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음준비 ( 37~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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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1. 복음준비 ( 37~42 )

by mrsoojak 2021. 12. 12.

마리오 발또르따의 예수님 환시에 불러주고 보여준 내용을 쓴 책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37. "내 어머니다운 가슴에 머리를 기대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꽃과 같이 피어난다"

 

성모 마리아가 말씀하신다.

"내가 있는 것으로 인해서 세례자가 거룩하게 되었지만, 엘리사벳에게서는 하와에게서 오는 선고가 없어지지 않았었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에 몹시 고생하리라'고 영원한 분이 말씀하셨었다. 티없고 인간과의 결합이 없는 나만이 분만의 고통이 면제되었다. 슬픔과 고통은 죄의 결과이다. 죄없는 나였지만, 그래도 나는 공동 구속자였기 때문에 고통과 슬픔은 겪어야 했다. 그러나 분만의 격심한 고통은 없었다. 나는 그 고통은 겪지 않았다.

내 딸아, 그러나 정말이지 침대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침대에서, 즉 내 아들이 달려 죽는 십자가 아래 내 십자가라는 침대에서 겪은 영적인 모성의 고난의 산고와 같은 산고는 일찌기 없었고 또 절대로 없을 것이다. 어떤 어머니가 이런 모양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고, 또 어떤 어머니가 죽어가는 자기 아들의 숨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찢어지는 듯한 마음의 고통을 이길 수 있겠느냐? 그리고 자기 아들을 죽이는 사람들에게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 너희들의 어머니인 내게로 오너라'하고 말해야 하는 소름끼치는 일을 어떤 어머니가 이겨낼 수 있겠으며, 아들을 죽이는 사람들에게 너희를 사랑하는 이 어머니에게 오너라 하고 말해야 하는 고통을 어떤 어머니가 겪을 수 있겠느냐? 하늘이 일찌기 본 것 중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에서, 즉 하느님과 동정녀와의 사랑와 결합에서, 육체가 되고 한 여인의 태를 하느님의 장막을 만든 불의 입맞춤과 빛의 타오름으로부터 태어난 그의 아들을 죽이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어머니가 되려면 얼마나 고통을 겪어야 해요!' 하고 엘리사벳이 말했었다. 대단히 큰 고통이다. 그러나 내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리아의 가슴에 손을 얹게 해줘요.' 아아! 너희들이 고통 중에 항상 이것을 내게 청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영원히 예수를 안고 있는 여자이다. 예수는 작년에 네가 보았듯이 성광에 성체가 들어 있는 것과 같이 내 품에 머물러 있다. 내게 오는 사람은 예수를 만난다. 내게 기대는 사람은 예수를 만진다. 내게 말을 하는 사람은 예수에게 말한다. 나는 예수의 옷이다. 예수는 내 영혼이다. 내 태중에서 커가고 있던 아홉 달 동안에 나와 결합하여 있었던 것보다도 한층 더 그의 엄마인 나와 결합하여 있다. 그래서 내게로 와서 머리를 내 가슴에 얹은 사람에게는 어떤 고통이든지 가라앉고, 모든 바람이 피어나며, 어떤 은총도 다 흘러내린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한다. 이것을 상기시켜라. 하늘나라에 있으면서 하느님의 빛 속에서 사는 지복을 누리면서도 나는 세상에서 고통을 당하는 내 자녀들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하늘나라는 사랑하기 때문에 온 하늘나라 전체가 기도한다. 하늘나라는 살아 있는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은 너희들을 불쌍히 여긴다. 그러나 나밖에는 아무도 없다 해도, 내가 너희 모두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는 만큼 그것으로도 벌써 하느님께 바라는 사람의 필요에는 충분한 기도가 될 것이다. 나는 거룩한 사람, 악한 사람 모두를 위하여 기도한다. 거룩한 사람들에게는 기쁨을 주기 위하여. 악한 사람틀에게는 그들을 구하는 뉘우침을 주기 위하여. 내 고통의 자식들아, 오너라, 와. 너희들을 용서하려고 십자가 아래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38. 세례자의 할례

 

나는 집이 축제 분위기인 것을 본다. 할례의 날이다. 마리아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질서 정연하도록 신경을 썼다. 방들에는 불을 켜 놓아서 빛나고, 또 가장 아름다운 천들과 가장 아름다운 가구들도 빛나서 찬란하다. 사람도 많다.

가장 아름다운 흰 옷을 입어서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마리아는 사람들의 무리 사이로 민첩하게 돌아다닌다.

귀부인같이 존경받는 엘리사벳은 축제를 기분좋게 즐긴다. 아기는 젖을 배불리 먹고 엄마의 품에 안겨 있다.

할례의 시간이 되었다.

"아기의 이름을 즈가리야라고 하세. 자네는 늙어가니 자네 이름을 아이에게 주는 것이 좋아" 하고 남자들이 말한다.

"그건 안돼요!" 하고 엘리사벳이 외친다. "아기의 이름은 요한입니다. 이 애의 이름은 하느님의 능력의 증언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대관절 언제 우리 일가에 요한이라는 이름이 있었어요?"

"상관없습니다. 아기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해야 합니다."

"즈가리야, 자네 생각은 어떤가? 아기가 자네 이름을 가지는 것을 원하지? 그렇지?"

