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베싸이다에 가신 예수. 군중에게 전도하신다
예수께서는 베싸이다에 오셨다. 예수께서는 타고 오신 배에 서서 말씀하시는데, 그 배는 호숫가에 좌초(坐礁)한 것같이 엉성한 부두의 말뚝에 매여 있다. 많은 사람이 모래 위에 반원형으로 둘러앉아 예수의 말씀을 듣고 있다. 예수께서는 방금 말씀을 시작하시는 길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봅니다. 내가 여러분을 가르치기 위하여 하는 말을 들으려고 장사 일과 조용한 집안을 버리고 나를 따라온 가파르나움의 여러분을 봅니다. 나는 또 여러분의 돈주머니를 축내는 손해보다도 여러분의 행동으로 여러분이 조롱을 받게 되고 사회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시몬과 엘리야와 우리아와 요아킴이 나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오늘은 반대하고, 내일은 원수가 될 것입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내가 아무도 속이지 않고, 내 충실한 벗들인 여러분을 속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를 해치고, 나를 괴롭히고, 나를 고립시켜 나를 이기기 위하여 가파르나움의 유력자들은 모든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암시와 위협과 조소와 중상 따위 방법을 말입니다. 우리의 공동 원수는 그리스도에게서 영혼들을 빼앗아다가 그의 먹이를 만들려고 모든 것을 사용할 것입니다. 정말 잘 들어두시오. 꾸준한 사람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목숨과 안락을 영원한 구원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떠나가서 그의 보잘것없는 인생과 일시적인 안락을 마음대로 돌볼 수 있습니다. 나는 아무도 붙잡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유를 가진 존재입니다. 나는 분명하고 간결하고 명백하고 쉽고 거룩하고 완전한 진짜 하느님의 말씀을, 정신에 관한 죄와 수많은 세밀한 규정과 말과 규칙으로 질식시키는 탈선하고 압제적인 종교의 구속에 관한 죄에서 사람을 조금씩 더 해방시키려고 왔습니다. 나는 와서 양심을 체로 쳐서 골라냅니다. 나는 낟알을 타작마당에 모아놓고 희생의 교리로 도리깨질을 하고, 그의 의지라는 체로 골라냅니다. 깍지와 수수와 잠두(蠶豆)와 가라지는 가볍고 쓸데없는 것은 날아가고, 무겁고 해로운 것은 떨어져서 새들의 먹이가 될 것입니다. 내 곡식창고에는 정선(精選)된 깨끗하고 단단하고 훌륭한 낟알만이 들어갈 것입니다. 낟알은 성인들입니다.
영원하신 분과 사탄 사이에는 매우 오래된 도전(挑戰)이 있었습니다. 사람에 대하여 거둔 그의 첫 번째 승리로 우쭐해진 사탄이 하느님께 말했습니다. "당신의 피조물들은 영원히 내 것으로 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벌조차도, 당신이 그들에게 주고자 하는 율법조차도 그들에게 천국을 얻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집은, 당신이 나를 내쫓은 당신의 집은, 피조물 중에서 유일하게 영리한 자인 나를 당신이 내쫓은 당신의 집은, 텅 비고, 쓸데없고, 쓸데없는 모든 것과 같이 쓸쓸할 것입니다' 하고. 그러니까 하느님께서는 저주받는 자에게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네 독(毒)만이 사람 안에서 지배하고 있는 동안은 네 권리이다. 그러나 나는 내 말씀을 보내겠고, 그의 말은 네 독을 중화시킬 것이고, 마음들을 소독할 것이고, 네가 그들에게 들리게 했던 광증을 고쳐서, 그 마음들이 내게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의 목자를 다시 찾은 길 잃은 양들과 같이 그들은 내 양의 우리로 돌아올 것이고 하늘에는 사람이 꽉 찰 것이다. 내가 그들을 위하여 천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너는 네 무능한 분노로 그곳 네 소름 끼치는 나라에 갇혀 저주를 받으며 무섭게 이를 갈 터인데, 천사들이 하느님의 문을 네 위에 덮을 것이다. 돌문에 봉인을 하고 나면 암흑과 증오가 너와 네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다. 그리고 복된 노래와 무한하고 영원하고 숭고한 자유가 내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자 맘몬은 비꼬는 웃음을 웃으며 맹세하였습니다. '그러면 나는 내 지옥을 두고 맹세하지만 때가 되면 나는 올 것입니다. 나는 복음을 들을 사람들 곁에 어디서나 나타날 것입니다. 그때에는 나와 당신들 중에 누가 승자가 되겠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탄은 여러분을 구멍투성이를 만들려고 함정을 파 놓았고 나는 또 여러분을 체질해서 선별하려고 여러분을 돌봅니다. 나와 사탄 이렇게 적수가 둘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두 적수 사이에 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위와 여러분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증오, 지혜와 무지, 착함과 악함 사이의 결투입니다. 사탄이 여러분에게 보내는 공격을 차단하는 데에는 내가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내가 사탄의 무기와 여러분의 몸 사이에 들어서겠으며, 여러분을 사랑하기 때문에 여러분 대신 상처 입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안으로 치는 타격은 여러분이 내게로 달려와서 진리이며 생명인 내 길에 들어섬으로써 여러분의 의지로 그 타격의 방향을 빗나가게 해야 합니다. 하늘나라에 대한 확고한 욕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차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은 가벼운 깍지가 되어 세상의 바람에 불려 갈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원수인 사람은 해로운 씨앗이 되어 사탄의 나라에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가파르나움의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왜 왔는지 압니다. 나는 사람들이 내가 저질렀다고 비난하는지에 대하여 완전히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있지도 않은 죄를 빙자하여 내 뒤에서 수군대고, 내 말을 듣고 나를 따르는 것은 죄인과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암시합니다. 나는 거기 대하여 아주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있어서 베싸이다의 여러분에게 그 일의 경위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베싸이다의 주민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코라진의 미녀를 잊지 않은 노인들이 있습니다. 그 여자와 죄를 지은 남자들도 있고, 그 여자가 울린 여자들도 있습니다. 나는 아직 여러분을 해치는 사람들을 사랑하시오' 하는 말을 와서 하지 않았었고. 눈물을 흘린 다음에는 그 여자의 멋진 육체의 표면에 그의 지난날의 부정한 내장의 부패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몹시들 기뻐하였습니다. 그것은 그 여자의 간통하고 살인하고 매음하는 영혼을 좀먹는 더 중한 문둥병의 상징이었습니다. '남자'라고 불리는 모든 것과 돈을 가진 모든 것과 일흔일곱 번 간통하였고, 그의 사생아를 낳는 것으로 일곱 번씩 일곱 번 살인을 하였으며,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악습으로 매음을 하는 여자였습니다.
오! 배신을 당한 여자 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이해합니다. '미녀의 살이 큰길 옆 도랑에 누워서 까마귀와 구더기 밥이 되어 있는 짐승의 썩은 시체보다도 더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더 썩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여러분이 몹시 기뻐한 것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용서할 줄을 알라고 말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복수의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런 다음 하느님에서는 용서도 해 주셨습니다. 여러분도 용서하시오. 나는 여러분의 이름으로 그 여자를 용서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어린양, 찬미받으십시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십시오!' 하는 외침으로 나를 환영하는 베싸이다의 여자 여러분이 착하다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내가 어린양이고, 여러분이 나를 어린양으로 알고 있으면, 그리고 어린 양인 내가 여러분 가운데 왔으면, 여러분은 모두 온순한 양이되어야 합니다. 배반당한 여자라는 오래된 고통, 이제는 아득한 고통으로 인하여 자기의 둥지를 보호하는 야수와 같은 본능을 가지게 되었던 여인들까지도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호랑이나 하이에나라면 어린 양인 나는 여러분 가운데 남아 있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이름으로 의인들과 죄인들을 모아서 하늘로 데려가려고 온 그 사람이 뉘우치는 그 여자에게 가서 '깨끗하여져라, 가거라, 그리고 속죄하여라' 하고 말하였습니다. 이 일을 나는 안식일에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일로 해서 나를 비난합니다. 공식적인 비난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둘째 비난은 매춘부를 가까이했다는 것입니다. 매춘부였으나 이제는 자기의 죄를 뉘우치는 영혼에 지나지 않는 한 여자를 가까이하였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 일을 하였고 그런 일을 또 하겠다고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성경을 가져와서 샅샅이 살펴보고 연구하시오. 의사가 병자를 치료하는 것을, 레위파 사람이 제단일을 하는 것을, 그리고 사제가 신자의 말을 듣는 것을 순전히 안식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금하는 대목을 가능하다면 찾아내시오. 만일 여러분이 그런 대목을 찾아내서 내게 보이면, 나는 가슴을 치며 말하겠습니다. '주여, 당신과 사람들 앞에서 죄를 지었으니, 저는 당신의 용서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 종에 대하여 자비를 베풀어주시면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당신을 찬미하겠습니다'하고. 그것은 그 영혼이 병들었었는데, 병자에게는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영혼은 더럽혀진 제단이어서 레 위파 사람에 의하여 깨끗하게 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혼은 참 하느님의 참된 성전에 가서 우는 신자였는데, 그 성전에 들여보내 줄 사제가 필요하였습니다. 잘 들어두시오. 나는 의사요, 레위파 사람이요, 사제입니다. 정말이지 만일 내가 구원에 대한 욕망으로 자극하는 영혼들 중의 다만 하나라도 구하지 않고 죽게 내버려 두어서 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그것에 대한 책임을 내게 물으실 것이고, 그 영혼의 멸망 때문에 나를 벌하실 것입니다.
가파르나움의 유력자가 보는 바로서는 이것이 내 죄였습니다. 나는 안식일 다음날을 기다려 그 여자를 고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뉘우치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회복시키는 데 왜 24시간을 기다려야 합니까? 그 마음속에는 참된 겸손과 참된 진실성과 완전한 고통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마음속을 읽었습니다. 그의 몸은 아직 문둥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여러 해의 눈물과 뉘우침과 속죄로 벌써 병이 나았었습니다. 이 마음을 하느님께 가까이 가면서도, 그로 인하여 하느님을 둘러싸고 있는 거룩함의 공기를 그의 접근으로 부정하게 하지 않기 위하여는 나의 되풀이된 봉헌만이 필요하였습니다. 나는 그것을 행하였습니다. 그 여자는 그 육체도 깨끗해져서 호수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그보다도 더 깨끗해져 가지고 나왔습니다. 선구자의 명령에 복종하기 위하여 요르단강 물에 들어간 사람 중에서 그 여자만큼 깨끗해져서 나온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오! 얼마나 되느냐 말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받은 세례는 내가 오는 것을 맞이하는 것을 준비하기를 원하는 정신의 자발적이고 느낌을 가지고 한 진정한 행위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눈에 완전한 성덕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위선이요 교만이었습니다. 벌써 그들의 마음에 있던 수많은 죄에 덧붙여지는 두 가지 죄였습니다. 요한의 세례는 오직 상징일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너희의 교만을 깨끗이 씻고, 너희가 죄인임을 인정하여 너희를 낮추어라. 너희들 안에 남아있는 것을 깨끗이 씻어 너희의 음란의 죄에서 깨끗하게 되어라' 하는 뜻이었습니다. 효과적인 세례는 하느님의 잔치에 참석할 수 있을 만큼 깨끗하게 되려는 여러분의 영혼의 의지에 응하는 세례입니다. 우선 뉘우침으로, 그다음에는 은총으로, 끝으로 구세주에 의하여 씻어질 수 없을 만큼 큰 죄는 없습니다. 겸손하게 된 얼굴을 쳐들고 구속의 희망에 미소 지을 수 없을 만큼 큰 죄인은 없습니다. 죄를 완전히 끊어버리고, 유혹에 용맹하게 저항하며 다시 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가지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나는 이제 여러분에게 어떤 진리를 하나 말하겠는데, 내 원수들에게는 그것이 아마 하느님께 대한 모독으로 생각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내 친구들입니다. 나는 특히 내가 이미 택한 제자들인 사람들이 들으라고 이 말을 하고, 그 다음에 내 말을 듣고 있는 여러분을 위하여 이 말을 합니다. 내 말은 이렇습니다. 순수하고 완전하며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빛 속에서 살면서 그 안에서 넘치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천사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는 그들의 완전 속에서도 하늘나라에서 몹시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분에 비하여 하위에 있습니다. 그들은 인류의 구속에 헙력하기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고 고통을 당하지 못하는 데에서 하위에 있는 것입니다. 거기 대하여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느님은 어떤 천사를 붙잡고 '인류의 구속자가 되어라' 하고 말씀하시지는 않습니다. 그러지 않으시고 당신 아들을 택하십니다. 그리고 이 희생이 헤아릴 수 없는 값어치가 있고 또 그 능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아시지만, 그 희생에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인류가 시시각각으로 거듭하는 죄의 총량에 대립시켜야 할 공로의 총량에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다-그것은 인자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의 아들과 당신의 능력의 아들들 사이에 구별을 두기를 원치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한도를 채우기 위하여 다른 천사들을 택하여 그들에게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하여 고통을 당하여라' 하고 말씀하시지 않고, 여러분에게, 사람인 여러분에게 호소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고통을 당하고, 너희를 희생하고, 나의 어린양과 같이 되어라. 공동 구속자가 되어라‥‥.'하고 말입니다. 나는 천사들이 그들의 중심이신 삼위일체의 둘레를 황홀한 예배로 돌던 것을 잠시 중지하고 땅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여러분은 축복받으시오, 그리스도와 더불어, 또 우리들의 하느님이시고 당신들의 하느님이신 영원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그리스도와 더불어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여러분은 축복받으시오!' 하고 말하는 것을 봅니다.
