 마음으로 말을 하였다. 유다야, 내가 너를 데리고 가는 그곳에서도 돌과 마음이, 즉 내 마음이 말을 하고 네 질문에 대답할 것이다."

우유와 검은 빵을 가져온 엘리야가 말한다.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저와 이사악은 헤브론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해 보았습니다‥‥그러나 그 사람들은 요한만 믿고 요한의 이름을 불러서만 맹세하고 요한만을 원합니다. 요한이 그들의 '성인'입니다. 그래서 요한밖에는 원치 않습니다."

"많은 나라에 공통하고 현재와 후세의 많은 믿는 사람에게 공통하는 잘못이다. 그 사람들은 일꾼은 보지만 일꾼을 보낸 주인은 보지 못한다. 그들은 일꾼에게 질문을 하면서 '이 말을 당신 주인에게 하시오' 하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주인'이 있기 때문에 일꾼이 있다는 것을 잊고, 주인은 일꾼을 가르쳐서 일을 하기에 알맞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잊고 있다. 그들은 일꾼이 중간에 들 수는 있으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주인 한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잊고 있다. 이 경우에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하느님이시고, 하느님과 더불어 그분의 말씀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말씀은 그로 인하여 고통은 느끼지만 원한은 품지 않는다. 가자."

-이렇게 해서 환상은 끝난다.

 

44. 예수께서 엄재하 신 산과 유혹을 당하신 산악지대에 가신다

 

황량한 곳에 대단히 아름다운 새벽이다. 한 작은 산비탈에서 맞이하는 새벽이다. 겨우 날이 새기 시작한다. 하늘에는 마지막 별들이 아직 보이고, 어두운 빛깔의 벨벳 같은 하늘 바탕에 이지러진 가는 초승달이 은빛 콤머(,) 모양으로 아직 떠 있다.

산은 다른 산맥들과 연결되지 않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산꼭대기는 훨씬 위에 있다. 그러나 산 중턱에서도 넓은 지평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으로 보아 지면의 높이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벽의 희끄무레하고 푸르스름한 어렴풋한 빛이 감돌며 점점 밝아지는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에 물건들의 윤곽과 세밀한 곳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들이 처음에는 해뜨기 전에 생기는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았었다. 밤에서 아침으로 옮아올 때에는 별빛이 줄어들고 없어지다시피 하기 때문에 새벽안개는 언제나 밤보다도 더 어둡다. 이렇게 해서 나는 동물과 짐승들의 소굴과 산에서 몸을 피할 못을 만들어 주는 굴곡이 심한 바위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흙이 조금 쌓여 있어서 빗물을 받아 보존할 수가 있는 몇 군데에만 파란 덤불들이 있는데, 그것은 잎이 드문드문한 가시 돋친 줄기밖에 없는 초목들과 지면과 가지런히 나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젓가락 같은 나무 덤불들이다.

그 밑에는 펑퍼짐하고 돌이 많은 한층 더 메마른 공간이 있는데, 어두운 곳으로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메말라지고, 너비보다는 길이가 더 길어서, 길이가 적어도 너비의 다섯 배는 된다. 나는 이 황량한 풍경 속 지하수로 인하여 생겨난 무성한 오아시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날이 더 환해져서 보니 그것은 수면이었다. 괴어 있고 우중충하고 움직이지 않는 물이었다. 말할 수 없이 쓸쓸한 호수이다. 아직 어렴풋한 빛 속에서 그것을 보니 움직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환상이 기억에 떠오른다. 호수는 하늘의 우중충한 모습과 주위의 모든 처량한 경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 호수는 그 움직이지 않는 물에 가시 돋친 초목들과 뻣뻣한 풀들을 반사하는 것 같다. 가시 돋친 초목들과 뻣뻣한 풀은 여러 킬로미터에 걸쳐 평야와 언덕에서 땅의 유일한 장식이 되며, 호수는 이것들을 가지고 거기에서 발생하여 온 주위에 기운을 퍼뜨리는 우울하고 쓸쓸한 미약(媚藥)을 만드는 것 같다. 밝고 아름다운 겐네사렛호수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위로 점점 더 밝아지는 아주 맑은 하늘을 쳐다보고 동쪽에서 빛나는 밀물 같이 퍼지는 빛을 쳐다보니, 정신이 다시 명랑해진다. 그러나 저 움직이지 않는 넓은 수면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 위로 날아다니는 새 한 마리 없고, 그 물가에는 짐승이 하나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이 황폐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예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를 흔들었다. "자, 내가 오려고 하던 곳에 우리가 와있다." 나는 몸을 돌렸다. 예수께서 는 내 뒤 바위 투성이 산비탈 근처에 요한과 시몬과 유다 사이에 계시다. 거기에는 오솔길이 하나 나 있다‥‥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거기에는 오랜 세월을 두고 장마철에 물이 석회암을 침식하여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물이 흘러가는 데 쓰이는 겨우 흔적만이 있는 수도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것이 지금은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산양들이 다니는 길이 되었다고.

예수께서는 주위를 빙 둘러보시며 되풀이하신다. "그렇다, 내가 너희들을 데려오려고 한 곳이 여기다. 여기서 그리스도가 그의 사명을 준비하였다."

"그렇지만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데요!"

"네 말대로 아무것도 없다."

"누구와 같이 계셨습니까?"

"내 영과 아버지와 같이 있었다."

"아! 몇 시간 동안 쉬신 거로군요!"

"아니다, 유다야. 몇 시간이 아니라 여러 날이었다‥‥."

"그렇지만, 누가 선생님 시중을 들었습니까? 어디서 주무셨습니까?"

"하인으로는 저희들 굴로 자러 오는 야생 당나귀들이 있었다‥‥바로 내가 몸을 의지했던 이 굴이다. 수리들도 내 시중을 들었다. 그놈들은 사냥하러 나갈 때 그 거친 울음소리로 '날이 밝았습니다' 하고 말해 주곤 하였다. 벗으로는 말하자면 내 발 앞에까지 풀을 뜯어먹으러 오는 작은 산토끼들이 있었고‥‥내 음식은 야생꽃들이 먹고 마시는 것, 즉 밤이슬과 햇빛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네가 말하는 것과 같이, 내 사명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잘 준비한 일이 성공한다. 너도 그렇게 말했지. 내 할 일은 주의 종인 나를 사람들 앞에 드러내는 작고 무익한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그렇게 이해하는 것을 통하여 질실한 정신으로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하느님의 승리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승리를 생각하는 주의 종은 정말 불쌍하다! 그 승리에서 이득을 얻어내려고 애쓰는 주의 종, 하느님의 이해관계로 만들어졌으면서도‥‥천상의 이해관계인 그 하느님의 이해관계를 땅에 질질 끌리도록 타락한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옥좌에 오를 생각을 하는 주의 종은 정말 불쌍하다는 말이다. 그 사람이 겉보기는 주의 종으로 보인다 해도 실제로는 이제 종이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속이고 사람들을 속이며, 하느님도 속이기를 원하는 장사꾼이요, 부정상이요, 속이는 사람이며‥‥ 자기를 왕자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예인 불쌍한 사람이다. 그의 왕이요 거짓말의 선생인 마귀의 노예인 것이다. 여기 이 굴속에서 그리스도는 매우 많은 시일을 극기와 기도로 생활하면서 그의 사명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유다야, 내가 준비를 하기 위하여 어디로 갔어야 했다는 거냐?"

