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동의보감(東醫寶鑑) 내경편(內景篇) 혈(血)
11. 혈병(血病)의 길흉(吉凶)[血病吉凶]
피가 잘못 돌아가면 치료하기 어렵고 제대로 돌아가면 치료하기 쉽다. 조열(潮熱)이 없으면 병이 경하고 조열이 있으면 병이 중하다. 조열이 심하면서 맥이 대(大)하면 죽는다. 또한 9규(九竅)에서 피가 나오면서 몸에 열이 나고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죽는다. 혈증 때 양이 성(盛)해지면 몸에 열이 나고 갈증이 심하며 음이 성해지면 몸이 차고 갈증은 나지 않는데 혈은 음이므로 몸이 차면 쉽게 낫는다. 그러나 심폐의 맥이 나타나면서 피가 입과 코로 샘솟듯이 터져 나오는 것은 치료하지 못한다[입문].
○ 『영추』에는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여 살이 빠지면 몸에 열이 나며 얼굴빛이 좋지 못하고 희며 뒤로 핏덩어리가 나오는데 핏덩어리가 나오는 것은 병이 중해진 것이기 때문에 예후가 나쁘다. 또한 코피가 멎지 않고 맥이 대(大)한 것도 예후가 나쁘다. 또한 기침이 나고 피오줌이 나오며 살이 빠지고 맥이 약간 굳은 것도 예후가 나쁘다. 또한 피를 토하며 가슴이 그득하고 잔등이 켕기며 맥이 소(小)하고 빠른 것도 예후가 나쁘다. 또한 배가 불러 오르고 피똥을 누며 맥이 대하면서 때로 끊어지는 것도 예후가 나쁘다. 또한 기침이 나고 피오줌이 나오며 살이 빠지고 맥이 박(搏)㈜한 것도 예후가 나쁘다”고 씌어 있다.
[註] 박맥(搏脈) : 죽을 때에 나타나는 맥상 즉 진장맥을 말한다.
○ 동원은 “모든 혈증 때 몸에 열이 나고 맥이 대한 것은 치료하기 어려운데 그것은 사기(邪氣)가 세기 때문이다. 몸이 차고 맥이 고르게 뛰는 것은 치료하기 쉬운데 그것은 정기가 회복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피가 위로 넘쳐서 생긴 타혈(唾血)이나 구혈(嘔血)이나 토혈(吐血)도 예후가 나쁘다. 만약 변하여 피가 아래로 내려가 나쁜 이질이 생기면 예후가 좋다. 피가 올라가는 것은 역증이므로 치료하기가 힘들고 내려가는 것은 순증이므로 치료하기가 쉽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중경은 “축혈증(蓄血證) 때 하혈하는 것은 반드시 저절로 낫는다. 병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피똥을 누는 것은 혈증이 심한 것이다. 그러나 혈증으로 피가 위로 나오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 나쁜 이질이 생기는 것은 사기가 없어지려는 것이므로 좋은 증상이다”고 하였다.
○ 중경은 “피를 토하고 기침을 하며 기운이 치밀어오르고 맥이 삭(數)하며 열이 나면서 자지 못하는 것은 죽는다”고 하였다.
○ 아무런 원인이 없이 갑자기 궂은 피를 누는 것은 심절(心絶)이라고 하는데 치료하기 어렵다.
○ 상한태양증(傷寒太陽證) 때 코피가 나오는 것은 병이 나으려는 것인데 열이 방광에 몰려서 피가 저절로 나오는 것도 역시 나으려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다른 병으로 열이 잠복되고 상초에 열이 몰려서 토하는 것도 역시 병이 나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피를 이미 토하다가도 저절로 멎으면 좋다[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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