이 위대함을 아직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을 너무나 초월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물이 바쳐지고, 영원한 낟알이 거두어지고, 매를 맞고, 껍질이 벗겨져서 땅속에 파묻혔다가 다시 살아나 다시는 영원히 죽지 않게 되면, 그때에는 초월적으로 영적인 조명자가 오셔서 정신들을 비추어 주실 것인데, 가장 느리지만 구속자 그리스도께 충실하였던 정신들까지도 비추실 것이며, 그때에는 내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가장 높은 품위를, 즉 처음에는 죄인에 지나지 않았지만 공동구속자가 되었다는 품위를 여러분에게 미리 알려 주었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분은 깨끗한 마음과 의향을 가지고 이 운명을 위하여 준비하시오. 여러분이 깨끗하면 깨끗할수록 더 잘 이해할 것입니다. 부정은 어떤 것을 막론하고 항상 눈과 지능을 흐리게 하고 둔하게 하는 연기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깨끗하게 사시오. 우선 육체적으로 깨끗해지도록 하고 그다음에는 영까지 깨끗하게 되도록 하시오. 우선 오관으로부터 시작하여 일곱 가지 열정으로 가도록 하시오. 우선 눈부터 시작하시오. 시각은 왕입니다. 시각은 가장 날카롭고 가장 복잡한 갈망에 길을 뚫어 줍니다. 눈은 여자의 육체를 보고 육체를 갈망합니다. 눈은 부자들의 호사를 보고 금전을 갈망합니다. 눈은 통치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보고 권력을 갈망합니다. 조용하고 정직하고 삼가고 깨끗한 눈을 가지시오. 그러면 조용하고 정직하고 삼가고 깨끗한 욕망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눈이 깨끗하면 깨끗할수록 여러분의 마음이 더 깨끗해질 것입니다. 유혹하는 사과를 찾아내기를 갈망하는 여러분의 눈을 정성껏 감시하시오. 여러분이 육체의 순결을 지키고 싶으면 여러분의 눈길의 순결을 지키시오. 여러분이 육체의 순결을 가지면 재물과 권력에 대하여도 깨끗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순결을 가질 것이고, 하느님의 친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순결하거든 사람들이 비웃는 것을 두려워 마시오. 하느님의 원수가 되는 것만을 두려워하시오. 어느 날 나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만일 당신이 여자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당신을 거짓말쟁이나 고자라고 조롱할 것입니다" 하고. 정말 잘 들어 두시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으로 하여금 생식으로 당신을 본받게 하시고 천국의 주민을 제공함으로써 당신께 협력하게 하시어 여러분의 지위를 높이기 위하여 결혼을 제정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앞에서 천사들이 머리를 숙이는 더 고상한 지위가 있습니다. 천사들은 그 숭고함을 보지만 그것을 본받을 수는 없습니다.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완전한 이 신분은 그러나 동정이 아닌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신분은 아닙니다. 이미 동정은 아니더라도 그들의 남자나 여자로서의 생식력을 완전히 없애고, 다만 정신으로만 생식력 있고 씩씩하게 되기 위하여 그들의 동물적인 남자 생식력을 없애버리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신분이 아닙니다. 이것은 자연적인 불완전이나 폭력이나 자유의사에 의한 절단이 없는 고자의 신분입니다. 이 신분은 제단에 가까이 가는 것을 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장차 올 시대에는 자기 스스로 이 신분의 의무를 지는 사람들이 제단에서 봉사하고 제단을 에워쌀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께 속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에서 의지를 떼어놓고, 어린양에게 소중한 빛나는 순결을 가지려고 하느님을 위하여 몸과 마음의 순결을 지키는 가장 고상한 신분입니다.
나는 백성을 위하여, 그리고 백성 중에서 선택된 사람들을 위하여 말했습니다. 이제는 식사를 같이 하러 필립보의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 모두에게 축복합니다. 선한 사람들은 상을 주기 위하여, 죄인들에게는 용서하려고 온 사람에게로 올 용기를 마음에 넣어 주기 위하여 축복합니다.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배에서 내려오셔서 주위로 몰려드는 군중 사이로 지나가신다. 어떤 집 모퉁이에는 마태오가 또 있다. 그는 감히 더 가까이 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가 있는 위치에 오셨을 때,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축복하시는 것처럼 다시 한번 축복하시고, 마태오를 바라보시고 제자들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가시고, 백성이 뒤를 따른다. 예수께서는 집안으로 들어가셔서 보이지 않게 된다.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난다.
62. 마태오를 제자로 부르시다
오늘 아침에 저는 어제 받아 적은 것을 신부님께 읽어드릴 때 신부님이 가지셨던 표정을 다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정말 깜짝 놀라셨지요. 그래서 제 곁에 계신 예수님께 그 말씀을 드렸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그래서 내가 보여 주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내 진짜 친구들의 빛이 되어 주는지 너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나의 로무알도에게 나를 주는 것은 사랑으로 그를 기쁘게 하고 그를 도와주기 위해서이고, 또 내가 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요한에게 비밀이 없었다. 요한과 같은 사람들에게도 비밀을 가지지 않는다. 나이 든 요한에게 내가 큰 평화와 풍어(豊漁)를 준다고 말하여라. 너에게는 고기잡이가 없다. 네게는 여자가 할 일, 즉 내가 주는 실을 가지고 그물코를 매는 일만이 있다. 일하고, 또 일하여라‥‥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남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말아라. 이 일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리고 내가 와서 '너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말하지 않는다고 기분을 상하지 말아라. 인사란 도착하거나 떠날 때에 하는 것이지, 항상 그곳에 있을 때에는 인사를 안 하는 것이다. 언제나 함께 있는 것이 이미 평화이다. 내가 같이 있는 것이 벌써 평화이다. 네가 나와 함께하는 것은 손님으로 함께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정말 내 품 안에 있고, 나는 잠시도 너를 내려놓지 않는다. 내 지상 생활에 대해서 네게 말할 것이 대단히 많다! 그렇지만 자, 오늘은 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말하겠다: '내 평화가 너와 함께 있기를'"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다음과 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역시 가파르나움 장마당이다. 그러나 장이 파한 가장 더운 시간이고, 장마당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가한 사람들과 놀고 있는 어린이들밖에 없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무리에 둘러싸여 호수에서 장마당 쪽으로 오시며, 마주 뛰어오는 어린이들을 쓰다듬어 주시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신다. 한 계집아이가 이마의 피가 나는 커다란 상처를 가리키면서 오빠가 그랬다고 이른다.
"왜 동생을 아프게 했니? 그건 좋지 않은 일이다."
"일부러 그러지 않았어요. 저 무화과들을 따려고 했어요. 그래서 막대기를 집어 들었는데, 그만 너무 무거워서 동생 위에 떨어지고 말았어요‥‥동생 주려고 무화과를 따고 있었는데."
"요안나야, 참말이냐?"
"참말이에요."
"그럼 네 오빠가 너를 아프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겠지. 네 오빠는 너를 기쁘게 하려고 그런 거로구나. 이제는 어서 화해를 하고 서로 입맞춤을 해라. 착한 남매들은, 또 착한 친구들도 원한이라는 것은 절대로 몰라야 한다. 자 어서‥‥."
두 어린이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서로 입맞춤을 한다. 그들은 둘이 다 운다. 동생은 맞은 상처가 아파서 울고, 오빠는 아프게 한 것이 괴로워서 운다.
예수께서는 눈물을 흘리며 하는 그 입맞춤을 보시고 미소 지으신다. "오! 그렇지! 이제는 너희들이 착하니까 내가 무화과를 따 주마, 막대기 없이." 물론이다! 키가 크니까 그 긴 팔로 어렵지 않게 따실 수 있다. 예수께서는 따서 나누어주신다.
한 여자가 달려와서 말한다. "선생님, 드십시오, 드세요. 빵을 갖다 드리겠습니다."
"아니오. 아니오. 이것은 내가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요안나와 토비아에게 주려는 거요. 이 애들이 먹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 너희들은 그 때문에 선생님께 성가시게 굴었니? 아이고! 철이 없기도 하지! 선생님, 용서하십시오."
"아주머니, 그것은 화해를 시키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다툼을 일으킨 바로 그 무화과를 가지고 화해를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절대로 철부지가 아닙니다. 맛있는 무화과는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이고, 그들의 죄 없는 다정스러운 영혼들은 나의 즐거움입니다‥‥. 어린이들의 영혼은 내게서 많은 슬픔을 없애줍니다‥‥."
"선생님‥‥선생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높은 양반들입니다. 저희들 서민은 선생님을 대단히 사랑합니다. 그 사람들은 몇 명밖에 안되지만 저희들은 이렇게 수가 매우 많습니다!"
"압니다. 위로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평화가 당신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요안나 야, 안녕! 토비아 야, 안녕! 착하게들 지내라. 서로 아프게 하지 말고, 아프게 할 마음도 가지지 말고. 알았지?"
"네, 예수님" 하고 두 어린이가 대답한다.
예수께서는 다시 길을 가기 시작하시고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씀하신다."아! 이제는 무화과 덕택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으니 가자‥‥어디로 간다고 그랬지?"
사도들은 모른다. 어떤 사람은 이리로, 어떤 사람은 저리로 가자고 한다. 예수께서는 계속 머리를 저으시면서 웃으신다. 베드로가 말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지 않으시면 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늘 좀 우울합니다. 선생님은 못 보셨지만 우리가 배에서 내릴 때 바리사이파 사람 엘리야가 거기 있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얼굴이 더 노래 가지고요.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라보게 내버려 두어라."
"그야! 어쩔 수 없지요. 그렇지만 정말이지 그 사람하고 화해하려면 무화과 두 개 가지고는 안 되겠는데요!"
"내가 토비아의 어머니 보고 뭐라고 말했느냐? '다툼을 일으킨 바로 그것을 가지고 화해를 시켰다'라고 말하지 않았으냐. 나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화해를 하도록 힘쓰겠다. 가파르나움의 유력자들은 내가 그들에게 모욕을 주었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그러면 어떤 다른 사람도 좋아할 것이다."
"누구 말씀입니까?"
예수께서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시고 계속 말씀하신다. "그 사람들에게는 화해를 할 뜻이 없기 때문에 내가 아마 성공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잘 들어두어라. 만일 모든 다툼에서, 더 온건한 사람이, 양보를 하고, 악착같이 주장하지 않으며, 또 상대의 요구가 근거가 있다고 치고 분쟁 자체의 대상이 되는 것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타협적인 태도를 보여 주면, 그것이 낫고 또한 더 거룩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남에게 해를 끼칠 때 언제나 해를 끼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악을 행할 의사가 없이 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항상 이것을 생각하고 용서하여라. 엘리야와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것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 올바르게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새로운 때가 와서, 이제는 내 가르침에 따라 섬김을 받기를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는 것을, 참을성 있게, 꾸준히, 많은 겸손을 가지고 기꺼이 그들을 설득하도록 힘쓰겠다. 사도의 꾀는 호의이고, 무기는 꾸준함이며, 성공의 비결은 회개시켜야 할 사람들을 위한 모범과 기도이다."
일행은 장마당에 왔다. 예수께서는 세금 징수대로 곧장 가시는데, 그곳에 마태오가 있다. 그는 계산을 하고 돈을 확인하고 종류에 따라 분류하여 각기 빛깔이 다른 여러 자루에 넣어서 하인 둘이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기다리고 있는 금고에 넣고 있다. 예수의 큰 키로 생긴 그림자가 세금 징수대에 비치자마자 마태오는 누가 이렇게 늦게 돈을 내려오는지 보려고 머리를 든다. 그동안 베드로는 예수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한다. "선생님, 아무것도 지불할 것이 없습니다. 뭘 하시는 겁니까?"
그러나 예수께서 그것을 상관하지 않으시고, 마태오를 똑바로 바라보시니, 마태오는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즉시 일어난다. 날카로운 두 번째 눈길이다. 그러나 지난번과 같은 엄한 재판관의 눈길은 아니다. 다정하게 부르는 시선이다. 그 눈길은 마태오를 사랑으로 감싸고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 마태오는 얼굴이 붉어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알패오의 아들 마태오 야, 시간이 되었다. 오너라,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예수께서는 위엄을 갖추고 말씀하신다.
"저 말씀입니까? 선생님, 주님! 그러나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십니까? 이 말씀은 저 때문에 드리는 것이 아니고, 선생님을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알패오의 아들 마태오 야, 오너라,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예수께서는 더 부드럽게 되풀이하신다.
"아! 어떻게 제가 하느님의 총애를 받을 수가 있었습니까? 제가‥‥ 제가‥‥"
"알패오의 아들 마태오 야, 나는 네 속 마음을 알아차렸다. 오너라, 나를 따라오너라." 세 번째 부름은 어루만짐과 같다.
"오! 주님, 즉시 따라가겠습니다!" 마태오는 울면서 징수대 뒤에서 나온다. 그리고 흩어진 돈을 주울 생각이나 금고문을 닫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주님, 어디로 갑니까?" 마태오는 예수 가까이에 왔을 때 이렇게 묻는다. "저를 어디로 데려가십니까?"
"네 집으로. 사람의 아들을 환대하기를 원하느냐?"
"아아! ‥‥ 그렇지만‥‥ 그렇지만 선생님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나는 하늘에서 말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듣는다. 하늘에서는 '구원을 얻는 죄인으로 인하여 하느님께 영광!"이라고 말한다. 또한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비가 영원히 하늘에서 일어나 땅 위에 퍼질 것이며, 내가 영원한 사랑, 영원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게 대하여 자비로 베푼다'하고. 오너라. 내가 가는 것으로 인하여 네 마음뿐 아니라 네 집도 거룩하게 되게 하여라."
"저는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희망으로 집을 벌써 깨끗하게 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제정신은 그 희망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아아! 제가 선생님의 성인들과 같이‥‥" 그러면서 제자들을 바라본다.
"그렇다, 내 친구들과 같이. 다 들오너라. 나는 너희들을 하나로 만들겠다. 너희들은 형제가 되어라."
제자들은 너무 놀라서 아직 할 말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들은 예수와 마태오의 뒤에서 떼를 지어 걷는다. 지금은 사람이 없고 해가 쨍쨍 내리쬐는 장마당을 지나고 곧이어 눈부신 햇살이 이글거리는 길 한토막을 걸어간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고, 해와 먼지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집안으로 들어간다. 거리 쪽으로 넓은 출입문이 있는 아름다운 집이다. 그늘이 져서 서늘한 예쁜 마당이 있고, 그 너머로는 정원으로 꾸민 큰 마당이 있다. "선생님, 들어오십시오. 물과 음료를 가져오너라."
하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달려온다.
마태오는 명령을 내리기 위하여 나가고, 그동안 예수와 제자들은 목을 축이신다. 그런 다음 마태오가 돌아와서 말한다. "선생님, 이제는 오십시오. 큰방이 더 시원합니다. ‥‥이제 친구들이 올 것입니다. ‥‥오! 저는 큰 잔치를 벌이고 싶습니다. 이것으로 저는 다시 태어납니다. ‥‥이것은 저의 ‥‥저의 진짜 할례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사랑으로 벌써 제게 할례를 베푸셨습니다. ‥‥선생님, 이것이 마지막 잔치가 될 것입니다. ‥‥이제 세리 마태오에게는 잔치가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잔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마음속의 즐거움, 구속되고 선생님을 섬기는 즐거움‥‥ 선생님께 사랑을 받는 즐거움만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지난 여러 달 동안‥‥제가 우는 것이 거의 석 달 째나 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저는 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 더러워진 영혼을 가지고 어떻게 거룩하신 분인 선생님께 올 수가 있습니까?‥‥‥"
"너는 너의 영혼을 뉘우침과 자선으로 씻었다. 나와 이웃을 위한 자선으로. 베드로야, 이리 오너라."
