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3. 성전에 바쳐진 마리아
나는 마리아가 아버지 어머니 가운데에서 예루살렘의 거리를 걸어가는 것을 본다.
행인들을 눈같이 흰 옷을 입고 매우 가벼운 감으로 된 베일을 쓴 아름다운 어린 계집아이를 보려고 걸음을 멈춘다. 가벼운 옷감으로 된 베일 바탕에 더 진한 나뭇잎들과 꽃무늬를 보니 안나가 취결례날 입었던 것과 같은 베일인 것 같다. 다만 안나에게는 그것이 허리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었는데 마리아에게는 거의 땅에까지 내려오고 드물게 보는 매력이 있는 가볍고 빛나는 흰 베일로 그를 감싼다.
어깨 위에, 또 그보다도 낮게 가냘픈 목덜미에 흐트러져 있는 머리의 황금색이 베일의 능직 무늬가 없고 매우 얇은 바탕만 있는 곳에서는 비쳐 보인다. 베일이 이마에는 아주 엷은 하늘빛 리본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리본에는 틀림없이 어머니가 놓았겠지만 작은 백합꽃들을 은실로 수놓았다.
벌써 말한 것과 같이 대단히 흰 옷이 땅에까지 내려와서 고작 마리아가 걸을 때에나 하얀 작은 샌들을 신은 그의 작을 발이 보일 정도이다. 작은 두 손은 긴소매에서 나오는 두 개의 목련꽃잎 같다. 리본의 하늘빛 테를 빼고는 다른 빛깔은 없다. 모두가 하얗다. 마리아는 눈으로 지은 옷을 입은 것 같다.
요아킴과 안나의 옷을 말하자면, 요아킴은 취결례 때와 같은 옷이고, 안나는 매우 짙은 자줏빛 옷이다. 머리를 가린 겉옷 가지도 짙은 자주색이다. 안나는 겉옷을 눈에까지 매우 낮게 내렸다. 너무 울어서 새빨개진 엄마의 가엾은 두 눈, 울지 않으려고 하지만 겉옷으로 가린 채 울지 않을 수가 없는 엄마의 가엾은 두 눈. 겉옷을 낮게 내려쓴 조심성은 행인들과 요아킴에게까지도 먹혀들어간다. 하기는 평소에는 맑은 요아킴의 눈이 오늘은 이미 흘렸거나 아직도 흐르고 있는 눈물로 젖어 있고 흐려져 있다. 그는 터반 모양으로 꾸민 베일을 쓰고 몸을 대단히 구부리고 걷는데, 베일의 두 날개가 얼굴 양쪽으로 늘어져 있다. 요아킴은 지금 대단히 늙어 보인다. 그를 보면 그가 손을 잡고 가는 아주 어린 여자 아이의 할아버지나 증조부로까지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딸을 잃는 슬픔으로 가엾은 아버지는 발을 질질 끌다시피 걷게 되고 태도 전체가 힘이 없어져서 20년이나 더 늙어 보인다. 그의 얼굴은 늙어 보일 뿐 아니라, 병자의 얼굴 같다. 그만큼 낙심하고 침울한 얼굴이다. 입은 특별히 오늘 코 양쪽에 매우 뚜렷해진 두 개의 주름 사이에서 가볍게 떨리고 있다.
두 사람은 그들의 눈물을 감추려고 애쓴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 대하여는 그렇게 하는 데 성공하지만 마리아에 대하여는 할 수 없다. 키가 작기 때문에 마리아는 아래서 위로 쳐다보는데, 그 눈길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로 번갈아 간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이 미소하면서 쳐다볼 때마다 떨리는 입으로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며, 마리아의 작은 손을 꼭 쥐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준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자, 저 미소를 보는 것이 또 한 번 줄었구나" 하고.
그들은 천천히 조용히 걷는다. 할 수 있는 대로 길을 늘이려는 것 같다. 무엇이든지 멈추어 서는 핑계가 된다‥‥그러나 가는 길은 결국 끝나기 마련이다! 행정(行程)이 이제 끝날 참이다. 저기 마지막 올라가는 비탈길 한 토막과 성전을 둘러싼 성벽이 나타난다. 안나는 신음 소리를 내고 마리아의 손을 더 힘주어 꼭 쥔다.
"사랑하는 안나 언니, 제가 언니와 같이 있어요! " 하고 어떤 십자로에 있는 낮은 회랑 그늘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말한다. 그러면서 분명히 안나를 기다리고 있던 엘리사벳이 안나에게로 와서 가슴에 껴안고, 안나가 울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 "오세요, 이 친구의 집에 좀 오세요. 그랬다가 우리 같이 가십시다. 즈가리야도 여기 있어요."
모두 불이 활활 타고 있는 낮고 어두침침한 방으로 들어간다. 분명히 엘리사벳의 친구이겠지만 안나가 알지 못하는 주인 여자는 이 작은 일행을 마음 편하게 남겨두려고 예의를 차려 물러간다.
"내가 후회를 한다거나 내 보배를 주님께 마지못 해 드린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하고 안나가 눈물을 흘리며 설명한다‥‥‥"그렇지만 마음이다‥‥ 아아! 내 마음이 얼마나 괴로움을 느끼는지, 아이 없는 어머니의 고독으로 돌아갈 내 마음에 얼마나 괴로움을 느끼는지 ‥‥ 너는 느끼지 못할 거다‥‥."
"안나 언니, 나도 그걸 이해해요‥‥그렇지만 언니는 착하니까 고독한 가운데 하느님께서 위로해 주실 거예요. 마리아가 어머니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겠어요?"
마리아는 어머니의 손을 쓰다듬고 입 맞추고 자기 얼굴로 가져다가 쓰다듬어 주게 하고, 안나는 두 손으로 그 작은 얼굴을 꼭 싸잡고 입을 맞추고 또 맞춘다. 아직도 넉넉히 입 맞추어 주지 못하였다.
즈가리야가 들어오면서 인사한다."의인들에게 주의 평화가 있기를."
"그렇데" 하고 요아킴이 말한다. "이 아이를 바치는 것 때문에 가슴이 떨리니 우리를 위해 평화를 빌어 주게. 이것은 아브라함이 제물을 바치려고 산을 올라가던 것과 같네, 그런데 우리는 이 아이를 도로 찾기 위한 다른 제물을 발견하지 못할 것일세. 우리는 하느님께 충실하고자 하기 때문에 그것을 원치 않네. 하지만 즈가리야, 우리는 괴롭네, 하느님의 사제, 우리를 이해하고 얼굴을 찡그리지 말게."
"그럴 리가 있습니까? 오히려 허락된 한계를 넘지 않을 줄 알고 형님을 불충한 길로 이끌어가지 않을 줄을 아는 형님의 고통은 지극히 높으신 분을 사랑하도록 제게 가르쳐 줍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여 예언자 안나가 다윗과 아아론의 꽃을 정성껏 돌볼 것입니다. 지금은 이 꽃이 다윗이 성전에서 가지고 있는 거룩한 후손의 유일한 백합꽃입니다. 이 백합을 왕의 진주를 보살피듯이 보살필 것입니다. 비록 기한이 다 찼고 다윗의 가문의 동정녀에게서 메시아가 나올 것이므로 다윗의 후손의 어머니들이 딸들을 바치는데 마음을 써야 할 터인데, 믿음이 줄었기 때문에 동정녀들을 위해 따로 남겨놓은 자리들이 비어 있습니다. 성전에 동정녀가 아주 적고, 왕족으로는 3년 전에 엘리세오의 사라가 나가서 결혼한 뒤로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기는 그 시기까지는 아직 5년씩 여섯 번이 모자랍니다마는‥‥ 자, 마리아가 다윗 가문의 여러 동정녀들 중에서 거룩한 장탁 앞에 서는 첫째 동정녀가 되기를 바랍시다. 그리고 또‥‥ 누가 압니까?‥‥" 즈가리야는 다른 말은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에 잠긴 채 마리아를 내려다본다. 그러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저도 마리아를 돌보겠습니다. 저는 사제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출입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해서 이 천사를 보살피겠습니다. 그리고 엘리사벳도 자주 마리아를 보러 올 것입니다‥‥"
"오고 말고요! 저는 하느님이 대단히 필요합니다. 그 말을 이 아이에게 와서 하면서 영원하신 분께 그 말씀을 드려 달라고 하겠어요."