유다는 난처한 입장에 빠져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떤 선생에게‥‥ 에세 네타 사람들에게*‥‥가셔야 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만‥‥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능력과 지혜가 내게 말해 주시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선생을 내가 찾아낼 수 있었다는 말이냐? 그리고 내가-아버지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있었고, 그래서 사람이 어떤 불멸의 영으로 생명을 얻게 되었고, 창조주께서 사람에게 어떠한 자유로운 판단 능력을 주셨는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영원한 말씀인 내가 말이다-최후의 부활을 부인함으로써 영혼의 불멸을 부인하는 사람들, 덕행과 악습, 거룩한 행동과 나쁜 행동이 숙명적이고 어찌할 수 없는 운명으로 결정지어진다고 말하면서 한쪽도 지지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의 자유를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지식과 이해를 찾으러 갈 수 있었겠느냐? 아! 그럴 수는 없었다. 너희들이 운명은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너희들이 운명은 가지고 있어. 아버지께서 너희들에게 그 운명을 원하시는데, 그것은 사랑과 평화와 영광의 운명이며 그것은 '너희들 아버지의 자녀들을 만드는 거룩함'이다. 진흙으로 아담이 만들어졌을 때에 하느님의 생각에 있었던 운명, 마지막 사람의 영혼이 창조될 때까지 하느님의 생각에 들어 있을 운명은 이런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왕으로서의 너희들의 신분에 대하여 폭력을 쓰지 않으신다. 왕이 만일 포로가 되면 이미 왕이 아니다. 왕의 지위를 잃은 것이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개인적인 작은 왕국, 즉 너희들의 '나' 안에서 자유를 누리기 때문에 왕이다. 너희들의 왕국에서는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너희들 앞에, 너희들의 작은 왕국의 국경에는 너와 친한 왕과 적의를 가지고 있는 권력 둘이 있다. 너희와 친한 왕은 그에게 딸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하여 마련한 규칙들을 너희에게 보여준다. 그가 그 규칙을 너희에게 보여주면서 말한다. '내 규칙들을 보아라, 그것을 지키면 영원한 승리를 확실히 얻게 된다'라고 너희들이 원하기만 하면 그것을 실천에 옮겨서 거기에서 영원한 영광을 얻어낼 수 있도록 그분이, 지혜로우신 분, 거룩하신 분이 그 규칙들을 너희들에게 보여주신다. 적의를 가지고 있는 두 권력은 사탄과 육체이다. 육체라는 이름에는 너희들의 육체와 세상의 육체, 즉 세상의 화려함과 유혹을 포함시킨다. 세상의 화려함과 유혹이라는 것은 세상에서 오거나 세상에 있는 재산과 즐거움과 명예와 권력을 말하는 것인데, 그것들을 정직하게 얻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또 사람이 여러 가지 상황이 합쳐진 덕으로 그것들을 얻게 되면 그것들을 정직하게 쓰기는 더구나 어려운 것이다. 육체와 세상의 지배자인 사탄은 너희들에게 직접 말을 걸기도 하고 육체를 통하여 호소하기도 한다. 그도 규칙들을 가지고 있다‥‥오! 가지고 있고 말고! ‥‥그리고 '내가 육체에 둘러싸여 있고, 육체는 마치 쇳조각이 '자석 쪽으로 가듯이 육체를 추구하기 때문에, 그리고 유 흑자의 노래가 장미밭에서 달밤에 사랑에 빠진 밤꾀꼬리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보다 더 감미롭기 때문에 그 규칙 쪽으로 가서 그 권력을 따르면서 '당신들을 친구로 생각합니다. 들어오시오' 하고 말하기가 더 쉽다.

들어오시오‥‥너희들은 어떤 동맹국이 그가 준 원조에 대하여 백 배나 되는 보수를 요구하지 않고 끝까지 성실한 채로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느냐? 그 권력들은 이런 것이다. 그 권력들은 들어와서 주인이 된다. 주인이? 아니다, 폭군이 된다. 아! 인간들아, 그 권력들은 너희들을 갤리선의 죄수들의 자리에 붙잡아 매 놓고, 사슬로 묶어 놓으며, 그들의 멍에에서 목을 빼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으며, 너희들이 그들에게서 빠져나오려고 하면 채찍으로 너희에게 피 흐르는 자국을 남겨놓는다. 아아! 으깨진 살덩어리가 되도록 매를 맞아 그들의 잔인한 발로 밀려나게 될 정도로 못쓰게 되거나 매를 맞아 죽거나 한다. 만일 너희들이 이런 고통을 스스로 당할 줄을 알면, 이런 고통을 스스로 당할 줄 알면 말이다. 그때에는 자비의 하느님, 그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비참한 인간들을 그래도 아직 불쌍히 여길 수 있는 유일한 자비의 하느님께서 지나가신다. 두 지배자 중의 하나인 세상이 혐오감을 느끼고, 또 한 지배자인 사탄이 복수의 화살을 쏘아대는 그 혐오감을 주는 불쌍한 인간의 위로 말이다. 그리고 그 자비의 하느님께서는 그 곁으로 지나가시면서 몸을 굽혀 그 인간을 거두어서 치료하여 고쳐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두려워 말고 오너라. 너를 들여다보지 말아라. 네 상처는 이제 상처 자국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하도 많아서 소름이 끼칠 것이다. 그만큼 그 상처들로 인하여 네가 보기 흉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 상처 자국을 내려다보지 않고 네 뜻을 내려다본다. 그 착한 뜻 때문에 네게는 표가 하나 새겨졌다. 그리고 그 표 때문에,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하고 같이 가자고 네게 말하겠다.' 그러시면서 그 사람을 당신 나라로 데려가신다. 그때에는 너희가 자비와 왕의 우정이 같은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너희들은 그분이 너희에게 보여주셨는데, 너희가 따르기를 원치 않았던 규칙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너희들이 그것들을 지킬 뜻을 가졌고‥‥그래서 우선 양심의 평화, 그다음에는 하느님의 평화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말해 보아라. 그 운명을 유일한 분이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신 것이냐, 아니면 각자가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취한 것이냐?"