어안이 벙벙해서 아직 말을 못 하고 있던 베드로가 앞으로 나아온다. 나이 들고 작고 똥똥한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아름다운 예수님이 미소를 짓고 계시다.
"베드로야, 야고보가 가져오는 돈주머니의 알려지지 않은 주인이 누구냐고 여러 번 물었었지. 여기 있다, 이 사람이다."
"누구요? 이 도둑?‥‥ 아이고! 용서하게 마태오! 하지만 그것이 자네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나? 정말이지 폭리로 우리를 속상하게 하던 자네가 매주 자네 마음의 한 조각을 떼어내서 그 많은 기부금을 낼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냐 말이야."
"나도 알아. 자네들에게 부당한 세금을 매겼었어. 그러나 지금 이렇게 자네들 앞에 무릎을 꿇고 나를 내쫓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있네! 선생님은 나를 받아주셨네. 선생님보다 더 엄하게 대하지 말게나."
베드로는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마태오를 거칠고 다정하게 단번에 일으키며 말한다. "일어나게, 일어나!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용서를 청할 게 없네. 선생님께만 용서를 빌어야 하네. 우리는‥‥ 자, 우리는 모두가 적게 혹은 많게 자네처럼 도둑이야‥‥ 아이고! 내가 그 말을 했구먼! 요놈의 입!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어.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내 마음에 있는 것은 내 입술에도 있단 말이야. 이리 오게. 우리 다정스러운 화해의 계약을 하세." 그러면서 마태오의 뺨에 입 맞춘다.
다른 제자들도 혹은 더 정답게 혹은 덜 정답게 그렇게 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안드레아는 수줍어서 조심성 있게 하고 가리옷의 유다는 쌀쌀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무더기 파충류를 껴안는 것 같다.
곧, 마태오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나간다.
"선생님, 아무래도"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말한다. "이것은 신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벌써 이곳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선생님을 비난하는데. 선생님은‥‥ 선생님의 제자들 가운데 세리가 한 사람 있습니다! 매춘부 뒤에 또 세리! ‥‥ 선생님은 파멸을 결정하셨습니까? 그렇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왜냐하면‥‥"
"우리가 도망할 거라 이거지?" 하고 베드로가 비꼬며 말한다.
"누가 자네한테 말했나?"
"자네가 내게 말하고 있지 않다는 건 나도 잘 알아. 그렇지만 나는 반대로 훌륭한 양반의 영혼에게, 자네의 지극히 깨끗한 영혼, 현인의 영혼에게 말하는 걸세. 성전에 속해 있던 자네가 보잘것없고 성전에 속하지 않은 우리들에게서 죄의 냄새를 맡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아네. 완전한 유다인이고, 바리사이파 사람과 사두가이파 사람과 헤로데 당원의 혼합물이고, 반은 율법학자이고 조금은 에세네파 사람인-그 밖에 다른 더 고상한 명칭을 또 원하나? -자네가 우리들 가운데 있는 것이 마치 모래무지가 가득 들어 있는 그물에 걸린 청어처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 그렇지만 어떻게 하나? 선생님은 우리를 택하셨고 우리는‥‥ 우리는 남아 있는 거야. 자네가 불편하게 생각하면‥‥ 가게나. 우리는 모두 숨을 더 편하게 쉬게 될 걸세. 선생님도 자네와 나 때문에 분개하고 계시다는 걸 자네도 알겠지. 나 때문에 분개하시는 것은 내가 참을성이 없고 또‥‥ 사랑이 없기 때문에 그러시는 것이고, 자네 때문에는 더 분개하고 계실 걸세, 그것은 자네가 그 요란스러운 고귀한 칭호들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도 겸손도 존경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야. 이 사람아, 자넨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가지고 있는 것은 그저 큰 흥분뿐인데, 그것이 제발 해가 없는 것이기를 바라네."
예수께서는 베드로가 말하는 것을 내버려 두셨다. 팔짱을 끼시고. 입을 꽉 다무시고, 별로 마음이 놓이지 않게 하는‥‥ 눈을 하시고 엄한 얼굴로 서 계셨다. 마침내 이렇게 말씀하신다. "말 다 했느냐, 베드로야? 너도 네 마음속에 있던 누룩을 모두 집어냈느냐? 잘했다. 오늘은 아브라함의 한 아들을 위하여 유월절의 누룩 없는 빵을 먹는 날이다. 그리스도의 부름은 너희들의 영혼에 내려오는 어린양의 피와 같다. 그것이 오는 곳에는 죄가 더 이상 내려오지 못할 것이다. 부름을 받는 사람이 그 부름에 충실하면 죄가 내려오지 못할 것이다. 내 부름은 해방이며, 이 해방은 어떤 종류의 누룩도 없이 축하해야 한다."
유다에게는 한 마디도 말씀하지 않으신다. 베드로는 원통해서 말이 없다.
"우리를 초대한 주인이 돌아온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친구들과 같이 온다. 그들에게 덕행만을 보여주자.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은 나가도록 하여라. 스스로 가장 안 지키는 계명을 가지고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바리사이파 사람과 같이 되지 말아라."
마태오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들어와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마태오와 같이 중앙에 계시다. 그들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말하고, 예수께 사람들이 하는 모든 질문에 참을성 있게 대답하신다. 그들을 업신여기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에 대한 불평도 나온다.
"그렇다면! 당신들을 업신여기지 않는 사람에게로 오시오. 그리고 적어도 착한 사람들은 당신들을 업신여기지 않도록 행동하시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선생님은 착하십니다. 그러나 선생님 한 분뿐이십니다!"
"아닙니다. 이 사람들도 나와 같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벗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 뉘우치는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 아버지도 계십니다. 사람이 하느님 아버지만 빼놓고 다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사람의 기쁨이 완전하지 않겠습니까?"
식사는 이제 후식을 들 때가 되었다. 그때 하인 한 사람이 주인에게 눈짓을 하고 무엇인가 말한다.
"선생님, 엘리와 시몬과 요아킴이 들어와서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들을 만나보시겠습니까?"
"물론."
"그러나‥‥ 제 친구들은 세리들인데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온 것이다. 그 사람들이 보게 하자. 숨기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숨기는 것은 하나도 이익될 것이 없고, 악의를 가진 그들은 창녀들이 있었다고 하기까지 이야기를 불릴 것이다. 들어오라고 하여라."
세 바리사이파 사람이 들어온다. 그들은 악의에 찬 웃음을 짓고 휘 둘러보며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일어나셔서 마태오와 같이 그들을 맞이하러 가신 예수께서 앞질러 말씀하신다. 예수께서는 마태오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의 참된 아들들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나는 여러분에게 굉장한 소식을 전하겠는데, 이 소식은 완전한 이스라엘 사람들인 여러분의 마음을 대단히 기쁘게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모든 사람의 마음이 하느님의 율법을 지킬 것을 갈망하니까 말입니다. 보십시오. 알패오의 아들 마태오가 오늘부터는 죄인이 아니고 가파르나움의 빈축을 사는 사람도 아닙니다. 옴에 걸렸던 이스라엘의 양이 나았습니다. 기뻐하십시오! 이 사람 뒤로는 죄지은 다른 양들이 성한 몸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도시의 성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 도시가 그의 성덕으로 인하여 주님 마음에 드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이 사람은 하느님을 섬기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립니다. 아브라함의 품으로 돌아오는, 길 잃었던 이스라엘 사람에게 평화의 입맞춤을 해 주십시오."
"그래, 이 사람이 세리들과 함께 아브라함의 품으로 돌아옵니까? 즐거운 잔치를 하면서 말이지요? 아! 참으로 편리한 회개로군요! 자 저기 보시오. 엘리. 저 사람은 포주 요나요."
"또 이 사람은 간통자 이사악의 시몬이고."
"또 저 사람은? 로마인들과 유다인들이 가서 놀음하고 싸우고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방탕을 일삼는 도박장을 경영하는 사람이요."
"아니, 선생님, 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시기나 합니까? 아셨느냔 말입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파르나움 사람들인 제자들 당신들은 왜 가만있었소? 요나의 아들 시몬, 당신은 나를 몹시 놀라게 하는구려!"
"또 잘 알려진 당신 필립보, 또 나타나엘 당신! 아니, 정말 깜짝 놀랐소! 당신이 어떻게 당신 선생님이 세리들과 죄인들과 같이 식사하는 것을 용인했소?"
"아니 그래, 이스라엘에는 이제 조심성도 없어졌단 말이오?" 세 사람은 아주 분개한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 제자들은 가만 놔두십시오. 내가 이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나 혼자서."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성인이 아니면서 성인인 체하는 것이라면 곧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이오. 바리사이파 사람인 나 엘리에게, 유다인이요 성전 사람이었던 이 사람이 던진 불손한 웃음소리는 아직도 나를 흥분시킵니다. 제자들에게 버릇없이 구는 습관을 들이게 하면 율법에 대해서 존경을 가지지 않게 될 수밖에 없지요. 아는 것밖에는 가르치지 못하니까요."
"엘리 선생, 선생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생각이 틀렸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을 가르친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나는 율법을 압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즉 죄인들에게 가르칩니다. 선생들은‥‥ 여러분의 영혼을 지배하는 주인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죄인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영혼을 찾아서 그들에게 돌려줍니다. 이제 그들이 그들의 영혼을, 병들고 상처 입고 더러워진 그대로 내게로 도로 가지고 와서 내가 그 영혼을 치료하고 깨끗하게 해 달라고 청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나는 이 때문에 왔습니다. 죄인들이야말로 구세주가 필요합니다. 나는 그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나를 이해하십시오. ‥‥그리고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지 마십시오."
예수께서는 온순하시고 설득력이 있고 겸손하시다. ‥‥그러나 세 사람은 가시가 잔뜩 돋은 엉겅퀴 세 그루 같아서‥‥ 불쾌한 듯이 입을 비죽거리며 나간다.
"그들이 갔습니다. ‥‥이제는 그들이 우리를 사방에서 비난할 것입니다"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중얼거린다.
"그러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어라. 다만 아버지께서 너를 비난하실 일이 없도록 행동하여라, 마태오 야, 기분을 상하지 말아라, 당신네 친구분들도 기분을 상하지 마시오. 양심은 우리에게 '너희들은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이면 되었습니다."
- 예수께서 다시 당신 자리에 앉으시고,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63. 예수께서 티베리아의 호수에 오시어, 이 도시 근처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신다.
예수께서 당신의 모든 제자와 같이 계시다. 이제는 그들 열 세명과 예수님만 계시다. 그들은 한 배에 일곱 명씩 타고 갈릴래아 호수에 떠 있다. 예수께서는 첫 번째 배인 베드로의 배에 베드로, 안드레아, 시몬, 요셉 그리고 사촌 두 명과 같이 계시다. 다른 배에는 제베대오의 두 아들과 다른 사람들, 즉 가리옷 가람, 필립보, 토마, 나타나엘, 그리고 마태오가 있다.
두 배는 돛을 올리고 수면에 수많은 가벼운 잔물결을 일으키는 시원한 북풍에 밀려 빨리 나아간다. 그 잔물결들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호수의 터키옥 같은 청색 수면에 일종의 명주 망사를 그려놓은 거품 줄로 겨우 표가 날 뿐이다. 배들은 뒤에 두 개의 항적(航跡)을 남기면서 나아가는데, 그것들은 그 즐거운 거품들을 합쳐 하나가 되어서 수면에 아름다운 하나의 흔적만을 남긴다. 과연 그 두 배는 함께 항진한다. 베드로의 배가 겨우 2미터 앞서 가고 있다.
서로 몇 미터 거리로 가까워진 이 배에서 저 배로 대화와 견해를 주고받는다. 나에게 그 대화는 갈릴래아 사람들이 유다 사람들에게 그들의 호수에 대한 자세한 사정, 그들의 상업, 그들의 중요한 인물,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의 거리, 즉 가파르나움과 티베리아 사이의 거리 같은 것을 보이고 설명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배들은 고기잡이에 쓰이지 않고,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데 쓰인다.
예수께서는 이물에 앉아 계시다. 예수께서는 주위의 아름다움과 고요와 푸른 바탕에 아주 하얀 마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푸른 호반으로 둘러싸인 그 깨끗한 하늘과 물의 모든 파란빛을 즐기시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이물에 맨 앞쪽에 계시기 때문에 제자들의 대화에는 관여하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돛을 묶어놓은 무더기에 거의 누워 계시면서 호수 바닥을 조사하시고 대단히 맑은 그 물속에서 사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진 듯이 사파이어로 만든 거울 같은 호수 위로 자주 얼굴을 기울이신다. 그러나 예수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누가 알겠는가? ‥‥베드로는 햇빛이 방해가 되지 않느냐고 두 번이나 여쭈어 본다. 동쪽에 완전히 떠오른 해는 아직 몹시 뜨겁지는 않지만 벌써 더운 햇살을 배에 맞바로 보낸다. 베드로는 다른 사람들처럼 빵과 치즈를 드시겠느냐고 두 번째로 여쭈어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차일도 빵도 원치 않으신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예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호수에서 소풍 하는 때 쓰이는 작은 배 한때가 어부들의 배가 가는 길을 가로질러간다. 그 배들은 일종의 큰 보트이지만, 호화로운 붉은 천 개(天蓋)와 쾌적한 쿠션으로 장식되어 있다. 요란한 소음과 웃음소리와 향수 냄새가 배들과 함께 지나간다. 그 배들 안에는 아름다운 여자들과 재미나게 노는 로마인들과 팔레스티나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는데, 팔레스티나 사람이기보다는 오히려 로마인이거나 적어도 팔레스티나인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그리스 사람도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추론을 하는 것은 마르고 키가 훤칠하고 거의 익은 올리브같이 갈색이며 한껏 모양을 낸 한 젊은이의 말 때문이다. 그는 아래에 굵은 그리스식 번개무늬 수를 놓은 붉은빛의 짧은 옷을 입고 있는데, 금은세공술의 걸작품인 허리띠로 허리를 졸라맸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 아름다워. 하지만 올림피아의 내 조국은 그래도 이렇게 파란 하늘과 이런 꽃들은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 정말이지 여신들이 그리스를 버리고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야. 이제는 그리스가 아니라 유다의 여신들이 된 여신들에게 꽃잎과 장미꽃잎과 우리의 찬사를 던지세‥‥" 그러면서 그의 배에 타고 있는 여자들에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미꽃잎들을 던지고 이웃 배에도 던진다. 로마인 하나가 대답한다. "그리스 친구, 꽃잎을 던지고 또 던지게! 하지만 비너스는 나와 같이 있네. 나는 꽃잎을 따지 않고 이 아름다운 입에서 장미꽃들을 따네. 이것이 더 달콤해!" 그러면서 그의 금발머리를 로마인의 가슴에 파묻고 쿠션에 반쯤 누워있는 막달라의 마리아의 미소 짓는 입에 입 맞추려고 몸을 숙인다.
