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7. 동정녀 마리아의 탄생
나는 채소밭에서 나오는 안나를 본다. 안나는 그녀를 닮은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친척인 것 같은 어떤 여자의 팔에 의지하고 있다. 배가 매우 불렀고 피곤해 보이는데, 아마 나를 지치게 하는 더위와 똑같은 더위 때문에도 그런 것 같다.
비록 정원에 녹음이 우거졌지만 공기는 몹시 뜨겁고 답답하다. 물렁물렁하고 뜨거운 반죽을 칼로 베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공기다.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로 약간 흐릿하게 된...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 아래의 공기는 그토록 몹시 무겁다. 오래전부터 가뭄이 계속되는 모양인데, 그것은 화초들 밑이나 채소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는 두둑을 따라서 그리고 특히 귀리를 거두어들인 밭들이 시작되는 데까지 과수원 한가운데를 건너질러가는 아름다운 포도나무 시렁 앞과 가장자리에 있는 장미나무들과 쟈스민과 다른 꽃들과 작은 꽃들 둘레에 있는 땅은 물을 주었기 때문에 짙은 적갈색인데 반하여 물을 주지 않은 곳에 있는 땅은 글자 그대로 거의 하얀, 약간 더러운 분홍빛을 띤 하얗고 아주 가는 먼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유지의 끝을 표시하는 풀밭의 풀까지도 마르고 짧다. 벌써 홍옥 같은 작은 열매가 잔뜩 달린 야생 산사나무 울타리가 있는 곳, 즉 경계선에만 풀이 더 푸르고 빽빽하며, 거기에는 목초와 그늘을 찾아서 어린 목동이 양들과 같이 있다.
요아킴은 채소와 올리브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는 주위에 있다. 그는 도와주는 사람 둘을 데리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는데도 그는 몸이 재빠르고 열의를 가지고 일한다. 그들은 목이 타는 초목에 물을 주기 위하여 밭 가장자리에 작은 고랑을 파고 있는 중이다. 물은 풀과 마른땅을 헤치고 길을 터서 굽이 지어 흐르며, 잠시 노란 수정 같은 모습을 하다가 그다음에는 열매가 많이 달린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 그루 둘레에서 축축하게 젖은 땅의 칙칙한 동그라미로 변하게 된다.
그 밑에 금빛 벌들이 황금빛 포도알의 즙을 탐해서 윙윙거리고 있는 그늘진 포도넝쿨 시렁을 지나 안나가 천천히 요아킴을 향하여 가니, 요아킴은 안나를 보고 서둘러 마주 간다.
"당신 여기까지 왔소?"
"집은 한증막 같이 더워요."
"그래서 당신이 고통을 당하는군."
"제 임신 말기의 유일한 고통이에요. 이것은 사람과 짐승 모두의 고통이에요. 여보, 너무 햇볕에 오래 있지 마세요."
"오래전부터 바라고 있던 비가, 사흘 전부터는 곧 올 것 같더니 아직 안 와서 들판이 타고 있소.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물이 펑펑 솟는 샘이 있소. 나는 물주는 수로를 만들었소. 잎이 시들고 먼지를 뒤집어쓴 초목들에는 약간의 위안이오. 하지만 이것은 그저 그것들이 죽는 것이나 막을 뿐이오. 비가 좀 왔으면!..."
요아킴이 모든 농부가 그리는 것처럼 안타깝게 하늘을 살펴보는 동안 안나는 마른 종려나무 가지를 색색이 실로 엮어서 빳빳하게 한 것 같은 부채로 부채질을 한다.
친척 여자가 말한다. "저기 대헤르몬산 저쪽에는 빠른 구름이 일고 있어요. 북풍이 부니까 서늘하게 되겠고 어쩌면 비가 올지도 몰라요."
"바람이 일었다가 달이 뜨면 자고 하는 것이 사흘째가 돼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요아킴은 실망해 있다.
"집으로 돌아갑시다" 하고 안나가 말한다.
"여기서도 숨쉬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핏기가 없어서 안나의 얼굴은 한층 더 올리브색이 돈다.
"몸이 불편하오?"
"아니요. 오히려 성전에서 은총을 받고 또 곧 임신하리라는 갓을 알았을 때 느낀 커다란 평화를 느껴요. 이것은 탈혼과도 같아요. 육체는 기분 좋은 반수 상태에 빠져 들어가는데 정신은 몹시 기뻐하고 평화롭게 가라앉아요.. 이 평화에 인간적으로 비교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여보, 저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리고 당신 집에 들어와서 '나는 의로운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라고 생각했을 때 저는 평화로운 감정을 느꼈어요. 그리고 당신이 용의주도한 사랑으로 당신의 안나를 보살펴주실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지만 제가 지금 느끼는 평화는 같지 않아요. 아시겠어요? 이것은 상쾌하게 퍼지는 기름 모양으로 우리 조상 야곱이 천사들에 대한 꿈을 꾼 뒤에 그분의 정신을 사로잡았던 것과 같은, 아니 그보다도 오히려 두 도비아에게 라파엘 대천사가 나타났을 때 그들이 느꼈던 형용할 수 없는 평화와 같은 평화라고 생각해요. 이 평화는 제 마음을 깊이 파고들고 그것을 맛보는 데 따라서 점점 더 커져요. 마치 하늘의 파란 공간으로 올라가는 것 같고‥‥ 이 조용한 기쁨을 제 마음에 가진 때부터 왠지 모르게 찬송가 하나가 마음에서 생겨나요. 도비아의 찬송가 가요. 그 노래가 이 시간을 위해서‥‥ 이 기쁨을 위해서·, 그 평화를 받는 이스라엘의 땅을 위해서‥‥ 죄를 지었지만 지금은 용서를 받은 예루살렘을 위해서 쓰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 한 어머니의 헛소리를 비웃지 마세요, - 그렇지만 제가 '네게 내려 주신 은혜를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리고 네 안에 당신의 성막을 다시 지으시도록 영원하신 분을 찬미하여라' 하고 말할 때에는 예루살렘에 참 하느님의 성막을 다시 지을 사람이 이제 나려고 하는 이 아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너는 찬란한 빛으로 빛날 것이고, 세상의 모든 민족이 네 앞에 엎드릴 것이며, 만방이 네게 선물들을 가지고 올 것이고, 너를 통하여 주님을 조배 할 것이며 네 땅을 거룩한 땅처럼 지키리라. 왜냐하면 만방이 너를 통하여 위대한 이름의 구원을 빌겠기 때문이다. 너는 네 자손들을 통하여 행복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축복을 받을 것이고 주님 가까이에 모이겠기 때문이다. 너를 사랑하고 네 평화를 누리는 사랑들은 행복하다!...' 하고 노래가 말할 때 운명이 성도에 대해서 예언한 것이 아니라 제게서 날 아기에 대해서 예언한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그 평화를 제일 먼저 누릴 사람은 그의 복된 어미인 저예요..."
안나는 이 말을 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여 마치 달빛에서 불빛으로 변하는 사람처럼 빛나기도 하고 그와 반대가 되기도 한다. 기분 좋은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홀러 내린다. 안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기 행복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줄곧 말을 하면서 남편과 친척 여자 사이에서 집을 향하여 가고 남편과 친척 여자는 감격에 사로잡혀 조용히 안나의 말을 듣는다.
구름들이 세찬 바람에 불려 빠르게 흐르며 온 하늘에 쌓이고 들판이 어두워지면서 폭풍우를 예고하기 때문에 그들은 걸음을 재촉한다. 그들의 집의 문지방에 이르렀을 때에 푸르스럼한 첫 번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첫 번째 천둥소리가 바싹 마른 잎에 떨어지는 첫 번째 빗방울 소리에 섞여 엄청나게 큰 북이 울리는 것같이 들린다.
모두가 집안으로 들어가고 안나는 물러가는데, 요아킴은 자기에게로 다가온 조수들과 함께 문지방에서 마른땅에 축복이 되는 몹시 고대하던 비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번개와 우박을 품은 구릉을 동반한 무서운 폭풍우가 일어나기 때문에 기쁨은 걱정으로 변한다.
"만일 구름이 터지면 포도와 올리브가 절구질을 한 것처럼 으깨 질 거야. 큰일이로구나!"
그런 다음 요아킴은 해산 때가 된 아내 때문에 또 다른 고민에 사로잡힌다. 친척 여자는 안나가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안심이 되는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요아킴은 마음이 어수선하다. 친척 여자나 다른 여자들은 - 그중에는 알패오의 어머니도 있다. - 안나의 방에서 나왔다가 더운물이 담긴 대야들과 커다란 부엌 가운데 있는 아궁이에서 빛나게 활활 타올라오고 있는 불꽃에 말린 수건 따위를 가지고 돌아오는데, 요아킴은 여자를 만날 때마다 소식을 묻고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도 안심을 하지 않는다. 안나에게서 부르짖음 소리가 없는 것에도 요아킴은 걱정이 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남자이고 아기 낳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고통이 없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징조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유난스럽게도 세찬 폭풍우로 인하여 밤이 일찍 온다. 억수같이 퍼붓는 비바람, 번개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다만 우박만 딴 데로 가서 쏟아졌다.
조수들 중의 하나가 이 격렬함을 지적하면서 말한다.
"사탄이 제 마귀들을 전부 데리고 지옥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저 시커먼 구름들을 보세요!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유황 냄새를 맡고, 저 불길한 휙휙 거리는 소리와 저 통곡하고 저주하는 부르짖음을 들어보세요. 그게 사탄이라면, 그놈이 오늘 저녁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다른 조수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큰 먹이가 그놈에게서 빠져나갔거나 미카엘 대천사가 하느님의 벼락을 쳐서 그놈이 뿔과 꼬리가 잘리고 탄 모양이지."