"각자가 제 운명을 스스로 취한 것입니다."

"시몬아, 잘 판단하였다. 복된 부활과 하느님의 선물을 부인하는 사람을 내가 찾아가서 나를 가르쳐 달라고 할 수가 있었겠느냐? 그래서 내가 온 것은 이곳이었다. 나는 사람의 아들의 마음을 들어 마지막 가공의 손질을 하여, 내 임무를 완전하게 시작하기 위한 30년간 기진맥진하며 준비한 일을 마무리지었다. 이제는 너희들에게 며칠 동안 나와 같이 이 굴 속에 있기를 부탁한다. 우리는 친한 사람 넷이니 우울과 무서움과 유혹과 육체의 욕구에 대하여 우리를 지킬 수 있을 터이니까 기다림이 항상 덜 쓸쓸할 것이다. 나는 혼자였었다. 또 지금은 여름이고, 이렇게 높은 곳에는 꼭대기에서 바람이 불어 내려와 더위를 완화해 주기 때문에 덜 고생스러울 것이다. 나는 데벳(Tebet) 달에 왔었는데, 산 꼭대기에 있는 눈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이 몹시 찼었다. 이번에는 기다리는 기간이 더 짧을 것이고, 또 우리의 시장끼를 달랠 수 있을 최소한의 양식을 여기 가지고 있고, 목자들에게서 받아오게 한 수통에는 이 짧은 체류에 쓸만한 물이 넉넉히 있으니까 기다림이 덜 괴로을 것이다. 나는‥‥ 나는 사탄에게서 두 영혼을 빼앗을 필요가 있다. 이 일을 끝까지 해치울 수 있는 것은 고행밖에 없다. 나는 너희들에게 도움을 부탁한다. 이것은 너희들의 교양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너희들은 맘몬에게서 희생물을 어떻게 빼앗아 오는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말보다는 오히려 희생으로 빼앗아오게 된다‥‥ 말! 사탄이 소란을 피워서 말을 듣지 못하게 한다. 원수의 희생물이 되어 있는 영혼들은 요란스러운 목소리의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간다‥‥ 나와 같이 있겠느냐? 그러나 같이 있고 싶지 않으면 너희들은 가거라. 나는 남아 있겠다. 데꾸아의 장터 근처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자."

"아닙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하고 요한이 말하는데, 시몬도 이렇게 외친다. "선생님은 저희들을 높이시기 위해서 이 구속의 일에 선생님과 같이 있으라고 하시는 겁니다. " 유다는‥‥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운명에 대하여‥‥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말한다. "저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수통과 배낭들을 굴 속에 갖다 두어라. 그리고 해가 몹시 뜨거워지기 전에 나뭇가지들을 꺾어다 입구 근처에 쌓아 두어라. 여기서는 여름에도 밤에도 춥고, 또 짐승들이 모두 순하지는 않다. 저기 저 고무 성질이 있는 아카시아 작은 나무에 불을 즉시 붙여라. 저 나무는 잘 탄다. 그 나뭇가지를 여기저기 틈이 있는 곳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불로 독사나 전갈들을 쫓아내자. 자, 시작해라."‥‥

‥‥산의 똑같은 지점이다. 다만 지금은 밤이다. 벌써 열대지방에 가까운 이 지방에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아름다운 밤하늘이다. 별들이 기막히게 크고 빛난다. 큰 별자리들은 보석 송이 같다. 엷은 황옥, 연한 사파이어, 부드러운 오팔, 연한 루비가 뭉친 송이 같다. 그 별들은 환해졌다가, 마치 눈꺼풀이 잠깐 가릴 때에 보이지 않는 눈과 같이 꺼졌다가 더 굉장한 빛을 다시 내곤 한다. 가끔 별똥별이 하늘에 불빛 나는 줄을 긋고는 어느 지평선으론 지 사라진다. 그것은 이 끝없는 목장 위를 그렇게 날아가는 것이 즐거워서 기쁨의 함성을 올리는 빛나는 화살과도 같다.

예수께서는 동굴 입구에 앉으셔서 당신을 포함하여 원형을 이루고 앉아 있는 세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네 사람이 둘러앉은 가운데에 깜부기불 한 무더기가 아직 뜬숯처럼 빛을 내고 있어 그 반사광으로 네 사람의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는 것을 보면, 불을 피웠던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머무르는 일이 이제 끝났다. 이번에 머무르는 일이 끝났단 말이다. 지난번에는 40일 동안이 걸렸다‥‥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때는 이 비탈에는 아직 겨울이었고·, 나는 음식이 없었다. 이번보다 좀 더 어려웠겠지? 이번에도 너희들이 고통을 당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 안 되어서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이 특히 젊은이들의 시장끼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너희들이 쇠약해져서 쓰러지는 것이나 겨우 막을 정도였다. 물은 낮의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한층 더 부족하였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겨울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때에는 산꼭대기에서 불어 내려와 허파를 말려버리고, 들판에서는 광야의 먼지를 잔뜩 품고 일어나 이 여름 더위보다도 더 말려 죽이는 건조한 바람이 있었다. 이 여름 더위는 거의 다 익어가는 저 새콤한 열매로 달랠 수가 있지 않느냐? 그때에는 산에 그저 바람과 앙상한 아카시아 나무 둘레에 얼어서 말라버린 풀들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전부 다 주지는 않았다. 그것은 돌아갈 때에 대비하여 마지막 빵과 마지막 치즈와 마지막 수통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나는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몹시 지쳐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안다. ‥‥물건들을 챙겨 가지고 떠나자. 오늘 밤은 우리가 여기 도착한 날 밤보다도 한층 더 밝다. 달은 없지만, 하늘에서는 빛이 쏟아져 내린다. 가자 이곳을 잘 기억해 두어라. 그리스도가 어떻게 준비를 하였는지, 또 사도들이 어떻게 준비하는지 기억하도록 하여라. 사도들은 내가 가르쳐준 대로 준비하는 것이다. "

일행은 일어난다. 시몬은 불을 발로 발아 끄기 전에 나뭇가지로 뜬숯을 휘젓고 마른풀을 얹어 불을 다시 일으키고 그 불꽃으로 아카시아 나무 가지에 불을 붙여 동굴 입구에 쳐들고 있다. 그동안 유다와 요한은 겉옷과 배낭과 수퉁들을 모아놓는다. 수통은 하나만이 아직 물이 가득 차 있다. 그런 다음 시몬은 나뭇가지의 불을 바위에 대고 뒤흔들어 끄고 그의 배낭을 집어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겉옷을 입고, 걷는 데 거치적거리지 말라고 허리를 졸라맨다.