이제는 작은 배들이 노 젓는 사람들이 서툴러서 그랬는지 바람 때문에 그랬는지 육중한 배들 쪽으로 곧바로 달려와서 까딱 잘못하면 부딪히게 되었다. "죽고 싶지 않거든 조심해" 하고 베드로가 화가 나서 외치며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키 손잡이를 틀어 배의 진로를 바꾼다. 남자들의 욕설과 여자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이 이 배에서 저 배로 넘나 든다. 로마인들이 "비켜라, 이 개 같은 히브리 놈들아" 하고 갈릴래아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베드로와 다른 갈릴래아 사람들도 욕을 먹고만 있지 않는다. 특히 수탉의 볏처럼 새빨갛게 된 베드로는 심히 흔들리는 뱃전에 올라서서 손으로 허리를 집고서 매번 대꾸를 하고 로마인, 그리이스인, 유다인, 유다 여자 할 것 없이 도무지 용서하지 않는다. 오히려 명예로운 명칭이란 명칭은 모두 주워섬기는데, 나는 그것들을 여기 옮겨 쓰지 않겠다. 입씨름은 용골(龍骨)과 노들이 뒤엉긴 것이 풀리기 전까지는 계속되다가 제 방향으로 간다.
예수께서는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배들과 그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시고 말씀도 없이 방심한 태도로 그대로 앉아 계셨다. 팔꿈치를 괴시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같이 먼 호숫가를 계속 바라보고 계셨다. 누가 던진 꽃 한 송이가 예수께 왔다. 그 꽃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행동과 함께 까르르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어떤 여자에게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아무런 기색이 없다. 꽃은 거의 예수의 얼굴에 맞고 널빤지 위에 떨어져 흥분해 있는 베드로의 발아래 가서 멎는다.
작은 배들이 멀어져 가려고 하는 찰나에 있을 때 막달레나가 일어서서 같이 타락한 동료 여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그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으로 멀리 있는 예수의 조용한 얼굴을 주시하는 것이 보인다. 그 얼굴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이것 봐, 시몬!" 하고 가리옷 사람이 부른다. "자네는 나처럼 유다 사람이니 말해 보게. 아니 저 로마인의 품에 안겨 있던 금발미녀, 방금 일어섰던 그 여자 말이야. 베다니아의 라자로의 누이동생이 아닌가?"
"난 아무것도 모르네" 하고 가나네인 사람인 시몬이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나는 산 사람들 가운데로 돌아온 지가 얼마 안 되고, 그 여자는 젊으니‥‥"
"자네가 베다니아의 라자로를 모른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자네가 그 사람의 친구이고, 또 선생님과 같이 그 사람 집에 갔었다는 걸 알고 있어."
"또 그렇다면?"
"그렇다고 치면 말이야, 자네는 라자로의 누이동생인 죄녀도 알고 있을 거란 말이야. 무덤 속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그 여자를 알고 있어! 그 여자의 소문이 난 것이 10년이 돼. 겨우 사춘기에 들면서부터 그 여자는 바람기가 있었어. 하지만 4년 전부터는! 자네가 아무리 "죽은 자들의 골짜기"에 있었다 해도 그 추문(스캔들)을 모를 수는 없어. 예루살렘 전체가 떠들썩했으니까. 그래서 라자로가 그때 베다니아로 피신한 거야. 하긴 그렇게 하길 잘했지. 그 여자가 아직 들락거리던 시온의 그의 호화로운 저택에는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게 되었을 거니까. 내 말은 거룩한 사람은 아무도‥‥라는 뜻이야. 시골에서도‥‥ 알고 있지! ‥‥그리고 이제는 그 여자가 자기 집만 빼놓고는 아니 가는 데가 없어‥‥지금은 틀림없이 막달라에 있을 거야‥‥아마 새 애인을 하나 얻었을 테지‥‥대답 안 하겠나? 내 말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겠나?"
"자네 말이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아. 입을 다물고 있는 거지."
"그럼 그 여자지? 자네도 알아봤지!"
"나는 그 여자가 아주 어렸을 때 보았어. 그때에는 순결했었어. 이제 다시 보았지만‥‥ 알아보았어. 비록 음란하긴 하지만 그의 모습은 성녀였던 그의 어머니 모습 그대로야."
"그러면 왜 그 여자가 자네 친구의 여동생이라는 걸 거의 부인하다시피 했나?"
"우리의 상처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는 감추려고 애쓰는 법이지. 특히 성실한 사람의 경우에는"
"자네 말 잘했네. 그리고 자네는 성실한 사람일세" 하고 베드로가 지적한다.
"그리고 또 자네도 그 여자를 알아봤지? 자넨 틀림없이 물고기 팔려고 막달라에 갈 거야. 그러니 자네가 그 여자를 몇 번이나 봤는지 누가 알겠어!‥‥."
"이 총각아, 성실한 일로 피곤했을 때는 여자들에게 끌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두게. 자기 아내의 성실한 잠자리만을 사랑하는 거야."
"어이구! 그렇지만 아름다운 건 누구의 마음에나 다 드는 거야! 최소한 보기라도 하는 거지."
"뭣하러? '내가 먹을 것이 아니다' 하고 말하려고? 아닐세, 알겠나? 호수와 내 직업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네. 그중 한 가지가 이런 거야. 단물에서 사는 물고기와 바닥에서 사는 물고기는 짠물과 소용돌이치는 수면 가까이의 물에서는 못 사는 법이라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이지?"
"비참하게 죽지 않으려면 각자가 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말일세"
"막달레나가 자네를 죽게 하던가?"
"아니야, 나는 강인하네. 그렇지만‥‥ 바로 자네가 말하는구먼. 아마 자네가 기분이 좋지 못한 모양이지?"
"나는 그 여자를 바라보지도 않았어!‥‥"
"거짓말쟁이! 자네는 이 첫째 배에 타서 그 여자와 더 가까이 있지 못한 것을 속으로 안달을 한 것이 틀림없어. ‥‥그 배에 더 가까이 있기 위해서는 나를 참아 견디기까지 했을 거야. ‥‥내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자네가 그렇게 여러 날 동안 내게 말을 안 하다가 그 여자 때문에 내게 말을 해 주니까 말일세."
"내가? 하지만 그 여자는 나를 보지도 않았을 거야! 그 여자는 계속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었거든!"
"아! 하! 하! 그러면서 그 여자를 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거야! 자네가 그 여자를 보고 있지 않았으면, 그 여자가 어디를 보는지 어떻게 알았나?"
베드로의 지적에 유다와 예수와 열성당원을 빼고 모두 웃는다.
예수께서는 듣지 않는 체하시던 입씨름을 "티베리아에 다 왔느냐?" 하고 베드로에게 물으심으로써 끝내신다.
"예, 이제 배를 가에 대겠습니다."
"기다려라. 이 조용한 만(灣)에 배를 댈 수 있겠느냐? 너희들에게만 말하고 싶어서 그런다."
"깊이를 재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며 베드로가 긴 장대를 물속에 집어넣고 가로 천천히 간다. "예. 할 수 있습니다.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할 수 있는 대로 가까이 가라. 그늘도 있고 조용하기도 하다. 마음에 든다."
베드로는 호숫가 근처에까지 간다. 뭍은 이제 기껏해야 15미터쯤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제는 배가 바닥에 닿겠습니다."
"멈춰라, 그리고 너희들은 할 수 있는 대로 가까이 와서 들어라."
예수께서는 계시던 자리를 떠나 배 한가운데로 오셔서 이 뱃전에서 저 뱃전까지 건너질러 놓은 긴 걸상에 앉으신다. 그 앞쪽에는 다른 배가 있고, 둘레에는 이 배에 타고 있는 제자들이 모여 있다.
"잘 들어라.
너희들에게는 내가 어떤 때 너희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따라서 자기 제자들을 보살피지 않는 게으른 선생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잠시도 너희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라. 너희들은 병명이 확실치 않고 상반되는 증세를 나타내는 병자를 관찰하는 의사를 지켜본 일이 있느냐? 의사는 환자를 진찰한 다음에 그가 자고 있거나 깨어 있거나, 아침저녁으로 환자가 입을 다물고 있을 때나 말을 할 때나 항상 눈을 떼지 않고 살펴본다. 모든 것이 알려지지 않은 병을 드러내고 치료법을 일러주는 증상과 지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너희에게 대하여 이와 같이 한다. 너희들은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민감한 끈으로 내게 연결되어 있어, 내게 매여 있는 이 끈으로 너희들의 자아(自我)의 가장 작은 느낌까지도 내게 전달된다. 나는 너희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점점 더 나타내게 하려고 너희들이 자유롭다고 믿게 내버려 둔다. 어떤 초등학교 학생이나 편집광(偏執狂)이 감시하는 사람의 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너희들은 여럿이 모인 집단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하나의 핵을, 즉 오직 한 가지를 이룬다. 너희들은 새로 태어나는 복잡한 하나의 집단으로, 혹은 더 좋고 혹은 덜 좋은 그의 모든 특징이 연구의 대상이 되는데, 그것은 그 집단을 형성하고 혼합하고 이끼를 제거하고 그의 여러 가지 성향을 발전시켜 완전한 하나의 전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희들을 연구하고, 너희들이 잘 때에도 너희들에 대해 관찰을 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무엇이냐? 너희들이 어떻게 되어야 하겠느냐? 너희들은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들은 이것이 되어야 한다. 즉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한다. 소금을 가지고 고기와 다른 많은 물건을 썩지 않게 보존하게 된다. 그러나 만일 소금이 짜지 않으면 다른 물건들을 절일 수가 있겠느냐? 나는 너희들을 가지고 세상을 짜게 해서 세상에 천상의 맛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만일 너희들이 좋은 맛인 나를 잃으면 어떻게 맛을 나게 할 수가 있겠느냐?
너희들에게서 천상의 맛을 잃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인간적인 것이다. 바닷물, 진짜 바닷물은 너무 짜서 마시기에 부적당하지 않느냐? 그러나 어떤 사람이 바닷물 한 컵을 떠서 단물 한 항아리에 부으면 바닷물이 매우 많이 희석되어 독한 기운을 잃기 때문에 그 물은 마실 수가 있다. 인간성은 너희들의 천상 염도에 섞이는 단물과 같다. 그런데 말이다. 바다에서 작은 개울을 하나 끌어다 이 호수에 들여보낸다고 가정하고, 이 호수에서 그 바닷물 줄기를 찾아낼 수 있겠느냐? 못한다. 그 바닷물 줄기는 너무 많은 단물에 섞여 없어지고 말 것이다. 너희들이 너희 사명을 너무나 많은 인간성 속에 잠그거나 아예 빠져버리면 너희들도 이와 같이 된다. 너희도 사람이다. 그래, 그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나는 누구냐? 나는 내 안에 모든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느냐? 나는 너희들을 불렀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이 힘을 나누어 준다. 그러나 만일 너희들이 그 힘을 수많은 인간적인 기분과 감정 속에 흩어버리면 너희들에게 그 힘을 나누어 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너희들은 세상의 빛이고, 또 빛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빛인 내가 너희를 택하였다. 그것은 내가 아버지께로 돌아갔을 때 너희들이 계속 세상을 비추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만일 너희가 꺼지거나 연기가 나는 등불이 되면 빛을 줄 수가 있겠느냐? 그렇지 않다. 타다 남은 심지의 어렴풋한 연기는 완전히 꺼진 심지보다도 더 나쁘며, 너희들의 그런 연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직 가질 수 있는 그 미광마저 어둡게 할 것이다. 오! 하느님을 찾다가, 빛 대신 연기를 가지고 있는 사도들 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불행하다! 그들은 그런 사도들에게서 죄를 지을 기회와 죽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자격 없는 사도들은 저주와 벌을 받을 것이다. 너희들의 운명은 위대하다! 그러나 너희들의 사명은 위대하면서도 두렵다!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이 바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너희들에게야말로 교육과 선물에 관한 한 가장 많이 주어진 것이다. 너희들은 하느님의 말씀인 나에게서 교육을 받고, '제자'가 되는, 즉 하느님의 아들의 후계자가 되는 선물을 하느님에 게서 받는다.
나는 너희들이 선택된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묵상하기를 바라고, 너희들이 충실하고 오직 충실할 능력이 있는지 검토하고 숙고하고‥‥ 깨닫기를 바란다. 나는 너희들이 스스로 죄인이고 냉혹한 사람이라고 느끼는지 살펴보라고 말하지 않고, 사도로서의 기력이 없이 그저 충실하기만 한지 살펴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하기 위해서 너희들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야 한다. 세상은, 그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넓고 아름답고 충분하고 다양하다!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오관의 향락을 위한 꽃과 열매를 준다. 그러나 나는 오직 한 가지, 즉 성덕만을 준다. 이 세상에 있는 것 중에서는 그것은 가장 좁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거칠고, 가장 힘들고 가장 박해받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그 군색함이 무한한 넓음으로, 그 가난이 부(富)로, 그 가시들이 꽃방석으로, 그 거칠음이 편하고 기분 좋은 길로 변하고, 그 박해가 평화와 지복(至福)으로 변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거룩하다는 것은 영웅적인 노력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희들에게 주는 것은 이것뿐이다.