즈가리야는 아니라는 표시를 한다. 그는 널빤지를 들고 "요한이 이 아이의 이름이요" 하고 쓴다. 그리고 글을 쓰자마자 풀린 혀로 다음과 같이 말을 덧붙인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아기 아버지인 나와 그의 어머니와 당신의 새로운 종인 이 아이에게 큰 은총을 베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아이는 일생을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는데 보낼 것이고, 또 이 아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지극히 높으신 주께로 회개시키는 데 힘쓰겠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두고 또 하느님의 눈에 위대한 사람이라고 불릴 것입니다. 천사가 그 말을 했는데 나는 믿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믿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빛이 비칩니다. 그 빛이 우리 가운데 있는데 여러분은 보지를 못하십니다. 사람들의 정신이 혼미하고 우둔하기 때문에 그 빛은 운명적으로 알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아들은 그 빛을 보고 그 빛에 대하여 말할 것이고, 이스라엘의 의인들의 마음을 그 빛쪽으로 돌릴 것입니다. 아아! 그 빛을 믿고 주의 말씀을 항상 믿을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신 영원하신 주님, 당신은 능하신 구세주를 그의 종 다윗의 가문에 보내심으로써 당신 백성을 찾아주시고 구속하셨으니 찬미받으십시오. 우리 조상들에게 당신 자비를 배푸시고 당신의 거룩한 계약을 잊지 않으신다는 것을 보이시기 위하여 우리를 우리 원수들과 우리를 미워하는 자들의 손아귀에서 구해 주시겠다고 옛날부터 거룩한 예언자들의 입을 통하여 언약하신 것과 같습니다. 당신이 우리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하신 맹세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즉 우리 원수들의 손에서 해방되어 당신이 현존하신 곳에서 일생을 두고 성덕과 정의 안에서 두려움 없이 당신을 섬기도록 허락하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이와 같이 끝까지 말하였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였다. 이름 때문에도 그렇고, 기적과 즈가리야의 말 때문에도 그러하였다.

엘리사벳은 즈가리야가 첫 마디말을 하자 기쁨으로 고함을 쳤었다. 지금은 마리아가 그를 안고 기쁘게 쓰다듬는 동안 울고 있다.

사람들이 할례를 하려고 갓난아기를 다른 곳으로 안고 간다. 아기를 다시 데려왔을 때 아기 요한은 있는 목소리를 다내서 운다. 엄마가 젖을 물려도 진정되지 않는다. 어린 망아지처럼 몸부림친다. 그러나 마리아가 안고 흔들어 주니 울음을 멈추고 진정된다.

"아니 저것 보세요" 하고 사라가 말한다. "아씨가 안아 주어야만 울음을 그쳐요!"

사람들이 천천히 떠나 간다. 방안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마리아와 아주 행복한 엘리사벳만이 남아 있다.

즈가리야가 들어와서 문을 닫는다. 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마리아를 바라본다.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그는 앞으로 나아와, 마리아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주의 불쌍한 종에게 축복해 주십시오" 하고 마리아에게 말했다. "태중에 주를 모시고 있는 당신은 그럴게 할 수 있으니 주의 종에게 축복해 주십시오. 내 잘못 된 생각을 인정하고 내가 들었던 말을 모두 믿었을 때 하느님의 말씀이 내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나는 당신을 보고 또 당신의 복된 운명도 봅니다. 당신 안에 계신 야곱의 하느님께 경배합니다. 자각한 첫번째 사제가이제는 영원한 분께 기도를 할 수 있는 내 첫번째 성전이 된 당신입니다. 세상을 위하여 은총을 얻고 세상에 구세주를 모셔다 주는 당신은 축복받으셨습니다. 당신의 종이 첫눈에 당신의 존엄을 보지 못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당신이 오심으로써 우리에게 모든 은총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여, 당신이 가시는 곳에서는 하느님께서 기적을 행하시고, 당신이 들어가는 방들의 벽들은 거룩하고, 당신 목소리를 듣는 귀들과 당신이 만지시는 육체는 거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언자들에 의하여 예고되고 하느님의 백성에게 구세주를 주게 될 분으로 기다려진 동정녀이며 지극히 높으신 분의 어머니이신 당신이 은층을 주시기 때문에마음들도 거룩해집니다."

마리아는 겸손으로 얼굴이 붉어져서 미소하며 말한다. "주님께 찬미를 드립시다. 오직 그분께만, 어떠한 은총도 그분에게서 오는 것이지 내게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형부가 남은 생애 동안 그분을 완전히 사랑하고 섬기도록, 내 아들이 선조들과 예언자들과 주님의 의인들에계 열어줄 그분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도록 그분이 당신의 은총을 주셨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거룩하신 분 앞에서 기도할 수 있는 형부가 지극히 높으신 분의 여종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행복한 운명이지만, 구속자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무서운 고통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내 고통의 무게가 더 커지는 것을 느끼는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런데 나는 그 고통을 일생동안 지녀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세한 사항은 보지 못합니다마는, 그것이 여자인 내 어깨 위에 세상이 얹히는 것보다도 더 무거운 짐일 것이고, 그것을 하늘에 바쳐야 할 것임을 느낍니다. 가엾은 여자인 나 혼자서 말입니다! 내아이! 내 아들! 아아! 지금 형부의 아들은 내가 흔들어 주면 울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 아들의 고통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그애를 흔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 주님의 사제님,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내 마음은 광풍을 만난 꽃과 같이 떱니다. 나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 뒤에는 그들을 하느님의 원수, 내 아들 예수의 원수를 만드는 원수가 나타라는 것을 봅니다‥‥.

 

-환상은 마리아의 창백한 얼굴과 그의 눈을 빛나게 하는 눈물을 보여 주고는 사라진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39. "빛을 받아들이도록 너희 정신을 준비 하여라"

 

성모 마리아가 말씀하신다.