안나는 다시 용기를 낸다. 엘리사벳은 용기를 한층 더 북돋아 주기 위하여 안나에게 묻는다. "이건 언니의 신부 면사포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 새 아마포를 짠 거예요?"
"내 면사포다. 나는 이것을 마리아와 함께 주님께 바친다. 이제는 내가 눈이 잘 보이지 않고‥‥또 세금과 실패 때문에 재원이 많이 줄었다‥‥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는 없게 되었다. 다만 이 애가 하느님의 집에 있는 동안과 또 그 후를 위해서 옷가지는 많이 준비했다‥‥ 그것은 이 애의 결혼식 때에는 내가 옷을 입히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애의 결혼을 위해 치장을 해 주고 신부의 속옷과 겉옷을 길쌈하는 것이 차고 생기 없는 손일지라도 여전히 엄마의 손이기를 나는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고! 왜 그런 침울한 생각을 하세요?!"
"동생, 나는 늙었어. 이 고통의 무게에 눌리면서처럼 고통을 느낀 적은 일찍이 없었다. 내 생애의 마지막 힘을 이 꽃을 배고 기르느라고 이 꽃에 바쳤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은‥‥ 이 애를 잃는 고통이 이 마지막 힘 위로 불어서 그것을 없애 버린다."
"요아킴 옆에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돼요."
"네 말이 옳다. 나는 내 남편을 위해서 살 생각을 하겠다."
요아킴은 즈가리야 쪽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체하였다. 그러나 그는 들었다. 그리고 눈에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한숨을 쉰다.
"지금은 정확히 제3시와 제6시 중간입니다. 이제 갈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즈가리야가 말한다.
그들은 겉옷을 다시 입고 떠나려고 일어난다. 그러나 나가기 전에 마리아가 팔을 벌리고 문지방에 무릎을 꿇는다. 간청을 하는 작은 케루빔 천사 같다. "아버지! 어머니! 축복해 주셔요!"
용맹한 어린것이 울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작은 입술이 떨리고 흐느낌을 참느라고 약해진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멧비둘기의 떨리는 울음소리 같다. 얼굴은 더 창백하고 눈은 고통을 참는 고민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것으로 인하여 깊은 고통을 겪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기까지 더 강한 시선을 나는 골고타와 예수의 무덤에서 볼 것이다.
부모는 마리아에게 축복을 하고 한 번, 두 번, 열 번 입을 맞춘다.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싫증 날 수가 없다‥‥ 엘리사벳은 말없이 울고 즈가리야는 그것을 나타내고 싶지는 않지만 깊이 감동하였다.
그들은 나간다. 아까처럼 마리아가 아버지, 어머니 사이에 있다. 앞에는 즈가리야와 그의 아내가 간다. 이제 그들은 성전 담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대사제에게 갑니다. 형님네들은 큰 정원까지 올라가세요."
그들은 마당 셋과 포개진 현관 셋을 지나간다. 그리고 이제는 꼭대기를 금으로 덮은 매우 큰 입방체 밑에 와 있다. 어마어마하게 큰 오렌지 반쪽 비슷한 볼록한 원천장 하나하나가 지금은 오정 때가 되어서, 장엄한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넓은 마당에 수직으로 내리쪼이고 성전으로 가는 넓은 층과 엄청나게 큰 계단을 꽉 채우고 있는 태양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다만 정면에 대서 쌓은 층계를 마주 보고 있는 대문간만이 그늘져 있고, 청동과 금으로 된 거대한 문은 한층 어둡고 그렇게도 환한 빛과 대조가 되어 장엄하다.
이렇게 햇빛을 쨍쨍하게 받으니 마리아는 한결 더 눈같이 희다. 마리아가 계단 밑에 가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이 세 사람의 가슴이 얼마나 뛸 것인가! 엘리사벳은 안나 곁에 있다. 그러나 반 걸음쯤 뒤에 있다.
은나팔 소리가 울리고 문의 돌쩌귀가 돌아간다. 문이 청동 원 위에서 돌고 있는 동안 거문고로 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저 안쪽에 등불들이 켜진 성전 내부가 나타나고 안쪽에서 오는 행렬이 문을 향하여 나아온다. 은나팔 소리와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향과 불빛을 곁들인 장엄한 행렬이다.
이제 행렬이 문지방에 와 있다. 맨 앞에는 대사제일 것이 분명한 사람이 있다. 아주 고운 아마포로 만든 옷을 입고, 그 첫 번 옷 위에 역시 아마포로 만든 더 짧은 웃옷을 입고, 또 그 위에 제의와 부제복 중간치 같은 일종의 제의를 입은 엄숙한 노인이다. 그 제의 같은 옷은 여러 가지 빛깔로 되어 있어, 주홍과 금빛, 자주와 흰빛이 갈아들고 햇빛에 보석들처럼 반짝인다. 그리고 진짜 보석 두 개가 이 모든 것 위에 어깨 높이쯤에서 한층 더 세게 반짝인다. 그것들은 아마 귀금속을 물린 고리들인 것 같다. 가슴에는 금사 슬로 지탱되는 보석이 번쩍거리는 넓은 판때기가 달려 있다. 늘어뜨린 보석 장신구와 다른 장식들이 짧은 웃옷 아래쪽에서 빛나고, 이마에서는 관 욋쪽에서 금이 빛나고 있는데 가톨릭의 주교관처럼 위가 뾰족하지 않고 둥근 관은 정교 신부들의 관을 생각나게 한다.
장엄한 인물이 혼자서 현관 앞 계단이 시작되는 데까지 앞으로 나아와 황금 햇빛을 받으니 한층 더 찬란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문밖의 그늘진 현관에 둥그렇게 늘어서서 기다린다. 왼편에는 흰옷을 입은 처녀 한 떼가 여 예언자 안나와 다른 나이 든 여자들과 같이 있는데, 그 여자들은 아마 선생들인 모양이다.
대사제는 어린 소녀를 내려다보고 미소 짓는다. 이집트의 신전에도 어울릴 만한 현관 앞 계단 밑에 있는 이 소녀는 그에게 몹시도 작게 보일 것이다! 그는 기도하며 팔을 하늘로 쳐든다. 모든 사람이 영원히 위엄하신 분과 같이하는 사제의 위엄 앞에서 어리둥절해진 듯이 머리를 숙인다. 그런 다음 이제는 마리아에게 어떤 신호를 한다.
그러자 마리아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홀린 듯이 계단을 올라간다. 마리아는 웃는다. 마리아는 성전의 그늘진 곳, 귀중한 휘장이 내려오는 곳에서 웃는다‥‥마리아가 현관 앞 계단 위에 올라가서 대사제의 발 앞에 가니 대사제는 그의 머리에 두 손을 얹는다. 희생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성전은 이보다 더 깨끗한 어떤 제물을 일찍이 본 일이 있는가?
그런 다음 대사제는 몸을 돌이켜 티 없는 어린 양인 마리아를 제단으로 데려가려는 듯이 한 손을 어깨에 얹고 성전 문을 향하여 데려간다. 마리아를 성전에 들여보내기 전에 대사제는 이렇게 묻는다. "다윗의 후손 마리아야, 이것이 네 서원이냐?"
"예" 하고 은처럼 울리는 대답이 나오자 대사제는 외친다. "그러면 들어와서 내가 있는 앞에서 걷고 완전한 여자가 되어라."
그러니까 마리아가 들어가고, 어둠이 그를 집어삼키며, 그다음에는 동정녀와 선생들의 떼와 그 뒤에 따라가는 레위파 신관들이 마리아를 점점 더 가리고 떼어놓는다‥‥
마리아는 이제 거기 없다‥‥ '이제는 문의 돌쩌귀가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점점 더 좁아져가는 열린 틈으로 지성소를 향하여 걸어가는 행렬을 볼 수가 있다. 이제는 조그만 틈에 지나지 않다가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문이 닫힌 것이다.