너희들은 나와 같이 있기를 원하느냐? 그렇게 할 용기가 없다고 느끼지 않느냐? 오! 놀라고 괴로워하며 너희 자신을 돌아보지 말아라! 너희들은 이 질문을 앞으로도 여러 번 들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너희들은 내 부름에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속이 상해서 내 마음이 울고 있다고 생각하여라. 그러면 너희들 자신을 살펴보고 나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여라. 하느님께 버림받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하여 결정을 하여라. 그래서 이렇게 말하여라. '선생님, 친구들, 나는 이 길을 가도록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작별의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하고. 이것이 배반하는 것보다 낫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누구를 배반한다고 그러십니까? 누구를요? 하고 묻느냐? 나를 배반한다는 말이다. 내 이익을, 즉 하느님의 이익을 배반한다는 말이다. 나는 아버지와 하나이니까. 그리고 너희들 자신을, 그렇다. 너희들 자신을 배반할 것이다. 너희들의 영혼을 사탄에게 주어서 너희들의 영혼을 배반할 것이다. 너희들이 유다인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느냐? 그런데 나는 너희들에게 바꾸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배반하지는 말아라. 너희 영혼과 그리스도와 하느님을 배반하지 말아라. 나는 나와 내게 충실한 사람들이 너희들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고, 믿는 사람들의 무리의 업신여김을 받으라고 너희들을 가리키지는 않을 것임을 단언한다. 조금 전에 너희 형제들 중의 한 사람이 훌륭한 말을 하였다. '우리의 상처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처를 우리는 숨기려고 애쓴다'라고. 그런데 우리와 헤어지는 사람은 우리 사도적 조직체에 뜻밖에 생긴 상처나 괴저(壞疽)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 사람은 고칠 수 없는 그의 괴저 때문에 떨어져 나가면서 아픈 상처를 남기지만, 우리는 그 상처를 아주 조심스레 숨길 것이다.
아니, 가장 좋은 사람들인 너희는 울지 말아라. 울지 말아라. 나는 너희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고, 너희들이 그렇게 늦게 깨닫는 것에 대하여도 융통성이 없지 않다. 내가 너희들을 선택한 지가 얼마 안 되었으니, 너희들이 벌써 완전한 사람이 되라고 고집할 수가 없다. 같은 말을 무익하게 백번 이백 번을 한 뒤 여러 해가 지난 후에도 그렇게 되라고 고집하지 않겠다. 내 말을 잘 들어라. 그렇기는커녕, 여러 해 후에는 너희들이 새 신자가 된 지금보다 덜 열심하게 될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고‥‥ 인간성이란 그런 것이다‥‥첫 번 비약이 있은 다음에는 충동을 잃게 된다. 그러나(예수께서는 갑자기 일어나셨다) 맹세코 나는 이길 것이다. 자연도태(淘汰)로 정화되고 초자연적인 음료로 강화되어, 가장 좋은 사람들인 너희는 내 용사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용사, 하늘의 용사가 될 것이다. 카이사르들의 권력은 너희 사제직의 존엄성에 비하면 하찮은 것일 것이다. 갈릴래아의 보잘것없는 어부인 너희들, 알려지지 않은 유다인인 너희들, 너희들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 집단 가운데의 소수인 너희들이 카이사르들보다도 더, 이 세상에 있었던 카이사르와 장차 있을 모든 카이사르들보다도 더 알려지고 갈채를 받고 존경을 받을 것이다. 너희들은 가까운 장래와 아주 먼 훗날과 세상 마칠 때까지 알려지고 축복을 받을 것이다.
이 숭고한 운명을 위하여 내가 너희들을 택한 것이다. 진정한 뜻을 가지고 그것을 따를 능력을 가진 너희들에게 나는 사도로서의 너희 성격의 가장 중요한 방침을 말해 주겠다.
항상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너희 허리에는 허리띠를 항상 매고 있어야 하고, 이제나 저제나 어떤 사람이 오는 것을 마중하러 달려가야 하는 사람들과 같이 너희 등불은 켜져 있어야 한다. 사실 너희들은 바른 길을 잃은 사람을 지칠 줄 모르고 찾아다니는 순례자이며, 죽음이 너희의 활동을 멈추게 할 때까지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죽음이 너희들을 붙잡아 매 놓을 때까지 너희들은 그리스도의 양우리를 향하여 오는 길 잃은 사람들에게 길을 가리키기 위하여 너희들의 등불을 켜서 높이 들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을 맡은 너희들은 주인에 대하여 충실해야 한다. 항상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것을 주인이 보게 되고, 갑자기 오는 죽음을 은총 지위에서 맞이하게 되는 하인은 상을 받을 것이다. 너희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된다. '나는 젊으니까 이런 일 저런 일을 할 여유가 있다. 그다음에는 주인과 죽음과 내 영혼을 생각하겠다' 하고. 젊은 사람들도 늙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죽고, 힘센 사람도 약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죽는다. 그리고 늙은 사람들도 젊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힘센 사람들도 약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혹의 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영혼이 육체보다 먼저'죽을 수가 있고, 그래서 너희들이 알지 못하면서 썩어가는 영혼을 너희 안에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아라. 영혼의 죽음은 대단히 깨닫기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마치 꽃의 죽음과도 같다. 비명도 없고 경련도 없이‥‥ 시들은 꽃부리와 같이 그 불꽃을 약하게 하고는 꺼지고 만다. 때로는 오랜 후에야, 또 때로는 즉시 육체가 벌레가 우글거리는 시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면 심한 공포로 제정신을 잃고 그 결합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오! 그러나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말로 벌레가 들끓는 제 영혼과 함께 지옥 속에 뱀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떨어진다.
서로 대립하는 손님의 비위를 맞추는 중개인이나 변호사와 같이 부정직한 사람이 되지 말아라. 이 사람 혹은 저 사람에게 '친구'라고 말하고 나서 그들의 원수가 되는 정치가와 같이 속이지 말아라. 두 가지 행동방식을 쓰려고 해보지 말아라. 하느님을 조롱해서는 안되고, 또 하느님을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너희들은 하느님께 대하여 행동하는 것과 같이 사람들에게 대하여 행동하여라. 사람들에 대한 모욕은 어떤 것이든지 하느님께 대한 모욕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보아주기를 원하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너희들을 보시도록 마음을 써라.
겸손하여라. 너희들은 너희들의 선생이 겸손하지 않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내가 본보기를 주는 것이니, 내가 하는 대로 하여라. 겸손하고 유순하고 참을성을 가져라. 세상은 이렇게 정복하는 것이지, 폭력과 힘으로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의 악습에 대하여는 강하고 맹렬하여라. 비록 너희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야 하더라도 악습들은 뿌리를 뽑아라. 며칠 전에 나는 너희들에게 눈을 조심하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너희들은 그렇게 할 줄을 모른다. 잘 들어 두어라. 음란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탐욕이 가득한 눈을 뽑아서 소경이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진실하여라. 나는 진리이다. 천상의 일에 있어서도, 인간적인 일에 있어서도 진리이다. 너희들도 솔직하기를 바란다. 나나 형제들이나 이웃에게 왜 속임수를 쓰겠느냐? 왜 속이는 것을 재미로 삼느냐? 뭐라고? 너희들이 교만한데도, "나는 사람들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알아내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할 자존심은 가지지 못하였느냐? 그리고 하느님께 대하여 솔직하여라. 길고 겉으로 드러나는 기도로 하느님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오! 가련한 아들들!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보신다.
선을 행할 때에 드러나지 않게 하여라. 자선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 세리가 회개하기 전에 조심성을 가질 줄을 알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그렇게 할 줄을 모르겠느냐? 마태오 야, 네가 매주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한 헌금은 아버지와 나만이 알고 있었는데, 거기 대하여 너를 칭찬한다. 그리고 너를 본보기로 소개한다. 벗들아, 이 조심성도 역시 순결의 한 가지 형태이다. 어떤 아주 어린 처녀를 군중의 눈앞에 드러내 놓지 않을 것과 같이 너희들의 착한 마음씨도 드러내지 말아라. 선행을 할 때에 순결하여라. 착한 행동이 칭찬이나 존경이나 교만한 감정 따위의 저의와 섞이지 않으면 순결하다.
하느님께 대하여 너희 부르심의 충실한 남편들이 되어라. 너희들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부부의 잠자리는 동시에 두 아내를 맞아들이지 못한다. 하느님과 사탄이 너희들의 포옹을 나누어 가질 수는 없다. 사람도 하느님도 사탄도 서로 대립하는 세 존재 사이의 삼중의 포옹을 나누어가질 수는 없다. 금전욕에도 육욕에도 반대하고, 육욕에도 권력욕에도 반대하여라. 이런 것이 사탄이 너희들에게 제의하는 것이다. 아! 그의 기만적인 보물들! 명예, 성공, 권력, 돈 따위는 너희들이 너희 영혼을 주고 사는 부정한 상품들이다. 너희들은 얼마 안 되는 것으로 만족하여라. 하느님께서는 너희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신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공중의 새들에게 필요한 것을 보장하시는 것과 같이 너희들에게 보장하시는데, 너희들은 새들보다 훨씬 더 나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들에게서 신뢰와 절제를 원하신다. 만일 너희가 신뢰를 가지면 하느님께서는 너희들을 저버리지 않으실 것이다. 너희들이 검소하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매일매일의 선물이 너희에게 충분할 것이다.
이름으로만 하느님께 속해 있으면서 이교도가 되지 말아라. 신인(神人)처럼 보이려고 하느님보다 황금과 권력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교도이다. 거룩하여라. 그러면 영원히 하느님과 비슷하게 될 것이다.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지 말아라. 너희들은 모두 죄인들이니. 다른 사람들이 너희를 이렇게 취급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대로 다른 사람들을 취급해야 한다. 즉 관대하고 용서할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판단하지 말아라. 아! 정말 판단하지 말아라! 너희들이 나와 같이 있는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죄 없는 내가 몇 번이나 옳지 않은 판단을 받고 있지도 않은 죄로 비난을 받았는지를 안다. 잘못 판단하는 것은 모욕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거룩한 사람만이 모욕을 모욕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희는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모욕하지 말아라. 그렇게 하면 사랑도 위반하지 않고, 순결과 더불어 사탄의 적인 거룩하고 사랑스럽게 온순한 겸손도 위반하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항상 용서하여라. 그리고 이렇게 말하여라. '아버지, 수없이 많은 제 죄에 대하여 아버지께 용서를 받기 위하여 저도 용서합니다' 하고.
참을성 있고 굳세고 용맹하게 시시각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라. 그런데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나는 이렇게까지 말하겠다. 그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그러나 하늘나라가 보상인데, 하늘나라는 그렇게 노력하느라고 기진맥진하게 될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여라. 오! 무슨 말을, 너희들에게는 사랑을 가르치기 위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하겠느냐? 사탄이 자극하는 가엾은 사람들아, 너희들을 사랑으로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구나!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정화(淨化)의 시간이 빨리 오게 하십시오. 이 땅은 메마르고, 이 양 떼, 당신의 양 떼는 병들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부드럽게 하고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이슬이 있습니다. 터놓으십시오, 그 이슬의 샘물을 터놓으십시오, 저를 터놓으셔야 합니다. 저를. 아버지,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제 소망이기도 하고 영원한 사랑의 소망이기도 한 당신의 소망을 이루기를 갈망합니다. 아버지, 아버지! 당신의 어린양을 보시고, 그 양을 제물로 바치는 이가 되어 주십시오' 하고."
예수께서는 정말로 영감을 받으셨다. 두 팔을 十자 모양으로 벌리시고 얼굴은 하늘을 향하고 서 계신데, 호수의 파란 바탕에 흰 아마포로 지은 옷을 입으셔서 두드러지게 보이시며 마치 기도를 드리는 대천사와 같으시다.
-이 동작과 더불어 내게는 환상이 사라진다.
64. 예수께서 티베리아에 가시어 쿠자의 집으로 요나타를 찾아가신다.
나는 매우 새롭게 건설된 티베리아시를 본다. 이 도시가 새로 건설되었고 부유하다는 것은 그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도시는 팔레스티나의 어떤 다른 도시보다도 더 질서 정연한 계획을 따랐고 예수살렘에서조차도 볼 수 없는 잘 조화되고 계획된 하나의 전체를 이룬다. 길에는 물이 괴어 있지 않고 쓰레기가 쌓여 있지 않도록 하수도 장치를 이미 갖춘 아름답고 곧은 큰길과 작은 길, 웅장하고 화려한 대리석 수반을 가진 분수들로 장식된 광장들이 있다. 통풍이 잘 되는 주랑(柱廊)이 달린 로마풍의 벌써 많이 드러난 저택들이 있다. 이 이른 시간에 열려 있는 어떤 큰 대문을 통하여 값진 휘장으로 장식되고 의자와 작은 탁자들이 놓여 있는 넓은 현관과 주랑을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저택 한가운데에는 대리석을 깐 마당이 있고, 거기에는 분수대와 뿜어져 나오는 물이 있고 꽃핀 화초를 갖춘 수반이 있다.
요컨대 그것은 로마 건축물의 모방인데 꽤 잘 재현되고 화려하게 모방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집들은 호수와 이웃하여 있는 거리에 있다. 호반(湖畔)과 평행으로 되어 있는 처음 세 저택은 정말 위풍당당하다. 호수의 완만한 곡선을 따라 나있는 큰길 옆의 첫 번째 저택은 말할 수 없이 호화롭다. 그 큰길 마지막 부분에는 별장들이 잇달아 늘어섰는데, 정면은 뒤쪽으로 지나가는 길 쪽으로 나있고, 호수 쪽으로는 물이 찰랑거리는 데까지 내려오는 화려한 정원들이 있다. 거의 모든 별장에 물가에 배가 닿을 수 있도록 만든 작은 다리가 있고, 그곳에는 값진 천 개와 붉은 빛깔의 의자들이 있는 놀잇배들이 매여 있다.
예수께서는 티베리아 항구가 아닌 지점에서, 아마 변두리 어디에선가 베드로의 배에서 내리신 모양으로, 호숫가를 끼고 나 있는 큰길로 오신다.
"선생님은 티베리아에 처음 오십니까?"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처음이다."
"뭐! 안티파스가 티베리우스에게 아첨하려고 일을 크게 잘했습니다. 그 자야말로 변절자(變節者)이지요!‥‥"
"상업도시라기보다는 오히려 휴양도시 같구나."
"상업은 다른 쪽입니다. 그러나 여기도 상업을 많이 합니다. 이곳은 부유합니다."
"저 집들은? 팔레스티나 사람들의 집들이냐?"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로마인들의 집이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집이‥‥그렇습니다! 비록 조각과 그와 비슷한 하찮은 것들이 잔뜩 있기는 하지만 히브리 사람들의 것입니다." 베드로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그들이 우리에게서 독립만 빼앗아 갔어도 낫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믿음까지도 빼앗아 갔습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이교도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베드로야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관습이 있지만, 그것을 따르라고 우리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타락을 원하는 것이다. 이해관계로, 유행을 따르려고, 또는 사대주의(事大主義)로‥‥."