어떤 여자가 지나가면서 외친다.
"요아킴, 곧 나오려고 해요. 그리고 모두가 쉽고 다행스럽습니다!" 그리고는 작은 항아리를 두 손으로 들고 사라진다.
세 남자를 벽으로 몰아붙일 정도로 세찬 마지막 벼락 소리가 있은 다음 폭풍우가 갑자기 가라앉는다. 그리고 집 앞 정원의 땅에는 벼락의 기념품으로 검고 연기가 나는 구덩이가 하나 남아있다. 그러는 동안 처음으로 우는 소리를 내지 않고, 구구 거리는 소리를 내는 멧비둘기의 하소연 같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안나의 방의 문을 통하여 들려오고, 동시에 어마어마하게 큰 무지개가 온 하늘을 건너질러 그 반원을 펼쳐놓는다. 햇볕을 받아 가장 미묘한 분홍 기를 띤 흰 빛깔의 설화석고(雪花石高) 빛깔 같은 무지개는 헤르몬산 꼭대기에서 나온다. 아니 적어도 나오는 것 같다. 무지개는 9월의 아주 맑은 하늘에까지 올라가고 갈릴래아와, 무화과나무 두 그루 사이로 남쪽에 나타나는 들판의 야산들과 또 다른 산 하나의 위를 지나서 지평선 끝, 가파른 산맥이 시야를 완전히 막는 그곳에 가서 끝이 꽂히는 것 같다.
"일찍이 본 일이 없는 기막힌 광경이로구나!"
"보세요! 보세요!"
"무지개가 이스라엘 온 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벌써, 저것 보세요. 해가 아직 지지 않았는데 별이 하나 나타났어요. 굉장한 별입니다! 엄청나게 큰 금강석처럼 빛나고 있어요!"
"달도 떴어요. 만월이 되려면 아직 사흘이 남았는데 만월입니다. 얼마나 찬란한가 보세요!"
그때 여자들이 하얀 천에 싼 볼그레한 갓난아기를 안고 기쁘게 온다.
장차 엄마가 될 마리아다! 어린아이의 품에서도 잘 수 있을 아주 작은 마리아다. 팔 길이보다 더 크지 않은 마리아. 약간 분홍 빛깔을 띤 상아색의 작은 머리, 벌써 울음을 그치고 본능적으로 젖 빠는 시늉을 하지만 어떻게 젖꼭지를 물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아주 작은, 진홍색의 작은 입술, 동그란 뺨 사이에 있는 작은 코끝, 그리고 어떤 감각으로 갓난아이가 작은 눈을 뜰 때에는 하늘 조각이 둘, 하늘빛을 한 순진한 두 점이 황금빛이다 못해 거의 분홍빛이 다시 핀 아주 가는 속눈썹 사이로 보지는 못하면서도 바라보고 있다. 동그란 머리에 난 작은 머리털까지도 어떤 백 청빛 같은 황금빛을 띤 볼그레한 빛깔을 띠고 있다.
두 귀로는 볼그레하고 투명하고 완전한 두 개의 작은 조가비. 또 손으로는‥ 허공에서 흔들리며 입 쪽으로 가는 저 두 개의 손... 지금은 주먹을 쥐어서, 푸른 꽃받침 조각들을 쪼개고 그 엷은 분홍빛 비단결을 보여 주는 두 개의 부드러운 장미꽃 봉오리 같으며, 펴면 밝은 석류석 빛깔의 손톱 다섯이 있는 상아나 약간 분홍빛을 띤 설화석고로 만든 두 개의 패물 같다. 그 손이 그 많은 눈물을 어떻게 닦으려는지?
그리고 발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당장은 아마도 배내옷 속에 감추어져 있는 두 작은 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친척 여자가 앉더니 발들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오! 작은 발들! 4센티미터 밖에 안되고, 발바닥은 산호빛 조가비이며, 발등도 하늘빛 줄무늬가 있는 눈같이 흰 조가비이다. 발가락들은 밝은 가네트 색의 작은 비늘 같은 것이 달린 소인국의 걸작 조각과도 같다. 그러나 저 작은 인형의 발이. 어떻게 서 있을 수가 있을까 의아할 정도로 그렇게 작은 저 발이 첫걸음을 떼어놓을 때, 어떻게 가벼운 신발을 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저 작은 발들이 그렇게 험한 길을 가고, 십자가 아래서 그렇게 많은 고통을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지금은 이것이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아주 포동포동하여 작은 배와 더불어 홈과 굽이를 이루는 아름다운 작은 다리와 축소판 넓적다리와 완전한 작은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목덜미를 심하게 움직이고 요동치는 것을 보면서 웃고 미소 짓고 한다. 아주 하얀 비단 속에서는 호흡의 움직임이 보이며, 행복한 아버지처럼 입맞춤을 하려고 입을 갖다 대면 작은 심장이‥‥그 많은 세기가 흐르는 동안 이 세상이 가졌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은 심장, 유일한 티 없는 인간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등은? 이제는 아기를 엎어놓으니 허리의 곡선, 그리고 포동포동한 어깨와 볼그레한 목덜미가 보인다. 그러나 보라. 활 모양의 척추골 위에 작은 머리가 쳐들 린다. 그가 발견하는 새 세상을 둘러보는 새의 머리 같다. 갓난아기는 순수하고 순결한 자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을 항의하는 듯이, 결코 발가벗은 것을 아무도 보지 못할 완전한 동정녀, 거룩하고 티 없는 자기를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항의하는 듯이 작은 소리를 지른다. 이 세상에서는 절대로 피지 않고 봉오리로 남아있으면서도 꽃보다 더 아름다울 꽃을 줄 백합꽃 봉오리를 덮고 또 덮어라. 천국에서야 비로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백합꽃이 그 꽃잎을 전부 피울 것이다. 저 위에는 이 순진함을 본의 아니게 더럽힐 수 있을 죄라는 먼지가 없기 때문이다. 저 위에서는 온 천국이 바라보는 가운데, 지금 티 없는 마음속에 감추어 계시지만, 몇 해 안 있어 그 안에서 사실 분, 아버지, 아들, 정배를 맞이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이제는 갓난아기가 다시 포대기에 싸여 그의 세상의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데, 아버지를 닳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아기가 인간의 희미한 윤곽에 지나지 않는다. 내 말은 아기가 여인이 되었을 때 아버지를 닮을 것이라는 말이다. 어머니는 도무지 닮지 않았다. 얼굴빛, 눈 빛깔, 또 지금은 희었지만 속눈썹이 보여 주는 것처럼 틀림없이 금발이었을 머리털도 아버지를 닮았다. 얼굴 모습도 더 완전하고 또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 중의 여자이기 때문에! 더 섬세하지만 아버지를 닮았다. 미소와 눈길, 몸짓과 키도 아버지를 닮았다. 내가 보는 것 같은 예수를 생각하면서 안나가 손자에게 키와 더 짙은 상아 빛깔의 피부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마리아는 - 훤칠하고 나긋나긋한 종려나무 같은 - 어머니의 늠름한 모습을 닮지 않고 아버지의 얌전함을 닮았다.
여자들은 아직 폭풍우와 달과 별과 어마어마하게 큰 무지개의 기적 이야기를 하면서 요아킴과 같이 행복한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아기를 어머니에게 도로 준다.
안나는 자기 생각에 미소를 짓는다. "아기는 별이에요." 하고 안나가 말한다. "아기의 표는 하늘에 있어요. 마리아, 평화의 무지개! 마리아, 나의 별! 마리아, 빛나는 별! 마리아, 우리의 진주!"
"당신의 아기 이름을 마리아라고 하려오?"
"예, 별, 진주, 빛, 평화인 마리아예요‥‥‥"
"그러나 이 이름은 고통도 가리키오‥‥ 이름이 아기에게 불행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염려되지 않소?"
"하느님께서 아기와 같이 계십니다. 아기는 있기 전부터 하느님께 바쳐졌어요. 하느님께서 아기를 당신 길로 인도하실 것이고, 어떤 고통도 천국의 낙으로 변할 것입니다. 지금은 아가야 네가 엄마 집에 있다‥‥ 온전히 하느님께 바쳐지기 전 아직 얼마 동안‥‥."
-그리고 환상은 어머니가 된 안나와 그의 아이 마리아의 첫 번 잠으로 끝난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8. "그의 영혼은 하느님께 그것을 생각하신 때처럼 아름답고 완전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랑하는 벗아, 빨리 일어나라. 마리아의 동정을 살펴볼 수 있게 너를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것을 보고 나면 너는 방금 아버지께 창조된 아직 육체를 모로는 어린 하와와 같이 순진한 영혼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네가 하느님의 걸작품 안에 잠겼을 것이기 때문에 빛나는 정신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하느님께서 어떻게 사랑하시는지를 이해했겠기 때문에 사랑이 넘쳐흐르는 가운데 나올 것이다. 마리아의, 티 없는 이의 잉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하늘과 빛과 사랑 속에 잠기는 것을 뜻한다. 와서 조상의 책에서 그의 영광들을 읽어라.