"자기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며 진실된 마음으로 겸손하게 고백하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신다. 오! 내 주님, 그분은 겸손하고 진실된 사람에 대하여 얼마나 인자하신가! 당신을 믿고 신뢰하는 사람에게! 너희 정신을 혼잡하고 둔하게 하는 모든 것을 치워라. 빛을 받아들이도록 정신을 준비하여라. 어둠 속의 등대와 같이 빛은 너희들을 인도하고 너희들에게 거룩한 격려가 된다.

하느님과의 우정, 하느님께 충실한 사람들의 더할 수 없는 행복, 아무것과도 비교가 안되는 재산이다! 그것을 차지하는 사람은 절대로 외롭지 않고 실망의 쓰라림을 맛보지 않는다. 거룩한 우정아, 고통이 강생하신 하느님의 운명이었고, 또 어쩌면 사람의 운명이기 때문에, 네가 고통을 없애지는 못한다. 그러나 너는 그 고통을 쓰라린 가운데에서도 즐거운 것이 되게 하고, 천상의 손이 닿는 것과 같이 십자가를 쳐들어 주는 빛과 애무를 고통에 섞어 놓는다.

그러니 하느님의 인자가 너희들에게 어떤 은총을 주실 때에는 그것을 써서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유일한 물건을 가지고 해로운 무기를 만들어 가지는 미치광이들이 되지 말고, 그들의 재산을 가난으로 변화시키는 낭비자도 되지 말아라.

아들들아, 너희가 내게 주는 고통은 너무나도 크다. 너희들의 얼굴 뒤에는 원수가, 내 예수에게 달려드는 원수가 나타나는 것을 본다. 너무나 많은 고통이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은총의 샘이 되고 싶다. 그러나 너희 중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은총을 원치 않는다. 너희는 '용서'를 빌지만 은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영혼으로 빈다. 그런데 너희가 은총의 원수이면 어떻게 은총이 너희를 구원할 수 있겠느냐?

성 금요일의 위대한 신비가 가까워온다. 성전에서는 모든 것이 그것을 상기시키고 그것을 찬양한다. 그러나 너희는 골고타에서 내려오던 사람들과 같이 가슴을 치고 '저분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구세주이시다'하고 말하고, 또 '예수님, 당신의 이름으로 우리를 구해 주십시오'하고 말하며, 또 '아버지, 우리를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말하면서 너희들의 마음 속에서 그 신비를 찬양하고 그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그러고 마침내 이렇게 말해야 한다. '주님, 저는 부당하오나 저를 용서해 주시고 제게로 오시면 제 영혼이 나을 것이고, 다시 죄를 범하여 제 악으로, 그리고 당신께 대한 증오로 돌안가기를 원치 않습니다. 다시는 원치 않고 말고요.'

아들들아, 내 아들의 말로 기도하여라. 내 아들과 더불어 너희 원수들을 위하여 아버지께 말씀드려라.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십시오'하고 너희들의 잘못에 분개하셔서 너희를 떠나 가신 아버지를 불러라. '아버지, 아버지,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 저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저를 버리시면 저는 멸망할 것입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제가 구원을 받게 돌아오십시오' 하고 너희들의 영원한 행복, 너희들의 영을 마귀의 공격에서 지켜 보존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께 그것을 맡겨드려라. '아버지의 손에 제 영혼을 맡겨드립니다.'

아아! 만일 너희가 겸손되이 애정가득한 마음으로 너희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겨드리면, 하느님께서는 아버지가 아들을 인도하듯이 너희를 인도하셔서 아무것도 너희의 영혼을 해치게 허락하지 않으신다. 예수는 임종의 고통 중에 너희들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하여 기도하셨다.

나는 이 수난 시기에 그것을 너희들에게 상기시킨다.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내 기쁨을 보고 황홀해하는 너 마리아야, 이 생각을 기억에 새롭게 하여라. 즉 나는 끊임없이 커지는 고통을 통하여 하느님을 모셨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분은 하느님이신 싹을 가지고 내게 내려와서, 그 꼭대기가 하늘에까지 닿는 어마어마한 나무와 같이 자랐었고, 또 내 육체에서 나온 육체의 생명없는 유해를 내 가슴에 받았을 때, 그 육체의 끔찍한 상처들을 보고 세어보았을 때, 고통을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다 쏟기 위하여 찢어졌던 그의 심장을 만졌을 때, 그 뿌리는 지옥에까지 내려가는 어마어마한 나무처럼 자랐었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40. 세례자를 성전에서 드림

 

성주간의 수요일 밤부터 목요일까지 내가 본 것은 다음과 같다.

 

마리아의 나귀로 매여 있는 편안한 마차에서 즈가리야와 엘리사벳과 어린 요한을 안은 마리아와 어린 양 한 마리를 데리고 있는 사무엘과 새장에 들어 있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내리는 것이 보인다. 그들은 성전에 가는 모든 순례자들이 자신들의 타는 짐승을 임시로 맡기기 위하여 으례 들르는 마구간 앞에서 내린다.

마리아는 마구간 주인인 작은 사람을 불러 전날이나 아침 이른 시간에 나자렛 사람이 아무도 오지 않았느냐고 물어본다. "아무도 안왔습니다" 하고 작은 노인이 대답한다. 마리아는 놀란 얼굴로 있다. 그러나 아무 다른 말도 덧붙이지 않는다. 마리아는 요셉이 늦어지는 것을 설명한다. "무슨 일로 붙잡혔을 거예요. 그렇지만 분명히 오늘 올 것입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에게 주었던 아기를 다시 받아 안고, 그들은 성전으로 향한다.