"네 말이 옳다. 그러나 제일 먼저 그렇게 하는 사람은 분봉왕이다‥‥."
"선생님, 다 왔습니다" 하고 목자 요셉이 말한다. "여기가 헤로데의 집사의 집입니다."
그들은 큰길 끝에 도착하였는데, 그곳에는 네거리가 있고, 네거리에서부터, 큰길은 두 번째 길이 되는데, 별장들은 그 큰길과 호수 사이에 있다. 요셉이 가리키는 집은 첫째 집인데, 꽃이 만발한 정원에 둘러싸여 있다. 쟈스민과 장미의 향기와 화단이 호수에까지 퍼진다.
"요나타가 사는 곳이 여기냐?"
"여기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은 집사의 집사인데, 운이 좋았습니다. 쿠자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그의 집사의 공로를 인정할 줄 압니다. 조신(朝臣) 중에서는 드물게 볼 수 있는 정직한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요나타를 불러야 합니까?"
"불러라."
요셉은 큰 대문으로 가서 두드린다. 문지기가 달려온다. 그들은 말을 주고받는다. 요셉이 낙담하여 입이 뾰로통해지는 것이 보인다. 문지기가 반백이 된 머리를 내밀고 예수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무슨 말인지 물으니 요셉이 동의한다. 그들은 또 말을 주고받는다.
그런 다음 요셉이 나무 그늘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계신 예수께로 온다.
"요나타는 이곳에 없답니다. 상부 리반산에 갔답니다. 요나타는 병이 매우 중한 쿠자의 요안나를 데리고 공기가 시원하고 맑은 데로 갔답니다. 하인은 쿠자가 세례자 요한의 도피 소란이 있은 뒤로 궁중에 있으면서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요나타가 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하인은 선생님 더라 들어와서 좀 쉬시라고 합니다. 요나타가 아기 메시아 이야기를 해서 여기서까지도 선생님의 이름을 알고 기다린답니다."
"가자."
일행이 움직인다. 슬쩍 바라보던 문지기가 그것을 보고 다른 하인들을 부른다. 그는 지금까지는 반쯤만 열려 있던 큰 대문을 활짝 열고 참다운 경의를 가지고 예수를 맞이하러 뛰어나온다. "주님, 저희들과 슬픔에 잠긴 이 집에 주님의 축복을 내려 주십시오. 들어오십시오. 아이고! 요나타가 여기 있지 않았던 것을 얼마나 섭섭해할까요! 주님을 뵙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는데요. 들어오십시오. 들어오세요, 친구분들도 함께요."
안뜰에는 각 연령층의 남녀 하인들이 모두 열의를 가지고 공손히 인사를 하고, 또 좀 호기심도 가지고 있다. 작은 노파 한 사람이 한 구석에서 울고 있다.
예수께서 들어가시면서 평화의 몸짓과 인사로 축복하신다. 간식을 내온다. 예수께서는 의자에 자리 잡으시고 모두가 예수를 둘러싼다. "여기서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군요" 하고 예수께서 지적하신다.
"아이고! 요나타는 저희들을 주님의 이야기의 추억으로 가르쳤습니다. 요나타는 착합니다. 그런데 요나타는 주님께 입맞춤을 한 덕택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천성이 착하기도 합니다."
"나는 입맞춤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것과 같이 착한 사람들에게만 그 입맞춤이 착한 마음씨를 자라게 했습니다. 지금은 여기 없습니까? 요나타 때문에 왔는데."
"제가 그 말을 했습니다. 지금 리반산에 가 있습니다. 거기에 친구들이 있거든요. ‥‥이것이 젊은 여주인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이것이 성공하지 못하면‥‥"
한 구석에 있는 노파가 더 크게 운다. 예수께서는 의아하다는 듯한 눈길로 그 여자를 바라보신다.
"이 할머니는 여주인의 유모 에스텔입니다. 할머니는 여주인을 잃기로 체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우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노파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신다. "할머니, 그렇게 울지 말고 이리 오세요. 제 곁으로 오세요. 앓는다는 것이 꼭 죽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고! 죽습니다! 죽어요! 아기를 처음 낳다가 잘못된 뒤로는 죽어갑니다! 간통한 여자들은 몰래 아기를 낳고, 그래도 사는데, 요안나는, 착하고 정직하고 사랑스러운, 그렇게도 사랑스러운 요안나는 죽어야 한다니요!"
"그런데 지금 요안나의 병은 무슨 병입니까?"
"몸은 쇠약하게 하는 열병입니다. ‥‥바람이 부는 한복판에서 타고 있는 등불과 같습니다. ‥‥점점 더 세게 부는 바람 속에서 요안나는 점점 더 약해지고요. 아이고! 제가 요안나와 같이 가고 싶었는데, 요나타는 요안나가 기운이 없기 때문에 젊은 하녀들을 원했습니다. 꼼짝을 못 하는 몸이라 사람들이 옮겨야 하는데, 저는 이제 쓸모가 없게 되었거든요. ‥‥그 일에는 쓸모가 없게 되었지만‥‥ 요안나를 사랑하는 데는 쓸모가 없지 않습니다. 예‥‥ 저는 요안나를 어머니의 품에서 거두었습니다. 저는 하녀였는데, 저도 결혼을 했었고 한 달 전에 아이를 낳았었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약해서 젖을 먹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젖을 먹였습니다. ‥‥그리고 요안나가 고아가 되었을 때 제가 어머니 노릇을 했습니다. 아기가 겨우 '엄마' 소리를 할 줄 알 때였습니다. 병든 요안나를 밤새워 간호하느라고 제 머리는 백발이 되었고, 이마에는 주름이 생겼습니다. ‥‥제가 요안나의 일생의 모든 미소와 눈물을 거두었습니다. ‥‥저는 요안나에게 모든 미소와 제 사랑의 모든 위안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요안나는 죽어가고 저는 그 옆에 있지 못하는군요." ‥‥노파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
예수께서는 노파를 어루만지시지만 소용이 없다. "이거 보세요, 할머니, 믿음을 가지고 계십니까?"
"주님을 믿습니다, 예."
"할머니 하느님을 믿느냐는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다는 것을 믿으세요?"
"믿습니다. 그리고 또 하느님의 메시아이신 주님도 하실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아이고! 믿고 말고요. 주님의 능력에 대해서 시내에서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저 사람이(노파는 필립보를 가리킨다) 얼마 전에 주님이 회당 근처에서 행하신 주님의 기적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요나타가 저 사람에게 '메시아가 지금 어디 계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저 사람은 '모릅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요나타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이 여기 계시면 틀림없이 여주인의 병이 나을 텐데' 하고, 그렇지만 주님은 여기 안 계셨고‥‥ 그래서 요나타는 요안나를 데리고 떠났습니다. ‥‥이제는 요안나가 죽을 겁니다‥‥."
"아닙니다. 믿음을 가지세요. 정말 할머니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주세요. 할머니의 믿음 덕택으로 요안나가 죽지 않으리라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제 믿음 때문에요? 아이고! 제 믿음을 원하시면, 자 여기 있습니다. 제 목숨도, 제 늙은 목숨도 받으십시오. ‥‥그저 요안나가 병이 나은 것만 보게 해 주십시오."
"나는 생명입니다. 나는 생명을 주지 죽음을 주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전에 할머니의 젖으로 요안나에게 생명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생명은 끝날 수 있는 보잘것없는 생명입니다. 이제는 할머니의 믿음으로 끝없는 생명을 주세요. 할머니, 웃으세요."
"그렇지만 요안나는 여기 없는걸요. ‥‥" 노파는 희망과 염려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요안나는 여기 없고 주님은 여기 계시고‥‥."
"믿음을 가지세요, 이거 보세요. 나는 이제 나자렛에 가서 며칠을 머무를 것입니다. 거기에도 앓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런 다음 리반산으로 가겠습니다. 요나타가 엿새 안으로 돌아오면 나자렛의 요셉의 예수의 집으로 보내시오. 요나타가 안 오면 내가 가겠습니다."
"요나타를 어떻게 찾으시겠습니까?"
"토비아를 인도한 천사가 나를 인도할 것입니다. 할머니의 믿음을 단단히 가지세요. 내가 할머니에게 부탁하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할머니, 이제는 울지 마세요."
노파는 오히려 크게 운다. 노파는 예수의 발 앞에 엎디어 그 숭고한 무릎에 머리를 얹고 복된 손에 입을 맞추고 눈물로 적신다. 예수께서는 다른 손으로 노파를 어루만지시고, 다른 하인들이 노파가 계속 우는 것을 조용히 나무라자 이렇게 말씀하신다. "가만 놔두시오. 이제는 위안의 눈물이오. 그러면 할머니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주인이 건강을 회복하면 다들 좋겠습니까?"
"아이고! 그분은 정말 착하십니다. 그런 주인은 친구와 같습니다. 그래서 모두 사랑합니다. 저희들은 정말이지 그분을 사랑합니다."
"나는 여러분의 마음속을 들여다봅니다. 여러분도 더 착하게 되시오. 나는 떠납니다. 배가 저기 있어서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축복합니다."
"선생님, 또 오십시오. 또 오세요!"
"또 오지요, 아주 여러 번 또 올 것입니다. 안녕. 이 집과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환호하는 하인들의 배웅을 받으시며 제자들과 같이 나오신다.
"선생님은 나자렛에보다 여기에 더 잘 알려지셨군요" 하고 서글프게 지적한다.
"이 집은 메시아에 대하여 믿음을 가졌던 어떤 사람에 의하여 준비되었었다. 그런데 나자렛에서는 내가 목수이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리고 우리는 선생님이 누구 시라는 것을 알릴 힘이 없습니다."
"그럴 힘이 없느냐?"
"없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의 목자들과 같이 용맹하지 못합니다‥‥."
"야고보, 그렇게 생각하느냐?" 예수께서는 사촌을 바라보시며 미소 지으신다. 야고보는 예수의 양부를 속 닮아서 요셉과 같이 눈과 머리털이 밤색이고 얼굴이 엷은 갈색인데, 유다는 흰 얼굴에다 까만 수염과 곱슬곱슬한 머리가 둘러싸고 있으며 눈은 보랏빛을 띤 파란색으로 예수의 눈을 약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말하겠는데, 너는 너 자신을 모르고 있다. 너와 유다는 굳센 사람이다."
사촌들이 머리를 내젓는다.
"너희들은 내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정말 나자렛으로 가는 것입니까?"
"그렇다. 나는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싶고 또‥‥ 또 다른 일 한 가지를 하고자 한다. 가고 싶은 사람은 가자."
모두가 가기를 원한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촌들이다. "아버지 어머니 때문입니다. 아시겠어요?"
"안다. 우리가 가나에 들렀다가 그리로 간다."
"가나에 들른다고요? 그러면 저희들은 수산나의 집에 들르겠습니다. 수산나가 아버지께 드릴 달걀과 과일을 줄 거야. 형."
"그리고 틀림없이 그의 맛있는 꿀도 줄 거야. 아버지는 꿀을 참 좋아하시거든!"
"그리고 그건 아버지께 영양도 되고."
"가엾은 아버지! 고통을 심하게 당하 신단 말이야. 아버지는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는 뿌리 뽑힌 초목과 같아‥‥그리고 돌아가고 싶지 않으셔‥‥"야고보는 무언의 기도로 예수를 쳐다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을 못 보시는 것 같다. "요셉 아저씨도 고통스럽게 돌아가셨어요?"
"그렇다" 하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그러나 그분은 참아 견디고 계셨기 때문에 덜 괴로워하셨다."
"그리고 또 요셉 아저씨에게는 선생님이 계셨지요."
"알패오 아저씨도 내가 모실 수 있을 터인데‥‥."
-사촌들은 고민을 하며 한숨을 쉰다. 그리고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65. 예수께서 알패오 아저씨의 집에 가셨다가 당신 집으로 가신다.
예수께서는 갈릴래아의 아름다운 야산들 가운데에 제자들과 같이 계시다. 황혼이 오고 있지만 해가 아직 지평선 위에 높이 떠 있다. 해를 피하기 위하여 길손들은 나무들 아래로 해서 길을 간다. 그 나무는 대개가 올리브나무들이다.
"이 언덕만 올라가면 나자렛이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이제는 내 말을 들어라. 나자렛에 도착하면 헤어지자. 유다와 야고보는 그들의 마음이 바라는 것을 따라 즉시 아버지께 가라. 베드로와 요한은 틀림없이 샘물 근처에 있을 거지들에게 잔돈을 나누어 주어라. 나와 다른 사람들은 집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그다음에는 쉴 생각을 하겠다."
"저희들은 착한 알패오의 집으로 가겠습니다. 지난번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혼자 가서 인사하겠습니다. 제 침대는 아직 딱딱한 잠자리에 익숙해지지 않은 마태오에게 양보하겠습니다." 하고 필립보가 말한다.
"아니야, 나이 먹은 자네는 안돼. 나는 그걸 허락하지 않겠어. 나는 지금까지 편안한 침대에서 잤네. 하지만 거기서 얼마나 지옥 같은 잠을 잤는지 몰라! 정말이야. 지금은 마음이 얼마나 편안한지 조약돌 위에 누워도 깃털 넣은 요를 깔고 자는 것 같아, 오! 잠을 잘 자게 하고 못 자게 하는 건 양심이야!"하고 마태오가 대답한다.
제자 토마,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사이의 애덕의 경쟁이다. 이들은 내가 알기로는 지난번에 그 알패오의 집에 있었던 사람들이다(이 알패오는 야고보의 아버지는 분명히 아니다. 그것은 야고보가 안드레아와 말하면서 "아버지가 더 편치 않으셔도 지난번처럼 집에 자네 자리가 있을 거야" 하고 말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토마가 성공을 거둔다. "내가 그룹에서 제일 젊으니까, 침대는 내가 양보하겠어. 마태오, 자네는 나 하는 대로 가만있어. 습관을 좀 들이는 것은 다음번에 하게. 이 때문에 내가 고통을 겪는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아. 나는 꿈을 꾸는 연인과 같아. ‥‥'나는 딱딱한 침대에서 잘 것이다. 그러나 내 사랑은 아주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토마는 38세쯤 된 사람으로 쾌활하게 웃는다. 그래서 마태오가 지고 만다.
이제는 몇 미터 앞에 나자렛의 첫째 집들이 나타났다.
"예수님‥‥ 우린 갑니다." 하고 유다가 말한다.
"가거라, 가."