문의 돌쩌귀가 마지막 돌아가는 소리에 두 노인의 흐느낌과 오직 한마디로 된 "마리아야! 내 딸아!" 하는 부르짖음이 들리고, 그다음에는 "언니!", "형님!" 하고 엇갈리는 두 탄식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들은 계속한다. "마리아를 당신 집에 받아 당신 길로 인도하시는 주님을 찬미합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렇게 끝난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4. "영원한 동정녀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그것은 마음을 하느님께로 보내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대사제가 이렇게 말하였었다. '내 앞에서 걸어라. 그리고 완전하여라.' 대사제는 완전한 것으로는 오직 하느님께만 뒤지는 여자에게 말하고 있는 줄은 몰랐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을 대신하여 말하였고, 그 이유로 그가 주는 명령은 신성한 것이었다. 항상 신성한 것이었지만, 특히 지혜가 가득한 그 여자에게 그러하였다.
마리아는 '지혜가 미리 알려 주고 맨 먼저 그에게 나타나게 할 만한' 자격을 얻었었다. 그것은 '그의 인생의 시초에서'부터 그의 문 앞에서 감시하며 또 사랑을 위하여 배우기를 갈망하며 완전한 사랑을 얻고 지혜를 선생으로 모실 자격을 얻기 위하여 순결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겸손하기 때문에 마리아는 자기가 나기 전부터 지혜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과 지혜와의 그의 결합은 천국에서 뛰는 그의 심장의 숭고한 고동의 계속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마리아는 그것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의 고요 속에서 하느님께서 그에게 숭고한 말씀을 하실 때에는 그것이 교만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느님께로 죄 없는 마음을 들어 올리며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었다. '주님, 당신의 여종을 불쌍히 여기십시오!' 하고.
아아! 정말이지 참으로 지혜로운 여자, 영원한 동정녀, 인생의 시초에서부터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가지지 않았었다. 그것은 '그의 인생의 시초에서부터 마음을 하느님께로 향하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앞에서 기도하면서 주님을 위하여 파수를 보며.' 그의 겸손이 믿게끔 암시를 주는 대로 자기 마음의 약함을 위하여 용서를 청하는 것이었는데, 그가 이다음에 십자가 밑에서 죽어가는 자기 아들과 동시에 하게 될 죄인들을 위하여 용서를 비는 일을 미리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다음 위대하신 주께서 그것을 원하실 때에 마리아가 지혜의 성령을 가득히 받게 되어' 그때에는 자기와 숭고한 사명을 이해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성전의 신성한 평화 속에서 그의 회화와 그의 정과 그의 추억들을 하느님께 점점 더 긴밀하게 매고 '또다시 매는' 어린 계집아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작은 마리아야, 너를 위하여는 선생이 특별한 말을 할 것이 아무것도 없겠느냐? '내 앞에서 걸어라. 그리고 이 때문에 완전하게 되어라.' 나는 거룩한 말를 약간 바꾸어서 네게 명령으로 준다. 사랑에 완전하고, 너그러움이 완전하고, 고통에 완전하게 되어라.
한번 더 어머니를 쳐다보아라.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르는, 또는 고통이 그들의 구미와 그들의 정신에 너무도 기분 나쁜 것이기 때문에 모르기를 원하는 것에 대하여 묵상하여라‥‥고통을 마리아는 인생의 시초에서부터 차지하였다. 마리아가 완전했던 것처럼 완전하다는 것은 완전한 감수성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위하여는 희생의 고통이 더 심해야 하였고, 또 그 때문에 희생이 더 공로가 있기도 하였다. 순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사랑을 가지고 있고, 사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너그러움과 용맹을 가지고 있다. 그가 누구를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네 십자가가 네 몸을 휘게 하고 너를 부수고 죽이더라도 네 정신을 높이 올려라. 하느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5. 요아킴과 안나의 죽음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마치 눈을 머금은 바람이 하늘에 구름을 모아 놓는 겨울의 빠른 황혼과 같이 내 조부모님의 생활은 그분들의 태양이 성전의 거룩한 장막 앞에서 빛나려고 거기에 자리 잡은 다음부터 빨리 밤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말이 있지 않느냐? "지혜는 그의 아들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그를 찾는 자들을 보호한다‥‥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지혜를 위하여 파수를 보는 사랍은 그 평화를 즐길 것이다. 지혜를 차지하는 사람은 생명을 유산으로 받을 것이다‥‥ 지혜를 섬기는 사람은 거룩한 이에게 순종할 것이고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많은 사랑을 받는다‥‥지혜를 믿는 사람은 그것을 유산으로 받을 것인데, 그 유산은 후손들에게 확인되어 시련 중에 그와 같이 있게 될 것이다. 그는 우선 하느님의 선택의 대상이 될 것이고, 다음에는 하느님께서 그에게 염려와 두려움과 시련과 당신의 규율의 채찍질을 보내시어 그의 생각에 시련을 겪게 하시고 그를 믿으실 수 있게 될 때까지 그를 단련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다음에는 그를 확고하게 하시고, 곧은길로 그에게 다시 오시어 그를 만족스럽게 만드실 것이다. 그에게 당신 비밀을 드러내 보이실 것이고, 정의 속에서 그에게 지식과 지혜의 보물을 넣어 주실 것이다.'
그렇다, 이 모든 말이 있다. 지혜서들은 거기에서 그들의 행동의 거울을 얻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지혜의 정신적인 애인들 사이에서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나는 내 인성(人性)에 의한 친척들 가운데 성인들에 둘러싸였었다. 안나, 요아킴, 요셉, 즈가리야, 그리고 또 엘리사벳, 그리고 세례자, 이들이 진짜 성인들이 아니냐? 나는 지혜가 그 안에 거처를 차지하고 있던 내 어머니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지혜는 내 조부모에게 하느님의 뜻에 맞는 생활방식을 불어넣었었다. 미친 듯이 날뛰는 자연력의 분노에서 보호해 주는 천막과 같이 지혜는 그분들을 죄의 위험에 대하여 보호하였다. 하느님께 대한 거룩한 두려움은 지혜의 나무에 근본에 있어, 거기에서 그 나무의 모든 가지들과 같이 우뚝 솟아 그 꼭대기에 올라가 그 평화 속에서 조용한 사랑과, 그 안전 속에서 평온한 사랑과, 그 충실 속에서 자신 만만한 사랑과, 그 힘 속에서 충실한 사랑과 성인들의 온전하고 용감하고 활발한 사랑과 합치게 된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생명을 유산으로 차지한다' 고 집회서는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내 사랑 때문에 생명을 잃는 사람은 그것을 구할 것이다'라고 한 내 말과 관련된다. 불쌍한 이 세상의 생명에 대한 말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말이며, 한 시간 동안의 기쁨에 대한 말이 아니고 불멸의 기쁨에 대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뜻으로 요아킴과 안나가 지혜를 사랑하셨고, 지혜는 시련 중에 그분들과 같이 있었다. 너희들 중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완전히 악하지 않으면서도 절대로 울 일도 괴로워할 일도 없기를 원하고 있는지! 마리아를 딸로 가질 자격을 얻은 저 의인들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지 않으셨느냐!
정치적인 박해로 인하여 그분들은 극도로 가난하게 되어 다윗 가문의 땅에서 쫓겨나셨다. '제가 두 분을 계승합니다' 하고 말할 꽃 한 송이 없이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슬픔. 또 그다음에는 이미 나이가 많아서 그 꽃을 얻었기 때문에 그분들이 그 꽃에서 여인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는 걱정. 그다음에는 그 꽃을 자기들의 마음에서 억지로 떼어내 하느님의 제단으로 가져가야 하는 일, 그리고 또 그분들이 그 귀여운 멧비둘기의 노래와 그 작은 발걸음 소리와 자기들의 딸의 미소와 입맞춤 따위에 ‥‥ 익숙해졌었는데, 더 무거운 정적 속에서 살면서 그 추억과 더불어 하느님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 그리고 또, 병, 기후 불순에서 오는 재난, 권력자들의 오만 따위가 그분들의 조촐한 성공의 약한 작은 성을 치는 파성추의 타격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혼자서 가난하게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며, 자기들의 정성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얼마 안 되는 재산밖에 가지지 못하게 될 딸에 대한 괴로운 기억. 그리고 마리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버지의 재산이 아직 여러 해 동안 경작되지 않고 닫힌 채로 남아 있으면 마리아가 그 재산을 어떤 상태로 발견할 것인가? 걱정, 두려움, 시련, 그리고 유혹. 그런데 항상 하느님께 충실하고, 충실하고, 또 충실하셨다. 가장 심한 유혹은 이런 것이었다. 끝나가는 자기들의 생애에 곁에 자기들의 딸이 있음으로 해서 받는 위안을 거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녀들은 부모에게 속해 있기 전에 먼저 하느님께 속해 있다. 그래서 어떠한 자식이라도 내가 어머니께 말씀드린 것과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다. '제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이익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하고 말이다. 그러고 어떤 어머니와 어떤 아버지도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알기 위하여는 성전에서 마리아와 요셉을 요아킴과 안나를 나자렛의 그분들의 집에서 보아야 한다. 나자렛의 그분들의 집은 날마다 점점 더 비어 가고 쓸쓸해져 갔다. 그러나 거기에서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이 더 커가는 것이 오직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두 마음의 거룩함이었고, 그분들의 결합의 거룩함이었다.