그들은 말없이 일렬로 서서 대단히 가파른 오솔길을 내려오는데, 아직 햇볕에 말라죽지 않은 얼마 안 되는 풀을 뜯어먹던 작은 짐승들이 도망친다. 길은 멀고 어렵다. 마침내 그들은 들판으로 내려왔다. 여기에서도 걷기가 별로 쉽지 않다. 여기에는 돌과 깨진 돌조각들이 발 밑에 눈에 잘 띄지 않게 널려 있고, 게다가 길의 흙이 먼지가 되어서 그것들을 보이지 않게 해서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발에 상처를 입히며, 햇볕에 시들은 가시덤이 가 발을 할퀴고 옷자락에 달라붙어 걸음을 방해한다. 그러나 길이 더 곧기는 하다.

저 하늘 위에는 별들이 점점 더 아름답다.

일행은 가고 또 가고, 몇 시간 동안을 간다. 땅은 점점 더 메마르고 더 쓸쓸하다. 반짝거리는 광채가 땅이 조금 주름진 곳과 거친 땅 여기저기 있는 구멍에서 반짝이고 있다. 꼭 광택을 잃은 보석의 광채 같다. 요한이 그것들을 보려고 몸을 굽힌다. "그것은 하층토(下層土)에 있는 소금이다. 하층토에는 소금이 가득 차 있다. 그 소금이 봄에 물이 불어날 때에 지면으로 비어져 나왔다가 마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생명이 지탱하지 못하는 것이다. 동쪽에 있는 바다는 깊은 광맥(廣脈)으로 해서 그 주위 여러 스타드*에 걸쳐 죽음을 퍼뜨린다. 단물 샘이 그 작용에 장애가 되는 곳에서만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나무를 얻어 만날 수 있다" 하고 예수께서 설명하신다.

일행은 또 걸어간다. 그러다가 예수께서는 그분이 사탄에게 유혹당하시는 것을 내가 본 일이 있는 동굴 가까이에서 걸음을 멈추신다. "여기서 좀 쉬자, 거기들 앉아라. 얼마 안 있어 닭이 울 것이다. 우리가 여섯 시간이나 걸었으니 너희들은 시장하고 목이 마르고 피곤할 것이다. 자 받아라. 여기 내 둘레에서 먹고 마셔라. 그동안 또 한 가지를 너희에게 말해 줄 터인데, 너희는 이 말을 친구들과 세상 사람들에게 하여라." 예수께서는 당신 배낭을 벌리고 빵과 치즈를 꺼내서 잘라서 나누어 주시고, 당신 수통에서 공기에 물을 따라서 역시 나누어 주신다.

"선생님은 안 드십니까?"

"안 들겠다. 나는 말을 할 터이니 잘 들어라. 전에 누군가가, 어떤 사람이 내가 유혹을 당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었다. 그 사람은 내가 죄를 지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유혹을 당하는 중에 진 일이 도무지 없느냐고 물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 메시아가 유혹에 저항하기 위하여 '아버지, 제가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해 주십시오' 하고 아버지의 도움을 청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예수께서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처럼 조용히 말씀하신다‥‥유다는 거북한 듯이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예수를 쳐다보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신다. "이제 너희 내 친구들은 그 사람이 아주 조금 알게 된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례를 받은 다음-나는 깨끗하였었다. 그러나 사람은 지극히 높으신 분과 비교하여 절대로 넉넉히 깨끗하지는 못하다. 그런데 '저는 죄인입니다' 하고 말하는 겸손은 벌써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하나의 세례이다-그러니까 세례를 받은 다음 나는 이곳에 왔다. 나는 성인이고 예언자인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부름을 받았었다. 그 사람은 진리를 보고 성령께서 하느님의 말씀 위에 내려와 그의 사랑의 성유로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을 만드는 것을 보았고, 그동안 아버지의 목소리는 '보라 내가 사랑하는 아들을, 이는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말씀으로 하늘을 진동시켰었다. 너 요한은 세례자가 이 말을 되풀이할 때에 거기 있었지, 세례를 받은 다음, 나는 원래가 깨끗하고 나의 인격으로 깨끗하였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자 하였다. 그렇다, 유다야, 나를 보아라. 내 입이 아직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을 내 눈이 말하고 있다. 유다야, 나를 보아라. 자기가 메시아라는 사실로 인하여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가지지 않고, 자기가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에 대한 관대만 빼놓고는 모든 점에서 똑같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 네 선생을 보아라. 자, 이렇다."

이제는 유다가 얼굴을 들고 마주 대하고 있는 예수를 쳐다본다. 별빛이 예수의 눈을 빛나게 해서, 마치 별 둘이 그분의 흰 얼굴을 비추는 것 같다.

"선생이 될 준비를 하기 위하여는 먼저 학생이 되어야 한다. 나는 하느님으로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지능은 또 내 이해력으로 이지적으로 인간의 투쟁을 내게 이해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가엾은 내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네는 인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정과 열정을 가졌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네' 하고. 그것은 정당한 비난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내 임무에 대하여 준비할 뿐 아니라‥‥유혹에 대하여도 마음 준비를 하려고 여기, 바로 여기, 이 산에 왔었다. 알겠느냐? 너희들이 앉아있는 그곳에서 나는 유혹을 당하였다. 누구에게서? 사람에게서? 아니다. 사람의 힘은 너무 약했을 것이다. 직접 사탄에게서 유혹을 당하였다.