하느님께서는 당신 사업의 시초부터, 창조하시기 전 맨 처음부터 나를 가지셨었다. 땅이 창조되기 전에 나를 만물의 시초에 놓으셨다. 심연이 아직 존재하지 않을 때에 그분은 나를 잉태하셨다. 샘물이 아직 흐르지 알고, 산들이 아직 우람한 덩어리로 우뚝 서지 않고, 야산들이 아직 햇볕을 받고 있지 않을 때 내가 났었다. 하느님께서 아직 땅과 강들과 세계의 축을 창조하지 않으셨는데, 나는 있었다. 하느님께서 하늘을 준비하실 때 내가 거기 있었고, 불변의 법칙의 결과로 심연을 하늘 밑에 가두어 놓으셨을 때, 높은 곳에 하늘을 확고히 하시고 살아 있는 샘물들을 만드셨을 때, 바다에 경계를 정해 주시고 바닷물에 법칙을 내려주실 때, 물에게 경계를 넘어오지 말라고 명령하실 때, 땅의 기초를 놓으실 때. 내가 하느님과 같이 있으면서 이 모든 것을 마련하였다. 나는 끝없는 기쁨 속에서, 우주 한가운데에서 놀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 말들을 지혜에 적용한다. 그러나 이 말들은 바로 네게 말하는 나(=지혜)를 갖고 있는 동정녀인 어머니이며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인 마리아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나는 마리아에 대하여 말하는 책 첫머리에 이 찬가의 첫째 구절을 쓰라고 하였다. 그것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위로와 기쁨이고, 또 너희를 다스리시고 사랑하시는데도, 사람들은 그렇게도 많은 슬픔의 동기를 드리는 하나이시며 삼위이신 하느님의 꾸준하고 완전하고 아늑한 위로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인류가 첫 번 시험에서 멸망해 마땅하였는데도 하느님께서 존속시키시는 이유가 되며, 너희가 얻은 용서의 이유가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정하고 알게 하려고 한 것이다.
그에게서 사랑을 받기 위하여 마리아를 가진다는 것, 오! 아름다운 동정녀, 거룩한 동정녀, 티 없는 동정녀, 사랑에 사로잡힌 동정녀, 지극히 사랑하는 딸, 지극히 순결한 어머니, 사랑하는 정배를 가지기 위하여 사람을 창조하고, 그를 살게 놓아두고, 그를 용서하리라고 결정할 만한 가치가 넉넉히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더없는 즐거움이고, 당신의 태양 중의 태양이며, 당신 정원의 꽃인 인간을 차지하기 위하여 너희들에게 은혜를 주시고, 또 주셨을 것이다. 또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통하여 마리아의 청을 들어, 마리아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너희에게 수많은 은혜를 내려주신다. 마리아의 기쁨은 하느님의 기쁨과 섞이게 되고 천국의 빛, 큰 빛을 번쩍이게 하는 작은 빛들로 하느님의 기쁨을 더하기 때문이며, 어떤 불똥이든지 전 세계와 인류와 지복을 누리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은총이 되기 때문이다. 지복을 받는 사람들은 동정녀 마리아의 반짝이는 기쁨의 미소를 보기를 바라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소원으로 인하여 창조된 일체의 기적에 대하여 빛나는 알렐루야의 함성으로 응답한다.
하느님께서는 무에서 창조하신 우주에 왕을 세우고자 하셨다. 물질에서 나왔으며 자신들도 물질인 모든 피조물 가운데에서 으뜸인 사람이라는 왕을. 그가 창조된 첫날에 그랬던 것처럼 은총에 결합한 정신적인 그의 성질로는 하느님 다음가는 왕을. 그러나 저 그윽한 세월의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모든 사건을 알고 계시면서, 있었고, 있고, 있을 모든 것을 알아내시는 지극히 높으신 예지는-그리고 과거를 돌아보시고 현재를 관찰하시는 동안 가장 먼 장래에까지 시선을 던지시고 최후의 인간의 죽음이 어떠할지를 알고 계셨고, 이 모든 것을 혼동도 없고 중단도 없이 알고 계셨다.-첫째 사람이 영원하신 분의 아들로서의 유년 시대를 지상에서 머무르며 지내는 동안 땅에서 산 다음 어른이 되어 자기 나라에 와서 아버지의 상속인으로 하늘나라에서 아버지 곁에 반 하느님으로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창조하셨던 그 왕 자신이 자기 자신을 거슬러 자기 안에 있는 은총을 죽이는 죄와 자기 자신을 하늘나라에서 빼앗아오는 도둑질을 범하리라는 것을 결코 모르지 않으셨다.
그러면 왜 그 왕을 창조하셨는가? 확실히 많은 사람이 이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존재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느냐? 비록 세상의 이 삶이 초라하고 헐벗었으며 너희들의 악의로 인하여 거칠게 되기는 하였어도 하느님의 손이 우주에 퍼뜨리신 무한한 아름다움을 알고 감탄하며 바라볼 수 있기 위하여 살 만한 가치가 있지 않았느냐?
저 높은 하늘에 줄을 그으면서 화살과 같이 움직이거나 언뜻 보기에는 느리게 그러나 위엄이 있게 전진하며, 너희들에게 빛과 계절을 제공하고, 영원하고 변치 않는 그러면서도 항상 바뀌어 매일 밤, 매달, 매해 하늘에 새로 읽을 책장을 주는 저 큰 별들과 작은 별들을 누구를 위해 만드셨겠느냐? 그 별들은 너희들에게 이렇게 말하려는 것 같다. '세속이라는 감옥을 잊고, 막연하고 부패했으며 독으로 가득하고 거짓이며 하느님을 모독하고 너희를 타락시키는 것이 가득 찬 너희 책들을 집어치우고, 적어도 눈길로나마 하늘의 한없는 자유를 향하여 너희들을 들어 올려라. 지극히 청명한 것을 보고 하늘과 같이 맑은 영혼을 만들어 가고, 너희의 어두운 감옥으로 가져갈 빛을 비축하여라.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보다도 더 듣기 좋은, 우리 별들이 노래하는 말, 우리 찬란함이 담긴 말, 우리에게 존재하는 기쁨을 주신 그분이 항상 우리 가운데 계시고 우리에게 이 존재, 이 찬란함, 이 움직임, 이 자유 그리고 저 너머로는 한층 더 장엄하고 아리따움이 가득한 이 하늘 가운데에 이 아름다움을 주신 것으로 인하여, 그분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랑으로 하는 말을 읽어라. 우리 별들의 이웃인 너희들을 사랑함으로써, 너희들에게 방향과 빛, 열과 아름다움을 얻게 하는 선물로 너희들을 사랑함으로써, 사랑의 계명의 둘째 부분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존재이다. 우리가 너희들에게 하는 말을 읽어라. 이것이 우리의 노래, 우리의 찬란함, 우리의 기쁨을 불러일으키는 말, 즉 하느님이시다.'
비단을 스치는 것 같은 저 살랑거리는 소리, 조용한 어린이들의 저 웃음소리, 추억을 더듬으며 우는 저 노인들의 한숨소리, 세찬 저 북소리, 저 나팔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부드러운 울음소리로 역시 끊임없이 '하느님'을 말하는 저 파란 액체, 하늘의 거울, 땅으로 가는 길, 물의 미소, 파도의 목소리를 누구를 위하여 만드셨겠느냐? 바다도 너희에게는 하늘과 별들과 같으며, 또 바다와 더불어 호수와 강, 개울과 못과 맑은 샘물들, 너희를 운반하고 기르고 해갈시키고 깨끗하게 하는 데 쓰이며, 너희가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할 것처럼 너희를 잠그기 위하여 강바닥이나 바다 바닥에서 나오는 일 없이 창조주를 섬김으로써 너희들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노래하며 날아다니는 꽃이고, 너희를 위하여 뛰어다니고 일하는 하인들이며, 피조물의 왕들인 너희들을 기르고 기쁘게 하는 헤아 릴 수 없는 모든 동물들을 누구를 위하여 만드셨겠느냐?
움직이지 않는 나비와 보석과 새들 같은 수많은 초목과 꽃들과, 목걸이와 상자 속의 진주 같은 과일들, 너희들의 발에 융단이 되고 머리를 쉬는 곳이 되며 정신과 사지와 눈과 코에 휴식과 유익함과 기쁨이 되는 저 수없이 많은 초목과 꽃들을 누구를 위하여 만드셨겠느냐?
땅 깊숙한 곳에 광물들과 부글부글 끓거나 얼음같이 찬 샘물 속에 녹아있는 소금들, 유황, 요드, 브롬을 만드신 것은·하느님이 아닌 하느님의 아들인 어떤 사람, 즉 유일한 존재인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고 누구를 위해서였겠느냐?
하느님의 기쁨과 하느님의 욕구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당신 자신으로 자족하신다. 당신 자신을 주시하시는 것이 그분의 지복이요 양식이요 생명이며 휴식이다. 피조물 전체도 하느님의 무한한 기쁨과 아름다움과 생명과 능력을 티끌만큼도 더하지 못하였다. 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을 위하여, 창조된 것들의 왕을 만들고자 하신 존재, 즉 사람을 위하여 만드셨다.
이렇게 많은 하느님의 업적을 보고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능력에 대하여 그분께 감사하기 위하여 살 만한 가치가 있었으니, 너희는 너희의 생명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 너희들이 세상 마칠 때에 가서야 비로소 구속을 받았다 하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했을 것이다. 과연 비록 너희들이 태초에 있었고, 또 각자가 개별적으로 항상 독선자, 오만한 자, 음란한 자, 살인자인데도 하느님께서는 너희들에게 아직 우주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시고, 너희들을 마치 착한 사람같이, 그들의 생활을 더 즐겁고 더 건강하게 하려고 모든 것을 가르치고 허락하는 착한 아들들같이 다루신다. 너희들의 앎은 하느님의 빛으로 아는 것이다. 너희들이 발견하는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정보에 따라 발견하는 것이다. 선에 있어서. 악의 표를 가지고 있는 다른 지식과 발견들은 최고의 악인 사탄에게서 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이 없는 최고의 지능은 사람이 존재하기 전에 그의 자유의사로 도둑이요 살인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그리고 영원하신 인자가 그 인자하심이 한이 없기 때문에, 죄가 생기기 전에 죄를 소멸시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셨다. 그 방법은 나, 즉 말씀이다. 방법을 가지고 효과적인 도구를 만드는 수단은 마리아이다. 그래서 동정녀가 하느님의 숭고한 생각 안에 창조되었다. 만물은 아버지의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인 나를 위하여 나에 의하여 창조되었다.