몸이 성하지 못한 요아킴과 그분의 애달픈 아내 안나에게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길고 고요한 저녁시간을 밝혀줄 것으로 무엇이 남아 있느냐?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의 어린 딸의 작은 옷들과 처음에 신었던 작은 샌들, 가엾은 장난감, 그리고는 추억, 추억, 추억들이다. 그리고 그 추억들과 더불어 그분들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는 평화이다. '나는 괴롭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 대한 내 사랑의 의무를 다하였다' 하고.
그래서 세상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천상의 빛으로 빛나는 초인적인 기쁨이 왔다. 그 기쁨은 쇠퇴한 눈꺼풀과 죽어가는 눈에 내려온다는 사실로 인하여 빛을 잃지 않고, 오히려 마지막 시간에 더 빛나고, 마치 나비들이 고치 속에 갇혀 있듯이 일생 동안 그분들의 영혼 안에 남아 있으면서 그 존재를 가벼운 번쩍임으로 된 우아한 움직임으로만 나타내던 진리들을 빛나게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진리들이 태양과 같은 날개를 펼치고 그것들을 장식하는 말들을 보인다. 그리고 그분들의 입술에 그분들의 하느님께 대한 마지막 찬미가 피어나는 동안 그분들과 그분들의 후손들을 위한 복된 미래를 아는 가운데 목숨이 꺼져갔다.
내 조부모님의 거룩한 생애가 그럴 자격을 얻었던 대로 그분들의 죽음은 이러하였다. 그분들의 거룩함 때문에 그분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여자의 첫 번째 보호자가 되는 자격을 얻으셨다. 하나의 태양이 와서 그분들의 생애의 끝무렵에 그분들을 비추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분들은 하느님께서 주셨던 은총을 완전히 보게 되었다. 그분들의 성덕으로 인하여 안나는 해산의 고통을 겪지 않으시고, 오히려 티 없는 아기를 뱄다가 황홀한 가운데 낳으셨다. 두 분 모두에게 임종의 고통이 아니었고, 다만 새벽에 해가 뜰 때에 별이 꺼지는 것 모양으로 꺼지는 생명의 무기력이었다. 그리고 비록 요셉과 같이 사람이 된 지혜인 나를 차지하는 위로는 받지 못하셨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현존으로 그분들 곁에 있으면서, 승리의 날이 올 때까지 평화 속에 잠드 시계 하기 위하여 그분들의 머리맡에 몸을 숙이고 숭고한 말을 해드렸다.
'그들도 아담의 후손이었는데 왜 고통 없이 아이를 낳고 죽고 했겠는가?' 하고 어떤 사람은 말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내 어머니의 태중에 있는 내게 가까이 온 것으로 인하여 아담의 후손이며 원죄의 상태에서 임신이 된 세례자가 나기 전에 성화되었는데, 흠이 침범하지 못한 지극히 거룩한 여자의 거룩한 어머니, 하느님의 보호를 받고 거의 하느님과 같은 그의 정신과 아직 발달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께서 그를 생각하신 순간부터 하느님과 떨어진 일이 없으며, 하늘에서 영원히 영광스럽게 하느님을 차지하려고 돌아간 이의 태중에 잉태된 여자의 거룩한 어머니는 아무 은총도 받지 못하였겠느냐?' 하고.
나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올바른 양심은 평온한 죽음을 마련해 주고 성인들의 기도도 너희에게 그 같은 죽음을 얻어 준다'라고.
요아킴과 안나는 올바르게 일생을 사셨었다. 죽는 순간에 그 올바름이 마치 조용한 파노라마같이, 그분들을 하늘로 인도하는 길같이 그분들에게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그분들에게는 하느님의 성막 앞에서 기도하는 거룩한 딸이 있었다. 그 딸은 자기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에게는 최고의 선이신 하느님 다음으로 오고, 또 율법과 인간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사랑하되, 초자연적으로 완전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부모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었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6. "네가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제 금요일 저녁에야 비로소 내 영혼이 환영에 대하여 밝히 알게 되었다. 내가 본 것은 다만 다음과 같은 것뿐이었다.
아주 어린 마리아, 기껏해야 열두 살쯤 되었을 마리아이다. 그 작은 얼굴은 이제는 어린 나이의 특징인 둥근 형태를 띠지 않고, 윤곽이 잡히는 타원형 속에 벌써 성숙한 여인의 얼굴 모습을 예감할 수 있다. 머리도 이제는 가볍게 굽슬거리며 목덜미로 흩어져 내려오지 않고, 대단히 엷은 금색의-금발이 어떻게나 밝은지 은색이 섞인 것같이 보인다-두 줄기 땋아 늘인 머리로 모아져서 어깨 위로 드리워져 허리까지 내려온다. 얼굴은 비록 여전히 어린아이의, 아름답고 순결한 어린 여자아이의 얼굴이기는 하지만 더 생각이 깊고 더 성숙한 얼굴이다. 마리아는 흰옷을 입었다. 마리아는 아주 작은 방에서, 작고 하얀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 열린 창문으로는 성전의 우람한 중앙 건물이 보이고, 그다음에는 작은 마당들의 내려오는 계단들 전부와 회랑들이 보이며, 둘러친 성벽 너머로는 성안의 길들 과 집들과 정원들, 그리고 저 안쪽으로는 올리브 나무 산의 울퉁불퉁한 꼭대기가 보인다.
마리아는 바느질을 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성가인지는 모르겠다. 노래는 다음과 같다.
"맑은 물거울에처럼 별 하나가
내 마음 저 안쪽에 반짝이며 나타나는구나.
어렸을 때부터 별은 늘 내 안에 있으면서
아주 우아하게 사랑으로 나를 인도하네.
이것은 내 마음속에 있는 노래인데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네.
사람아 너는 그것을 모른다.
그것은 거룩하신 분이 쉬시는 데에서 오는 것이네.
나는 내 밝은 별을 쳐다보며
아무리 다정스럽고 값진 것이라도
내 별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원치 않네.
나는 온전히 내 것인 별의 다정스러운 빛밖에 원치 않네.
별아, 너는 하늘 높은 곳에서
나를 어머니의 태로 가져다주었지.
이제는 네가 내 안에서 살고 있지만, 베일을 거쳐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네.
거룩하신 아버지, 구세주의 보잘것없는 종이 되는 영광을
언제 제게 주시렵니까?
하늘에서 보내소서, 우리에게 메시아를 보내소서.
마리아의 제물을 받으소서."
마리아는 입을 다물고 미소를 짓고 한숨을 쉬고,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그의 작은 얼굴은 오직 빛일 뿐이다. 놀랍도록 파란 아름다운 여름 하늘로 눈길을 보내며, 마리아는 거기에서 모든 빛을 끌어들여 그 빛을 사방으로 퍼뜨리는 것 같다. 아니 그보다도 오히려 그의 안에 숨어 있는 어떤 태양이 그 빛으로 비추고 마리아의 약간 볼그레한 눈같이 흰 살에 불을 켜놓는 것 같고, 그런 다음 사물들과 땅을 비추는 태양에까지 터지고 땅을 축복하고 그것에 많은 이익을 약속하는 것 같다.