두 형제는 거의 뜀박질을 하다시피 떠난다.
"어이구! 아버지는 역시 아버지로군요"하고 베드로가 중얼거린다. "아버지는 성이 나 있어도 우리 핏줄이지요. 그리고 핏줄은 밧줄보다도 더 세게 우리를 잡아당깁니다. 게다가 선생님의 사촌들은 제 마음에 듭니다. 대단히 착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 그들은 대단히 착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헤아려보지 않을 만큼 겸손하다. 그들의 정신은 자기들에게서 보다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 선을 발견하기 때문에 자기들은 항상 잘못하고 있는 줄로 믿고 있다. 그들은 많이 전진할 것이다‥‥."
이제 그들은 나자렛에 들어왔다. 여자들이 예수를 보고 인사를 하고, 남자들도 인사를 하고 어린이들도 그렇게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처럼 메시아에 대한 환호가 아니다. 여기서는 어디 갔다가 돌아오는 친구에게 혹은 더 반갑게 혹은 덜 반갑게 인사하는 친구들이다. 나는 또 많은 사람이 예수와 같이 있는 혼합된 집단을 살펴보면서 조소적인 호기심을 나타내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그것은 분명히 왕의 고관으로 이루어진 조신들의 행차도 아니요 사제들의 화려한 행렬도 아니다. 땀을 흘리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가리옷의 유다와 마태오와 시몬과 바르톨로메오를 빼놓고는-우아함의 정도의 순서에 따라 적었다- 대단히 검소한 옷을 입은 그 사람들은 왕의 수행원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에 가는 서민층의 여행자들의 무리 같다. 저 왕은 그에게 유리한 것이라고는 키와 용모가 뛰어나다는 것밖에 없다.
그들은 몇 미터쯤 더 간다. 그런 다음 베드로와 요한은 오른쪽으로 가고, 예수께서는 다른 제자들과 같이 어린이들이 잔뜩 모여 있는 작은 광장에까지 가신다. 어린이들은 어머니들이 물을 길으러 오는 수반(水般) 둘레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있다.
한 남자가 예수를 보고 놀라며 반갑다는 표를 한다. 그는 예수께로 빨리 와서 인사를 한다. "어서 오게! 난 자네가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은 몰랐었지! 자, 내 막내에게 입맞춤을 해 주게. 이놈은 꼬마 요셉이야. 자네 없는 동안에 났어." 그러면서 안고 있던 아기를 내민다.
"이름을 요셉이라고 하셨어요?"
"그럼, 나는 먼 친척이 되고, 또 친척 이상이던 그 사람을 잊지 않고 있네. 그 사람이 내게는 굉장한 친구였지. 이제는 내 손주들에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던 이름들을 붙여주었지.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친구였던 안나라는 이름하고 요아킴이라는 이름하고, 그리고 마리아‥‥ 아이고! 마리아가 났을 때 얼마나 기뻐들 했는지! 그들이 내게 아기를 입 맞추게 하면서 이렇게 말하던 것이 생각나네. '저 무지개가 보이지. 저게 아기가 하늘에서 내려온 다리야. 저건 천사들의 길이었어' 하고. 그런데 그건 사실이었어. 아기가 얼마나 예쁜지 어린 천사 같았어. ‥‥이제는 여기 요셉이 있네. 자네가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 알았더라면 자네를 기다렸다가 할례를 시키는 건데."
"제 할아버지 할머니와 제 아버지 어머니를 그렇게 사랑하시어 고맙습니다. 아기가 잘 생겼군요. 의인 요셉처럼 영원히 의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 아기를 흔들어 주시니 아기는 방끗방끗 웃는다.
"나를 좀 기다려 주면, 자제하고 같이 가겠네. 항아리들이 가득 차기를 기다리는 걸세. 나는 딸 마리아가 피로하게 되는 걸 원치 않아. 그리고 나 하는 걸 좀 보게. 물병들을 자네 제자들이 갖다 주겠다면 이 사람들에게 주겠네. 그리고 자네와 단둘이서 좀 이야기하겠네."
"그러믄요, 물론 들어다 드리지요! 저희들은 아시리아 왕이 아닙니다" 하고 토마가 외치며, 우선 물병 하나를 집어 든다."
"그럼 조심하게. 요셉의 마리아는 지금 집에 없네. 시아주버니한테 가 있네. 알겠나? 하지만 열쇠는 우리 집에 있네. 집에, 작업장에 말이네만, 들어가려거든 열쇠를 달라고 하게."
"예, 예. 너희들은 집으로 가거라. 나는 나중에 가겠다."
사도들은 가고 예수께서는 알패오와 같이 남아 계시다.
"내가 자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나는 자네의 참다운 친굴세. ‥‥진짜 친구이고, 나이가 더 많고 또 같은 고장 사람이면 말할 수 있는 거지. 나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나는‥‥ 하지만 자네에게 충고를 하고 싶지는 않네. 자네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다만 자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아! 아니야, 나는 염탐꾼 노릇을 하기도 원치 않고 자네에게 친척들을 나쁜 관점에서 보게 하고 싶지도 않네. 그러나 나는 자네를 메시아로 믿네. 그래서‥‥ 그래서 말이야, 그 사람들이 자네가 자네가 아니라고, 즉 메시아가 아니라고, 자네는 병자이고 친척들의 집안을 망친다고 말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마음에 괴롭단 말일세. 이 도시 사람들은‥‥ 자네도 알다시피 알패오가 매우 존경받고 있어서 이 도시 사람들도 그들의 말을 듣고, 게다가 지금은 그 사람이 앓고 있으니까 불쌍하기도 하지‥‥ 동정까지도 때로는 옳지 못한 일을 하도록 부추기네. 이거 보게. 유다와 야고보가 자네를 옹호하고 자네를 따를 자유를 옹호하던 날 저녁 내가 거기 있었네. ‥‥아이고! 그 광경이라니! 난 자네 어머니가 어떻게 견디어내는지 모르겠네! 또 그 가엾은 알패오의 마리아는 어떻고? 가정의 어떤 상황에서는 여자들이 항상 희생자야."
"이 시간에 제 사촌들이 아버지에게 가 있습니다."
"아버지한테? 아이고! 그 사람들 불쌍하네! 노인은 정말이지 제정신이 아니야. 확실히 나이와 병 때문이기는 하지만 꼭 미친 사람같이 행동하네. 미치지 않았다면, 한층 더 불쌍하네. 그의 영혼을 망치고‥‥ 있거든."
"아들들을 혹독하게 대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확실하네. 그 사람들과 여인들의 일을 섭섭하게 생각하네. ‥‥어딜 가는 건가?"
"알패오 아저씨의 집에요."
"안되네. 예수! 그 사람이 경우에 어긋나는 짓을 하게 하지 말게!"
"제 사촌들이 저를 자기 자신들보다도 더 사랑합니다. 그러니 저도 같은 사랑으로 갚아 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거기에는 제게 소중한 여자가 두 분이 있습니다. ‥‥가겠습니다. 붙잡지 마세요."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알패오의 집 쪽으로 걸음을 재촉하신다. 그동안 상대편 사람은 생각에 잠긴 채 길 가운데에 그대로 서 있다.
예수께서는 빨리 걸으신다. 나는 예수께서 알패오의 집 정원 경계에 이르신 것을 본다. 여인의 울음소리와 남자의 지나친 고함소리가 예수를 맞이한다. 예수께서는 온통 초록 빛깔인 정원을 지나 집까지의 마지막 몇 미터를 한층 더 빨리 지나가신다. 예수께서 집의 문지방에 이르시려고 하는 순간에 어머니께서 문쪽으로 향해 나오시다가 아들을 보신다.
"어머니!"
"예수야!"
두 마디 사랑의 외침이다.
예수께서 들어가려고 하신다. 그러나 마리아가 "얘야, 안된다"하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팔을 벌리고 문지방에 서서 문설주에 두 손을 꼭 대고 계신다. 살과 사랑으로 된 방벽이다. 그러면서 되풀이한다. "안된다. 얘야, 그러지 말아라."
"어머니, 가만두세요, 아무 일 없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비록 마리아의 두드러지게 창백해진 얼굴로 마음이 흔들릴 것이 분명하지만 아주 침착하시다. 어머니의 가냘픈 손목을 잡아 문설주에서 떼시고 지나가신다.
부엌에는 가나에서 가져온 달걀과 포도송이와 꿀단지가 끈적끈적한 개밥같이 되어서 바닥에 널려있다. 다른 방에서는 늙은이의 도전적인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노인은 몹시 옳지 않고 무능하고 보기에 딱하고 당하기에는 고통스러운 저 노인다운 분노로 위협하고 비난하고 한탄한다." ‥‥자 내 집은 이제 망하고 온 나자렛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고, 나는 여기 혼자서 도움도 받지 못하고 마음과 존경과 내 필요한 일에 상처를 입고 있단 말이야! ‥‥알패오 야, 참된 충실한 사람으로 행동한 뒤에 네게 남은 것이라곤 이것뿐이란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느냐? 왜? 미친놈 때문이다. 얼간이 같은 내 아들들을 미치게 하는 미친놈 때문이다. 아이고! 아이고! 정말 괴롭구나!"
그리고 눈물에 젖어 애원하는 알패오의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 참으세요, 참아! 당신이 당신 자신의 건강을 해친다는 걸 모르세요? 자, 제가 누울 수 있게 도와드리겠어요. ‥‥항상 착하고, 항상 올바르던 분이‥‥ 왜 지금은 당신 자신과 저와 가엾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세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싫어! 날 건드리지 말아! 싫어! 아들들이 착하다고? 아! 그럼 착하고 말고! 배은망덕하는 두 놈! 그놈들은 내게 독주를 먹인 다음 꿀을 가져왔어. 내 마음을 파먹고 나서 달걀과 과일을 가져왔단 말이야! 저리 가란 말이야, 저리 가! 당신은 필요 없어. 마리아를 원해. 마리아는 요령이 있단 말이야. 아들을 순종시킬 줄 모르는 무기력한 그 여자가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방에서 쫓겨난 알패오의 마리아는 예수께서 알패오의 방에 들어가려고 하시는 순간에 부엌으로 들어온다. 알패오의 마리아는 절망적으로 흐느끼면 예수께 매달리고, 그동안 동정녀 마리아는 겸손하고 참을성 있게 노한 노인 곁으로 가까이 가신다.
"아주머니, 울지 마세요. 지금 제가 방에 들어가겠습니다."
"아이고 아서라. 너한테 모욕을 주게 하지 말아라! 그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그 사람은 막대기를 가지고 있다. 안된다, 예수야, 안돼. 그 사람은 아들들까지 때렸다."
"저한테는 아무렇게도 안 하실 것입니다."하고 말씀하시고, 예수께서는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아주머니를 옆으로 밀치시고 들어가신다.
"알패오 아저씨, 아저씨께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노인은 마리아에게 불평을 하고, 요령 있게 할 줄을 모르다고(금방 마리아만이 요령 있게 할 줄 안다고 말하던 사람이) 수없이 비난을 하면서 누우려고 하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돌아보며 말한다. "여길? 나를 놀리려고 여길 왔느냐? 그런 일까지?"
"아닙니다. 아저씨께 평화를 가져다 드리려고 왔습니다. 왜 그렇게 불안해하십니까? 아저씨는 자신의 건강을 해치십니다. 어머니, 놔두세요, 제가 아저씨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아저씨 아프지 않으시고 피곤하지도 않으실 것입니다. 어머니, 담요를 들어주세요."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기운 없이 심술궂게 울고 불쌍하게 헐떡거리는 그 작은 해골 덩어리를 조심조심 붙드시고, 갓난아기처럼 침대에 뉘신다. "자, 아버지께 해 드린 것처럼 이렇게요. 그 쿠션을 더 높게 하세요. 그러면 아저씨를 들어 올리게 되고, 아저씨는 숨쉬기가 더 편할 것입니다. 어머니, 그 작은 쿠션을 허리 밑에 넣으세요. 그것이 더 부드러울 것입니다. 이제는 빛이 아저씨 눈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면서 맑은 공기는 들어올 수 있게 하세요. 됐습니다. 탕약을 불에 올려놓은 것을 보았는데, 어머니 그것을 가져오세요. 그걸 잡수시면 몸에 이로울 것입니다."
마리아는 하라는 대로 나가신다.
"그러나 나는‥‥ 그러나 나는‥‥ 왜 네가 나한테 착하게 구는 거냐?"
"아저씨를 사랑하니까요. 아저씨도 아시지요."
"나는 너를 원망했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지금은 원망을 안 하시지요. 저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아저씨를 대단히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게는 충분합니다. 이후에는 아저씨가 저를 사랑하실 것입니다‥‥."
"그러면‥‥아이고‥‥아이고‥‥ 못 견디게 아프다! 그러면,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왜 내 백발을 모욕하느냐?"
"알패오 아저씨, 저는 아저씨를 모욕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아저씨를 존경합니다."
"나를 존경한다고? 나는 나자렛의 웃음거리가 되었단 말이다."
"아저씨,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제가 어떻게 했기에 아저씨를 나자렛의 웃음거리가 되게 했습니까?"
"내 아들들 때문이다. 그 애들이 왜 거역을 하느냐? 너 때문이다. 왜 조소를 받게 되느냐? 너 때문이다."
"이거 보세요 아저씨, 만일 나자렛 사람들이 아저씨의 아들들의 처지 때문에 아저씨를 치하해도 똑같이 고통을 느끼시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그렇지 않지! 그러나 나자렛 사람들은 나를 치하하지 않는다. 만일 네가 실제로 정복을 하러 가는 사람이라면 나자렛이 나를 찬양할 것이다. 그러나 나를 거의 미쳐서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미움과 조롱을 한 몸에 모아들이며 세상을 돌아다니는 사람 모양으로 내버려 두니. 아! 누군들 웃지 않겠느냐? 아이고! 불쌍한 내 집안! 불쌍한 다윗 가문, 너는 어떻게 끝장이 나는 거냐! 그런데 나는 아직도 살아 있으면서 이 불행을 보아야 한다니! 영광스러운 조상의 마지막 후손인 네가 지나친 노예근성으로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것을 보게 되다니! 아! 내 약한 아우가 멋없으면서도 독재적인 저 여자와 결합하게 된 날부터 우리 머리 위에 불행이 내려왔다. 그 여자는 내 아우에 대해서 전권을 가졌었단 말이다. 나는 그때 그 말을 했었다. '요셉, 너는 결혼할 사람이 아니야. 너는 불행하게 될 거야!'하고. 그리고 사실 아우는 불행했다. 그 애는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를 알았었다. 그래서 결혼 따위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었다. 상속권 가진 여자 고아에 관한 법은 저주받아 마땅하다! 운명은 저주받아 마땅하다. 그 결혼은 저주받아 마땅하다!"