나는 기진맥진하였었다. 나는 40일째 음식을 먹지 않고 있었다‥‥그러나 내가 묵상기도에 골몰해 있는 동안은 모든 것이 하느님과 대화를 하는 기쁨 속에 사라졌었다. 아니 사라진 것보다도 견딜 수가 있게 되었었다. 나는 그것을 다만 물질에만 한정되는 물질의 힘이 축소되는 것으로 느꼈었다‥‥ 그리고 세상으로 돌아왔다‥‥세상으로 나가는 길에 왔었다‥‥그리고 이 세상에서 사는 사람의 욕구를 느꼈다. 시장하고 목이 말랐다. 광야의 밤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느꼈다. 음식이 없고 잠자리가 없음으로 인하여, 또 더 이상 갈 수가 없을 정도로 그렇게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먼 길을 걸어온 것으로 인하여 내 육체가 몹시 쇠약해진 것을 느꼈다‥‥

그것은 나도 육체가 있기 때문이었다. 진짜 육체를 말이다. 그래서 내 육체도 다른 모든 육체가 가진 것과 같은 약함을 면하지 못한다. 그리고 육체와 더불어 마음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나는 사람에게서 인간을 구성하는 세 부분 중에서 첫째와 둘째 부분을 취하였다. 나는 물질로서의 육체와 그 욕구를 가졌고, 감수성과 열정들을 취하였다. 내가 의지의 힘으로 좋지 못한 모든 열정을 그것들이 생기기 전에 억압하였지마는, 효도와 조국애와 우정과 일과 훌륭하고 거룩한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라는 거룩한 열정은 백 년 묵은 서양 삼나무처럼 힘 있게 자라게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여기서 멀리 계신 내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되었고, 인간으로서의 내 허약함을 어머니가 돌보아 주셔야 하겠다는 필요를 느꼈다. 여기서 나는 나를 완전히 사랑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과 갈라진 것에 대한 고통이 새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나는 내가 당하기로 된 고통과 당신 아들과 사람들 때문에 하도 눈물을 흘려야 하겠기 때문에 더 흘릴 눈물도 없게 될 가엾은 어머니의 고통에 대한 고통을 느꼈다. 여기서 나는 어떤 예감의 시간에 자기의 노력이 무익하리라는 것을 깨닫는 영웅과 고행자가 느끼는 것과 같은 권태를 느꼈다‥‥그래서 나는 울었다‥‥ 슬픔‥‥이것은 사탄에게는 마력을 가진 부름이 되는 것이다. 고통을 당하는 어떤 시간에 슬퍼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슬픔에 몸을 내맡기고 무기력이나 실망에 빠지는 것이 죄이다. 그러나 사탄은 누가 정신적인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을 보기만 하면 곧 오게 마련이다. 그는 남의 일을 보기 좋아하는 나그네의 모습을 하고 왔다. 사탄은 언제나 호감이 가는 모습을 한다‥‥나는 시장했었다‥‥내 피 안에는 30년이라는 나이가 들어 있었다. 그는 나를 도와주겠다고 제의하고 이런 말로 서두를 꺼냈다.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하여 보시오' 하고. 그러나 그보다도 먼저‥‥그렇다‥‥그보다도 먼저 여자 이야기를 하였었다‥‥오! 사탄은 여자에 대하여 말을 잘할 줄 안다. 여자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 사탄은 그의 타락시키는 일에 동맹자를 만들려고 우선 여자를 타락시켰다. 나는 하느님의 아들만이 아니라, 나자렛의 장인 예수이기도 하다. 내게 유혹을 당한 일이 있느냐고 물으면서 내가 죄를 짓지 않았다고 하니까 내가 불공평하게 행복하다고 거의 비난하다시피 하는 말을 하는 그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행위는 만족감을 느껴야 멎는다. 유혹은 우리가 그것을 물리친다고 약해지지 않고 더 강해진다. 특히 사탄이 그것을 부추기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라고. 나는 여자에 대한 욕구와 음식에 대한 갈망, 이 두 가지 유혹을 물리쳤다. 그런데 사탄은 내가 세상에서 인정을 받게 하는데 가장 훌륭한 동맹자로서 여자를 제의하였었는데, 사람들의 판단에 따르면 그가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라.

'사람이 관능으로만 살지 않는다'는 내 말로 패배하지 않은 유혹자는 그러자 내 사명에 대하여 말하였다. 유혹자는 젊은 남자인 나를 유혹하다가 안되니까 이번에 메시아를 유혹하려고 하였다. 그는 성전의 자격 없는 사제들을 기적으로 없애버리라고 나를 부추겼다‥‥하늘의 불꽃인 기적은 그것을 가지고 관을 만들어 쓰라고 둥근 버들가지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인간적인 목적으로 하느님께 기적을 청함으로 그분을 시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탄은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가 내놓는 동기는 핑계였고, 사실은 이러하였다. 즉 나를 교만이라는 다른 욕망으로 이끌어가기 위하여 '당신이 메시아라는 것을 뽐내시오' 하는 것이었다.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라고 하였다는 내 말에도 지지 않고, 사탄은 그의 본질의 셋째 힘인 황금으로 나를 꾀려고 하였다. 아아! 황금. 음식이나 쾌락에 굶주린 사람에게는 빵이 중요한 것이고, 여자는 더 중요한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군중들의 환호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이 세 가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잘못이 저질러지는지 모른다! 그러나 황금은‥‥그러나 황금은‥‥타락시키는 길을 뚫어주는 관건이고, 사람들의 행동 100분의 99의 처음과 끝이다. 빵과 여자 때문에 사람은 도둑이 된다. 권력을 위하여는 살인까지 한다. 그러나 황금을 위하여는 우상숭배자가 된다. 황금의 왕인 사탄은 내게 그의 황금을 내보이면서 그것을 경배하라고 하였다‥‥나는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만을 예배하라'는 영원한 말씀으로 그를 꿰뚫었다.

그 일이 일어난 것이 바로 여기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셨다. 그분을 둘러싸고 있는 들판에서, 별들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약간 인광(燐光)을 발하는 빛을 받아 보통 때보다 더 커 보이 신다. 제자들도 일어난다. 예수께서는 유다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시면서 말씀을 계속하신다.

"그때에 주의 천사들이 왔다‥‥사람이 세 가지 승리를 거두었었다. 사람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알았고 승리를 거두었었다. 그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 싸움이 오래 계속된 단식보다도 더 지치게 하는 것이었다‥‥그러나 정신이 압도하였다‥‥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내 완전한 단언을 듣고 하늘이 감격으로 떨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때부터 내게 기적을 행할 능력이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느님이었는데, 사람이 되었었다. 이제는 인간 본성에 딸린 동물적인 것을 이겨서 하느님인 사람이 되었다. 나는 하느님인 사람이다. 그리고 하느님으로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또 사람으로서는 모든 것을 경험하였다. 만일 너희들이 내가 한 대로 하고자 하면, 내가 한 것과 같이 행동하여라. 그리고 나를 기억해서 그렇게 하여라.

그 사람은 내가 아버지의 도움을 청하고 나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해 주십사고 기도한 것에 대하여 놀랐다. 그러므로 내 힘에 겨울 유혹의 위험에 빠져들지 않는 데 대하여 놀랐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지금은 아니까 더 이상 놀라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너희들도 나를 기억하여라. 그리고 나와 같이 이기기 위하여 그와 같이 하여라. 그리고 내가 인생의 모든 시련에 있어서 강하고 오관과 감성과 감정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을 보고 내가 하느님으로서의 존재 외에 참다운 인간성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절대로 의심하지 말아라. 이 모든 것을 기억하여라.