왕으로서 나는 하느님인 왕으로서의 내 발 밑에 일찍이 어떤 왕의 궁정에도 없었던 것 같은 양탄자와 보석들을 깔아야 하였고, 내 존재의 주위에는 일찍이 어떤 군주도 가지지 못했던 것과 같은 노래와 목소리와 하인들, 그리고 꽃들과 보석들, 모든 숭고한 것, 모든 장엄한 것, 예쁘고 즐거운 모든 것, 하느님의 생각에서 끌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이 둘러싸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정신뿐 아니라 육체이기도 해야 되었다. 육체를 구하기 위한 육체. 예정된 시간보다 많은 세기를 앞서 하늘로 가져감으로써 육체를 승화시켜야 하는 육체가 되어야 하였다. 성령이 살고 계시는 육체는 하느님의 걸작품이고 이 육체를 위하여 하늘나라가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육체가 되기 위하여 내게는 어머니가 필요하였다. 하느님이기 위하여 나는 하느님이신 아버지가 필요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정배를 창조하시고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리 오너라. 내 곁에서 내가 우리 아들을 위하여 하는 모든 것을 보아라, 영원한 동정녀, 영원한 아이야. 바라보고 즐겨라. 네 미소가 이 하늘을 가득 채우게 하고 천사들에게 주음을 알리고 천국에 천상 화성을 가르치게 하여라. 지금은 정신에 지나지 않는, 내가 기쁨을 얻어내는 정신인 피 없는 여인아, 나는 너를 바라보고 네가 장차 가질 모슬 그대로를 본다. 나는 너를 보고 네 눈의 파란 빛깔을 바다와 하늘에 주고, 네 머리털의 빛깔을 거룩한 날 앞에, 네 흰 빛깔을 백합꽃에, 네 분홍빛을 네 비단결 같은 살갗과 비슷한 장미꽃에 주며, 진주가 네 아주 작은 치아들이다. 나는 네 입을 보면서 단 딸기를 만들고, 밤꾀꼬리의 목구멍에 네 노래의 음조를 넣고 멧비둘기에 네 탄식을 넣는다. 장차 있을 네 생각을 읽고 네 심장의 고통을 들음으로써 창조의 본과 지침을 가지고 있다. 오너라, 내 기쁨아, 네게는 세상들이 네가 내 생각 속에서 춤추는 빛이 되기까지 네 기쁨과 같은 것이니, 자, 네 미소를 위한 세상들이 여기 있고, 너를 위한 별들의 꽃장식과 큰 별들의 목걸이들이 저기 있으며, 네 예쁜 발아래 달이 있다. 은하수의 별들로 숄을 만들어 가져라. 큰 별 작은 별들이 너를 위한 것이다. 와서 네 아기를 즐겁게 하고 네 태중의 아들의 베개가 될 꽃들을 보고 즐겨라. 와서 양 떼들과 새끼 양들의 창조와 수리와 비둘기의 창조를 구경하여라. 내가 바다와 강들의 수반을 만들고, 산들을 세우고 그 위에 눈과 삼림을 덮으며, 나의 온화한 여인인 너를 위하여 밀씨를 뿌리고 나무와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를 심으며, 성체를 위한 포도송이를 달고 있을 내 포도나무 가지인 너를 위하여 포도나무를 심는 동안 내게 바싹 다가와 있어라. 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아, 달려오고 날아오고 몹시 기뻐하여라. 그리고 사랑 가득한 여인아, 시시각각으로 창조되고 있는 우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내 아들의 어머니요 내 천국의 여왕이며 네 하느님의 사랑인 네 미소로 우주가 더 아름답게 되게 하여라.'
또 잘못을 저지른 여인을 보시고, 잘못이 없는 여인을 감탄하여 바라보시며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인간의 불복종과, 인간의 마귀와의 간음, 인간의 배은망덕의 쓰라림을 없애는 너는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와 함께 사탄에게 원수를 갚겠다.'
창조주이신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지극히 완전한 사랑의 계율과 더불어 창조하셔서 너희들은 그 사랑의 완전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사람이 인류를 사탄의 명령에 복종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인류가 존재하였겠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길을 그르친다.
초목의 열매와 씨앗들을 살펴보아라. 씨앗과 열매를 간음으로 또 백 가지 결합으로 생긴 하나의 수정의 결과로 얻느냐? 아니다. 수꽃에서 꽃가루가 나온다. 대기현상과 자기의 법칙의 총화로 인도되어 그 꽃가루가 암꽃의 씨방을 향하여 간다. 암꽃은 벌어져서 꽃가루를 받아 생산한다. 암꽃은 그 후 너희들이 이튿날 같은 감각을 느끼기 위하여 하는 것처럼 하지 않고 꽃가루를 거절함으로써 자기를 더럽히지 않는다. 암꽃은 생산한다. 그리고 다음 계절까지 꽃이 피지 않는다. 또 꽃이 핀다 해도 번식을 위해서이다.
짐승들을, 모든 짐승을 살펴보아라. 수컷과 암컷이 새끼를 가지지 못하는 포옹과 더러운 관계를 하기 위하여 서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보았느냐? 아니다. 가까이서나 멀리서, 날거나 기거나 껑충껑충 뛰거나 달리면서 그것들은 수태시키는 의식을 행하는데, 향락에 머물러서 수태시키는 걸 피하는 것을 하지 않고, 오직 유일한 목적인 종족 영속화의 진지하고 거룩한 결과에까지 이른다. 내가 그에게 온전하게 준 하느님으로부터 기원되었다는 은총에 의해서 신인이 된 인간은 너희들이 동물계로 한층 내려간 뒤로부터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동물적인 행위를 순전히 같은 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너희들은 초목과 동물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너희들은 사탄을 선생으로 두었고, 사탄을 선생으로 원하였고 아직도 원하고 있다. 그리고 너희가 하는 행위는 너희들이 원한 선생에 어울린다. 그러나 너희들이 하느님께 충실하였더라면 고통 없이, 그리고 이성 있고 신령한 영혼을 가지지 못한 동물들조차 모르는 외설하고 비열한 결합을 일삼지 않고 거룩하게 자비를 가지는 기쁨을 맛보았을 것이다.
사탄으로 인하여 타락한 남자와 여자에게 하느님께서는 남자를 알지 못하고 아기를 낳을 정도로 하느님에 의하여 초승화 된 여인에게서 난 남자를 대립시키고자 하셨다. 그 여인은 물질적인 우정 작용의 필요 없이 백합꽃인 마리아의 침범되지 않은 꽃받침에 오직 해가 입맞춤한 결과로 어머니가 되는 꽃, 꽃을 낳는 꽃이다.
하느님의 복수!
오 사탄아, 이 여자아이가 나는 동안 네 증오를 씩씩거려라. 이 어린 여자 아기가 너를 이겼다! 네가 반역자, 교활한 자, 타락시키는 자가 되기 전에 벌써 너는 패자가 되었고 이 아기는 승리자가 되었다. 전투태세를 갖춘 수많은 군대도 네 능력에 대항해서는 아무 힘도 없다. 영원한 타락시키는 자야, 네 비늘에 부딪히면 무기가 사람들의 손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네 입김의 역한 냄새를 없애버릴 만큼 센 바람은 없다. 그런데도 분홍빛 동백꽃의 안쪽처럼 그렇게 분홍빛이고, 여기에 비하면 비단이 꺼칠꺼칠하게 보일 만큼 그렇게 매끄럽고 섬세하며, 매우 작아서 튤립의 꽃받침 속에 들어가서 그 식물성 사틴으로 신을 만들어 신을 정도로 그렇게 작은 어린 아기의 발뒤꿈치가 겁 없이 너를 밟아 으깨고 너를 네 소굴 속에 가두어 두는 것이다. 이 아기의 울음소리 하나로 수많은 군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네가 도망을 치고, 아기의 호흡이 세상에서 네 역한 냄새를 깨끗이 없앤다. 너는 졌다. 아기의 이름, 그의 눈길, 그의 순결이 네 몸을 꿰뚫고 너를 땅에 붙박아놓고 너를 지옥인 네 굴에 다시 가두는 창이고, 벼락이며 돌이다. 하느님에게서 창조된 모든 사람의 아버지가 된다는 기쁨을 빼앗은 저주받은 자야!
너는 그때부터는 무죄한 상태에서 창조되었던 사람들을 음란한 에움길을 통하여 결합하고 임신하도록 유도하고, 하느님으로 하여금 당신의 사랑하시는 피조물 안에서 만일 그 규율이 존중되었더라면 이 세상에서 민족들 사이의 전쟁과 가정들 안에서의 불행들을 막을 수 있었을 남녀 성 사이와 민족들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였을 규율에 따라 자녀들을 가지게 하는 은혜를 주시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타락시켰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일이었다.
순종했더라면 사람들은 그래도 사랑을 알았을 것이고 사랑을 가졌을 것이다. 초자연적인 것에서 자연적인 것으로 내려와 정신과 결합한, 그리고 정신을 창조하신 같은 분에 의하여 창조된 육체도 거룩한 그 기쁨을 맛보게 하는 하느님에게서 발산되는 것을 충만히 그리고 조용히 차지하였을 것이다.