즈가리야는 수위들의 경의와 다른 사제들의 인사와 축하를 받는다. 그의 사제옷을 입고 행복한 아버지로 기뻐하는 즈가리야가 오늘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성조(聖祖)와도 같다. 나는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주님께 드리는 것을 기뻐할 때 즈가리야와 비슷하였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새로 난 이스라엘 사람의 봉헌과 어머니의 취결례의 예절을 본다. 예절은 마리아의 봉헌 때보다 더 호화롭다. 요한이 사제의 아들이어서 사제들이 크게 환대를 하기 때문이다. 사제들이 많이 달려와서 여인들의 작은 집단과 갓난아기를 둘러싸고 분주하게 왔다갔다 한다.

일반 사람들도 호기심으로 가까이 왔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이 들린다. 일행이 늘 가는 장소로 가는 동안 마리아가 아기를 안고 있으므로 사람들은 마리아가 어머니인 줄로 믿는다. 그러나 한 여인이 말한다. "그럴수가 없어요, 저 여자가 임신한 걸 못보세요? 아기는 난지 며칠 밖에 안되었는데, 저 여자는 벌써 배가 불렀어요."

"하지만" 하고 다른 사람이 말한다. "어머니일 수 있는 것은 저 여자 밖에 없어요. 또 한 여자는 늙었거든요. 아마 친척이겠지만, 그 나이에 어머니가 될 수는 없어요."

"우리 따라갑시다. 그래서 누구 말이 맞나 봅시다."

그리고 취결례의 의식을 행하는여자가 엘리사벳인 것을 보자 사람들의 놀람은 더해진다. 엘리사벳은 희생 제물로 매애매애 하고 울고 있는 어린양을 바치고, 보속을 위하여 비둘기를 바친다.

"저 여자가 어머니예요, 보셨지요?"

"아니예요!"

"그렇다니까요."

사람들을 아직도 믿을 수 없어서 속삭인다. 그들이 하도 소리를 내는 바람에 예절에 참례하는 사제들의 집단에서 명령적인 "쉿"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사람들은 잠시 입을 다문다. 그러나 엘리사벳이 거룩한 긍지로 빛나는 얼굴을 하고 아기를 받아 가지고 아기를 주님께 바치기 위하여 성전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속삭이는 소리가 더 커진다.

"저 여자가 맞아요."

"봉헌을 하는 것은 언제든지 어머니거든요."

"그러면 이런 기적이 또 있었어요?"

"저렇게 늙은 나이에 저 여자에게 태어난 어린아이는 장차 무엇이 될까요?"

"이게 무슨 징조지요?"

"당신네들은 몰라요?" 하고 숨이 턱에 닿아서 오는 사람이 말한다. "저애는 아론 가문의 즈가리야의 아들입니다. 지성소에서 향을 드리는 동안에 벙어리가 되었던 그 사람의 아들이오."

"신비요! 신비! 그런데 지금은 말을 다시 해요! 그의 아들이 나면서 그의 혀가 풀렸어요."

"어떤 영이 그 사람에게 말을 하고, 하느님의 비밀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는 습관을 들이라고 그의 혀를 죽여 놓았었을까요?"

"신비예요! 어떤 진리가 즈가리야에게 계시되었을까요?"

"그의 아들이 이스라엘이 기다리는 메시아가 아닐까요?"

"아기가 유다에서 나기는 했지만 베들레햄에서 나지 않았고, 동정녀에게서 나지도 않았어요. 그러니 메시아일 수가 없어요."

"그러떤 어떤 사람일라요?"

그러나 대답은 하느님의 비밀 속에 남아 있고, 사람들의 호기심은 풀리지 않은 채로 있다.

예절이 끝났다. 사제들이 이제는 어머니와 아기에게도 축하를 한다.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의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고는 멸시하듯 피하기까지 하는 오직 한 사람, 그는 마리아이다.

축하가 끝나자 대부분의 사람은 다시 길을 떠나고, 마리아는 요셉이 도착하였는지 보려고 여관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요셉은 도착하지 않았다. 마리아는 실망하여 생각에 잠긴다.

엘리사벳은 이 상황을 걱정한다. "우리는 제6시까지는 남아 있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뒤에는 초경(初更)까지 집에 닿을 수 있게 떠나야 합니다. 아기가 아직 너무 어려서 밤이 될 때까지 남아 있을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마리아는 침착하고 슬프게 말한다. "나는 성전의 어떤 마당에 남아 있겠어요. 선생님을 찾아가 뵙겠어요‥‥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어떻게 해보겠어요."

즈가리야가 어떤 계획을 내놓으며 개입하니, 그것이 좋은 해결책이라고 이내 수락된다. "제베대오의 친척집으로 갑시다. 마리아를 데리러 요셉이 틀림없이 그리로 올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요셉이 오지 않으면 갈릴래아로 마리아와 동행할 사람을 만나기가 쉬울 것입니다. 그 집에는 겐네사렛의 어부들이 끊임없이 왕래하거든요."

그들은 마리아의 나귀를 찾아가지고 제베대오의 친척집으로 간다.그들은 결국 넉달 전에 마리아와 요셉을 유숙시켰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데 요셉은 도무지 나타나지 않는다. 마리아는 아기를 흔들어 주면서 걱정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에 잠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몸의 상태를 숨기기 위해서 그런 것처럼, 더워서 모두들 땀을 흘리지만 마리아는 겉옷을 벗지 않았다.

마침내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로 요셉이 왔음을 알린다. 마리아의 얼굴이 명랑해져서 환히 빛난다.

마리아가 먼저 나가서 공손히 인사를 한 후에 요셉은 마리아에게 인사를 한다. "마리아, 하느님의 축복이 당신 위에 내리기를!"