나는 너희들에게 너희 선생을 알 수 있을 곳으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하였었다. ‥‥이제 막 밝아오려고 하는 깨끗한 새벽과 같은 그의 인생의 새벽부터 그의 인생의 장년기에 이르기까지, 즉 내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려고 떠난 그 장년기에 이르기까지 말이다‥‥나는 너희들 중의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도 준비를 하였다'라고. 너희들은 이제 그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희들이 내가 태어난 곳과 고행을 한 곳에 이렇게 돌아오는 데 같이 와 주어서 고맙다. 세상과의 첫 번째 접촉에서 나는 벌써 구역질과 낙망을 느꼈었다. 세상은 너무나 추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 마음이 사자와 같은 힘으로 강화되었다. 묵상기도와 은거(隱居)로 아버지와 하나가 됨으로 강화된 것이다. 이제 나는 내 십자가를, 내 구속 사업의 첫 번째 십자가를 다시 지러 세상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마리아라는 사람, 요한이라는 사람이 너무도 적은 그 세상과의 접촉이라는 첫 번째 십자가를 다시 지러 간다는 말이다‥‥.

이제는 내 말을 잘 들어라. 특히 요한, 너 잘 들어라. 우리는 이제 내 어머니와 친구들에게로 돌아간다. 제발 부탁이니, 당신 아들의 사랑에 대항한 사람들의 냉혹에 대하여 어머니에게 말하지 말아라. 사람들의 이 비정 때문에 어머니는 너무나, 너무나, 정말 너무나 고통을 당하실 것이다‥‥그러나 고난의 쓴 잔을 지금부터 어머니께 드리지 말아라. 어머니께서 그 고난의 잔을 받으실 때 몹시 쓸 것이다! 독약과도 같이 몹시 쓰고, 뱀처럼 그분의 거룩한 내장과 혈관으로 스며들어가 그것을 물고 심장을 얼게 할 것이다. 오! 베들레헴과 헤브론 사람들이 나를 개처럼 쫓아냈다는 말을 내 어머니께 하지 말아라! 내 어머니를 동정해다오! 시몬 너는 나이 들고 착하고 생각이 깊으니까 말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유다 너는 유다인이니 고향을 사랑하는 자존심으로 말을 안 할 것이다. 그러나 젊은 갈릴래아 사람인 너 요한은 교만과 비난과 잔인의 죄에 떨어지지 말아라. 입을 다물어라. 이다음에‥‥나중에는 내가 지금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여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리스도에 대하여 말할 것이 벌써 이렇게 많은데, 뭣 때문에 사탄에게서 그리스도에 반대하여 오는 것을 거기에 섞겠느냐? 너희들은 이 모든 것을 내게 약속하겠느냐?"

"아이고! 선생님, 약속하고 말고요! 걱정 마세요!"

"고맙다. 저 작은 오아시스에까지 가자. 거기에는 샘이 있고, 시원한 물이 가득 찬 빗물받이 웅덩이가 있고, 그늘과 푸른 초목이 있다. 강으로 가는 길은 숲을 끼고 나 있다. 우리는 거기서 저녁때까지 먹을 것과 쉴 곳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별빛으로 길을 찾아 강의 걸어서 건너는 곳으로 가서 요셉을 기다리기로 하자. 그렇지 않고 요셉이 벌써 돌아와 있으면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합류하자. 가자."

그러면서 일행은 길을 떠난다. 그동안 동쪽에서는 첫 번째 불그레한 빛이 새 날이 밝아 온다는 것을 알린다.

 

*역주 : 기원전 2세기에 생겨나 서기원 후 1세기 말에 없어진 것으로 생각되는 유대교의 3 대파 중의 하나로, 이곳 사람들은 엄격한 공동생활을 하였다고 함.

 

*역주 : 스타드는 고대 그리스의 거리 단위로 약 180∼190미터이었음.

 

 

 

45. 예수께서 요르단강의 걸어서 건너는 곳에서 목자 요한, 마티아와 시몬과 만나시다

 

다시 요르단강의 걸어 건너는 곳이 보인다. 그늘 때문에 행인이 아주 많이 다니는 강 양쪽 언덕을 끼고 가는 녹음 우거진 길도 보인다. 사람들이 몰고 가는 나귀 새끼들이 줄을 지어 오간다.

강가에서 세 사람이 몇 마리 양에게 풀을 뜯어먹이고 있다. 행길에서는 요셉이 위쪽 아래쪽을 두루 살핀다. 멀리, 그 강을 끼고 가는 길에서 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예수께서 세 제자와 같이 나타나신다. 요셉이 목자들을 부르니, 이들은 풀이 우거진 강둑으로 해서 양들을 한길 쪽으로 몰고 온다. 그들은 예수를 맞이하러 급히 간다.

"나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뭐라고 인사를 드려야 하니?"

"아이고! 선생님은 아주 착하셔요. '평화가 선생님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하고 말하세요. 선생님도 늘 그렇게 인사하시는걸요."

"선생님이야 그러시겠지만 ‥‥ 우리야 ‥‥."

"그럼, 저는 뭐야요? 저는 선생님을 처음 경배한 사람 중의 하나도 아닌데 저를 얼마나 사랑하신다고요‥‥아이고! 얼마나 사랑하신다고요!"

"어떤 분이냐?"

"제일 키가 크고 금발인 분이에요."

"마티아, 우리 저분께 세례자 이야기를 할까?"

"오! 그래!"

"우리가 저분보다 세례자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실까?"

"그럴 리 없어, 시메온. 저분이 메시아이시면 사람들의 마음을 환히 들여다보실 거고, 그래서 우리 마음을 보시고 우리가 세례자를 통해서 저분만을 찾았다는 걸 아실 거야."

"자네 말이 옳아."

이제는 양쪽이 몇 미터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예수께서 벌써 그 형용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신다. 요셉은 걸음을 빨리한다. 양들도 목자들에게 몰려 종종걸음을 치기 시작한다.

"평화가 당신들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하고 예수께서는 그들을 안으시는 것같이 팔을 올리시며 말씀하신다. "내게 충실하고 세례자 요한에게 충실한 시메온과 요한과 마티아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너 요셉에게도 평화가 있기를" 하고 분명히 밝혀 말씀하시며 요셉의 뺨에 입맞춤하신다. 다른 세 사람은 이제는 무릎을 꿇고 있다. "자, 저 나무 밑 강가 모래사장으로 가서 이야기합시다."