사랑의 기도를 드린 다음 마리아가 일어나려고 하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황홀의 빛이 남아 있다. 그때에 파누엘의 늙은 안나가 들어온다. 안나는 어리둥절해서, 또는 적어도 마리아의 행위와 모습에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춘다. 안나는 "마리아" 하고 그를 부른다. 그러니까 소녀는 미소를 띠고 돌아선다. 그 미소는 아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매우 아름답다. 마리아는 인사를 한다. "안나 선생님, 선생님께 평화가 있기를" 하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니? 너는 언제쯤에야 기도가 충분하다고 만족하겠니?"
"저는 기도만 하면 만족할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하느님과 말을 해요. 안나 선생님, 선생님은 제가 하느님을 얼마나 제 가까이에 느끼는지 알 수 없으세요. 하느님께서 이런 교만을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저는 저 혼자라고 느끼는 때는 전혀 없어요. 아시나요? 여기 금빛과 흰빛으로 된 이 집의 이중 휘장 뒤에는 지성소(至聖所)가 있어요, 그리고 대사제의 눈이 아닌 어떤 눈도 주님의 영광이 쉬고 있는 속죄소에 절대로 시선을 멈출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동정녀들과 레위파 신관들의 노래의 소리가 떨리게 하고 귀중한 향의 발산 물을 퍼뜨리는 저 수놓은 이중의 휘장을 마치 그 두꺼운 천을 꿰뚫고 증언을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처럼, 그것을 공경하는 제 영혼의 모든 경의를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저는 그 휘장을 바라보아요! 제가 이스라엘의 자손처럼 경의를 가지고 그것을 바라보지 않는가 하고 걱정하지 마셔요. 지금 제가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을 제 교만으로부터 나오는 생각인가 제 눈을 멀게 하지 않는가 하고 걱정하지 마셔요. 저는 그것을 바라보아요, 그리고 하느님의 짐을 더 겸손되이. 모른 사람들 가운데에서 가장 가치 없는 여자라는 것을 확신하는 저보다 더 겸손되이 바라보는 하느님 백성의 보잘것없는 종은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제게는 무엇이 보이는지? 휘장이 보여요. 그 휘장 저쪽에는 무엇이 있다고 제가 상상하나요? 성막입니다. 그리고 성막 안에는 무엇이 있고요? 그렇지만 제가 제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당신 사랑의 영광으로 빛나시는 하느님이 보이시고, 그분이 제게 '너를 사랑한다' 하고 말씀하셔요. 그리고 저도 그분께 '저도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말씀드리고, 제 심장이 한번 뛸 때마다 이 서로의 입맞춤 속으로 녹아들어 가고 거기에서 새로워져요‥‥
저는 여러분, 대단히 사랑하는 선생님들과 동무들 가운데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꽃의 동그라미가 저를 여러분에게서 외따로 떼어놓아요. 동그라미 안에는 하느님과 제가 있고요. 그리고 저는 하느님의 불꽃을 통해서 여러분을 보고 또 그렇게 여러분을 사랑해요‥‥ 그렇지만 여러분을 육체에 따라서는 사랑할 수가 없고 또 아무도 절대로 육체에 따라서 사랑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 유일한 사랑은 저를 사랑하시는, 정신에 따라 사랑하시는 그분이십니다. 저는 저의 운명을 알고 있어요. 여러 세기째 내려오는 이스라엘의 율법은 동정녀라도 아내가 되어야 하고, 또 어머니로 만들고자 해요. 그러나 율법에 복종하는 저는 '내가 너를 원한다' 하고 말하는 목소리에 복종합니다. 저는 동정녀이고 동정녀로 있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요? 그 목소리, 제 곁에 있는 보이지 않는 현존이 제게 도움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 현존이 그것을 원하니까요. 저는 걱정하지 않아요.
이제 저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 계셔요‥‥ 그리고 제가 가졌던 인간적인 것이 어떤 고통 중에 소멸하였는지를 알 분은 영원하신 분밖에 안 계십니다. 그것은 격렬한 고통, 격렬한 것 이상의 고통이었어요. 이제 제게는 하느님밖에 안 계셔요. 그래서 저는 하느님께 맹목적으로 순종해요‥‥ 그러나 목소리(하느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부모의 명령을 지나쳐 가야 한다고, 부모는 그들의 아이를 보호하는 담 주위로 순찰을 도는 애정 가득한 파수병이지만 그들의 아이를 자기들의 길로 해서 행복으로 인도하기를 원하며, 무한한 기쁨으로 인도하는 다른 길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목소리(하느님)가 제게 가르쳐 주기 때문에 저는 아버지 어머니의 뜻에 어긋나게 그렇게 했을 거예요‥‥ 저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 나의 정배, 오너라' 하고 말하는 목소리를 따르기 위해 옷과 겉옷을 버렸을 것입니다. 저는 모든 것을 포기했을 거예요. 제 눈물의 진주도 포기했을 것입니다. 불복종해야 하는 것 때문에 저는 울었을 터이니까요. 제 피의 홍옥도 포기했을 것입니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따르기 위해 죽음까지도 무릅썼을 터이니까요. 제 피의 홍옥들은 제 부모에게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보다 더 위대하고 한층 더 다정스러운 것이 있다고, 그것은 하느님의 목소리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분의 뜻이 저를 효도의 의무에서도 해방시켰어요. 하기는 부모님은 저를 붙잡아두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제 부모님은 의인들이셨고, 하느님께서 제게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그분들의 마음속에 말씀하셨어요. 제 부모님은 정의와 진리의 길을 따라가셨을 것입니다. 제가 부모님을 생각할 때면 그분들이 성조들 곁에서 쉬고 계시는 것을 보아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 주실 메시아의 강생을 제 희생으로 앞당기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제가 서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하느님께서 가엾은 당신의 여종에게 명령을 말씀해 주시면서 인도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명령들을 지키는 것이 제 행복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킵니다. 때가 오면 제 비밀을 남편에게 말하겠어요‥‥그러면 그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아야‥‥ 그 사람을 설득시킬 어떤 말을 찾아내겠단 말이냐? 너를 반대하는 근거로는 남자의 사랑과 율법과 생명이 있을 터인데."
"저는 하느님을 모시고 있을 거예요. 하느님께서 제 남편의 마음을 열어 빛을 받아들이게 하실 것입니다‥‥ 생명은 관능의 자극을 잃고 사랑의 향기를 내뿜는 순결한 꽃이 될 거예요. 율법은‥‥ 안나 선생님, 저를 하느님을 모독하는 여자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렇지만 저는 율법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율법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면 누가 그것을 바꾸겠습니까? 그렇게 하실 권한을 가지신 오직 한분,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때가 가까웠어요.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가까웠습니다. 다니엘 예언서를 읽는 중에 제 안에 제 마음 한가운데에서 오는 큰 빛이 나타났어요, 그리고 제정신은 그의 비밀의 말의 뜻을 깨달았습니다. 의인들의 기도 때문에 그 70주가 단축될 것입니다. 햇수가 바뀔 것이란 말인가요? 아닙니다 예언서는 거짓말을 안 해요. 그렇지만 태양의 운행이 아니라, 달의 운행이 예언의 때를 재는 기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동정녀의 아들이 우는 것을 들을 시간이 아주 가까이 왔다'라고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아! 저를 사랑하고 제게 많은 말을 하는 그 빛이 하느님의 아들이고 그분의 백성의 메시아를 낳을 행복한 동정녀가 어디 있는지 내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맨발로 걸어서 온 땅을 돌아다닐 저예요. 추위도 얼음도 먼지도 삼복더위도 야수도 굶주림도 제가 그 동정녀를 만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막지 못할 거예요. '당신 여종에게, 그리스도의 종들의 여종에게 당신 집에서 살게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맷돌질을 하고 압착기를 누르겠습니다. 저를 맷돌질하는 종으로, 당신 양 떼의 양치기로, 당신의 아들의 기저귀 빠는 일에, 부엌에, 화덕 일에‥‥ 당신이 원하는 데에 써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받아주기만 하십시오. 아기를 보게 해 주십시오! 그 목소리를 듣게 해 주십시오! 아기의 눈길 하나라도 받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만일 동정녀가 저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린 메시아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는 것을 듣기 위해 그 동정녀의 집 문전에서 거지노릇을 하며, 집도 없이 야영과 심한 더위를 겪으며 동냥과 조롱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다가는 메시아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또 이러면 어느 날 그분에게서 동냥으로 빵을 좀 얻을지도 모르지요‥‥ 아아! 굶주림이 제 위를 괴롭히면, 그리고 그렇게 오래 굶어서 제가 쇠약해지는 것을 느끼면 저는 그 빵을 먹지 않겠어요. 그 빵을 진주 주머니처럼 가슴에 꼭 껴안고 그리스도의 손의 향기를 맡으려고 그 빵에 입 맞추겠어요, 그러면 그때부터는 배도 고프지 않고 춥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접촉으로 제가 황홀과 열과 양식을 받을 터이니까요‥‥"
"네가 그리스도를 그다지도 사랑하니, 네가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때문에 네가 동정녀로 그대로 있기를 원하는 것이지?"