인간들아, 이제는 너희들의 사랑, 너희의 사랑들이 어떤 것이냐? 너희 사랑들은 사랑의 탈을 쓴 음란이거나 배우자와 다른 사람들의 음란 때문에 배우자의 사랑을 잃지 않을까 하는 가실 수 없는 공포이다. 음란이 세상에 침입한 뒤로부터 너희는 남편이나 아내의 사랑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몸을 떨고 질투로 미치광이같이 되며, 어떤 때는 배반을 복수하기 위하여 살인자가 되고, 다른 경우에는 절망하고 의지를 잃거나 정신착란에 빠지게 된다.
사탄아, 이것이 네가 하느님의 아들들에게 한 짓이다. 네가 타락시킨 사랍들은 고통 속에서 자녀들을 가지는 아픔을 경험하고, 어두움 속에서 두려움에 죽는 슬픔을 맛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네가 한 여자를 통하여 한 여자에게 졌다. 이 시간부터는 그 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더럽혀지지 않은 순결을 보존하기 위하여 네 유혹들을 이겨내고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되려고 돌아올 것이다. 이제부터는 고통 없이 어머니가 될 수 없는 여자들이 이 여인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제부터 이 여인이 부부들에게는 안내자, 죽는 사람들에게는 어머니가 될 것이니, 이 어머니의 덕택으로 저주받은 너에게 서와, 하느님의 심판에 대하여서 그들을 옹호해줄 이 품에서 죽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하느님의) 작은 목소리:
마리아(발또르따)야, 너는 동정녀의 아들의 탄생을 보았고, 그의 어머니가 천국에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러므로 너는 죄의 밖에서는 아이를 낳는 고통과 죽는 고통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하느님의 지극히 죄 없는 어머니에게 천상의 은혜의 완전함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첫째 조상들의 후손으로, 무지한 사람으로 하느님의 아들로 남아 있었을 모든 사람에게도- 음란한 마음 없이 결합하고 임신할 줄을 알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되었어야 할 것과 같이-고통 없이 아이를 낳고 고뇌 없이 죽는 은혜가 주어졌을 것이다.
사탄의 복수에 대한 하느님의 숭고한 보복은 사랑받는 사람의 완전을 초 완전에 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는데, 이 초 완전히 적어도 한 사람 안에서는 사탄의 독약이 스며들게 할 수 있는 일체의 인간성의 기억을 마비시켰다. 이리하여 인간의 순결한 결합에서가 아니라 열정의 황홀 속에서 정신을 변화시키는 하느님의 입맞춤으로 아들이 이 세상에 온 것이다.
동정녀의 순결!
오너라.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심연 위에서와 같은 현기증을 일으키게 하는 이 동정의 깊이를 묵상하여라! 아무 남자도 데려가지 않는 여자의 강요된 보잘것없는 처녀성은 무엇이냐?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하느님께 속해 있으려고 동정이기를 원하지만 육체적으로만 동정일 줄을 알고 정신으로는 그렇지를 못하여 많은 외부의 생각이 침입하게 내버려 두고 인간적인 생각을 어루만지고 그 생각이 어루만져 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처녀의 순결은 어떤 것이냐? 그것은 동정의 시초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별것이 아니다. 오직 하느님으로만 살아가는 봉쇄수도원의 수녀의 동정은 어떤 것이냐?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내 어머니의 동정에 비하면 그것은 역시 완전한 동정이 아니다.
아무리 거룩한 사람에게라도 항상 무의식적인 연루는 있다. 그것은 정신의 원천적인 죄와의 연루이다. 세례가 거기에서 해방을 시켜 준다. 그러나 남편과 사별한 여인이 완전히 처녀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례도 죄를 짓기 전의 우리 첫째 조상들의 순결이었던 그 전적인 순결을 돌려주지는 못한다. 잊히지 않고, 또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다시 활성화하는 어떤 병들과 같이 항상 상처를 도지게 할 상태에 있는 흉터는 고통스럽게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동정녀 마리아에게는 죄와의 연루의 흔적이 없다. 그의 영혼은 아버지께서 그를 생각하시고 그 안에 모든 은총을 모아 놓으셨을 때와 같이 아름답고 완전한 것으로 나타난다. 동정녀이다. 유일하고 완전하고 온전한 동정녀이다. 생각된 대로 태어난 상태 그대로 있다. 동정녀로서 왕관을 썼고 영원히 그대로 있다. 진짜 동정녀이다. 그가 솟아난 심연이신 하느님, 최상급으로 절대적인 고귀함과 순결과 은총이신 하느님 안에 들어가 자취를 감추는 고귀함과 순결과 은총의 심연이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보복은 이런 것이다. 더럽혀진 모든 인간에게 대하여 이 완전의 별을 세워 놓으신다. 불건전한 호기심에 대항하여 오직 하느님의 사랑으로만 만족하는 이 따로 남겨놓으신 동정녀를 세워 놓으신다. 악의 지식에 대항하여 이 숭고한 무지를 세워 놓으신다. 이 동정녀 안에는 타락한 사랑에 대한 무지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 부부에게 주신 사랑에 대한 무지와 그 이상의 무지가 있다. 동정녀 안에는 죄의 유산인 해로운 열정에 대한 무지가 있다. 동정녀 안에는 하느님 사랑의 얼음같이 차고 동시에 열렬한 지혜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육체를 얼게 해서 제단의 완전한 거울이 되게 하는 불이다. 이 제단에서 하느님께서 동정녀를 정배로 맞이하시지만 그분의 품격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신부가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신랑보다 한 단계만 아래이고 여자로서 신랑에게 복종하지만 신랑과 마찬가지로 티 없는 동정녀를 그분의 완전히 감싸주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9. "내 백합꽃아, 이제부터 3년 후에는 네가 여기 와 있을 것이다"
나는 요아킴과 안나가 즈가리야와 엘리사벳과 같이 있는 것을 본다. 그들은 예루살렘의 어떤 집에서 나오는데, 틀림없이 친구나 친척의 집일 것이다. 그들은 정결 의식을 하기 위하여 성전을 향하여 가는 것이다.
안나는 아기를 안고 있는데, 아기는 배내옷으로 꼭꼭 쌌지만 특히 틀림없이 보드랍고 따뜻할 것 같은 모직으로 만든 요로 잘 쌌다. 그리고 얼마나 조심성 있게 또 얼마나 사랑을 가지고 그의 작은 아기를 안고 보살피는가! 안나는 가끔 곱고 따뜻한 천의 끝을 쳐들고 마리아가 숨을 잘 쉬는지 보고 나서는 한겨울의 맑긴 하지만 추운 날씨의 찬 공기를 막아 주느라고 다시 덮는다!
엘리사벳은 꾸러미들을 들고 있고, 요아킴은 밧줄로 맨 크고 하얀 어린양 두 마리를 끌고 오는데, 어린양 이기보다는 오히려 다 큰 양이라고 할 만하다. 즈가리야는 맨손으로 온다. 역시 흰 모직으로 된 겉옷 속으로 들여다보이는 아마포로 지은 옷을 입은 그는 매우 아름답다. 세례자가 났을 때에 이미 내가 본 즈가리야 보다는 훨씬 더 젊어 보이고 기운이 펄펄해 보인다. 엘리사벳도 중년 부인이지만 아직 젊어 보인다. 안나가 아기를 들여다볼 때마다 잠이 든 작은 얼굴 위로 황홀하게 몸을 기울인다. 짙은 자줏빛이 도는 하늘빛 옷을 입고 머리를 덮고 어깨와 옷보다 더 짙은 빛깔의 겉옷 위로 내려오는 베일을 쓴 안나도 매우 아름답다.
그러나 요아킴과 안나는 명절 옷을 입고 있어 장중하다. 여느 때와는 달리 요아킴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밤색 속옷을 입지 않고 대단히 붉은- 지금 우리가 성 요셉의 빨강이라고 부를 것 같은- 긴 옷을 입었고, 겉옷의 가장자리 술 장식이 아주 새것이고 예쁘다. 그도 둥글게 가죽 띠가 둘러쳐진 장방형의 베일 같은 것을 쓰고 있다. 그의 옷은 모두가 새 것이고 고운 것이다.
안나! 오늘은 짙은 빛깔 옷이 아니다! 거의 오래된 상아 빛깔이라고 할 수 있는 매우 밝은 노란색 옷을 입고 있는데, 허리와 목과 손목에는 은과 금 같아 보이는 띠로 죄었다. 머리에는 무늬를 넣어서 짠 것 같은 아주 고운 베일을 쓰고 있는데, 이마에 역시 얇은 귀금속으로 된 띠로 고정시켰다. 목에는 금은세공을 한 목걸이를 걸었고 손목에는 팔찌를 끼었다. 옷과 특히 여러 가지 빛깔로 매우 아름다운 수를 놓은 완자무늬로 선을 두른 엷은 노란색 겉옷을 입은 품위 때문에 정말 여왕 같아 보인다.
"결혼식 날의 언니를 보는 것 같아요. 그때 나는 어린 계집애에 지나지 않았지만, 언니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요" 하고 엘리사벳이 말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층 더 행복하다‥‥ 나는 이 예식을 위해서 같은 차림을 하려고 했다. 이 차림을 이 명절날에 입으려고 보관했었다‥‥ 그렇지만 이런 날에 입을 희망을 가지고 있지 못했었다."
"주님께서 언니를 대단히 사랑하셨어요..."하고 엘리사벳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께 내가 제일 사랑하는 것을, 이 꽃을... 내 꽃을 드리는 것이다."
"때가 되었을 때 언니는 어떻게 아기를 품에서 떼어놓겠어요?"