일행은 내려가서 예수께서는 비죽 나와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으시고 다른 사람들은 땅바닥에 앉는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한 사람 한 사람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신다. "당신들의 얼굴을 익히게 해 주시오. 영혼은 벌써 알고 있어요. 즉 세상의 모든 이해관계와 맞서서 그들이 사랑하는 진리에 집착하는 의인들의 영혼으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사악과 엘리야와 레위가 안부를 전합니다. 또 다른 안부도 하나 있어요. 내 어머니의 안부입니다. 그래 세례자의 소식을 알고 있습니까?"

그때까지는 수줍어서 말을 못 하던 그 사람들이 안심하고 말문을 연다. "아직 옥에 갇혀 있습니다. 그리고 악마 같은 여자의 지배를 받고 타락한 조신(朝臣)들에 둘러싸여 있는 잔인한 사람의 손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저희들 마음이 떨립니다. 저희는 세례자를 사랑합니다‥‥저희가 세례자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분이 저희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선생님도 아시지요. 선생님이 베들레헴을 떠나신 뒤로 저희들은 사람들에게서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미움보다는 선생님을 잃은 것을 더 슬퍼했고 바람에 부러진 나무들과 같이 기가 죽었었습니다. 그러다가 눈꺼풀을 마주 꿰맨 사람같이 그 자신도 옥에 갇혀 있다시피 하기 때문에 태양을 찾으면서도 그의 피부에 느끼는 따뜻한 기운으로 그 태양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은 고생스러운 오랜 세월을 지낸 다음, 저희들은 세례자가 그리스도의 길을 준비하리라고 예언자들이 미리 말한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세례자에게로 갔습니다. 저희들은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세례자가 그리스도를 앞서 간다면, 그에게로 가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말입니다. 그것은 저희가 찾는 분은 주님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도 그것을 압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찾아냈고, 내가 당신들과 같이 있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세례자의 집에 가셨더라는 말을 요셉에게서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그날 거기에 없었습니다. 아마 세례자를 위해서 어디엔가 갔던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그분이 저희들에게 많은 사랑을 가지고 부탁하던 정신적인 봉사로 그분에게 봉사한 것입니다. 그것은 그분이 엄하기는 해도 저희들도 사랑을 가지고 그분의 말을 들었었기 때문이지요. 그분은 말씀이신 주님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분 역시 하느님의 말씀을 했으니까요."

"압니다. 그런데 이 사람을 모르겠습니까?" 하고 요한을 가리키신다.

"세례자에게 가장 충실한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 다른 갈릴래아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요한이라는 사람이지요. 그분은 친구들인 우리에게 당신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어요. 봐라, '내가 첫째고, 저 사람은 꼴찌다. 그러다가 저 사람이 첫째가 되고, 내가 꼴찌가 될 것이다' 하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영 알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요한이 있는 왼쪽으로 몸을 돌리시고 한층 더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그를 당신 가슴으로 끌어당기신다‥‥그러면서 이렇게 설명하신다.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자기가 제일 먼저 '어린양이 저기 있다' 하는 말을 하고 이 사람은 군중들에게 어린양에 대하여 말할 사람의 아들의 친구들 중의 마지막 사람이겠지만, 어린양 에게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이 사람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어린양의 마음에는 이 사람이 첫째라는 말입니다. 세례자의 말은 이런 뜻이었어요. 그러나 당신들이 그를 보게 될 때에-당신들은 그를 또 보고 정해진 시간이 될 때까지 그에게 봉사를 할 것이니까요- 그리스도의 마음에는 그가 꼴찌가 아니라고 말하시오. 그리고 이것을 잘 기억해 두시오. 성인의 겸손으로 인하여 그가 '꼴찌'라고 공언하게 되었지만, 하느님의 말씀은 그를 내가 사랑하는 제자와 같다고 선언합니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이 사람이 세례자와 같은 이름을 가졌고, 또 그리스도에게 영혼들을 준비하여 줄 책임을 맡은 세례자의 모습을 이 사람에게서 발견하기 때문이라고 그에게 말하시오."

"그렇게 말하겠습니다‥‥그렇지만 저희가 그분을 다시 보게 될까요?"

"다시 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헤로데는 백성이 무서워서 그분을 감히 죽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탐욕 많고 부패한 저 조정에서 저희들이 돈만 많으면 그분을 구해내는 것은 쉬운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친구들이 돈을 많이 냈는데도 돈이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때를 맞추지 못할까 봐 몹시 걱정이 됩니다. ‥‥그러면 그분은 아무래도 죽을 것입니다."

"그를 몸값을 치르고 석방시키는 데 얼마나 부족하다고 생각합니까?"

"주님, 몸값을 치르고 석방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헤로디아가 세례자를 너무나 미워하고 또 헤로데를 너무나 위압하기 때문에 세례자를 석방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마 케론 테에는 왕권을 탐내는 사람들이 전부 모여 있는 줄로 생각합니다. 모두가 즐기기를 원하고, 대신에서 하인에게 이르기까지 모두가 지배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일을 하는 데는 돈을 요구합니다‥‥저희들은 돈을 듬뿍 주면 세례자를 나오게 내버려 둘 사람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헤로데까지도 겁이 나기 때문에 ‥‥ 아마 그렇게 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순전히 이 때문입니다. 백성이 무섭고 아내가 무서워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백성도 만족시키고, 그의 아내도 불만족스럽게 했다고 비난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얼마를 요구합니까?"

"은화 20 달란트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12.5 달란트밖에 없습니다."

"유다야, 그 보석들이 매우 아름답다고 말하였지."

"아름답고 값이 많이 나가는 것입니다."

"값이 얼마나 나가겠느냐? 너는 그런 것에 정통한 것 같은데."

"예, 잘 압니다. 선생님. 그런데 왜 값을 알려고 하십니까? 파시려고 그러십니까? 왜요?"

"그럴지도 모른다‥‥값어치가 얼마나 나가겠는지 말해 보아라."

"좋은 조건으로 팔면, 적어도‥‥ 적어도 6 달란트는 될 것입니다."

"자신이 있느냐?"

"그렇습니다. 크고 무거운 목걸이 하나만 해도 최소한 3 달란트는 될 것입니다. 그것을 저는 잘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팔찌도요‥‥아글라에의 가느다란 손목이 어떻게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다야, 아글라에에게 그것은 수갑이었다."

"맞습니다‥‥그러나 그런 수갑을 차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이 그러냐?"

"그야 ‥‥ 많지요!"

"그렇다, 사람이라는 이름만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이 그렇다‥‥혹시 살 사람을 알겠느냐?"

"요컨대 그것들을 팔려고 하시는 거로군요? 그리고 세례자를 위해서요? 그렇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은 저주받은 황금입니다!"