"아! 아닙니다. 저는 비참하고 먼지 같은 인간입니다. 저는 감히 영광을 향해 눈을 들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야훼의 현존이 계신 것을 아는 이중 휘장보다는 제 마음속을 보기를 더 좋아하는 것입니다. 저기에는 시나이산의 무서운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런데 제 안에는 우리 아버지, 사랑이 빛나는 얼굴이 보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바람이 그 무게를 느끼지 않고 들어 올리는 어린 새와 같이 아주 작고, 꽂이 피어 향기를 풍기고, 향기가 나고 순결한 부드러운 힘 밖에는 바람에 대항시키지 않는 야생 은방울꽃 대같이 약하기 때문에 제게 미소를 주시고 축복해 주십니다. 제 사랑의 바람이신 하느님! 아닙니다. 저는 그런 야심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러나 하느님과 어떤 동정녀에게서 나실 분, 지극히 거룩하신 분의 거룩하신 이에게는 하늘에서 당신 어머니를 위하여 택하신 것과 세상에서는 그분에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대하여 말하는 것, 즉 순결 밖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요. 만일 율법이 이것을 묵상하고 그분들의 가르침의 모든 번쇄한 이론으로 율법을 과장하신 스승님들이 그분들의 정신을 더 높은 시야로 돌려 초자연적인 것에 몰두하시고, 그분들의 연구의 최종 목적을 잊게 하는 인간적인 것과 유익한 것을 버리시면, 그분들의 가르침의 방향을 특히 순결 쪽으로 돌려 이스라엘의 왕이 올 때에 그것을 발견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이의 올리브나무와 승리자의 종려나무와 더불어 백합을, 백합을, 백합을 퍼뜨리세요‥‥
구세주는 우리를 구속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겠습니까? 얼마나 많이요! 이사야가 고통의 사람에게서 본 수천 개의 상처에서는 초벌 구운 질그릇에서 나오는 물방울처럼 피가 비 오듯 떨어질 것입니다. 그 신성한 피가 독신(瀆神)과 하느님을 모독하는 언사가 있는 곳에는 떨어지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모아서 정신이 병든 사람들과 곰팡이 슨 영혼들과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죽은 모든 사람들에게 부으려는 향기로운 순결의 잔에 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땀과 눈물을 그 깨끗한 꽃잎의 흰 옷으로 닦아드리게 백합꽃들을 주세요, 백합꽃들을! 박해받으시는 그분의 뜨거운 열을 위하여 백합꽃을, 백합꽃을 주세요! 아아! 당신을 가질 백합꽃이 어디에 있을 것입니까? 당신의 피로 물들고 당신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고통으로 죽을 그 사람이 어디에 있을 것입니까? 당신의 핏기 없는 몸에 눈물을 뿌릴 그 사람이 어디에 있을 것입니까? 오! 그리스도여! 오! 그리스도여! 네 한숨이여!‥‥"
마리아는 입을 다물고 울음을 터트리고 쓰러진다.
안나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나이 많은 여자의 억양 없는 감격한 목소리로 말한다.
"마리아야, 네게 가르쳐 줄 또 다른 것이 있니?"
마리아는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마리아는 겸손한 마음으로 선생이 자기를 비난하는 줄로 생각한 모양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아! 용서하셔요! 할머니는 제 선생님이시고, 저는 아무것도 아닌 불쌍한 계집아이입니다. 그렇지만 그 말은 제 마음에서 솟아 나왔어요. 제가 말을 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그 말을 주의해도 소용없어요. 점점 더 세차 져서 둑을 무너뜨리는 강물과 같아요. 저는 휩쓸려 가고 말은 넘쳐흐르고 말아요. 제 말은 상관하지 마시고 제 거만을 꺾어주세요. 신비로운 말들은 하느님께서 당신 인자로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마음의 은밀한 속에 남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도 그것을 압니다. 그렇지만 그 보이지 않는 현존은 너무나도 기분 좋은 것이어서 저는 완전히 거기에 도취하고 맙니다‥‥ 안나 선생님, 선생님의 어린 종을 용서해 주셔요!"
안나는 마리아를 가슴에 꼭 껴안는다. 주름살이 많은 얼굴 전체가 떨고 눈물로 번쩍인다. 잔 물결이 이는 늪으로 변하기 전에 울퉁불퉁한 땅 위에서 물이 그렇게 되는 것처럼 눈물이 주름들 사이로 스며든다. 그러나 이 늙은 여선생은 웃음을 자아내지 않고, 오히려 크나큰 존경을 일으킨다.
마리아는 그 작은 얼굴을 늙은 여선생의 가슴에 묻고 그의 품에 안겨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이렇게 끝난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7. "마리아는 그의 정신이 하느님에게서 보았던 모든 것을 다시 보고 있었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마리아는 하느님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하느님을 꿈꾸고 있었다. 꿈꾸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세상에서 잉태된 육체와 결합하기 위하여 창조된 그 순간에 그의 정신이 하느님의 하늘의 광채 속에서 보았던 모든 것을 다시 보는데 지나지 않았다. 마리아는 비록 정의가 요구하는 것과 같이 지극히 불완전하게나마 하느님의 특성 중의 하나에 참여하였다. 그것은 강력한 지능, 죄로 손상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한 지능의 속성으로 기억하고 보고 미리 내다보는 특성이다.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되었다. 비슷한 것 중의 한 가지는 정신에 있어서 기억하고 보고 미리 내다보는 가능성에 있다. 이것이 미래를 읽는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된다. 이 능력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데 따라서 흔히는 직접적으로, 또 어떤 때는 아침에 떠오르는 해처럼 일어나는 기억으로 발휘되어, 하느님 안에서 이미 관찰하였던 세기의 지평선의 어떤 정확한 지점을 비추게 된다. 이것들은 너무나 높은 신비여서 너희는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아라. 그 최고의 예지, 모든 것을 아는 그 생각. 모든 것을 보시는 시력. 너희를 당신의 의지의 행위로, 그리고 당신의 무한한 사랑의 입김으로 창조하시어 너희들의 기원으로 당신의 자녀가 되게 하고 또 너희들의 운명으로도 당신의 자녀가 되게 하신 그분이 당신과 나를 어떤 것을 너희에게 주실 수 있느냐? 그분이 그것을 너희에게 무한히 작은 일부분만 주시는데, 그것은 피조물이 그의 조물주를 포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참여는 그 무한히 작은 가운데에서도 온전하고 완전하다.
어떤 지능의 보물은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아담에게 주시지 않았느냐? 죄가 그 보물을 작게 하였다. 그러나 내 희생이 그것을 회복시키고 지능의 광휘와 그 많은 흐름과 그 지식을 열어 준다. 아아! 은총으로 하느님과 결합하고 그분과 더불어 그분의 지식의 역량을 같이하는 인간 정신의 숭고함!‥‥ 은총으로 하느님과 결합한 인간 정신의 숭고함.