"내가 아기가 없었는데 하느님께서 아기를 내게 주셨다는 것을 기억하겠다. 나는 아기가 성전에 있는 것을 아는 그때에 점점 더 행복하게 되어서 이렇게 생각하겠다. '아기는 성막 가까이에서 기도를 드린다. 엄마를 위해서도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기도드린다.' 그로 인해서 나는 평화를 맛볼 것이다. 나는 '그 애가 온전히 주님의 것이다. 그 애를 하늘에서 받은 이 두 늙은이가 죽으면 영원하신 분이신 주님이 한층 더 그 애의 아버지가 되실 것이다'하고 생각하면서 더 큰 평화를 느낄 것이다. 정말이다,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이 아기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었는데‥‥ 주님께서 내 눈물을 닦아 주시고 내 바람과 내 기도를 단단하게 해 주시려고 하느님의 선물인 이 아기를 내 태중에 넣어주셨다. 그러니까 아기는 주님의 것이다. 우리는 아기의 행복한 보호자이다‥‥ 여기에 대해 주님을 찬미하자!"
성전의 담에 도착하였다.
"두 분이 니까노르문에 가시는 동안 저는 사제에게 가서 알리고, 저도 그리 가겠습니다." 하고 즈가리야가 말한다. 그리고는 회랑에 둘러싸인 큰 마당으로 들어가는 홍예문 뒤로 사라진다.
일행은 계속되는 계단식 정원으로 해서 나아간다. 왜냐하면-내가 이 말을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성전 울안의 땅은 높이가 같지 않고 점점 더 높아지는 계속적인 단계로 해서 올라간다. 각 단계에는 계단으로 해서 올라가고, 각 단계에는 작은 마당들과 회랑들과 대리석과 청동과 금으로 화려하게 세공한 출입문들이 있다.
약속 장소에 이르기 전에 그들은 가져온 물건들을 꺼내기 위하여 발을 멈춘다. 물건들은 버터를 많이 바른 넓고 판판한 빵 과자로 보이는 것들과 흰 밀가루, 버들가지로 만든 새장에 넣은 비둘기 두 마리와 커다란 은전 두 개다.
육중한 청동에 은을 입히고 수를 놓듯 세공한 아름다운 니까노르문이 저기 있다. 즈가리야는 벌써 아마포 옷을 장엄하게 입고 있는 사제 곁에 있다. 안나는 깨끗하게 하는 물로 보이는 물 뿌리는 것을 받는다. 그런 다음 제물을 바치는 제단으로 나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아기는 이제 어머니의 품에 있지 않다. 엘리사벳이 아기를 받아가지고 문 밖에 남아 있다. 이번에는 요아킴이 매 애 매 애 하고 우는 불쌍한 어린양을 뒤에 끌고 아내 뒤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마리아의 취결례 때에 한 것처럼 그 모든 살육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제는 안나가 깨끗해졌다.
즈가리야가 동료에게 가만히 몇 마디 말을 하니 동료는 미소를 띠고 그 말을 듣는다. 그런 다음 다시 형성된 일행에게로 가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그들의 기쁨과 약속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축하하고 둘째 어린양과 밀가루와 빵 과자들을 받는다.
"그러니까 이 아기가 주님께 바쳐졌습니까? 주님의 강복이 아기와 함께 있겠고 당신네에게도 함께 있을 것입니다. 여기 (또 다른) 안나가 옵니다. 안나가 여선생들 중의 한 사람일 것입니다. 아제르 지파의파누엘의 딸 안나입니다. 자, 이리 오시오, 이 아기를 성전에 바칩니다. 그래서 당신이 이 아기의 선생이 될 것이고, 당신이 지키는 가운데 아기의 성덕이 커갈 것입니다. 찬미의 제물처럼."
벌써 호호백발이 된 파누엘의 딸 안나가 아기를 쓰다듬으니, 아기는 잠이 깨서 그 천진난만한 눈으로 그 모든 흰 빛깔과 태양에 반짝이는 그 모든 금을 쳐다본다.
의식이 끝난 모양이다. 나는 마리아를 바치는 특별한 제석을 보지 못하였다. 아마 거룩한 장소 곁에서 사제에게 또 특히 하느님께 그 말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모양이다.
"나는 성전에 가서 제물을 바치고 지 난 해에 빛을 보았던 곳에 가고 싶어요" 하고 안나가 말한다.
그들은 파누엘의 안나와 같이 그리로 간다. 그들은 엄밀한 의미의 성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은 이해가 간다. 여자들과 여자아기의 일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마리아가 자기 아들을 바치러 갔던 곳으로는 가지 않는다. 그러나 활짝 열린 문 바로 곁에서 어두컴컴한 안쪽을 바라보는데, 거기에서는 처녀들의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들려 나오고 값진 빛들이 빛나며 금빛 광명을 흰 베일을 두 줄의 머리 위에, 정말 백합꽃 두 줄 위에 퍼뜨린다.
"내 백합꽃아, 3년 후에는 너도 여기 와 있게 된다" 하고 홀린 듯이 안쪽을 바라보면서 느린 노랫소리에 미소를 짓는 마리아에게 안나가 약속한다..
"알아듣는 것 같습니다" 하고 파누엘의 안나가 말한다. "예쁜 아기입니다. 내게는 이 아기가 내 아이인 것처럼 소중할 것입니다. 아기 어머니, 내 나이가 그것을 허락해 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때까지 살아 계실 것입니다" 하고 즈가리야가 말한다. "할머니가 이 아기를 바쳐진 처녀들 사이에 받으실 것입니다. 저도 오겠습니다. 저는 그날 여기 와서 아기에게 들어오자마자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아내를 바라보니 아내는 알아듣고 한숨을 내쉰다.
예식이 끝났고 파누엘의 딸 안나가 물러간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성전에서 나와 자기들끼리 말을 한다.
나는 요아킴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 "내 제일 좋은 어린양 두 마리뿐 아니라, 이 기쁨을 위해서, 그리고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양을 전부라도 바치겠습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0. "여기 비둘기 마음을 가진 완전한 어린 여자아이가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솔로몬은 지혜서에서 이런 말을 한다. '누가 만일 아주 어리거든 내게로 오너라' 하고. 그리고 실제에 있어서 영원하신 지혜는 당신의 성채(城砦)에서, 당신의 도성의 성곽에서 영원한 어린아이에게 '내게로 오너라' 하고 말씀하신다. 하느님은 아기를 차지하기를 갈망하셨다. 나중에 온전히 순결한 어린 아기의 아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내 버려두어라. 하늘나라는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되지 않는 사람은 내 나라에서 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
목소리들이 서로 만난다. 그리고 하늘의 목소리가 아주 어린 마리아에게 '내게로 오너라' 하고 말하는 동안 사람의 목소리는 '너희가 아주 작은 어린아이가 될 줄을 알거든 내게로 오너라' 하고 말하면서 자기 어머니를 생각한다.
나는 너희들의 본보기로 내 어머니를 준다.
여기 비둘기같이 순박하고 순결한 마음을 가진 완전한 아기가 있다. 세월과 세상과의 접촉도 그 타락과 그 거짓과 음흉한 방법의 야비함으로써도 손상을 입히지 못한 어린 아기가 말이다. 마리아는 이 접촉을 물리쳤다. 이 아기를 보면서 내게로 오너라.
저 아기를 보는 네가 말을 해다오. 저 어린 아기의 눈길이 십자가 아래에서나 성령강림의 환희 속에서나 영원한 잠에 들어가려고 그의 눈꺼풀이 영양의 눈과 같은 그의 눈을 가릴 때에 네가 본 그 눈길과 다르냐? 아니다. 여기서는 어린 아기의 불분명하고 놀란 눈길인데, 그다음에는 성모영보의 놀라고 공손한 눈길, 다음에는 베들레헴의 어머니의 지극히 행복한 눈길, 그다음에는 숭고한 내 첫째 제자로서의 흠숭의 눈길, 다음에는 골고타의 고통당하는 어머니의 가슴을 찢는 듯한 눈길, 그 다음에는 부활과 성령강림의 행복해하는 눈 길, 그 다음에는 마지막 시각(視覺)의 꿈꾸는 듯한 잠이 드는 가려진 눈길이다. 그러나 처음을 보기 위하여 눈이 떠질 때에나 그렇게도 많은 기쁨과 소름 끼치는 일을 본 다음에 기진맥진하여 마지막 광선을 향하여 감길 때에나 눈은 마리아의 이마 아래에서 항상 마찬가지로 빛나는 하늘의 한 조각같이 맑고 깨끗하고 조용하다. 분노와 거짓말과 교만과 부정과 증오와 호기심은 그것들의 흐린 구름으로 이 눈을 절대로 더럽히지 못하였다.
저 눈은 울음과 웃음 가운데에서 사랑을 가지고 하느님을 쳐다보며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어루만지고 용서하고 참아 받는 눈이며,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마음에 침투하기 위하여 눈을 그렇게도 많이 사용한 악의 공격에 대하여 손상되지 않는 것이 되었다. 순결하고 거룩한 사람들, 하느님께 열중한 사람들이 가진 깨끗하고 화평하고 축복하는 눈이다.
내가 그런 말을 하였다. '네 몸의 빛은 눈이다. 네 눈이 깨끗하면 네 몸 전체가 빛 속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 눈이 흐리면 네 몸 전체가 어둠 속에 있을 것이다. '성인들은 정신에 있어서는 빛이고 육체에 있어서는 구원인 이 눈을 가졌었다. 그것은 그들이 마리아와 같이 일생동안 하느님만을 바라보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이 하느님을 기억하였기 때문이다.