"요셉, 당신깨두요. 그리고 당신이 오신 것 때문에 주님을 찬미합니다!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이 밤이 되기 전에 집에 가려고 떠나려던 참이었거든요."

"당신의 심부름꾼이 내가 일 때문애 가나에 가 있는 동안에 나자렛에 도착했소. 어제 저녁에 소식을 듣고 곧 떠났소. 하지만 쉬지 않고 왔는데도, 나귀가 편자 하나를 잃었기 때문에 늦어졌소, 용서하오."

"이렇게 오랫동안 제가 나자렛에서 멀리 떨어져 있은 것을 당신이 용서해 주셔야 해요. 그렇지만 보세요, 저분들이 저를 데리고 있는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저분들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했어요."

"여보, 당신이 잘했소. 그런데 아기는 어디 있소?"

그들은 떠나기 전에 요한에게 젖을 먹이는 엘리사벳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요셉은 부모에게 아기가 건장한 것을 축하한다. 엘리사벳은 아기를 요셉에개 보이려고 젖에서 떼었다. 그러나 아기는 누가 껍질이라도 벗기는 듯이 울고 발버둥을 친다. 모두가 아기의 항의에 웃음을 터뜨리고, 모두에게 신선한 과일과 우유와 빵과 생선을 담은 큰 접시률 가지고 달려온 제베대오의 친척들까지도 웃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끼어든다.

마리아는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한구석애서 조용히 말없이 겉옷 속으로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있다. 그리고 우유 한 잔을 마시고 황금빛 포도 한송이와 빵을 조금 먹을 때에도 말을 별로 하지 않고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 마리아는 요셉을 걱정과 불안이 섞인 눈으로 쳐다본다.

요셉도 마리아를 바라보고 조금 후에는 마리아의 어깨 위로 몸을 숙이고 묻는다.

"피곤하오? 어디 아프오? 얼굴이 창백하고 침울한데."

"어린 요한을 떠나는 것이 슬퍼요, 저는 아기를 사랑해요. 아기가 세상에 난 뒤로부터 거의 제가 안아 주었거든요‥‥."

요셉은 다른 질문은 하지 않는다.

즈가리야가 떠날 시간이 되었다. 마차가 대문 앞에 멎고 모두가 가까이 간다. 두 사촌자매는 다정스럽게 얼싸안는다. 마리아는 벌써 마차안에 앉아 있는 어머니 품에 아기를 다시 안겨 주기 전에 여러번 입을 맞춘다. 그런 다음 즈가리야에게 인사를 하고 축복을 청한다. 마리아가 사제 앞에 무릎을 꿇을 때 겉옷이 어깨에서 미끄려져 내려와서 그의 몸매가 여름날의 오후의 강한빛 속에나타난다. 요셉은 그 순간에 엘리사벳에게 인사를 하는 데 골몰하고 있었으므로 그것에 유의했는지 모르겠다. 마차가 멀어져 간다.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다시 들어오는데, 마리아는 빛이 덜 환한 구석에 그가 앉았던 자리에 다시 가서 앉는다. "밤에 길을 가는 것이 싫지 않으면 저녁 때 떠났으면 하는데 어떻소. 낮에는 더위가 심해요. 반대로 밤은 서늘하고 조용하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당신이 햇볕을 너무 쬐지 않도록 당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오. 내게는 삼복 더위를 무릅쓰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소. 하지만 당신은‥‥."

"요셉, 당신 좋을 대로 하세요. 그래요. 밤에 길을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집이 잘 정돈되어 있고 정원도 그렇소. 당신은 정말 아름다운 꽃들을 볼거요. 당신은 꽃이 만발한 것을 보기에 알맞게 오는 거요. 사과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넝쿨에 전에 없이 열매가 많이 맺혔고, 석류나무 가지에는 근래에 그런 일을 절대로 볼 수 없었을 만큼 벌써 형상이 갖추어진 열매가 어떻게나 많이 달렸는지 버팀막대를 세워 주어야 했소. 그리고 또 올리브나무는‥‥기름을 많이 얻게 될 거요. 기적같이 꽃이 많히 피었었고, 꽃이 하나로 그낭 떨어지지 않았소. 모두 벌써 작은 올리브를 맺었소. 그놈들이 익으면 나무에는 흑진주가 가득 찰거요.

나자렛 전체에 그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사람은 당신 밖에 없소. 친척들까지도 그것을 놀라워 하고 있소. 그리고 알패오는 기적이라고 말하오."

"당신이 보살펴서 그렇게 잘 되었어요."

"아! 아니야! 나 같은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대관절 내가 뭘 했소. 나무 손질좀 해 주고 꽃에 물좀 준 것뿐이오‥‥ 이것 봐요. 당신을 위해 샘을 하나 파놓았소. 이제는 물길으러 밖에 나갈 필요가 없게 되었소. 물을 안쪽 동굴 근처까지 끌어오고 거기에 수반을 하나 갖다 놓았소. 물은 마티아의 올리브나무 윗쪽에 있는 샘에서 끌어왔소. 물이 맑고 풍부해요. 작은 개울로 해서 당신에게까지 끌어왔소. 잘 덮인 작은 수도를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물이 흘러 오면서 하프처럼 노래하오. 당신이 마을의 샘에까지 가서 물을 가득 채운 항아리들을 들고 오는 것을 보기가 괴로웠었소."

"요셉, 고마워요. 당신은 친절해요!"

두 부부가 이제는 피곤한 듯이 말이 없다. 요셉은 졸기까지 한다. 마리아는 기도를 드린다.

저녁 때가 되었다. 주인들은 길을 떠나기 전에 무엇을 먹으라고 간절히 권한다. 요셉은 빵과 생선을 먹고, 마리아는 과일과 우유만을 먹는다.