다른 지식의 방식은 없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비밀을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상기시키기 바란다. 은총 지위에 있는 영혼에서 오지 않는-그런데 아주 분명한 명령을 가진 하느님의 계율에 반대하는 영혼은 은총 지위에 있지 않다. -이런 종류의 지식은 어떤 것이든지 사탄에게서 밖에는 올 수가 없다. 그 지식이 인간적인 논거에 의거하는 데 따라서 진리와 일치하기가 어렵고, 이 논거들은 그 지식이 초인간적인 것에 의거하는 데 따라서 절대로 진리와 일치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마귀가 거짓말의 아비이고 거짓말의 오솔길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방법 말고는 진리를 아는 다른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아들에게 아버지의 집과 관계가 있는 어떤 추억을 상기시키는 아버지와 같이 우리 기억에 이렇게 말씀하시거나 상기시키신다. 네가 나와 같이 이러저러한 일을 하고, 이런 것을 보고 저런 말을 들을 때가 기억나느냐? 네가 떠날 적에 내 입맞춤을 받은 때가 생각나느냐? 방금 창조되어서 아직 순결하고 더럽혀지지 않은 네 영흔을 들여다보는 내 얼굴의 찬란한 태양을 네가 처음으로 보던 때가 생각나느냐? 왜냐하면 네가 내게서 나가자마자 그 후 흠이 너를 작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네 심장의 사랑의 고동으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때가 기억나느냐? 우리의 존재와 발생의 신비는 무엇이냐?" 하고. 그리고 은총 지위에 있는 인간의 한정된 능력이 도달할 수 없는 그곳에서는 지식의 성령께서 말씀하시고 가르치신다.
그러나 성령을 가지기 위하여는 은총이 필요하다. 진리와 지식을 갖고 있기 위하여는 은총이 필요하다. 아버지를 모시기 위하여는 은총이 필요하다. 이것은 삼위께서 당신의 거처를 정하시는 천막이고, 영원하신 분이 자리하시고 말씀하시는 속죄소이다. 그러나 구름 속에서 말씀하시지 않고 당신의 충실한 아들에게 당신 얼굴을 드러내고 말씀하시는 속죄소이다.
성인들은 하느님을 다시 기억하고. 창조하시는 생각 안에서 들었던 말씀, 하느님의 인자하심이 그들을 수리처럼 높이 올려 진리를 주시고 시간을 알게 하시려고 그들의 마음에 다시 살아나게 하시는 말씀들을 다시 기억한다.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하였다. 하나이시고 세 분이신 온 은총이 마리아를 결혼을 앞둔 신부처럼, 당신의 후손을 위한 결혼처럼, 당신의 어머니 되심을 위한 하느님 같은 분으로 그의 사명을 위하여 준비하셨다. 마리아가 구약의 여 예언자들의 주기를 마감하고 신약에서 '하느님의 대변자들'의 주기를 여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의 참된 궤인 마리아는 영원히 침범되지 않은 그의 내면을 바라보면서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그의 티 없는 마음에 그려진 영원한 지식의 말씀들을 발견하고, 모든 성인들처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의 조물주이신 아버지 하느님에 의하여 불멸하는 정신을 가지고 태어났을 때에 그 말씀들을 들었던 것을 기억하였다. 그리고 마리아가 그의 장래의 사명에 대한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 것은 하느님께서 일체의 인간적인 완전에 결함을 남겨두셨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그 결함은 당신의 피조물에게 공로를 세울 기회를 제공하심으로 당신의 피조물에 대한 인자이신 하느님의 슬기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둘째 하와인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기 위한 공로의 자기 몫을 그의 충실한 착한 의지로 쟁취해야 하였다. 이 착한 의지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그리스도를, 구세주를 만드시기 위하여 그리스도에게서 까지도 요구하셨다.
마리아의 정신은 하늘에 있었고. 그의 심적 상태와 육체는 세상에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정신 있는 데로 가고 번식력이 있는 포옹으로 그를 성령과 결합시키기 위하여는 그가 땅과 육체를 발로 밟아야 하였다."
개인적으로 적어둔 것. 어제 하루 종일 나는 부모의 부고를, 그것도 왠지 모르지만 즈가리야가 보낸 부고를 보는 것으로 생각하였었다. 마찬가지로 내 나름대로 예수님이 성인들 편에서 오는 하느님의 기억에 대한 점을 어떻게 다루실까 하고 생각하였다. 오늘 아침 환상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자, 이제는 (마리아가) 고아가 되었다는 말이 나올 테지" 하고, 그러면서 그로 인하여 벌써 가슴이 메는듯하였다‥‥ 그것은 내가 느끼고 지각한 지난 며칠 동안의 슬픔과 같은 슬픔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환상은 하나도 내가 보고 들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은 아니었고, 단순한 암시조차도 없었다.
이것은 내게 위안이 된다. 왜냐하면 나 자신의 바탕에서는 어떤 정해진 점에 대해서 단순한 예측조차도 기대할 것이 도무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절대로 모든 것이 다른 근원에서 온다. 내 계속적인 두려움은 다음번까지는‥‥ 멎었다. 과연 내가 틀리고 다른 사람들을 틀리게 하지 않을까 하는 이 염려는 나를 따라다니기를 절대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18. "하느님께서는 네게 남편을 주실 것이다. 그런데 그는 네가 하느님을 신뢰했기 때문에 거룩할 것이다. 너는 그에게 네가 서원한 것을 말하여라"
얼마나 지옥 같은 밤이었는가! 정말이지 마귀들이 이 세상에서 기분전환을 하는 것 같았다. 대포소리, 천둥, 번개, 위험, 공포, 내 침대가 아닌 침대에 있다는 고통, 그리고 이 모든 것 가운데, 마치 불과 고생 가운데 한송이 기분 좋은 흰 꽃 모양으로, 금발을 땋아 내린 머리가 어깨에 더러워져 있고 흰 옷에 온화하고 조용한 미소 틀 짓고 있는, 어제 본 환상에서보다 약간 나이가 더 든 마리아의 상냥스러운 존재가 있다. 마리아가 마음속에 거두어들인 영광스러운 신비 쪽으로 향한 내면에서 나오는 미소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환상을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인성과 비교하는 것으로 밤을 보내면서. 중상을 하는 증오 앞에서 부르는 사랑의 살아있는 노래인 어제 아침의 그분의 말씀을 다시 생각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내 방의 고요 속으로 돌아와 이 광경을 목도하였다.
마리아는 여전히 성전에 있다. 지금 마리아는 엄밀히 말해서 다른 동정녀들과 같이 성전에서 나온다. 아름다운 황혼의 아주 새빨간 환경 속에 향 냄새가 터지는 것으로 보아 어떤 의식이 있는 모양이다. 약간 애조를 띤 하늘이 마치 청명한 10월처럼 예루살렘의 정원들에 내리 덮이고, 그 정원들에는 멀지 않아 떨어지려는 나뭇잎들의 황갈색이 올리브나무들의 은빛 도는 초록색에 노랗고 빨간 반점을 찍어놓고 있으니까 늦가을인 것 같다.
꿀벌 떼라고 말할 수 있을 동정녀들의 무리는 뒤에 있는 작은 마당을 건너지르고, 계단을 올라가고, 어떤 작은 문을 지나, 덜 화려한 네모반듯한 다른 마당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는 동정녀들이 방금 들어간 출입구 외에 다른 출입구는 없다. 그것은 성전에서 쓰는 동정녀들의 작은 거처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 마당인 모양이다. 각 처녀가 마치 비둘기가 제 둥지를 찾아가듯이 자기의 독방으로 향하여 가기 때문이다. 모였다가 헤어지는 비둘기들이 날아가는 것 같다. 모두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처녀들이 헤어지기 전에, 작은 목소리지만 기쁘게 서로 말을 한다. 마리아는 말을 안 하고 있다. 다만 다른 처녀들과 헤어지기 전에 그들에게 다정스럽게 인사를 하고 나서 오른쪽 한 구석에 있는 그의 작은 방으로 향한다.
그 방으로 어떤 여선생이 마리아를 찾아왔다. 그 여자는 파누엘의 딸 안나처럼 늙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많아 보인다. "마리아야, 대사제님이 오라신다."
마리아는 약간 놀라서 여선생을 쳐다본다. 그러나 질문은 하지 않는다. 마리아는 이렇게만 대답한다.
"곧 가겠습니다."
마리아가 들어가는 큰 방이 사제의 집에 딸린 것인지 또는 성전에 고용된 여자들의 아파트의 일부인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그 방이 넓고 매우 환하게 불이 밝혀지고 대단히 잘 정돈되어 있으며, 즈가리야와 파누엘의 딸 안나가 화려한 옷을 입은 대사제와 거기에 같이 있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문지방에 이르러서 허리를 깊이 굽히면서 인사를 한다. 그리고 대사제가 "마리아야, 앞으로 나아오너라. 무서워하지 말고" 하고 말할 때에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마리아는 몸을 다시 일으키고 천천히 앞으로 간다. 민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무엇인지 모를 엄숙함으로 그렇게 해서 그를 더 여인답게 보이게 한다.