작은 목소리야, 네게 말한 이 마지막 말의 뜻을 설명해 주마."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1. "내 기쁨아, 어떻게 네가 이 거룩한 일들을 아느냐? 도대체 누가 그것을 네게 말해 주었느냐?
나는 또 안나를 본다. 그리고 어제부터 안나가 이런 모양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본다. 안나는 그늘이 진 정자 출입구에 앉아서 바느질에 전념하고 있다. 모래 빛깔인 회색 옷을 입고 있다. 그의 옷은 아마 몹시 무더운 탓이겠지만 매우 간단하고 가벼운 차림이다.
정자 저쪽 끝에는 건초용의 풀을 베는 낫질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첫 번째로 베는 풀은 아닐 것이다. 포도가 황금빛을 띠기 시작하였고, 큰 사과나무가 짙은 잎들 사이로 노랗고 빨간 밀초 같이 연한 빛깔을 띠기 시작하였으며, 열매들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밀밭은 불꽃같이 새빨간 개양귀비가 가볍게 물결치고, 별과 같이 줄이 가고 동양 하늘같이 새파란 수레국화들이 꼿꼿하게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그루터기가 늘어서 있는 밭에 지나지 않는다.
그늘진 정자에서 작은 마리아, 그러나 벌써 활발하고 걸음걸이가 확실한 마리아가 온다. 그의 걸음걸이는 머뭇거리지 않고, 그의 흰 샌들은 돌 사이에서 비틀거리지 않는다. 마리아는 벌써 비둘기와 같이 가볍게 물결치는 그의 부드러운 걸음걸이를 하기 시작한다. 아마포로 지은 작은 옷을 입은 마리아는 작은 비둘기 모양으로 아주 하얗다. 그의 옷은 발목까지 헐렁하게 내려오고 하늘빛 같이 파란 가는 끈으로 목에 맞게 매어져 있으며, 작고 짧은 소매가 달려 있어 볼그레하고 토실토실한 아래팔이 보인다. 너무 곱슬거리지 않고 가볍게 물결치 듯하고 끝이 동그랗게 말린 꿀 빛같이 엷은 빛깔의 비단결 같은 머리털과 하늘빛 눈과 약간 볼그레하고 미소를 띤 부드러운 얼굴로 인하여 꼭 어린 천사와 같다. 그리고 넓은 소매로 들어가서 아마포로 만든 그의 옷을 부풀게 하는 미풍까지도 마리아가 날아가려고 날개를 반쯤 편 어린 천사와 같은 모습을 띠게 하는 데 이바지한다.
마리아는 개양귀비와 수레국화들과 밀밭에 자라는 풀이지만 내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꽃들을 들고 있다. 마리아는 걸어온다. 그러다가 엄마 바로 가까이 와서는 뜀박질까지 조금 한다. 명랑한 소리를 지르면서 어린 멧비둘기같이, 아기를 받으려고 조금 벌어지는 엄마의 무릎에 와서 그의 나는 듯한 달음박질을 멈춘다. 그때에 어머니는 아기가 찔리지 않게 일거리를 옆에 놓고 아기를 안으려고 팔을 벌렸다.
환상이 어젯밤에 여기서 끝났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음과 같이 계속되었다.
"엄마! 엄마!" 하고 흰 멧비둘기가 엄마의 무릎으로 된 둥지에 몸을 오그리고 작은 발은 짧은 풀을 밟고 그 작은 얼굴은 엄마의 품에 파묻었다. 작은 목덜미에 엷은 황금빛 머리밖에 보이지 않고, 안나는 딸에게 사랑으로 입 맞추려고 몸을 숙인다. 그런 다음 멧비둘기는 머리를 들고 꽃들을 어머니에게 드린다. 그 꽃들은 드리려고 꺾은 것인데, 꽃 한 송이마다 자기가 생각해낸 이야기를 곁들인다.
이 큰 하늘빛 꽃은 주님의 입맞춤을 엄마에게 가져오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별이다. 자, 이제는 어머니가 그 작은 하늘의 꽃을 그의 가슴 위에, 그의 가슴 위에 껴안는데, 거기에서 하느님의 맛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아빠의 눈처럼 더 엷은 파란 색깔의 이 다른 꽃은 그 잎에 아빠가 착하기 때문에 주께서 그를 사랑하신다는 말이 씌어 있다.
그리고 이 작은 꽃, 아주 작은 꽃, 하나밖에 찾아내지 못한 작은 꽃(그것은 물망초이다)은 주께서 마리아에게 그를 많이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하시기 위하여 만드신 꽃이다.
그리고 이 빨간 꽃들은 무슨 꽃인지 엄마가 아는가? 그것은 이스라엘의 원수의 피에 잠겼다가 전쟁과 승리의 전장에 심어진 다윗왕의 옷조각들이다. 이 꽃들은 주를 위한 영웅적인 전투 중에 찢어진 바로 왕의 그 옷조각에서 난 것이다.
그러나 하늘을 쳐다보는 일곱 개의 비단 술잔으로 된 것 같고 향기가 진동하며 저기 샘 곁에 난 희고 예쁜 이 꽃은-아빠가 이 꽃을 가시덤불 가운데에서 꺾었다-많은 세월 전에-아아! 얼마나 많은 세월! 얼마나 많은 세월 전인가! -그 많은 세월 전에 솔로몬 왕이 그의 어린 조카딸이 태어난 같은 날에 수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앞장을 서서 결약의 궤 앞을 걸어가며, 돌아와서 그의 영광을 둘러싼 구름 때문에 몹시 기뻐하면서 노래와 기쁨의 기도를 시작하였을 때 그가 입었던 옷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 노래를 마리아의 작은 입이 이렇게 끝마쳤다. "나는 항상 이 꽃과 같기를 원하고 지혜로운 임금님과 같이 일생 동안 장막 앞에서 노래와 기도를 노래하고 싶다."
"아이고, 귀여운 아기! 이 거룩한 일들을 네가 어떻게 아느냐? 누가 말해 주었니? 아빠가 알려 주셨니?"
"아니, 누군지 몰라. 늘 알고 있었던 것 같아. 그렇지만 내가 보지 못하는 어떤 사람이 말해 주었는지도 몰라. 아마 하느님께서 착한 사람들에게 말하라고 시키신 천사들 가운데 하나인지도 몰라. 엄마, 이야기 또 해 주겠어?"
"오냐, 내 딸아? 무슨 이야기를 또 알고 싶으냐?"
마리아는 진지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한다. 그의 표정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그것을 그려 놓아야 할 것이다. 그 작은 어린 얼굴에는 그의 생각의 그림자가 비친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미소와 한숨, 햇빛과 구름 그림자를 보여준다. 그러다가 선택을 한다. "가브리엘이 다니엘에게 한 그리스도를 약속한 말을 또 해줘."
그리고는 눈을 감고 들으면서 어머니가 한 말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천천히 되풀이한다. 안나가 말을 끝내자 마리아는 이렇게 묻는다. "엠마누엘이 오기까진 아직 얼마나 기다려야 해?"
"30년가량이란다. 얘야."
"아직도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았네! 그런데 나는 성전에 가 있을 거고‥‥이거 봐 엄마. 내가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낮에도 밤에도, 밤낮으로 기도를 드리고, 또 그렇게 되라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주욱 오직 하느님의 것이 되기만을 원하면, 영원하신 하느님이 메시아를 그전에 당신 백성에게 주시는 은혜를 내게 주실까?"
"그것은 모르겠구나. 예언자는 '일흔 주간'이라고 말했다. 나는 예언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주님은 지극히 인자하시다." 하고 안나는 어린 딸의 금빛 속눈썹에 구슬 같은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덧붙인다. "네가 많이, 많이, 많이 기도하면 주님이 네 기도를 들어주시리라고 믿는다."
어머니에게로 약간 쳐든 작은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고, 포도나무 가지 둘 사이로 지나가는 햇빛이 벌써 멎은 눈물을 마치 알프스의 이끼 줄기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 모양으로 반짝이게 한다.
"그러면 나는 기도하고 이것을 위해서 동정녀가 될 거야."
"그렇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니?"
"이건 남자의 사랑을 모르고 하느님의 사랑만 안다는 말이야. 이것은 주님만을 생각한다는 말이고, 이것은 육체가 아이로 남아 있고 마음으로는 천사도 남아 있다는 뜻이야. 이것은 눈으로는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고, 귀로는 하느님 말씀만 듣고, 입으로는 하느님을 찬미하기만 하고, 손으로는 자기를 제물로 바치기만 하고, 발로는 하느님을 빨리 따라가기만 하고, 마음과 생활은 오직 하느님께 드리기만 하는 거야."
"축복받은 너로구나!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너는 절대로 아이를 못 가지게 될 것이다. 어린아이들과 어린양들과 어린 멧비둘기를 그렇게도 좋아하는 네가‥‥ 알겠니? 여자에게 있어서 어린아이는 털이 곱슬곱슬한 흰 어린 양이나 비단 같은 깃에 산호 같은 부리를 가진 어린 비둘기처럼 사랑하고 입 맞추고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란다."