"오! 앞뒤가 맞지 않는 인간이로구나! 너는 방금 분명히 욕망을 가지고 이 황금들을 원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고서는 저주받은 황금이라고 부르니 말이다! 유다야, 유다야! ‥‥ 이것은 저주받은 황금이다. 그래 저주받은 것이야. 하지만 그 여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이 가난하고 거룩한 사람에게 쓰이면 거룩하게 될 것입니다' 하고. 그 때문에 그 여자가 이것을 준 것이다. 즉 이 황금들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그 여자의 마음속에 있는 씨앗에서 번데기처럼 싹이 트고 있는 그의 가엾은 영혼을 위하여 기도해 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세례자보다 더 거룩하고 더 가난한 사람이 누구이냐? 세례자는 그의 임무로는 엘리야와 같고, 성덕으로는 엘리야보다 더 위대하다. 세례자는 나보다 더 가난하다. 내게는 어머니가 계시고 집이 있다‥‥내가 가진 것과 같이 깨끗하고 거룩한 어머니와 집을 가진 사람은 결코 버림받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세례자는 이제 집도 없어졌고, 어머니의 무덤조차도 없어졌다. 모든 것이 부패한 인간에 의하여 모독되었다. 그런데 살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

"예리고에 한 사람 있고, 예루살렘에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리고에 있는 사람은!!! 아! 그 사람은 교활한 근동(近東) 사람인데, 황금 몰리(沒利)를 하는 사람이고, 고리대금을 하고, 골동품 상인이고 뚜쟁이이며, 틀림없이 도둑이고, 어쩌면 살인을 했는지도 모르고‥‥ 틀림없이 로마 당국에 쫓기는 사람일 것입니다. 히브리인으로 보이려고 이사악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진짜 이름은 디오메데스입니다. 저는 그 사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알겠어!" 하고 말을 별로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관찰하는 열성당원 시몬이 말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자넨 어떻게 해서 그 사람을 그렇게 잘 아나?"

"아니‥‥이거 봐‥‥ 유력한 친구들을 기쁘게 하려고, 그 사람을 보러 가서‥‥거래를 했었지. ‥‥우리 성전 사람들은‥‥ 말이야."

"그래! ‥‥자네들은 못하는 일이 없지" 하고 시몬이 쌀쌀하게 비꼬는 어조로 결론을 내린다. 유다는 얼굴을 붉히지만 말을 안 한다.

"그 사람이 살 수 있겠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그럴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돈이 떨어지는 일이 절대로 없습니다. 물론 팔 줄을 알아야 합니다. 그 사람은 협잡꾼이고 잔꾀가 많아서 상대가 정직한 사람이고‥‥ 둥지에서 갓 나온 비둘기같이 순진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소원대로 등쳐먹으니까요. 그렇지만 자기와 같은 독수리를 만나면‥‥."

"유다, 자네가 가게. 자네가 꼭 알맞은 유형이야. 자네는 여우처럼 약고 독수리처럼 욕심이 많으니까 말이야. 아이고! 선생님, 용서하십시오. 제가 선생님을 앞질러 말했군요!"

"나도 너와 같은 의견이다. 그래서 유다더러 가라고 하겠다. 요한도 유다와 같이 가거라. 우리는 해질 무렵에 다시 만나기로 하자. 만날 장소는 장마당 옆이다. 가라, 그리고 최선을 다 해라."

유다는 곧 일어난다. 요한은 사람에게 내쫓기는 강아지같이 애원하는 눈을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목자들과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셔서 이 애원하는 눈을 보지 못하신다. 그래서 요한은 유다를 따라 길을 떠난다.

"나는 당신들을 만족스럽게 해주고 싶어요"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저희들에게 항상 기분 좋은 분이실 겁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저희를 위해 선생님께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 사람은 선생님의 친구입니까?"

"친구요. 친구일 수 있을 것같이 안보입니까?"

목자 요한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문다. 제자 시몬이 말을 한다. "착한 사람만이 볼 줄을 압니다. 나는 착하지 못해서 착하신 분이 보시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나는 외모를 봅니다. 그러나 착하신 분은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십니다. 요한 당신도 나처럼 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착하셔서‥‥ 보십니다‥‥."

"너는 유다에게서 무엇을 보느냐? 명령이다, 말하여라."

"이렇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보면 야수의 소굴과 열병을 일으키는 습지 같은 수수께끼 같은 곳을 생각하게 됩니다. 거기에는 몹시 복잡한 것만 보이기 때문에 겁이 나서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서만 빙빙 돌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그 대신 뒤편에는 멧비둘기와 밤꾀꼬리들이 있고, 이로운 샘물과 유익한 풀들이 많은 기름진 땅도 있습니다. 저는 유다가 이런 사람이기를 믿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아시는데. 선생님이 그 사람을 제자로 삼으셨으니 그렇게 믿습니다‥‥."

"그렇다. 나는 아는데, 그를 제자로 삼았다. 저 사람의 마음속에는 숨겨진 부분이 많다‥‥그러나 좋은 면도 없지 않다. 너는 그것을 베들레헴에서 보았고, 가리옷에서도 보았다. 만일 이 인간적인 착한 면, 오직 인간적인 착함에 지나지 않는 이 착한 면이 영신적인 착함이라는 높이까지 올라가기만 하면, 그때에는 유다도 네가 바라는 것과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사람은 젊으니까‥‥."

"요한도 젊은데요 ‥‥."

"그러면서 네 마음속으로는 요한은 더 낫습니다 하고 말을 마친다. 그러나 요한은 요한이다! 저 가엾은 유다를 사랑 하여라‥‥ 제발 부탁이다. 네가 그를 사랑하면‥‥ 그 사람이 더 낫게 보일 것이다."

"선생님 때문에,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그렇지만 그 사람이 냇가에 있는 갈대를 그렇게 하는 것처럼 제 노력을 모두 꺾어 버립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선생님이 원하시는 것을 한다는 계율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안에, 제 양심 안에 그를 비난하는 무엇이 있지만 그를 사랑하겠습니다."

"시몬아. 네가 말하는 그 무엇이 어떤 것이냐?"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밤에 보초가‥‥'자지 말고 지켜봐라!' 하고 외치는 소리 같은 그 무엇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이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 안에서 그 사람을 반대해서 일어나는 어떤 외침 같은 것입니다."

"시몬아, 그 생각은 이제 하지 말고, 그 생각을 분명하게 만들려고도 하지 말아라. 어떤 진실들은 알면 괴로운 법이다‥‥그리고 그것들을 아는 것이 네게는 오해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 선생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고, 너는 네 사랑이나 내게 주고, 네 사랑이 나를 기쁘게 한다는 것이나 생각하여라."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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