그런 다음 출발이다. 그들은 나귀에 오른다. 올 때와 같이 요셉은 마리아의 궤를 자기 나귀에 실었고, 마리아가 나귀에 오르기 전에 안장이 제 자리에 놓여 있는지 살핀다. 나는 마리아가 나귀에 오를 때 요셉이 그를 쳐다보는 것에 유의하였다. 그러나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별들이, 제일 이른 별들이 하늘에서 깜박이기 시작할 때에 길을 떠난다.

그들은 성문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늘데, 아마 성문이 닫히기 전에 도착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 그들이 예루살렘에서 나와 갈릴래아로 가는 큰길로 접어들었을 때에는 하늘 전체에 별이 쫙 깔렸다. 들판은 아주 고요하다. 들리는 것은 오직 밤꾀꼬리의 노래와 여름 가뭄으로 인해 딴딴해진 길을 보조를 맞추어 나가는 나귀들의 발굽 소리뿐이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41. "만일 요셉이 덜 거룩했더라면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당신 빛을 주시지 않았을 것이다."

 

성모 마리아께서 말씀하신다.

 

"오늘은 성목요일 전날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환상이 당치 않은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네 고통은 네 마음 속에 있고, 즐거운 환상이 나타나더라도 마음 속에는 그대로 있다. 그것은 불꽃에서 퍼지는 미지근함과 같은 것인데, 그것은 여전히 불기운이기는 하지만 이미 불은 아니다. 불은 불꽃이지 불꽃이 그 둘레로 퍼뜨리는 미지근한 기운이 아니다 진복을 주거나 깨끗하게 하는 어떤 환상도 네 마음에서 그 고통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그 고통을 네 생명 바로 그것보다도 더 귀중한 것으로 여겨라. 사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을 믿는 사람에게 주실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하기는 내 환상이 그 평화로운 가운데에서 이 주간의 기념행사가 잘 조화된다.

 

그러나 요셉도 그의 수난을 겪었다. 그리고 그 수난은 예루살렘에서 내 상태를 알아차렸을 때 시작되었고, 예수와 내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여러 날 계속되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그의 수난이 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순전히 내 남편 요셉의 성덕으로 인하여 그 고통이 하도 의젓한 비밀의 형태로 유지되어 많은 세월을 두고 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아! 우리의 첫번째 수난! 누가 그 수난의 내적이고 말없는 강도를 말할 수 있겠는가? 하늘이 아직 이 신비를 요셉에게 알려 주지 않으므로 내 청을 들어 주지 않으셨다는 것을 확인하였을 때의 내 고통을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요셉이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요셉이 보통 때 모양으로 그저 경의만 가지고 대하는 것을 보고 알았었다. 만일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배고 있다는 것을 요셉이 알았더라면 그는 내 태중에 계신 그 말씀을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하는 숭배의 행위로 흠숭하였을 것이고, 그가 틀림없이 그 숭배의 행위를 하였을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것을 받기를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신 그분을 위하여, 마치 계약의 궤가 율법의 십계명판과 만나의 그릇을 간직하고 있는 것과 같이 내가 간직하고 있던 그분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내가 주님께 헛되이 바랐었다고 설득하려고 나를 짓누르려고 애쓰는 낙망과 내가 얼마나 싸웠는지를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아아! 나는 그것이 사탄의 분노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의심이 내 어깨를 움켜잡고 그 촉수를 뻗어 내 영흔을 사로잡고 그의 기도를 중단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몹시 위험하고 정신에 치명적인 의심이 말이다. 치명적이라고 한 것은 그것이 '실망'이라는 병, 그의 영흔이 죽고 하느님을 잃는 것을 보지 않으려면 힘을 다하여 저항해야 하는 병의 첫번째 공격이기 때문이다.

요셉의 고통, 그의 생각, 그의 애정에 있어서의 혼란을 누가 장확하고 진실되게 말할 수 있겠느냐? 커다란 돌풍에 휘말린 작은 배와 같이 그는 서로 대립된 생각, 서로서로 더 괴롭고 더 가혹한 여러 가지 깊은 상념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었다. 남보기에는 아내에게 배반당한 남자였다.그는 그의 좋은 평판과 세상 사람들의 존경이 아내로 인하여 동시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었고, 벌써 자기가 고장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동정의 대상이 된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내게 대하여 가지고 있던 사랑과 존경이 명백한 사실 앞에서 죽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여기서 요셉의 성덕은 내 성덕보다도 한층 더 빛난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아내로서의 내 사랑으로 증언한다. 그것은 지혜롭고 신중하고, 참을성 있는 착한 이 사람, 내 요셉을 너희들이 사랑하기를 내가 원하기 때문이다. 요셉은 구속의 신비를 위하여 그의 고통과 그 자신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희생에 의하여, 그의 큰 성덕으로 구세주를 구함으로써 구속의 신비와 긴밀히 연결되어.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만일 그가 덜 거룩하였더라면, 인간적으로 행동하여 나를 간음한 여자로 고발해서 돌로 쳐죽이게 하고, 나와 더불어 내 죄로 얻은 자식도 죽게 하였을 것이다. 만일 그가 덜 거룩했더라면, 하느님께서 그와 같은 시련 속에서 그를 인도하기 위한 빛을 주시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요셉은 거룩한 사람이었다. 지극히 깨끗한 그의 정신은 하느님 안에서 살고 있었다. 그의 안에 있는 사랑은 열렬하고 강하였다. 그리고 그의 사랑으로 요셉은 너희들에게 구세주를 구해 주었다. 장로들에게 나를 고발하지 않는 것으로도 그랬고, 재빠른 순종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예집트로 데려가는 것으로 그랬다. 요셉의 수난과 그 첫번째 수난의 날들이 별로 길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심함으로 인하여 무서운 나날이었다. 내가 수난을 겪은 것은 요샙의 괴로움을 깨달으면서도 말하지 말아라 하고 내게 말씀하신 하느님의 명령에 충실하기 위하여 그 괴로움을 그에게서 도무지 없앨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나자렛에 도착하여 그가 간결한 안사를 한 뒤에 몸을 구부리고, 말하자면 얼마안되는 사이에 늙어서 나를 떠나 가는 것을 보았을 때, 그가 늘 하던 것처럼 저녁 때 내 집에 오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는, 내 자식들아, 정말이지 눈물에 젖은 내 마음이 격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혼자서 내 집에 틀어박혀, 모든 것이 천사의 알림과 성자의 강생을 내게 상기시키고, 모든 것이 내 마음 속에 티없는 동정으로 나와 결합한 요셉의 기억을 되살리는 집에 혼자 틀어박혀, 낙담과 사탄의 암시에 저항하고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야 하였다. 그리고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하였다. 그리고 요셉의 의심과 정당하게 분개한 의인으로서의 격분을 용서해야 하였다.