"괜찮아, 나는 하느님의 것이 될 거야. 성전에서 나는 기도드릴 거야. 그러면 언젠가 하루는 임마누엘을 보게 될 거야. 큰 예언자가 말하는 것처럼 임마누엘의 어머니가 되기로 예정된 동정녀는 벌써 태어났을거야. 그리고 지금 성전에 있어‥‥나는 그의 동무가 되고‥‥종이 될거야. 정말이야! 만일 하느님의 빛으로 그 동정녀를 알 수 있으면, 나는 그 복된 동정녀의 시중을 들고 싶어! 그리고 또 그 동정녀는 내게 그의 아들을 안고 오고 나를 그의 아들에게로 데려갈 거야. 그래서 나는 그 아들의 시중도 들 거야‥‥"
마리아는 그를 승화시키고 동시에 자신을 없이하는(전멸케) 이 생각에 매우 흥분해 있다. 그의 작은 손을 가슴에 십자(+)로 포개 얹고 머리는 약간 앞으로 숙인 채 얼굴이 빨개져 있는 것이, 내가 본 성모영보(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의 동정녀(피렌체의)를 어린아이로 재현시킨 것 같다. 마리아는 다시 말을 잇는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의 임금님, 하느님의 기름 바름을 받은 이가 내가 시중드는 것을 허락하실까?"
"그 점은 의심하지 말아라. 솔로몬 임금님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느냐? '왕후가 60명이 있고 다른 아내가 80명이 있으며, 처녀가 수없이 많다'라고. 알겠니? 임금님의 궁궐에는 그들의 주님을 섬길 동정녀가 수없이 많을 것이다."
"아아! 그러니까 엄마는 내가 동정녀가 돼야 한다는 걸 알지? 난 동정녀가 돼야 해. 하느님이 동정녀를 어머니로 원하신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동정을 사랑하신다는 뜻이야. 하느님이 나를 당신의 지극히 사랑하시는 어머니와 좀 비슷하게 만들 동정 때문께 당신의 종인 나를 사랑해 주셨으면 해‥‥ 그래, 이것이 내가 원하는 거야‥‥나는 또, 주님을 성가시게 할 염려만 없으면 죄녀가 되고 싶어, 아주 큰 죄녀‥‥ 엄마,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죄녀가 될 수 있는 거야? "
"아니 그런데 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알아듣지 못하겠구나."
"내 말은 구세주가 되시는 하느님께 사랑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 죄를 짓는다는 거야. 파멸한 것을 구원하는 거 아니야? 나는 구세주의 사랑의 눈길을 얻기 위해 그분께 구원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죄를 짓기를 원하는 거야. 그렇지만 하느님을 싫증 나게 하는 죄는 짓지 않고 말이야. 내가 파멸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님이 나를 구하실 수 있어?"
안나는 깜짝 놀라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
요아킴이 어린 포도나무로 된 울타리 뒤로 다가와서 풀 위를 소리 내지 않고 걸으며 안나를 도와주러 온다. "하느님께서는 네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만을 사랑한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미리 너를 사랑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벌써 구속되었고, 네가 원하는 대로 동정녀가 될 수 있다"라고 요아킴이 말한다.
"참말이야, 아빠?" 마리아는 아버지의 무릎에 꼭 기대며 아버지의 눈을 많이 닮은 밝은 별과 같은 눈으로 쳐다보며, 아버지가 그에게 주는 희망 때문에 매우 행복하다.
"정말이다, 우리 예쁜이. 보아라, 샘 근처에서 처음 날아본 이 참새 새끼를 너 주려고 가져왔다. 내가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놈의 약한 날개와 너무 여린 다리가 요놈을 다시 날게 하고, 샘 가장자리의 매끄러운 돌 위에 붙잡아 놓을 수 있을 만한 힘이 없었다. 이 새 새끼가 물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불행이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요놈을 붙잡아서 너를 주려고 가져왔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사실 이 새 새끼는 위험을 당하기 전에 구원을 받았다. 하느님께서 네게 하신 것도 마찬가지다. 마리아야, 이제는 말해 봐라. 새 새끼가 물에 빠지기 전에 참새를 구해 준 것이 참새를 사랑한 것이냐, 또는 참새가 떨어진 다음에 위험에서 구해 주어야 더 사랑하는 것이 되었겠니?"
"참새가 찬 물에 빠져 죽게 놔두지 않은 지금이 더 사랑한 거야."
"자! 하느님께서 네가 죄를 짓기 전에 너를 구해 주셨으니까 너를 더 사랑하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겠어. 예쁜 어린 참새야, 나는 너같이 하겠다. 주님은 우리에게 구원의 선물을 주셔서 비슷하게 사랑하셨다‥‥ 이제는 내가 너를 보살펴 주고 나서 날아가게 해 주마. 너는 숲 속에서, 나는 성전에서 하느님의 찬미를 노래할 것이고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느님이 언약하신 분을 그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보내 주십시오. 보내 주셔요' 하고. 아! 아빠, 언제 나를 성전에 데리고 갈래?"
"아가, 멀지 않아 데려가 주마. 그렇지만 아빠를 남겨두는 것이 괴롭지 않으냐?"
"많이! 그렇지만 아빠가 올 거지‥‥ 그리고 괴롭지 않으면 무슨 희생이 되겠어?"
"그리고 우리 생각을 하겠니?"
"언제나, 임마누엘을 위해서 기도한 다음에는 아빠 엄마를 위해서 기도하겠어, 하느님이 구세주가 되시는 날까지 하느님이 아빠 엄마에게 기쁨을 주시고 오래 살게 하시라고, 그런 다음 아빠 엄마를 데려다가 하늘의 예루살렘에 두시라고 하느님께 말하겠어."
환상은 요아킴이 품에 껴안는 마리아의 영상과 더불어 사라진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2. "아들이 자기 어머니의 입술에 자기 자신의 지혜를 놓아두지 않았겠느냐?"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내게는 벌써 트집의 명수들의 비판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세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가? 이것은 과장이다.' 사람들은 내 어린 시절에 어른과 같은 행동을 하였다 하면서 나를 비범한 사람으로 취급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지능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같은 나이에 같은 모양으로 오지 않는다. 교회가 책임지는 나이를 일곱 살로 정한 것은 이 나이에는 뒤떨어진 어린이까지도 적어도 기초적으로 선악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훨씬 더 일찍 벌써 넉넉히 발달한 이성으로 구별하고 마음먹고 원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있다. 까다로운 박사들아, 이멜라 람베르띠니, 비떼르바의 로사, 넬리 오르간, 넨놀리나 같은 소녀들이 내 어머니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으리라고 믿도록 하는 확실한 예를 보여 준다. 나는 이 세상에서 오랜 세월 동안 또는 짧은 세월 동안 어른들같이 이치를 따져 생각하고 나서 내 천국에 자리 잡고 있는 수천수만의 거룩한 어린이들 중에서 아무렇게나 이름 넷만을 들었을 뿐이다.
이성 (理性)이란 무엇이냐? 하느님의 은혜이다.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원하시는 대로 주고자 하시는 사람에게 원하실 때에 주신다. 이성은 또한 우리를 하느님과 가장 비슷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이니, 지능과 이성을 가진 정신인 것이다. 이성과 지능은 지상낙원에 있던 인간에게 거저 주신 선물이었다. 그리고 첫째 조상 두 사람의 정신에 은총이 아직 완전하고 활동적인 채로 살아 있을 때에는 이성과 지능이 얼마나 활발했는지 모른다.
예수 바르 시락의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어떤 지혜든지 주 하느님에게서 오고, 그것은 모든 세기 이전에도 주 하느님과 같이 있었다. '그러니 만일 사람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남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많은 지혜를 차지하였겠느냐?
너희들의 지능의 결함은 은총과 성실성에 있어서의 너희들의 타락의 자연적인 결과이다. 그리고 은총을 잃음으로써 너희들은 많은 세기 동안 지혜를 멀리하였다. 거대한 성운(星雲) 같은 물체 안에 숨는 별똥별과 같이 지혜가 이미 분명한 광택을 가지고 너희들에게 도달하지 않고 너희들의 의무 태만이 점점 더 짙어지게 하는 어두움을 통하여 온다.
그러다가 그리스도가 와서 하느님의 사람의 최고의 선물인 은총을 너희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나 너희들이 이 진주를 깨끗하고 순수하게 보존할 줄을 알았느냐? 아니다. 너희들은 그것을 개인적인 죄와 의지를 가지고 깨뜨리지 않는 때에도 끊임없이 범하는 덜 중한 죄와 과실과 악습에 젖은 애착과, 또 비록 칠죄종(七罪宗)과의 진짜 결합은 아니더라도 은총의 빛과 그 작용의 밝음을 약하게 하는 공감으로 그것을 더럽힌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첫째 조상들에게 주셨던 지능의 찬란한 광명을 흐리게 하는 것으로는 육체의 힘과 지적 기능에 해로운 작용을 한 많고 많은 세월의 타락이 있다.
그러나 마리아는 순결한 여인, 하느님의 기쁨을 위하여 다시 창조된 새로운 하와일 뿐 아니라,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걸작인 초(超) 하와였고, 은총이 가득한 여인이었고 하느님의 생각에 들어 있는 말씀의 어머니였다.
'지혜의 근원은 말씀이다'라고 예수 바르 시락은 말한다. 그러니 아들이 자기 어머니의 입술에 자기 자신의 지혜를 놓아두지 않았겠느냐?
지혜 자체인 말씀이 사람들에게 생각을 품게 하도록 말을 할 책임을 진 예언자의 입술이 빨갛게 단 숯으로 깨끗하게 되었으니,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아직 어린 아이이지만 말씀을 태중에 가지게 될 당신 정배에게 말의 정확성과 고결함을 주시지 않았겠느냐? 왜냐하면 어린아이, 그다음에는 여인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도 오히려 하느님의 큰 빛과 지혜 안에 융합된 천상의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적은 나중에 나에 의해서 그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리아에 의해서 어릴 때부터 나타난 뛰어난 지능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살고 계신 무한한 지능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마리아가 군중들의 경탄을 자아내지 않고 사탄의 주의를 끌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성인들이 하느님에 대하여 가지는 '추억들'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 문제에 대하여는 다시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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