안나는 용기를 주려고 마리아에게 미소를 보내고, 즈가리야는 인사를 한다. "사촌 동생아, 너에게 평화가 있기를."
대사제는 주의 깊게 마리아를 살펴보더니 즈가리야에게 말한다.
"이 처녀에게서는 다윗과 아아론의 혈통이 분명히 나타나 보이는군요.
딸아, 나는 네 우아함과 착함을 안다. 네가 날마다 하느님과 사람들의 눈에 지식과 은총으로 자랐다는 것도 안다. 하느님의 목소리가 네 마음에 가장 다정스러운 말씀을 속삭인다는 것을 알고, 네가 하느님의 성전의 꽃이고, 네가 성전에 있은 다음부터는 증언대 앞에 셋째 케루빔 천사(역주: 마리아를 뜻함)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네 생활의 향기가 날이 새로 시작될 때마다 계속 향과 더불어 올라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율법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이제 너는 어린 소녀가 아니라 한 여인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는 어떤 여인이든지 아들을 주께 바치기 위하여 아내가 되어야 한다. 너도 율법의 계명을 따라라. 두려워하지 말고, 얼굴을 붉히지 말아라. 나는 네가 왕가의 후예임을 잊지 않고 있다. 각 남자에게는 같은 혈통의 여인이 주어져야 한다고 명령하는 율법이 벌써 너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칙이 없더라도 나는 네 혈통의 고귀함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 마리아야, 네 가문에서 네 남편이 될 만한 남자를 아무도 모르느냐?"
마리아는 수줍어서 새빨개진 얼굴을 든다. 그의 속눈썹에는 첫 번째 금강석이 반짝이고, 마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무도 없습니다."
"이 애는 아주 어려서 여기 들어왔기 때문에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윗의 가문은 너무도 박해를 받아 흩어져서 그 여러 분파가 모여서 왕가의 종려나무에 새로운 손을 나오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고 즈가리야가 말한다.
"그러면 선택을 하느님께 맡겨 드립시다."
그 때까지 참았던 눈물이 솟아 나와서 떨리는 입까지 흘러내리고, 마리아는 여선생에게 애원하는 눈길을 던진다.
"마리아는 주님의 영광과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자기를 주님께 바치기로 약속했습니다. 글을 겨우 떠듬떠듬 읽을 줄 아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서원으로 매여 있었습니다‥‥" 하고 안나가 마리아를 돕기 위하여 말한다.
"네 눈물은 그러면 그 때문이었느냐? 율법을 거역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고?"
"그 때문이지‥‥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주님의 사제님, 사제님께 순종합니다."
"이것으로 내가 네게 대해서 들을 모든 말이 확인되었다. 몇 해 전부터 동정에 몸을 바쳤느냐?"
"처음부터라고 믿습니다. 제가 아직 성전에 오지 않았었을 때, 벌써 저를 주님께 바쳤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12년 전에 내게 와서 들어오기를 청한 어린아이가 네가 아니냐?"
"저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때 벌써 네가 하느님께 속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
"지난날들을 뒤돌아보면 제가 하느님께 바쳐진 것을 다시 확인하곤 합니다‥‥제가 난 순간은 생각이 안 나고, 어떻게 어머니를 사랑하기 시작하고 아버지께 '아버지, 저는 아버지 딸이에요' 하고 말씀드리기 시작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제 마음을 하느님께 바친 것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첫 번 입맞춤과 같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제가 말한 첫마디 말, 제가 내디딘 첫걸음과 더불어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예, 맞습니다. 제 첫 번째 사랑의 기억을 저는 제 자신 있는 첫걸음에 찾아낸다고 믿습니다‥‥ 저희 집‥‥저회 집에는 꽃이 가득 찬 정원이 있고‥‥ 과수원과 밭이 있었고‥‥ 또 저 안쪽에는 조그마한 산 밑에 샘이 하나 있었는데. 그 샘물은 파져서 동굴을 이룬 바위에서 솟아 나왔고‥‥ 바위에는 길고 가는 풀이 잔뜩 나서 사방으로 작은 초록색 폭포 모양으로 떨어져서 우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작고 가벼운 풀잎들, 자수같이 보이는 잎들에는 모두 작은 물방울들이 매달려 있어 그것들이 떨어지면서 조그마한 아주 조그마한 종악(種樂)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샘물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샘 위쪽 비탈에 있는 올리브나무와 사과나무들에는 새들이 있었고, 또 흰 비둘기들이 와서 거울같이 맑은 샘물에 몸을 씻었습니다‥‥ 제 마음을 온전히 하느님께 바쳤었고, 또 살아계실 때에나, 돌아가신 후에 사랑한 아버지 어머니 이 외에는 제 마음이 이 세상의 아무 물건에도 애착을 가지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제님이 제게 생각을 하게 하십니다‥‥ 저는 언제 저를 하느님께 바쳤는지 찾아야 하는데‥‥ 제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되살아옵니다‥‥.
저는 그 동굴을 좋아했습니다. 그것은 물과 새들의 노래보다도 더 기분 좋은 목소리가 제게 '내 사랑하는 딸아, 오너라'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거기서 제 주님의 표를 보기 때문에 소리 나는 금강석 같은 그 물방울들을 사랑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저 자신에게 말하는 데 골몰했습니다. '내 영혼아, 네 하느님이 얼마나 위대하신지 알겠느냐? 북쪽에는 레바논의 서양 삼송을 만드신 그분이 네 눈을 기쁘게 하시려고 작은 파리의 무게에도 휘는 져 자은 잎들을 만드셨고, 네 작은 발을 위해 융단 같은 풀밭을 만드셨다' 하고요. 저는 깨끗한 물건들의 그 고요를 좋아했습니다. 가벼운 바람, 은빛같이 반짝이는 물, 깨끗한 비둘기 같은 것들을요‥‥ 저는 그 작은 동굴 위에 감도는 평화를 사랑했습니다. 그 평화가 때로는 꽃이 되어, 또 때로는 귀한 열매를 지니고서 사과나무와 올리브나무들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그 목소리가 제게, 그렇습니다, 제게 '너 훌륭한 올리브야 오너라, 너 단 사과야 오너라, 너 봉인한 샘물아 오너라, 너 내 비둘기야 오너라‥‥ 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은 다정스러웠습니다‥‥ 저를 부르는 그분들의 목소리는 다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그 목소리는! 아아! 지상낙원에서, 죄지은 여자가 이렇게 그 목소리를 들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 여자가 이 사랑의 목소리보다 휙휙 거리는 소리를 더 낫게 여길 수 있었는지, 어떻게 그 남자가 하느님이 아닌 지식을 탐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어머니의 젖밖에 알지 못하던 제 입술로, 그러나 천상의 꿀로 취한 제 마음으로 전 그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여기 있습니다. 지금 갑니다. 저는 주님의 것입니다. 그리고 제정신이 다른 사랑을 가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님이신 당신 이외에는 아무 다른 주인도 제 육체를 탐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고. 그리고 그 말을 할 때에는 저는 이미 말한 것을 다시 말하는 것 같았고, 이미 행한 의식을 다시 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선택했던 정배가 제게는 낯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제가 벌써 그분의 사랑의 열렬함을 알았었고, 제 눈이 그분의 빛에 훈련되어 있었고, 제 사랑하는 능력이 그분의 품 안에서 발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제 그랬을까요?‥‥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이생 밖에서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제가 항상 주님을 모시고 있었고 주님은 저를 항상 차지하고 계셨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또 제가 있는 것은 주님 자신께서 당신의 성령의 기쁨과 제 기쁨을 위하여 저를 원하셨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가졌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사제님, 순종하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제 제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 계시니, 사제님이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 네게 남편을 주실 것이다, 네가 너를 하느님께 바쳤으니 거룩한 남편을 주실 것이다. 남편에게 네 서원한 것을 말하여라."
"받아들일까요?"
"그러기를 바란다. 딸아, 그가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도하여라. 이제는 가거라. 하느님께서 항상 너와 같이 계시기를 바란다."
마리아는 안나와 같이 물러가고 즈가리야는 대사제와 같이 남아 있다.
-환상은 이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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