내 자식들아, 하느님깨서 우리를 위하여 개입하시는 은혜를 얻으려면 바라고 기도하고 용서해야 한다. 너희들도 너희 수난을 겪어야 한다. 너희들의 죄가 그것을 가져다주었다.그 수난을 어떻게 이겨내고 기쁨으로 바꾸는지를 너희에게 가르쳐 준다. 한없이 바라고, 의심하지 말고 기도하며 너희가 용서받기 위하여 용서하여라. 내 아들들아, 하느님의 용서는 너희들이 갈망하는 평화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부활의 개선 후에는 침묵이 올 것이라는 것 말고는 다른 말을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너희들의 구속자가 견디어내는 것을 동정하고 그의 한탄을 귀담아 들으며 그의 상처와 눈물을 세어라. 눈물 한방울 한방울을 너희를 위하여 흘렸고, 그의 상처들은 너희를 위하여 입은 것이다. 다른 환상은 어떤 것이든 그가 너희를 위하여 완수한 구속을 상기시키는 환상 앞에서는 사라진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 Il Poema dell' Uomo-Dio)

 

42. 나자렛의 마리아가 요셉에게 해명한다

 

53일 후에 성모 마리아는 이 환상으로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시며, 이 환상을 이 책에 적어 놓으라고 말씀하신다. 내 마음에는 기쁨이 다시 생겨난다. 성모 마리아를 보는 것은 기쁨을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나자렛의 작은 정원을 본다. 마리아는 잎이 무성하고 빨개지기 시작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사과나무 그늘에서 실을 잣고 있다. 사과들은 포동포동하고 볼그레한 어린아이의 뺨같다.

그러나 마리아의 안색은 전처럼 아름답지 않다. 얼굴은 상아처럼 창백하다. 입술만이 거기에 연한 산호색와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내리깔린 눈꺼풀에는 두 어두운 그림자가 있고 눈가는 울고 난 뒤처럼 부어 있다. 마리아가 그의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또 마음 속에 괴롭게 고통을 겪는 어떤 사람같이 한숨을 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슬픈 생각에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이며 머리를 몹시 숙이고 있기 때문에 눈은 보이지 않는다. 마리아는 온통 흰옷을 입었다. 비록 꽃들이 그대로 싱싱한 것으로 보아 지금이 아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매우 덥기 때문에 흰 아마포로 지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마리아는 맨머리이다. 그래서 아주 가벼운 바람에 움직이는 사과나무 잎들과 희롱을 하며, 잎들 사이로 화단의 갈색 흙 위에 빛줄기를 내려보내는 태양은 금발 머리와 순금빛 광택이 나는 머리카락위에 빛나는 동그라미들을 그려 놓는다.

집에서도 이웃에서도 아무런 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다. 정원 안쪽에 수반 속을 흐르는 물줄기의 졸졸 소리가 들린다.

만리아는 집의 바깥문을 과감하게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소스라쳐 놀란다. 방추와 가락을 내려놓고 문을 열러 가려고 일어난다. 그의 옷이 보드랍고 넓지만 마리아는 골반의 둥근 형태를 완전히 다 감추지는 못한다.

마리아는 요셉 앞에 서 있다. 마리아는 입술까지 창백해진다. 그 때의 그의 얼굴은 어떻게나 해쓱한지 제병과 같다. 마리아는 슬프게 살피는 눈으로 쳐다본다. 요셉의 눈길은 애원하는 것 같다. 그들은 서로 바라보며 말이 없다. 이윽고 마리아가 입을 연다. "요셉,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무엇 필요한 것이 있어요? 제게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거예요? 이리 오세요."

요셉은 들어와서 문을 닫는다. 그는 아직 말을 하지 않는다.

"요셉, 말씀하세요. 뭘 원하세요?"

"당신의 용서를" 하고 말하며 요셉은 무릎을 꿇으려는 듯이 몸을 숙인다. 그러나 만지는 일에는 항상 몹시 조심성 있는 마리아가 과감하게 그의 어깨를 잡고 꿇지 못하게 막는다.

마리아의 얼굴에는 빨개졌다 아까처럼 창백해졌다 하며 빛깔이 오락가락한다. "제게 용서를요? 요셉, 저는 당신을 용서해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저는 저 없는 동안에 당신이 이곳에 해 주신 것과 당신이 제게 대해서 가지신 사랑을 다시 감사할 일밖에는 없어요."