"상속권 가진 동정녀"는 때마침 탕약을 가지고 들어오셔서 시아주버니의 푸념을 들으셨다. 마리아는 한층 더 창백해지셨다. 그러나 그분의 참을성 있는 우아함은 그것으로 인하여 흐려지지 않는다. 마리아는 알패오에게 가까이 가서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약을 먹는 것을 도와주신다.
"아저씨는 옳지 못하십니다. 그러나 아저씨가 하도 고통을 당하시니까 모든 것을 용서받으십니다"하고 예수께서는 알패오의 머리를 쳐들어 주시며 말씀하신다.
"아! 그렇고 말고, 몹시 아프다! 너는 네가 메시아라고 말하지! 너는 기적도 행하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라. 그러면 네가 빼앗아 간 아들들의 대가로 적어도 내 병이나 고쳐라. 내 병을 고쳐라. ‥‥그러면 용서해 주마."
"아저씨는 아들들을 용서하시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세요, 그러면 아저씨의 고통을 덜어드리겠습니다. 아저씨가 원한을 가지고 계시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용서하라고?" 노인은 펄쩍 뛴다. 그러니까 자연 그의 고통이 악화되어서 다시 화를 버럭 내게 된다. "용서하라고? 절대로! 저리 가라! 그런 말 하려거든 저리 물러가라! 썩 꺼져버려! 난 더 이상 방해받지 않고 죽고 싶다."
예수께서는 체념하신다는 몸짓을 하신다. "아저씨,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갑니다. ‥‥제가 정말 가야 합니까? 아저씨, ‥‥제가 정말 가야 합니까?"
"네가 만일 나를 만족시켜 주지 않겠으면, 그래 가라, 그리고 저 배반자 두 놈에게 늙은 아비가 원한을 품고 죽는다고 말해라."
"안 됩니다. 그것은 안 됩니다. 아저씨의 영혼을 잃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고 싶으시면 저를 사랑하지 마십시오. 저를 메시아로 믿지 마십시오. 그러나 미워하시면 안됩니다. 알패오 아저씨, 미워하시면 안 돼요. 저를 웃음거리로 만드십시오. 저를 미쳤다고 말씀하십시오. 그러나 미워하지는 마십시오."
"하지만 내가 너를 모욕하는데, 너는 왜 나를 사랑하느냐?"
"그것은 제가 아저씨가 인정하고자 하지 않으시는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랑입니다. 어머니, 저는 집으로 갑니다."
"그래라, 내 아들아. 조금 있다가 나도 가마."
"알패오 아저씨, 제 평화를 아저씨께 두고 갑니다. 아저씨가 저를 원하시면, 사람을 보내십시오. 저는 어떤 시간에라도 오겠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같이 태연하게 나가신다. 그저 얼굴이 더 창백할 뿐이다.
"아이고! 예수야, 예수야, 그 사람을 용서해라" 하고 알패오의 마리아가 괴로워한다.
"그러믄요, 아주머니. 그렇게 할 필요도 없어요.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아저씨가 벌써 더 침착해지셨습니다. 은총은 사람들의 마음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작용합니다. 게다가 아주머니의 눈물과 유다와 야고보의 고통과 그들의 부르심에 대한 충실이 있습니다. 아주머니의 고민하는 마음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 알패오의 마리아에게 입맞춤하시고, 집으로 가시려고 정원으로 나오신다.
예수께서 거리로 나오시는데, 베드로와 그 뒤에 요한이 뛰어서 온 까닭에 숨을 헐떡거리며 들어온다. "아이고, 선생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야고보가 '우리 집으로 뛰어가 보게. 예수님이 어떤 취급을 당하시는지 모르겠어' 하고 말했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제가 틀리게 말씀드렸습니다. 샘터에서 만났던 그 사람 알패오가 들어와서 유다에게 "예수가 너희 집에 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야고보가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선생님의 사촌들은 깜짝 놀라 있습니다. 저는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뵈니‥‥ 안심이 됩니다."
"베드로야, 아무것도 아니다. 고통 때문에 아량이 없어진 가엾은 병자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 끝났다."
"아이고! 저는 기쁩니다! 그런데 자넨 왜 여기 오나?" 베드로는 역시 뛰어오는 가리옷 가람을 불러 세운다. 말투가 그리 부드럽지 않다.
"자네도 여기 온 것 같은데."
"나는 가보라는 부탁을 받고 온 거야."
"나도 왔네. 만일 선생님이 위험한 처지에 계시면, 그것도 당신 고향에서 그런 일을 당하시면, 이미 유다에게 선생님을 옹호한 내가 갈릴래아에서도 옹호할 수 있는 것이지."
"그 일이라면 우리로 충분해. 그러나 갈릴래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
"하! 하! 하! 확실히 선생님의 고향 사람들은 선생님을 소화되지 않는 음식처럼 물리치네. 그건 좋아. 나는 선생님이 알려지지 않으신 유다에서 일어난 다른 사건을 가지고 분개하는 자네 때문에 만족하네. 여기서는 반대로!‥‥" 유다는 빈정거리는 태도로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말을 마친다.
"이거 봐 총각. 나는 별로 자네를 용인할 기분이 아닐세. 그러니 자네가 그 무엇에‥‥ 애착을 가진다면. 그만 해두게. 선생님, 그 사람들이 선생님을 헤쳤습니까?"
"베드로야, 아니라니까 그러는구나. 정말이다. 빨리 가서 사촌들을 위로하자." 그들은 떠나서 큰 작업장으로 들어간다. 유다와 야고보는 목수의 큰 작업대 가까이 있다. 야고보는 서 있고, 유다는 걸상에 앉아 팔꿈치를 긴 걸상에 얹고 손으로는 머리를 괴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즉시 애정을 표시하기 위하여 미소를 지으시며 그들에게로 가신다. "알패오 아저씨가 지금은 좀 더 조용해지셨다. 고통이 진정되고 평화가 완전히 돌아왔다. 너희들도 안심하여라."
"아버지를 보셨습니까? 그리고 어머니는요?"
"모두 다 보았다."
유다가 묻는다. "제 형들도요?"
"아니, 형들은 거기 없었다"
"형들도 집에 있었는데, 선생님 앞에 나타나기가 싫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에게는! 아이고! 저희가 죄를 범했다 하더라도 형들이 저희를 그렇게 다루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저희들이 아버지를 다시 보고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물건들을 갔다 드린다는 기쁨으로 가나에서 날다시피 해서 왔었는데, 저희들은 아버지를 사랑하는데‥‥ 아버지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이제는 우리를 믿지 않으셔요." 유다는 팔을 내려뜨리고 머리를 긴 걸상에 대고 운다. 야고보는 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내심의 참된 고통을 드러낸다.
"유다야, 울지 말아라. 그리고 너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오! 예수님! 저희들은 아들입니다. 그런데‥‥ 저희를 저주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뒤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선생님의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같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를 선생님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죽인다고 위협을 하더라도 말입니다!" 하고 야고보가 외친다.
"그러면서 네가 영웅적 행위를 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느냐?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너 스스로가 그 말을 하였다. 잘 들어두어라, 너는 죽음 앞에서 충실할 것이다. 또 너도." 예수께서는 그들을 어루만지신다. 그러나 그들은 괴로워한다. 유다의 울음소리가 돌로 된 둥근 천장 밑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이 기회에 나는 제자들의 마음을 더 잘 알 수가 있었다.
베드로는 슬퍼하는 정직한 얼굴을 하고 외친다. "그렇고 말고! 괴로운 일이지. ‥‥얼마나 슬픈 일이야! 그러나 얘들아(그러면서 그들을 다정스럽게 흔든다), 그런 말씀을 아무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닐세. ‥‥나는 ‥‥나는 예수께서 나를 부르신 것으로 운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네. 저 착한 내 아내는 끊임없이 이런 말을 하네. '당신이 이제는 내 사람이 아니니까 나는 소박맞은 것과 같아요. 그렇지만 나는 "행복한 소박!"이라고 말하겠어요' 하고. 자네들도 그렇게 말하게. 자네들은 아버지를 잃지만, 하느님을 얻네!" 목자 요셉은 고아인 처지에서 아버지가 마음 고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놀라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만 원수가 된 아버지를 슬퍼하는 것보다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슬퍼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요한은 그저 동료들에게 입맞춤하고 어루만지기만 한다. 안드레아는 말없이 한숨만 쉰다. 그는 말을 할 마음은 간절하지만 수줍어서 목이 막히고 만다. 토마, 필립보, 마태오, 나타나엘은 참된 고통을 보고 느끼는 경의를 가지고 한구석에서 조용히 말들을 하고 있다.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평화를 주시기를 작은 목소리로 기도한다. 열성당원 시몬, 오! 그의 태도는 정말 내 마음에 든다! 그는 그가 있던 구석을 떠나 마음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두 제자 곁으로 와서, 한 손은 유다의 머리에 얹고, 한 팔로는 야고보의 허리를 껴안으면서 말한다. "아들아, 울지 말아라, 선생님은 너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를 결합시킨다. 나를 위하여 아버지를 잃는 너와 아들을 가지지 못하였으면서 아버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너를'하고.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예언적인 말씀인지를 깨닫지 못했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알고 계셨다. 자 그러니 제발, 나는 나이 먹었고, '아버지'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기를 항상 열망했다. 나를 아버지로 받아들여라. 그러면 나는 아버지로서 너희들에게 아침저녁으로 축복하겠다. 제발 나를 아버지로 받아들여라."
두 사람은 더 크게 흐느끼며 동의한다.
마리아가 들어오셔서 슬퍼하는 두 사람에게로 달려가신다. 마리아는 유다의 새까만 머리와 야고보의 뺨을 쓰다듬어 주신다. 마리아는 백합꽃과 같이 희시다. 유다는 마리아의 손을 잡아 입맞춤하고 "아버지는 뭘 하고 계셔요?"하고 묻는다.
"아들아, 주무신다. 어머니가 너희들에게 입맞춤을 보낸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두 사람에게 입맞춤하신다.
베드로의 쉰 목소리가 폭발한다. "자, 이리 좀 오게. 할 말 있네"하고 말하면서 베드로가 그의 억센 손으로 가리옷 사람의 팔을 붙잡고 바깥 거리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는 혼자서 돌아온다.
"그 사람을 어디로 보냈느냐?"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어디로 보냈냐고요? 바람 좀 쐬라고요. 만일 바람이 그를 진정시키지 않았더라면 제가 다른 방법으로 진정시켰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선생님 때문이었습니다. 아이고! 이제는 속이 좀 개운합니다. 남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웃는 자는 독사와 같은 자인데, 저는 뱀을 내쫓습니다. ‥‥예, 선생님이 계셨기에 망정이지‥‥ 저는 그저 달구 경이나 하라고 보냈습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차라리 율법학자는 될 수 있어도, 세상에 있다는 의식이나 겨우 가지고 있는 저를 가지고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분은 하느님뿐이시지만요. 그러나 그 사람은 하느님의 도우심을 가지고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요나의 아들 시몬이 확실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틀림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은 여기서 나가서 슬픔을 같이 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은 8월의 태양 밑에 있는 조약돌 보다도 더 냉담한 사람입니다. 자, 여보게들! 여기에는 하늘에 있을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다정스러운 어머님이 계시고, 여기에는 온 천국보다도 더 좋으신 선생님이 계시고, 여기에는 자네들을 사랑하는 많은 성실한 마음이 있네. 소나기는 유익한 것일세. 먼지를 떨어 버린단 말이야. 내일은 자네들이 꽃들보다도 더 싱싱하고 새들 보다 더 가볍게 되어서 우리 예수님을 따를 걸세."
그리고 베드로의 이 소박하고 착한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
예수께서 나중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환상 뒤에 1944년 봄에 보여주었던 환상을, 즉 내가 어머니께 사도들에 대한 인상을 여쭈어본 환상을 삽입하여라. 이제는 그들의 정신적인 특징이 넉넉히 드러났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빈축을 사지 않고 그 환상을 여기에 삽입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게는 조언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내가 나자렛이 머무르는 동안 제자들이 이웃 마을들의 친한 가정들에 흩어져 있고 어머니와 둘이만 있을 때, 내 다정스러운 친구에게 말하고 어머니에게 의견을 물어 내가 이미 본 모든 것을 은총과 지혜가 가득한 어머니의 입으로 확인하시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어머니와 같이 있을 때는 나는 '아들'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여인들의 아이들 가운데에서 '어머니다운' 어머니가 절대로 없었고, 존경과 신뢰와 사랑에 관하여 나보다 더 '아름다운'아들이 결코 없었다.
그리고 열 두 제자에 대하여, 그들의 덕행과 결점과 성격과 노력에 대하여 너희들이 최소한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 지금, 그들을 일치시키고 향상시키고 양성하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말할 사람이 아직도 있느냐? 사도의 생활은 쉽고, 사도가 되기 위하여는, 즉 자기가 사도라고 믿기 위하여는 흔히 고통이 없고, 충돌도 없고 실패도 없는 쉬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단 말이냐? 나를 섬긴다는 사실을 가지고 내가 그의 하인이 되어 그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적을 행하고, 그의 생활을 기분 좋고 인간적으로 영광스러운 꽃방석이 되게 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직도 있단 말이냐? 내 길, 내 일, 나를 섬김은 십자가요, 고통이요, 포기요, 희생이다. 나는 이 길을 지나왔다. 자기들을 '내 사람'이라고 말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 길로 걸어와야 한다.
이 말은 '요한'들을 위하여 하는 말이 아니라 불평이 있고 까다로운 박사들을 위하여 하는 말이다. 또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말하겠다마는, 내가 팔레스티나의 말에는 있지 않은 '아저씨'니 '아주머니'니 하는 용어를 쓴 것은 마리아의 외아들이라는 내 신분과 내 어머니의 해산 전과 해산 후의 동정과 내가 인간 생명을 받은 결합의 영적이고 신적(神的)인 성질에 관한 불경한 질문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고 종지부(終止符)를 찍기 위해서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마는, 내 어머니는 다른 결합을 가지지 않으셨고 다른 자녀도 없었다. 나 자신도 찢지 않은 육체이고 모태임과 동시에 장막인 신비를 간직한 침범되지 않은 육체이며, 삼위일체와 사람이 된 말씀의 옥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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