요셉이 마리아를 쳐다보는데, 그의 깊은 눈 움푹한 곳에 생기는 커다란 눈물 두 방울이 보인다. 눈물은 어떤 그릇 가장자리에와 같이 남아 있다가 뺨과 수염으로 흘러 내린다. "마리아, 용서해 주어요. 나는 신뢰를 가지지 못했었소. 이제는 알아요. 나는 그런 보물을 가질 자격이 없소. 나는 사랑을 가지지 못했었소. 나는 마음 속으로 당신을 비난했소. 진실을 말해 달라고 당신에게 청하지 않았던 만큼 나는 옳지 않게 당신을 비난한 것이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했을 것과 같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하느님의 율법을 어겼소‥‥."

"아! 아니예요! 당신은 위반하지 않았어요!"

"위반했소, 마리아. 나는 그런 죄를 지었다는 비난을 받으면 변명을 했을 거요. 그런데 당신은‥‥나는 당신에게 물어보지 않고 어떤 결정을 취할 참이었으니까 당신이 변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오. 의심해서 당신을 모욕하는 것으로 나는 당신에게 결례했소. 마리아, 의심만으로도 모욕이 되는 거요. 의심하는 사람은 인정하지 않소. 나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처럼 당신을 알지 못했소. 그러나 내가 겪은 고통으로 말하면‥‥사흘 동안의 고문이었소. 마리아, 용서해 주어요."

"저는 당신을 용서해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제가 당신에게 안겨 드린 고통에 대해서 당신께 용서를 빕니다."

"오! 그래요.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르오! 정말 괴로웠소! 봐요 오늘 아침에, 사람들이 내 관자놀이의 머리가 희어지고 얼굴에 주름이 잡혔다고 말했소. 요 며칠 동안에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마리아, 왜 당신 남편인 내게 당신 영광을 숨겨서 당신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겸손하였소?"

요셉은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나 몸을 굽히고 있는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마리아는 미소지으면서 그의 작은 손을 요셉의 머리에 얹는다. 마리아가 요셉의 죄를 사해 주는 것같다. 마리아는 이렇게 말한다. "만일 제 겸손이 완전하지 못했더라면우리들이 기다리는 분을 잉태할 자격이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을 멸망시킨 교만의 죄를 없애러 오시는 그분을 말이에요. 그리고 저는 순종했어요‥‥하느님께서 제게 그 순종을 요구하셨어요. 그 순종은‥‥당신 때문에, 그로 인해서 당신이 겪게 될 시련 때문에 몹시 괴로웠어요. 그렇지만 저는 순종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저는 하느님의 종입니다. 그런데 종들은 그들이 받는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요. 요셉, 종들은 그 명령들로 인하여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해도 그것들을 이행해요." 마리아는 이 말을 하면서 조용히 운다. 하도 조용히 울어서 몸을 잔뜩 구부리고 있는 요셉은 눈물 한 방울이 땅에 떨어질 때에야 비로소 그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자 요셉은 머리를 쳐들고-그가 이렇게 하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마리아의 작은 두 손을 억세고 볕에 탄 그의 손으로 꼭 쥐고, 요셉의 손의 포옹에서 복숭아나무 싹처럼 나오는 가냘픈 손가락 끝에 입을 맞춘다.

"이제는 마련을 해야 하오, 왜냐하면‥‥" 요셉은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마리아의 몸을 바라본다. 마리아는 자기 위에 보내지는 시선에 이렇게 드러난 채 있지 않으려고 즉시 앉는다. "빨리 해야 하겠소. 내가 이리 오겠소‥‥결혼식을 완전히 끝냅시다‥‥오는 주간에, 괜찮소?..."

"당신이 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잘 하시는 거예요, 요셉. 당신이 집 주인이고, 저는 당신 종인 걸요."

"아니오, 내가 당신 종이오. 나는당신 태중에서 크고 계신 내 주님의 복된 종이오. 당신이 이스라엘의 모든 여인 중에서 복된 여인이오. 오늘 저녁 친척들에게 알리겠소. 그런 다음‥‥내가 이리 오겠소. 아기가 올 것에 대비해서 모든 것을 준비합시다‥‥아! 내 집에 어떻게 내 하느님을 모실 수 있겠소? 내 품에 하느님을 안다니? 나는 기뻐서 죽을 거요!‥‥ 나는 감히 그를 만지지 못할 거요!‥‥"

"하느님의 은총으로 제가 그렇게 할 것과 같이 당신도 그렇게 하실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니까 그렇지. 나는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느님의 아들들 중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이오!‥‥"

"예수는 가난한 사람들인 우리를 위해서, 우리를 하느님을 통해 부자가 되게 하려고 와요. 우리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고, 또 그것을 우리가 인정하기 때문에 예수가 우리 두 사람에게로 와요. 요셉, 기뻐하세요. 다윗 가문은 왕을 모시게 되고. 우리 집은 솔로몬의 궁귈보다도 더 화려하게 돼요. 여기에 하늘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 다음에 사람들이 배울 평화의 비밀을 하느님과 같이할 터이니까요. 아기는 우리 사이에서 클 것이고, 우리의 팔은 자라나는 구속자의 요람이 될 것이고, 우리의 피로로 그에게 빵을 마련해 주게 될 것입니다‥‥오! 요셉! 우리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아버지, 어머니!'하고 부르는 것을 들을 거예요. 오! ‥‥마리아는 기뻐서 운다. 그렇게도 행복한 눈물!

그리고 요셉은 이제는 마리아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작은 방의 초라한 타일을 깐 방바닥에 주름을 지으며 내려오는 마리아의 넓은 옷에 머리를 박고 운다.

-환상은 여기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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